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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53 회)

 

하 편

 

14. 거란군을 최후격멸하다

 

1

 

1018년 12월 무술일에 거란의 소배압은 10만의 대군을 거느리고 또다시 압록강을 넘어 침공해왔다. 그동안 벼리고벼려온 군력을 총동원하여 고려에 대한 세번째 전면전쟁에 돌입한것이였다.

거란은 이번에는 기어이 고려를 타고앉아 고려를 저들의 제후국으로 만들고 고려의 문물을 략취하여 저들의 국력을 더욱 보강한 다음 북으로는 돌궐을, 남으로는 송나라를 기어코 제압하려는 작정을 하고있었다.

거란의 침입에 대처하여 임금은 강감찬을 상원수로 임명하고 수하에 20만 8천여명의 군사를 주어 방어군을 편성하고 적을 막게 하였다. 부원수로는 대장수 강민첨을 임명하고 내사사인 박종겸과 병부랑중 류참을 각각 판관으로 임명하고 감찬에게 복종하게 하였다.

거란, 이 하루강아지 범 무서운줄 모르는 족속들아!

그만큼 혼쭐이 나고서도 아직 정신이 덜 들었구나. 그렇다면 좋다. 이번엔 아예 네놈들의 명줄을 끊어버리고말것이니 나중에 우리 고려보고 섧다 울지 말라!

감찬은 이런 배심으로 장수들을 모아놓고 우선 할당된 군사를 네 몫으로 나누었다. 그중 한몫은 녕주(녕변)에 집결시켜 주력으로 삼고 한몫은 안북부(안주)에서 철주, 곽주, 선주, 룡주, 통주, 흥화진까지 대낮에 기동시켜 해당 고을의 성들에 들어가게 하여 적들의 주의를 끌게 하였다. 다른 한몫은 서경근처에 대기하게 하고 나머지 한몫으로 녕주이북 흥화진까지 4백리어간에 매복진을 치게 하였다.

감찬은 안북부 성안으로 기치창검을 드날리며 입성한 뒤 성루에 도통사지휘기를 꽂아놓고 요란한 사열식을 거행하였다.

《거란군이 통주성방향으로 공격해내려오고있다 하오이다.》

파발이 날라온 급보를 아뢰는 전령의 목소리는 은근히 떨리고있었다.

《거란군이 통주쪽을 기본방향으로 정한것이 아니오이까?》

병부랑중 류참은 머리를 기웃하며 감찬을 바라보았다.

《조금 더 지켜보자, 아직은 선불질에 불과하니.》

감찬은 웃으며 류참을 진정시켰다.

거란군은 압록강을 넘자마자 흥화진을 에워싸고 한바탕 활질을 하고는 인차 성을 에돌아 통주방향으로 쓸어내려오고있었다. 압록강을 넘었다 하면 의례히 그러해오던 방식 그대로였다.

흥화진에서 룡주, 통주, 철주, 곽주, 선주성에 이르기까지 봉화대마다에서 다섯 줄기의 연기와 화염이 밤에 낮을 이어 타올랐다.

청천강이북의 여섯개 성이 하루만에 거란군에게 각기 포위된채 치렬한 공방전에 들어갔다.

《틀림없이 거란군은 기본방향을 서쪽으로 잡았소이다. 놈들이 지금껏 닦아놓은 경로를 그렇게 쉽사리 변경할수 없소이다. 적은 서쪽으로 밀려오는데 상원수나리께옵선 동쪽으로 와계시니…》

류참은 등이 달아 안절부절했다.

어제 밤 감찬은 은밀히 안북부성을 나와 구주동쪽 무인지경 산속에 지휘부를 옮겨앉았던것이다.

《아직 더 두고보세. 오두의 정보를 믿어야지. 여우도 한번 걸린 덫엔 다시 발길질 안하는 법이어늘 하물며 적이 그걸 모를가? 지금 서켠을 공격하는건 우리 주력을 거기에 끌어붙이자는거네.》

감찬은 다시금 류참을 달래였다.

《오두의 말을 그렇게 절대적으로 믿을수가 있겠소이까? 그러다 적이 여섯개 성을 에돌아 서경으로 내리치면 어찌하겠나이까.》

그 말에 감찬은 빙긋이 웃음을 지었다.

《나도 지금 그 생각을 하는중일세. 서켠이 기본공격로는 아닐지라도 보조공격로로는 타당한것만큼 적들이 지난번처럼 성을 까지 못하고도 그냥 서경으로 공격해내려갈수 있네.

좋네. 하오면 랑중은 다시 안북부로 내려가게. 거기서 정황을 관망하다가 거란군이 정말로 서경으로 내려오면 힘껏 막아내게. 뒤따라 여섯개 성 군사를 내리공격하게 해서 적을 앞뒤로 답새기세나. 일이 그렇게 번져질 때면 나도 증원을 갈터이네.》

《그러니 상원수나리께선 여전히 구주동쪽이 적의 기본공격로라고 보시오이까?》

《그렇네. 류랑중은 안북부에서 기다려보다가 이후에 동켠에서 진짜 싸움이 터져도 오느라 하지 말고 그냥 눌러있게. 적이 퇴각해갈즈음에 결전진입할 준비를 하고있으라 그 말이네.》

《알겠소이다.》

류참은 머리를 기웃기웃하다가 일단 내려진 명령은 받드는게 순서라 생각하였는지 읍을 하고 돌아섰다.

류참이 떠나간지 이틀이 지나서 드디여 흥화진에서 새 소식이 날아왔다. 거란군의 두번째 진이 흥화진 동남쪽으로 방향을 잡고 내려간다는 보고였다.

그러면 그럴테지!

감찬은 빙그레 웃음을 지으며 강민첨을 바라보았다.

《어떻소, 부원수. 이젠 우리도 몸을 좀 놀려보아야 하는것 아니요?》

《어서 령을 내려주소이다. 나는 상원수나리밑에서 몸이나 내려 온 사람이 아니오이다.》

민첨은 유쾌히 응수했다.

강민첨은 무인이라기보다는 문인에 가까운 사람이였다. 그런데 임금이 동녀진의 출몰을 단속하라 동계쪽에 파견하므로 가서 술수를 능란히 써서 동북방을 무난히 안정시킨것으로 해서 임금은 그를 군사일에 적극 끌어들였다.

민첨은 병졸 개인으로서의 무예는 별로 자랑할 수준이 못되였으나 군사를 부리는데서는 천성적인데가 있었다. 그는 몇마디안팎에 감찬의 예측이 옳다는것을 이내 알아차렸고 지금까지 거란의 거동으로 보아 적의 침공로가 흥화진, 구주, 녕주로 될것이라는것을 확신하고있었다.

민첨은 성씨가 감찬이처럼 제비모양 강자를 쓰는 같은 씨족문중이였다. 다만 감찬이처럼 본이 금천(시흥)이 아니고 진주였다. 금천강씨의 원조상인 진주강씨인것이다.

감찬과 민첨은 고구려장수 강이식을 한조상으로 모시는 사람들이였다. 서로 이름만 알고있다가 이번 싸움에서 낯을 익히고 통성을 하였었다.

《조상의 얼굴에 우리 절대로 흙칠을 하지 맙시다.》

감찬의 말에 민첨은 머리를 끄덕였다.

《외적을 치는데서야 강씨문중이 뒤자리를 차지하지 말아야지요. 조상들이 지켜낸 이 땅을 그 후손들이 아니지키면 안되옵고말고요.》

감찬과 민첨은 이렇게 약속을 한 사이였다.

《오늘 아침 이쪽으로 방향을 잡았으면 오늘 저녁쯤이면 동주(동창)아래쪽에 도달할것이고 래일 정오무렵쯤엔 관령(대관)에 당도할터이니 모레쯤엔 구주동쪽 이곳에 닿을것이요.》

감찬은 지도를 펼치고 짚어가며 설명했다.

《우리 이 구주동쪽 오십리어간에서 적을 족쳐봅시다.》

《상원수어른께서 미리감치 점찍어두셨던 명당터가 드디여 빛을 보게 되였소이다.》

《명당터?! 하긴 그렇소! 적의 무덤이 될 곳이니까, 하하하…》

둘은 유쾌하게 웃어제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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