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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7 회)

 

제 2 부

 

기발을 올려라

 

3

 

말탄 두사람이 이깔, 좀이깔, 자작, 대택자, 산마가목들이 빽빽이 자란 밀림을 방금 벗어났다. 숲의 밀림을 벗어나자 진퍼리버들, 물싸리, 진들딸기, 석남, 백산차, 황산참꽃, 들쭉나무가 나서고 이어 물속새, 능수쇠뜨기, 방울사초가 땅을 뒤덮었다. 우거진 풀이 정갱이에 닿는 곳에 이르자 말들은 쉴새없이 꼬리를 저으며 달음박질치려고 하였다.

말탄 사람들은 열려진 밀림사이로 보이는 산을 바라보았다.

그들은 주몽과 협부였다.

부여지경을 벗어난지도 어느덧 두달!

그사이에 주몽과 협부의 얼굴은 구리빛으로 물들었다. 웃도리는 가죽으로 지은 옷을 새로 걸쳤으나 행동은 더욱 여유가 있어보이였다. 달라진것은 사람뿐 아니였다. 말들도 초원지대에서 자라던 티를 벗어던지고 과하마처럼 행동이 민첩해지고 살이 쪘다. 하긴 하늘은 높아지고 말들이 살찌는 가을철에 들어섰다.

앞서서 말을 타고가던 주몽이 부루나를 세우며 오래도록 앞에 보이는 산을 바라보았다.

《협부, 저길 보게. 불함산(백두산)은 언제 보아도 좋구만!》

《며칠 떨어져있었더니 더 정드는것 같소이다.》

《그래, 우리가 이 불함산자락에 들어선것이 벌써 두달이 넘었지?》

주몽이 처음 불함산(백두산)을 보았을 때에는 불그스럼하게 보이였다. 이 고장 사람들은 태백산(백두산)을 불함산이라고 불렀다. 그 산정에서는 흰 연기 같은것이 솟아오르고있었다.

불함산은 불이 살아있는 산이였다. 그것은 마치도 정수리로 신비한 정기를 뿜으며 숨쉬는 신과 같았다. 그 신은 주위의 푸른 밀림에 떠받들려 누리에 솟아오른듯이 보였다.

주몽은 그 신비의 산을 처음 보는 순간 저도 모르게 말에서 내려 경건하게 절하였다. 오이나 마리는 물론 이쪽의 지리를 대체로 아는 협부도 같은 심정이여서 주몽을 따라 무릎을 꿇었다. 그들은 꼭 세번 불함산을 향해 깊은 절을 하였다.

그때의 심정은 지금도 마찬가지였다.

불함산은 주몽에게 말없이 어떤 신비를 전수시키는듯 하였다. 그 신비를 전수받아 주몽은 자기가 품은 뜻이 무엇이며 어떻게 그 뜻을 펴겠는가 하는것을 똑똑히 깨달았다. 그리하여 이 두달동안 한편으로는 자기의 아우들인 오이, 마리, 협부에게 자기가 깨친 비전의 무술의 정수를 수련시키고 그들의 얼을 더욱 단련시켰다. 한편 불함산의 사방천지를 세밀하게 밟아보았다. 과연 이 불함산자락의 어디를 용무지지(用武之地)로 삼을것인가! 뜻이 큰것만큼 더욱 준비를 많이 하여야 했다. 무턱대고 산적떼들처럼 터를 잡을수는 없었다. 그 나날에 어느덧 주몽과 그의 벗들은 몸도 마음도 자랐다. 불함산의 자락에서 주몽과 그의 벗들은 환골탈태(換骨奪殆)한셈이다. 웅지의 산 그리고 그 웅지의 산자락은 마치도 자식을 키우듯 주몽을 단련시켰다. 아름드리나무를 찍어 집을 짓고 사냥을 하여 먹을것, 입을것을 마련했다.

주몽과 오이, 마리, 협부는 그사이에 밀림속생활에 익숙되여 고난과 슬픔을 알게 되였으며 또한 밀림의 정다움과 친밀함을 페부로 깨닫게 되였다. 어차피 불함산자락을 용무지지로 택한것만큼 장차 접촉할 산악인들의 특성과 습성도 착착 체득했다.

굳어진듯이 불함산을 바라보던 주몽이 마침내 부루나의 허리를 찼다. 부루나는 다시 앞으로 걷기 시작하였다.

《오이와 마리가 와있겠는지 모르겠는데…》

주몽이 생각에 잠겨 하는 말이였다.

《피치 못할 일이 없다면 지금쯤 와있을것이오이다. 원래 그렇게 약속하지 않았소이까?》

《우리가 구려쪽으로 떠났던게 나흘전이였지?》

《그렇소이다. 오이네는 우리보다 이틀 먼저 떠나지 않았소이까.》

주몽은 고개를 끄덕이고나서 협부쪽으로 몸을 돌렸다.

《오이와 마리를 만나 행인국의 형편을 들어봐야 알겠지만 내 생각에는 우리가 서쪽 구려로 진출하는게 옳을것 같네.》

《저도 그렇게 생각했소이다.》

《그래?》 하며 주몽은 협부를 부드러운 눈길로 바라보았다.

《바야흐로 우리의 뜻을 펴볼 때가 온것 같네.》

협부도 감회로 축축히 젖어들었다.

《참말 주몽형이 남하하면서 이 불함산쪽으로 길을 튼건 하늘의 뜻인가 하나이다.》

《단군선인의 뜻이였지… 그리고 협부의 노력도 큰 몫을 했네.》

《저야 뭐, 주몽형이 일단 정한 길을 세치 혀로 따랐을뿐이오이다.》

《진정한 말 한마디가 때로는 하늘을 움직이는 법이네.》

사실 그렇다.

주몽이 불함산쪽으로 길을 튼것은 사실이나 그 자락에 머물면서 오늘까지의 대성할 준비를 갖춘것은 협부의 몫이라고 볼수 있었다.

주몽과 그의 벗들이 불함산을 향해 세번 절하고났을 때 협부는 그 지혜로운 눈을 빛내이며 이 불함산자락에서 수리개가 날개를 다듬듯이 웅지를 펼 준비를 하면서 머물러야 한다고 불을 지폈다.

그때 협부는 한무릎 꿇고 주몽을 향해 머리숙이며 말했다.

《주몽형! 형을 따라 이 불함산자락에서 단군선인의 웅지어리고 우리 겨레의 태줄이 시작된 불함산을 우러르니 티끌같던 마음이 별안간 구름우에 떠올라 하늘의 주인을 뵈온듯이 우리 마음이 격앙됨을 금할수 없소이다. 초개같던 이 협부의 정기도 되살아나는듯 하오이다. 부활한 그 정기를 빌어 한 말씀올리려 하오니, 이 불함산자락에서 잠시잠간 머무르는것은 죄로 될것이오이다. 여기만큼 사람을 격앙시키는 곳은 없을줄 아오이다. 그래서 아마 옛사람들이 신성한 터에서 웅지가 나온다고 한것 같소이다. 신성한 터를 얻음은 천운이오이다!

주몽형! 장차 형이 품은 뜻을 펴자면 이 불함산을 성지로 삼아야 할줄 아오이다. 그러자면 우선 지리를 알아야 하는것이오이다. 이 협부는 주몽형이 대붕의 날개를 펴기까지 이곳에 머물러야 한다고 보오이다.》

주몽은 협부의 말을 들으며 대뜸 그 심중을 헤아렸다. 오이와 마리도 협부의 생각에 찬동하였다. 그리하여 주몽은 불함산자락에서 머물며 어언 두달을 보낸것이다.

그 기간 주몽은 불함산주변의 형편에 대해서 적지 않게 알아냈다. 이제 구려에 대한 주몽과 협부의 행보와 불함산동남쪽에 있는 행인국에 대한 행보를 거쳐 주몽이들이 마침내 뛰쳐일어날 적지를 정하게 될것이였다.

주몽이 알아본데 의하면 불함산을 중심으로 한 주변은 매우 복잡하였다.

북쪽으로는 주몽이 내려온 부여가 자리잡고있었고 북동쪽으로는 읍루, 동쪽으로는 행인국, 옥저, 남쪽으로는 개마국, 구다국, 서쪽으로는 구려, 황룡국, 더 나아가서 량맥국, 선비족들이 자리잡고있었다.

예전에는 단군선인의 치하에서 하나의 겨레로 살아가던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 소국들로 분할되여있는가.

어찌하여 이렇듯 산산쪼각났단 말인가?

이제 이 꼴로 나가다가 장차 서쪽 오랑캐들이 덤벼들면 어찌 되겠는가? 떨어져나간 그 쪼각쪼각들이 모두 연약한 토끼나 다람쥐처럼 포악한 맹수에게 먹히우고말것이 아닌가.

아, 하루빨리 이 겨레의 나라들을 합쳐야 한다. 병법에도 중과부적이라 하였다. 우리 겨레가 하나로 합쳐 부국강병을 이루어야 외적의 침략을 막고 겨레의 복락을 이룩할수 있다. 피페해진 기강을 바로세우자고 해도 우선 단합을 이루고 통일을 이루어놓아야만 가능하다. 이 웅대한 겨레의 지향에 부합하려고 하지 않고 기어이 구석구석을 차지하고 시라소니노릇을 하려는자들이야말로 겨레의 원쑤일것이다.

쪼각난 겨레의 터전을 통일된 부국강병으로 추켜세워야 할 중임이 다름아닌 바로 주몽자신에게 그리고 피끓는 젊은이들의 어깨우에 놓여있었다. 란세는 영웅을 낳는다. 어지러운 세상은 주몽과 그의 벗들을 부르고있었다. 그들을 불러 시험해보려고 하는것이였다.

주몽은 남쪽으로 온 자기의 결심이 옳았음을 다시한번 느꼈다.

주몽이 헤아려보건대 불함산일대, 특히 구려지역이 자기들의 웅지를 살릴 적재적소이다.

그 리유의 하나는 이곳에는 지금 하나의 겨레가 여러개의 소국가로 분렬되여있다는것이다. 부여와 구려를 제외한 다른 나라들은 다 작은 나라들이다. 이들을 통일시키는것 그리고 그 통일된 나라를 부국강병으로 만드는것이 주몽의 생각이였던것이다. 하루빨리 이 나라들을 묶어세워야 한다.

다른 리유는 이 일대가 자연지리적조건으로 하여 농업에서 대규모노예제가 발전할수 없었고 중소규모의 노예제경리 특히는 개개의 가정이 한두명 또는 몇명의 노예를 부리는 정도의 노예경리가 보편화되였다는것이다. 구려국만 하더라도 서쪽의 연노부지역을 제외한 4부지역의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이것은 장차 이루려는 새 나라 틀거리를 마련하기 쉽게 할것이다.

또 다른 리유는 이와 같은 사정과는 반대로 산악인들의 강직의협심, 검질긴 끈기로 해서 쉽게 주몽이 뜻을 부칠수 있기때문이다.

다른 리유는, 이것이 제일 중요한것의 하나라고 생각하였지만 구려지역이 쇠부리가 발달되여있기때문이였다.

구려의 계루부, 환나부지역은 쇠부리에서 세상에 으뜸되는 곳이다. 명검, 명활촉, 명창 등 무기들이 바로 이 지역에서 나온것이다. 이것을 틀어쥐면 장차 대업을 이루기 위한 무력과 생산력의 발전을 쉽게 도모할수 있는것이다.

다른 리유는 협부가 제기한것인데 북쪽 부여출신인 주몽과 그 벗들은 이 지역의 부족씨족정치의 틀을 벗어나지 못한 문화보다 훨씬 진보한 문화를 습득하고있기때문이다.

이런 리유들을 따져보건대 구려쪽이 용무지지의 적지였다. 이 지역은 뜻을 이루기 위한 세력을 쉽게 얻을수 있고 산악지대인것으로 해서 그 세력을 보존장성시키는데 유리하였다.

이제 오이와 마리를 만나 자기의 생각을 터놓고 마침내 행처를 정해야겠다고 생각하는 주몽은 은근히 조바심을 느꼈다.

주몽은 뒤를 돌아보았다. 협부가 주위를 경계하며 따르고있었다.

《협부, 그 며칠사이에 오이와 마리가 보고싶어졌구만.》

《저도 마찬가지오이다.》

《그래, 자, 빨리 가보자구.》

둘은 말을 재촉하였다.

그러나 상봉의 기쁜 마음을 안고 그들이 거처로 돌아왔을 때는 집이 텅 비여있었다.

주몽이 떠나면 하루이틀사이에 도착하기로 되여있던 오이와 마리는 없었다. 짐승들이 들어가지 못하게 큰 나무들로 문을 막아놓았던것도 그대로였고 집은 괴이하였다. 문에는 가는 거미줄까지 쓸어있었다.

주몽은 불길한 생각이 들었다.

어찌된 일일가?

행인국쪽으로 한발 먼저 떠나면서 오이와 마리는 《주몽형, 우리들이 행인국쪽의 일을 보고 제꺽 돌아와 주몽형을 기다리겠으니 주몽형도 기다리는 마음을 생각해서 빨리 와야 하오이다.》 하고 말하지 않았던가.

분명 무슨 일이 생긴것이 틀림없다.

《협부, 이 일을 어쩌면 좋겠나?》 하고 주몽은 물었다.

협부는 얼굴에 불안한 기색을 띠고 한동안 생각에 잠겼다.

《주몽형, 기다려보는것이 어떻소이까?》

《기다린다구?》

《그렇소이다.》

주몽은 말에서 내려 잠시 거닐었다.

협부의 말도 옳다. 주몽은 오이나 마리를 믿는다. 피치 못할 일이 있어 늦어지기는 하겠지만 그들은 돌아올것이다. 그렇다면 협부의 말대로 여기에서 그들이 오는걸 기다리는게 낫지 않는가. 그들을 찾아 떠난다면, 그러다가 길을 헛갈리면 그들도 또한 여기 와보고 우리를 찾아다닐게 아닌가.

기다려보자!

《협부, 그럼 집을 치우고 기다리자구.》 하며 주몽은 문앞을 가리웠던 나무가지들을 걷어내기 시작하였다. 나무가지를 걷어내고 방안을 치운 다음 아궁에 불을 지피였다. 그러느라니 시간이 썩 흘렀다.

주몽은 오이와 마리가 오면 시장할것이라고 생각하여 이전에 마련해놓았던 메돼지고기를 가지러 갔다.

집에서 백보쯤 가면 작은 내물이 흐르고있었다. 그 폭은 작지만 물량이 많아 골이 깊고 물도 차다.

거기 제일 깊은 곳에 주몽은 메돼지고기를 담그어놓았었다. 물고기나 짐승이 훔쳐가지 못하도록 이깔나무토막으로 가리워 놓았댔는데 며칠이 지난 지금도 그대로 있었다. 물속에서 나무토막을 걷어내자 생생한 고기가 잡히였다. 그것을 보니 다시금 오이와 마리가 생각났다.

이 고기를 담글 때 오이는 그 퉁퉁한 얼굴에 웃음을 띠며 《주몽형! 까짓거 우리가 먼저 돌아와 큼직한 사슴을 한마리 잡아놓겠으니 먹어치워버리자구요.》 하고 말하였다. 오이의 말에 마리도 롱담삼아 수리개는 굶어죽어도 묵은 고기를 안 먹는다며 웃었다.

《자네들은 몰라서 그래. 내가 말을 방목하면서 서불이아저씨한테서 배운것인데 사람이란 바쁠 때 쓸수 있는 먹을걸 항상 마련해놓아야 하는 법이야.》

《아무리 그렇기로서니 이제 얼마나 걸릴지도 모르겠는데 그 고기가 그대로 있겠소이까?》

협부도 못미더워하는 눈치다.

《모르는 소리네. 두고보라구. 이렇게 흐르는 물속에 감추어 두면 언제까지나 생생한 그대로야.》

《어디 두고보소이다.》

《좋아. 오이, 자네 우리보다 먼저 돌아와서 이걸 넘보다가는 큰코 다치네.》

《아, 주몽형, 그건 념려마시오이다. 저는 차라리 굶어도 주몽형의것은 다치지 않을터이다.》 오이는 익살을 부렸다.

《하하!》

숲속에 울리던 오이와 마리, 협부의 웃음소리가 아직도 쟁쟁하다.

주몽은 그 웃음소리가 방금 다시 들리는 착각에 머리를 번쩍 들어 주위를 둘러보기까지 하였다.

주몽은 제껴놓던 이깔나무토막을 맥없이 떨구며 한숨을 쉬였다.

어째서 자꾸 불안해지는가? 오이나 마리를 믿지 못해서인가? 아니, 그런건 아니지만…

주몽에게는 오이나 마리가 꼭 잘못되는것만 같은 생각이 갈마들었다.

아무래도 안되겠다. 그들을 찾아 떠나야겠다.

주몽은 고기를 꺼내들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사이에 협부는 가마에 물을 끓여놓고있었다.

《아, 주몽형. 정말 그 고기를 요긴하게 쓰게 되였소이다. 변하지 않았소이까?》

《아니, 이거야 생생한 그대로지…》

《그런데 어째서 낯이 어둡소이다?》

《협부, 내가 아무래도 오이나 마리를 마중가보아야겠네.》

《길이 어긋나지 않겠소이까?》

《그래도 웬일인지 예감이 좋지 않구만. 자네는 만일을 생각해서 여기 남아 그들을 기다리게.》

《주몽형이 정 떠나시겠다면 저도 같이 가겠소이다. 오이나 마리도 그렇게 저에게 당부하였소이다. 주몽형이 절대로 혼자 있게 해서는 안된다고…》

《하지만 지금은 사정이 달라. 그들은 지금 돌아오고있을거야. 나는 마중가는 길이니까. 그리고 자네 말대로 길이 어긋나서 그들이 여기 와보고 집이 비여있으면 얼마나 섭섭하겠나. 그러니 자네는 남아 집을 지키면서 요기할거나 잘 준비해놓게.》

《하지만…》

《내 말대로 하라구.》 하며 주몽은 협부의 어깨를 두드리고나서 길을 떠났다. 길을 가면서 주몽은 어쩐지 오이나 마리가 도중에서 이리떼를 만나지 않았는가고 근심했다. 부여에 있을 때 주몽은 이리떼를 만나 죽을번 하였는데 그때 서불아저씨의 도움으로 겨우 살아났다. 이리떼는 포악하고 검질긴 무리이다. 아무리 사나운 맹수라고 하더라도 일단 이리떼의 포위속에 들며는 꼼짝할수 없었다. 서불아저씨는 이리떼를 피할수 있는 방법을 자세히 가르쳐주면서 그 요령을 모르면 아무리 승냥이나 늑대를 잡아먹는 호랑이라도 어쩔수 없다고 이야기해주었던것이다. 이 불함산일대에도 이리떼가 출몰한다는것은 이미 알고있었지만 일단 오이와 마리가 약속된 기일에 도착하지 않으니 불현듯 그들이 이리떼를 만난듯 한 생각이 물밀듯이 솟구쳤다.

불안스러운 생각이 갈마들수록 주몽의 마음은 초조해졌다.

어느덧 주몽은 행인국의 지경을 넘어서고있었다. 불맞아서 번번하게 된 산을 지나자 물싸리나무, 뻐꾸기선, 괭이밥, 바랍꽃과 같은 떨기나무와 세뿔곰취, 조름나물, 단풍터리와 같은 풀들이 무성하게 자라 푸른 주단을 펼쳐놓은듯 하였다.

망망한 바다우의 섬과도 같이 우뚝우뚝 솟아있는 높은 산들에는 바람이 세차서인지 큰 나무들이 자라지 못하고 누운잣나무, 누운측백나무와 키낮은 나무들이 줄기를 옆으로 뻗으며 자라고있었다.

주몽은 주위에서 높아보이는 산등성이우로 말을 몰았다.

거기에 올라서자 시야가 탁 틔여 멀리까지 바라볼수 있었다. 한동안 가까운 곳에서부터 멀리로 시선을 주던 주몽은 문득 한곳에서 시선을 멈추었다. 길게 누워있는 산줄기까지 뻗어있는 무연한 초원끝에 말을 탄 두사람이 방금 나타났던것이다.

자세히 보니 오이와 마리가 분명하다. 그런데 그들의 뒤로는 또 다른 말무리가 바싹 따르고있었다. 두필의 말을 따르는 무리들은 먹이를 채려는 수리개처럼 날개를 펴고 점점 좁혀들었다.

그랬구나. 오이와 마리가 추격을 받고있다. 아마도 행인국의 군사들과 부딪쳤던 모양이다.

주몽은 한동안 형세를 살피고나서 부루나의 배를 들이찼다.

주몽은 오이와 마리를 맞받아 내달리다가 활등모양으로 원을 지으며 추격하는 무리중에서 맨 앞에 선 말을 겨누어 화살을 날렸다. 내닫던 말이 돌멩이처럼 딩굴었다. 그러자 추격하는 무리는 놀라 아우성치며 옆으로 쫙 갈라졌다. 다시한번 활을 쏘아 말 한필을 꺼꾸러뜨린 주몽은 추격의 기운이 흩어지는것을 보고 오이와 마리쪽으로 붙기 시작하였다.

뒤를 돌아볼 사이도 없이 내닫는 오이와 마리는 주몽이 자기들의 뒤를 끊는것도 알지 못하였다. 그러다가 무슨 기미를 느꼈는지 마리가 얼핏 뒤로 고개를 돌리다가 주몽을 발견하였다.

마리가 주춤하였다.

《마리! 돌아서지 말아!》

주몽은 부루나를 재촉하며 소리쳤다.

그제야 오이도 주몽을 발견하였다.

주몽은 오이와 마리의 옆으로 지나치며 《날 따르라!》 하고 내달렸다.

불의에 습격을 받은 추격자들은 일시 벌려섰다가 다시 수습하여 뒤따르기 시작하였다. 그 기세는 자못 사나왔다. 주몽은 처음으로 이 행인국군사들이 얼마나 용맹하고 검질긴지 알게 되였다.

이렇게 쫓기다가는 필경 잡히고말것이다.

평평한 고원의 기슭이 다가오고있었다. 기슭이 끝나는 곳에서 무슨 마련을 봐야 한다.

문득 주몽은 놀랐다.

앞쪽에서 뜻밖에도 한떼의 말탄 군사들이 나타난것이다.

포위당했구나 하는 생각과 함께 주몽은 《오이, 마리, 칼을 뽑으라!》 하고 소리쳤다.

오이와 마리도 앞에 나타난 군사들을 보았다.

《주몽형, 위험하오이다. 뒤로 물러서시오이다.》

마리가 소리치며 안깐힘을 써 주몽의 곁으로 붙어섰다. 이제는 오이나 마리의 말도 지쳤다.

앞에 막아선 무리들중에서 한 군사가 주몽을 맞받아 느리게 다가왔다.

그는 활시위 한바탕 거리쯤 해서 멈추어서며 소리쳤다.

《쫓기는 사람들은 놀라지 마오. 우리는 개마국군사들이요. 당신들이 어째서 행인국군사들에게 쫓기는지는 모르겠지만 우리가 구원해주겠소.》

이게 웬일인가? 혹시 행인국군사들의 계책이 아니겠는가?

주몽은 말을 멈추며 뒤를 돌아보았다.

사납던 행인국군사들이 황급히 말머리를 돌리는것이 보였다. 아마도 따르던 무리들은 주몽의 일행과 앞에 나타난 무리가 한 통속인줄 아는 모양이였다.

주몽은 놀란 눈으로 앞에 선 사람을 바라보았다.

《당신은 누구요?》

《나는 개마국 군사 부분노요.》

《바쁜 목에 도와주어 고맙소이다.》

《허, 그런 말 마시오. 적수의 적수는 나의 벗이요.》

포위를 벗어난 주몽과 오이, 마리는 부분노와 어울렸다.

《그런데 당신들은 어떤 사람들이길래 행인국군사들에게 쫓기웠소?》

부분노가 말머리를 주몽과 나란히 하며 물었다.

《우리는 원래 부여사람들인데 떠돌아다니고있었소이다. 이 두사람은 내 아우들이요. 볼일이 있어 행인국에 다녀오다가 행인국군사들에게 쫓기웠던것이오이다.》

《그렇소? 하긴 저 행인국놈들은 영악한 놈들이요. 무슨 놈의 종자들인지 저희 지경을 조금만 범해도 사정없이 잡아먹으려 들거든. 마치 갓 새끼를 낳은 암개 같단 말이요. 그래서 우리 개마국과도 고양이와 쥐사이가 되여버렸소.

오늘 마침 우리가 지경을 돌아보다가 당신들을 보았기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더라면 저 행인국군사들에게 졸경을 치르었을거요.

저들은 한번 문 먹이는 놓치지 않는것들이요.》

《고맙소이다. 우리 아우들을 대신해서 감사를 드리오이다.》

《말씀거두시오. 우연한 기회인걸 가지고 뭘…》

부분노는 겸연쩍은 낯빛을 지으며 빙그레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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