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8 회)

 

25

(2)

 

그는 오른손으로 소대장에게 복창신호를 보내면서 왼손으로 쥐고있던 남철의 손에 같은 신호를 보냈다.

남철은 자기가 코를 대고있는 레루의 홈채기에서 습기냄새를 느끼였다. 남철은 버럭에 짓눌린 한팔을 뽑아서 레루홈채기를 손으로 더듬었다. 분명 물이 느껴졌다. 그것은 습기가 아니라 실오리같이 가늘긴 해도 하나의 물줄기였다.

갈증에 허덕이던 그는 홈채기에 입을 박고 물을 몇모금 빨아들일수 있었다. 그 물은 삽시에 온몸을 적시는듯 정신이 들고 몸에 새로운 기운을 몰아왔다.

다음순간 그는 자기의 실책을 깨달았다.

《분대장동지.》 하고 그는 미안쩍은 목소리로 레루에 대고 말했다.

《물을 마셨습니까?》

《물론!》

리광호의 손이 《모르스기호》로 대답했다. 그러나 남철은 생명수와도 같은 그 물을 두 지휘관이 먼저 마셨을리 없다는것을 알고있었다.

남철은 항변하듯 웨쳤다.

《저는 마시지 않겠습니다! 거기서들 마시기전엔.》

《명령이요! 남철동무.》

《명령이라구요?》

남철이가 되뇌였다.

《그렇소. 명령이요!》

리광호가 단호히 응답했다.

그러나 남철은 레루도랑에서 입을 떼고 돌가루로 짐작되는 부실부실한 물체를 한옹큼 모은 다음 그것으로 흘러내리는 물줄기를 막았다. 물이 일정한 정도로 고이면 지휘관들쪽으로 되돌아 흘러갈것이였다.

그의 의도를 알아챈듯 저쪽에서 리광호가 손신호가 아니라 말로 웨치였다.

《남철이, 명령을 집행하고있는가? 대답하라. 대답하라!》

《집행하고있다!》

남철은 목이 메였다.

《분대장동지… 저는 마시고있습니다. 거기서도 마시십시오. 이제 물이 흘러갈것입니다.》

그 말을 믿지 못하고있는듯 리광호가 이번엔 손신호로 다시 요구했다.

《이건 명령이다! 집행하라! 집행하라!》

그러나 남철은 이미 그 신호를 느끼지 못하고있었다. 《명령》이라는 분대장의 거듭되는 요구가 그에게 잊을수 없는 회상을 불러왔던것이다.…

막장에서 항아리만 한 물구멍이 터지고 지하수가 폭포처럼 쏟아져내리기 시작한 순간에 문학수분대장도 《명령이다. 모두 철수하라!》 하고 고함을 쳤다. 그는 명령으로 대원들의 등을 떠밀어 수평갱을 빠지게 한 다음 사갱에 올리붙었다.

남철이와 여러명의 군인들이 그의 단호한 명령에 의하여 구원될수 있었다. 그때 남철은 문학수가 보이지 않아 두리번거리다가 그가 금방 빠져나온 수평갱으로 다시 뛰여가는것을 발견하였다.

남철은 그가 지하수가 터진 반대편 막장으로 달려가리라는것을 직감하였다.

거기에 한개 소대의 군인들이 지하수가 터진줄 모르고 굴진을 하고있었던것이다.

남철은 비호같이 달려 문학수를 따라잡은 다음 그의 앞을 막아섰다.

《비키오!》

문학수가 소리치며 그를 뿌리쳤다.

《안됩니다. 제가 가겠습니다.》

《명령이요. 비키오!》

《안됩니다.》

《명령이라는데!》

《분대장동지!》

남철이가 발을 동동 구르며 안타까와하는 사이에 문학수는 그를 와락 밀쳐 쓰러뜨린 다음 강물처럼 출렁이는 지하수를 맞받아달려갔다.

사갱에 다시 올라붙은 남철이 비통한 심정으로 이미 바다를 이룬 수평갱을 내려다보고있는데 하나둘 반대켠 갱의 군인들이 물속에서 솟아오르듯이 사갱으로 올라왔다. 그러나 문학수분대장은 다시 나오지 못했다.

지금 문학수를 생각하는 남철의 눈앞에는 희생된 김철종중대장의 모습도 떠올랐다. 금강산발전소건설장에서 희생된 그들의 념원과 희망은 무엇이였던가.

남철은 경애하는 최고사령관동지를 만나뵙고 돌아와서 당과 조국과 인민, 최고사령관동지를 위하여 한목숨바치자고 군인들앞에서 호소하였다.

그 호소는 물론 진심이였고 량심이였으며 뼈에 사무친 교훈이였다. 그러나 희생된 군인들이 그것을 들었다면 무엇이라고 할것인가?

남철은 부끄러운 생각이 들었다. 왜냐하면 그들은 말로가 아니라 실천으로써, 피로써 지하수천척 암반에, 100리 물길굴의 굽이굽이에 붉게 새겨 놓았기때문이였다.

그들의 최후의 희망은 과연 무엇이였던가? 그것은 어버이수령님께서 우리 강토에, 우리 수천만인민에게 유산으로 남기신 사회주의와 그 위업의 승리였다. 그리고 최고사령관동지의 제0026호명령이였다.

그들은 그 명령이 사회주의위업의 승리와 관련되여있다는것을 잘 알고있었던것이다. 지금 남철은 자기가 죽을수 있다는것을 느끼고있었다. 한두방울의 물로 목을 추긴다고 해서 살아남을수는 없는것이였다.

벌써 3주야가 흘러갔다. 그런데도 구원의 손길이 미쳐오지 않는것을 보면 붕락의 크기를 짐작할수 있었다.

붕락이 있기전 그가 속한 대대는 굴진막장에서 붕락구간을 돌파하기 위한 최후의 결사전을 벌리고있었다. 그 구간만 돌파하면 100리물길굴이 관통되는것이였다.

따라서 그것은 경애하는 최고사령관동지의 제0026호명령 관철에서 마지막돌파구를 열기 위한 전투였다.

전호진과 리완수 등 관리국의 책임일군들이 현장지휘를 하고있었으며 정치일군돌격대, 가족지원대, 예술선전대 등 힘있는 력량이 대대군인들과 함께 전투에 참가하고있었다.

그것은 말그대로 백병전이였으며 분초를 다투는 전격전이였다.

남철은 막장에서 퍼담은 버럭을 싣고 사갱을 100메터쯤 달리다가 붕락을 만났다. 앞뒤가 꽉 막힌것을 보면 붕락이 사갱을 막아버린것이 분명하였다. 이것은 굴진막장의 한개 대대력량이 외부와 완전차단되였다는것을 의미하였다. 작업이 중단되였을것은 물론 수백명의 군인들이 생명의 위험을 당하고있을것이였다. 남철은 죽음 그자체는 무섭지 않았다. 그의 뇌리를 꽉 채운것은 최후의 돌격전이 정지됐다는것, 그것으로 하여 최고사령관동지의 명령집행이 좌절되게 되였다는 그 사실이였다.

그는 하루 한순간도 희생된 전우들을 잊지 않았다. 그는 언제나 그들의 넋을 몸에 지니고있었다. 63키로그람의 자기의 체중에 그들의 체중을 합치고있었으며 그들의 사상과 의지, 사회주의조국에 대한 사명감을 자기의 정신에 체현하고있었다. 그렇기때문에 자기가 최고사령관동지의 명령을 관철하지 못하고 도중에 죽는다는것은 자기 육신의 한 부분으로 되고있는 그들을 두벌죽음시키는것으로 된다고 그는 생각하였다. 남철이 무서워한것은 바로 그것이였다.

남철의 눈앞에는 문득 최고사령관동지의 모습이 떠올랐다.

아, 경애하는 그이를 다시 만나뵈올수 있다면…

그는 막아놓은 레루홈채기에 물이 얼마나 고였는가를 알아보려고 손가락으로 짚어보았다. 물은 손가락끝을 적실가말가 하였다. 그 물이 언제 지휘관들쪽으로 도로 흘러가랴.

남철은 막막한 생각을 하며 리광호의 손을 만지작거렸다. 리광호가 그의 손기척을 느끼고 손에 지그시 힘을 주다가 그만두었다. 그리고는 잠잠해졌다.

《분대장동지.》 남철은 그에게 말을 건네였다.

《지금 무슨 생각을 합니까?》

리광호의 손에 다시 힘이 실리였다. 남철의 말을 들었다는 신호였다.

이윽고 레루를 울리며 가느다란 노래소리가 들려왔다.

 

        내 그대위해 불에 탄다면

        빨간 연기로 피여오르리

        내 그대위해 불에 탄다면

        아 내 그대위해…

 

남철은 리광호가 노래를 채 끝맺지 못했다는것을 느끼지 못했다. 분대장이 노래의 첫 구절을 떼자 그는 아버지를 생각했기때문이였다. 아버지는 지금 무엇을 하고계실가? 나의 모습을 보신다면 아버지는 무엇이라고 하실가? 그는 전쟁판에서라면 자기도 영웅적으로 죽을수 있다고 웨쳤던 일을, 아버지의 마음을 마구 휘저어놓았던 일을 생각하였다.

그는 아버지가 못 견디게 그리웠다.

두볼로는 뜨거운 눈물이 주르르 흘렀다…

몇시간후 전호진이 조직한 구조대가 붕락에 묻힌 그들을 파냈을 때에 김학철과 리광호는 이미 숨이 진 뒤였고 남철은 의식을 잃은 상태였다.

 

26

(1)

 

남철이네를 묻어버렸던 붕락은 그들이 짐작했던대로 경사갱의 200메터구간을 완전히 메꾸어버렸다.

처음에 전호진장령은 붕락이 일어나는 쿵쿵거리는 소리를 들으면서 그것이 전에없이 큰 붕락이라는것을 느끼였으나 얼마간은 안심이 되였다.

갱내 전등이 꺼지지 않았기때문이였다. 이것은 외부와의 련계가 완전히 차단되지 않았다는것을 의미했다.

전기선과 전화선, 압축공기관이 막장에서 외부로 뻗어있었다. 전기선이 살아있다는것은 전화선이나 압축공기관도 살아있을수 있다는것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그러한 기대는 오래 가지 않아 허물어졌다. 전호진이 전화기의 송수화기를 들고 귀에 대보았으나 전혀 감도가 없었다. 다음은 압축공기의 투입이 중지됐다는것이 일제히 멎은 착암기소리에 의하여 명맥해졌다. 제일 무서운것은 바로 그것이였다. 이것은 군인들의 생명에 직접적인 위험을 조성했다. 갱내에서는 압축공기에 의하여 산소를 공급받고있었던것이다.

이러한 정황을 념두에 두면서 전호진은 인원점검을 해보았다. 그 결과 50여명의 인원이 빈다는것을 알수 있었다. 이 인원들은 붕락에 묻혔을수 있는 인원이였다. 물론 붕락구간밖에 말하자면 붕락시에 경사갱의 다른 장소에 있던 군인들도 있을수 있었다. 그들은 외부로 빠져나가 구원되였을것이였다.

전호진은 붕락퇴치에 경험이 있는 군인들로 돌격대를 무어 구조전투에 진입시켰다. 돌격대원들은 맞교대로 붕락된 구간을 파헤치기 시작했다.

전호진은 구조대가 일에 달라붙자 비상지휘관회의를 소집했다.

전등이 꺼지지 않았다는것이 얼마나 다행한 일인지 몰랐다. 전호진은 전등앞에 둘러앉은 지휘관들을 바라보면서 한순간 큰 붕락이 있었다는 사실을 잊었다.

알고보니 관리국의 주요지휘력량이 최후의 전투가 벌어지고있는 이 막장에 다 들어와있었다. 후방물자구입을 위해 노상 대외기관에 나가 살고있던 후방부국장조차 흰 취사복을 입은채 회의에 참가했는데 붕락시에 그자신이 더운국을 떠서 군인들에게 공급해주고있던 모양이였다.

전호진은 지휘관들을 바라보면서 붕락으로 인한 불안과 고독을 잊고있었다. 더우기 옆에 정치위원 리완수가 앉아있다는것이 큰 힘을 주었다.

리완수는 전호진이 비상지휘관회의를 소집한데 대해 아무런 의견도 내지 않았는데 이것은 그가 비상정황에서 지휘관의 단독결심을 존중하고있기때문이였다.

그런데 전호진자신은 비상지휘관회의소집을 명령하던 순간은 물론 지휘관들이 다 모여앉은 지금에 와서도 이 회의에서 무슨 문제를 토의할것인가에 대한 결심이 서있지 않았다.

항용 이러한 경우 지휘관들앞에는 붕락퇴치와 관련한 대책적인 문제가 제기되였다. 그러나 그 대책은 이미 취해졌다. 지금 자기에게 시선을 보내고있는 지휘관들을 바라보는 전호진의 뇌리에는 뜻밖에도 붕락과는 관계없는 전혀 다른 생각이 떠올랐는데 그것은 갱내에 떠도는 이상한 가스와 관련된 생각이였다.

작업은 지금 지질조사결과에 이상한 가스가 발견된 지점에서 진행되고있었다. 무색무취의 가스를 다른 사람들은 느낄수 없었다. 그러나 지휘관인 전호진은 그 가스가 인체에 미치는 후과에 대하여 외면할수 없었는데 그는 붕락이 있기 바로전에도 린접부대의 화학병들을 불러다가 검측해볼 생각을 하고있었다. 그런데 뜻밖의 붕락을 당한 비상정황에서 그 문제를 상정시킨다는것은 어느 모로 보아도 우스운 일로 될수 있었다.

그렇다. 지금은 붕락과 관련한 사태를 어떻게 수습할것인가 하는것이 급선무이다. 붕락의 결과 압축공기가 들어오지 못하는 조건에서 착암기를 동작시킬수 없는것은 물론이거니와 곧 질식이 시작될것이였다. 그러니 작업을 중단해야 한다는것은 누구에게나 명백하였다.

이 순간 전호진에게로 시선을 보내고있는 지휘관들은 그가 작업이 중단되게 된 사태와 관련한 말을 꺼내리라고 믿고있었다.

그들은 안변은 물론 고산과 회양, 창도와 김화땅을 포괄하는 광대한 지역의 물줄기를 하나의 흐름으로 모아 동해로 떨구는 연연 100여리 지하물길굴을 뚫는 최후의 돌격전투를 진행하고있었다.

우리 인민의 커다란 기대와 관심속에 금강산발전소건설의 첫삽을 박던 그날 서방의 통신방송들과 그 나라의 《각료》, 형형색색의 《정계인사》들과 《과학계의 선각자》들은 입을 모아 웨쳐댔다. 조선이 혼자힘으로 해낼수 있겠는가? 거액의 발전소건설자금, 자재, 설비지출은 불가능하며 그들은 기술적관례를 무시한 후과를 초래할것이다. 그 건설은 21세기를 가까이한 현대건설력사의 첫 모험으로 될것이다. 남조선괴뢰들은 이러한 훼방군들과 맞장구를 치며 《종이장우의 발전소》라는 입에 담지 못할 상스러운 입방아까지 찧었다.

바로 이런 공사가 마지막관통을 앞두고 중단되게 되였으니 그 심정이 오죽하겠는가? 그들의 뒤에는 지난 10년간 피와 땀으로 열어놓은 100리물길굴이 있었으며 앞에는 얼마되지 않는 구간이 남아있었다. 이제 와서 주춤거린다는것은 오늘을 위하여 청춘과 생명을 다바친 전우들에 대한 배신인것이였다.

전호진은 작업을 계속해야 한다는 문제를 회의에서 론의하려고 결심하였으나 곧 자기의 그 결심이 무의미하다는것을 깨달았다.

이때 막장으로부터 병사들이 부르는 《막장주제가》가 들려왔다. 지난 10년간 병사들은 상상을 초월하는 애로와 난관이 앞을 가로막을 때마다 《적기가》를 부르며 그 엄혹한 시련을 맞받아나아갔다. 그들은 뜻하지 않은 일로 전우들이 희생되였을 때에도 전우의 령전에 붉은기를 세우고 《적기가》를 부르며 새로운 결의와 투지를 가다듬군 했다.

 

        민중의 기 붉은기는

        전사의 시체를 싼다

        시체가 식어 굳기전에

        혈조는 기발을 물들인다

 

피를 끓게 하는 이 《적기가》는 육탄정신, 자폭정신을 안고 공사를 다그치던 굴진막장안의 전투원들이 언제 어디서나 심장의 맹세를 다지며 부르던 유일한 《주제가》였다. 그리하여 《적기가》를 일명 《막장주제가》라고 불렀다.

그 《막장주제가》는 전호진으로 하여금 작업을 계속할데 대한 문제를 토의한다는것이 무의미하다는 생각을 가지게 하였다. 병사들은 자기가 결심한 문제를 이미 실천에 옮길 의지를 피력하고있었기때문이였다.

《지휘관동무들!》 하고 전호진은 자기의 결심을 돌리며 말하였다.

《지금 작업은 지하가스가 배출되는 지점에서 진행되고있습니다. 이 문제를 토의합시다.》

전호진의 그 말은 지휘관들로 하여금 굴진막장에 아무러한 정황도 생기지않은듯 한 느낌을 가지게 하였다. 그리하여 그들은 평상시와도 같은 활기띤 분위기속에서 전호진이 제기한 문제를 토의하였으며 갱내에서 나오는 이상한 가스가 유독성으로 검측되는 경우에 취할 대책을 강구하였다.

다음은 마치 부차적인 문제처럼 작업을 계속하는데서 제기되는 일련의 문제들을 토의했다.

그 일련의 문제란 착암기도 쓸수 없고 폭파도 할수 없는 조건에서 매 병사들이 정대로 다문 한치라도 굴을 뚫고나가야 한다는것, 밀페된 갱내에서 사활적인 문제로 제기되는 산소의 부족은 용접용산소병을 터뜨려 보충한다는것, 식사공급이 두절된 문제는 허리띠를 조이는것으로 해결한다는것 등이였다.

회의는 이러한 방법으로 적어도 사흘간은 작업을 계속할수 있을것이며 그 사흘어간에 붕락구간이 열리리라는것을 예견하였다.

회의가 끝나자 지휘관들은 병사들이 있는 막장을 향해 밀려나갔다.

리완수는 전호진이 앉은 자리에서 일어서지 못하는것을 발견하고 되돌아섰다.

《어디 불편합니까?》

리완수는 전호진의 이그러진 얼굴을 보며 놀라와하였다.

《손칼이 있습니까?》

《예, 있습니다.》

리완수는 호주머니에서 손칼을 꺼내주며 그의 시선이 가고있는 장화를 신은 두다리를 바라보았다.

《물독이 오른게로군요!》

《예, 좀 앉아있었더니 피가 몰렸는지 장화가 조여서 일어설수 없습니다. 아무래도 장화를 째야 벗어던질수 있을것 같습니다.》

《칼을 인주십시오.》

하고 리완수는 그에게 주었던 칼을 도로 달래가지고 쭈그리고 앉아서 장화목에 칼을 박고 쭉 내리째기 시작했다.

장화에서 벗어져 나온 전호진의 발은 어떻게 그안에 들어가있었던가싶게 놀라울 정도로 퉁퉁 부어있었다.

리완수는 혀를 찼다.

《쩌쩌! 며칠째 물속에 있었으니…》

《어! 이제야 살것 같군!》

전호진은 오히려 환성을 올리며 일어섰다.

《맨발로 걷겠습니까?》

《뭐랍니까? 편안하니 좋습니다!》

《좀 앉으십시오.》

리완수는 그의 팔을 잡아 앉히고 자신도 그와 나란히 앉았다.

《한대 태우십시오.》

리완수는 《백승》갑에서 담배를 한대 꺼내 권하였다.

《아니 산소를 아껴야지요.》

전호진이 웃으며 거절하였다.

《정말 그렇군요.》

두사람은 잠시 아무 말이 없었다.

《정치위원동무.》

이윽고 전호진이 먼저 입을 열었다.

《가만히 앉아있기도 힘든 밀페상태에서 병사들에게 일을 시킨다는것이 지나친 모험이 아닐가요?》

《우리가 시킨것이 아니라 그들스스로가 일을 하고있지 않습니까.》

리완수가 대답했다.

《그들을 제지시키는것이 지휘관의 의무가 아니겠는가 하는겁니다!》

전호진이 화를 내듯 어성을 높였다.

《저 노래를 들어보십시오. 저 노래를 멈출 힘은 없습니다. 그 어떠한 명령으로도!》

리완수도 《적기가》가 울려나오는 막장쪽을 가리키며 흥분이 깔린 어조로 대답했다.

두사람은 다시 말이 없었다.

 

( 다음호에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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