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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그가 남긴 생의 자욱

 

1921년 6월 24일 개성시 북안동(당시)에서 출생.

1943년 한성일보사 기자로 활동.

1946년 민주조선사 편집국 부국장으로 사업.

1947년 《로동자신문》(당시) 부주필로 사업.

1952년 국립영화촬영소(당시) 작가로 활동.

1956년 조선영화문학창작사 작가로 활동.

1992년 7월 24일 사망.

 

세월은 인정많은 나그네가 아니다.

그 무정한 시간은 서사이래 인류가 남긴 모든 흔적을 망각이라는 거대한 지우개로 지워버리며 흘러왔고 또 흘러갈것이다.

그러나 그처럼 무소불위한 《신》도 한가지만은 지워버릴수 없으니 그것은 인민의 심장속에 소중히 간직되여있는 아름다운 추억이다.

그 갈피에는 조국의 번영과 인민의 행복을 위하여 자기의 모든것을 다 바친 유명무명의 참된 인간들이 남긴 삶의 발자국들도 선명하게 남아있다.

영화문학작가 한상운이 열심히, 진지하게 찍어간 생의 자욱도 그중의 하나이다.

 

 

아버지와 아들 (2)

 

1960년대 중엽 어느날이였다.

하루는 예술영화 《대지의 아들》의 영화문학을 쓴 주동인이 《상운이, 너 왜 딸만 다섯이나 봤는지 알아?》라고 시까슬렀다.

한상운은 싱긋 웃기만 하였다.

《내 아들낳는 <비방>을 대주지.》

주동인은 한상운에게 퇴근하면 안해에게 여사여사한 말을 걸어서 꼭 한대 때리라고 일렀다.

한상운은 또 웃었다.

주동인은 정색해서 이야기하였다.

《허튼소리가 아니야. 정말 아들을 볼 생각이라면 해보라니까.》

한상운은 안해 민행녀와 가정을 이룬 후 손찌검을 한적이 한번도 없었다.

물론 가정생활이 꿀처럼 달기만 한것은 아니다. 드문 일이지만 한상운의 가정에서도 간혹 불협화음이 울리군 하였었다.

그때마다 그는 남편다운 아량으로 가정불화라는 불심지를 느슨하게 꺼버리군 하였었다.

그런데 안해를, 그것도 날이 갈수록 사랑스럽고 믿음가는 안해에게 손찌검을 하다니…

상상도 못할 일이였다. 차라리 제 얼굴을 갈기는편이 더 편안할것 같았다.

그러고보면 애처가에게 《비방》을 알려준 주동인의 처사는 분명 지나친것이였다.

한상운은 쓰다달다 말이 없었다.

그날 저녁 집에 돌아간 그의 행동은 이상하였다.

만일 누가 그의 방문을 열어보았다면 뭔가 결심했다가 이내 도리머리를 젓고 또 눈을 부릅떴다가 어색하게 웃고마는 그를 보았을것이다.

드디여 한상운이 방에서 나왔다.

그는 딸들의 옷을 다림질하고있는 안해에게 몇마디 말을 건네더니 돌연 별치않은 문제를 가지고 어성을 높였다. 나중에는 주먹을 쳐들었다.

안해는 깜짝 놀라 남편을 쳐다보았다.

그 눈길에는 《이 사람이 정말 내 남편이 옳긴 옳은가?》라는 의문이 담겨있었다.

빤히 올려다보는 한쌍의 맑은 눈동자앞에 멋적어진 한상운은 허허 웃으며 손을 내렸다.

이상한 기미를 차린 안해가 야무지게 따졌지만 그는 빗장을 지른듯 입을 꾹 다물었다. 이랬든저랬든 아들낳는 《비방》을 대준 동료를 욕보일수 없었던것이다.

다음날 그 이야기를 들은 주동인은 배를 그러안고 웃다가 《역시 한상운이는 갈데 없는 한상운이야.》라고 하였다.

후날 그 사연을 알고 남편의 소원을 새삼스럽게 알게 된 안해의 노력때문인지 한상운은 어느 한 영화문학을 탈고하던무렵 그처럼 고대하던 아들을 보았다.

그러고보면 화는 쌍으로 오고 복은 홀로 온다는 이야기도 다 옳은것은 아닌것 같다.

한것은 그가 새 출발을 한 기쁨우에 아들출생이라는 경사가 겹쳤기때문이다.

갓 마흔에 버선이라고 한상운은 나이들어 본 아들을 금지옥엽처럼 키웠다.

그에게는 다섯딸이 있었는데 늘씬한 키에 성미가 시원시원한 그들이 귀여운 막내동생을 그냥 둘리 만무하였다.

누이들은 저마다 남동생을 독차지하려고 야단법석이였다.

조용한것을 좋아하는 한상운은 집안이 떠들썩하는것이 질색이였다.

그래서 딸들은 그가 사색하거나 원고를 쓸 때에는 숨을 죽이군 하였다.

그러나 아들만은 그 불문법의 제약을 받지 않았다.

아들 한일민은 아버지가 창작하고있는 방을 눈짓하며 입에 손가락을 가져가는 누이들의 신호따위는 아랑곳 않고 방안을 종횡무진하다가 제풀에 넘어지면 으앙- 하고 울음을 터뜨렸다.

만일 딸들중 누가 그랬다면 엄한 눈총을 받기 일쑤인데 이 가정의 귀동자에게는 처벌은커녕 아버지의 념려어린 손길이 제때에 와닿는것이였다.

한상운은 아들이 평양연극영화대학 학생이 되자 더는 혜택을 베풀지 않았다.

그는 아들의 학습정형을 자주 료해하고 결함이 나타나면 엄하게 추궁하였으며 밤을 패며 쓴 원고를 가지고 오면 외과의사마냥 사정없이 칼질하였다.

아들은 아버지의 강한 요구에 불만을 품고있었다.

어느날 그가 아버지를 만나려 영화문학창작사에 갔는데 한 젊은 작가가 이런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 창작사에서 한상운의 초고는 신진작가들의 최대관심사다.

작가들은 승벽을 부리며 그의 원고를 빌려다 읽었다.

한상운은 엊그제 들어온 작가라고 해도 작품의견을 귀담아들었고 허심하게 수정하였다.

그는 젊은 작가들에 대한 요구성이 대단히 높았다.

영화문학창작사에서는 다음과 같은 노래아닌 노래가 나돌았다.

《좋다좋다 김승구, 아니아니 한상운…》

예술영화 《내 고향》의 영화문학을 쓴 김승구는 병아리를 끼고 도는 어미닭과 같은 작가였다. 그는 신인들의 원고를 넘길 때마다 그들이 실망해할가봐 《좋구만. …좋아.》라고 하면서 듣기 좋게 의견을 주었다.

반면에 한상운은 엄한 교원과도 같았다.

그는 원고를 깐깐히 번지면서 《아닌데, 아닌데…》라고 도리머리를 젓군 하였다. 그리고는 작품의 결함에 대하여 가차없이 지적하였다.

만일 상대방이 자기의 눈빛에서 아무런 느낌도 받지 못하면 더이상 상대하지 않았다. 문학적인 감각이 없는 사람은 작가가 못된다는것이였다.

그의 손을 거쳐 완성된 원고는 틀림없이 성공작으로 되군 하였다.

그래서 젊은 작가들속에서 《한상운선생의 방에 들어가면 명작이 나온다.》라는 말이 떠돌았다. …

아들은 집에서나 밖에서나 문학앞에서 그렇듯 성실하고 가식을 모르는 아버지에 대하여 존경심을 품게 되였다.

어느 일요일이였다.

그날 아버지와 아들은 어느 한 TV련속소설을 론의하였다.

아들은 소설이 아주 잘되였다고 말하였다.

《어째서?》

아버지의 물음이였다.

아들은 특히 마지막장면에서 탐사대 중대장이 자기가 아니라 인민들의 건강을 위해 파악없는 물을 그냥 마셨다는 내용이 무척 감동적이였다고 하였다. 그리고 작가의 뒤집기수법에 대하여 감탄하였다.

한상운의 눈살이 찌프려졌다.

《일민이, 너 그 수준이야?》

아들도 지지 않았다.

《왜 그럽니까? 난 뒤집기수법이 좋다고 봅니다.》

그때 한상운이 무슨 생각을 하였는지 알수 없다. 혹시 수십여년전 개성의 고대광실에서 자주 벌어지군 하던 부자간의 말다툼을 떠올렸는지 모른다.

물론 그때의 말다툼과 지금의 의견대립은 성격이 전혀 다른것이였다.

그는 엄한 어조로 못박았다.

《넌 공부를 더해야겠다.》

그런 다음 TV소설을 다시 분석하기 시작하였다.

…깔끔한 녀의사는 지성이 높은 처녀이다. 그런 처녀가 탐사대 중대장을 사랑할리 만무하다. 차라리 청년이 처음부터 물을 마시는 목적을 털어놓았더라면 녀의사는 오해하지 않고 오히려 총각을 힘껏 도와주었을것이다. 이것이 바로 생활의 론리이고 성격의 론리이다. 그런데 소설은 이것을 무시하고 억지로 꾸몄다. 문학은 우선 진실해야 한다. …

한일민은 그날의 일에 대하여 이렇게 회고하였다.

《그날 난 어째서 아버지가 쓴 작품들이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는지 잘 알게 되였습니다. <갈매기호청년들>, <초행길>, <전선길>이 그러합니다.

그때 난 꼭 아버지 같은 훌륭한 작가가 되여 삶의 참된 자욱을 찍어가리라고 결심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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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운명의 선택 5》중에서 ^bb 노래로 빛나는 삶 -인생의 노래를 찾아서- 도서 《운명의 선택 5》중에서 ^bb1. 노래로 빛나는 삶 -성장의 나날- 도서 《운명의 선택 5》중에서 ^bb1. 노래로 빛나는 삶 -위인의 손길에 이끌려- 도서 《운명의 선택 5》중에서 ^bb 1. 노래로 빛나는 삶aa-노래속에 꽃피는 생활- 도서 《운명의 선택 5》중에서 ^bb2. 명곡과 더불어 영생하는 삶 -삶의 빛줄기를 찾아서- 도서 《운명의 선택 5》중에서 ^bb2. 명곡과 더불어 영생하는 삶 -은혜로운 토양이 피워낸 처녀작- 도서 《운명의 선택 5》중에서 ^bb2. 명곡과 더불어 영생하는 삶 -영원한 삶의 생명수 (1)- 도서 《운명의 선택 5》중에서 ^bb2. 명곡과 더불어 영생하는 삶 -영원한 삶의 생명수 (2)- 도서 《운명의 선택 5》중에서 ^bb3. 관록있는 영화배우로 자라기까지 -갈림길에서- 도서 《운명의 선택 5》중에서 ^bb3. 관록있는 영화배우로 자라기까지 -위대한 스승과 관록있는 제자- 도서 《운명의 선택 5》중에서 ^bb3. 관록있는 영화배우로 자라기까지 -노력과 열매- 도서 《운명의 선택 5》중에서 ^bb3. 관록있는 영화배우로 자라기까지 -소원과 계승- 도서 《운명의 선택 5》중에서 ^bb4. 그가 남긴 생의 자욱 -아버지와 아들 (1)- 도서 《운명의 선택 5》중에서 ^bb4. 그가 남긴 생의 자욱 -분수령- 도서 《운명의 선택 5》중에서 ^bbaa4. 그가 남긴 생의 자욱 -아버지와 아들 (2)- 도서 《운명의 선택 5》중에서 ^bb4. 그가 남긴 생의 자욱 -생의 메아리- 도서 《운명의 선택 5》중에서 ^bb5. 한생 통일을 불러 -항거- 도서 《운명의 선택 5》중에서 ^bb5. 한생 통일을 불러 -통일을 위하여- 도서 《운명의 선택 5》중에서 ^bb5. 한생 통일을 불러 -고마워라, 내 안겨사는 어버이품이여- 도서 《운명의 선택 5》중에서 ^bb5. 한생 통일을 불러 -통일이여 어서 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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