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4 회)

제 5 장

3

 

라순미는 며칠째 안홍진이한테서 소식이 오기를 기다리고있었다. 콤퓨터조종실 내부공사를 본격적으로 내밀자면 그의 방조를 받아야 했다. 풍력발전기를 해결하는 일도 수월치는 않을것이다. 하루이틀에 될일이 아닌만큼 시일이 걸려야 했으나 그 일이 궁금했고 무척 기다려지는것을 어쩔수 없었다. 홍진이 발전기때문에 떠날무렵 농업대학에서는 그에게 한번 올라오라는 련락이 왔었다. 그래서인지 일부 사람들은 그가 곧장 대학으로 가면 아마 풍덕땅에 다시 오지 않을수도 있다는 소리를 했다. 하지만 순미는 그렇게 생각하고싶지 않았다. 그는 꼭 돌아올것이라고 믿었다.

아침일찍 순미는 관리위원회에 들렸다. 전화로라도 홍진을 찾아보고싶어서였다. 종합사무실에 들어선 그는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송수화기를 들었다.

순미는 홍진이 가있으리라고 짐작되는 ××기계공장 전화번호를 눌렀다. 마침 공장당위원회와 련결이 되였다. 전화를 받는 사람은 당부원이였는데 순미는 될수록 짧게 사연을 설명했다.

《그런 청년이 왔댔습니다. 지배인, 당비서동지들을 만나보고는 인차 떠나갔습니다.》

《그렇습니까? 알겠습니다.》

순미는 송수화기를 놓았다.

지금쯤 어데 가있을가. 풍력발전기를 해결하는 문제가 잘 진척되지 않는 모양이였다. 착잡한 심정을 누르지 못한채 밖으로 나오는데 리당사무실 앞마당에 서있던 박성복이 순미를 띄여보고 손짓했다.

《반장동무, 무슨 일로 아침일찍 내려왔소? 앓는 동무들은 없소?》

순미는 선뜻 사연을 입에 올릴수가 없었다. 비서동진 홍진동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실가?…

그의 이런 심정을 건너짚었는지 박성복이 물었다.

《반장동문 혹시 홍진동무한테서 소식이 없어서 안타까와하는게 아니요?》

순미는 그앞에 솔직한 심정을 터놓았다. 안홍진이 아주 오지 않을수도 있다는 말에 은근히 마음을 쓴 일이며 오늘 아침 그의 행처를 찾아 전화를 한 일까지 다 이야기했다. 그 이야기속에는 홍진의 아버지에 대해 품고있는 어머니의 해묵은 감정이며 그에 대한 자기의 립장까지 포함되여있었다.

박성복은 순미의 말에 공감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홍진동무는 풍덕땅을 위해 많은 일을 한 다음 사람들에게 정식으로 인사를 하려고 했소. 그런데 죄다 공개된셈이구만. 난 반장동무의 심정도 그리고 어머니의 심정도 다 리해하오. …

오늘의 투쟁에서 청년들이 지난날 부모들이 투쟁한 일들을 잊지 않는것이 아주 중요하오.》

순미는 리당비서가 고마왔다. 역시 그는 사람들의 마음을 들여다볼줄 알았고 원칙적인 립장에서 편견없이 사람들을 대해주었다. 지금도 그는 순미에게 참으로 힘이 되고 고무가 될 말을 해주고있었다.

《반장동문 지금도 홍진동무를 믿고있겠지?… 그렇게 한번 믿었으면 끝까지 믿어야 하는거요. 더우기 홍진동무는 아버지의 고향을 꽃피우겠다고 자진해서 우리 풍덕땅에 현실체험을 온 동무가 아니요.》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반장동무, 홍진동무는 꼭 올거요. 그렇게 믿고 대담하고 통이 크게 일을 밀고나가야 하오.》

《알겠습니다, 비서동지!》

두사람의 이야기는 갑자기 관리위원회 앞마당으로 한대의 소형뻐스와 대형뻐스가 들어서는 바람에 중단되였다.

소형뻐스에서 뜻밖에도 나이지숙한 군당책임비서가 내렸다. 박성복이 급히 마중했다.

《리당비서동무, 우리 함께 청년염소반 건설장으로 올라갑시다. 배등령에서 내려다보니 대단하더구만. 이제 그곳에서 빠다요, 치즈요, 젖가공품이 쏟아져나와 군안의 인민들이 큰 덕을 볼텐데 세멘트나 좀 보장해주었다고 해서 팔짱이나 끼고있어서야 되겠소?》

책임비서는 걸걸한 목소리로 말하며 큰 웃음을 터쳤다.

《그래서 군당과 군인민위원회 일군들의 금요로동을 여기 염소작업반에서 하기로 토론하였소.》

《책임비서동지, 고맙습니다. 바로 이 동무가 청년염소반장 라순미동뭅니다.》

박성복이 뒤켠에 서있는 순미를 책임비서앞에 내세워주었다.

《반장동무, 반갑소. 이렇게 자그마한 처녀가 저 넓은 등판을 훌 뒤집어놓았단 말이요? 하하하… 대단하오, 대단해.》

책임비서는 순미의 등을 두드려주며 대견한 눈길로 바라보았다.

《얼마나 수고가 많소. 언제부터 와보고싶었는데 그저 일이 바쁘다는 생각만 하다나니 이제야 왔소. 용서하오. 자, 반장동무, 군당과 군인민위원회를 비롯한 여러 기관들에서 동무네가 새집들이를 했다는걸 알고 많은 문화용품과 생활용품들을 보내왔소.》

새파란 하늘색띠를 두른 뻐스안에는 텔레비죤수상기며 여러대의 콤퓨터, 손풍금, 록음기, 록화기, 랭동기, 담요 지어 전기밥가마까지 가득 실려있었다.

《반장동무, 빨리 뻐스에 오르오. 주인이 길안내를 해야지.》

라순미는 선뜻 오르지 못했다. 그저 감사의 눈물만 솟구칠뿐이였다.

《반장동무, 그만 진정하오.》

책임비서도 목이 멘 소리로 말하더니 순미의 손을 잡고 뻐스에 올랐다. 순미의 안내를 받으며 덕으로 오르는 일군들은 방목지의 변모된 풍경에 여간만 감탄하지 않았다.

온 방목덕이 명절처럼 들끓었다. 두대의 뻐스에 실어온 갖가지 문화용품, 생활용품들이 새로 꾸린 합숙방들에 들어가고 후방물자들이 창고에 차곡차곡 쌓였다.

책임비서는 림송심을 만나 딸을 잘 키웠다고 하면서 순미와 같은 청년들이 있어 풍덕땅은 앞으로 나날이 아름다와지고 살기 좋은 고장으로 될것이라고 힘과 고무를 주었다.

그는 염소반 반원들이 모두 모인 앞에서 최근 위대한 장군님께서 삼포군을 비롯한 산골군들에서 풀먹는 집짐승기르기를 본때있게 내밀데 대한 귀중한 가르치심을 주신데 대해 격정에 넘쳐 말하였다.

위대한 장군님께서는 바로 얼마전에 또다시 우리 삼포군은 풀먹는 집짐승기르기를 잘할수 있는 유리한 조건을 가지고있다고 하시면서 이 사업을 잘하여 인민들이 실지 덕을 보게 해야 한다고 간곡히 말씀하시였습니다. 그러시면서 염소를 기르는것이 제일이며 염소마리수를 적극 늘여야 한다고 가르치시였습니다.

풍덕청년염소반에서 성과에 만족하지 않고 전국의 모범단위들보다 더 높은 수준에서 작업반을 꾸리고 염소생산기지를 건설하고있는것은 선군시대 청년들의 지향과 포부가 얼마나 큰가를 보여주는 동시에 어버이장군님의 말씀을 관철하는데서 선봉대, 돌격대의 본분을 다 하고있는 산모범으로 된다고 봅니다.

우리모두 장군님의 믿음과 기대에 보답하기 위해 더 높이, 더 빨리 달립시다.》

순미는 책임비서의 이야기를 감동속에 들으면서 염소생산기지건설을 어떻게하나 앞당겨 끝낼 결심을 새롭게 다지였다. 그래야 본보기를 창조하고 그것을 일반화시켜 고향땅전체를 변모시킬것이 아닌가.

아버지장군님께서 삼포군에 귀중한 가르치심을 주신것은 라순미 자기에게 직접 주신 전투임무나 다름이 없었다.

(아버지장군님! 고맙습니다. 우리 인민들을 더 잘살게 하시려고 그토록 마음쓰시는 장군님의 높은 뜻을 우리 청년들이 끝까지 받들어나가겠습니다. )

일군들에게 작업분담을 하고 염소우리 내부공사장에서 미장칼을 잡은 순미는 하루의 시간이 어떻게 흘러갔는지 몰랐다. 그는 마음속으로 뜨거운것을 삼키며 장군님의 환하신 영상을 그려보았고 심장으로 그리움의 노래를 불렀다.

일군들이 돌아가고 저녁시간이 되자 새 텔레비죤을 보았다.

마침 저녁보도시간이였다.

화면에는 위대한 장군님께서 어느 한 인민군부대를 현지시찰하시는 자애로운 영상이 모셔졌다.

청년반원들은 열광적으로 박수를 치며 장군님의 모습을 우러렀다.

(장군님께서는 오늘도 인민군부대를 시찰하시였구나. 혹시 우리 고향을 지나 최전연으로 나가신것은 아닐가?…)

순미는 보도가 끝나자 오늘 저녁은 야간작업전에 작업반적인 합창을 하고 전투에 진입하자는것을 호소했다.

능금골 방목공들까지 모두 내려와 작업반 분위기는 류달리 흥성거렸다.

합창곡목은 《어디에 계십니까 그리운 장군님》이였다.

대렬앞에 나선 신종선이 선창을 떼며 지휘를 하였다.

 

               북두칠성 저 멀리 별은 밝은데

               아버지장군님은 어데 계실가

               창문가에 불밝은 최고사령부

               장군님 계신 곳은 그 어데일가

              

 

그들이 부르는 그리움의 노래는 저 멀리 최전연으로 오래도록 메아리쳐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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