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7 회)
제 4 장
7
군부대일군들과
《명당자리구만. 여기엔 전방지휘소를 차려놔도 손색이 없겠소.》
《왜 그렇게 빙 둘러들 서있소? 이거야 어디 말할 재미가 있나. 총정치국장과 총참모장이 서있으니 아래일군들이 기를 펴겠소? 자, 현대장동무 그리고 1부부장들도… 어서 가까이들 와앉소. 엎어진김에 쉬여간다고 점심시간도 다 되였는데 좀 있다 여기서 제창 식사를 하기요.》
《최남호동무, 그래 요즘 명진이한테서 편지가 오나?》
《예,
《허, 난 그날 도하장기슭에 서있던 병사들을 보며 정말 큰 힘을 얻었소.》
《우리가 누굴 믿고 선군혁명로선을 내놓았는가? 다름아닌 우리 혁명의
로동계급의 선행리론가들과 혁명적
이 선군정치는 이미 우리
나는 최근년간 최전선의 부대들과 초소를 찾으며 인민군대의 전투력을 비상히 강화해왔는데 병사들속에서 내가 찾은것은 무엇인가?
그것은 우리에게 선군정치라는 만능의 보검이 있고 그것을 받드는 천만의 전사들이 있는 한 우리에게는 무서운것이 없으며 우리가 겪고있는 혁명의 준엄한 겨울은 반드시 물러간다는것입니다. 제국주의련합세력은 이 지구우에 우뚝 솟은 사회주의조선의 강철기둥앞에 반드시 머리를 숙일것입니다. 나는 이것을 보고있으며 오늘의 우리 혁명을 락관합니다. 이 확신, 이 신념, 이 리상의 원칙은 무엇인가? 나는 이 진리를 동지들에게 말하고싶습니다. 우리가 왜 사시장철 때로는 배를 곯으며, 때로는 야전승용차의 바퀴가 닳아 떨어져 황야에서 모닥불을 피우며 최전선으로, 전사들속으로 찾아가는가?
그것은 다름아닌 우리 총대는 우리 병사들이기때문입니다!》
최남호는 머리를 짓수그리고 우리 병사들에 대하여 그토록 애착을 기울여, 사랑과 믿음을 담아 불러주시는
병사, 병사들! 이 얼마나 명백하고 단순한 말인가! 하지만 그 단순한 개념속에 얼마나 심원하고 비상한 의미가 담겨있는것인가. 일찌기 명장들도 때로 병사들을 결전에로 보내기 위한 작전지도를 펼치고는 하느님께 십자가를 그었다. 명장들과 군사령관들이 그 존재의 중요성을 경험으로 터득하고 파악하려고 애썼던 그것, 동궁을 점령한 해병들에게서 힘을 얻어 창건된 붉은 군대, 호위대들과 공화국근위대들, 총대로 정권을 찬탈한 무관들이 해명하려고 애썼던 그것, 정녕
최남호는 눈을 감았다.
다박솔중대의 포진지, 병사들은
비뿌리는 오성산의 험한 령길, 백수십굽이의 천길벼랑길을 한치한치 톺으며
몸소 조향륜을 잡으시고 찾으셨던 그 봄날의 대동강기슭, 세계굴지의 포병원종장구내에는 전쟁의 왕으로 군림하는 포병들의 성격인양 키높은 수목들이 위병처럼 솟아 해빛에 은빛잎새들을 반짝이고있었다. 수수한 식당에 들리시여 병사들의 소박한 음식도 맛보시고 정제소금공장도 일떠세웠으니 그 소금을 전사들이 사탕가루로 잘못 알수 있다고 즐겁게 웃으시기도 하시고 병실의 온도도 재여보시며 이제 전승의 축포는 포병들에게 맡긴다는 크나큰 믿음을 주신 우리
그날 반생을 포와 함께 살아온 최남호의 전우 강성태대좌는
《저 나무들을 언제 심었소?》
《벌써 수십년이 흘렀습니다.》
강성태는 마음을 진정하며 경건한 자세를 지었다.
《키높이 자랐구만. 교장동무, 하지만 보시오. 나무는 자라서 숲을 이루었는데 땅속의 뿌리는 보이지 않누만.》
《?!…》
《보시오. 우리 군관학교 교원들은 바로 저 억센 숲을 키워내는 뿌리와 같아. 그래서 내가 동무들을 잊지 못하는거요. 지난번 과학원에 갔을 때도 그 생각이였소. 하긴 이 땅 어디가나 그런 거목의 뿌리들이 있었소. 저 강계와 성강, 희천과 함흥, 대홍단과 강원도토지정리장, 혁명적군인정신이 나래치는 곳마다에 이런 충신들이 있어 내 마음이 놓였소.
강동무, 이 초소는 내가 믿겠소. 나의 충직한 전사들이 있으니까!》
《
그렇게 떠나신
그렇게 오시여 사랑을 주시고 가시며 믿음을 주신
다녀가신 초소들에는 령장의 사랑과 믿음의 자욱이 있고 지켜가는 병사들의 심장속에는 충성과 의리가 불타는 이 아름다운 현실!
병사들이 있는 곳엔
과연 선군철학, 총대철학은 어디에서 나온것인가.
최남호는 어느새 벼랑우 공지에 모닥불이 타오르고 매 사람앞에 삶은 강냉이 한이삭씩 차례졌는지 가늠하지 못하였다.
《가만, 최남호동무는 이쪽으로 오시오. 어서!》
《이 동무들이 날 우대해서 내앞에 바투 불을 당겨놓았는데 결국 나한테 일감을 맡긴셈이요.》
《남호동무, 그 군복저고리를 벗소. 불에 말리워야지 그러단 정말 감기 걸리겠소. 량부모가 다 앓는다고 우리 명진이가 걱정할수 있소. 자, 고집부리지 말구.》
《
《자, 어서! 동문 빨리 식사나 하오.》
《최남호동무! 그래 장령별을 떼우니 어드래?》
《?!…》
최남호는 송구스러워 어쩔바를 모르며 삭정이를 손에 든채 굳어지고말았다.
《하하하, 대좌시절을 다시 겪어보는것도 좋은 일이요. 대좌가 일을 하거든. 언젠가 우리가 당중앙위원회 책임일군들보고 군사훈련을 위해 다들 군복을 입고 나오되 생각껏 별들을 달고 나오라고 한적이 있었소. 책임일군들이 모인걸보니 저마끔이더군. 그들은 내가 대좌복을 입고 나타나자 황급히 달려가기에 그럼 모두 대좌별을 달고나오라고 했소. 그래 그날은 대좌부대의 훈련을 진행했지. 그날 보니 대좌들이 간단치 않았습니다!》
《
《결심이 좋긴 한데 그러단 내가 명진이나 그 집 따님한테 원망을 받을수 있소.
장령복을 입은 아버지는 그애들의 자랑이 아니겠소!》
《원 참, 거기선 벌써부터 쌍방훈련이 시작되였구만. 리평해사령관동무, 왜 내가 바람이 불어오는 이 벼랑쪽에 앉았는지 이젠 알겠소? 항간에서 연기가 쏠릴 때 뭐라드라? 허허허. 싸움도 요령이 있어야 해!…》
이윽고 야전승용차는 병사들이 복구한 북산강다리를 지나 비에 젖은 석비레길을 한참 달리였다.
갑자기 도로앞으로 진록색가마차들이 나타났다.
운전사는 길이 좁은것이 걱정되는지 련속 경적을 울렸다.
《가만, 운전사동무, 차를 멈추시오. 우리가 한옆으로 비켜나 차들이 지나가길 기다려야겠소.》
《
유진성이 조심스레 말씀을 올리자
《대장동무, 보오. 가마차들인걸 보니 병사들의 점심식사 같소. 병사들이 물속에서 고생했는데 밥이 늦어지면 되겠소? 국도 식을수 있고. 아무리
진록색가마차들은 기세있게 경적을 울리며 야전차곁을 질주해갔다. 취사복을 입은 식당근무성원들이 김이 문문 나는 가마차들에 걸터앉아 노래들을 불렀다.
유진성장령은 뿌잇한 눈으로 가마차의 행렬을 애정속에 바라보시는
(병사들, 노래를 부르고있는 병사들! 지금 이 시각 찬물에 강냉이 한이삭으로 끼니를 에우신 우리
아, 동지들을 위해 양보하시는 그 순간들이 다 모이면 몇천시간인가, 몇만날인가…)
《유진성동무, 뭘 혼자 중얼거리고있소?》
《아니, 아닙니다.》
《눈에 뭐가 들어간게 아니요? 참, 사람두…》
야전승용차는 이윽고 말쑥이 씻긴 길을 따라 힘차게 달려갔다.
분지를 벗어나자 수림 멀리 갈림길이 나지고 도로표식판이 보였다.
《
유진성장령이 조심스럽게 말씀을 올렸다.
《유대장동무, 그곳엔 후에 들리기요. 지금은 최전연초소의 병사들속으로 갑시다.》
《?!…》
야전승용차는 도로표식판을 지나 그냥 곧추 앞으로 질주하였다.
《허허, 유진성동무, 무슨 의견이 있는게 아니요?》
《아닙니다,
유진성대장은 어려움을 잊은듯 무랍없이 말씀을 올리며 곁에 앉은 일군들을 슬쩍 돌아보았다. 은근히 지원포를 기대하는 눈치였다.
《허허허, 약속이라? 내가 뭐라 약속했더라?》
《
유진성의 대답에
《그래그래! 현대무기!… 유진성대장동무, 아직도 모르겠소? 나의 〈현대무기〉는 우리 병사들이요! 우리 병사들! 그들은 원자탄보다 강하며 그 어떤 특수무기보다도 더 위력하오. 나는 병사들속에 있을 때가 제일 행복합니다. 마음이 든든하단 말입니다!》
《?!…》
유진성은 커다란 충격속에 정신이 번쩍 들고 눈앞이 확 열리는것같은 감을 받아안았다.
《가만, 유진성동무, 그 현대적인 무기보다도 내 생각엔 동무들이 일전에
《인공지구위성말입니까?》
유진성이 놀라 몸을 솟구었다.
《준비한것이 있지?》
《예, 해당부문 일군들과 과학자들이 만단의 준비를 갖추고있습니다. 그들은 이미 새로운 형의 최신식발사대까지 만들었습니다.》
유진성은 활기를 띠며 인공지구위성개발실태를 구체적으로 보고드리였다.
《그래 어느것을 띄웠으면 하오?》
《
유진성의 보고에
하늘이 약간 들린것 같다. 짙은 재빛으로 무겁게 드리워 한줄금 쏟아져내릴듯 싶던 구름장들이 바람에 정처없이 밀려가고 강철빛하늘은 점차 엷어지며 훤해져간다.
《X호라! 유진성대장동무! 그걸 쏴올리면 세계가 너무 소란해지지 않을가? 내가 분석해본데 의하면 세계는 인공지구위성발사분야에서 근 반세기가 흘렀지만 아직도 그 수준이 낮은 단계에서 어물거리고있소. 인공지구위성을 직접 쏴올리는 이른바 위성보유국들도 몇개나라밖에 되지 않거든. 사실 우리의 인공지구위성발사는 평화적목적을 지닌것이지만 세계군사전문가들의 견지에서 놓고본다면 대륙간탄도미싸일을 시험하는것이나 다름없소.
가만 있소! 아까도 말했지만 자칫하면 세계일류급공업국가들을 엄청난 재력을 소모하는 경쟁에 몰아갈수 있소. 미제국주의자들은 또 얼마나 떠들겠는가! 결국 인류는 예측할수 없는 재난과 불행을 당할수 있소. 혁명가들은 민족의 운명만이 아니라 세계인민들의 래일에 대해서도 책임져야 합니다.
경제통합으로 이제 겨우 미국과의 경쟁무대에 나선 유럽땅도 문제이지만 신흥세력인 아시아와 저 아프리카나라들이 걱정됩니다.
우리는 이 세계의 앞날과 인류의 운명에 대해서도 생각해야 하며 책임지는 립장에 서야 합니다.》
민족과 이 행성의 운명을 놓고 그토록 애정을 기울이시며 사색의 바다를 헤치시는
자기들이 눈앞에 들이닥친 군사적대결의 첨예성으로부터의 출로와 그 작전전술적대책에만 몰두할 때
이 행성은 이
유진성은 큰 숨을 내몰아쉬였다.
《대장동무!
그러지 말고 우리가 오래전부터 준비했다가
《
유진성이 큰 호흡으로 가슴을 들먹이며 흥분하여 대답을 올리였다.
《좋소! 그러되 우리 이번 기회에 위성보유국들과 군사대국이라고 자처하는 나라들의 현대군사과학기술의 발전수준들을 강평해봅시다. 인공지구위성을 발사한후 사흘쯤 지나 공식발표를 합시다. 어느 나라가 먼저 우리의 인공지구위성을 포착하나 한번 봅시다.》
《알았습니다,
유진성은 정중한 자세를 지으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하하하, 좋습니다. 이제야 대장동무의 눈에서 긴장이 풀리는것 같구만! 하지만 사실은 말이요. 우리의 진짜 〈현대무기〉도 〈인공지구위성〉도 내가 늘 혁명의 천하지대본으로 굳게 믿는 우리 병사들이요! 우리 혁명의 시작도 끝도 결국은 애오라지 병사들, 군인대중이라는걸 명심합시다!》
령장의 밝은 미소에 대지도 하늘도 금시 아침해살을 받은듯 눈부시게 빛나고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