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41 회)
하 편
12. 거란의 2차침공을 물리치다
9
은천은 유방이 들고온 서경현황보고서를 보고나서 즉시 임금에게 개경을 뜰것을 제의했다. 그무렵에 서경에 당도한 지채문이 서경의 실태를 료해하고 보낸 급보였다.
보고서에는 거란이 포로한 강조를 끝내 사살하였고 변절한 이전 감찰어사 로의를 내세워 투항을 강요하였으며 서경의 일부 관료들이 투항을 기도하는것을 제지시켰다는 내용이 씌여있었다.
적들이 강조를 사살하였다는것은 그가 적에게 굴복하지 않았다는것을 의미했다. 아직은 강조가 어떻게 죽었는지 그 과정을 다는 알수 없었으나 강조의 됨됨이를 잘 알고있는 은천은 그가 고려장수의 체모를 절대로 손상시키지 않고 장한 모습으로 죽음을 맞받았으리라는것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다음에 생각키운것이 임금의 안전문제였다.
더는 지체할수 없다고 생각한 은천은 단호하게 임금을 일으켜세운것이였다.
임금은 떠나면서도 서경을 걱정했다.
《동북계 도순검사 탁사정은 왜 아직 서경에 도달하지 못하고있는것이요? 그 사람까지 합류해야 될터인데…》
《지금쯤은 도착했을수 있소이다. 페하! 어서 떠나시오이다.》
은천은 임금을 독촉했다.
《과인은 강시랑에게 개경을 맡기오.》
《최선을 다하겠소이다. 여기 걱정은 마시고 페하! 부디 몸성히 다녀오소이다. 인츰 다시 모시겠소이다. 기다리겠소이다.》
은천은 부지중 솟구쳐나오는 눈물을 걷잡지 못하였다.
신하가 백이면 뭘하고 천이면 뭘하랴. 제 임금 하나 편히 모시지 못하는 이런 꼴을 보자고 내 여직껏 대궐살이를 해왔단 말인가.
은천은 죄책감에 온몸을 떨며 유방과 더불어 급히 개경방어전에 들어갔다.
궁성수비군은 대부분이 떨어졌다.
임금은 극히 적은 수의 호위군사만을 허용했다. 시중드는 관속들만 달고서 조용히 성문을 빠져나갔다. 리부시랑 채충순이 임금과 왕비들을 수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