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0 회)
제 3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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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를 마치신후에도
얼마전 최남호의 문제가 제기되였을 때만 하여도 그것이 혁명군대의 생명선인 군풍뿐아니라
무엇인가 더 뜨겁고 절절한 이야기를, 아니 더 준절하고 심각한 충고를 해주지 못한것같은 괴로움과 아쉬움이 드시였다.
우리 혁명가들에게 있어서 책벌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곧 사랑이며 생사를 나누는 혁명가들사이에만 줄수 있는 믿음인것이다.
동지를 떠나 우리의 존재가 무엇인가. 병사들ㅡ 그들은 우리의 선군동지들이다. 병사들에 대한 사랑과 믿음이 없다면 그런 지휘관은 백천이 있어도 소용이 없다.
어떻게 되여 최남호가 병사들을 외면하는 그런 행동을 하게 되였는가.
문득 70년대말의 추억이 떠오르시였다.
그때
부대직일관은 부대장이 새벽부터 관하대대로 떠났다는것을 알려왔다.
《부대장은 지휘관들과 함께 삭도위치를 정하려고 고지령마루에 올라갔습니다. 곧 직일관에게 알려 전화를 받도록 하겠습니다.》
《아니 됐소. 찾을 필요가 없소. 이젠 마음을 놓겠소.》
그 부대장이 바로 최남호였다.
병사들을 위한 일에 한몸 서슴없이 내대던 충실한 일군이였다.
그러한 최남호가 세월이 흐르고 직급이 오르면서 달라졌는가?
인간은 변할수 있다. 하지만 변하되 좋게 변해야 한다. 인간, 인간은 아름다운 존재이며 힘있는 존재이다. 이 철학을
변하되 좋게 변할것이다. 과오는 일시적인것이며 이번의 시련은 그를 더 억세게 일으켜세울것이다.
참다운 동지애의 세계에 들어선다는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것은 사상과 직결된 뜨거운 심장만이 하는 일이다.
책임부관의 뒤를 따라 당중앙위원회 문성태비서와 유진성대장과 인민군지휘성원들 그리고 최고인민회의 상설회의 책임일군인 안형범박사가 들어섰던것이다.
《그래 상설회의동무들은 또 일전의 그 문제를 제기하려고 왔습니까?》
《
벌써… 3년세월이 흐르지 않았습니까.》
안형범은 자리에서 일어나 두손을 앞에 모아잡았다. 오랜 학자태생의 관록있는 일군인 로인의 잔잔한 눈에는 안타까움과 기대가 절절히 실려있었다.
《3년이라…》
그 의미깊은 말이 불시에 집무실안에 무엇인가 류다르고 뜨거운것을 불러오는듯 싶다.
문성태비서가 눈길을 들었다.
《
우리 공화국의 조기붕괴설을 떠들던 서방도 이제는 그 경악을 경탄으로 바꾸었습니다.
올해 최고인민회의 대의원선거가 있는만큼 우리는
정치적으로 예리하고 로숙한 문성태비서의 분석에 끌려든듯 안형범도 다시 기대어린 시선을 들었다.
현대정치사는 물론 장구한 력사는 정권쟁탈을 놓고 피와 권모술수의 어지러운 흔적으로 얼룩져있다.
저 뾰뜨르대제와 예까쩨리나녀왕시대, 부르봉왕조와 더 멀리는 리챠드, 헨리, 알렉산더대왕, 중국의 진시황과 전국시대, 강희황제, 서태후, 우리 나라에서만도 김유신과 리성계, 연산군, 대원군과 민비… 쓰딸린의 서거후 베리야와 흐루쑈브의 수뇌쟁탈전은 또 얼마나 악명을 떨쳤던가. 그리고 현대의 살벌한 군사정변들…
《그래… 동무들의 의견은 무엇입니까?…》
《
안형범박사의 간절한 제의에
《문비서의 견해는 어떻습니까?》
《
유진성장령도 뜨거운 눈길을 들었다.
《
《동무들의 믿음은 고맙습니다. 하지만 혁명가에게 동지들의 믿음이면 다지 관직이 무슨 필요가 있습니까. 일찌기 항일혁명투사들이 저 백두광야에서 총을 잡고 싸울 때 우리
동무들, 나에게는 관직이 필요없습니다.
그저 인민의 지지가 있으면 됩니다!》
《
안형범의 격정에 넘친 목소리가 집무실을 울리였다.
《안선생, 우리가 이미전부터 생각해온것인데 이번에 최고인민회의에서 중대한 결정을 채택해야 할것같습니다.》
《예?!》
《이 땅에는
이번 최고인민회의에서는 사회주의조선의 시조이시며 건국의
《?!》
《그리고 국가주권을 대표할수 있는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를 내오고 선군정치의 요구에 맞게
일군들의 눈길이 격동으로 번쩍였다.
《총대가 모든것을 결정합니다. 지금 제국주의련합세력의 도전속에서 민족의 운명과 사회주의조국을 수호하려면 선군후로의 원칙에서 군사를 강화해야 합니다.
선군정치는 우리 혁명의 전략적로선입니다.
이 국가정치의 중대사를 이번에 법화하여야 합니다. 이것은 총대철학, 선군정치의 필연적산물입니다.》
문성태비서를 바라보는 안형범의 눈가에 감격의 눈물이 맺혀 파들거렸다.
《안선생, 이번 최고인민회의 대의원선거를 통하여 우리 인민들을 분발시킵시다. 마침 도당책임비서들을 불렀으니 그들의 의견을 들어봅시다.》
책임부관의 뒤를 따라 도당책임비서들이 집무실에 들어섰다.
《박영남책임비서동무, 아직도 인민들이 동무를 두고 모든 일에 구태의연하다고 합니까?》
얼굴이 확 붉어진 박영남이 느릿느릿 일어섰다. 곁에 앉은 강태혁이 그의 옆구리를 쿡 찔렀다.
얼마전 북부지구를 현지지도하실 때
박영남은 처음 주밋거렸으나 인차 씩씩한 자세로 말씀올렸다.
《
《그렇다? 앉아뭉개던 사람이 혁명적군인정신의 시대에 영웅적사나이로 되여가누만.
좋습니다. 그 이름처럼 멋진 사나이가 되여야 하오.》
《알았습니다.
박영남이 힘차게 대답올리자 일군들이 가볍게 폭소를 터뜨리였다.
《그래, 강태혁동무, 자강도는 어떻소?》
《
수십개의 중소형발전소가 새로 일떠서서 자체로 전기를 생산보장하고 공장들이 일시에 돌아갑니다. 이번에 성강과 김책제철소의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허우대가 큰 강태혁은 검은테안경을 번쩍이며 신명이 나서 이야기했다.
《자강땅이 그중 못사는 도였는데 이젠 마음이 놓이오. 정무원의 보고에서도 느꼈지만 우리 인민이 일떠선게 알립니다. 혁명적군인정신이 오늘의 강행군을 힘있게 떠밀고있습니다. 아주 좋은 일입니다.
동무들, 이제 우리는 공화국창건 50돐을 맞으며 최고인민회의 대의원선거를 진행하게 됩니다. 여기 상설회의 일군들도 와있는데 책임비서동무들, 다른 문제가 없겠습니까?…》
박영남책임비서가 다시 기세있게 일어섰다.
《
《좋소. 영남동무의 잡도리가 마음에 드오. 이런 땐 드살을 부릴만 하단말이요. 또?…》
이번엔 강태혁이 힘들게 일어났다.
《
《다른 도들도 사정이 같겠지요?…》
《?!…》
집무실안에는 갑자기 무거운 분위기가 떠돌았다.
도당책임비서들이 일시에 어깨를 낮추고 눈길들을 떨구었다.
문득
《내 동무들에게 한가지 사실을 이야기하렵니다.
언젠가 우리
지난 조국해방전쟁시기 일시적후퇴때 있은 일입니다. 전략적인 일시적후퇴가 시작되자 당시 내무성의 한 중좌가 다섯명의 죄수를 호송할 임무를 받고 서해기슭의 중부도시에서 출발했습니다. 국가와 사회앞에 엄중한 죄를 진 중범들이였습니다. 나라가 준엄한 시련을 겪는 때에 등뒤로 적들의 포성을 들으며 북으로 향한 류다른 대오였습니다. 폭격에 호송차가 불타고 일행은 부득불 산길을 타게 되였습니다. 그런데 그들은 대동강중류를 넘다가 또다시 적들의 폭격을 당했습니다. 호송군관인 중좌는 치명상을 입고 죄수 두명이 팔과 어깨를 상했습니다.
죄수들은 묵묵히 담가를 만들어 의식을 잃은 내무성군관을 싣고 그냥 북으로 향했습니다. 벌써 앞길 곳곳에 적들이 욱실거리는 엄혹한 정황이였습니다. 간고한 행군끝에 열흘후 다섯명의 죄수들은 아군전선에 도착했습니다.
온통 찢기고 터진 죄수복에 뼈만 앙상한 그들이 메고온 담가우의 호송군관은 이미 숨을 거둔 뒤였고 예심재판문건이 든 가방은 봉인한 그대로였습니다. …》
《?!…》
《
이게 평범한 길을 걷든, 곡절 많은 행로를 걷든
그들은 전선에서 잘 싸웠습니다. 자기를 믿어준 조국앞에 그들은 성실했습니다. 그들중 한명은 공화국영웅칭호까지 수여받았습니다.》
《?!…》
집무실에는 엄숙한 고요가 깃들었다.
갑자기 누군가의 흐느낌소리가 들리는바람에 일군들의 시선이 모아지였다.
박영남이 고개를 짓수그리고 어깨를 떨고있었다. 문성태비서가 그를 진정시켰다.
박영남은 눈물범벅이 된 얼굴을 들었다.
《
《알고있소. 그래서 내 동무들앞에 이 이야기를 꺼낸거요.
동무들, 나는
이제 선거공시가 나가면 집을 떠났던 사람들이 다 돌아올거요. 나는 그걸 확신합니다. 이번 선거를 통하여 우리 인민을 다시한번 분발시킵시다.
책임비서동무들, 사람들이 돌아오더라도 그들이 보고없이 살길을 찾아 타향을 헤매다 그 어떤 경계선을 넘었더라도 찾아오는 인민들을 조금도 문제시하면 안되겠소. 따뜻이 맞아주고 힘을 주어 안착시켜야 합니다. 시련은 있었지만 우리 인민은 때가 묻지 않았습니다.
나는 순결한 우리 인민을 믿습니다!》
《!…》
집무실에는 당장 터질것같은, 화산분출직전과도 같은 정적이 깃들었다.
안형범박사와 함께 유진성대장은 뜨거운것을 삼키며
당과 국가, 군대사업전반을 령도하시는
인민에 대한 사랑은 병사들에 대한 사랑과 같은것이였다. 그것은
이 동지적사랑과 선군의 믿음으로 인민을 대하시고 병사들을 위하시는
아마도 그 끝은 저 신비한 우주와 굳게 잇닿아있는지도 모른다.
(무한대! 반짝이는 별들의 흐름! 그 별들은 어느때든지 꺼지지 않을것이다.…)
유진성은 격동된 마음으로 시계를 들여다보았다.
벌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