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0 회)

 

26

(3)

드디여 밀페된 갱과의 통신이 회복되였다.

심철범은 첫 통화에서 전호진에게 최고사령관동지의 은정을 전달한 다음 힘을 잃지 말고 대기하면서 어떤 일이 있어도 목숨만은 부지하라고 지시하였다.

몇시간후 밖으로부터 붕락을 헤쳐들어오던 돌격대원들이 쇠돌같은 바위에 짓눌려 납작해진 압축공기관을 발견하고 그것을 원상대로 만들어놓았다. 이것은 질식상태에 처한 갱의 숨통을 열어놓을수 있게 하였다.

붕락이 있은 첫 순간부터 낮에 밤을 이어 갱입구를 떠나지 않던 군인들은 송풍기가 퉁퉁거리며 압축공기를 갱안에 쏘아넣는것을 보고 금시 거기에 갇힌 전우들이 살아나오기라도 하듯 서로 얼싸안고 돌아갔다.

이때 누군가가 한가지 기발한 생각을 하였다. 경사지에 놓여있는 압축공기관으로 갱안에 주먹밥을 굴려넣을수 있으리라는것이였다.

이때 또다시 김정일동지의 전화가 걸려왔다.

심철범은 압축공기관이 열렸다는 보고를 올렸다.

수화기에서 김정일동지의 목소리가 울려왔다.

《그 공기관이라는게 직경이 얼마입니까?》

《15센치메터입니다.》

《그것이 설치된 경사각은 몇도입니까?》

《30도이상 경사로 놓여있습니다.》

《음…》

잠시 그이의 목소리가 끊기였다가 다시 이어졌다.

《그렇다면 철범동무, 그 관으로 밥을 들여보낼수 있지 않소? 주먹밥을 말이요!》

심철범은 인차 응답하지 못했다. 그이께서 이곳을 한순간도 잊지 않고 환히 꿰뚫고계시며 더우기 이곳 전사들과 꼭같은 생각을 하신다는 사실에 놀라 잠시 굳어졌다.

최고사령관과 전사들사이의 혼연일체를 새삼스레 느끼며 심철범은 한없이 숭엄한 감정에 휩싸였다.

《최고사령관동지, 여기 병사들도 같은 생각입니다.》

《그렇다면 더욱 좋소!》

갱안으로 주먹밥이 굴러들어가기 시작하였다.

사람들은 다시 환호성을 올리였다.

그러나 심철범과 총참모부, 총정치국대표 등 책임적인 장령들의 불안은 가시여지지 않았다. 압축공기관을 통해 들여보내는 주먹밥을 가지고는 갱안에 갇힌 수백명 군인들의 기아를 극복할수 없을뿐아니라 그들앞에는 아직도 붕락으로 막힌 100메터구간이 남아있었던것이다. 그것을 돌파하자면 앞으로도 3주야의 시간이 필요했으며 그 기간에 갱에 묻힌 군인들이 질식은 면할수 있다 해도 기아를 면할수는 없는것이였다. 거기에다가 갱에 갇힌 군인들은 심리적압박감을 받고있었다. 그것은 기아에 못지 않게 그들을 쓰러뜨릴것이다.

전호진은 이미 전화로 일부 군인들이 식은땀을 흘리며 얼굴이 해쓱하게 질리여 주먹밥도 들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려왔다. 또한 갱안에 있는 부상자들도 문제였다.

이때 심철범을 괴롭히는 또 하나의 문제가 생기였다. 그것은 전호진이 밥대신 압축공기를 들여보내달라고 제기해온 사실이였다.

전호진의 전화는 심철범이 총참모부와 총정치국대표들과 19갱밖의 야전용지휘탁에 둘러서서 붕락된 나머지 100메터구간을 최대한으로 빠른 시간안에 돌파하기 위한 대책을 협의하고있을 때 걸려왔다.

《뭐라구?!》

잠을 못자서 두눈에 피발이 선 심철범은 전화에 대고 대바람에 어성을 높였다.

《그렇습니다.》 하는 전호진의 침착한 목소리가 수화기의 진동판을 울렸다.

《압축공기관으로 주먹밥을 넣는 시간이면 압축공기를 더 보내달라는겁니다.》

《그것이 무엇에 필요한가 말이요?》

심철범은 여전히 성난듯 어성을 높였다.

《착암기를 돌리자는겁니다. 우린 벌써 3주야째 전진을 멈추었단 말입니다!》

《됐소!》

심철범은 송수화기를 전화통이 아니라 야전용지휘탁우에 내던지듯 탕 놓았다.

탁자우의 송수화기에서는 한동안 무어라는지 알아들을수 없는 전호진의 목소리가 가느다랗게 들려오다가 멎었다. 그러자 총정치국대표 차인중이 송수화기를 들어 전화통의 제자리에 놓았다.

그 순간 전화종이 다시 울렸다. 전화종소리는 몇번 다급하게 반복하여 울리였는데 아마도 상대방이 흥분하여 신호기를 마구 눌러대는것 같았다.

《내버려두시오!》

심철범은 펴놓은 사갱도면을 들여다보면서 자르듯 말했다. 총정치국대표가 송수화기를 들고 귀에 가져다대고 잠자코 있다가 그것을 심철범앞으로 말없이 내밀었다.

심철범은 할수없이 도면을 보느라고 탁자우에 구부렸던 긴 허리를 펴고 송수화기를 받아 귀에 가져다댔다. 그리고 총정치국대표가 그랬던것처럼 한동안 잠자코 듣고있었다.

처음에 심철범은 필사적으로 진행하던 굴진이 정지된데로부터 안달아난 전호진이 그저 해보는 소리라고만 생각하였다.

그러나 전호진은 확고한 결심을 가지고 말하고있었다.

전화에서는 그의 마디마디 피가 떨어지는듯 한 목소리가 울리고있었다.

《저는 이 결심을 정치위원동무와 토의했습니다.

우리 두사람은 지금 그렇게밖에는 달리 결심할수 없습니다. 중장동지, 잠간 들어보십시오…》

심철범은 전호진의 목소리가 멎은 수화구에서 노래소리, 함마소리, 고동구호소리 등이 한데 합쳐진 지진때의 땅울림과도 같은 신비로운 메아리를 들을수 있었다.

이윽고 전호진의 목소리가 다시 울려왔다.

《지금 여기서는 희생된 두 군인의 시신우에 덮은 붉은기가 홰불처럼 타오르고있습니다. 희생된 전우의 혈조는 병사들의 심장속에서 활화산으로 타번지고있단 말입니다.

〈하루계획을 수행하기전에는 조국의 푸른 하늘을 보지 말자!〉는 지난 10여년 끊임없이 들어온 그 구호가 지금처럼 저의 가슴을 칠 때는 일찌기 없었습니다.

중장동지, 현재 우리는 여기 인원에 해당하는 365개의 주먹밥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한시간전에 받은 생명수와도 같은 그 밥이 아직 165개나 그냥 남아있습니다 그 수량은 정대를 놓지 않고있는 군인들의 몫입니다. 그들은 밥이 아니라 압축공기를 요구하고있습니다. 제가 어떻게 이들에게 작업중지명령을 내릴수 있단 말입니까?》

심철범은 그의 목소리를 들으면서 혈전이 벌어지고있는 막장을 눈앞에 그려볼수 있었다. 피와 땀과 함성을…

《됐소…》

심철범은 풀죽은 어조로 말하고나서 송수화기를 든 팔을 아래로 축 늘어뜨리였다.

그러나 그는 이 순간 자기가 무엇을 됐다고 했는지 알지 못하였다. 잠시 고막이 잉- 울리고 온몸이 거세찬 선풍에 휩싸인듯 한 상태에 있던 심철범은 송수화기를 들고 단호한 어조로 다시 말했다.

《그렇게 하시오! 이건 명령이요. 명령이란 말입니다! 이건…》

그는 마치 전호진에게 하는 말이 아닌듯이 말을 하는것이였다. 갑자르던 심철범은 동정하는 어조로 물었다.

《알겠소? 전호진동무, 우리야 수백명의 생명을 가지고 모험할수는 없지 않소?》

할 말을 다 했으나 그는 상대방에서 전화를 끊지 않은듯 하여 송수화기를 그대로 들고있었다.

이윽고 수화기에서는 전호진의 목소리가 아닌 젊고 챙챙한 귀익은 다른 목소리가 들려왔다.

《중장동지!》

《동문 누구요?》

심철범은 의아하여 물었다. 그리고 전사 김남철이라는 목소리를 들었다.

《동무에 대한 보고를 들었소. 그래 살아났다지? 장하오! 그런데 무슨 일이요? 전사동무.》

이렇게 물으면서도 심철범은 자기가 부질없는 질문을 한다는것을 느꼈다.

지금 전호진의 곁에는 숱한 병사들이 둘러서있을것이며 김남철이도 그들중의 한사람일것이였다. 그는 지휘관이 말문이 막히자 자기가 나섰을것이였다.

《용서하십시오! 중장동지.》

흥분했으나 례의를 지키려고 애쓰는 전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말하시오. 전사동무, 말하라니까…》

심철범은 그의 요구에 응하지 않으면 안되리라는 아픔을 느끼며 말했다.

그러나 그의 아픔은 다만 거기에만 있는것이 아니였다. 바로 몇시간전 그는 최고사령부 작전직일관으로부터 《경비함사건》에 대한 통보를 받았다. 통보는 경비함선원들에 대해서도 밝히였는데 그는 김남철의 아버지 김동환대좌가 그 함을 지휘하고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였다.

지금 심철범은 남철의 목소리를 들으면서 지하에 갇힌 아들과 적구에서 피를 흘리고있을 아버지의 모습이 하나로 어울려 시련을 겪고있는 조국의 모습처럼 여겨지는것이였다.

수화기에서는 남철이가 부르는 노래소리가 들려왔다. 심철범은 그 노래가 그의 아버지 김동환이가 지은 노래라는것을 알았다.

그는 김남철이가 노래를 시작하면서 리광호분대장이 숨을 거두기전에 부른 노래를 하겠다고 하던 말과 그 노래가 바로 병사들의 결심이고 의지라고 하던 말은 거의나 기억에 남지 않고 《붉은 연기로 피여오르리》, 《붉은 재로 남으리》라는 구절만이 뇌리에 새겨지는것을 느끼였다.

그는 노래를 끝까지 듣지 못하고 송수화기를 총정치국의 장령에게 넘겨주면서 고통스럽게 중얼거리였다.

《그들은 최고사령관동지의 전진하라는 명령만을 안다고 합니다! 공사지도에 새겨진 붉은 화살표식만을!》

송수화기를 귀에다 대고 저쪽의 말을 듣고있던 총정치국의 장령은 심철범을 바라보면서 격동된 어조로 말했다.

《이 사실을 최고사령관동지께 보고드려야 하지 않을가요?》

공사장에서 최고사령부에 올리는 제의서와 반영자료 등 각종 문건을 깐깐히 검토하고 그이의 문건부담을 덜어드리려는데로부터 그중 많은것을 부결하는데 습관된 이 장령이 이러한 제기를 한다는것은 처음있은 일이였다.

그러나 심철범은 그의 말을 듣지 못한듯 여전히 고통스러운 표정을 풀지 못하고있었다.

 

27

(1)

 

조선인민군 총참모부는 해당 국에 지시하여 적의 통신, 방송과 남조선《국방부》 당국이 공식 발표한 자료에 기초하여 경비함 《101》호군인들의 투쟁에 대한 상보를 만들었다.

그 일부는 다음과 같다.

《…삐앵 …삐앵- 하는 남조선제 소총소리가 울리였다. 푸릿푸릿한 해변가로 해일처럼 밀려드는 검은 그림자가 보였다. 그것이 록청색과 황청색 그리고 검은색의 제복을 입은 괴뢰군과 괴뢰민방위대, 괴뢰경찰대의 무리라는것이 미명속에 드러나는 순간 그들도 자기들이 적구에 들었다는것을 알았다.

해당화덩굴에 앉아서 날밝기를 기다리고있던 그들은 미처 정신을 차릴 사이도 없이 우박처럼 쏟아지는 총탄의 세례를 받았다. 불가피하게 자위적조치로 대응사격을 해야 했으나 그들의 해병용소총에는 이미 총탄이 없었다.

최후의 자결을 위해 남겨둔 총탄이 김동환의 권총에 남아있었을뿐이였다.

적수공권의 그들은 적들과 대결할수 없었으며 또 그렇게 한다는것도 무의미한 일이였다.

자결밖에 다른 길이 없다는 그 막다른 순간에도 그들의 온넋은 어버이수령님과 경애하는 장군님의 초상화를 안전하게 모셔야 한다는 일념에 넘쳐있었다. 그들의 전투임무는 바로 그것이였다.

그들은 비호처럼 몸을 날려 해변가의 개활지대를 벗어나 벼랑을 타고 내륙깊이로 몸을 숨기였다.

그들이 피신한 곳은 바위산이였다. 해변가치고는 비교적 험준한 산이였다. 그러나 한낮이 되자 바위산은 적들이 공식발표한데 의하더라도 수만명의 포위에 들었다.

산꼭대기우에 떠있는 군용직승기에서 웨쳐대는 소리가 들리였다.

〈투항하라!〉, 〈투항하라!〉

그 목소리는 처음부터 기세등등했으며 위협적이고 도전적이였다. 적들은 촘촘히 횡대를 지어 산을 훑어올라오면서 우리 군인들이 은신한 곳을 향해 박격포와 무반동포, 지어는 로케트포까지 쏘아대였다. 마치 상대가 요새에 진을 치고있는 수만명의 대적이기라도 한것처럼… 순식간에 3명의 우리 군인들이 살해당하였다.

이러한 위급한 정황속에서 김동환은 최후의 수단을 쓰기로 결심하였을것이다. 그 최후의 수단이란 그가 일상적으로 자기의 심장에 장약하고있었고 대원들을 교양해온 자폭이였다.

그러나 그는 그것을 서두르지 않았다.

육체적으로 준비된 10여명의 젊은 군인들을 따로 뽑아 세개조 (적들은 《죽음조》, 《월북조》, 《유인조》라고 발표했다.)로 끝까지 북상하여 사회주의조국의 품으로 돌아갈데 대한 명령을 주었다.

그리고 자기가 지니고있던 초상화를 〈월북조〉에 넘겨주었다.

자신을 포함한 나머지 11명은 자폭으로 적들에게 죽을지언정 항복은 절대로 하지 않는다는 조선인민군의 불굴의 의지를 보여주기로 결심하였다.… 드디여 최후의 순간이 닥쳐왔다.

그들에게 누구도 명령한 사람은 없었다. 하지만 대렬검열을 받을 때처럼 1렬횡대로 섰다. 그리고 옷깃을 여미고 벗겨진 단추를 채우며 걷어올렸던 팔소매를 내리우는 등 복장정돈을 하였다. 그들과 얼마 떨어진 대렬앞에는 김동환이가 서있었다. 그들의 유일한 자폭수단은 그의 손에 쥐여져있는 두자루의 권총이였다.…》

이상의 상보는 《경비함사건》과 관련하여 편집한 적들의 록화물과 함께 최고사령관동지께 제공되였다.

금강산발전소건설장에서 대붕락이 있었다는 급보를 받고 평양으로 올라오신 김정일동지께서는 밤이 깊었지만 당중앙위원회 청사로 향하시였다. 곽무선은 벌써 응접실에 와있었다. 그는 그이께서 떠나오신 전선동부에서 먼저 올라왔던것이다.

《무엇이 제기되였소?》

김정일동지께서 물으시였다.

곽무선이 망설이였다.

《경비함사건》과 관련한 상보와 록화테프가 올라와있으나 어쩐지 얼른 내드릴수 없었다. 그이의 불면불휴의 로고를 잘 알고있는 그는 이 사건과 관련하여 또다시 심려가 겹쳐질것을 생각하니 무거운 마음을 금할수 없었다.

《고난의 행군》이 시작되여 지금까지 선군의 길에서 하루도 발편잠을 자보지 못하고 줴기밥으로 끼니를 에워오신 그이이시였다.

최근 며칠어간에만도 전연초소와 동서해의 함대들, 항공부대들을 말그대로 종횡무진하면서 인민군대를 강화하는데 낮과 밤을 가리지 않고 수천리길을 달려오시였다.

곽무선이 망설이는것을 띠여본 김정일동지께서는 금강산발전소건설장을 찾으라고 이르시고 집무실과 곁달린 방으로 들어가시였다.

그이께서는 현지시찰에서 돌아온 옷차림을 바꾸지 않은채 쏘파에 앉으시였다. 그리고 전화기옆에 놓여있는 문건을 집어드시였다. 곽무선이 황황히 따라들어왔다.

그 문건인즉 《경비함사건》과 관련한 상보였고 그이의 앞 록화기에는 테프가 걸려있었던것이다.

《금강산발전소건설장을 찾아주시오.》

김정일동지께서는 불만스러운듯 다시 말씀하고나서 문건을 펼치시였다.

《방금 제가 전화를 했댔습니다.》

곽무선이 다급히 말씀올렸다.

《붕락된 막장에 밥을 들여보내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제가 다시 알아보겠습니다.》

《그렇다면 총참모부 리국현장령을 찾소!》

김정일동지께서는 시선을 쳐들지 않고 다시 말씀하시였다.

곽무선은 다급히 총참모부를 찾기 시작했다. 리국현장령과 인차 련결되였다.

《적구에서 새 소식이 없소? 리국현동무.》

김정일동지께서 물으시였다.

《지금 우리에겐 두개의 적구가 있다고 할수 있소. 하나는 금강산발전소건설장의 붕락으로 막힌 구간이고 또 하나는 우리 해병들이 피를 흘리고있는 그쪽이요. 나는 그쪽에 대하여 묻는거요.》

곽무선이처럼 리국현장령도 망설이다가 보고를 드렸다.

《방금 그쪽에서 타전한 무전신호가 포착되였습니다. 그들은 자기들이 로출된 상태에서 공개전파를 날리고있습니다.》

《그러니까 아직 살아있단 말이요?》

《최고사령관동지.》

리국현이 여전히 망설이면서 말씀을 올렸다.

《그들은 겨우 두서너명으로 추측되고있습니다. 이에 대하여 적들은 전쟁을 방불케 하는 무력을 동원하고있습니다.》

《나도 알고있소.》

김정일동지께서도 방금 상보를 보시였다. 적들은 자기들의 전연무력의 거의 3분의 1을 동원하고있으며 땅우에 있는 사람을 추적하여 잡을수 있는 적외선탐지기가 장비된 미국의 《카이오와》직승기까지 수색에 인입시켰다. 실로 옹근 하나의 전쟁을 방불케 하는 대출동이였다.

김정일동지께서 말씀을 이으시였다.

《적들은 우리의 사회주의에 대한 증오로 혈안이 되여있단 말이요! 그러나…》

그이께서는 잠시 동안을 두시였다가 말씀을 끝맺으시였다.

《그 몇명뒤에는 우리가 있소. 천만대군이 있단 말이요!》

《알았습니다, 최고사령관동지.》

리국현은 침착하게 답변하였다. 그리고 덧붙여 말씀올렸다.

《총참모부의 모든 성원들이 그것을 알고있습니다. 한가지 제의하고싶은것이 있습니다.》

《무슨 제의요?》

김정일동지께서 다급히 물으시였다.

《적들에 대한 보복을 허락해달라는것입니다!》

《거기에 대해서는 나도 생각하고있소. 그러나 그 보복이 공담이 되여서는 안되오. 그러니 좀더 두고봅시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잠시 사이를 두었다가 계속하시였다.

《나는 지금 적들의 록화테프를 돌리려던 참이였소. 그것을 본 다음 다시 만납시다. 그때 이 사건과 관련한 판문점 조미군부접촉상황을 보고하시오.》

김정일동지께서 곽무선이 망설이고 리국현장령까지 꺼려하는 《경비함사건》에 굳이 관심을 돌리시는것은 이 문제가 정치화, 국제화될 우려가 있다고 판단하셨기때문이였다. 방금전에 그이께서는 외교부로부터 미국의 추종을 받은 남조선당국이 이 문제를 유엔에 끌고갔다는 통보를 받으시였다. 이것은 이 사건에 미국이 개입하여 우리 군대에 도전하며 특히는 우리의 의지력을 시험하려 한다는것을 의미하였다. 그이께서는 총참모부의 보고를 통해 이 판단이 틀림이 없으리라는것을 확신하시였다.

총참모부에서 다시 전화가 오기를 기다리면서 그이께서는 앞탁우에 놓여있는 원격조종기로 비데오를 동작시키시였다.

화면에는 단풍이 붉게 물든 험준한 산발이 포착되고있었다.

록화촬영기는 공중에서 그것을 훑고있었다. 갑자기 화면이 앞으로 당겨지면서 산중의 한 공지가 확대되였다.

북쪽방향으로 엎어져있는 열명의 시신과 사이두고 하나의 시신은 엎딘채 두팔을 앞으로 쭉 뻗치고있었는데 그의 두손에는 각각 권총이 쥐여진채로 있었다. 외따로 있는 그 사람의 량쪽관자노리에서 총탄자리가 알렸다.

김정일동지께서는 그가 김동환임을 대뜸 알아보시였다. 하나같이 북으로 향한 그들모두의 자세를 보니 가슴이 뭉클해지시였다.

괴뢰군장교들과 기자들이 이들을 발견하고 다가들다가 놀라는 모양이 비쳐지다 말고 해설자의 목소리가 들리며 화면이 바뀌였다. 두서너명의 우리 군인들이 비호처럼 몸을 날려 화면을 지나갔다. 그중 한명의 군인을 촬영기가 가까이 포착하고있었다.

그는 커다란 참나무를 등지고 서있었다. 손에는 아무 무기도 쥐여진것이 없었다. 총창을 꼬나든 수십명의 괴뢰군놈들이 적수공권의 그에게 한걸음한걸음 다가들고있었다. 몸이 다부지게 생긴 그의 두눈에서 증오의 불길이 뿜어나오고있었다. 그는 참나무를 뿌리채뽑아 다가오는 놈들을 후려치려는듯 두손을 머리우로 쳐들어 뒤로 거머쥐더니 갑자기 홱 몸을 돌려 그러안았다.

그의 잔등을 뚫고 뾰족한 참나무등걸이 총창처럼 쑥 나왔다.

화면이 바뀌였다.

또 한명의 군인은 바위돌을 골짜기아래로 굴리고있었다. 크고 작은 돌을 다 굴려버린듯 돌을 찾아 이리저리 뛰던 그는 땅속에 뿌리박힌 커다란 바위를 뽑아내려고 애쓰다가 등뒤에 적의 무리가 달려든것을 느끼자 그 바위에 자기의 머리를 짓쪼았다.

해설자의 목소리가 들리였다.

《괴뢰들은 하루에 수십만의 무력을 동원하고 〈안전기획부〉를 비롯한 심리전모략기관들이 하루에 10만여장의 삐라를 뿌리고 방송까지 불어대면서 회유공작을 벌렸으나 우리 군인들이 끄떡하지 않았으며 최후의 순간에도 〈자폭〉으로 영예로운 죽음의 길을 택하였다고 보도하였습니다.

또한 괴뢰들은 이미 〈사살〉이라고 보도한것도 흔적을 확인해보면 자총, 자폭이였다고 하면서 〈두려움없이 나란히 누워 죽음을 택하였다.〉, 〈최후의 순간에 대비한 완전한 세뇌교육을 받은것 같다〉고 하였으며 군인들을 그이상 투항시키거나 체포할수 없게 되자 당초의 체포계획을 변경시켜 〈무조건사살〉이라는 지령을 내렸다고 합니다.》

해설은 계속되고있었다.

《제1라지오는 〈대병력에 의한 저예망식 수색작전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포착되지 않은것은 무슨 까닭인가 하는 물음에 국방부가 답변을 주지 못하고있다.〉고 하면서 괴뢰군관계자들이 우리 군인들에 대해 〈위장술과 잠복술을 터득하고있어 쉽사리 발견하기 어렵다.〉, 〈무거운 장구류를 지고 산속에서 시간당 10키로메터까지의 이동능력을 가지고있다.〉, 〈풀뿌리, 산열매, 뱀, 개구리 등으로 연명하는 초인간적인 능력을 갖추고있다.〉라고 비명을 올리고있습니다.》

이 사건이 터진 첫날부터 세계의 많은 나라들은 자기들의 특파기자단을 보내여 실황을 취재하였으며 《대쎈세이슌》으로 파장과 지면을 아끼지 않았다. 남조선의 괴뢰외무부 장관이라는자는 뉴욕에서 한창 진행되고있던 유엔총회연단에 나서서 범잡은 포수처럼 우쭐해서 《북의 행위는 틀림없이 세계적정의와 평화에 대한 엄중한 위협으로 되는바 국제공동체는 이에 대하여 응징을 마다하지 말아야 한다.》고 하였다. 일본수상도 같은 연단에 나서서 《최근사건은 우리로 하여금 조선반도의 긴장완화의 중요성을 더욱더 인식하게 된다. 지난 4월 미국과 한국의 지도자들이 내놓은 4자회담을 실현하는것은 매우 중요하다. 이 기회에 나는 그 제안에 대한 일본의 지지를 재확인한다.》고 하였다. 박두한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조선문제를 조심히 다루어오던 클린톤조차도 우리를 자극하는 발언을 하였다.

이 모든 사실을 김정일동지께서는 이미 다 알고계시였다. 그러나 록화물을 보시면서 그이께서 생각하신것은 《경비함사건》을 국제화하여 정치적으로 리용하려는 그들의 연설이거나 세계의 여론이 아니였다.

 

( 다음호에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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