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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7 회)

 

제 1 부

 

탈 출

 

7

 

마리와 협부는 마침내 내가에 엇비스듬히 누워있는 오이를 발견하였다. 두 친구는 서로 마주보며 한눈을 찡그려보이고는 서로 약속이나 한듯 살금살금 오이에게 다가갔다. 오이는 맑은 내가에 떠내려가는 나무잎사귀를 물끄러미 바라보고있었다. 날벌레 같은게 오이의 귀밑을 간지럽히며 기여다녔다. 오이는 거쿨진 손등으로 쳐버렸다. 그러자 또다시 쪼꼬만 벌레가 살살 기여다녔다. 오이는 참다못해 입에서 씹던 풀대를 탁 내뱉으며 억센 손바닥으로 시끄럽게 구는 벌레를 탁 잡아쳤다.

《하하.》

마리와 협부의 웃음소리가 터졌다.

그제야 오이는 제가 놀림가마리가 되였다는걸 눈치채고 쓰겁게 웃었다.

《자네들은 아녀자들처럼 무슨 장난인가? 난 그따위가 딱 질색일세.》

오이는 마리와 협부를 뒤에 두고 일어났다.

마리와 협부는 무뚝뚝한 그 모양이 더 우스워 껄껄 웃어댔다.

한참후 마리가 물었다.

《오이, 독바위도 주먹으로 쳐서 부스러뜨리는 자네가 뭐 그리 우울해있나? 혹시 사랑병에 든게 아닌가?》

《사랑병? 흥!》

오이는 어깨를 으쓱했다.

《내가 듣자니 자네 어머니가 추연이라는 처녀와 자네를 짝지어주지 못해서 안달아 한다던데?…》

하고 마리가 중떴다.

《그게 참말인가?》

하고 협부가 놀란 눈으로 물었다.

《응.》 마리는 한쪽 눈을 찔끔하며 고개를 끄덕이였다.

《그렇다면 잘됐구만. 추연은 괜찮은 신부감이 될걸세.》

하고 협부가 짐짓 정색을 하며 말했다.

그래도 오이는 무뚝뚝하게 서있었다.

《오이, 추연이 자네를 싫다 하던가?》 마리가 집요하게 오이를 뚱기쳤다.

오이는 기둥같이 든든한 두발을 놀려 몇걸음 옮겨디디고나서 말했다.

《난 애당초 추연이 누군지도 모르거니와 알고싶지도 않네. 까짓 장가들면 드는거지.》

《저런, 그런데 왜 울적해서 그래?》 하고 협부가 따졌다.

《에이, 거 뭐라드라? 색시 아버지라든지? 그 소소리령감 딱 싫고 그 오래비되는 해리가 미워서 그래.》

오이는 뿌루퉁한 얼굴로 말하였다.

《어따, 그 처녀의 아버지와 오래비가 어때서? 대왕의 일등가는 신하가 아닌가? 그리고 또 자네가 뭐 그 장인령감이나 해리와 같이 살겠…》

《그만두지 못하겠나? 마리, 자넨 날 놀리는건가? 아니면 그저 그래 보는건가? 자네는 날 잘 알지 않나? 난 왕의 턱밑에서 감돌며 아첨부리는 그 령감과 해리가 막 역겨워, 제길.》

《그럼, 그만두면 되지 않나, 오이?》

오이는 맥풀린 어깨를 떨구었다.

《그랬으면 오죽 좋아? 그런데 우리 어머님은 참 답답하시거든.》

오이는 한숨을 푹- 내쉬였다. 그 모습을 건너다보던 협부가 불쑥 《오이, 이런 때 자네 아버지가 계셨으면…》 하고 말하다가 입을 다물었다.

오이와 마리의 얼굴이 굳어졌던것이다.

이들 세 친구는 오이의 아버지를 무척 좋아하고 따랐다.

한생을 장수로 살다간 오이의 아버지이지만 그는 자기의 아들과 마리, 협부의 친근한 동무로, 스승으로 되였다.

군무를 끝내고 돌아올 때면 오이의 아버지는 평복을 차려입고 이들 세 꼬마와 어울려 놀았다. 그때보면 한 나라의 장군 같지 않았다. 뒤에서 수군거리는것도 오이의 아버지는 괘념치 않았다. 오이 아버지의 목마를 타고 수수깽이를 장검마냥 휘두르며 소리친것은 오이뿐이 아니였다. 마리나 협부도 꼭같이 오이 아버지의 목마를 타고 맘껏 소리칠수 있었다.

그랬기에 오이의 아버지가 림종에 이르렀을 때 그들 세 친구는 나란히 무릎을 꿇고 오이 아버지의 림종을 지켰다.

오이 아버지는 명대로 살다 가신것이 아니였다.

일찌기 싸움마당에서 얻은 상처로 신병을 앓다가 돌아가신것이였다.

오이의 아버지는 머리맡에 꿇어앉은 아들과 마리, 협부를 보며 괴롭게 말하였다.

《오십평생 나는 싸움으로 늙어왔다. 그러나 이렇게 림종에 이르고보니 생각되는게 많구나.

아, 무엇때문에 내가 그 사지판을 헤매였는지 모르겠다. 먹고 먹히우고 그것도 한겨레끼리, 노예를 만들고 죽이고, 재물을 빼앗고…

허망하구나. 은혜를 관속까지 가지고 가는게 사람의 도리라고 왕에게 충성다해 싸웠지만 결국 그것은 겨레에게 칼부림을 하는것이였구나.

오이야, 그리고 마리, 협부! 너희들은 절대로 한겨레끼리 싸워서는 안된다. 서로 뭉쳐서 세상을 살아가야 한다. 내 말을 알아들었느냐?》

이것이 생전에 오이의 아버지가 남긴 마지막말이였다.

붉은 옻칠한 관에 눕힌 오이의 아버지 얼굴에 모직천을 덮고 베천에 싼 비파형강철단검과 장검, 갑옷, 활과 화살통에 첫 흙이 떨어질 때 세 친구의 눈에서는 눈물이 방울방울 떨어졌다.

이후 세 친구는 한형제처럼 절대로 떨어지지 않았다. 놀기도 같이 놀고 례나루선생의 문하에도 같이 들어갔다. 오이의 아버지가 남긴 유언은 그들의 가슴에 평생 지울수 없는 흔적을 남기였다.

오이의 아버지에 대한 생각으로 세 친구는 묵묵히 침묵에 잠겼다.

문득 오이가 벌떡 일어났다.

《여보게들! 우리 골치아픈 소리 싹 집어치우고 주몽형한테 가지 않겠나?》

마리가 대뜸 찬성했다.

《옳다! 우리가 왜 그 생각을 못했어. 수리개는 푸른 하늘을 날고 범은 깊은 산에 난다던데, 가세!》

오이와 마리가 들떠 일어나는데 협부가 엉거주춤하였다.

《좋긴 한데… 사람들이 뭐라하지 않겠나? 대가집 도령들이 목동을 찾아간다고 말이야…》

《저런, 제길. 협부! 넌 아무래도 좁쌀같은데가 있어! 주몽형과는 번데기때부터 어울려 놀았는데 뭘 이제 와서…》

오이가 굵은 손가락으로 협부를 찌를듯이 가리키며 핀잔주었다. 하지만 협부는 고개를 저었다.

《번데기때는 또 그때고… 지금이야 어른이 돼가는데 나라법이 있지 않나? 귀족은 상놈들과…》

《뭐? 귀족? 상놈? 야 협부, 그럼 나와 마리, 너는 귀족이고 주몽형은 상놈이란 말야?》

《아니… 그런건 아니지만…》

《어라, 협부! 너 보자하니까 제법 왕자들냄새 풍겨? 이봐! 세상에 귀족과 상놈이 타고난거야? 하늘이 그런 종자 내놓았어?》

《오이! 내 말을 오해하지 말라구. 우리는 주몽형을 그렇게 보지 않는다고 해도 나라법이나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그리고 주몽형도 우리가 오는걸 꺼리지 않던가? 보는 눈들이 있다고… 언제인가 <영고>때에도 그것때문에 우리가 주몽형을 만나는걸 꺼리지 않았나?》

《그야 주몽형이 우리를 생각해서 그런거지. 안 그래? 흥! 세상이 뭐, 호랑이 날고기 먹는걸 모르나? 그까짓 귀천체면 갈데로 가래! 주몽형은 우리가 오는걸 좋아해! 우리도 좋고, 그러면 됐지,

뭘 계집애들처럼… 협부, 넌 떨어져도 좋아! 마리, 우리끼리 가세!》

오이가 우뚤거리는체 하며 한발 나서니 협부는 벌떡 일어섰다.

《내가 왜 떨어져. 앞장선다!》 하고 협부는 자기의 친구들을 앞서 내달렸다.

세 친구는 튕겨일어나 서로 밀치며 따르며 달리기 시작했다.

이때 주몽은 진펄에 빠진 말을 끌어내느라고 역사질을 하고있었다. 온몸은 감탕에 게발리고 얼굴에서는 땀이 비오듯 했다. 빠진 말은 꺼내느라고 허우적거리면 거릴수록 점점 깊이 빠져들었다.

주몽은 휘파람을 불어 말무리중에서 서너마리 끌어내여 그것들 꼬리에 바줄을 매고 다시 그 바줄들로 진펄에 빠진 말의 목덜미며 몸뚱이에 매였다.

주몽이 차비하고 진펄가로 나오는데 《주몽형!》 하고 소리치며 세 친구가 달려왔다.

《아니, 대낮에 도령님들이 어떻게… 남들이 보면 어쩔려고…》

얼굴에 감탕칠한 주몽이 놀라면서도 익살스럽게 물었다.

《신선이 주몽형 고생한다고 일러주어서 왔소이다!》 하고 협부가 히죽이 웃으며 말했다.

《그래? 자네 정말 신선들과 통하나? 하, 거참 협부가 대단한데…》

《형님두, 그렇지 않으면 부르지도 않았는데 어떻게 우리가 왔겠소?》

《하여튼, 자네들 좀 물러서게. 그러다 옷 마치겠네.》 하고 주몽이 말렸다.

《아니, 오히려 주몽형이나 쉬시오이다. 자, 오이, 협부! 우리가 힘써보세!》

마리가 먼저 허리에 찼던 검을 끌렀다.

오이와 협부도 허리의 칼을 풀어놓으며 부득부득 접어들었다.

이쯤되면 주몽도 어쩔수 없었다.

《좋아! 그렇다면 힘을 합쳐 꺼내보세!》

주몽은 바줄을 오이와 마리, 협부에게 넘겨주고 진펄가로 장대를 짚으며 다가갔다.

《자, 단숨에 해야 하네. 내 구령에 따르게, 하나!》

《하나!》

《둘!》

《둘!》

《셋!》

피가 한동이씩 고인 젊은이들의 고함소리에 진펄에 빠진 말이 빠져나왔다.

《하, 그놈의 말이 자네들의 힘에 놀랐는가?》

《하, 하.》 오이와 마리, 협부는 서로 즐겁게 웃었다.

주몽은 빠졌던 말을 내가로 몰고가서 씻어주고 무리속으로 몰아넣은 다음 세 친구와 더불어 옷을 빨아 풀판우에 널어놓았다. 그리고는 강가의 모래불에 엎드리여 해빛에 몸을 태웠다.

따뜻한 모래불에 잔등들을 쪼이니 어느덧 사내들의 몸은 불깃불깃하게 익기 시작하였다.

협부와 함께 서로 모래를 뿌리며 장난치던 마리가 주몽에게 돌아서며 말했다.

《주몽형, 오이가 장가든다고 하오이다.》

그러자 오이가 놀라 마리에게 눈을 흘겼다.

《저걸, 그저…》

마리는 키드득거리며 움츠러들었다.

《장가든다고?》 하며 주몽이 오이를 바라보았다.

《오이, 처녀는 누군가?》

《형도 알고있소이다. 추연이라고…》

《추연? 그럼 소소리대사의 딸이 아닌가?》

오이는 뒤더수기를 슬슬 긁는다.

기뻐하던 주몽의 얼굴에 어쩐지 그늘이 지였다. 소소리대사의 이름만 나와도 주몽은 싫었다.

왜 그런지는 몰라도 소소리대사는 마치 음침한 곳에서 줄을 늘이는 거미처럼 생각된다. 그의 아들 해리도 역시 마찬가지였다. 턱이 뾰족하고 눈이 가늘게 째진 그 부자의 집과 오이가 하필 끈이 이어질건 뭔가.

《주몽형, 까짓거, 그건 삼실꾸레미같은 일이오이다.》 하고 오이가 주몽을 피뜩 보며 말하였다.

주몽은 오이를 건너다보았다. 추연이라는 처녀가 싫지는 않은 모양이다. 그런데…

《주몽형, 뭘 그리 생각하시오이까?》 하고 묻던 오이가 문득 무슨 생각이 났던지 정색하여 물었다.

《참, 주몽형, 서쪽에서 온 사람이 왕자들에게 잡혀 참살당했다는걸 아시오이까?》

오이의 물음에 마리와 협부도 주몽쪽으로 머리를 돌렸다.

주몽은 고개를 끄덕이였다.

협부가 눈을 깜박이며 물었다.

《듣자니 서쪽에서는 한창 팥죽끓듯 한다던데요?》

《그렇다더군. 이제 그쪽에서 바람이 불어올걸세.》

주몽이 말하였다.

《그럼, 여기도 온통 싸움이 붙겠소이다?》

《그렇겠지. 하지만 내 생각에는 미리 울타리를 세우면 될것같은데…》

《울타리라니요?》

《싸움이 일어나길 기다리는건 졸장부들이나 할 일이네. 우리 부여나 구려, 옥저 같은 나라들은 이미 단군선인의 옛땅이였네. 여기에 사는 겨레들이 서로 싸운다는것은 부끄러운 일이야! 단군선인의 후손들인 우리들은 마땅히 단합해서 서쪽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막아야 하네.》

《그런데 부여궁성은 지금 졸고있지 않소이까?》

마리가 이마살을 찡그리며 말했다.

주몽은 물에 들어가려는 사람처럼 숨을 들이키였다가 내쉬였다. 세 친구도 침울해진다. 그들은 모래불에 다시 드러누웠다. 주몽은 그들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 서쪽에서 왔다던 그 사람, 례나루스승의 외아들이 하던 말이며 그를 무참하게 찔러죽이던 대소며 해리의 모습이 서로 뒤치락거리며 엉켜돌았다. 이 겨레 살리는 통일이 대의명분임은 분명한데 어째서 왕자들이며 소소리와 같은 몇몇 대신이며 제가무리들은 구석의 거미처럼 숨어들기를 좋아할가? 줄을 늘이고 그우에서 흔들흔들

그런가 하면 저 오이나 마리, 협부들은? 굽신거리기 싫어하고 좁고 낡은것을 싫어하는 이 허리뼈가 뻣뻣한 친우들!

이 벗들과 어디로 가야 하는가? 우리들이 귀천을 무릅쓰고 즐겁게 어울리는것은 무엇일가? 바로 단군선인의 성지를 부활시키려는 그 대망이 아니겠는가. 그 길에 겨레를 불러일으키며는 뉘라서 나서지 않을것이냐? 그러자면 우리의 터전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지금은? 아, 생각 같아서는 당장 이 땅을 박차고 하늘을 훨훨 날고싶다. 하지만 어디로? 하는 질문이 생기자 주몽은 심중해졌다.

얼마전에 어머니에게서 처음으로 아버지 해모수에 대한 말을 들었을 때는 북부여를 찾아가고싶었다.

그러나 주몽은 인차 도리머리를 했다. 비록 아버지가 왕으로 있던 나라이기는 하지만 지금 거기에는 아버지가 안 계신다. 설사 아버지가 있다고 하더라도 주몽은 제힘으로 떳떳하게 터를 잡고싶었다. 북부여에는 아직도 아버지를 알고있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고 하더라도 주몽은 거기로 가는것을 단념하였다.

하다면 어떻게 하는가?

오이나 마리, 협부가 은근히 내비치는 속심, 졸고있는 이 부여의 궁정을 들쳐버리고 대망을 이루자고 하는 그것도 주몽에게는 마음이 없었다. 어쩐지 주몽에게는 이 부여에서 터전을 잡는다는것이 거리껴지였다. 금와왕을 밀어내고 그의 맏아들인 대소를 밑에 둔다는것도 즐거운 일이 아니다.

설사 그렇게 된다고 하더라도 주몽은 자기의 웅지를 펴느니보다 오히려 잡다한 일에 더 많이 휘말려들것 같은 위구심이 들었다.

그렇다면 어디로 가야 하느냐?

오래동안 고심하던 나날을 거쳐 마침내 주몽의 생각은 한곬으로 흘러가기 시작하였다. 례나루선생이 가지고계시는 명검, 그것이 어디서 났다고 하였던가? 남쪽나라였다. 그리고 여러번 만나본 일이 있는 상인들이 무슨 보물처럼 가지고 가던 쇠도끼! 쇠보습! 그런 연장들도 바로 남쪽에서 난다고 하지 않았던가. 싸움에서 무기는 승패를 결정하는 요인의 하나이다. 농사에서도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강성대국의 터는 남쪽이 적합하다. 게다가 그곳 사람들은 산악에 단련된 사람들이라 성격들이 강직하고 의협심이 강하며 정의감도 있다고 례나루선생이 말하지 않았던가! 그런즉 남쪽으로 가야 한다. 이걸 아우들과 의논해봐야겠다.

누워있던 마리가 웃몸을 일으켰다.

《주몽형! 전번에 하던 검술을 다시한번 해보지 않겠소이까?》

《흠, 마리, 자네는 주몽형보다 먼저 례나루선생님에게서 배웠다면서 그게 뭔가? 주몽형의 검술엔 안돼. 그 왜 검술에선 난다긴다 한다는 대소왕자하고는 어쩔는지…》

오이가 마리의 약을 올렸다.

《주몽형이야 례나루선생님의 비전의 절정검술을 익혔으니 내가 어찌 대적하겠나? 그래서 나도 그 검술을 익히자는게 아닌가?》

이번에는 협부가 마리에게 물었다.

《마리! 주몽형에게는 안된다 하고 대소왕자하고는 어떤가?》

《글쎄 맞서봐야 알겠지… 하지만 질것 같지는 않아. 례나루선생님에게서 대소왕자가 배운 검술은 나도 깨쳤으니까. 그건 그렇고. 오이, 자네는 나를 시까스르지만 례나루선생님에게서 배운게 어디 나뿐인가? 자네도, 협부도 주몽형보다 먼저 무술을 배우지 않았나? 그래 내가 검술로는 주몽형에게 안된다 하면 자네 오이는, 장기라고 하는 그 철퇴로 주몽형을 당할수 있나?》

《해봐야 알지…》 하고 오이가 아래입술을 쭝긋했다.

《그래? 주몽형, 어디 한번 본때를 보여주지 않겠소이까?》

주몽은 빙그레 웃었다.

《어디 몸이나 풀어볼가?》

오이와 마리, 협부는 주몽을 따라일어섰다. 오이는 허리에 찼던 칼을 풀어 마리에게 주고 철퇴 비슷하게 생긴 몽둥이를 집어들었다.

《오이, 한번 본때 보이게.》

마리와 협부가 신바람을 내며 오이를 부추겼다.

오이는 두손으로 몽둥이를 쥐고 앞으로 뻗쳤다가 몸을 뒤틀며 몽둥이를 휘두르기 시작하였다. 마구잡이로 놀리는것 같지만 오이의 몽둥이는 좌우를 좁히며 우에서 아래로 상대를 누르고있었다. 몽둥이가 일으키는 바람소리가 휙휙- 소리를 냈다. 오이는 단숨에 철퇴의 고수를 펴내고있었다. 이런 철퇴의 공격에는 검술도 소용없다. 마리도 빼여났다고 하지만 오이의 철퇴공격에는 당황하군 하였다.

《잘한다. 오이, 첫수 질타 완급이다!》 하고 마리가 응원했다.

그러자 협부는 주몽의 편을 들었다.

《주몽형! 질타에 완접으로 펴시오이다.》

왼손은 뒤짐을 지고 바른손을 펴 오이의 몽둥이를 막아내며 몸을 피하던 주몽이 엇소리를 내며 바른손을 내뻗쳤다.

주몽의 바른손바닥과 오이의 몽둥이가 허공에서 맞붙어 멈춰섰다.

몽둥이를 틀어쥔 오이가 얼굴이 붉어져 기운을 썼다. 주몽의 목에도 피줄이 일어났다. 몽둥이와 손바닥이 다같이 떨렸다. 오이가 몽둥이밑으로 몸을 한바퀴 돌리며 몽둥이를 빼여 다시 곧추 주몽의 가슴팍을 내질렀다. 주몽이 오른손을 반바퀴 돌리며 다시 오이의 몽둥이끝을 막았다.

《빅수다! 빅수!》

마리와 협부가 아쉽다는듯 소리쳤다.

오이가 이마에 땀방울을 훔치며 몽둥이를 내리웠다. 주몽도 바른손의 맥을 거두었다.

《오이, 자네 격수에 절정비법이 있구만.》 하고 주몽이 말하자 오이는 싱긋 웃고나서 강물에 뛰여들었다.

마리와 협부도 강에 뛰여들었다. 한동안 엎치락뒤치락 물속에서 헤염치던 협부가 무슨 생각이 났는지 물속에서 나와 칼을 찾아들었다.

《왜 그러나 협부?》

《주몽형, 고기 몇마리 찍어보겠소이다.》

협부는 검을 들고 강웃쪽으로 올라갔다.

《주몽형, 협부가 웬일이오이까?》

물속에서 나와 협부를 바라보던 마리가 물었다.

《고기 몇마리 찍어내겠다는군…》

《그렇소이까? 협부는 과연…》

마리도 얼른 검을 찾아들고 협부의 뒤를 따랐다.

마리에 이어 오이와 주몽도 고기잡이에 나섰다.

젊은이들은 저마끔 고기를 찾아헤매였다. 오이가 제일 열성이다. 그가 아예 물속에 들어서서 고기를 쫓으며 부산을 피우는 바람에 물방울이 사방으로 튕겨나고 강물우에는 큰일난것 같았다. 그러나 괜히 그럴뿐이지 고기는 한마리도 잡지 못하였다. 보다못해 마리가 투덜거렸다.

《이런 황소 봤나? 여, 오이! 자네 좀 둥둥 떠내려가서 저밑에서 하게. 공연히 풍덩거리며 내 고기까지 다 달아나니 어디 잡히나? 젠장!》

머리칼이 함빡 젖은 오이는 마리가 투덜거리는대로 우두커니 서있더니 정말 물속에 풍덩 들어가 밑으로 떠내려갔다.

강기슭 소를 이룬쪽에서 바위모서리를 붙잡고 물밑을 노려보던 협부가 검을 쥔 손을 조심히 옮겨가는가싶더니 첨벙 내리 찍었다. 협부가 마침내 팔뚝만 한 고기를 꿰여냈다.

《주몽형, 보라구요. 선코는 내가 뗐어요.》

협부는 어린애처럼 기뻐 어쩔줄 몰라했다. 주몽은 빙긋 웃으며 협부에게 손을 흔들어주었다.

오이가 떠내려가는걸 바라보던 마리도 협부의 자랑에 놀라 검을 쥐고 물속으로 들어갔다. 물속에서 눈을 빤히 뜬 마리는 수달처럼 자맥질을 해가며 고기를 쫓다가 마침내 한마리 찍어가지고 나왔다. 그는 꿴 고기를 높이 쳐들고 한손으로는 얼굴을 닦으며 협부에게 소리쳤다.

《협부, 자네 보나? 내가 고기를 어떻게 잡았는지…》

과연 마리는 고기 아가미부위를 찔러잡았다. 펄떡거리는 고기비늘이 해빛에 번쩍거렸다.

주몽은 무릎까지 잠긴 물속에서 고기들이 움직이는것을 꼼짝안하고 노리다가 마침내 한마리를 찔렀다. 주몽, 마리, 협부는 승강내기로 고기를 낚았다.

그들은 해가 정수리에 걸릴 때까지 고기잡이를 했다.

어느덧 고기꿰미도 늘었다.

《자, 그만하자구. 이젠 잡은 고기나 손질해서 요기나 하세.》 하고 주몽이 해위치를 보고 말하자 마리와 협부는 물속에서 나왔다.

《그런데 오이는 어떻게 된거야?》 하고 협부가 강아래쪽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정말, 그 친구가 어떻게 됐을가?》 그제야 마리도 오이에게 관심이 갔다.

주몽은 자기가 잡은 고기를 마리에게 넘겨주며 말했다.

《자, 내것까지 손질하라구! 난 남비랑 소금이랑 뭘 좀 가지고 오겠네!》

《남비는 해서 뭘하우? 그저 불피우고 구워먹고말지요.》 하고 마리가 고기꿰미를 쳐들어보이며 말했다.

《하, 하, 그래도 소금이 있어야 제맛나지. 그리고 오이가 잡아오는 고기는 그닥 크지 못할걸, 그걸 버릴수야 없지 않나? 이왕이면…》

주몽은 스적스적 말무리쪽으로 갔다.

주몽의 뒤모습을 바라보던 마리는 아무래도 모르겠다는듯 고개를 기웃했다.

마리와 협부가 한창 고기를 손질하고있는데 뒤에서 《주몽형은 어디 갔나?》 하는 오이의 목소리가 울렸다.

두사람이 뒤를 돌아보니 버드나무꿰미에 손바닥만 한 고기들을 너덧꾸레미 든 오이가 서있었다.

마리와 협부는 서로 마주보았다.

《그건 뭔가?》 마리가 물었다.

《고기지 뭐야. 난 도무지 검으로 고기를 못 잡겠더군… 땅우에서라면 모르겠는데 물속이니까 분명 바로 겨누고 내리 찍는데도 한마리도 안 걸리니… 참, 그래서 바위로 내리쳐서 얼친 고기들을 건져냈네.》

《으음, 그렇게 됐나? 주몽형의 말이 옳았군.》 협부가 고개를 끄덕이였다.

《주몽형은 어디 갔나?》 오이가 협부와 마리옆에 주저앉으며 물었다.

《어죽 쓸 차비를 하려고 갔다네. 주몽형은 자네가 돌탕으로 고기잡는것을 본 모양이구만.》 마리가 대답했다.

《날 어떻게 보았겠나. 난 숨어서 했는데… 그저 나를 알아주는이는 주몽형이라니까. 사나이는 알아주는 사람에게 몸을 바치는거야. 마리나 협부, 자네들은 자기들이 뭘 좀 한다고 공연히 날 시까스르기만 하지. 어디 두고보자.》

오이가 투덜거리는체 하자 마리와 협부는 싱긋이 웃었다.

《오이, 자네 말 한마디 잘했네. 사나이는 알아주는 사람에게 몸을 바친다, 좋구만.》

세 친구는 부지런히 고기를 손질했다.

그들이 고기손질을 마칠 때쯤 되여 주몽은 필요한것들을 가지고 왔다.

되박만 한 막돌을 모아 가마를 걸고 나무불을 지펴 한쪽에서는 고기를 굽고 한쪽에서는 어죽을 썼다.

물속에서 한동안 고기잡이를 하느라고 맥을 뽑아서인지 그들은 구운 고기와 어죽을 게눈감추듯 하고나서 이제는 빳빳 마른 옷들을 주어입었다.

《한나절은 참 자네들이 와서 즐겁게 지냈네. 자네들이 오지 않았더라면 아직도 진펄에서 말을 꺼내지 못했을거요, 맛있는 어죽도 생각 못했을거야.》 하고 주몽이 말했다.

《주몽형은 별말 다하우. 우린 오히려 주몽형에게 감사해야겠어요. 시시컬컬한 얼굴로 머리식히자고 왔는데 오히려 천렵맛을 보았으니… 그렇지 않아 오이?》 하고 마리가 물으니 오이도 고개를 끄덕이였다. 그들을 바라보던 협부가 말했다.

《진펄에서 말을 꺼낸것도, 물속에서 검으로 고기를 찍는것도 다 무술을 익힌거야. 주몽형에게 오면 이렇게 얻을게 많거든.》

그 바람에 주몽과 오이, 마리는 서로 고개를 끄덕이며 협부의 말에 찬동했다.

《주몽형, 이제는 무슨 일이 있소이까?》 하고 마리가 물었다.

《말떼를 다른 풀판으로 몰고가야 하네.》 하고 주몽이 대답했다.

《그래요? 여보게들, 우리 한번 승마경기도 할겸 주몽형과 함께 가지 않겠나?》

《좋다. 참, 마리가 좋은걸 생각했다.》

《그렇다면 좋네. 하지만 사람들의 눈에 띄면 좋지 않겠는데…》

주몽이 근심어린 어조로 말하였다.

그러자 마리가 나섰다.

《주몽형, 천려일실이라고 하오이다. 너무 생각이 많으면 아무 일도 할수 없지 않소이까?》

《그래, 그래.》

오이도 고개를 끄덕이였다.

마침내 주몽도 찬성했다.

《좋아, 좀 쉬고 우리 저 청라산너머로 달려보세.》

주몽은 세 친구에게 말들을 골라주었다. 안장없는 말이라도 좋았다.

네필 말은 쏜살같이 달리기 시작하였다. 다투어 달려가는 말발굽소리에 땅이 진동하였다.

쓔- 스슥- 쑥- 하는 소리가 고막을 어지럽히고 땅이 잡아당기듯 휙-휙 지나쳤다.

삽시에 젊은이들은 넓은 들판을 꿰질러 사라졌다.

한바탕 달리고나니 말도 사람도 땀에 흠뻑 젖었다. 하지만 젊은이들의 기개는 더욱 높기만 했다.

그들은 말을 천천히 몰며 후련하게 웃었다.

협부가 투레질하는 말갈기를 두드려주며 지나는 말처럼 물었다.

《주몽형, 우리 넷이서 이렇게 냅다 달려 세상끝까지 가보고싶소이다.》

그들은 껄껄 웃었다.

《정말 요즈음은 불쑥불쑥 그런 생각이 드오이다. 사내대장부가 일신의 사소한 일에 자질구레 빠져든다면 영 멍텅구리가 되겠구나 하고 말이오이다.》 오이가 협부의 말끝을 이어 속생각을 터놓았다.

마리는 먼 지평선에 눈길을 주며 아무말없이 가고있는 주몽을 보며 물었다.

《주몽형, 형은 장차 어찌할 생각이오이까?》

주몽은 마리에게 고개를 돌렸다. 주몽은 말없이 주억거리는 말머리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내가 언제부터 생각하고있는것인데 한번 저 남쪽의 불함산(백두산)에 가보고싶네.》

《불함산말이오이까?》 하고 마리가 눈을 번쩍이며 물었다.

《그렇네. 불함산은 우리 겨레의 웅지가 깃든 성산이 아닌가.》

주몽이 벗들을 둘러보았다.

모두의 얼굴에 불그스레한 빛이 떠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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