(제 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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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손을 배허벅에 붙이고 일어난 총리가 그이께 점잖게 말씀올렸다.
《장군님, 적들의 악랄한 제재로 인민들에게 공급할 식량도 부족한 때에 저희들이 대용량발전소건설이요, 경수로요 하면서 현실성없는 공론만
벌린 일이 부끄럽습니다. 지금 한키로와트의 전력도 귀중한 때인데 정말 좋은 명안입니다. 장군님께서 방안을 내놓으신것처럼 자력갱생하여
중소형발전소들을 많이 건설하면 짧은 기간내에 현 시기의 긴장된 전력문제를 풀수 있다고
봅니다.》
총리는 전적인 찬동을 표시하고 나라의 경제사업을 책임진 일군의 심중한 태도로 중소형발전소건설과 관련하여 우려되는 문제도 첨부해서
말했다.
《한가지 우려되는 문제를 말씀드리겠습니다. 1960년대에 어버이수령님의 가르치심을 받들고 전국적으로 중소형발전소들을 많이 건설했는데
유감스럽게도 남아있는것이 별반 없습니다. 량강도에서는 대깜빠니야를 벌려 근 300개의 중소형발전소를 건설했지만 한해 홍수에 몽땅 파괴되고
다른 지방의 발전소들도 설비불량으로 거의나 사장되여있는 형편입니다. 한마디로 지난 시기의 중소형발전소건설이 크게 은을 내지
못했다는것입니다.》
《옳습니다. 총리동무가 아주 중요한 발언을 하였습니다. 지난 기간 우리는 중소형발전소들을 수많이 건설했지만 크게 덕을 보지 못했습니다.
평양시주변에도 미림갑문발전소와 명당발전소, 어부산발전소들을 건설하였는데 지금 돌아가는것이 하나도 없습니다. 그때는 나라의 전력이 풍부한
시기여서 누구도 중소형발전소에 관심이 없었으며 우에서 건설하라니 한다는식으로 마지 못해 되는대로 건설한데다가 관리도 온전히 하지 않아 몇해
써먹지 못하였습니다. 우리 일군들의 잘못이 큽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총리의 제기를 긍정하시면서 얼마전 스위스주재 우리 나라 대사에게 과업을 주어 그 나라의 전력실태를 료해하신 내용에 대해
자세히 언급하시였다. 유럽의 지붕이라고 불리우는 스위스는 땅덩어리가 작지만 막대한 량의 전력보유국이다, 알프스산맥의 영구빙하를 리용하여
전력을 생산하는 그란드딕산스발전소는 세계적으로 제일 큰 수력발전소로 손꼽히는데 온 유럽의 첨두부하조절을 단독 담당한다, 이를테면 그 방대한
출력을 소유하고있는 수력발전소의 전력은 다른 나라에 비싸게 팔아먹고 국내에 필요한 평균전력은 눅거리로 사서 쓰는것이다, 그래도 스위스의
개인기업자들은 사서 쓰는 전력을 바라보지 않고 자체로 중소형발전소들을 만들어 거기서 생산되는 전력을 리용한다, 스위스의 중소형발전소들이
활발히 운영되고있는것은 기업활동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기때문인데 우리 일군들은 국가에서 공짜로 보장해주는 전력만 풍족히 리용하다보니
중소형발전소는 있으나마나 한것으로 우습게 여기고 망탕 건설하다가 집어던졌다고 하시며 의자에서 일어나 몇걸음 주단우를 거니시였다.
《나는 전국의 대용량수력발전소와 화력발전소들의 출력을 최대한 높이면서 중소형발전소들을 대대적으로 건설하여 우리 경제와 인민생활을 급속히
추켜세우자는것이요. 적들은 우리를 사면팔방으로 포위하고 덤벼들지만 천만에! 우리의 강력한 자립적민족경제의 토대가 있는데 무서울것이 없소.
중요한건 어디에다 중소형발전소건설의 시범을 창조하고 돌파구를 열어나가는가 하는것인데…》
김정일동지께서는 회의장을 쩌렁쩌렁 울리게 거침없이 내뿜던 열변을 멈추고 좌중을 둘러보시였다.
《어디다 선정할것인가! 자강도… 자강도에다 시범을 창조했으면 하는데 어떻소? 동무들의 의견을 들어봅시다.》
태혁의 숱진 눈섭밑에서 갑자기 세찬 광채가 번뜩이였다. 한개 도의 지방당일군이 어떻게 이 협의회에 참가했는가고 생각했던 의문이 비로소
풀리며 정신이 버쩍 드는것을 느꼈다. 그렇다. 이것은 단순한 전력문제해결이 아니다. 적들이 우리를 붕괴시키려고 날뛰지만 지금 장군님의
예지속에서는 놈들의 악랄한 봉쇄책동을 저지파탄시키기 위한 거대한 작전이 준비되고있으며 조국의 운명을 판가리할 그 무거운 임무가 자강도당일군인
나에게 부과되고있지 않는가. 과연 내가 이 책임적인 과업을 감당해낼수 있겠는가? 의자의 팔걸이에 올려놓은 그의 손이 가늘게 떨리였다.
때마침 문성태비서가 정중히 일어나서 자기의 견해를 조심스럽게 말씀드렸다.
《장군님, 자강도가 지대적으로는 발전소건설에 적중하지만 불리한 점이 훨씬 더 많습니다. 우선 고산지대의 령하 40도를 오르내리는
혹한속에서 동기전투를 하게 됩니다. 자강도가 전국적으로 식량난도 제일 혹심하게 겪고있는 사정을 고려하여 보다 유리한 도를 선정했으면
합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다른 일군들도 문성태비서의 의견에 공감하는 기색을 보이자 잠시 침묵을 지키시였다. 아무런 말씀도 없이 장내를 굽어보시는
그이의 시야에 엄숙한 자세로 회의장에 앉아있는 일군들 한사람 한사람의 얼굴이 번갈아 비껴들었다. 우선 정무원 총리로 말하면 광복후 왜놈들이
패주하며 파괴한 제철소복구에 헌신적으로 참가한 오랜 인테리, 전략적인 일시적후퇴시기 제2전선에 망라되여 적후투쟁을 했고 전후에는 제철소
기사장으로 용해공들의 앞장에서 고열속에 뛰여들어 로보수를 하다가 전신화상까지 당한 일군이다. 문성태비서의 생활경력도 마찬가지다.
철도공장출신, 조국해방전쟁시기 락동강전투에서 영웅적으로 싸운 문화부련대장, 세군데나 총탄이 뚫고나간 험상한 몸에 아직도 파편이 박혀있어
환절기면 고통을 당하는 일군이지만 누구도 그 사실을 알지 못한다. 오늘 협의회에 참석한 모든 일군들이 바로 그처럼 우리 혁명의 당당한
선대들로서 조국이 걸어온 지난 력사의 간고성, 3년동안의 가렬처절한 전쟁과 전후복구의 시련을 뼈속깊이 체험한 사람들이다.
하지만 오늘의 고난의 행군시기와 같은 전대미문의 고행, 참상들을 누가 당해본 사람이 있는가? 없다. 인생고초를 다 겪으며 살아왔다는 저
총리도 문성태비서도 우리 조국, 우리 인민에게 가혹하게 들씌워진 이런 고통, 이런 엄혹한 시련을 단 한번도 체험해본 일이 없는 사람들이다.
장군님자신께서도!… 총리와 다른 일군들도 보다 유리한 지대에서 발전소건설의 시범을 창조하자고 주장할수 있지 않는가? 충분히 그럴수 있다.
그들이 고난의 행군시기 자강도와 같이 어려운 형편에서는 시범창조가 불가능하다고 말해도 탓할 사람이 없다. 하지만 이번의 시범창조로
제국주의렬강들의 악랄할 봉쇄를 뚫고나갈 결사의 각오를 다지시는 김정일동지이시기에 그 순간 항일무장투쟁시기의 준엄처절했던 소왕청전투를 눈앞에
그려보시였다.
무서운 기근, 대오안의 변절자들이 준동하는 삼엄한 환경에서도 야차같이 달려드는 일제침략군과 싸워 유격근거지를 사수한 그 간고했던 전투는
철두철미 방어전이였다. 그러나 우리는 어느 한 구역이 아니라 온 조국이 통채로 제국주의자들의 포위환속에 들어있다. 그것도 하나의 적이 아니라
우리의 붕괴를 노리며 덤벼드는 제국주의렬강들의 봉쇄, 세계적인 포위와 맞서 단독으로 싸우고있다. 과연 이 력사에 류례없는 적들의 악랄한
공세를 방어로 막으며 우리의 신성한 조국을 지켜낼수 있는가? 아니! 그이께서는 방어가 아니라 대담한 공격으로 이 저주로운 봉쇄를 짓부셔버릴
결심으로 자강땅에 시범을 창조하시려는것이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태혁을 바라보시였다.
《태혁동무, 어디 한번 일어나서 자강도가 어떤 간고한 형편에 처하여있는지 말해보시오.》
태혁은 자리에서 일어섰다. 장군님께서는 이미 자강도에 중소형발전소건설의 시범을 창조할데 대한 자신의 견해를 표명하시였다. 그런데
어찌하여 회의참가자들앞에서 자강도가 겪고있는 어려운 실상을 말할것을 요구하시는지 알수 없었다. 자기가 그 간고성을 강조하면 할수록 오히려
문성태비서의 의견에 타당성을 부여하게 될것이므로 태혁은 망설였다.
장군님의 의도가 무엇인가?… 태혁이 도무지 갈피를 잡을수 없는 착잡한 생각에 잠겨 얼른 대답을 못하는데 그이의 음성이 다시금 귀전에
뜨겁게 울려왔다.
《어서 말하오. 조금도 숨김없이 사실대로…》
태혁은 재차 장군님께서 그렇게 말씀하시여서야 성문처럼 굳게 다물었던 입을 열었다.
《방금전 문성태비서동무도 말하였지만 지금 전국적으로 우리 자강도형편이 제일 곤난합니다. 도안의 공장들이 멎어서고 기술자, 기능공들이
영양실조로 쓰러지고 거리에서는 방랑아들이 돌아칩니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도 전력이 제대로 보장되지 않는 일이 가장 안타깝습니다. 며칠전엔
도안의 800여개 지방산업공장들이 명줄을 걸고있는 전천탄광이 뜻하지 않은 침수로 생산이 중단되였지만 전력사정때문에 속수무책입니다.》
태혁은 도청년동맹산하의 천여명 돌격대원들이 달라붙어 전천탄광의 버럭더미에서 하루 2백톤의 《수집탄》을 채취하기 위한 전투를 벌리지만
손바닥들이 피투성이 되고 등짐으로 석탄을 나르느라 어깨의 살가죽이 벗겨진 상처자리에 석탄가루가 배여들어가 시커멓게 《석탄입묵》이 생긴
사실까지 렬거한 후 바지주머니안의 손수건을 꺼내쥐였다.
《이십대의 애어린 처녀들의 어깨에 〈석탄입묵〉이 생겼으나 밤낮없이 뛰여다니며…》
태혁은 뒤말을 잇지 못하고 눈을 슴벅이였다. 그가 손수건으로 눈굽을 훔치는 모양을 지켜보시는 김정일동지의 안광이 갑자기 뿌옇게
흐려지시였다.
그이께서는 기가 막혀 말씀을 못하시였다.
태혁은 코등으로 미끄러져내리는 안경을 추슬러올리였다.
《앉소.》
김정일동지께서는 잠시 침묵을 지키시였다.
과연 어느 고리를 건드려야 전국을 일떠세울수 있는가? 두말할것없이 전력문제부터 해결할 결심은 명확했지만 어디에 거점을 두고 돌파구를
열어나갈것인가 하는 문제에서는 엇갈리는 의견들이 제기된다. 그러나 벌써 며칠째 밤을 새우며 사색에 사색을 거듭해오신 김정일동지께서는 마침내
전국적으로 제일 어려운 형편에 있는 자강도를 돌파구로 선정하시였다.
자강땅, 바로 여기다! 그이께서는 자강땅에서 불꽃을 일으키기 위한 대용단을 드디여 내리시였다.
일제식민지통치의 암담한 시기 김형직선생님께서 《지원》의 큰뜻을 안고 자강땅의 중강을 거쳐 압록강을 건느시였으며 어버이수령님께서도 일찌기
어리신 나이에 빼앗긴 나라를 찾기 위해 자강땅의 험준한 령을 넘어 광복의 길에 오르시지 않았던가. 자강도는 그 뜻깊은 력사의 발자취가 력력히
찍혀있고 산천도 사람들도 대대로 만경대가문과 친숙해진 못 잊을 추억이 깃들어있는 고장이였다.
지난 조국해방전쟁시기 조국이 전략적인 일시적후퇴의 어려운 고비를 겪을 때에도 수령님께서는 자강땅의 고산진에 자리잡은 최고사령부에서
재진격의 전환적구상을 무르익히시였다. 가렬처절했던 포화의 나날 전체 인민군구분대 장병들과 후퇴의 간고한 길에 올랐던 전국의 이름있는 학자,
명사들이 자강땅에 와서 최고사령관의 재진격명령을 받고 기쁨에 목메여 흐느껴울지 않았던가.
자강도는 우리 나라의 위력한 중요공업지대들이 산악처럼 일떠선 요새의 땅이기도 했다. 가장 혁명적이고 핵심적인 로동계급이 집중되여있지만
산세 험한 고산지대여서 땅은 제일 척박하다. 그런 땅마저 얼마 안되였다. 그래서 수령님께서는 늘쌍 자강도로동계급을 귀중히 여기며 국가적으로
식량을 풍족히 보장해주시였다.
지금은 그렇게 할수 있는가? 불가능하다. 하지만 김정일동지께서는 자신의 대에도 우리 혁명의 력사가 뿌리 내린 자강땅에서 고난의 행군의
돌파구를 열어나갈 대담한 결심을 품고 자강도당책임비서 강태혁을 당중앙위원회로 부르시였었다.
그이께서는 마침내 갈리신 음성으로 말씀하시였다.
《자강도인민들이 전국적으로 제일 형편이 어렵소.… 자강도로동계급이 그 난관을 이겨내며 중소형발전소들을 건설하면 그들보다 조건이 유리한
다른 도들에서도 얼마든지 자체로 발전소를 건설할수 있다는 신심을 가지게 되지 않겠습니까? 자강도의 중요공장들이 일떠서면 전국이 따라 일어설것
같지 않는가 말입니다.》
총리와 문성태, 다른 회의참가자들도 일시에 놀란 얼굴을 쳐들고 그이를 바라보았다.
태혁은 너무도 큰 충격을 받고 자기 몸이 의자에서 공처럼 튀여나는 착각을 느꼈다. 그는 부지불식간에 의자의 팔걸이를 꽉 눌러잡았다.
그이께서는 자강도로동계급에게 돌파의 무거운 과업을 맡기시는 괴로움을 자신의 깊은 내심속에 묻어두고 저력있는 음성으로 말씀을
계속하시였다.
《굶주림과 추위, 고산지방의 사나운 눈보라… 자강도형편은 매우 어렵소. 최악의 조건이라고 할수 있지. 나도 자강도보다 유리한 지대를
선정하고싶습니다. 장마철에 불어난 저수지의 물도 뚫고나가기 헐한 엷은 동을 터치고 빠져나가는것이 일반적인 자연현상입니다. 인류가 수만년의
장구한 력사와 더불어 겪어온 각종 형태의 전쟁, 현대전의 경우에도 그러한 법칙은 마찬가지로 적용되였습니다. 포위환속에 들어간 군사가 피를
적게 흘릴수 있는 유리한 지점을 돌파구로 정한다는것을 의심할 사람이 있습니까. 2차세계대전시기 900일동안이나 히틀러군대의 무서운 봉쇄를
당한 레닌그라드방위자들도 적들의 력량이 약한 라도가호의 빙상도로를 개척하고 구출되였습니다. 그렇지만…》
김정일동지께서는 조국의 운명문제를 두고 깊은 사색을 펼치면서 다시금 발길을 멈추시였다.
《우리는 그 어떤 가슴 아픈 희생을 치르는 한이 있어도 방어가 아니라 공격! 쉬운 길이 아니라 힘든 길을 택해야만 적들의 악랄한 포위를
뚫고나갈수 있습니다. 자강도로동계급이 최악의 조건을 박차고 돌파구를 열어제껴야 가까운 시일안에 전국을 일떠세울수 있습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자신의 아픈 마음을 누르시듯 억세게 꽉 틀어잡으신 주먹을 가슴앞으로 힘있게 내리그으시였다.
자강도의 최악의 조건에서 뚫고나갈 고난의 행군의 돌파구! 바로 그것이 장군님의 공격정신, 장군님만이 내리실수 있는 용단과 담력,
강의하신 장군님의 성격임을 절감한 일군들은 모두 경탄을 금치 못하며 그이를 우러러보았다. 흥분된 낯빛으로 자리에서 일어난 문성태가 이젠
장군님의 의도를 똑바로 알게 되였다고 격정에 넘쳐 말씀 올렸다. 모름지기 총포성이 울리지 않는 이 준엄한 싸움에도 인간의 상상을 초월하는
고통과 희생이 동반될것이다. 장군님께선 어떤 가슴 아픈 결심을 하셨는가. 하지만 혁명의 준엄한 요구이기에 일신의 괴로움을 억누르고
자강도인민들에게 힘겨운 전투과업을 맡기시는 장군님께선 가슴속 쓰린 마음을 묵새기시듯 몇걸음 천천히 거닐다가 문득 발길을 멈추며 우렁우렁한
음성으로 물으시였다.
《동무들, 다른 의견이 없습니까?》
뜨거운 열정이 파도치는 김정일동지의 말씀에 무한히 격동된 일군들은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나 우렁찬 박수로써 찬동을 표시하였다. 협의회를
결속하신 그이께서는 서기실장을 통해 태혁을 곧 자신의 집무실로 부르시였다.
2
(1)
《장군님, 안녕하십니까?》
집무실안으로 들어선 태혁은 그이를 우러러 머리를 숙이면서 반갑게 인사를 드렸다. 테굵은 안경밑의 어글어글한 두눈에 수더분한 웃음이
인상적으로 확 피여나고있었다. 그러던 그가 갑자기 자기의 실수를 깨달은 사람처럼 발길을 뚝 멈추며 그이의
축간 얼굴을 근심스럽게 쳐다보았다.
《제가… 잘못 인사를 올린가 봅니다. 장군님! 무척 얼굴이 상하셨습니다.》
그의 목안에서 굵은 쇠바줄이 떨리는것 같은 소리가 웅글게 울려나왔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어느새 태혁의 큰 눈에 뿌옇게 감도는 눈물을 보시고 그에게로 다가가 두손을 뜨겁게 잡아주시였다.
《됐습니다. 저리 가서 앉읍시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앞차대가 놓여있는 쏘파에 그와 나란히 앉으시였다. 언제 봐도 인정이 많고 눈물이 헤픈 태혁, 그와 만나면 매번
인간적으로 따뜻이 대해주시고싶은 마음이 앞서군 하는 그이이시였다. 오늘도 자신이 옆에서 눈물짓는 태혁을 바라보시느라니 어버이수령님께서 늘쌍
일찌기 아버지를 잃은 혁명가의 자제라 하시며 각별히 그를 아껴주시던 일이 새삼스럽게 떠오르시였다. 광복전 낯설은 이국땅 왕청의
봉오골에서 퉁소를 잘 부는 청년으로 소문났던 태혁의 아버지는 피덩이같은 어린 자식을 남겨두고 젊은 나이에 너무나도 아깝게 세상을
떠났다.
그후로 아버지의 얼굴도 모르고 불쌍하게 자란 태혁은 광복을 맞아 만경대혁명자유자녀학원에 와서 위대한 수령님의 품에 안겨 《아버지!》 하고
목멘 울음을 터뜨렸다.
그가 세상에 태여나서 처음으로 불러본 아버지였다.
그 일이 가슴아프시여 어버이수령님께서는 지난 조국해방전쟁시기 그를 최고사령부 친위병으로 데리고다니며 불길속에서 키우셨는데 환갑이 지난
오늘도 태혁의 듬직한 체구와 얼굴에는 포연에 그슬린 그때의 억센 모습이 력력히 남아있다.
《그래, 병원의 검진결과는 알고있습니까?》
《예, 관상동맥 75% 경화라는 어마어마한 진단을 받았습니다. 늘쌍 하느니 그 말인 <사형선고>입니다. 의사들의 말은 도무지 믿을만 한게
못됩니다. 그 동무들이 저한데 몇번이나 엄포를 놨는지 아십니까. 그게 옳다면 전 벌써 황천객이 된지 오랬겠는데 보다싶이 이렇게 건강합니다.》
《모를 소리요.》
김정일동지께서는 쏘파의 랑켠에 두팔을 조용히 얹으시였다. 이전에는 아무리 무리하게 일하여도 태혁의 얼굴에서 변화를 찾아보기 힘들었다.
지금은 그의 거뭇한 볼편에서 예전과 다른 차이가 두드러지게 눈에 띄였다.
《너무 과신하지 마시오.》
《장군님, 저의 건강에 대해서는 걱정마십시오. 우리 자강도로동계급은 이번에 장군님께서 저희 도에 찾아오신 소식을 듣고 모두들 눈물을
흘렸습니다. 장군님의 마음이 얼마나 괴로우셨겠는가, 거기에 비하면 자강도사람들의 고생은 아무것도 아니라면서 굶주림을 참으며 억세게
일하고있습니다. 설사 죽어도 장군님께서 아껴주시는 로동계급답게 기대앞에서 죽자고들 하며 떨쳐나섰습니다. 장군님께서 매일 매 시각 현지지도의
길에서 당하시는 마음속괴로움을 저의 심장질환 같은것에 대비할수 있습니까. 전 장군님만 계시면 어떤 고난도 이겨낼수 있다며 꿋꿋이 살아가는
그들의 모습에서 인간의 참된 삶이 어떤것인가를 눈굽이 뜨겁게 느끼군 합니다.》
가슴을 치며 뜨겁게 안겨오는 태혁의 말은 그이의 마음속에서 떠돌던 걱정을 말끔히 걷어내는듯싶으시였다. 현대의학이 내린 진단을 부정할순
없지만 태혁의 얼굴에서는 이 세상 그 무엇으로써도 꺾을수 없는 기상과 굳센 의지가 빛발치고있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이제 당장이라도 태혁을 믿고 나라의 긴장된 전력문제를 푸실수 있을것 같은 기쁨에 잠겨 쏘파의 팔걸이를 힘있게 눌러잡으시였다.
《태혁동무, 어떻소. 오늘 무거운 과업을 맡았는데 해낼만 하오?》
태혁이 정중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앉소. 앉아서 말하오.》
《전 지금 장군님께서 큰 공로도 없는 군부대 이름없는 일군을 전선사령관으로 임명해주신것과 다름없는 심정입니다. 아직도 회의장에서 강하게
받아안은 충격으로 가슴이 몹시 두근거립니다. 그렇지만 장군님의 이 크나큰 믿음과 신임이 있는 한 이 세상에 못해낼 일이 없다고 봅니다.
자강도로동계급을 불러일으켜 장군님의 명령을 기어이 관철하겠습니다. 우리 자강땅에서 반드시 공격의 돌파구를 열어제끼겠습니다!》
한평생 장군님의 전사로 험난한 력사의 불구름을 헤쳐오며 철석같은 신념을 굳힌 태혁은 자신심에 넘쳐 힘차게 대답올렸다. 비록 시련은
겪지만 오늘의 난관에 굴함없이 일감을 달라고 하는것이 자강도로동계급이다. 그들은 장군님께서 자기들을 고난의 행군의 제일선에 내세워주셨다는것을
알면 몸이 열쪼각이 나도 산악처럼 일떠서 명령을 기어이 관철할것이였다. 태혁은 그것을 조금도 믿어의심치 않고있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태혁이가 신심이 있어하면 됐다고 더없이 만족해하시였다.
《아주 좋소. 자강도에 중소형발전소건설의 시범을 창조하는 전투는 6개월동안에 끝내야 하오. 6개월을 초과하면 안되오. 최후승리는
확정적이지만 고난과 시련은 많을것이요. 그러나 이 세상에 자기 힘을 믿는 사람처럼 강한자 없소. 이것은 류례없이 간고한 길을 헤쳐온
조선혁명이 우리 인민에게 장검처럼 쥐여준 철리요. 생사를 각오하고 공격, 드센 공격으로 돌파구를 뚫고나가야 하오.》
김정일동지께서는 승리할 그날을 그려보시듯 쏘파에 몸을 기대고 이윽토록 창밖을 바라보시다가 조용히 말씀하시였다.
《자강도로동계급에게 조국의 운명과 관련된 매우 중요한 임무가 맡겨졌습니다. 힘에 겨울거오. 하지만 우린 어떤 일이 있어도 6개월동안에
이 저주로운 봉쇄를 파탄시키고 전국을 일떠세워야 합니다. 난 지금도 며칠전 어린것이 나에게 죽가마를 보여주지 않겠다며 울던 일을 생각하면
잠이 오지 않습니다.》
《장군님, 우린 그날 장군님께서 자강땅을 다녀가신 사연을 듣고 뜬눈으로 밤을 새웠습니다. 장군님께서 너무도 가슴아파 저희들을 만나지
않고 평양으로 올라가셨구나 하는 생각을 하니 정말 눈물이 났습니다. 장군님께서 다녀가신 이튿날부터 희천의 로동계급은 주먹을 부르쥐고 일떠서
공작기계생산에 달라붙었습니다. 굶주림으로 겨우 운신하던 사람들인데 어디서 그런 무서운 힘이 생겼는지 정말 놀랍습니다. 일년동안이나 달라붙어
만든 자동선이 실패하여 기가 죽어있던 기계공장에서도 최덕삼로인이 죽으나 사나 장군님께서 바라시는 자동선을 완성하자고 떨쳐나서는 바람에 불이
붙었습니다.》
《최덕삼이라니… <강계싸움대장>말이요?》
《예.》
김정일동지께서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시였다.
최덕삼은 지난 조국해방전쟁때 손우인 덕순누이와 함께 맨손으로 선반피대를 돌려 전선에 포탄을 생산해보낸 오랜 기능공이다. 전후에 공장에
찾아가신 어버이수령님께서는 그들 오누이의 소행을 높이 평가하시며 친히 자신의 량옆에 앉히고 공장협의회를 지도해주시였다. 수령님께서는
협의회좌석에서 《이 동무들이 미국놈들과 아주 잘 싸웠소. 강계싸움대장이요!》라고 과분한 치하를 안겨주시였다.
《참 좋은 로인이요.》
(다음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