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8 회)

제 1 장

8

 

그로부터 며칠후 관리위원회에서는 염소작업반과 토끼작업반의 현대화계획을 놓고 합평회가 있었다.

위원장방 한쪽면에는 두 작업반의 전경도가 크게 걸리고 그앞에 모인 사람들은 중구난방으로 떠들어댔다.

《이거 풍덕땅의 큰일은 처녀반장들이 다하는게 아니요?》

《아무래도 바지를 벗어야 할가보군.》

《정말 대단하오. 이렇게만 꾸리면야 장훈을 부를만 하지.》

박성복이 앞에 나섰다.

《동무들, 보시오. 염소반이 기치를 드니 벌써 따라서는 작업반들이 생기지 않소. 일군이라면 응당 그런 자세와 립장을 가져야 합니다.

자, 순미반장이 먼저 나와 설명을 좀 하오. 모두가 정신이 번쩍 들게 말이요.》

순미는 앞으로 나갔다. 창턱에 세워놓은 지시봉을 들고 담담한 목소리로 설명하기 시작했다.

《…우리는 이미전에 벌써 이 전경도처럼 고향땅을 일떠세웠어야 했습니다. 지금 전국의 얼마나 많은 단위들이 사회주의선경으로 면모를 일신하고있습니까? 우리 청년염소반원들은 자기들이 나서자란 고향땅을 살기 좋은 락원으로 꾸릴 각오와 결심을 품고 서로 지혜를 합쳐 이 전경도를 완성했습니다.》

누가 먼저 쳤는지 박수가 터졌다.

라순미는 잠시 말을 멈췄다가 다시 설명을 이어나갔다.

먼저 새로 꾸리는 청년염소반의 포괄범위가 현재 염소작업반이 자리잡은 터전으로부터 방목덕 등판과 그에 잇닿은 골짜기들까지 다 포함된다는것을 밝혔다.

《현재 우리 작업반이 위치한 이곳의 이 건물들은 후보염소우리호동들입니다. 여기에는 후보염소들의 영양관리에 필요한 먹이가공실, 먹이저장탕크, 수의치료실 그리고 이곳의 생산공정을 자동화할 콤퓨터조종실, 이런 건물들이 일떠서게 됩니다.》

그는 덕중심으로부터 그아래 방목지구간을 후보염소방목지로 나누고 구획을 갈라 꾸리는 과정을 렬거했다.

《매 구획마다 자동울타리를 설치하여 그 구획에서 일정한 기간 방목이 끝나면 염소들로 하여금 자동적으로 다른 구획으로 옮겨가게 하는 흐름장치를 하려고 합니다. 이 모든것을 감시하는 카메라설치개소는 22개로 정했습니다.》

순미는 염소작업반의 기본구역으로 정한 방목덕중심에 건설할 염소우리호동들이며 젖가공실, 먹이저장실 등 여러 건물들과 방목지를 현대적으로 개조하는 문제들에 대해 마저 설명했다.

《이렇게 되면 하나의 새로운 염소생산기지가 꾸려지게 되며 우리 풍덕사람들은 그 덕을 볼수 있게 될것입니다.》

다시금 박수가 터졌다.

순미는 그처럼 방대한 일판을 청년염소반자체의 힘으로 한다는것은 어렵지만 무조건 끝까지 해낼 자기의 결심까지 피력했다.

《우리는 지난 시기 작업반을 꾸릴 때의 경험을 살려 석회로를 운영하여 블로크를 생산하며 우리 고향에 흔한 자재를 리용하면서 관리위원회의 적극적인 방조속에 부족되는 자재들을 해결할 결심입니다.》

《청년염소반이 첫 발자국을 뗐으니 풍덕사람들모두가 다 떨쳐나서자고 할거요. 그렇지 않소, 동무들!》

박성복이 의미심장한 눈길로 반장들을 둘러보았다. 권봉석이 박성복을 향해 몸을 돌렸다.

《비서동무, 난 처녀반장들이 내놓은 전경도를 보니 놀랍기만 합니다. 실천적인 문제는 둘째치고라도 이런 생각을 해냈다는 자체가 기특하단 말입니다.》

권봉석은 껄껄 웃었다. 그 말의 의미를 제나름대로 해석한 몇몇 반장들이 수군거렸다.

《헌데 우리 농장 실정을 놓고볼 때 너무 엄청나거던. …》

관리위원장의 마지막말이 순미의 가슴을 파고들었다.

박성복이 전경도를 다시 눈여겨보며 말했다.

《시작이 절반이라는 말도 있지 않습니까. 전 우리 농장 청년들이 우선 목표를 높이 세운게 마음에 듭니다.》

권봉석이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는 염소작업반전경도앞에 다가가 현재 염소작업반의 위치를 손으로 가리켰다.

《염소작업반은 우선 자기들이 차지한 이 터전을 현대적으로 꾸리는 일부터 시작해야겠소.》

그는 순미네 계획을 무작정 부정하지 않았다.

《우선》이라고 표현함으로써 다음단계에 일을 또 밀고나갈수 있다는것을 암시하였다. 어쨌든 일을 시작해놓고 차차 결심할 일이였다.

《염소반장동문 그런 각도에서 계획을 세워가지고 관리위원회와 토론을 해야겠소.》

라순미는 대답을 안했다.

《위원장동지, 청년염소반원들의 지향과 의도를 존중해줍시다. 일을 시작하는것도 전개해나가는것도… 바로 저 전경도에 고향에 대한 그들의 뜨거운 사랑과 강렬한 지향이 깃들어있지 않습니까.》

권봉석은 리당비서의 말에 입을 꾹 다물었다. 잠시후 그는 매개 작업반들에서 생산을 드팀없이 내밀면서 현대화계획들을 실정에 맞게 세울것을 강조하고나서 모임을 끝냈다.

라순미는 리경심이와 함께 인차 밖으로 나왔다. 그는 관리위원장을 만나 무슨 말인가 더 하고싶었으나 지체하지 않고 그냥 나왔다. 첫술에 배부를수는 없는것이다.

《경심아, 신심을 잃지 말자. 관리위원장동지도 언젠가는 우리를 리해하실거야.》

《알겠어.》

《경심아, 이 땅의 주인은 우리들이야. 위원장동지가 그러시는것은 필경 요구성을 높이는 뜻에서 하시는 소릴거야.》

두 처녀는 웃음을 터쳤다.

《혁명선배들을 존중해야 합니다, 라순미동무!》

경심이가 짐짓 정색해서 말하자 순미 역시 꼿꼿한 자세로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리경심동지!》

《호호호…》

그들은 손을 꼭 잡은채 밤하늘에 웃음발을 날리며 마을을 향해 달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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