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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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김동환은 비상대책을 취했다.
함에 가지고있던 풍막을 다 들춰내여 《돛》을 기웠다. 그리고 마스트에 달았다. 다문 한치라도 배를 우리측 지역으로 움직여가려는것이였다. 그러나 칠칠야밤인데다 사나운 풍랑은 그들의 온갖 시도를 허사로 만들어버렸다.
이때 여러척의 적의 잠수함이 《101》호를 포위하고 《투항》신호를 보내왔다. 《101》호는 적의 도발에 강력히 항의하면서 우리측 지역(그때까지 그들은 그렇게 알고있었다.)에서 물러갈것을 요구하였다. 그러자 적은 사격으로 대답하였다.
《101》호는 대응사격을 가하였다.
접전은 번개불처럼 짧고 강하게 진행되였다. 《101》호는 순식간에 가지고있던 기관포탄과 자동보총의 탄알을 다 날려보냈다. 그 다음 중요기관들을 파괴해버리고 김동환의 명령에 따라 해병들은 풍랑속에 뛰여들었다.…
혼미한 의식속에서 김동환의 뇌리에 떠오른 또 하나의 생각은 자기들이 헤염을 쳐 상륙한 지점이 적구라는 사실을 알았을 때 왜 인차 자폭하지 않았는가 하는것이였다. 그는 간신히 자기 손을 가슴에 얹고 꼭 눌렀다.
지금 그의 해병복밑 가슴우에는 비닐박막으로 싸고 또 싼
그는 적함과 조우한 첫 순간에 선실에 있던 그 초상화들을 내리워
그는 끝까지 죽지 않고 살아서
세상은 김동환과 그의 대원들의 최후의 투쟁상황을 알지 못하였다. 그들중 아무도 살아 돌아온 사람이 없었기때문이였다.
경비함 《101》호의 구조신호를 받은 후 모든 관심을 집중하고있던 동해훈련지휘부와
그중 《미국의 소리방송》이 서울특파원과 주고받은 문답내용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문; 《먼저 입수한 소식을 부탁한다.》
답; 《한국국방부는 동해안지역에서 북한의 경비함이 좌초되여있는것을 발견하였으며 경비함에 타고있던 북한군인들은 륙지
에 상륙하였다. 이에 대해서 국방부는 전군에 비상계엄령을 내리고 그들의 행방을 추적하고있다.》
문; 《북조선군인들이 처음 알려진것은 언제였는가?》
답: 《시간별로 보면 3시 40분경 북한군인들의것으로 추상되는 발자국이 발견되였다. 그리고 오전 7시 25분경부터 북한경
비함에 대한 내부수색이 시작되였고 오후 4시 30분경 산속에서 북한군인들을 완전포위하고 3명을 사살하였다.》
문; 《경비함수색에서 나타난것은 무엇인가?》
답; 《북조선군인들이 탈출직전에 자기들의
문; 《어떤 내용이였는가?》
답; 《맹세문에는 〈우리들은
쉬시는 날이 올것입니다.…〉는 구절이 있었는데 비록 물에 젖고 찢기여 단어와 문구가 잘 맞지 않지만 이 일단을 통해
한번 받은 명령은 반드시 관철하겠다는 사명감, 사회주의의 승리에 대한
보고 전률하지 않을 사람이 없을것이다.》
문; 《북한군인 10여명이 자결한것으로 추측된다던데?》
답; 《그렇다. 이들의 시신이 당일 오후 5시경 산속에서 발견되였다.》
문; 《한국정부의 반응은?》
답; 《당일 오후 긴급 통일안보정책회의를 열고 이와 관련한 대책을 토의했다고 한다.》
남조선당국이 처음부터 도적이 매를 드는 격으로 《불법침입》으로 몰아붙이는 속에서도 통신보도들은 진실을 외면할수 없었다. 그 진실이란 경비함 《101》호가 적측지역을 불법침입하지 않았다는 사실과 함께 우리 군인들의 놀라운 정신세계였다.
김동환이와 그의 대원들은 적함에 마지막탄환을 날리며 최후의 결사전을 벌리던 그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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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김남철은 한식경이 지나서 정신을 차렸다.
처음에 그에게는 갑자기 어덴가 아주 가까운 곳에서 나는 굉음을 들으며 광차밑으로 기여들었던 생각이 떠올랐다.
칠흑같은 어둠속에서 지금도 무엇인지 또 요란한 소리를 내면서 무너져내리고 쏟아져내리고 하였다. 사람의 신음소리가 들리였다. 그것이 마치 무슨 신호이기라도 한듯이 사방에서 굉음이 다시 일어났다.
남철은 광차밑에 짓눌려있었다. 눈에는 돌가루가 들어가서 뜰수 없었다. 입과 코안에도 돌가루로 가득찼다. 입을 우무적거리니 돌가루가 으득으득 씹혔다.
남철은 자기는 죽지 않았다는것을 알았다. 다음순간 동지들이 걱정되였다.
한참 걸려 코구멍과 입안의 돌가루를 뱉아낸 남철은 첫 굉음이 울리던 때 자기앞에서 또 하나의 광차를 밀던 소대장 김학철과 분대장 리광호가 생각나서 소리쳤다.
《소대장동지-》
대답이 없었다. 금방 사람의 신음소리가 들렸는데 조용했다.
《소대장동지- 분대장동지-》
《남철이!》
귀익은 소리가 응답하였다. 그것은 희생된 문학수의 뒤를 이어 분대장이 된 리광호의 목소리였다. 그 목소리는 공간이 아니라 전화기의 수화기에서 들리는것처럼 귀가까이에서 들리였다.
《분대장동지!》
남철은 반가움에 겨워 덤비면서 마주 소리쳤다. 이번엔 응답이 없었다. 남철은 땅바닥에 대고있던 얼굴로 더듬어서 무엇인가를 찾아보았다. 선뜩하는 물체가 느껴졌다. 광차의 레루였다. 그는 거기에 입을 대고 다시 소리쳤다.
《분대장동지!》
《아, 남철동무요?》
레루를 울리며 리광호의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공간이 밀페된 조건에서 레루가 통신선의 역할을 하고있는것이였다.
《소대장동지는요?》
남철이도 다급히 마주 소리쳤다.
《여기 있소!》
《그렇습니까? 알았습니다!》
남철은 기침을 깇기 시작하였다. 그는 숨이 차서 헉헉 느끼였다.
《앞뒤가 다 막힌것 같소. 레루에 코를 대고있으라구!》
리광호의 목소리였다.
《알았… 습니다.》
남철은 발음이 제대로 되지 않는것을 느끼며 레루에 코를 바싹 대였다. 가슴이 쑥 열리는것 같았다. 그는 비로소 분대장이 어떻게 하고있을가 하고 생각하였다. 자기처럼 광차밑에 들어가 있을가? 아니면 바위에 깔려있을가?
《분대장동지!》
그는 갑자기 겁질린 소리를 지르며 가슴에 깔려있는 팔을 뽑아 머리우쪽으로 내뻗쳤다. 그의 손은 아무 저항을 받음이 없이 쑥 뻗어나갔다. 빈 공간이 있는것이 분명했다. 이번엔 배밀이로 앞으로 전진했다. 한치쯤 움직였다고 생각될 때 바위부스레기가 담벽처럼 막혀있다는것이 손에 느껴졌다.
(그러니.) 하고 남철은 생각했다. (버럭이 광차뒤와 좌우공간에 꽉 차있구나!)
《분대장동지, 어떻게 하고있습니까?》
남철은 여전히 겁질린 소리로 다시 웨쳤다.
《떠들지 말라구. 그러면 공기소모량이 많아진단 말이요. 우린 공기를 아껴야 하오. 남철동무, 내 걱정은 마오. 난 일없소. 내 이제 동무한테로 가겠소. 그런데 이놈의 팔이 말을 안 듣거던.…》
분대장도 무엇에 깔려있겠는데 오긴 어떻게 온단 말인가? 남철은 이렇게 생각하면서도 그자신은 분대장에게로 다가가려고 몸을 움직여보았다. 그러나 더이상 움직여지지 않았다. 손앞에는 여전히 바위부스레기담벽이 막혀있고 뒤에서 다리를 무엇인가 잡아당기고있었다. 그것이 무엇일가 생각하던 남철은 자기 발이 광차의 받침대밖에 놓여있고 철로 된 받침대가 발을 꽉 잡고있다는것을 알아차렸다. 그리고 앞쪽의 광차받침대가 자기의 머리를 통과시키지 않고있다는것도 알았다. 생각해보면 자기가 붕락이 있던 순간에 광차밑의 좁은 짬으로 어떻게 몸을 피했는지 모를 일이였다.
《조금만 기다리라구.》
리광호의 목소리가 다시 들렸다.
《우린 지금 아주 가까이에 있소. 붕락때 폭풍이 광차를 밀어놓았단 말이요.》
《분대장동지도 광차밑에 있습니까?》
남철이가 반가움에 겨운 목소리로 물었다.
《그렇소.》
《소대장동지도 함께 있습니까?》
남철이가 다시 물었다.
《아니, 나는 지금 그의 손을 쥐고있을뿐이요. 붕락때 그는 광차밑으로 들어오지 못하였소. 그러나 일없소. 가동발목이 그를 구원해주었소. 지금 소대장동지는 잠이 들었소. 그의 손이 따스하오. 그는 자기는 아무 일도 없다고 말했소. 내가 정신을 잃었다가 깨여나서 그의 걱정을 하고있는데 바위짬을 뚫고 그의 손이 들어왔소. 그리고는 동무를 찾아보라고 명령했소.》
리광호의 목소리가 갑자기 끊어졌다.
김남철은 어찌된 일인지 몰라 긴장하게 귀를 기울였다. 누군가와 웅얼웅얼 이야기하는 소리가 들렸다. 남철은 분대장이 소대장과 말을 하고있다는것을 느꼈으나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수 없었다.
《남철이.》 하고 한참후에 리광호의 목소리가 똑똑히 다시 이어졌다. 《소대장동지가 잠에서 깨여났소. 그는 동무를 찾았다는 나의 보고를 듣고는 빨리 만나보라구 다시 명령했소. 조금만 기다리오.》
남철은 턱으로 얼굴을 고이고 시선을 쳐들어 앞을 바라보았다. 그러나 눈앞이 캄캄하고 눈뿌리가 아파났다. 그는 자기가 참말 눈을 뜬것이 분명한가싶어 손을 끌어당겨다가 눈을 만져보았다. 눈은 틀림없이 띄여져있었다. 그러자 학교때 지나친 빛도 눈에 나쁘지만 지나친 어둠도 눈을 자극한다고 배웠던 기억이 되살아났다.
분대장쪽은 잠잠했다. 그러자 남철은 눈이 감기는것을 느끼며 두어번 하품을 하였다. 그는 어쩔수없이 얼굴을 떨구고 코를 레루우에 박았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 그는 리광호의 목소리에 깨여났다.
《남철동무-》
《예, 여기 있습니다.》
남철이가 잠취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미안하오.》
분내장의 목소리가 계속되였다.
《내 잠이 들었댔소.》
《저도 깜박 졸았댔습니다.》
남철이가 말했다.
《그렇소? 그렇단 말이지… 그러나 깜박이 아니라 우린 한주야를 잤소. 스물네시간!》
《예?!》
《소대장동지의 야광시계는 정확하오.》
분대장이 말했다.
《우린 지금 질식상태에 있단 말이요. 산소부족이요. 눈을 감으면 잔단 말이요. 우린 지금 3주야째요. 영영 잠들어버릴수 있단 말이요. 그러니 더 자지 말라구.》
《예, 알았습니다.》
그러면서도 남철은 연거퍼 하품을 하였다.
《조금만 기다리라구.》 하는 리광호의 목소리가 다시 울려왔다.
《내 이제야 몸을 돌렸소!》
첫 붕락이 있었을 때 리광호의 몸은 광차밑에 모로 박혀있었다. 그의 머리가 마침 레루우에 놓여있었고 오른쪽팔이 레루와 평행으로 광차의 앞쪽으로 향해있었다. 광차우에 동발목이 덧놓이면서 요행 그밑에서 목숨을 건진 소대장 김학철이 간난신고끝에 그의 오른손을 찾아쥐고 남철이를 찾아보라고 명령하였을 때 그는 그것을 거의 불가능하다고 여겼다. 남철이쪽으로 몸을 돌릴수가 없었기때문이였다. 몸이 모로 놓인데다가 그의 두다리가 광차밖의 바위부스레기에 깔려있었다. 다리를 뽑지 않고는 몸을 돌릴수가 없었다.
하지만 그는 다리근육에 기압을 넣듯이 힘을 주는 방법으로 짓누르는 바위부스레기의 압력을 밀어던지며 조금씩 짬을 냈다. 3주야동안의 간난신고끝에 드디여 다리를 뽑을수 있었다. 그는 기뻤다.
리광호는 광차밑에서 몸을 가로눕히고 (물론 그 일도 쉽지는 않았다. 그러나 다리를 뽑아내는데 비하면 식은죽먹기였다.) 주먹을 바위부스레기에 틀어박고 비틀면서 앞으로 내밀었다.
남철이가 그의 손을 잡았을 때 그것은 손이 아니라 피범벅이였다.
《분대장동지!》
남철은 오열을 터뜨렸다.
《남철동무!》
리광호는 기쁨에 겨워 소리쳤다.
붕락에 묻힌 두 군인의 기적적인 상봉이였다.
그러나 그들의 기쁨은 오래가지 못하였다. 산소부족이 그들을 괴롭혔다. 남철은 정신이 가물거리는 속에서 심한 갈증을 느끼였다. 그의 온몸은 식은땀으로 화락하니 젖었다. 식은 땀이 날수록 갈증은 더욱 심해졌다.
《조금만 참고견디라구! 동무들이 우리를 잊지 않고있을거요!》
리광호가 말했다.
《나는 일없습니다. 분대장동지는 어디 다치지 않았습니까?》
남철은 갈린 목소리로 말했다. 그는 벌써 자기 목소리가 남의 목소리처럼 들렸다.
《일없소. 다리가 좀 별나긴 해도…》
이렇게 말하는 리광호의 손이 꼼지락거렸다.
그 손을 쥐고있던 남철은 분대장이 지금 발가락도 그렇게 꼼지락거려볼것이라고 생각했다.
리광호의 두다리는 바위에 치여 뼈가 부서져있었다. 그러나 그는 고통을 별로 느끼지 못하고있었으며 가끔 신음소리를 낼뿐이였다. 한동안 그들은 맞잡은 손으로 말없는 대화를 나누며 잠자코있었다.
그들이 붕락에 묻힌 때로부터 사흘이 지나갔다. 리광호가 남철에게 알려준것처럼 소대장의 야광시계는 정확하게 그것을 가리키고있었다.
세 군인중 제일 심하게 상한것은 소대장 김학철이였다. 그는 붕락이 시작될 때 광차우에 가로놓인 동발사이에 몸을 피하긴 했어도 동발목이 부러지는 바람에 지금 온몸에 거대한 짐을 받고있었다. 그는 반듯이 누워있었다. 부러진 동발목은 그의 배를 누르고있었다. 내장이 눌린 그는 끊임없는 동통속에 있었으며 입으로 피를 토하고있었다. 그는 자주 의식을 잃었으며 그래서 분대장에게 별로 말도 건네지 못하고 손으로 자기가 아무일도 없다는것을 전하고있을뿐이였다.
그는 지금 가물거리는 의식속에서 《똑 똑…》 하는 가는 소리를 듣고있었다.
그 소리는 몇초간격으로 들려오고있었다. 붕락되여 묻힌 처음 하루이틀사이에 들을수 없었던 그 소리가 무엇일가고 생각하는 김학철의 뇌리에는 문득 《물이다!》 하는 생각이 번개쳤다. 그 순간 그는 자기를 괴롭히고있는 고통중에서 가장 큰 고통이 갈증이였다는것을 의식하였다. 그러자 그 갈증은 그를 참을수 없이 괴롭혔다. 그는 허공을 향하여 마치 뭍에 오른 붕어처럼 입을 열었다다물었다 하였다.
물론 물방울이 그의 입에 떨어질리는 만무하였다. 《물, 물…》 하고 그는 정신없이 중얼거렸다. 바위짬에서 떨어지는 석수가 자기의 오른손(왼손은 리광호의 손을 잡고있었다.)바닥을 적시고있다는것을 느낀것은 퍼그나 시간이 지나서였다. 처음에 그는 손에 즐벅한것이 상처에서 나는 피인줄 알았다가 그것을 입에 가져다 대보고는 물이라는것을 깨달았다.
그는 정신없이 혀바닥으로 손의 수분을 핥았다.
그것만으로도 살것 같았다. 그는 다시 손을 본래의 위치에 가져다 놓고 손바닥을 오무려 물방울을 받기 시작했다. 물방울은 몇초간격으로 정확히 떨어지고있었다.
그것은 말그대로 생명수였다. 순간 그는 대원들의 얼굴이 눈앞에 떠올랐다.
그는 벌써 자기의 갈증에 대해서는 잊었다. 손바가지에 물이 차는 동안 그는 어떻게 하면 리광호며 김남철에게 그 물을 먹일수 있겠는가를 생각하였다. 그의 생각은 자기가 베고있는 광차의 레루에 미쳤다. 마침 레루는 붕락시에 비틀리우면서 모로 놓여있었다. 모로 놓인 레루는 훌륭한 도랑이 될수 있었다. 머리의 감각으로 그것을 느낀 김학철은 기뻤다. 물이 손바가지에 다 차자 레루의 《도랑》에 쏟았다. 그는 그러기를 실히 몇시간은 반복하였다.
그는 손으로 《도랑》을 만져보고나서 물이 자기의 머리밑을 지나 왼손밑으로 뻗은 레루를 적시고있다는것을 알았다. 그는 지칠줄 모르고 물을 받았으며 그것을 레루《도랑》에 쏟았다.
《분대장동무, 물이요!》
드디여 그는 목을 돌려 레루에 입을 가까이대고 웨쳤다. 그러나 갈증에 타고 맥이 진한 그의 목소리는 철편을 울릴수가 없었다.
그는 안타까운 나머지 리광호의 손을 쥐였다놓았다 하였다.
한편 리광호는 소대장의 손움직임을 그 어떤 신호라고는 생각하지 못하였다.
그러다가 그것이 일정한 간격으로 반복되자 정신을 도사렸고 《모르스기호》라는것을 알았다.
《물! 물!》
소대장은 끊임없이 신호를 보내고있었다.
《소대장동지, 무슨 물입니까?》
리광호가 레루에 대고 반문하였다.
그러자 소대장은 그의 손을 한동안 으스러지게 틀어쥐고있었다. 반갑다는 뜻이였다. 그다음 다시 신호를 보내기 시작했다.
그 신호를 해득한 리광호는 소대장의 손을 놓고 레루《도랑》을 만져보았다. 과연 수분이 느껴졌다. 이번에는 입을 바투대고 혀로 도랑을 핥았다. 얼마간의 수분이 그의 목구멍을 적시였다. 그는 기쁜김에 소대장의 손을 덥석잡고 《모르스기호》를 보내기 시작했다.
《소대장동지, 고맙습니다.…》
소대장의 손에서 신호가 다시 왔다.
《명령… 물을… 마실것! 물은 계속 흘러갈것임!》
그 신호를 해득하던 리광호는 《명령》이라는 두마디에 그 어떤 의미가 있다는것을 의식하였다. 거의 수분에 지나지 않는 물이 레루도랑을 타고 자기에게로 흘러오기까지에는 소대장의 그 어떤 헌신이 깔려있는것이 아니겠는가?
《나의 명령을 남철동무에게도 전달할것!》
김학철소대장은 계속 신호를 보내오고있었다.
명령, 그렇다! 소대장은 물을 마실것을 명령하고있다. 그렇다면 이것은 그가 우리들이 물을 마시지 않을가봐 우려하고있다는것을 의미한다.
무엇때문에 우려하겠는가? 리광호는 짐작하였다. 소대장은 지금
소대장은 계속 신호를 보내오고있었다.
《알았는가? 나의 명령을 복창하라!》
《알았다!》
리광호는 떨리는 손으로 답신을 보내기 시작했다.
《명령, 물을 마실것, 물은 계속 흘러올것임!》
그러면서도 리광호는 자기가 그 명령을 지키지 못하리라는것을 의식하였다.
그 순간 그는 남철이를 생각하였던것이다. 아니 벌써 소대장이 자기에게 명령했듯이 그에게 명령하였다.
( 다음호에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