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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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대산줄기의 지맥인 철령산줄기는 현무암과 화강암으로 이루어져있었다. 석비레는 화강암이 수천만년동안의 지질시대를 거쳐오면서 풍화작용의 결과에 이루어진 황백색의 록두알만한 작은 알갱이였다.
이러한 석비레는 철령산줄기의 어느 곳에서나 말그대로 산처럼 쌓여있었다.
인류는 아득한 태고로부터 석비레를 소석회에 섞어 불로크를 찍어쓰거나 점토와 혼합하여 벽을 바르는 등 건재로 리용해왔다. 하지만 현대건축의 기본재료인 콩크리트혼합물에 그것을 리용할 생각은 전혀 하지 못하였다. 왜냐하면 강도에서 흠할데 없이 견고한 모래가 그것을 대신하고있었기때문이다. 콩크리트혼합물에 모래를 쓴다는것은 건축학상의 기성리론이였으며 어길수 없는 건설법규였다.
금강산발전소건설장에서 모래가 사활적인 문제로 제기되였을 때 전사 김남철도 거기에 대하여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러던 어느날이였다.
모래원천을 찾아 말라버린 강바닥을 파고있는데 심철범이가 어디로 가는지 마른 강바닥에 난 소로길로 터벅터벅 걸어오고있었다.
남철은 허리가 넘는 구뎅이에서 훌쩍 뛰여나와서 《중장동지!》 하고 반기였다. 최고사령관동지를 함께 만나뵙고 돌아와서 오래간만에 보는 심철범이였다.
하지만 심철범은 알은체도 하지 않고 지나쳤다. (몰라볼리 없는데?) 하고 김남철은 그의 등뒤에 대고 《전사 김남철입니다!》 하고 재차 소리쳤다.
심철범은 뒤돌아섰으나 그를 멀거니 바라볼뿐이였다. 멋적어진 김남철은 《담배를 피우고 가십시오.》 하고 뚱딴지같은 소리를 하면서 다가가서 담배 한가치를 권했다.
심철범은 그가 담배를 물려주고 불까지 붙여주어서야 알아보고 《아, 남철동무군.》라고 했다.
《옛, 전사 김남철!》
김남철은 전사의 례법대로 장령앞에서 차렷자세를 지어보였다. 심철범도 답례로 그의 손을 한번 잡아주었다. 선자리에서 담배 한대를 몇모금에 다 태우고난 심철범은 남철이가 파놓은 구뎅이를 한참 들여다보더니 《일을 잘하라구.》 하고는 말없이 가던 길을 걸어갔다. 무엇엔가 몹시 옴하고있는것이 분명하였다. 남철은 직속상관들의 말을 통해 그가 모래때문에 고심한다는것을 알고있었던만큼 그를 만나고난 다음부터 모래원천을 찾아 더욱 정신없이 뛰여다니였다. 그는 그렇게 하는것으로써 최고사령관동지의 믿음과 기대에 보답하려고 하였다.
휴식일에 김남철은 산골짜기로 흐르는 개울로 내려가서 덞은 작업복과 작업신발을 빨아 너럭바위우에 널어 말리우면서 어린시절처럼 물에 다리를 잠그고 우아래를 오르내리기도 하고 두손을 바가지처럼 만들어가지고 물을 퍼서 몸에 끼얹다가는 시원한 물에 풍덩 들어앉아 물장구도 치며 휴식의 한때를 보내고있었다.
문득 뒤로 몸을 제치고 앉아 강바닥을 짚고있는 그의 손에 깔깔한것이 잡혔다. 그것을 한줌 꺼내 눈앞으로 가져온 남철의 입에서 환성이 울려나왔다.
모래였다. 이러한 모래는 강이나 내물에는 어디나 조금씩은 다 있었다. 남철이 환성을 지른것은 모래에 대한 생각에 너무도 옴해있었기때문이였다. 그는 착암을 하고 광차를 밀면서도 식사를 하고 휴식을 하면서도 그리고 잠자리에서조차 어떻게 하면 모래문제를 풀가 하고 생각했었다.
남철은 손에 쥔것이 보석이기라도 한것처럼 꽉 움켜쥔채 골개물을 더듬어 올라가기 시작했다. 그러한 모래는 바위짬에, 물기슭에 한웅큼씩 쌓여있었다. 골물은 길지 않았다. 한 5리쯤 올라가자 골물은 점점 가늘어지더니 끝이 났다. 시원에 이른것이였다. 여기저기서 쫄쫄 소리가 나면서 샘이 솟고있었다. 샘줄기를 찾아 가랑잎을 헤치던 그는 그 샘이 석비레층에서 슴새여나오면서 석비레를 씻고 또 씻어내는것을 보았다. 샘물에 씻긴 석비레는 모래알만 하게 되여 은백색으로 빛나고있었다. 모래였다. 모래대신에 석비레를 쓸수 없을가 하는 남철의 착상은 이렇게 하여 나온것이였다.
남철은 이 사실을 직속상관들에게 보고했다. 직속상관인 분대장이나 소대장은 반신반의하면서 퍽 뒤늦게 상급참모부에 보고했고 그 보고가 심철범에게 들어온것은 바로 지난 새벽 최고사령관동지의 부름을 받고 평양으로 떠나기 전이였다.
그사이 남철은 자기의 착상을 시험해보기로 하였다. 그는 석유초롱을 얻어 뚜껑을 떼던지고 거기에 석비레를 담아다가 골물에서 일었다. 다음은 사택마을에서 쌀을 이는 이남박을 빌려다가 그것으로 씻고 일고 하여 흙성분과 기타 불순물을 말끔히 뽑아던지고 은백색의 알갱이만을 얻어냈다. 한 이남박에서 적어도 절반가량의 알갱이가 나왔다.
그것이 한포대가량 되자 남철은 분대원들과 함께 자갈과 세멘트에 섞어 혼합물을 만들고 베개통만 하게 블로크를 찍어냈다. 며칠간 굳힌 다음 강도시험을 해보았다. 블로크를 들고 한길이나 되는 벼랑으로 올라가서 아래에 있는 커다란 너럭바위에 힘을 주어 내리던졌다. 챙 하는 금속성과 함께 블로크는 바위에서 튕겨나더니 데굴데굴 굴러서 골물에 청범 빠졌다. 기쁨에 겨워 위험도 잊고 벼랑에서 떨어지듯 굴러내려온 남철은 물에 빠진 블로크를 건져내여 찬찬히 살펴보았다.
손톱눈만 한 쪼박도 떨어져나가지 않은 딴딴한 불로크였다. 성공이였다.
지금 남철은 그 블로크를 배낭에 넣어 잔등에 지고 려단장의 승용차에 타고있었다. 어떻게 되여 그것을 가지고 떠났는지도 몰랐다.
그를 데리고가는 려단장 또한 그 배낭에 관심을 두지 않았다. 그에게서 중요한것은 빨리 남철이를 관리국까지 도착시키라는 상급의 명령이였던것이다. 그는 얼마전에 전사가 최고사령부로 불리워가던 때와도 같은 일이 제기된줄로 알고 시간이 급하다는 생각만 하고있었다.
남철은 지고온 배낭을 그냥 잔등에 진채 사무실의 문턱을 넘어섰다. 심철범의 사무실에 모여 앉아있는 여러명의 장령들과 군관들을 보는 순간 그는 덞고 째지고 블로크장을 넣어 볼품이 없는 배낭을 출입문쪽벽가에 떨구듯 내려놓았다. 바닥을 울리는 쿵소리가 났다. 그러나 방안의 사람들은 누구도 그 배낭에 주의를 돌리지 않았다. 전사의 잔등에 배낭은 생활이였던것이다.
남철은 려단장의 등뒤에 서있었다.
《앉으시오.》
심철범이 다정한 어조로 말했다. 도착보고를 한 려단장이 그 말이 남철이를 두고 하는것임을 알고 비켜서며 남철이를 앞에 내세웠다가 빈자리를 찾아 그를 앉히고나서 심철범을 바라보았다.
《려단장동무도 앉으시오.》 이렇게 심철범이 다시 말하자 대좌도 앉았다.
《동무들, 전사동무의 말을 들어보고 토의를 계속합시다.》 하고 심철범이 말했다. 《나는 지난 새벽에 저 전사동무가 착상한 석비레모래에 대한 보고를 받았습니다. 전사동무의 이야기를 우리모두가 함께 들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전사동무.》
심철범이 이렇게 말하며 바라보자 남철은 용수철에 튕기듯 벌떡 일어섰다.
남철은 마치 중대방송을 들을 때와도 같은 시선으로 자기를 바라보며 주의를 모으고있는 지휘관들을 둘러보았다. 그는 자기의 착안, 아니 이제는 발명이라고 확신하게 되는 문제를 중대장이나 대대장들앞에서가 아니라 장령들과 고급군관들앞에서 그것도 결정권을 가진 심철범장령이나 리완수와 같은 부대의 최고지휘관들앞에서 발표하게 되였다는것으로 하여 흥분을 걷잡지 못하였다.
하지만 그는 덤비지 않고 침착하게 입을 열었다.
《모래나 석비레는 주성분이 다같이 석영입니다. 여기에 첨가물인 운모가 조금 포함되여있습니다. 반면에 석비레에는 모래에 없는 알루미나가 많은 량이 포함되여있습니다.》
심철범은 그의 첫말에 벌써 놀랐다. 남철은 보고자료와는 달리 말하고있다. 그가 받은 보고에는 강에서 모래를 발견하던 이야기, 상류로 쫓아올라가서 모래의 조상이 석비레라는것을 밝혀낸 이야기만 있었다. 그 이야기에는 어딘가 동화적인것이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어떤가? 전사는 모래와 석비레의 성분을 분석하고있으며 과학자연한 말투로 그것을 확고히 증명하고있다.
남철의 말소리가 울리고있었다.
《만일 석비레에서 알루미나 다시말해서 부실부실하고 점성이 있는 황토성분만 제거한다면 은백색의 알갱이만 남게 되는데 이것이 바로 모래입니다. 그래서 모래이자 석비레이고 석비레이자 모래라는 가설이 서게 됩니다. 그러나 벌써 이것은 가설이 아닙니다. 그것은 정설이고 현실입니다.》
(뭐라고?) 심철범은 흥분하여 마음속으로 웨쳤다. 이런 희한한 일이 있는가? 그렇다면 저 전사는 벌써 석비레에서 모래를 얻어놓고 이런 말을 하는것이 아닌가!
방안의 다른 사람들도 놀램과 흥분, 찬탄과 의혹속에 저마끔 각이한 표정을 짓고있었다. 그러나 그 각이한 표정뒤에 깔려있는것은 크나큰 희열이였다. 방금까지 그들은 최고사령관동지의 새로운 명령관철을 위한 방도를 모색하고있었던것이다. 김남철전사의 말은 그들에게 어두운 밤의 등불과도 같이 눈앞을 틔워주고있었다.
《저.》 하고 남철은 여전히 침착한 어조로 마치 고등중학교시절 시험장에서 대답할 때와도 같이 자신심에 넘쳐 말했다. 그는 그사이 석비레를 일어 석비레모래(그는 자기의 발명품을 그렇게 명명했다.)를 얻어낸데 대해서와 그것으로 블로크를 만들고 강도시험을 한데 대해서 조리있게 말했다.
《뭐라구?!》
드디여 심철범이 참지 못하고 전사의 말을 중단시키며 되물었다.
《강도시험을 했단 말이요?》
《그렇습니다!》
《어디, 어떻게?》
심철범은 웨치듯 소리쳤다.
남철이 말을 끊고 출입문벽에 기대여놓은 배낭을 집어오는동안 심철범은 일어서서 의자뒤로 나오더니 허리를 구부리고 마치 용해공이 출선직전의 로안을 들여다 볼 때와도 같은 모양을 하고있었다.
《이겁니다!》 하고 남철이 배낭을 풀고 블로크장을 꺼내 심철범의 발앞에 쿵 소리가 나게 놓았다. 그 순간 모든 지휘관들의 시선이 일제히 심철범에게로 옮겨갔다.
그러나 심철범은 블로크장이 아니라 남철이를 처음보듯 찬찬히 뚫어지게 바라보더니 와락 끌어안았다.
전사의 잔등을 쓰다듬는 그의 손이 세차게 떨리고있었다. 다른 지휘관들의 가슴속에서도 세찬 격정이 일고있었다. 누구도 강도시험의 결과에 대하여 묻지 않았고 그것이 국가심의에서 통과되겠는가를 생각하지 않았다.
지금 그들에게서 중요한것은 석비레를 리용한 콩크리트혼합물이 나왔다는 사실자체, 그것을 과학자나 기술일군도 아니고 지휘관도 아닌 애어린 전사가 만들어냈다는 그 사실 자체였던것이다.
《그래 이걸 어떻게 만들었단 말이요. 전사동무?》
리완수는 전사 남철자체에게 더 관심이 갔다. 창안품자체보다도 그것을 만든 사람의 마음을 더 귀중히 여기는데 습관된 정치위원이였던것이다.
다른 지휘관들도 이 순간 정치위원과 같은 심정을 가슴속에 품고있었다.
그들도 블로크장이 아니라 남철이를 바라보았다.
남철은 말이 없었다.
어째서인지 갑자기 벙어리가 된것처럼 입을 다물고있었다.
《남철동무.》
리완수가 재촉했다.
《…》
《어째서, 말을 잘하더니?》라고 리완수는 그가 이러저러한 모임에서 최고사령관동지를 만나뵙게 된데 대하여 곧잘 연설을 하던것을 념두에 두고 말했다.
남철은 여전히 입을 다물고있었다. 그는 갑자기 숨이 찬듯 긴숨을 내톺았다. 얼굴이 상혈된것 같았다. 과연 그에게 이 순간에 할 말이 없겠는가? 그는 연설때마다 《최고사령관동지께서는 우리 병사들을 믿고계신다.》, 《믿음에 충성으로 보답하자.》라고 한두번만 말했던가? 지금이야말로 그 말을 할 때가 아닌가? 최고사령관동지의 믿음에 보답하기 위하여 애써왔다는것을!
여전히 남철은 입을 다물고있었다.
《전사동무가 무슨 말을 더 할수 있겠습니까?》
심철범이 대신 입을 열었다.
《전사동무는 최고사령관동지를 직접 만나뵈온 병사란 말입니다. 그거면 다지요.》
그는 남철의 앞에서 물러나 자기 자리로 가서 앉더니 리완수를 바라보았다.
《정치위원동무, 나는 최고사령관동지로부터 이번 과업을 받던 순간에 우리 병사들을 생각했습니다. 그들의 힘을, 그들의 지혜를!》
그는 흥분한 목소리로 계속했다.
《그 첫 결과가 나왔습니다. 나는 오늘 회의에서 전사 김남철동무에게 한가지 과업을 주자는것을 제의합니다. 전사동문 지금까지 군인들앞에서 훌륭한 이야기를 많이 해왔습니다. 그의 말은 우리 지휘관들의 말보다 더욱 실감이 있고 힘이 있었습니다. 나는 그가 더 많은 군인들앞에서 이야기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더 많은 병사들앞에서! 병사들만이, 그들의 의지와 창조력만이 우리가 받은 새 전투명령을 수행할수 있게 할것입니다. 어떻습니까?》
《좋습니다!》
리완수가 동의했다.
《새 전투명령을 수행하기 위한 군인들의 궐기모임을 조직하겠습니다. 그 모임에서 전사 김남철동무가 토론하는게 좋겠습니다.》
그때까지 블로크장은 누구도 만져보지 않은채 방바닥에 놓여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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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김정일동지와 야조브사이의 이야기는 아침 7시가 지나서 즉 심철범장령이 최고사령관동지의 새 명령을 받고 돌아가서 작전회의를 끝마칠 때까지 계속되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먼저 운전사가 가져다놓은 밥보자기를 잔디밭우에 펼쳐놓으시였다.
이 나라 녀인들이 흔히 쓰는 면천으로 된 꽃보자기안에 미농지로 싼것을 벗기고 다음은 엷은 비닐포장지를 벗기자 절인 양배추잎으로 싼 주먹만큼씩 한 밥덩이 몇개가 나왔다.
《나에게는 어제 저녁식사이자 오늘 아침식사입니다. 허허 … 자.》
줴기밥 한덩이를 야조브에게 집어주며 먼저 권하시였다.
야조브는 얼른 받을념을 안하고 두팔을 벌려보이며 어깨를 으쓱했다. 이 나라에 와서 들은 전설같은 이야기속에는 《쪽잠》과 《줴기밥》에 대한것도 있었다.
그는 방금전에 그 《쪽잠》을 보았고 지금은 《줴기밥》을 실지로 눈앞에 보게 되였다. 야릇한 충격이 그의 온몸을 훈풍처럼 휩쌌다.
김정일동지께서는 그가 음식이 눈에 설어 그러는줄 알고 《아, 이건 줴기밥이라고 하는건데.》 하고 설명하시였다. 《밥곽이란 무엇인지 모르고 살던 시기 가난한 우리 조상들이 길량식으로 밥을 뭉그려서 주먹처럼 만들어 가랑잎이나 깨잎에 싸가지고 다니면서 먹던것인데 소로는 된장이나 소금을 넣었다고 합니다. 지금은 김으로 싸기도 하고 이렇게 절인 양배추잎으로도 싸며 무우오가리 절인것을 속으로 넣고있습니다. 그러나 옛날과 별반 다른것은 없습니다. 어디까지나 줴기밥은 줴기밥이니까요.》
《그런데 김정일동지께서도 이런 음식을 드시다니… 이미 말은 들었습니다만 정작 눈앞에 당하고보니 뭐라고 해야 할지…》
야조브는 젖은 목소리로 말하며 눈을 슴벅이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어째서 그럽니까? 보긴 이래도 맛이 있습니다. 어서 잡수어보십시오.》라고 하시며 자신부터 한입 떼시였다. 저으기 허기를 느끼고계시던 참이였다.
야조브도 한입 물었다. 찰기가 있는 음식을 먹는데 서툰 이국손님은 손과 입가에 온통 밥알을 발라놓았다.
《하하하!》
《허허… 허허!》
허물없이 마주 웃으며 음식을 나누시였다.
줴기밥 한개를 다 드신 김정일동지께서는 손수건을 꺼내 입과 손을 씻은 다음 잠시 그 어떤 감회에 잠겼다가 말씀하시였다.
《수령님께서는 인민들이 조밥을 먹을 때에는 우리도 조밥을 먹어야 한다시며 늘 식생활을 소박하고 검소하게 하시였습니다. 그렇기때문에 나는 어렸을 때부터 어렵고 수수하게 살다보니 식찬으로 다른 반찬보다 무우오가리를 많이 하였습니다. 점심밥을 쌀 때에도 밥곽 한구석에 늘 무우오가리를 넣군 하였습니다. 사람들이 식생활에서 같은것을 계속 먹으면 물리게 되는데 나는 그래도 무우오가리를 많이 먹고 자랐습니다.》
야조브는 《잠간 실례하겠습니다.》 하더니 원수복 안주머니에서 자그마한 수첩과 원주필을 꺼내들었다. 《제가 좀 적겠습니다. 나이가 들다보니 기억력이 이전과 같지 않습니다. 귀국의 그 어느 책에서도 보지 못했고 그 누구에게서도 듣지 못했던 이야기입니다.》
《그럴것입니다. 나는 자신의 생활에 대하여 이야기하기를 좋아하지 않습니다. 또 할 시간도 별로 없구요. 나이많으신분하고 마주앉고보니 불쑥 지난날이 생각나서 이야기합니다. 그러나 적을것까지는 없습니다.》
《아니지요. 당신에 대하여 저자신을 포함해서 외국사람들은 너무도 모르는것이 많습니다. 귀국에 와서 제가 들은 모든 이야기들은 금문자로 새겨야 할 귀중한 기록으로 되여야 한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몇개 안되는 줴기밥은 보자기우에 그대로 놓여있었다. 밥내를 맡은 개미들이 때를 만난듯이 거기에 새까맣게 달라붙고있었다. 몇마리의 개미는 야조브의 손등을 타고 소매자락으로 기여들었는데 그놈들중 몇마리가 따끔할 정도로 팔을 깨물었다. 개미들은 김정일동지의 팔소매에도 기여들고있었는데 그 버르장머리없는 놈들중의 한놈이 그이의 팔을 깨물었는지 그이께서는 말씀하시던중 팔을 탁 하고 치더니 소매자락속으로 손을 넣어 왕개미 한마리를 잡아내여 멀리 던져버리시였다.
그이의 이 동작은 야조브로 하여금 줴기밥을 처음 보았을 때 느꼈던 야릇한 충격을 또다시 느끼게 하였고 이 나라 인민들이 하늘처럼 숭상하며 신격화하고있는 강철의 령장이 아니라 자기의 고향 야꼬브촌의 풀밭에 앉아 소시적의 벗들과 더불어 이야기를 나누고있는듯 한 감을 느끼게 하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그의 이러한 심정을 알아차리신듯 매우 친근한 어조로 더욱 의미깊은 이야기를 꺼내놓으시는것이였다.
《우리 수령님께서와 어머님께서는 언제나 생활을 수수하게 하시면서 나에게도 그렇게 생활하도록 늘 가르치군 하시였습니다. 그래서 나는 어릴적부터 변변한 신발과 옷이 없이 생활하는데 습관되였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질좋은 구두와 옷을 자주 바꾸어 신고 입고 하였지만 나는 신발 한컬레를 가지고 몇년씩 신군 하였고 옷도 한벌을 가지고 여러해 입군 하였습니다. 옷 한벌을 가지고 오래 입느라면 바지의 엉치부위가 닳아서 꿰지기도 하였습니다. 밖에 나갔다가 바지가 꿰지면 들고다니던 가방으로 꿰진 부위를 가리우고 집으로 돌아온 때도 있었습니다.》
야조브는 눈을 감고 고개를 숙이고 이따금 끄덕이면서 《어… 어!》 하고 취한듯 한 소리를 내고있었다.
( 다음호에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