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5 회)

 

상 편

 

8. 거란의 1차침공을 물리치다

 

2

 

거란군의 두번째 공격은 뜻밖에도 안북부(안주)에서 서쪽으로 60여리 떨어져있는 안융진성에서 시작되였다. 고려왕에게 투항하라 호통쳐놓고 이제나저제나 기다리고있던 적장 소손녕은 이틀이 지나도 반응이 없자 안융진성을 불의에 기습하는것으로 재차 싸움을 걸어왔다.

안융진은 드문드문 돌로 축조한 구간은 있으나 대부분 흙을 다져 쌓은 토성이였고 군사는 고작 500여명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거란군은 황제기며 장군기들이 숲을 이루고 위엄을 시위하는 고려군기본지휘처인 안북부성은 외면하고 그옆의 작은 토성인 안융진을 먼저 떨구려고 시도하고있었다.

청천강 하류대안에 펼쳐진 넓은 개활지대 한가운데에 둥실하게 솟아올라있는 안융진성은 안북부성의 서쪽위성으로서 적이 이 성을 타고앉으면 안북부성을 측면으로 공격하기에 매우 유리한 위치에 있었다. 반대로 아군이 이 성에서 적을 견제하면 안북부성을 방어하는데 보다 유리한 조건을 지어주게 되여있었다.

거란군이 이러한 유리한 위치에 있는 안융진성을 먼저 제압하고 이 성을 발판으로 해서 안북부성을 보다 쉽게 점령해보려고 시도하고있었다.

아직 어둠이 채 가셔지지 않은 꼭두새벽에 거란군은 기마군을 선두로 불의에 기습해들어왔다.

와!-

함성을 울리며 구름처럼 덮쳐들어오는 거란기마군의 위세는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금시 정수리를 내리칠것 같은 환각이 드는 무시무시한 광경을 펼쳐놓고있었다.

둥둥둥둥…

부응-

거란군공격서렬 한가운데에 두쌍의 쌍두마차가 끄는 고차(북을 실은 수레)우에서 적 취타수들이 대고를 두들기고 볼이 터져라 골각(뿔나팔)을 불어댔다.

하건만 고려군진영에서는 성벽우에 이마빼기 내미는 병졸 하나 보이는것 없이 쥐죽은듯 고요했다.

다만 든든히 빗장을 지른 성문우 루각우에 단 한사람의 군사가 우뚝 선채 벌떼같이 밀려오는 거란군공격대형을 말없이 노려보고있을뿐이였다.

그는 고려군 중랑장 대도수였다.

어제 밤 그는 안북부성에서 은밀히 이곳 안융진성으로 스며들어왔다.

대도수, 이 사람으로 말하면 일찌기 태조때 발해왕세자 대광현과 함께 고려로 넘어온 발해조정의 공부경(고려조정으로 말하면 상서성 공부판사격)인 대복모란 사람의 아들이였다.

대도수는 안북부성의 성주 다음가는 순서인 중랑장인데 서희로부터 안융진방어를 직접 지휘하라는 령을 받고 와있었다. 이미전부터 안융진의 위치가 중요함을 간파하고 이곳의 방비를 물샐틈없이 하도록 조처해놓고있었던 그는 조금도 당황해하는 기색이 없이 태연자약하게 전방을 굽어보고있었다.

날이 푸름푸름 밝아오면서 적진대형의 전모가 뚜렷이 드러나고있었다.

적군은 가로 퍼진 일자진의 서렬이 아니라 세로 세운 종대형일자진 서렬을 열두어개 짓고서 비수가 꽂히듯이 날아들고있었다.

적은 달려오던 그 속도로 내처 성벽을 타고넘을 모양 조금도 속도를 늦추지 않고 쏜살같이 덮쳐들어오고있었다.

그러나 웬일인지 갑자기 맨앞의 적병부터 차례차례 곤두박질하더니 눈덮인 땅속으로 잦아들듯 없어져버렸다. 눈깜짝할 사이에 첫 진의 적들은 가뭇없이 사라지고말았다.

말들의 울음소리만이 불어오는 새벽바람에 간간이 들려오다가 그마저 잦아들고말았다.

조금 지나 삼사백보 뒤에서 꼬리를 물고 달려오던 두번째 적군서렬도 얼마 못 와서 앞서렬처럼 같은 모양으로 땅속으로 잦아들어버렸다.

적군진중에서는 이제는 저희 군사들이 고려군성벽우로 치달아오르겠거니 하고 아무리 지켜봐야 그 형체조차 보이지 않자 이상한 생각이 들었는지 이번엔 가로 퍼진 일자진대형을 지어 공격해오기 시작했다.

그사이에 날이 완전히 밝았다.

성루우에서 팔짱을 끼고 전방을 굽어보는 중랑장 대도수의 얼굴에 만족한 웃음이 비끼였다. 그는 한손을 들어 성밖쪽을 가리키며 호기있게 소리쳤다.

《랑장, 와서 좀 보시오.》

랑장이라 불리운 군사 하나가 불쑥 대도수의 옆에서 솟아오르며 성밖으로 얼굴을 내밀었다.

그는 유방이였다. 고려태조 왕건의 오른팔로 이름을 떨친 장수 유금필의 손자였다. 그 역시 만족한듯 씨익 웃으며 칼자루를 절커덕 기분좋게 두들겼다.

두사람이 내려다보는 성밖에 시커먼 띠모양의 함정이 쭈욱 가로질러 펼쳐져있었다. 그것은 다름아닌 해자로 파놓은 깊은 함정이였다. 깊이가 서너길 되는 거대한 띠모양의 함정안에는 적병들이 말과 함께 처박혀 아우성치고있었다.

《시작하세.》

《알았소이다.》

랑장 유방이 칼을 쭈욱 뽑아들고 등뒤로 가볍게 세번 휘둘러대자 이곳저곳에서 솟구쳐나온 고려군사들이 성밖으로 미끄러져 내려가더니 허리춤에서 도끼를 뽑아들고 연방 휘둘러대기 시작했다.

찌쿵!

와그르르-

새벽공기를 째며 통나무가 찍혀넘어가는 소리에 뒤이어 돌사태가 와르르 함정구뎅이안으로 쏟아져들어갔다.

함정들에서는 또다시 아비규환이 일어났다. 함정에 빠져 허우적거리던 적병들이 돌탕에 짓이겨져 죽살탕이 되기 시작했다.

조금 있더니 성벽우에서 또 다른 군사들이 몸을 솟구치며 불화살을 날리고 화차(불뭉치를 던지게 되여있는 수레)로 불뭉치들을 던져넣었다.

함정속의 적병들은 돌탕에 이어 불찜질을 당하기 시작했다.

함정우에 씌워놓았던 짚무지를 들쓰고있던 적병들인지라 불이 당기는 족족 타버려져 단 한놈도 살아남지 못하였다.

그때까지도 적진쪽에서는 무슨 영문인지 모르고있다가 연기가 자욱히 오르는것을 보고서야 사태가 심상치 않음을 알아차렸다.

고려군은 해자를 파놓으면서 적들이 오는쪽으로 흙무지를 쌓아올렸으므로 적쪽에서는 함정에 빠진 자기 편을 발견할수가 없었던것이다.

거란군측에서는 다시금 공격을 해왔으나 이번엔 또 무슨 벼락을 맞을지 알수 없어 이리저리 움씰대며 뒤설레이기만 할뿐 해자앞에서 더 전진하지 못하고 머뭇거렸다.

그바름에 대도수가 번쩍 칼을 들어 휘두르자 이번엔 찌쿠덩소리를 요란히 내며 충차, 거차들을 성벽우로 밀고올라간 고려군사들이 돌과 흙덩이들을 적진우에 날려보내기 시작했다.

그러자 적들은 더 싸울념을 하지 못하고 꽁무니를 빼고말았다.

고려군은 함성을 올리며 북과 징을 연방 두드려댔다.

안융진방어전의 첫 접전은 고려군의 승리로 끝났다.

화살 한촉 안 쓰고 맵시있게 치른 첫 전투였다.

아침해가 둥실 솟아올라 대지를 붉게 물들이기 시작했다.

《호박에 동침주기로군.》

《원, 이렇게 싱거울수가 있나.》

고려군사들은 중구난방 떠들어대며 사기가 나서 웃고 떠들어댔다.

《전장을 수색하고 적의 장구들을 거두어들인 뒤에 조반을 먹을것이다.》

대도수가 분부하자 군사들은 떠들썩 웃어대며 다시금 성밖으로 미끄러져내려갔다.

《이크, 이것들 상통을 좀 보아. 코빼기가 황소뿔만큼 하구나.》

《몽땅 칼뿐이구나. 화살을 거두어야 보탬이 될터인데…》

《말의 각을 뜨세나. 고기는 온 한해를 먹어도 다 못 먹겠군.》

첫 전투를 성공적으로 치른 군사들의 사기는 하늘을 찌를듯 높았다.

대도수는 서둘러 전령을 떠나보내였다. 안북부성에 이곳 안융진의 현재상황을 알리기 위해서였다.

《적이다!》

망루에서 들려오는 파수병의 다급한 소리에 대도수와 유방은 숟가락을 든채로 벌떡 일어섰다.

들판 멀리에서 점점이 솟아오른 적 기마병들이 잠간사이에 구름처럼 떼를 지어 지평선을 뒤덮으며 밀물처럼 밀려오고있었다.

《저놈들은 아침밥도 잊은 모양이오이다.》

유방은 막걸리를 쭈욱 들이키고는 빈 사발을 화식병에게 휘익 던져버리고는 《어서 진지를 마저 드시오이다, 내가 적정을 좀 살펴볼터이니. …》 하며 성벽우에로 올라갔다.

《처음보다는 적의 머리수가 적어보이오이다.》

《그래?!》

대도수는 유방이 웨치는 소리를 들으며 여전히 숟가락을 놀리였다.

《충차와 교차들이 섞여오고있소이다.》

충차란 성벽을 까기 위해 쇠덩이를 박아넣은 통나무를 설치한 수레이고 교차는 사다리를 설치한 수레이다.

《충차와 교차를 끌고오는데 머리수는 적다?!》

《우리 내속을 파악해보자는 속심같은데…》

《맥을 뽑아놓은 뒤에 들이치자는것이겠지. 흠, 허나 그게 쉽지는 않을걸. … 가만, 밥은 다 먹었나?》

《다들 자리를 일었소이다.》

《그럼 차비하라고 하게. 두번째 방안으로 넘어가봅세.》

《알겠소이다.》

유방은 성루우로 휘익 올라서더니 다시한번 칼을 높이 들었다가 주욱- 내리그었다. 그러자 안융진수비군은 성벽에서 슬금슬금 뒤걸음질로 물러서기 시작했다.

이들이 두서너곳에 외줄로 늘어서서 조심조심 뒤걸음질치며 물러서는 까닭을 적들은 알수가 없었다.

실은 성안에 성벽과 련이어서 열대여섯보너비의 해자가 또 한겹 파져있었던것이다.

군사들은 지정된 통로로 철수하여 두번째 성벽뒤에 숨어버렸다.

어제 온종일 내린 눈이 흔적을 지우는데 도움을 주었다.

거란군은 성밖 해자에 교차를 가로질러 설치하고 성벽을 게바라올라와 엉거주춤해서 성안을 살피느라 두리번거렸다.

허나 고려군은 그림자도 볼수 없었다.

한동안을 서성거리던 거란군은 고려군이 철수해간줄로 알았는지 칼을 빼들고 말고삐를 당겨채며 성벽을 넘어 내리달렸다.

다음순간 맨 선두말을 탄 놈부터 또다시 풍덩풍덩 련달아 해자속으로 빠져들어가기 시작했다.

《함정이다!》

고함소리, 아우성소리가 뒤섞이는 가운데 연줄연줄 성벽을 넘어내려오던 적병들이 연해연방 함정으로 굴러들어갔다.

《말머리를 돌려라!》

급기야 사태를 알아차린 적장놈이 왜가리청을 뽑았으나 련속 밀려오는 뒤렬을 멈출수가 없었다. 앞렬은 거의다 함정에 빠져들고 뒤렬은 겨우 성우에 멈춰서서 그뒤로 따라서는 렬과 부딪치고 받아넘기며 좌충우돌했다.

이때를 노려 고려군은 북소리를 울리며 화살을 날려 적병들을 쓰러눕히기 시작했다.

《퇴각하라!》

적병들은 걸음아, 날 살려라 꽁무니를 빼기 시작했다.

《추격하라!》

대도수의 웨침소리에 뒤이어 땅을 차고 일어난 고려군사들이 달아나는 적들의 꽁무니를 뒤쫓아갔다.

적병들은 성밑으로는 굴러내려왔으나 성밑 해자가 가로막혀있는지라 저들이 가로질러놓은 교차에 몰켜들어 물 찐 개울바닥의 올챙이들처럼 오글거리다가 고려군의 칼질, 창질에 찍히고 베여졌다.

성안쪽의 해자에 빠진 적들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고려군은 해자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거란군을 물속의 고기를 작살질하듯 장창으로 내리찍어나갔다.

잠간사이에 성벽을 가운데 두고 성안과 성밖의 해자가 적의 시체로 채워지고말았다.

해가 정오를 가까이하는무렵에 전장은 조용해지고 고려군의 뒤거둠은 이내 끝이 나버렸다.

겨우 살아남은 적병 몇놈이 저들의 진중으로 돌아가 어떻게 진상을 고했는지는 몰라라 이날 오후에도 적쪽에서는 더는 다른 반응이 없었다.

《적들이 가만있을리 만무하니 서둘러 점심 겸 저녁을 먹어치우고 다시 차비를 해야겠소.》

대도수는 유방에게 흐뭇한 표정으로 분부했다.

《알겠소이다. 참, 안북부성에 전과를 또 알려야 하지 않겠소이까?》

《그럽시다.》

《아침에 보낸 전령은 지금쯤 도착했을테지요?》

《도착했을거요.》

《상군사께서 어떤 지령을 보내올가요?》

《자만하지 말고 계속 견지하라 하실거요. 적들이 여기로만 공격할리는 만무한게고… 그쪽에서도 된벼락을 안기고있을게요.》

대도수는 적의 력량으로 보아 이곳 안융진 한곳만 공격하지는 않을거라고 생각하고있었다. 하지만 그의 생각과는 달리 안북부쪽에서는 아직 싸움이 벌어지지 않고있었다.

그 시각 서희는 안융진에서 보내온 전과를 보고받고 골똘히 생각에 잠겨있었다.

거란군이 어째서 기본목표를 여기 안북부에 정하지 않고 변두리성인 안융진에 정했을가, 먼저 그쪽을 쳐서 주의를 돌려놓고 그다음에 주력으로 여기 안북부를 치려는것일가?

지도를 훑어보던 서희의 눈길이 한곳에서 멈춰섰다. 안융진이 여기 안북부보다 서남쪽으로 백리가량 더 내려가 위치한 사실에 주의가 간 때문이였다.

(이놈들이 안북부를 우회하여 서남쪽으로 내처 남하하려는게 아닐가? 서경을 목표로 정할수도 있는것 아닌가?)

군사수도 적고 벌판 한가운데에 외롭게 위치한 크지 않은 성을 먼저 공격한데는 제나름의 속생각이 있어서일것이였다.

하지만 고려군주력을 그냥 뒤에 둔채로 남하한다는것이 위태롭기 짝이 없는것인줄을 적들도 모르지 않을것이였다.

하다면…

한참만에 서희는 무릎을 쳤다.

적들은 안융진을 먼저 차지하고 그곳을 발판으로 우리 안북부를 옆구리로 쳐들어오자는것이다. 정면과 익측으로의 공격, 다시말하면 우리 안북부를 포위해놓고 진을 빼자는 속심이다. 그렇다면…

(적들이 안융진에 먼저 손을 댄 이상 그곳에서 끝장을 내게 만들어야 한다. 그러자면 적군을 몽땅 그곳으로 몰아가야 한다.)

서희는 얼굴을 들었다.

《상군사어른!》

서희는 박량유에게 자기의 정황판단과 결심을 설명했다.

《적을 안융진으로 끌어붙인다?!…》

《적들도 귀가 있고 눈이 있는지라 안융진이 흙성인것과 병력수가 적은것을 알고 접어든것이 틀림없소이다. 안융진을 먼저 타고앉아 여기 안북부성을 익측으로 공격하려는 의도입니다. 첫 싸움에서 막대한 손실을 봤지만 머리수가 많은것을 등대고 어떻게든 타고앉아 종당에는 안북부성을 압축해놓고 항복을 받아내려는것이옵니다.》

《그러니까 안북부성을 지키고 적에게 항복도 하지 않으려면 안융진, 바로 여기에서 결판을 내야 한다는것이겠소?!》

《그렇소이다.》

《하오면 안융진에 병력을 지원해야 하지 않겠소이까?》

하군사 최량이 끼여들었다.

《아니, 당분간은 그런 기미를 보이지 않는것이 좋소이다. 적으로 하여금 안융진을 차지할수 있다는 미련을 버리지 않게 하자면 오히려 그 반대의 징후를 보여주어야 합니다.》

《그게 어떤것이요?》

《안북부성의 일부 력량을 서경으로 이동하는 흉내를 내는게 좋을가봅니다. 적으로 하여금 저들이 안융진을 공격하는것이 여기 안북부를 에돌아 서경으로 공격하려는것으로 우리가 판단한것처럼 보이는것이지요.》

《그러면 적들은 더 승이 나서 안융진을 타고앉자고 하겠군. 안융진과 안북부를 타고앉는것이 적들의 목적이라고 보면…》

《옳소이다.》

《하오면 우선 여기 안북부성안에 불을 크게 놓는것이 좋겠소이다. 적으로 하여금 성안에 불이 일어 큰 화재가 난것처럼 보이자는것입니다.》

최량이 또 끼여들었다.

《여기 안북부성의 내부가 편안치 않아 안융진을 지원하기 힘들것으로 보이게 하자는것이요?》

박량유가 그럴듯하다는듯 최량을 돌아보았다.

《그렇소이다.》

《그것도 괜찮겠군. 그러면 거짓류동과 거짓화재를 벌려봅시다. 그런데 중랑장 대도수가 견디여낼수 있을가? 힘에 부칠터인데…》

《적들을 끌어붙일 때까지는 견디여내야 하오이다. 그다음엔 우리가 결속하면 되는것이고…》

서희는 대도수를 믿었다. 그의 됨됨이를 익히 알고있는 서희였다.

발해유민후손들 대개가 다 그러한것처럼 대도수도 거란에 대한 혐오감과 증오심이 여간 높지 않았다. 그는 고려조정안에 거란과의 타협을 주장하는 파들이 야금야금 자라나고있는것을 내놓고 지탄하는 사람이였다. 서희와 마주앉은 술좌석에서 몇몇 관리들의 이름을 찍어가면서 거란우상파는 애초에 목을 따치워야 후환이 없을것이라고 말하였었다. 한걸음 더 나아가서 기회를 보아 조건이 마련되면 료하계선으로 출병하자고 페하께 상주하겠다고까지 한 그였다. 고구려의 옛땅을 되찾을뿐아니라 연경(거란의 수도, 지금의 베이징)까지 함락하여 송나라에 돌려주면 두 나라의 안전이 보다 강화되리라는것이였다.

이런 담과 뜻을 품고있는 사람인지라 지금껏 이곳 안북부일대를 꾸리는 일에서 그의 열성은 만사람을 감동시켰고 따라나서게 하였었다.

대도수는 전법에도 능하였고 머리가 비상하였다. 지금 싸움이 벌어진 안융진만 놓고보아도 그는 이 성의 위치와 주변지세로 보아 적은 인원으로도 능히 성을 방어할수 있다고 판단하고 주변의 지형과 지물을 리용하여 장애계선을 여러가지로 설정하고 설치하여놓음으로써 보는바와 같이 첫 접전에서 한명의 군사도 죽이지 않고 수십배가 넘는 적을 보기좋게 파묻어버리였던것이다.

하지만 이제부터는 그도 힘겨운 싸움을 해야 하리라는걸 서희는 알고있었다. 설치해놓았던 차단물들은 다 써먹었을것이였다. 서희는 삼년전 병관어사로 출두하여 이 일대를 속속들이 료해하고있었던것이다.

《대도수 중랑장이 이삼일만 견지해주면 될것이오이다. 그 기간이면 적들의 주력이 거의다 모여들수 있을것이오이다.》

서희의 말에 박량유와 최량은 다같이 머리를 끄덕였다.

《이삼일을 견디기가 수월치 않을것이요.》

박량유는 심각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그전에라도 여차하면 출동합시다.》

이번에는 서희가 머리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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