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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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잠시후 어둠속에서 운전사의 모습이 다시금 나타났다. 두손에 샘물이 찰랑이는 물주전자와 고뿌를 들고 등성이를 숨차게 달려올라왔다.
《이리 주오.》
《차구만. 문성태동무, 속이 비였을 때엔 물로 허기를 면하는것도 괜찮소. 어서 한고뿌 쭉 마시오. 동무야 워낙 고질적인 위병쟁이가 아니요.》
《어떻게?》
《이 고난의 시기 저절로 뚝 떨어졌습니다. 지난 전쟁때에도 위병환자는 보구 죽자고 해도 없었다질 않습니까.》
조국해방전쟁시기 락동강도하전에서 치명상을 당한 문성태가 그때 네댓달 입원생활을 하며 얻어들은 소리를 하자
《하긴 그래, 그때도 간고했으니까. 돌멩이를 먹어도 새길만큼 배고픔을 겪을 때도 있었지. 밤중에 몇백리씩 행군을 하면서 잠을 자야 할 때도 있구.》
《어, 시원하군. 정신이 번쩍 드누만. 이젠 동무들도 마시오.》
물주전자와 고뿌를 문성태에게 넘겨주신
별빛 한점없는 캄캄한 밤이였지만 도로 건너로 철길이 지나가고 그 한끝에 한적하게 자리잡은 자그마한 간이역의 륜곽을 어슴푸레 가려보실수
있었다. 그 크지 않은 역사와 철뚝주변의 불과 몇채 되지 않는 인가들은 온통 짙은 어둠속에 잠겨있었다. 한참 자세히 여겨보신 후에야
《지난 전쟁때에도 적들은 제일 먼저 발전소들을 쳤지. 우리를 꺼꾸러뜨리려는 놈들의 야심은 지금도 변함이 없소.》
우리 조국은 지금 그때처럼 옹근 하나의 전쟁을 치르는것이나 다름없다.
어디서나 대규모공장들이 전력부족으로 멎어서고있지만 발전소들의 설비하나 변변히 보수할수 없어 우리 경제에 대한 심각한 우려를 자아낸다.
과연 이것을 수만톤 폭탄과 미싸일타격에 의한 피해상과 대비할수 있는가.
오늘의 고난은 그 간고성에 있어서 50년도의 전쟁을 훨씬 릉가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였다.
그러나 우리는 어떤 일이 있어도 분연히 일떠서 놈들의 검질긴 포위환을 기어이 뚫고나가야 한다.
전국을 휩쓴 이 숨막히는 암흑을 짓몰아버릴 돌파구를 열자, 공격의 돌파구를!…
그때면 오늘 밤 이 나지막한 언덕받이에 앉아 저 칠흙같은 어둠을 바라보며 맹물로 시장기를 면하던 일을 회상하면서 옛말을 하게 될것이다.
눈보라사납게 불어친 한겨울 돌덩이처럼 꽝꽝 언 줴기밥을 모닥불에 구워먹었던 일, 한절반 녹고 속은 언대로 있어 서걱서걱 소리가 나는 줴기밥을 씹어삼켰던 일도…
멀지 않아 그날이 반드시 오게 될것임을 믿어의심치 않으시면서
5
(1)
한밤중에 요란한 전화종소리가 울렸다.
방등불도 없는 컴컴한 방안의 침대우에 벌떡 일어나앉은 태혁은 원탁우의 송수화기를 얼른 당겨잡았다. 이틀동안 도안의 수해지역들에 나갔다와 두시간도 눈을 붙이지 못하고 선잠을 깬 그는 독감에 걸린 사람처럼 꽉 막혀버린 목안을 가다듬으면서 어험어험 헛기침을 했다. 송수화기에서 희천시당책임비서의 흥분한 목소리가 쩡쩡 귀청을 울리며 들려왔다.
《책임비서동지, 오늘 저녁
《뭐요? 그게 사실이요?》
태혁은 갑자기 큰 충격을 받고 숨이 막히였다. 수화기를 꽉 틀어잡은 그는
《사실이라니까요.…
《도대체 무슨 소릴 하구 있소!》
태혁은 저도모르게 주먹으로 원탁을 탕 쳤다.
《자강도에선 무역을 해야 먹고 살아갈수 있다시며 희천공작기계공장에 한 교대분의 전력을 보장해줄데 대한 은정어린 조치를 취해주셨습니다.》
태혁은 한동안 두눈에 눈물을 듬뿍 머금고 앉아있었다.
그의 손아귀에서 수화기가 저절로 맥없이 떨어져내리였다. 원탁에 데룽데룽 매달린채 흔들리는 수화기안에서 《책임비서동지… 책임비서동지!》 하고 다급히 웨치는 소리가 연방 들려왔다. 태혁이가 정신을 잃고 졸도한것 같아서 부르짖는 겁질린 소리였다. 태혁은 여전히 고개를 푹 떨구고 나무등걸처럼 숨기없이 멍하니 앉아있었다. 한참만에야 그는 《이렇게 오실줄이야 알았던가…》 하고는 수화기를 힘없이 집어놓았다.
장두칠의 비참한 희생과 거리에서 헤매는 방랑아들… 몇해만에 자강땅에 찾아오신
온밤 잠을 자지 못해 얼굴이 부어오른 태혁은 이튿날 아침 출근하자마자 희천공작기계공장에 전화를 걸었다.
그런데 뜻밖에도 지배인의 기쁨에 찬 목소리가 울려왔다.
《지배인이 전화를 받습니다.》
《여기 도당이요.》
《아, 책임비서동집니까. 그러지 않아도 제가 먼저 전화를 하려고 했는데 사람들이 연방 들이닥치는 바람에 깜박 잊었댔습니다. 정말 안됐습니다.》
《뭐 안될것 있소.》
태혁은 미안해하는 지배인의 마음을 꾹 눌러놓고 침착하게 말했다.
《예, 벌써
《됐소. 이젠 전천탄광문제만 해결하면 될것 같소. 우선 탄광에 들려 갱을 복구하기 위한 대책을 세우고 그리로 가겠소. 생산에 속히 착수하도록 힘써주시오.》
《알겠습니다.》
태혁은 수화기를 놓았다가 다시 들고 인풍려관의 《고아원》책임자를 자기 사무실로 불렀다.
《당장 아이들의 명단을 가지고오시오.》
그의 엄한 요구에 주눅이 들어버린 마흔댓난 젊은 녀인이 얼마후 사무실에 나타났다.
태혁은 녀인이 조심히 내미는 아이들의 명단을 받아들고 그를 쳐다보지 않으면서 물었다.
《지금 〈고아원〉아이들이 몇명이요?》
《152명입니다.》
얼마전만 해도 200명 가까이 되던 아이들이 어디로 갔는가? 명단의 여러곳에서 아이들의 이름을 벅벅 그어버린 자리들이 눈에 띄여 가뜩이나 화독처럼 달아오른 태혁의 울화를 돋구었다.
《이 아이들은 죽었소?》
《아닙니다. 〈고아원〉에서 배고프다고 도망쳤습니다.
두달전에는 한꺼번에 다섯명씩이나 없어졌습니다.》
(다섯명… 그러니 바로
《도망쳤다구? 그 말이 쉽게 나가오? 그애들이 동무의 자식이라면… 동무가 낳은 아이들이였다면!… 동문 정신나간 녀성처럼 울며불며 뛰여다니면서 기어이 아이들을 찾아왔을거요. 지금처럼 몰인정하게 아이들의 이름을 수월히 지워버릴수가 있었겠소? 말해보시오. 동무도 과연 모성애를 지닌 녀성이요?》
태혁의 불같은 추궁에 새파랗게 얼굴이 질린 녀인은 숨도 쉬는것 같지 않았다.
《엄중하오. 내가 고아들을 제 혈육처럼 아껴주라고 몇번이나 말했소?》
《고아원》책임자는 고개를 숙인채 나직이 흐느껴울기 시작했다. 엄하게 생긴 외형과는 달리 인정이 무른 태혁은 한참이나 거친 숨을 몰아쉬며 쓰린 마음을 묵새기다가 흐릿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제 곧 희천려관에 가서 그 아이들을 데려와야겠소. 동무가 이 명단에서 몰인정하게 지워버린 애들을 어느분이 찾아주셨는지 똑바로 알고오시오. 돌아오면 즉시 나한테 보고하오.》
녀인은 변변히 대답도 못하고 얼굴을 싸쥐며 방에서 달려나갔다. 태혁은 그를 바라보지 않았다. 《고아원》책임자가 밖으로 나간 후에야 태혁은 책상앞으로 돌아와앉아서 지끈거리는 이마에 손을 꾹 눌러짚었다.
지금 도안의 주민들에게는 하루 30g의 식량도 공급하지 못하지만 《고아원》에는 250g씩 어김없이 보장해준다. 그런데 배고파서 도망친다?…
아이들은 역시 아이들이다. 그렇다고 예닐곱살난 철부지들을 탓할수야 없지 않는가? 문건을 보니 제부모의 생사여부조차 알지 못하는 아이들이 태반이였다. 이제 고난의 행군이 끝나고 우리 인민이 잘살게 될 그날에도 이애들은 여전히 고아로 남을것인가. 그 일을 생각하면 눈물이 났다. 아이들의 이름을 자기의 사업수첩에 한명한명 큼직하게 옮겨적다가 도행정위원회 장관우 부위원장이 급히 들어와 숨넘어가는 소리를 하는 바람에 펜을 멈추었다.
《책임비서동무, 어제
《지난밤 희천시당에서 련락을 받았소. 내가 일을 쓰게 못해
《그만 진정하십시오.
장관우가 코멘 소리를 하고나서 무거운 한숨을 몰아쉬였다.
《그렇지만
태혁의 성칼진 말에 담겨있는 심각한 의미를 깨닫고 장관우도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보름전이였다. 전천탄광 지배인한테서는 탄광의 기본갱인 《20주년갱》에 물목이 터져 채탄장들이 몽땅 침수될 위험에 직면했다는 비상통보가 날아왔다. 최근 전력의 초긴장성때문에 전천탄광의 생산량이 급강하하여 거기에 명줄을 걸고있는 도내 800여개 지방산업 공장들이 숨죽어버리는데다 엎친데덮친 격으로 기본갱을 페갱할 형편에 처해있다니 앞이 막막했다. 태혁은 즉시 도당비상회의를 소집하고 선전부 일군들을 현지에 내려보냈다.
지금 탄광에서는 총력량을 동원하여 기본갱에 잠겨있는 물을 퍼내고 한편으로는 도청년동맹산하의 천여명 돌격대원들이 벌떼처럼 새까맣게 달라붙어 탄광의 버럭산에서 《수집탄》을 채취하기 위한 전투를 맹렬히 벌리고있다. 이전에 선별기가 온전치 못해 아깝게 버럭더미속에 묻혔던 석탄을 하루 2백t씩 채취한다니 모두들 무척 힘에 겨울것이였다. 이럴 때면 태혁은 오금이 쏴서 도무지 자기 사무실에 붙박혀있지 못한다. 다년간 정무원의 주요직책에서 사업한 경험이 있는 태혁은 당일군인 동시에 철저한 경제실무가였다.
그가 예상치 않았던 복잡한 일들에 들볶이다가 밤 10시가 지나 구봉령을 넘어 전천으로 찾아갈 때였다. 태혁의 옆에 제빠듬히 앉아서 꾸벅꾸벅 졸던 장관우가 넌지시 귀띔했다.
《책임비서동무, 이왕이면 희천기관차대 수출전용견인기수리정형도 알아보지 않겠습니까?》
《옳소. 당장 공작기계가 생산돼나오겠는데 수출전용견인기수리작업을 다그쳐야겠소. 전천탄광에는 돌아오는 길에 들립시다.》
태혁은 어지간히 피로를 느끼며 의자에 몸을 지그시 기대였으나 목전의 긴박한 일때문에 도무지 마음이 진정되지 않았다.
이미 고난의 행군초기에
《부위원장동무, 눈을 좀 붙이오. 희천에 도착하면 잠잘 시간이 없소.》
《저야 뭘…》
장관우가 무겁게 드리운 눈덕을 치뜨며 심드렁히 대답했다.
태혁이 매사에 심중하고 주도세밀한 반면에 장관우는 데설궂은 성미때문에 사업에서 빈구석을 드러내군 하는 일군이였다. 이러나 저러나 과격하고 꼼꼼치 못한 약점이 있지만 태혁에게는 이 내밀성있는 장관우만큼 미더운 일군이 없다. 다혈질의 불깃한 얼굴에 볼살이 약간 처진 장관우는 거의 무표정했다.
그의 무릎우에 놓인 큼직한 손에는 니켈도금한 손전지가 쥐여있었다.
태혁은 그 낯익은 손전지에 시선을 던졌다. 요즘도 장관우는 퇴근길에 나서면 저 손전지를 켜들고 강계시안의 골목길을 샅샅이 훑으며 방랑아들을 찾아다니느라 늘쌍 늦게야 집으로 돌아간다. 벌써 일년 남짓이 몸에 쩌들어배인 그 《야간순찰》이 손전지를 애용물로 만들어버려 장관우는 멀쩡한 대낮에도 습관처럼 들고다닐 때가 많다. 누가 뭐라고 시까스르면 《동문 몰라서 그래. 내 눈엔 좀체로 띄지 않는 방랑아들이 도당책임비서한텐 왜 그렇게도 잘 걸려드는지 귀신이 곡할 노릇이란 말요.》 하고 빙긋이 웃군 한다.
그들이 희천에 당도했을 때는 새벽 3시경이였다. 희천시는 깊은 고요속에 잠겨있었다. 밤하늘에서 드문드문 싸락별들만이 희미하게 반짝였다.
태혁은 전후에 바로 여기 희천공작기계공장에서 현장기사로 일했다. 그때 몸집이 다부진 장관우가 단조장의 공기함마앞에서 시뻘건 쇠덩이를 이리저리 굴리느라 땀을 뻘뻘 흘리던 모습이 눈에 선했다. 태혁은 그후 여러해동안 장관우와 헤여져 지내였다. 그러다가 정무원에서 사업할 때 젊은 단조작업반장이 자강도 림업총국 국장으로 승급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장관우가 평양으로 출장을 올 때면 그와 마주앉아 인생회포를 나누군 했다. 결국 그들은 오늘 잊을수 없는 추억이 깃들어있는 정든 고장으로 함께 찾아온셈이였다.
《책임비서동무, 이거 반지빠르게 왔군요. 지금은 기관차대에 가보나마나 합니다. 그 동무들도 잠을 자야 일하지요.》
장관우가 잠기어린 부석부석한 눈을 끔벅거리였다.
《아니요. 가봅시다.》
지금은 수출전용견인기의 제작만큼 긴급한 일이 없다. 이악쟁이 혜경이가 이밤도 안타까와 콩당콩당 뛰며 현장에서 꼬박 새울런지 모른다. 그들은 희천역에 당도하자 승용차에서 내려 역구내로 들어섰다. 저쪽 어둠속에서 새벽정적을 깨뜨리며 망치질하는 소리가 쾅쾅 울려왔다. 전기기관차수리현장이였다.
《저것 보오.》
한발 앞서 철길을 가로지르며 급히 걸어가던 태혁은 잠시후 발길을 멈추었다. 누군가 전기기관차밑의 가마니짝우에 누워서 쇠판을 두드려대다가 인기척을 느꼈는지 꽥 소리를 쳤다.
《여! 혜경동무, 고집부리지 말구 좀 들어가 눈을 붙이오. 괜히 골병 만나면 누굴 혼내울테요? 동문 똑똑한것 같은데 막혔어. 제몸 건사야 제가 해야지. 뭣때문에 만날 잔소릴 하게 만드오. 허참…》
그는 저혼자 게두덜거리다말고 목을 뽑아들며 《왜 말이 없소. 이거 귀먹쟁이가 됐나보군.》 하고 노죽을 부렸다.
태혁은 그제야 가까이 다가서며 말을 건늬였다.
《동무 수고하오.》
《엉? 동문 누구요?》
《나 도당책임비서요.》
《예- 에?》
목소리의 임자가 기겁하여 전기기관차밑에서 벌렁벌렁 기여나왔다. 서른댓 돼보이는 담차게 생긴 젊은이였다. 철도제복의 목깃단추를 반쯤 열어제낀 그의 앙바틈한 몸에서는 기름냄새가 물씬 풍겨왔다.
《몰라봐서 미안합니다.》
청년은 너무 헤덤볐다치는 바람에 비뚤어진 모자를 바로 쓰며 멋적게 인사를 했다.
《미안하긴. 난 동무의 말을 듣고 많은걸 알게 되였는데… 동문 여기서 무슨 일을 하오?》
《기관차대 수리작업반장입니다.》
《마침 만났구만, 일이 잘돼가오?》
《예. 혜경동무가 다몰아대는 바람에 우린 뽕빠지는줄 모르고 뜁니다.》
태혁은 수리반장의 걸죽한 말에 빙긋이 웃었다.
《혜경동무가 작업반장도 막 쥐구 흔드는게로군.》
《그런게 아니구 혜경동무가 하도 열성이여서 우린 굴레씌운 황소처럼 끄는대로 따라갑니다. 정말 그 동무같은 이악쟁인 보다 처음입니다.》
태혁은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도 그는 이따금 혜경을 바라보며 어디서 저런 보배덩이가 굴러왔을가 하고 생각할 때가 많다.
혜경은 1991년 9월 자강도를 찾아오신
혜경은 자기의 금새가 한창 그렇게 물망에 오르던참에 영광스럽게도 사적관에 찾아오신
수리반장은 한바탕 혜경에 대한 자랑을 터뜨려놓고나서도 성차지 않은 모양 무슨 말인가 더 하려고 태혁을 쳐다보며 비위좋게 물었다.
《이야기를 마저 하랍니까?》
《어서 하오.》
태혁이도 혜경에 대한 말이면 좀더 듣고싶은 마음이 없지 않았다.
《고맙습니다. 혜경동문 우리 수리작업반원들앞에 나타나자 이렇게 선동했습니다. 이 수출전용견인기가 오늘의 고난의 행군시기 자강도인민들을 먹여살리는 사막의 오아시스와 같다면서 보름동안에 무조건 살려내자구 말했습니다. 처음엔 다들 입을 딱 벌렸지요. 그러자 혜경동문 사처에서 굶주림에 쓰러지는 사람들을 보지 못하는가며 눈물을 주르르 흘렸습니다. 우린 꿀먹은 벙어리처럼 버벙해앉았다가 자리를 털고일어나 견인기수리현장으로 나갔습니다. 그날부터 꼬박 밤을 새며 죽을내기로 전투를 벌렸습니다. 사날전에 견인기를 거의다 수리해놨는데 제동장치가 낡아서 골치를 앓았지요. 우리한테 예비품만 있다면야 무슨 걱정이였겠습니까. 분명 개천철도국에 있을게 뻔한데 전화로 알아보니 없다고 깍쟁이를 부리며 딱 잘랐습니다. 그러는걸 혜경동무가 그날 밤중으로 개천철도국에 찾아가 낯도 코도 모르는 구두쇠창고장을 구슬리며 담배 술을 고이느라 제 주머니를 말짱 털면서 뽑아왔습니다. 모두들 코마루가 찡해졌지오다.》
태혁이도 눈굽이 시큰해나는것을 참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언제면 견인기가 뛸수 있소?》
《오늘 12시쯤 시운전을 하겠습니다.》
《수고했소. 정말 수고했소.》
태혁은 반가운김에 수리반장의 시커먼 손을 힘껏 잡아주고 휑뎅그렁한 역구내를 둘러보았다.
《혜경동문 어디로 갔소?》
《글쎄 잠간 갔다 온다구 했는데… 제가 가서 찾아오겠습니다.》
(다음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