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
이날 도관찰사가 틀고앉은 선화당은 찬기운이 돌았다.
립동을 앞둔 때이라 날씨가 싸늘한것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한양에서 내려온 체찰사 리철견이 독을 뿜었기때문이다.
체찰사란 원래 《백성들을 안착시키기 위한》 명목으로 도에 파견되는 관리직분이였다.
허나 그것은 허울뿐이다. 실지는 국왕의 통치를 아래에까지 실현하도록 감독통제하는것이 기본이였다.
선화당 란간우에서 도관찰사 김극검의 곁에 틀고앉은 체찰사 리철견은 마당에 두줄로 벌려선 륙방관속들과 앞에 서있는 스무동이들이 물독같이 뚱뚱한 형방을 노려보았다.
그 눈은 흡사 병아리를 노리는 독수리눈 한가지였다.
체찰사 리철견이 성이 독같이 난것은 임금의 어명으로 하게 된 재령전탄수관개공사가 제대로 진척되지 않는데다가 어제 서흥 가마소에서 일어난 사건때문이였다.
도드라진 이마에 눈두덩이가 두터운 매눈인 리철견이 형방에게 꽥 소리쳤다.
《형방, 무엇이 어떻게 됐다구?》
뚱뚱보 형방의 목덜미에서는 계절에 어울리지 않게 비지땀이 도랑물처럼 흘러내렸다.
《예, 서흥가마소에 살고있는 강부자네 집이 화적패한테 도륙을 당했소이다.》
《그건 나도 안다. 도대체 어떤 놈들이 그런짓을 했단 말이냐?》
《예, 그건, 저 그건…》
《빨리 이실직고하지 못할고.》
형방은 뚱뚱한 몸집을 굽신거렸다.
《그건 저… 분명히 김막동패거리가 한것 같은데 단서를 아직…》
리철견은 성을 왈칵 냈다.
그는 옆에 앉은 김극검과 형방을 엇갈아보면서 욕을 퍼부었다.
《뭐라구? 김막동이? 아직 그놈을 못 잡았단 말이냐?》
《…》
《그놈을 잡으라는 상감마마의 어명이 내린지가 언젠데… 너희들은 도대체 뭘하는 놈들이냐? 나라의 록만 타먹는 록버러지냐? 고현놈들.》
성이 난 리철견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손까지 우두두 떨었다.
그앞에 있는 김극검은 물론 륙방관속모두가 고양이앞에 선 쥐새끼 한가지였다.
종사관 홍자하가 리철견에게 종이장을 내밀었다.
《이것이 그 사건을 조사한 시말서이나이다.》
리철견은 부들부들 떠는 손으로 종이장을 받아들고 내려읽기 시작하였다. …
형방의 추측대로 그 일은 막동이네가 저지른것이 사실이였다.
바로 이틀전이였다.
재령 장수산 객주집으로 거처를 옮긴 김막동이네는 그곳에서 며칠 묵었다.
그사이에 그들은 집을 번듯하게 꾸려주었다.
다시 신계마방집으로 오던 그들은 가마소부근의 어느 한 마을을 지나다가 뜻밖의 광경을 보게 되였다.
마을 한복판에 있는 느티나무아래에 수많은 사람들이 하얗게 모여서서 아우성을 치고있었다.
막동이네는 웬일인가 해서 그곳으로 말을 몰아갔다.
가까이에 가보니 몸집이 좋은 일여덟명의 사내들이 마을의 처녀 세명을 머리태를 거머쥐고 끌어가고있었다.
처녀들의 부모들과 모여든 사람들은 저저마다 아우성을 쳤다.
몸집이 황소같은 대장인듯 한 놈이 칼을 빼들고 아우성치고있는 마을사람들에게 꽥 소리쳤다.
《야! 이놈들아! 이 칼에 맞지 않겠거든 물러서라!》
뒤따르던 사람들이 일시 주춤거렸다.
뻘건 주먹밖에 없는 그들에게는 서슬푸른 장검에 맞설 힘이 없었던것이다.
이때 마을쪽에서 손에 농쟁기를 든 서너명의 장정들이 그쪽으로 달려왔다.
모여선 사람들을 헤집고나온 그들은 처녀들 앞을 막아섰다. 그들중에 손에 도끼를 쥔 젊은이가 소리쳤다.
《이 애들은 못데려간다!》
칼을 빼든 대장놈이 그들 앞으로 다가섰다.
《뭐야! 비켜서지 못해!》
젊은이가 맞받아 소리쳤다.
《못비키겠다! 그래 이 애들을 왜 끌고간단 말이냐?》
《이놈아! 봄에 꿔준 환곡값을 제대로 물지 않았으니 그대신 끌고간다. 어쨌단 말이냐?》
《다 썩은것이나 다름없는 쌀 몇되박을 준것도 환곡이냐?》
《썩은걸 주었는지, 익은걸 주었는지 내가 알게 뭐냐?》
《그것도 모르면서 왜 이 애들을 끌고가는거야!》
《이놈아! 빚을 물지 않으면 대신 계집들을 끌고오라는 주인어른의 훈시란 말이다.》
《강부자는 도대체 사람이요? 계집 잡아먹는 귀신이요?》
《이놈이 아무말이나 탕탕… 너 말 다했어?》
《다했다! 어쨌든 이 애들을 못데려간다.》
《이놈이?》 하고 대장놈은 칼을 추켜들고 젊은이 앞으로 한발자국 다가섰다.
젊은이도 대장을 쏘아보며 손에 잡은 도끼를 추켜들고 다가들었다.
악에 받친 대장이 괴상한 짐승소리같은것을 내면서 마주선 젊은이를 향해 칼을 내리쳤다.
모여선 사람들모두가 악 소리치면서 눈을 꼭 감았다.
그 찰나에 어디선가 딱 하는 소리와 함께 뜻밖에도 칼을 든 대장이 모로 나가넘어졌다.
그의 이마에서는 피가 줄줄 흘러내렸다.
마주섰던 젊은이도 도끼를 손에 든채 어안이 벙벙해 서있었다.
그제서야 사람들은 주위를 살피다가 뒤에서 말을 타고 서있는 막동이네를 알아보고 길을 쭉 비켜주었다.
사람들 앞으로 나온 막동은 그때까지도 처녀들의 머리태를 거머쥐고 서있는 장정들을 향해 소리쳤다.
《이놈들아! 어서 그 처녀들을 놓아주지 못해!》
그제서야 처녀들을 붙들고 서있던 장정들이 황급히 놓아주었다.
막동은 장검을 빼들어 땅바닥에 딩구는 대장의 목에 가져다대고 물었다.
《너희들은 도대체 웬놈들이냐?》
《…》
도끼를 손에 든 젊은이가 대신 말했다.
《가마소 강부자네 군졸들이요.》
《그런데?…》
《가을소작료를 다 받아갔는데 봄에 꿔준 썩은 환자쌀 몇되값으로 처녀들을 끌어가겠다고 이 야단이지요.》
막동은 대장놈을 향해 물었다.
《그게 사실이냐?》
《…》
《어서 말하지 못할가!》
그제서야 대장놈은 비실비실 일어나 피가 흐르는 터진 이마를 싸쥔채 말했다.
《우리야 주인어른이 시키는대루…》
《이놈아, 제아무리 환곡값을 받는다 해도 유만부동이지, 그래 썩은 쌀 서너되에 처녀 하나라? 이거야 날강도가 아니구서야 어디 할짓이냐?》
대장놈은 딴전을 부렸다.
《거야 내가 알게 뭐요. 우리야 시키는대루 할뿐이요.》
《이놈아! 그럼 넌 사람이 아니구 강부잔지 한 놈네 삽살개 한가지로구나.》
그 말에 모여선 사람들이 와-하고 웃었다.
대장놈은 악에 받쳐 씩씩거렸다.
《도대체 거긴 뭘하는 사람들인데 제 할일이나 할거지 남의 일에 삐쳐들면서 이 야단이요.》
막동은 그놈을 조소어린 눈길로 바라보면서 《이놈아, 우린 바로 너같은 놈들을 잡으러 다니는 사람들이다.》라고 소리쳤다.
대장놈은 눈이 뒤집혔다.
《뭐라구요?》
《이놈아, 지금껏 강부자의 턱에 붙어살면서 그것을 몰랐겠지. 똑똑히 알아둬라. 이제부터 백성들한테 그렇게 못되게 놀다간 지옥귀신이 되고만다.》
모여선 사람들은 어리둥절하여 막동이네를 선망어린 눈길로 쳐다보았다.
세상에 백성들 편을 들어주는 군사들도 있단 말인가?
모두들 경탄하면서 이구동성으로 떠들어댔다.
막동은 대장놈에게 소리쳤다.
《어서 너의 족속들을 거두어가지고 물러들 가라. 그리구 강부자에게 일러라. 다시한번 백성들을 못살게 굴면 그 집을 아예 도륙을 낸다고 말이다. 알겠냐?》
대장놈은 굽신거렸다.
《예, 예, 알겠소이다.》
그리고는 제 패당들과 함께 범에 쫓기우는 개새끼들처럼 들구뛰였다.
그 모양을 바라보면서 모여섰던 백성들모두가 여간 깨고소해하지 않았다.
마을사람들은 막동이네를 쭉 둘러쌌다.
좌상인듯 한 로인이 막동에게 다가왔다.
《이보게 젊은이, 정말 고마우이. 내 배꼽 떨어져 지금까지 살면서 백성들을 위한다는 군사는 처음 보네.》
막동은 말에서 내려 좌상로인의 손을 다정히 잡았다.
《로인님, 우리가 이제부터 그런 군사가 되려고 하오이다.》
좌상로인은 수염을 내리쓸었다.
《옳거니, 자네들이 정말 그런 군사라면 내 이 마을 젊은이들을 모두 자네 부하로 보내겠네.》
《고맙소이다, 령감님.》
이때 모여선 사람들 뒤쪽에서 누군가의 웨침소리가 울려왔다.
《강부자네 군사들이 몰려온다!》
모두가 그쪽을 바라보았다.
정말이였다.
강부자네 마을쪽에서 서른명 실히 될 가병들이 손에 칼과 창을 들고 이쪽으로 달려오고있었다.
그들 뒤로 이마를 처맨 강부자가 말을 타고 따라오고있었다.
그것을 본 막동은 날래게 말우에 올라앉아 모여선 사람들을 향해 소리쳤다.
《여러분네들, 모두 뒤쪽으로 피하시오.》
말을 탄 막동이네가 앞으로 달려나가려 할 때였다.
농쟁기를 손에 든 젊은이들이 그들에게 다가섰다.
《우리도 함께 싸우게 해주시오.》
막동은 그들을 보면서 빙그레 웃었다.
《고맙네, 저놈들은 우리가 막을테니 자네들은 마을사람들이 피해를 입지 않게 그쪽으로 달려드는 놈들을 족치라구.》
《알겠어요.》
막동은 자기와 나란히 선 동생들에게 말했다.
《이보게들, 오늘 저놈들에게 버릇을 단단히 가르쳐주어야겠네.》
《알겠수다.》
앞을 쏘아보던 수안은 펄쩍 놀랐다.
《아니, 저놈이?》
윤산이 물었다.
《수안이 왜 그래?》
《저앞에서 달려오는 놈을 보라요. 좀전에 우리한테 잡혔던 그놈이요.》
그제야 윤산도 그놈을 알아보았다.
《옳구나. 못된 송아지 엉치밑에 뿔난다더니 그놈이 우리한테 덜 혼났는가 보지. 수안아, 오늘까지 저놈을 살려주어선 안되겠다.》
막동은 동생들에게 소리쳤다.
《저놈들을 가까이 불러다가 돌떡부터 먹여놓아라!》
어느덧 강부자네 군졸들이 낯짝을 알아볼만 한 거리에까지 다가왔다.
막동은 그쪽을 향해 소리쳤다.
《이놈들아! 게섰거라!》
막동의 우렁우렁한 목소리에 군졸들이 잠시 멈춰섰다.
막동은 그쪽을 향해 소리쳤다.
《모두 죽지 않겠거든 물러서라!》
방금전에 쫓겨갔던 대장놈이 깨여진 이마를 처맨채 맨머리로 기고만장해서 소리쳤다.
《이놈들아, 어서 너희들이나 항복해라. 어서!》
막동은 그놈을 쏘아보면서 나직이 말했다.
《윤산아, 저놈의 주둥아리를 틀어막아라!》
그 말이 떨어지기 바쁘게 윤산은 돌을 날렸다.
맨앞에서 주둥아리질을 하던 대장놈이 아이쿠-하면서 입을 싸쥐고넘어졌다.
말을 타고 뒤에 섰던 강부자가 꽥 소리쳤다.
《이놈들아! 뭘하고있느냐. 저놈들을 어서 잡으라!》
놈들이 왁 달려나왔다.
막동이네는 태연하게 서서 놈들쪽으로 돌을 날렸다.
그들이 던진 돌은 날아가는족족 놈들의 이마와 골을 까부셨다.
순식간에 대여섯놈이 이마를 싸쥐고 쓰러졌다.
달려들던 놈들은 주춤거렸다.
이때를 타서 막동은 칼을 빼든채 박차를 가했다.
뒤따라 윤산과 수안이, 봉산이도 내달렸다.
그들은 쏜살같이 달려나가면서 마주오는 놈들을 족쳤다.
급해맞은 강부자는 말을 돌려 제 집쪽으로 내달렸다.
막동이네가 싸우는것을 보고있던 마을사람들도 남녀로소모두가 와-하고 함성을 지르면서 달려나왔다.
그리고는 땅바닥에 딩굴고있는 강부자네 군졸들에게 달라붙어 주먹으로 때리고 발로 짓밟았다.
이마와 주둥아리가 터진 대장놈에게 달려든 처녀들은 저저마다 큰 돌멩이를 주어들고 대갈통을 내리쳤다.
기세가 오른 사람들은 함성을 지르면서 막동이네를 뒤따라 강부자네 집쪽으로 달려갔다.
그들은 집앞에 거의 이르러서야 강부자를 따라잡았다.
말을 타고 뒤따르던 봉산이 오라줄을 휙 던졌다.
오라줄에 모가지가 걸린 강부자는 말에서 떨어져 땅바닥에 내동댕이쳐졌다.
그때 손에손에 아무것이나 닥치는대로 잡은 마을사람들이 달려왔다.
오라줄에 걸려 땅바닥에서 버둥거리는 강부자를 본 그들은 벌떼같이 달려들었다.
강부자는 마을사람들의 뭇매에 맞아 그자리에서 뻐드러지고말았다. 기세가 오른 사람들은 함성을 지르면서 강부자네 대문을 짓조기고 집으로 몰려들어갔다.
본채에 달려든 녀인들은 강부자의 마누라와 첩년들을 마루우에 끌어내여 쥐여박았다.
손에 도끼와 농쟁기, 몽둥이를 든 남정들은 사방을 뒤지면서 강부자에게 붙어먹던 아첨쟁이 서리들을 찾아내여 그자리에서 뭇매를 안겼다.
이 광경을 본 막동은 자못 놀랐다.
백성들의 단합된 힘을 난생 처음으로 보았던것이다.
순간 그의 가슴속에는 이런 백성들의 힘을 동원한다면 이 세상에 부자가 없는 세상을 만들수 있겠다는 신심이 생겼다.
신이 나서 돌아치는 사람들을 막동은 놀라운 눈길로 바라보았다.
이때 그의 곁으로 윤산이 다가왔다.
《형님, 왜 그리 멍청히 서있소?》
그제야 생각에서 깨여난 막동은 말했다.
《윤산아, 저사람들을 좀 봐라. 저사람들이 좀전까지 강부자에게 눌리웠던 사람들이 옳긴 옳니?》
《옳지요. 그런데 왜 그러시우?》
《난 오늘 사람들의 뭉친 힘이 과연 크다는걸 처음 알았구나.》
《나도 그렇수다. 형님, 앞으로 우리두 힘을 합치는 길루 나가야 할가보우다.》
《네 말이 옳다. 그래야 우린 이길수 있다.》
막동과 윤산은 손을 맞잡고 껄껄 웃었다.
여기로 좌상령감을 앞세우고 봉산과 수안이, 마을젊은이들이 다가왔다.
좌상령감이 막동에게 말했다.
《대장어른, 고맙쉐다. 내 오늘 몇십년 묵은 체증이 뚝 떨어진것 같소이다.》
《로인님, 우리야 무슨… 그저 우리 할일을 했을뿐이우다.》
봉산은 막동의 앞에 다가와 신이 나서 말했다.
《형님, 저 고간마다 쌀이 가득 들어있는데 그걸 어쩌면 좋겠어요.》
막동은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어쩔게 있니. 그건 다 백성들이 피땀흘려 지은것인데 너희들이 가서 고간들을 다 열어서 백성들에게 나누어주어라.》
《알겠어요.》
봉산과 수안은 젊은이들과 함께 고간쪽으로 달려갔다.
힘이 모자라게 곡식가마니를 받아안은 이고장 사람들의 얼굴에서는 웃음꽃이 피여났다.
서로 찾고 부르면서 웃고떠드는 백성들의 모습을 막동은 흐뭇하게 쳐다보았다.
하나로 뭉친 백성들의 힘앞에서는 제아무리 량반부자들이 날뛰여도 어쩌지 못했다.
백성들의 뭉친 힘이 도도히 흐르는 대하라면 량반부자들이란 그 기슭에 밀려난 거품과도 같은 존재들이였던것이다.
시말서를 읽고난 리철견은 어깨를 후두두 떨었다.
《종사관, 그런데 이 일을 김막동패거리가 했다는걸 어떻게 아는가?》
종사관 홍자하가 허리를 굽신거렸다.
《강부자네 군졸 한놈이 말하기를 그들이 수안화적패들이라고 하였소이다.》
《그놈이 지금 어디 있는가?》
《그놈은 그 말만 남기고 죽었소이다.》
《다른 놈들은 어디 없는가?》
《강부자네 가족은 물론 군졸들까지 살아남은 놈은 한명도 없었소이다.》
《그러니 이것두 꼭 김막동패거리가 한짓이라고 할수 없지 않냐?》
《그렇소이다. 그런데 수안고을 최형리의 말에 의하면 그 수법이 김막동패거리와 꼭 같다는것이오이다.》
리철견은 눈을 치떴다.
《최형리? 그가 어디 있는가?》
《예, 지금 여기 와 있소이다.》
《그를 찾으라!》
홍자하가 앞에서 관리들을 향해 소리쳤다.
《수안고을 최형리 이리 나오라. -》
최형리로 말하면 한때는 수안군수의 눈에 들어 형방자리에까지 게바라올랐다가 김막동이네한테 방아역의 역리인 리악이 죽음을 당하게 되여 그 책임으로 다시 형리로 굴러떨어진자였다. 그러던 그가 지금은 김막동의 얼굴을 아는것으로 하여 도감영에 림시로 김막동이네를 잡는데 동원되여있었다.
맨끝에서 관복차림을 한 최형리가 란간밑으로 다가왔다.
리철견은 그를 노려보면서 물었다.
《네가 그걸 어떻게 증명하느냐?》
최형리는 허리를 굽신거렸다.
《예, 소인이 어제 종사관어른과 함께 강부자네 집 현장에 가보았습니다. 맞아죽은 놈들의 시체를 보니 신통히도 이마가 터지고 입이 터졌는데 이것은 김막동패거리가 한짓이 분명합니다. 그놈들이 돌팔매질을 어찌도 잘하는지 꼭 귀신 한가지옵니다.》
《넌 그놈을 아느냐?》
《예, 알고있소이다.》
리철견은 김극검에게 얼굴을 돌렸다.
《령감, 도안의 화공들을 불러모아 김막동 그놈의 화상을 그려 용모파기를 내돌려야 하겠소.》
김극검은 한갖 체찰사가 이래라저래라 하는것이 언짢았으나 꾹 참았다.
《알겠소이다.》
리철견은 뚱뚱보 형방에게 소리쳤다.
《형방은 제 할일도 못했으니 오늘부터 파직이다. 대신 종사관 홍자하가 형방자리에 틀고앉아 김막동패당을 추적하도록 하라. -》
《알겠소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