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5 회)
제 4 장
3
탁상등은 수많은 점과 선들이 련결된 도면을 밝게 비치고있었다.
안홍진은 그동안 대학들과 연구소, 설계사업소, 정보쎈터들을 찾아다니며 권위있는 학자, 연구사, 설계원들과 콤퓨터조종실설계안을 놓고 진지하게 토론하였다. 도면은 하루하루 완성되여갔다. 이제는 작업반지령실을 축으로 젖가공실, 먹이가공실, 단백먹이배양실, 호동안에서의 사양관리, 염소방목을 콤퓨터조종으로 할수 있는 전망이 내다보였다.
그는 지금 설계를 다시한번 검토해보는중이였다. 흠잡을데 없는 설계라고 할수 있었다. 하지만 설계는 모든것의 시작에 지나지 않는다. 이제 그것을 실현하자면 얼마나 많은 노력과 탐구, 첨단과학기술의 힘이 안받침되여야 할것인가. 그렇다고 주저하거나 포기할수는 없었다. 설계안을 락착지을 때 방목지에 대한 콤퓨터화에 대해 순미는 얼마나 기뻐하였던가. 풍덕등판에 단순히 염소우리호동들이나 새로 짓자는것이 아니라 현대적인 염소방목기지를 일떠세우자는것이 그의 리상이고 목표였다. 그는 또 뭐라고 했던가.
《우리도 아버지
그리움에 젖은 절절한 목소리가 귀전을 울리는것만 같다. 그의 걸음걸음과 사색, 실천의 시작은 오로지 깨끗하고 아름다운 그 심정에 있었다.
안홍진은 순미는 기어이 자기의 리상을 실현하고야말 이악하고 완강한 처녀임을 확신하고있었다.
그런 처녀와 함께라면 무엇인들 못해내겠는가. 그것은 젊은 넋에 찾아온 열렬한 갈망이기도 했다. 두줄기의 강물이 합쳐지면 더 줄기차게 흐를것이고 그러면 소원의 기슭에 한시바삐 가닿게 될것이다.
어제 밤에는 참으로 희한한 꿈까지 꾸었었다. 꿈이 아니라 그대로 생시처럼 여겨졌다.
한대의 신형뽀트우에 한쌍의 청춘남녀가 타고있었다. 그들은 다름아닌 흰 반소매샤쯔에 곤색바지를 입은 안홍진과 연분홍치마저고리를 입은 라순미였다. 기세차게 흰갈기를 날리며 달리는 뽀트우에서 청춘남녀는 랑만에 넘쳐 활짝 웃고있었다.
《우리 함께 손잡고 무한히 아름다운 이 땅의 미래를 창조합시다. 두려울게 뭐요? 우리앞에 저처럼 거대한 〈백두산〉호가 눈부신 빛을 뿌리며 나가고있지 않소. 저 신비한 군함을 따르는 길에서 나는 배의 선장이 되겠소.》
《그럼 전 배를 따라 끝없이 날으는 갈매기가 되겠어요.》
《아니, 난 동무를 절대로 내려놓지 않겠소. 동문 기관장이 되는게 어때?》
《뽀트에 무슨 기관장이 있는가요?》
그들 둘은 마주보며 행복한 웃음을 지었다. 꿈이란 정말… 안홍진은 꿈이 신기하게만 여겨졌다. 풍덕땅을 떠나올 때 따라서며 순미가 안겨준 산나물의 향기때문이였을가.
순미는 소포꾸레미처럼 맵시있게 포장한 그리 크지 않은 보퉁이를 그에게 주었었다. 풍덕땅의 산나물인데 작업반처녀들이 짬짬이 뜯어 말리운것이라고, 많지 않지만 부모님들한테 풍덕땅의 향기를 안겨드리라고…
(혹시 아버지의 고향이 풍덕이라는걸 알고있는것이 아닐가?…)
안홍진은 머리를 들었다. 날이 밝아오고있었다. 밝아오는 려명빛에 웃음짓는 처녀 라순미의 모습이 실물처럼 확 안겨들었다.
그는 뜨거운 입김을 내불며 도면에 설계연필을 놀렸다. 재빠른 소묘로 풍덕땅이 그려졌다. 희한하게 변모된 땅이였다. 그앞에 웃음짓는 처녀의 모습이 생동하게 재현되였다. 포근한 손길이 어깨에 와닿는 감촉이 느껴졌다. 어머니였다. 아들의 어깨너머로 다 보았는지 이렇게 묻는다.
《그 처녀냐?》
《예?》
《네가 편지에 이야기한 처녀반장 말이다.》
홍진은 말없이 웃기만 했다. 그 처녀는 풍덕땅의 훌륭한 처녀이라고, 그를 생각하면 풍덕땅이 떠오르고 풍덕땅을 생각하면 그 처녀가 떠오른다는 말을 하고싶었다. 어머니는 아들의 그 심정을 들여다본듯 했다.
《그런 처녀라면 심장의 속삭임을 나누어볼만 하지 않느냐? 총각으로서…》
홍진은 빙긋이 웃었다.
《그건 사실이예요. 하지만 왜 그런지 두렵군요.》
《아이구, 제대군인답지 않구나. 훌륭한 처녀라면 쟁취할줄 아는게 총각이지. 항차 너야 그 땅에서 현실체험을 하지 않느냐. 풍덕산골에 그런 훌륭한 처녀가 있었구나.》
《어머니, 그건 우리가 사는 이 땅이 아름답고 비옥하기때문이 아닐가요?》
《네 말이 옳다.》
어머니는 아들의 말을 긍정했다.
홍진은 의자에서 몸을 일으켰다. 벌써 창밖이 환히 밝았다.
그는 한밤을 꼬바기 새운것이였다. 창문을 활짝 열어제꼈다. 시원한 공기가 페부로 흘러들며 정신이 번쩍 든다.
그는 지금 어머니가 바라는것이 무엇인지 잘 알고있었다. 그러나 지금당장은 대답을 할수가 없었다. 그는
아침식사를 마친 그는 콤퓨터프로그람작성과 관련한 과학기술서적들을 보기 위해 도서관으로 갔다. 거기서 한나절 시간을 바치고 기쁜 마음으로 거리에 나섰다. 콤퓨터조종실설계는 문제될것이 없었다. 이제는 풍덕으로 내려갈 일만 남았다. 며칠전에 내린 폭우에 염소작업반건설현장이 무사한지 걱정이 되였다. 한편으로는 순미가 자기를 무척 기다리고있는것처럼 생각되였다. 떠나온지 그리 오래되지 않았건만 풍덕이 그리워지고 한시바삐 그곳으로 달려가고싶었다. 아니, 마음은 벌써 그곳에 가있었다. 과연 그 무엇이 그리도 강렬하게 끌어당기는것인지 그로서도 선뜻 알수가 없었다. 어찌 보면 그것은 땅의 아름다움이였고 그곳에 사는 인간들의 굳세고도 깨끗한 정신세계였다.
도에 올라온 첫날 목장확장공사를 벌리는 아버지를 찾아가 만나던 일이 떠올랐다. 불쑥 나타난 아들을 보자 아버지는 몹시 놀라운 표정이였다.
《우리 염소방목공이 왔구나. 앓지는 않았니? 무슨 일로 갑자기 이렇게 나타났느냐?》
홍진은 도에 올라온 사연을 말하였다. 아버지의 얼굴이 금시에 환해졌다.
《대단하구나. 그러니 풍덕등판을 하나의 현대적인 염소생산기지로 꾸린단 말이지, 그것도 자체의 힘으로?… 정말 놀랍구나, 대단해. …》
고향에 대한 깊은 추억이 깃든 목소리였다. 아버지가 그처럼 기뻐하는것을 보니 마음이 즐거웠다. 담배를 한대 붙여문 아버지는 깊은 관심을 가지고 고향사람들의 안부를 물었다.
《권봉석관리위원장도 늙었겠구나.》
《나이에 비해선 퍽 정정한편이예요. 농장일로 늘 바삐 지내지요.》
《그리구 거 림송심이라는 녀인이 있지… 딸 하나를 데리고 혼자 사는…》
《그 딸이 바로 청년염소반 반장입니다.》
《그래?… 처녀의 아버지가 바로 그렇게 일했지. 라준이라고… 그 사람은 비록 자기 고향은 아니였지만 풍덕땅을 제 살점처럼 귀중히 여기고 사랑한 진짜배기인간이였다.》
아버지는 한동안 말이 없었다. 깊은 추억에 잠긴듯 한 표정이였다.
《그 땅을 떠난지도 30년이 되여오는구나. 세월이 흐를수록 고향을 위해 아무런 일도 하지 못하고 훌쩍 떠나온게 가슴에 걸려 내려가지 않는다.》
(아버지는 여전히 그때의 일로 괴로워하시는구나. )
홍진은 아버지의 무거운 표정을 이윽토록 바라보았다. 고향에 대한, 자기를 낳아주고 자래워준 향토에 대한 감정은 그렇듯 구체적이고 강렬한것이리라.
《홍진아, 그 청년염소반 젊은이들을 잘 도와주어라. 고향땅에 그런 리상과 꿈을 지닌 청년들이 대를 이어가고있다니 내 마음도 참 기쁘구나. 그들의 리상이 꼭 현실로 되도록 하는데 네가 해야 할 몫이 크다고 생각한다.》
《알겠습니다, 아버지.》
홍진은 아버지에 대한 고마움과 존경심을 금할수 없었다.
아버지는 그가 집에 와있는 동안에도 건설현장에서 살다싶이 하였다. 아버지가 마치 고향에 못다 바친 사랑을 자기 사업에 깡그리 바치기 위해 밤낮으로 일하는것 같았다.
홍진이 아버지의 고향에 가보고싶다고 말할 때면 일이 너무 많아 시간을 낼수 없다고 대답하던 아버지였다. 실지 일이 많고 바빴다. 오래전 직장장을 할 때도 그랬고 기사장을 걸쳐 지배인이 된 후에는 더했다. 홍진은 앞으로 염소반건설이나 끝내고 아버지도 지금 하고있는 목장확장공사가 완공되면 자기가 풍덕땅에 모셔야겠다고 생각했다.
홍진은 집에 들어서기 바쁘게 풍덕으로 떠날 차비를 서둘렀다. 어머니는 아들의 결심을 막지 않았다. 도중식사며 필요한 준비를 말없이 다 갖춰주고나서 웃으며 말했다.
《그 처녀반장한테 어머니가 편지라도 쓰는게 어떠냐?》
《편지요? 그건 왜요?》
어머니는 여전히 웃으며 선뜻 대답을 안하다가 한마디 했다.
《거 산나물 보내준거랑 고맙다고…》
《그럼 앞으로 또 보내달라는거나 같지요 뭐.》
《그리고 네 생활에 불편이 없게 잘 도와주어 고맙다는 말도 해야지…》
《그건 계속 잘 도와달라는 소리나 같구요.》
어머니는 아들의 말에 웃었다. 홍진은 물론 어머니가 다하지 못한 뒤말에 대해 알고도 남음이 있었다.
(어머니들의 마음이란 참…)
어머니 역시 풍덕땅에 정이 끌리는 모양이였다. 홍진은 그런 어머니앞에 떳떳이 나서기 위해서도 성실한 노력과 피타는 탐구로 맡은 일을 잘해야겠다는 결심을 굳히였다.
안홍진은 어머니의 인사를 받으며 렬차에 올랐다. 차표에 찍혀진 좌석번호를 찾으며 앞으로 나가던 그는 그 자리에 주춤 멈춰섰다. 앞쪽 중간좌석에 앉아있는 한 처녀의 모습이 어덴가 낯이 익었던것이다. 간편하게 뒤로 묶은 머리태, 반짝이는 나비모양의 보석빈침, 곡선미가 안겨오는 어깨모양… 틀림없는 라순미였다.
홍진은 자기 눈을 의심했다. 심장이 기쁘게 높뛰는 속에서도 불안한 생각이 갈마들었다.
무슨 일이 있었기에 도에까지 올라왔을가?
그는 조용히 그쪽으로 다가갔다. 순미는 무슨 책인가 들여다보며 깊은 생각에 잠겨있었다.
《반장동무!》
그제야 순미가 얼굴을 들었다. 순간 처녀의 얼굴에는 놀랍기도 하고 기쁘기도 한 기색이 확 어렸다.
《홍진동무, 어떻게 된 일이예요? 설계를 다 끝냈어요?》
홍진은 소리내여 웃었다.
《나도 물을것이 많은데 혼자 다 물어보니 미처 대답을 못하겠구만.》
순미는 입을 가리우며 호호 웃는다.
《도엔 무슨 일로 왔댔소?》
《어서 앉으세요. 좌석이 어디예요?》
《그거야 항상 반장동무의 가까이에 있지.》
마침 그의 좌석은 순미의 맞은켠 차창옆이였다. 안홍진은 설계가 완성된 즉시 렬차에 오른 사연을 말했다.
《반장동무가 기다릴것 같아 서둘러 떠났는데 이렇게 렬차안에서 만날줄은 몰랐구만.》
《난 ㅊ군에 있는 세멘트공장과 벽돌공장에 다녀오는 길이예요.》
《벽돌공장?》
순미는 손에 들고있던 책을 덮어 탁자에 놓으며 천천히 이야기를 시작했다. 덕에 들이닥친 비바람, 그로 인한 피해, 작업반장들의 모임, 그리하여 한밤중에 배등령을 넘어 군내 건설부문 기술자들을 만난 일, ㅊ군에 있는 세멘트공장과 벽돌공장까지 다녀온 사연…
《난 이번에 풍덕에 흔한 찰진흙으로 능히 블로크를 구워낼수 있다는걸 확신했어요. 건설기술자들과도 토론을 해봤고 농촌건설일군들도 만났댔어요. 그래서 벽돌공장에 갔던거예요. 이제 가면 희문아바이와 토론해볼 생각이예요.》
라순미의 이야기는 끝이 없었다. 그들은 온밤 렬차안에서, 날샐무렵 삼포역에 내려 배등령을 함께 넘으면서 염소작업반건설을 놓고 진지한 토론을 거듭하였다. 퍼내고퍼내도 끝이 없을 이야기였다.
배등령마루에 올라 마치 아름다운 풍경화를 감상하듯 풍덕등판을 바라보는 그들의 가슴은 벅찬 의욕과 정열로 끓어올랐다.
석회로작업장에서는 마침 시험적으로 구워낸 블로크를 놓고 청년들과 무엇인가 이야기하던 김희문이 순미와 홍진을 알아보고 마주 걸어나왔다.
《아바이, 그사이 앓지 않으셨나요?》
순미는 안부부터 물었다.
《나야 보다싶이 이렇게 혈기왕성하지 않나. 수고야 늘 반장이 하지.》
홍진은 반장동무가 가져온 ㅊ공장블로크라면서 등에 진 배낭을 내려놓았다. 김희문은 방금 로에서 꺼낸것과 대비해보고는 별로 차이가 없다고 기뻐했다.
《아바이, 집체적힘을 모으니 무슨 일이나 척척 풀리는군요.》
《그 말이 옳아. 반장이 배워가지고온 방법까지 도입하면 우리가 구워내는 벽돌이 세멘트블로크 못지 않을걸세. 이제부터는 아무 걱정말고 일만 내밀어달라구. 석회도 꽝꽝 나오지, 질좋은 블로크, 석회블로크… 마음먹은대로 만들어낼테니…》
희문은 그사이 건설조청년들이 배꼽바위골에 들어가 석회돌을 찾아낸 일이며 옹기장골 찰진흙으로 벽돌을 빚어 기와로에서 구워보자는 토론을 하여 마침내 성공한 이야기를 했다.
순미는 시험적으로 구워낸 블로크장을 들고 신비한 보물처럼 보고 또 보았다.
《아바이, 정말 큰일을 하셨어요.》
《원, 무슨 말을… 반원들모두가 힘과 지혜를 합친 덕이지. 그런데다 반장이 더 좋은 방법을 배워가지고 왔지. 홍진이 저 사람은 설계도면을 완성해왔다지? 정말 경사가 났네. …
참 반장, 좀전에 어머니가 식량이랑 부식물이랑 싣고 건설장으로 올라갔다네. 반장이 없는 사이에 식당일을 돕구있지. 어서 올라가보라구.》
김희문은 다심한 어조로 재촉했다.
순미는 기쁜 마음을 안고 홍진이와 함께 작업현장으로 올라갔다. 신종선이 그사이 새로 찍어낸 강도높은 석회블로크로 벽체공사를 완성하고 지붕공사를 시작했다는것이 무엇보다 기뻤다. 언제나 말없이 자기 맡은 임무를 훌륭히 수행할줄 아는 미덥고 성실한 사람이였다. 그들은 앞으로 해야 할 일에 대하여 이야기를 나누며 부지런히 덕을 향해 올라갔다.
희문아바이의 말대로 달구지를 끌고 올라가는 어머니가 보이자 순미는 소리쳐불렀다. 달구지가 멈춰서고 림송심이 돌아보았다.
순미는 홍진이 지켜보는것도 다 잊은듯 철부지소녀처럼 어머니를 향해 달려가 가슴에 얼굴을 묻고 눈물을 지었다.
《어머니, 그사이 식당일을 도우셨다지요?》
림송심은 눈물이 글썽해서 딸의 잔등을 쓸어만지기만 했다.
《그래, 갔던 일은 잘됐냐?》
《예.》
라순미는 자초지종을 이야기하며 렬차에서 안홍진을 만나 함께 온 사연을 말했다. 림송심은 고개를 끄덕이며 안홍진을 바라보았다. 홍진은 인사를 하며 순미동무가 여러날 떠나있어 어머니의 근심이 컸겠다는 말을 했다.
《근심은 무슨… 설계때문에 갔댔다니 수고가 많았겠구만.》
림송심은 미소를 지으며 조용히 말했다.
《우리 순미네때문에 참 고생이 크네.》
《그런 말씀 마십시오. 고생은 무슨 고생이겠습니까. 응당 해야 할 일을 하는겁니다.》
《고맙네.》
그들이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에 소는 달구지를 끌고 앞서 올라갔다.
안홍진은 순미가 어머니와 이야기를 나누기를 바라며 달구지를 향해 달려올라가 소고삐를 잡았다.
순미는 안홍진의 뒤모습을 바라보며 그가 이번에 해가지고온 콤퓨터조종실설계가 얼마나 중요한가를 어머니에게 이야기해주었다.
《그렇겠지.》
어머니는 의미심장한 표정을 짓고 머리를 끄덕였다. 순미는 어쩐지 어머니의 얼굴에 그늘이 진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어머니, 그새 몸이 불편하신게 아니예요?》
《일없다. 네가 없는 사이에 식당일이라도 돕고싶더구나.》
림송심은 건설장젊은이들의 밥그릇을 높여주자고 집에 여유로 있던 식량이며 부식물을 실어올려온다는 말을 했다.
림송심은 권봉석이한테서 안홍진이 바로 안문찬의 아들이라는것을 안 다음부터 자연 생각이 많아졌다. 어쩌면 그 사람의 아들이 풍덕땅에 올 생각을 다 했을가, 하긴 안문찬이 그 사람도 젊었을적에 일을 잘했지, 소환만 아니였다면 고향을 위해 큰일을 했을 사람인데…
림송심은 그에게 편지를 썼던 일이며 고깝게 여겼던 감정들이 되살아올라 저도 모르게 허구프게 웃었다.
순미는 어머니의 그 심정을 알수 없었다. 림송심은 딸의 어깨를 감싸안으며 말했다.
《순미야, 넌 앞으로도 어머니곁을 떠나지 않겠지?…》
《어머니, 새삼스레 그런 말씀은 왜 갑자기 하셔요?》
《마음이 놓이지 않아 그런다.》
《어머니, 걱정마세요. 전 영원히 어머니와 함께 풍덕땅에서 살겠어요.》
순미는 어머니의 손을 꼭 잡으며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