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41 회)
마감이야기
그로부터 1년이 지난 후 감빛노을이 강산을 물들이는 저녁이였다.
저 멀리 전선쪽에서 달려오던 여러대의 야전승용차들이 배등령 굽이굽이를 달리다가 령마루에서 멈춰섰다. 선두차에서
이윽고
《동무들은 최근에 나와 함께 자주 이 령을 넘군 하였는데 뭘 느낀게 없습니까?》
총참모부의 장령이
《
《저기 등판을 중심으로 펼쳐진 방목지의 전경이 얼마나 멋있습니까.
나는 이곳을 지날 때면 늘 마음이 즐거워지군 합니다. 마을로부터 저 넓은 등판이 하루가 다르게 변모되는것이 알리는데 대단히 수준이 높고 특색있게 꾸려졌습니다. 저기 기운차게 돌아가는 풍력발전기도 그렇고 매 건물들이 방목지의 자연지리적조건에 맞게 잘 배치되였습니다. 마을을 꾸린것 역시 여느 고장들과는 근본적인 차이가 있습니다.》
《동무들, 저 마을 복판에 덩실하게 추녀를 쳐든 건물을 좀 보시오.
나는 지금까지 많은 곳을 다녀보았지만 체육관이 있는 농장은 처음 봅니다. 그리고 저 구릉다리가 있는 계단식발전소 아래쪽에 자리잡은 조선식건물에는 방금 올라오면서 보니 〈농민휴양소〉라는 간판이 붙어있었습니다.》
《저 농장에 참된 주인들이 있는것 같습니다. 무엇을 하나 해도 특색있게 하려고 애쓴것이 알립니다.》
《
좀전에
《그러니 청년들이 저렇게 꾸렸단 말이지?…》
《그렇습니다,
《그러니 사람들의 눈에 뜨이지 않는 골짜기들에까지 구슬땀을 바쳐가고있구만. … 어머니조국에 소홀히 대할 땅이 단 한치도 없다는 투철한 조국애, 향토애를 지닌 우리 시대 청년들만이 할수 있는 기특한 일입니다. 대단합니다. 훌륭합니다. 그들은 다 애국자들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이렇게 말하고싶습니다. 〈고향을 사랑하라! 조국을 사랑하고 시대를 사랑하려거든 고향을 사랑하라!〉, 이런 면에서 볼 때 여기 풍덕땅 청년들은 전국의 모범이라고 할수 있습니다. 이곳 청년들에게 나의 인사를 전해주시오. 내가 매우 만족해했다고, 그들과 같은 훌륭한 청년들을 가지고있는것은 우리 조국의 큰 자랑이라고 말이요.》
《난 그들이 이룩해놓은 창조물도 훌륭하게 생각하지만 고향을 사랑하고 빛내이려는 소중한 그 마음을 더 귀중히 여깁니다. 선군시대청년이라면 누구나 자기가 태여난 고향을 끝없이 사랑하고 빛내일줄 알아야 합니다. 풍덕의 청년들에게 내 언제든지 꼭 찾아가보겠다고 전해주시오.》
이윽고
마침 청년염소반에 3대혁명붉은기를 수여하는 모임이 진행되고있었다.
회의장은 폭풍같은 만세소리로 진동했다.
아버지
(아버지
순미는 하염없이 흘러내리는 눈물을 걷잡지 못하며 마음속 맹세를 다지고 또 다졌다.
조국에 대한 사랑을 간직한 이 땅의 참된 주인, 애국자들! 얼마나 크나큰 사랑과 믿음인가. 새롭게 일떠선 창조물과 변모된 산촌을 보시면 그것을 이룩해놓은 주인공들의 깨끗한 마음과 지향을 먼저 헤아리시고 높이 평가해주시는
토끼작업반 청년들속에 앉은 리경심은 청년염소반원들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순미가 옳았어. 고향은 결코 그 누구의 명예를 위한 터전이 아니라 사심없이 가꾸고 빛내여야 할 삶의 보금자리, 내 조국의 귀중한 향토가 아닌가!)
따사로운
수여식이 끝나자 회관을 나선 청년염소반원들은 약속이라도 한듯 배등령마루가 바라보이는 덕을 향해 달려올라갔다. 울긋불긋 단풍든 들판과 산발들이 그들의 기쁨을 축복하듯 세차게 설레인다. 바람결에 빨갛고 노란 잎사귀들이 현대적인 염소방목기지로 전변된 풍덕등판에 꽃보라처럼 흩날렸다.
《분조장동지, 흥덕이한테 훈장자랑을 해야지요?》
리경칠이 신종선을 향해 소리치자 김태식이 그의 옷자락을 끄당긴다.
《경칠이, 우린 다 총각이기때문에 분조장동무의 심정을 잘 몰라. 흥덕이 할머니가 벌써 애를 업고 올라와 기다릴걸. 흥덕이한테 당장 급한건 젖이란 말이야.》
신종선은 올해 정초에 태여난 아들의 이름을 흥덕이라고 지었다. 앞으로 풍덕등판에 꾸려진 염소방목기지가 흥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그렇게 지은것이였다.
경칠은 태식이의 말이 뭐가 우스운지 자꾸만 키득거렸다.
《여 경칠이, 왜 웃는거야?》
《태식동무, 말이야 바른대루 이젠 총각행셀 다했지 뭘 그래요.》
《그건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야?》
태식은 얼떠름한 표정으로 경칠을 바라보았다.
《그걸 나한테 물으면 어떻게 해요. 옥련동무한테 물어봐야지.》
《어마나, 저 동무가?…》
순미와 나란히 걷던 옥련이가 비명을 내지르며 얼굴을 붉혔다. 그 모양이 재미나는듯 리경칠은 여전히 키득거리며 뺑소니쳤다.
《야 경칠이, 너 혼나보겠니?》
태식이 주먹을 흔들며 으름장을 놓았다. 모두가 흥겹게 웃었다. 기쁨과 행복으로 한껏 충만된 밝고 명랑한 웃음소리였다.
드디여 덕에 오른 순미는 후더운 눈길로 반원들을 둘러보며 말했다.
《동무들, 우리모두 성과에 자만하지 말고 더 높이, 더 빨리 달리자요. 우리에겐 아직 할일이 많아요.》
《반장동지, 그저 명령만 하십시오. 그럼 우리가 다 해낼테니.》
이번에도 리경칠이 우뚝 나서며 주먹을 휘둘러댔으나 누구도 웃지 않았다. 그의 말은 작업반원모두의 심정을 대변한것이였다.
순미는 배등령 굽이굽이를 더듬어보며 마음속으로 절절히 웨쳤다.
(아버지
어느덧 뜨거운 눈물이 처녀의 두볼을 적시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