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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4 회)

 

21

(2)

 

김정일동지께서는 공사장을 떠나기에 앞서 정무원일군들을 따로 모이게 하시였다. 천막안이였다. 그이께서는 비옷을 어깨에 걸친채 자그마한 탁자에 마주 앉으시였다.

그이의 몸가짐은 매우 엄숙했고 어조에 여전히 노여움이 배여있다는것이 누구에게나 확연했다.

부총리이하 일군들은 고개를 숙이고 긴장하게 앉아있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건설주로서의 정무원 일군들이 평양-향산관광도로건설에서 주인은 고사하고 오히려 손님격이라는데 대해서만 지적하고 이렇게 말씀을 이으시였다.

《동무들이 확실히 일을 잘 못하고있습니다. 정무원책임제란 무엇입니까? 나는 동무들에게 모든 권한을 다 주었습니다. 그래 무엇이 부족합니까? 그런데 동무들은 자기가 할 일은 하지 않고 타발질만 하고있습니다. 이것은 책임회피입니다. 자기 머리속에 있는 패배주의, 보수주의 낡은 사상을 가리우기 위한 하나의 구실입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잠시 말씀을 끊으시였다.

숨을 죽인 장내는 물을 뿌린듯이 조용하였다. 그이께서 걸치신 비옷에서 물방울이 탁자우에 떨어지는 소리마저 들리는듯 하였다.

그이께서는 좌중을 둘러보고 나서 말씀을 계속하시였다.

《동무들의 무책임성때문에 경제사업이 잘 안되고있습니다. 오늘의 〈고난의 행군〉이 제국주의련합세력의 봉쇄책동에도 원인이 있지만 동무들이 경제사업을 잘하지 못한데도 원인이 있습니다.》

이때 김정일동지께서는 또다시 말씀을 끊으시였다. 개천역에서 본 광경이 다시금 눈앞에 밟혀왔기때문이였다.

그이의 목소리가 확연하게 갈리시였다.

《그렇다고 똑똑한 대책 하나 세웁니까? 실정을 제대로 보고합니까? 여기 모인 동무들이 대체로 차를 타는 간부들인데 어느 누가 니탄을 먹어본적이 있습니까? 나는 여기로 오면서 사람들이 소랭이로, 바께쯔로, 마대로 니탄을 퍼가는것을 보았습니다. 퇴비로 쓰자는것이겠습니까?》

김정일동지께서는 더 말씀을 잇지 못하고 탁자우에 고개를 푹 숙이시였다.

앉아있던 모든 사람들이 뿌잇한 안개속에서 그이의 모습을 우러렀다. 잠시후 고개를 드시는 그이의 안광에서 눈물이 번쩍였다. 여기저기서들 소리없이 어깨를 들먹이기 시작하였다.

이윽하여 그이의 진정된 목소리가 다시 울렸다.

《나는 오늘 군인들의 식당에 들렸다가 그들의 급식량이 형편없이 줄어든것을 보았습니다. 인민들이 굶는것을 보고 도와주느라고 그랬습니다. 바로 이들이 우리의 군인들입니다. 우리의 군인들은 허리띠를 조이면서도 엄청난 난공사를 당이 결심한 기간에 기어이 완공하려고 합니다. 바로 이것이 오늘 우리가 바라는 정신이며 기풍입니다. 동무들, 사회의 모든 일군들이 군인들의 이 정신을 따라배워야 합니다. 이만합시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비옷을 머리까지 쓰며 자리에서 일어서시였다.

이때 앞자리에 앉아있던 홍경봉이 탁자앞으로 다가서며 《장군님, 죄송합니다. 인민군군인들을 도와 기한전에 꼭 공사를 완공하겠습니다. 그리고 오늘 하신 말씀을 명심하고 경제사업을 추켜세우겠습니다.》라고 모두를 대표하여 결심을 말씀올렸다.

《고맙소.》라고 하신 다음 김정일동지께서는 모두를 둘러보며 말씀하시였다.

《비를 맞으며 고생하는 동무들에게 좋은 말만 해야겠는데… 자, 그럼 수고하시오.》

천막에서 나오시자 리길남장령이 보초마냥 지켜서있다가 그이를 맞이하였다.

《최고사령관동지, 식사전이시겠는데… 변변치 않지만 저희들이 준비해놓았습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장령의 기름한 얼굴을 한참 들여다보시다가 《고맙소.》라고 하시며 그의 손을 꽉 잡아주시였다. 장령은 어리둥절해졌다.

장군님께서 하신 그 말씀은 식사준비를 해놓았다는데 대한 인사만이 아니였다. 그것은 군인들의 급식량을 줄이면서까지 인민들을 도와준데 대한 감사였고 믿음이였다. 문득 장령은 《고맙습니다!》 하고 목메여 맞인사를 드리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아침식사를 드시지 않은채 급히 현장을 떠나시였다. 일이 산처럼 쌓여있는것이였다.

 

×

 

허성렬이 집무실에 들어섰을 때 김정일동지께서는 몹시 피로해보이였다.

향산도로건설장에서 돌아와서도 갈아입으시지 않은 옷은 축축히 젖어있었다. 그이께서 아침식사전이라는것을 허성렬은 알수 없었다.

체신성의 부부장을 만나보고 난 허성렬은 그이께서 국방공업발전을 위한 자금을 뚝 떼주시리라는것을 믿어의심치 않았다.

장군님앞에 마주앉게 된 지금 그의 근심거리는 외국출장중에 있은 《사건》과 관련하여 어떤 결론이 내리겠는가 하는것이였다. 그래서 그 문제부터 처리받으려고 《사건》전말을 다시 상기시켜드리였다.

장군님께서는 몇가지 반문하시다가 집무탁우에 놓인 문건더미에서 하나를 찾아드시였다.

허성렬은 얼핏 그 문건표지에 아무런 결론도 없다는것을 알아보고는 좀 이상한 생각이 들어 그이를 지켜보았다.

문건에 눈길을 돌리고계시던 김정일동지께서는 허성렬을 마주보며 빙그레 웃음을 띄우시더니 《동무에게도 칭찬이 필요하오?》라고 하며 눈에 익은 활달한 필체로 《민족적자존심은 우리 인민의 생명입니다.》라고 쓰신 후 그밑에다 존함과 날자를 적은 다음 허성렬의 앞으로 밀어놓으며 크게 웃으시였다.

허성렬이 일어서서 《알겠습니다. 장군님!》라고 진정으로 감사의 인사를 올리고 앉자 그이께서는 거침없는 어조로 말씀하시였다.

《자, 공연한데 신경을 쓰지 말고 할일이나 합시다. 이자 체신부에서 나에게 직접 보고해왔는데 나라의 빛섬유통신화는 곧 마무리된다고 합니다.

중앙과학기술통보사와 김일성종합대학, 인민대학습당, 김책공업종합대학 등을 중심으로 콤퓨터망형성의 기초작업도 다 끝나가고있습니다. 중앙과학기술통보사동무들이 세계대백과사전을 CD원판에 번역하여 올린것을 보면 이 〈고난의 행군〉기간에 매우 큰일을 했다는것을 알수 있습니다. 일군들이 참는것이 〈고난의 행군〉이 아니라 맞받아 뚫고나가는것이 〈고난의 행군〉이라고 한 우리의 의도를 잘 받들어가고있다는것을 알수 있습니다. 우리가 총대로 혁명의 난국을 헤쳐나가기로 결심한 이상 군사중시로선을 계속 틀어쥐고나가야 합니다. 그래 해당부문에서 제기한 액수가 얼마나 됩니까?》

걱정하던 문제가 풀리고 국방공업발전을 위한 장군님의 단호한 결심을 알게 되자 허성렬은 가벼운 마음으로 필요한 액수를 보고올렸다.

김정일동지께서는 한참동안 응답이 없으시였다.

허성렬이 액수가 너무 많아 그러시는줄 알고 《좀 더 타산해보겠습니다.》라고 미안한 어조로 말씀드리자 장군님께서는 《아니, 그래서 그러는게 아니요.》 하시였다.

그후에도 김정일동지께서는 까딱 않고 앉아계시였다. 허성렬은 비로소 이상한 기미를 느끼게 되였다.

군사가로서의 장군님의 특징은 판단이 빠르고 결심이 정확하며 타격에서 무자비한것이였다. 이러한 특징은 다른 부문의 사업에서도 그대로 나타나 어떤 어려운 문제처리에서도 지체하시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은 웬일이신가? 허성렬은 등골이 축축히 젖어남을 의식하였다.

드디여 그는 견디지 못하고 《장군님…》 하고 일어섰다.

그러자 장군님께서는 《우리 공훈합창단의 노래나 들읍시다.》 하고 집무탁에서 몸을 일으키시였다.

허성렬은 그이께서 몹시 힘들고 괴로와하신다는것을 느꼈다. 공훈합창단을 따로 조직한 경위도 잘 알고 어버이수령님생각이 나실 때나 깊은 밤 피로하실 때 그리고 머나먼 전선시찰의 길에 오르실 때도 최고사령부 작전조성원들과 함께 공훈합창단성원들을 데리고 방선의 병사들을 찾으신다는것을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이 허성렬이였다.

허성렬은 장군님을 따라 만수대예술극장으로 갔다.

먼저 들으신 노래는 《적기가》였다.

객석에는 그이와 허성렬뿐이였다.

허성렬은 지금 그이의 심중이 매우 비장하시다는것을 알았다.

백두산형의 장군이신 김정일동지께서는 좀체로 비장하거나 침통해지시는 때가 없었다. 아무리 어려운 일이 다닥칠 때도 강철의 의지와 무비의 담력으로 통이 크고 대담하게 모든것을 단호하게 헤쳐나가시였다.

이날 장군님의 심정을 무겁게 한것은 개천역에서의 광경을 보신때문이였다. 그것이 기아에 직면하고있는 온 나라의 광경으로 안겨왔다. 굶고있는 인민을 어찌 보고만 있겠는가. 군사를 좀 죽이더라도 쌀을 사다가 당장 발등의 불을 끄는것이 좋지 않을가, 그렇다면 조국과 민족의 근본리익과 혁명의 운명은?…

그이의 심중은 몹시 번거로왔고 무거우시였다.

합창단은 《적기가》를 반복해 부르고있었다.…

당중앙위원회청사로 돌아오는 길에서 그이께서는 허성렬에게 의미깊은 어조로 말씀하시는것이였다.

《내가 아침에 간곳은 어버이수령님께서 일시적후퇴시기 법동농민을 만나 담화하신 장소였습니다. 그때 반당종파분자들이 적들이 눈앞에 다가오자 최고사령부를 국경너머로 옮기자고 하였습니다. 그 말을 듣고 수령님께서는 절대로 안된다, 어떻게 찾은 조국인데 그것을 버리고 남의 나라땅으로 가겠는가, 갈테면 당신들이나 가라, 우리는 이 땅을 지키겠다. 이렇게 말씀하시고나서 조용히 〈적기가〉를 부르셨다고 합니다. 나도 그때 그 소식을 듣고 그 노래를 불렀습니다.》

당중앙위원회청사에 이르신 그이께서는 허성렬을 집무실로 데리고 들어가서 준비해가지고 온 문건을 내놓으라고 하시였다.

허성렬은 끼고 다니던 가방에서 군사사업을 강화하는데 필요한 액수를 적은 문건을 꺼내 그이께 올렸다.

김정일동지께서 문건을 비준하시면서 《인민들은 우리를 리해해줄거요!》라고 낮으나 확신에 넘친 어조로 말씀하시였다.

 

22

(1)

 

한밤중에 전화종소리가 리완수를 깨웠다. 전화기는 막장지휘부의 자그마한 책상우에 놓여있었다. 회의용의자 네개를 맞붙여놓고 누웠던 리완수는 아직 잠에서 채 깨지 못한채 송수화기를 잡았다.

《정치위원동뭅니까?》

심철범의 목소리에 내리감기던 눈시울이 우로 올라갔다.

한개소의 붕락구간을 돌파한 후 헤여진지 겨우 두시간밖에 안되였다.

19갱의 붕락구간은 끝날줄을 몰랐다.

최고사령관동지의 결론에 따라 붕락구간을 직선돌파하기로 한 후 관리국의 지휘관들은 전투원들과 막장에서 같이 살다싶이하였다. 전투가 치렬해지자 리완수도 정치부의 사무실을 막장에 옮기였다.

책상다리에 붙어있는 전등의 스위치를 손더듬으로 찾아 불을 켠 리완수는 시계를 보았다.

리완수는 충진을 하지 않아서 바위부스레기가 무시로 떨어지는 구간으로 걸어갔다. 이런 구간은 수십메터나 되였다. 김남철전사가 착안한 석비레모래는 아직 시공에 도입되지 못하고있었다.

석비레모래를 섞은 콩크리트혼합물의 강도에 대한 건재연구소의 과학적담보가 있었으나 국가건설위원회의 심의국에서는 건설법규에 어긋난다고 통과시키지 않고있었다.

건설법규에 의하면 수력건설은 강모래들만 할수 있게 되여있었다.

시공측인 군인들과 그들사이에는 심각한 언쟁이 거듭되였다. 건설위원회 심의국은 군인들의 반발에 건설법규를 들이대고있었다. 그랬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굴진갱들에서 려단장들의 단독결심에 의해 석비레모래로 충진을 시작했다. 심철범은 그것을 묵인하고있었다.

군인들과 건설주인 건설위원회사이의 의견대립은 법적문제로까지 번져지게 되여 공사를 중단하지 않으면 안될 사태까지 초래되였다.

리완수는 걸음을 멈추고 바위부스레기가 떨어지는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충진을 따라세우지 않는다면 이미 뚫어놓은 갱도가 어느때 무너져내릴지 몰랐다. 그는 다시 걸음을 옮겨 작업갱으로 올라가는 입구에 이르렀다. 심철범은 자기가 나온 반대켠 굴진갱에서 천정에 머리를 찧을가 경계하듯 허리를 약간 구부리고 걸어오고있었다.

심철범이 조명등이 켜져있는 작업갱입구에 이르기가 바쁘게 리완수가 물었다.

《무슨 일이 생겼습니까?》

심철범은 갱도벽으로 다가가 송풍기의 스위치를 껐다. 송풍기 돌아가는 소리가 멎었다.

그는 급히 되돌아와서 자기가 금방 나온 굴진갱쪽에 대고 귀를 기울였다.

《들립니까?》 하고 그는 물었다. 잔돌들이 떨어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건 큰 붕락이 예견된다는 신호입니다.》

몇초동안 심철범은 잠자코 서있었다. 그러다가 송풍기스위치를 다시 넣은 다음 광차레루우에 주저앉으면서 말했다.

《한시간전에 바위부스레기가 떨어지는 소리가 들리더니 막장에서 집체만 한 붕락이 있었습니다. 그 예후를 알고 전투원들을 피신시켰으니망정이지 큰일날번 했습니다.》

리완수는 충진을 따라세우지 않고서는 굴진도 계속할수 없다는것을 깨달았다.

그는 잠자코 심철범과 나란히 레루우에 앉았다.

《어떻게 하면 좋습니까. 중장동지?》 하고 리완수는 한숨을 내뿜고 나서 물었다.

심철범은 군복상의주머니에서 여러 겹으로 접은 공사지도를 꺼냈다. 거기에 있는 빨간 선과 파란 점선은 공사의 완공구간과 미완공구간을 표시하고있었다.

심철범은 손전지를 켜들고 지도를 들여다보더니 삼색원주필을 꺼내 어제오늘사이에 완공된 구간을 새롭게 표시하기 시작하였다. 공사구간의 모든 굴진갱들에서 작업이 매우 굼뜨게 진행되였다는것이 그가 표시한 빨간 선에 의해 알렸다. 리완수는 새로 표시한 짤막한 그 선을 보면서 바늘로 찌르는듯 한 육체적고통을 느꼈다.

가장 무서운것은 많은 작업장들에서 충진이 중지된것인데 이것은 이제 더이상 굴진을 진행할수 없다는것을 의미하는것이였다.

《까놓고 말해서.》 하고 심철범은 그의 생각을 알아맞힌듯 말을 계속했다.

《내가 지금 제일 걱정하는 문제는 모래입니다.》하면서 그는 지도를 접어서 수첩모양으로 만들어가지고 상의주머니에 도로 넣었다.

《국가로부터 받는 연유의 절반량이 또 줄었다는 사실을 상기해보시오.》

리완수는 나라의 외화사정이 더욱 곤난해진데로부터 추가로 받게 된 연유가 짤리운것은 물론 이미 받던 연유도 그 량이 줄었다는것을 알고있었다. 그것을 가지고는 공사용물동은 고사하고 군인들의 생활물자를 실어나르기에도 불충분하였다.

《그러니 상원으로 뛰던 자동차들을 안변모래운반에 돌리고 세멘트는 전적으로 렬차수송으로…》 하고 리완수가 말하기 시작했다.

심철범은 그의 말을 막았다.

《그 자동차를 가지고서는 모래운반을 감당하지 못합니다. 결정적으로 석비레모래를 써야 합니다.》

리완수는 일부 려단장들이 자기가 맡은 구간에서 석비레모래를 쓰고있는것을 상기했다. 그런데 그것을 건설법규가 막아서고있었다.

《나는 어제 저녁에 126려단장 최광일대좌를 만났습니다. 그는 0026호명령을 가지고 나를 위협하다싶이 하였습니다.》

《저도 만났습니다.》

《나는 석비레모래를 쓰겠다는 그의 제의에 동의하였습니다. 법앞에 나설 결심을 가지고 말입니다.》

《중장동지는 국가건설위원회 심의국에서 내려온 사람들을 만났는가요?》 하고 의심쩍은듯 리완수가 반문하였다. 《그 사람이 나한테 와서도 뭐라고 하더군요.》

《그런건 무섭지도 않습니다. 중요한건 우리에게 석비레모래에 대한 완전한 파악이 없다는 사실입니다.》 하고 심철범은 날카롭게 말했다.

《건재연구소의 담보가 있지만 그것은 현재상태의 강도입니다.》

그는 리완수에게로 가까이 다가앉아서 말을 계속했다.

《100년, 200년후에도 그러한 강도가 보장되겠는가 하는 문제입니다. 정치위원동문 이에 대하여 어떻게 생각합니까?》

《만년대계를 담보해야 한다는 말씀이군요.》

《옳습니다. 거기에 대하여서는 건재연구소도 담보가 없습니다. 나의 고민은 바로 거기에 있습니다. 그것은 고통이지요. 참을수 없는…》

심철범은 갑자기 어성을 높였다가 인차 낮은 소리로 중얼거리듯 말했다.

《병사들은 막장에서 육체적고통을 겪고있지만 지휘관들은 이렇게 앉아서 정신적고통을 겪고있습니다. 차라리 이럴 때 병사라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그건 잘못된 생각입니다, 중장동지.》 하고 리완수가 그의 말을 막았다.

《나는 몇시간전에 막장에서 김남철전사를 만났습니다. 입술이 까칠하게 텃더군요. 모래문제때문에 너무 신경을 써서 밥이 목구멍으로 넘어가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우리 병사들도 정신적고통을 겪고있습니다. 그건 바로 그들도 우리 지휘관들과 꼭같은 명령을 받고있기때문입니다. 그 명령때문에 그들도 괴로워하고있지요.》

《그렇다면 좋습니다.》 심철범은 단호히 말했다. 《전호진동무와 기술부장동무를 여기로 불러주시오.》

《그들은 여기 어디 막장에 있을겁니다.》

《그렇소? 좀 수고를 해주시오.》 하며 심철범은 고개를 끄덕였다. 《밖에 나의 차를 대기시켜주시오.》

《알았습니다.》 리완수는 병사처럼 재빠른 동작으로 송풍기 있는 곳으로 다가가 거기에서 일하고있는 몇명의 군인들중 사관 한명에게 전화를 걸라고 말하고나서 되돌아왔다.

전호진은 인차 나타났다.

《참모장동무.》

리완수는 그가 다가와 심철범에게 도착보고를 하기가 바쁘게 말했다.

《전반적인 구간들에서 위태로운 정황이 조성되고있다는것을 알고있습니까?》

《알고있습니다.》 하고 전호진은 짤막하게 대답했다. 《한시간전에 작전부의 보고를 받았습니다.》

《중장동지가 석비레모래와 관련한 참모장동무의 의견을 물어보겠다고 합니다. 앉으십시오.》

또 얼마동안이 지나갔다. 어둠속에서 기술부장이 손으로 눈을 가리면서 조명등밑에 나타났다.

지칠대로 지친 그의 얼굴은 피기가 없이 창백하였다. 그러면서도 깨끗이 면도를 하고있었으며 군복의 목달개는 눈부시였다.

 

( 다음호에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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