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페지로  손전화홈페지열람기
날자별열람

 

 

불같은 전우애를 안고 락동강을 건너

 

 

내가 만나본 최복순전쟁로병은 전쟁시기 락동강계선에까지 나가 싸우면서 4개의 군공메달을 수여받은 사람이였다.

간호원, 간호장으로 싸운 그가 부상당한 전사들에게 많은 량의 피를 수혈해주었다는것을 알게 된 나는 그에게 물었다.

전쟁시기 자기의 피를 수혈해준 사람들을 기억하고있는가고.

그랬더니 그는 자기의 피와 살점을 바쳐 살려낸 부상병들의 성과 이름은 물론 고향까지도 다 기억하고있다는것이였다.

그때 전사들의 혈관속에 피를 뽑아 넣어줄 때 자기의 생명을 전우들에게 골고루 나누어주는것만 같아 정녕코 잊을수가 없었다고 하면서 전후에 자기가 살려낸 전우들을 만날 때가 인생의 가장 큰 기쁜 순간이였다고 하였다.

생사운명을 같이했던 전우들의 이름과 자기의 피를 수혈받은 사람들의 이름을 한명한명 꼽아내려가며 그는 가장 간고한 전투의 나날들을 회상하기 시작하였다.

*                  *

내가 서울해방전투에 참가하여 부상당한 전사들을 담가로 실어나를 때였다. 머리와 가슴부위에 심한 중상을 입은 한 전사의 험한 상처를 보는 순간 나는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 캄파를 맞고 한참후에야 정신을 차린 나를 군의장은 동정한것이 아니라 매우 호되게 추궁하였다.

-그렇게 나약해가지고 어떻게 계속 싸우겠는가. 부상병들을 환자로가 아니라 자기 동생, 자기 부모로 여긴다면 절대로 겁먹을수 없다. 동무는 원쑤에 대한 증오와 전우에 대한 사랑이 부족하다.…

우리가 서울에서 락동강계선에까지 진격하였을 때 대오에 군의라고는 한사람도 남지 않았다. 곁에서 나를 늘 엄하게 채찍질하며 이끌어주던 군의장은 대전해방전투에서 원쑤들의 흉탄에 맞아 희생되였다. 간호장인 나와 간호원 4명, 후송을 책임진 군인들까지 다해서 15명이 전부였다.

얼마 안되는 이 인원으로 총폭탄이 우박치는 락동강을 도하해야 할 임무가 우리앞에 놓여있었다.

위대한 수령 김일성동지께서는 다음과 같이 교시하시였다.

《혁명적동지애에 기초한 굳은 단결은 혁명군대의 우월성이며 불패의 힘의 원천입니다.》

길 아닌 길을 헤치며 락동강기슭에 이르렀지만 난관과 시련은 의연히 우리의 전진을 가로막았다.

혼자서 운신할수 있는 몇명의 부상병들이 강에 무작정 들어섰다. 그런데 그들이 강복판을 향하여 5m가량 전진했을 때 헤염을 치던 사람들의 팔다리가 마구 경련을 일으키고 물밖으로 사람들의 전신이 휘뿌려지는것이였다.

처음에는 물밑에 수뢰가 부설된것이라고 생각하였다. 그러나 그 어떤 폭탄때문이 아니였다.

미제원쑤놈들이 인민군대의 락동강도하를 막기 위해 강물속으로 전기줄을 늘여놓았던것이다.

미제야말로 가장 야수적이고 잔인하기 그지없는 침략의 무리, 현대의 야만들이였다.

그때 락동강을 건느던 전사들이 강물속에 늘여진 전기줄에 닿아 한번에 여러명씩이나 쓰러졌다.

팔과 다리가 완전히 마비되여 물살에 떠밀리여가는 전사들을 그냥 보고만 있자니 분격을 금할수 없었다. 그들을 구원하자면 한시바삐 전기줄을 끊어야 했다.

민춘섭이라는 부상병이 나와 함께 전기줄을 끊기 위해 물살이 그리 심하지 않은 강물속에 들어섰다.

이제 몇걸음만 가까이 접근하면 전기선이 몸에 와닿을 판이였다. 내 두손에는 끝이 뾰족하게 날이 선 커다란 돌멩이가 들려있었다. 나는 물속에서 가늘게 뻗은 전기선의 팽팽하게 당겨진 부위를 겨냥하고 돌멩이로 힘껏 내리찍었다.

처음에는 어림도 없을상싶더니 수십번만에는 전기줄이 금시 끊어질듯 노긋노긋해졌다. 내옆에 나란히 선 민춘섭이도 전기줄을 끊기 위해 모지름을 썼다. 나와 민춘섭이가 동시에 돌멩이로 힘껏 내리찍는 순간 툭 끊어진 전기선의 한쪽 끄트머리가 민춘섭의 얼굴을 살짝 스쳐지나갔다.

그런데 이 일을 어찌하면 좋단 말인가. 민춘섭의 입언저리가 전기에 감전되여 눈깜박할 사이에 뭉청 떨어져나갔던것이다.

나는 두손으로 그의 한팔을 있는 힘껏 잡아당겼다. 그리고 민춘섭이와 한데 뒤엉켜 기슭으로 나왔다.

그 다음 소리도 치지 못하고 입으로 콸콸 피를 토하는 민춘섭의 입가에 지혈솜을 가져다댔다. 민춘섭에게 한시바삐 수혈을 하여야만 했다. 피가 O형이였던 나는 지체없이 군복팔소매를 걷어올리고 주사기로 피를 뽑아 민춘섭에게 수혈하였다. 순간 내가 죽어도 전우를 살려야 한다는 생각만이 머리를 지배하였다.

한명의 전우라도 더 많이 살려내는것이 나의 임무이고 전쟁승리에 이바지하는것임을 나는 준엄한 전시환경속에서 스스로 자각했다. 민춘섭을 살려낸 나는 식량을 확보하기 위해 길떠날 차비를 했다.

당시 후방의 보급로는 적기들의 미친듯 한 폭격과 집요한 봉쇄로 하여 거의다 끊기였다. 그러다나니 식량과 먹는물, 의약품과 무기, 탄약이 전부 떨어졌다.

내가 떼목을 무어 락동강을 건너가 식량을 좀 얻어오겠다고 하자 간호원 생순이가 나의 발목을 붙잡고 좀처럼 놓아주지 않았다. 자기가 대신 가겠다는것이였다. 헤염을 잘 칠줄 모르면서 어떻게 강을 건느겠는가, 여기 남아서 자기가 식량을 구해가지고 돌아올 때까지 부상병들을 잘 돌봐달라는것이였다.

나는 종시 생순이의 고집을 꺾을수가 없어 떼목우에 생순이와 오만옥분대장을 태워 락동강반대켠기슭으로 떠나보냈다.

락동강에 명줄을 걸고 사는 이름모를 배사공아바이가 노를 저어갔다.

생순이네가 떠난 때로부터 시간이 퍼그나 흘러 배사공아바이가 떼를 몰고 다시 돌아왔다.

또 한사람을 데리러 왔다는 배사공의 말을 듣고 나는 서둘러 떼를 탈 차비를 했다.

락동강을 은밀히 건너간 나는 배사공아바이와 작별한 후 오만옥과 생순이를 찾아 강기슭을 정처없이 헤맸다.

그러다가 물결이 처절썩 이는 모래밭에 까딱않고 앉아있는 생순이를 발견하게 되였다. 가까이 다가가보니 생순이의 하반신이 포탄파편에 맞아 뭉텅 잘리워나간것이 아닌가. 량손에는 주먹밥덩어리가 쥐여져있는것이였다.

얼마간의 식량을 구해가지고 생순이와 만나기로 한 장소에 숨이 턱에 닿아 달려온 오만옥이도 억이 막혀 말 한마디 못했다.

내가 《생순아, 널 어떡하면 좋니? 엉?》 하고 막 울면서 겨우 말을 떼자 숨이 없는줄로만 알았던 생순이가 아직 살아서 《난 이젠 어떡하니?》 하고 입속말로 겨우 말하는것이였다.

그러다가 몇초 안있어 생순이는 고개를 푹 떨구었다. 죽음을 앞둔 마지막몸부림이였던것이다.

나는 자기를 자제하지 못하고 생순이의 흩어진 창자를 걷어모으며 통곡을 했다. 나는 오만옥이와 함께 돌멩이와 나무막대기로 모래밭에 구뎅이를 파고 생순이를 묻었다.

내가 돌아갈 생각도 못하고 맥을 놓고 앉아 서럽게 그냥 울기만 하자 오만옥이가 나를 세차게 붙잡아 흔들며 이렇게 엄하게 타이르는것이였다.

-이 락동강에서 생순이만 죽었는가? 이 전투에서 수많은 전우들이 희생되였는데 우리가 끝까지 살아서 임무를 수행하고 전우들의 한을 풀어야 할것이 아닌가.

그의 이 말을 듣고서야 나는 제정신을 가다듬었다. 비록 생순이는 주먹밥 한덩이를 위해 목숨을 바쳤지만 그의 생은 전우들의 생명으로 이어질것이며 그의 죽음은 결코 헛되지 않으리라는 생각이 심장을 쳤다.

밤이 이슥해서 다시 떼를 타고 락동강을 건너온 나와 오만옥이는 부상병들에게 얼마 안되는 식량을 골고루 나눠주었다.

내가 너무 힘이 진하여 잠간 눈을 붙이려는데 멀지 않은 강기슭 저편에서 불빛이 비쳐오는것이였다. 후송대주변에 놈들이 몰켜있는것이 분명했다.

아무래도 심상치 않은 정황을 느낀 나는 부상병들속을 몰래 빠져나와 놈들이 있는 곳으로 살금살금 기여갔다.

가까이 다가가보니 20명가량 되는 미국놈들의 소집단이 우리 후송대 바로 코앞에 진을 치고있는것이였다.

나는 정신이 아찔해졌다. 당시 우리 후송대에는 무기와 탄약이 넉넉치 못했다. 만약 1분 1초라도 싸움준비를 늦잡으면 우리 후송대가 놈들에게 포위될수 있었다.

나는 아군을 찾아보기로 결심하고 발이 닿는대로 정처없이 달음박질쳤다.

나는 비로소 후송대가까이에서 싸우는 인민군소부대를 만났다. 나는 이들과의 면밀한 토론끝에 놈들을 들이치기로 작정하였다. 우리가 은밀히 접근했을 때 놈들은 강변에 모여앉아 무엇인가 먹어대고있었다.

우리는 촘촘히 포위진을 치고있다가 놈들이 해이된 틈을 타서 달려가 서리발총창으로 단숨에 놈들을 꿰찔렀다.

우리가 한창 놈들의 군수물자들을 정리하고있는데 그리 멀지않은 한쪽구석에서 미군 두놈이 숨어서 부들부들 떠는것을 발견하였다.

포로된자들은 우리가 어쩌지도 않는데 적지 않은 량의 금목걸이와 금시계를 꺼내놓으며 목숨만 살려달라고 애걸하였다.

자세히 알아보니 죽은 제편놈들의 몸에서 사취한것이였다.

나는 그때 미제침략자들은 황금의 노예들이며 돈밖에 모르는 인간쓰레기들이라는것을 똑똑히 알게 되였다.

놈들의 무기 20여정과 탄약 한상자, 수류탄 5개를 로획하고 부대인원과 도하기재를 더욱 보강한 우리는 지체없이 부상병들을 데리고 락동강도하를 단행하였다.

락동강을 도하한 우리 후송대는 군의소를 전개하고 락동강도하전투에 참가한 부대들의 진격을 보장하는데 필요한 담가대와 치료대활동을 계속 과감히 벌려나갔다.

나에게는 락동강도하전투의 나날 힘들세라, 지쳐 쓰러질세라 용기를 북돋아준 정신적지주가 있었다.

그것은 1 000여리의 험난한 길을 헤쳐 수안보의 포연자욱한 진지들을 찾으신 위대한 수령님께서 평범한 전사들을 품에 안으시고 하신 사랑의 말씀이였다.

《전선에 나와서 건강한 동무들을 보니 마음이 푹 놓이오.》

어버이수령님의 사랑은 인민군전사들을 남진의 길로 고무추동한 힘의 원천이였다.

우리 수령님께서 그토록 아끼시는 전사들을 위해 피도 생명도 아낌없이 바쳐싸울 때 전쟁승리가 앞당겨진다는것을 나는 락동강도하전투를 통해 삶의 진리로 확신하였다.

 

    

*                  *

로병의 이야기는 여기서 마무리되였다.

로병은 이제 전승 60돐 경축행사장에서 건강하고 젊음에 넘친 옛 전우들을 꼭 만나보게 될것이라고 확신에 넘쳐 말하였다.

생사를 판가리하는 결전장에서 고결한 전우애의 피줄로 굳게 이어진 전쟁로병들이 또다시 반갑게 상봉하는 광경이 나의 눈앞에 금시 보이는듯싶었다.

주체102(2013)년 7월 본사기자 리수정

이전페지   다음페지

←되돌이

감상글쓰기

보안문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