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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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릴락말락하는 그 소리는 착암기소리가 약음기를 거쳐서 나오는것처럼 들리는것이였다. 지하 수천척깊이에서는 아무 소리도 나지 않으며 소리가 나는 경우는 많은 경우 붕락의 예후로 되는 법이다. 그러나 지금 그 이상한 소리에 놀라는 군인은 한명도 없었다. 그들은 묵묵히 그 어떤 환희를 예감하는것이였다.
몇분후 한 착암기의 정머리가 호박을 뚫듯 암벽을 푹 하고 뚫고 들어가더니 파르르 떨며 공회전을 하였다. 그 착암기를 다루던 군인은 침착하게 착암기를 세우고 정대를 뽑은 다음 암반에 뚫린 구멍을 들여다보았다. 푸르스름한 빛이 보이는 구멍안에서 갑자기 그의 눈앞으로 정머리가 불쑥 나왔는데 거기에는 연기가 몰몰 피여오르는 담배 한대가 가는 쇠줄로 비끄러매여져있었다. 젊은 군인은 그 담배를 풀어 손에 들고 신기하게 들여다보더니 뒤로 자빠지듯 벌렁 누워 한모금 깊숙이 들이키는것이였다. 그리고는 히죽 웃으며 웨치였다.
《관통… 관통이다!!》
그러자 막장은 미칠듯 한 환희로 들끓었다. 병사들이 버럭무지우에서 웃동을 벗어제끼고 춤을 추고있는것이였다. 착암기를 한손으로 쳐들어올리고 안전모를 벗어 공중에 던지며 그들은 기쁨과 흥분에 겨워 헐떡이며 고함을 쳤다.
《관통이다!》
《만세!》
… 심철범은 막장지휘부에서 드디여 19갱이 관통되였다는 보고를 받고 리완수, 전호진 등 지휘관들과 함께 급히 현장으로 달려왔다.
19갱의 군인들과 그 반대쪽에서 굴진해오던 군인들이 함께 대렬을 짓고 심철범을 맞이했다.
《부대 차렷!》
19갱을 맡은 려단의 려단장인 대좌가 한걸음 나서며 구령을 주었다.
《우로 봣!》
대좌는 석수를 차며 심철범을 향해 정보로 걸어왔다.
《중장동지, 려단은
심철범은 그의 보고가 끝나기도 전에 와락 달려들어 그를 끌어안았다.
잇달아 보고하려는 다른 려단장도 그러안았다. 그리고는 정렬해있는 두 려단의 군인들을 쭉 둘러보고나서 말했다.
《동지들! 나는
순간
이어 《갱도열병식》이 진행되였다. 군악대가 부는 《유격대행진곡》에 맞추어 대오가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무릎을 치는 석수를 차며 선두대오가 행진해왔다.
맨 앞에는 려단장들이 서있다. 19갱의 전구간이 붕락된다고 어서 석비레모래를 쓰게 해달라고 가슴을 치던 그날이 어제같다. 지나온
10여년은 얼마나 간고했던가. 아니다. 그보다 0026호명령관철을 위해 결사분투하던 그 나날들을 그 어디에 비길것인가. 우리
그뒤로 대대를 이끌고 걸어오는 대대장들의 얼굴들이 보인다. 가슴이 뜨거워졌다. 방사성가스구간도 아랑곳 않고 뛰여들었던 대대장들이다.
그들을 따라 서슴없이 한목숨을 내댄 병사대중이였다. 명령을 수행하기 전에는 조국의 푸른 하늘을 보지 말자던
대오는 만세를 힘차게 부르며 지나가고있었다. 낯익은 얼굴들이 기쁨의 눈물을 흘리며 발구름소리를 높이고있다.
심철범은 숭엄한 마음으로 거수경례를 붙였다.
전사 김남철의 얼굴이 언뜻 눈에 띄였다. 난관앞에 겁먹고 공사장을 리탈하려던 그 신입병사가 무수한 죽음의 고비들을 이겨넘기며
(장하다, 전사 김남철, 더 힘차게 걸어라. 네가 석비레모래를 생각해내지 못했더라면 얼마나 어려운 처지에 빠질번 했는가. 너와 같은
병사들이 있어 우리 조선인민군이
두 려단의 구분대들이 다 지나갔다. 마지막으로 군악대가 나팔을 불며 지나갔다.
그러나 심철범은 여전히 거수경례를 붙인채로 서있었다. 그의 생각은 멀리 평양으로 달리였다. 100리물길굴이 드디여 관통되였다는 보고를
…
깊은 밤 천리마거리의 환하게 켜진 가로등밑으로 승용차들이 달리고있었다.
분주히 걷는 사람들, 《철야운행》표식판밑 전차정류소에 몰켜서있는 사람들모두가 서두르고있었다.
이제 금강산발전소완공이 선포된다면 저들이 얼마나 기뻐할것인가!
푸르스름한 미명속에 락차지점, 준공을 앞둔 발전소의 흰 건물이 보였다.
발전소건물앞 도로에는 몇명의 장령들과 지휘관들이 서있었다. 심철범과 전호진, 리완수 등 공사장의 지도일군들이였다.
그들은 반달음쳐 차를 향해 마주왔다.
《조선인민군
《됐소! 됐소…》
《조용하시오, 병사들이 깨겠소.》
그러자 심철범은 관자노리에 붙였던 손을 내리워 바지혼솔에 대고 차렷자세를 취했다.
《고맙소! 고맙소!…》
심철범은 물론 전호진이와 리완수도
《동무들도 뒤따르시오.》
자동차는 물길굴을 흘러나온 물을 조절하여 락차시키기 위하여 건설한 조정지의 언제를 에돌아 아직 물을 채우지 않은 저수지바닥에 들어섰다. 100리를 빠져나온 물길굴의 너렁청하고 시꺼먼 입구가 바라보였다. 그 입구로부터 검푸른 물이 출렁이며 흘러나오고있었다. 정식 취수를 하지 않았지만 석수가 모여서 흐르는 물이였다.
《다 왔습니다,
심철범은 운전사가 차를 세우기를 바라며 말씀올렸다. 어째서인지 운전사는
심철범은 몇시간전
그는 당황한 빛을 감추지 못하며 말씀올렸다.
《아니…》
《차를 모시오. 물길굴로!》
《안됩니다. 위험합니다!》
심철범은 다급히 말하며 운전사의 어깨를 꽉 잡았다.
《운전사동무, 차를 몰아서는 안되오!》
《일없소. 심철범동무.》
《어서 들어갑시다. 우리 군인들이 무엇때문에 이 굴을 뚫었겠소? 무엇때문에?》
《물론
《그러나》
《일없소. 그들이 피와 땀을 바친 곳인데
《그러나…》
심철범은 같은 말을 되뇌이고나서 절망적으로 웨쳤다.
《위험합니다!》
그리고는 물길굴에는 가스방출구간이 있다는것과 그 가스가 유독성일수 있다는데 대하여 안타까운 목소리로 말씀올렸다.
《차를 모시오! 운전사동무.》
그러나 차는 떠나지 못하였다. 뒤따르던 장령들이 지금 차안에서 벌어진 사태를 알아차리고 차앞을 성벽처럼 막아섰기때문이였다.
이러한 광경을 내다보시던
《차를 모시오! 운전사동무.》
차가 움직이기 시작할 때 리국현이 두팔을 벌려 차앞을 막아섰다.
리국현은
그리하여
자동차들은 밤길처럼 전조등을 켜고 달리였다. 강처럼 흐르는 물에 바퀴가 거의 잠기였다.
신비하고 무시무시한 지하의 정적을 깨뜨리는 자동차의 발동소리는 대형확성기를 통해 증폭되여 들리는듯 굉음을 내고있었는데 그 음파로 하여 사람도 자동차도 진동하는것 같았다.
그러나
석수에 떠내려오는 하나의 나무토막도, 콩크리트벽의 끄슬린 자리도, 삐죽이 나온 철근에 걸려있는 헝겊쪼박도
오른쪽벽에 새긴 《결사옹위!》라는 구호와 《결사관철!》이라는 왼쪽벽에 새긴 구호였다.
저 구호를 새긴 군인들앞에 고난과 역경, 무시로 생명을 위협하는 시련의 고비들이 얼마나 많았겠는가.
어느 순간에 쏟아져내리는 돌사태에 깔리우게 될지 모르는 수백여개소의 수천메터에 달하는 붕락구간, 수천척 지하막장안에 1년내내 가득 차있는 가스와 돌가루먼지, 쉼없이 쏟아져내리는 얼음장같이 찬 석수와 수시로 사품치며 터져나오는 엄청난 땅속물… 아무리 담이 큰 사람도 머리카락이 곤두설 정도로 소름이 끼치고 선뜻 그앞에 나설 용기가 나지 않는 그 위험한 곳에 우리 군인들은 조금도 주저않고 뛰여들었다.
지휘성원들은 《나를 따라 앞으로!》라는 구호를 웨치며 《군관돌격대》, 《정치일군결사대》, 《기술일군돌격대》를 뭇고 남먼저 물이 허리치는 막장에 뛰여들어 30일, 50일 지어 석달이 지나도 나오지 않고 전투를 벌리며 공사를 지휘했다. 금강산발전소건설을 당앞에 책임졌다는 당적책임감을 안고 막장에서 1년 365일을 명절날, 휴식일도 없이 전투를 벌린 《365일지휘관》들, 《365일병사》들의 수를 천으로 만으로 헤아리겠는가!
지휘관들은 숨이 지는 순간까지 자기의 더운 피와 목숨으로 전투를 지휘하고 대오를 이끌었으며 또 병사들은 수시로 생명을 위협하는
가렬처절한 전투장에서 그대로 육탄이 되여 싸웠다.
수십메터 두께의 굴천정이 삽시에 무너져앉는 위기일발의 순간에 《비켜라!》 하고 웨치며 번개같이 몸을 날려 동지를 밀쳐 살려내고 치명상을
입은채 쓰러진 나어린 전사, 이윽하여 가까스로 의식을 가다듬은 그는 한 전우의 손에 《완》자를, 또 다른 전우의 손에는 《공》자를 써서
뜻하지 않은 일로 경사굴을 따라 내려꽂는 광차에 몸을 날려 수백명의 군인들을 구원한 어느 사관의 모습도 눈앞에 떠오르시였다. 앞을 볼수 없는 몸으로 200여일간 막장을 뜨지 않고 초인간적인 헌신성을 발휘하여 줄곧 광차를 민 불사신의 전투원, 공사가 끝날 때까지 전투대오를 떠나지 않은 수천명의 만기복무자들, 위훈을 세우고 쓰러지는 순간까지 땀에 절은 입당청원서를 가슴속에만 소중히 품어온 전사 그리고 불치의 병으로 숨지는 마지막순간까지 전투장에서 구령을 치고 착암기를 돌리며 메질을 하고 정대를 잡아주던 지휘관들과 군인들!
긴장한 자재수송이 늦어진다고 어깨에 멍이 들게 통나무를 메여다가 장마비에 패인 홈에 고이고 그우로 만재한 화물차를 통과시키던 그 모든
전사들, 그 모든 군인들이야말로 죽음을 각오하고 당의 명령관철에 떨쳐나섰던 금강산발전소건설전투장의 용맹한 《사자》들이였으며
변심을 모르는 일당백영웅전사들의
우리 군대, 나의 군대는 마침내 세계가 《80년대의 기적》이라고 했던 서해갑문건설의 근 2배에 달하는 금강산발전소건설의 방대한 과제를 수행하고 바야흐로 완공을 할수 있게 하였다. 100여리 대형물길굴의 총 굴착량만 해도 수백만립방메터, 목재, 강재, 폭약만도 수십만톤에 달하는 방대한 규모의 건설을 끝낼수 있게 한것은 우리 공화국을 《질식》시키려고 《봉쇄》의 올가미를 조이고있는 원쑤들과의 포성없는 전쟁에서의 승리로 되지 않을수 없는것이다.
갑자기 차행렬이 멈춰섰다.
《조국은 병사들을 잊지 않으리!》
그렇다. 조국은, 당은 병사들을 잊지 않을것이다.
바로 어제 유엔안전보장리사회에서는 《경비함사건》과 관련한 매우 느슨한 의장성명이 채택되였다. 우리를 《호전분자》라고 걸고드는 내용이 거의 다 빠진 이 성명은 떠들썩하던 세계여론(남조선당국자들과 그에 추종하는 미국의 강경보수세력들에 의하여 그렇게 된것이지만)을 눅잦히는 계기로 될것이였다. 이러한 의장성명이 채택된것은 박두한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정세가 악화되는것을 바라지 않는 클린톤행정부가 유엔에 모종의 《압력》을 가한 결과였으며 이것은 미국의 대통령선거전에서 그들이 득세하고 보브 돌의 강경보수세력이 렬세에 빠졌다는것을 의미하였다. 이러한 때 평화적건설에 참가한 인민군대가 대자연개조의 거창한 창조물을 일떠세웠다는 소식이 전해지면 세계여론은 순식간에 변할것이며 우리를 《고립》하여 《질식》시키려는 불순계층들은 최후의 궁지에 몰리게 될것이였다. 이것은 1년전에 하달된 0026호명령의 전략적목표가 드디여 달성됐다는것을 의미했으며 《고난의 행군》에서의 최후의 승리가 눈앞에 다가왔다는것을 보여 주었다.
지금
얼마후 굴밖으로 나와 조정지언제우에 올라서신
심철범이 먼저 어깨를 떨며 고개를 숙이였다.
전호진이 그리고 리완수가 흑흑 소리내여 오열을 터뜨리였다.
10여년간 그들의 가슴은 얼마나 어혈이 졌던것인가.
좌절과 번민, 희생과 고통… 그것으로 하여 그들의 마음 한구석은 오죽이나 무거웠으랴. 그 어혈, 그 얼음장을
《됐소, 됐소…》 하고
《전쟁과 같은 공사를 했는데 무슨 일인들 없었겠소. 그러나 이젠 그 모든 일이 뜨거운 추억으로 남게 되였습니다.
다만 한가지 가슴에 걸리는것은 우리
이때 언제아래에 줄을 지어선 수백명의 군인들은
《동지들! 나는 당의 명령을 받들고 금강산발전소 제1단계공사를 완공한 전체 병사, 군관, 장령들에게 감사를 드립니다!》
《동지들은 매우 어려운 조건, 별다른 국가적보장도 없이 맨손으로 오로지 백절불굴의 정신력으로 당의 명령을 관철하였습니다.
나는 방금 동지들이 굴간벽에 새겨놓은 〈결사옹위〉, 〈결사관철〉이라는 구호를 보았습니다. 이것이 우리 군대의 정신, 혁명적군인정신이며 우리가 바라는 오늘의 시대정신입니다.
동지들이 쳐든 구호야말로 최대의 애국이며
나는 동무들이 해놓은 일을 보면서 인민군대가 사회주의위업을 옹호고수하고 전진시키는데서 선도적역할을 훌륭히 수행하고있다는것을 더욱 굳게 확신하게 되였습니다.
오늘 인민군대는
사상과 신념의 강군으로 위용떨치는 혁명군대가 있고 군대를 닮아가는 로동계급과 인민이 있는 한 우리의 혁명위업은 백전백승할것입니다!》
연설은 짧았으나 군인대중은
같은 시각
거기에는 그들이 아침저녁으로 《눈물꽃》을 가져다놓던 희생된 전우들의 묘소가 있었던것이다.
19갱의 김남철이도 중대군인들과 함께 김철종중대장과 문학수, 리광호분대장, 김학철소대장의 무덤을 찾았다.
《중대장동지,
《분대장동지!》
《철삼아…》
여기저기서 전우들의 이름을 부르는 목메인 소리가 들리였다.
얼마후
《동무들, 일어나라! 우리 함께 평양으로 가자!》
( 다음호에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