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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소설]

미소

량 호 신

 

( 제 2 회 )

 

이때 전화종소리가 울렸다.

김정은동지께서 찾으시는 전화였다.

김연규는 마치도 자기의 심정을 아시고 전화를 걸어오는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안녕하십니까? 부국장 김연규 전화를 받습니다.》

《어떻게 된 일입니까? 아직 한잠도 자지 않은것 같은데… 무슨 일이 있었습니까?》

《저…》

김연규는 어떻게 말씀드렸으면 좋겠는지 미처 생각이 떠오르지 않았다.

《어서 말하시오, 무슨 일입니까?》

김정은동지의 음성은 한없이 부드러우시였다. 어쩌면 모든 내막을 다 알고 물으시는것 같았다.

《사실은 … 심영철동무가 제곁에 있습니다.》

김연규는 저도 모르게 말이 더듬거려졌다.

《그러니까 심동무와 같이 창작전투를 하느라 밤을 또 새웠겠습니다? 내가 어제 밤 부국장동무의 건강때문에 그만큼 말했는데 어쩌면 그럴수 있습니까?》

《제가 그만 실수를 하였는가봅니다.》

《실수라는 말은 그런데 쓰는게 아닙니다. 실수라!… 부국장동무, 아무래도 가슴아픈 말을 한마디 해야겠습니다. 명령지시에 대한 절대적인 복종은 아래단위의 일군들에게만 해당되는것이라고 생각하는게 아닙니까?》

《아닙니다. 제가 정말 잘못했습니다.》

《내가 어제 밤에 무어라고 했습니까. 오늘 아침 조직사업을 할 때 놓치지 말고 심영철동무를 부르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건강치 못한 자기 몸을 혹사하면서 또 밤을 패웠으니 도대체 며칠이나 혁명을 하자고 그럽니까?

위대한 장군님께서는 부국장동무의 건강문제를 놓고 그렇게도 걱정하고계신다고 말해주지 않았습니까.》

《정말 잘못했습니다. 이제부턴 꼭 말씀대로 하겠습니다.》

김연규의 어깨에 잔물결이 일었다.

《부국장동무, 나의 심정을 리해하십시오. 너무 과도하게 말을 해서 미안합니다. 나는 부국장동무의 건강이 걱정돼서 그러는겁니다.》

《고맙습니다.》

무슨 영문인지 몰라 한껏 긴장해졌던 심영철의 눈에도 눈물이 방울방울 맺혔다.

(어쩌면… 어쩌면… 우리 장군님과 꼭 같으실가!)

심영철은 호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내여 눈굽을 닦았다.

《그래 심영철동무는 지금 무엇을 하고있습니까?》

《방금 설화시를 다 썼습니다.》

《그렇습니까? 역시 심영철동무답습니다. 벌써 다 썼단 말이지요.》

《예!》

《어떻습니까?》

《저희들이 보기에는…》

《괜찮다는거겠지요.》

《예, 그런데…》

《뭐가 또 있습니까?》

《아닙니다. 좋은것 같으면서도 한편 위구심이 드는것을…》

《아, 알만 합니다. 잴것이 없습니다. 걱정하지 마시오. 어떻게 첫술에 배부르겠습니까. 나도 좀 볼수 있겠습니까?》

《알았습니다. 이제 곧 심영철동무와 함께 설화시를 가지고 가겠습니다.》

《그렇게 합시다. 그럼 기다리겠습니다.》

김연규는 통화가 끝났어도 이윽토록 움직일줄 몰랐다.

행복, 감격, 흠모의 마음이 한데 어울리여 그의 머리를 뜨겁게 달구기때문이였다.

김연규의 이 심정을 리해한 심영철은 감히 그의 가까이에 갈수 없었다.

못박힌듯 서있던 심영철은 《부국장동지!》하고 조용히 불렀다.

《음? 아, 이 정신 봐라. 내가 왜 이러고있나. 자, 빨리 서둘자구. 세면도 하고 그리고 또… 좌우간 빨리 떠날 준비를 하기요.》

김연규는 세면을 하기 위하여 제 먼저 군복상의를 벗어 옷걸개에 걸었다.

심영철도 덩달아 붐비였다.

그들이 승용차를 타고 김정은동지께서 계신 곳에 도착하였을 때는 아침해가 동산에 둬발나마 올라왔을무렵이였다.

김정은동지께서는 그들을 반갑게 맞이하시였다.

《심영철동무, 이렇게 만나니 반갑습니다.》

그이께서는 성큼성큼 걸어나오시더니 심영철의 손을 뜨겁게 잡아주시였다.

그러시고는 몸소 그를 의자에 앉혀주시였다.

《어떻소, 심영철동무. 글쓰기가 힘들지 않습니까?》

다정하신 음성이였다.

《일없습니다. 쓸수록 힘이 솟습니다.》

심영철은 자리에서 일어나 차렷자세를 하며 힘주어 말씀드렸다.

《앉아서 이야기합시다. 심영철동무는 참 좋은 무기를 쥐였습니다. 군복을 입고 붓대라는 혁명의 무기를 잡고 위대한 장군님을 결사옹위하는데 크게 이바지하는 글을 쓴다는것이 얼마나 성스럽고 영광스럽고 보람찬 일입니까.》

《그렇습니다.》

심영철은 앉았다가 또다시 일어나며 대답올렸다.

《앉으시오. 건군절을 맞으며 쓰는 시가 잘됩니까?》

《저의 능력을 다 발휘하여 쓰느라 애쓰지만 워낙 필력이 무디다보니 뜻대로 잘되지 않습니다.》

《그럴수록 필력도 더 련마하고 심장에 불을 달면 잘될것입니다.》

《알았습니다. 꼭 그렇게 하겠습니다.》

《참, 밤새껏 시를 쓰느라구 수고가 많았겠는데 우리 같이 여기서 시를 한번 들어보는게 어떻겠습니까?》

김정은동지께서 김연규를 돌아보며 물으신 말씀이였다.

《예, 그게 좋겠습니다.》

김연규는 즉시 가방에서 설화시원고를 꺼내여 심영철에게 내밀었다.

순간 심영철은 심장이 느닷없이 높이 뛰는것을 느꼈다. 그는 흥분된 마음을 진정시키려 애쓰며 경애하는 김정은동지께 인사를 올리고 시를 읊을 자세를 취하였다.

《가만, 심영철동무, 미안합니다. 잠간만 기다려주시오. 깜빡 잊은것이 있습니다.》

김정은동지께서는 미안한 기색으로 심영철을 일별하시고는 책상 있는데로 가시였다.

목이 앙바틈하고 둥그렇게 생긴 큰 병 두개를 들고오신 그이께서는 그것을 작전탁에 올려놓으시였다.

그러시고는 김연규를 자애깊은 시선으로 바라보시였다.

《부국장동무, 북방의 로동계급이 동무가 건강하여 일을 잘하라고 보내온 약입니다. 먼저 한숟가락 든 다음에 심영철동무의 시랑송을 듣기로 합시다.》

김정은동지께서는 차탁에서 숟가락을 꺼내시여 약을 뜨시였다.

김연규는 너무나도 뜻밖의 일이여서 어떻게 몸가짐을 하면 좋을지 몰라 당황한 기색을 띤채 멍청히 서있기만 하였다.

《자, 로동계급의 성의를 봐서라도 어서 들고 건강하여 일을 더 잘하시오.》

김정은동지께서는 약물이 찰랑거리는 숟가락을 김연규앞에 내드시였다.

《고맙습니다. 제가 뭐라고 이렇게까지…》

김연규는 손이 떨리여 약숟가락을 바로 쥘수가 없었다.

《부국장동무, 진정하시오. 약을 들고 건강하여야 위대한 장군님을 위하여 더 많은 일을 할수 있습니다.》

김정은동지께서는 약숟가락을 김연규의 손을 꼭 쥐여주시였다.

김연규는 사뭇 격정에 넘쳐 두눈을 슴벅이다가 천천히 약을 마시였다.

그러는 그의 두볼로는 뜨거운 눈물이 소리없이 흘러내리고있었다.

사실 그 약이 어떻게 돼서 김연규의 건강을 위하여 마련되였는지 김연규본인은 물론 누구도 알수 없었다.

김연규의 건강에 대하여 왼심을 늘 써오시던 김정은동지께서는 얼마전 북방에 자리잡고있는 군수공장을 돌아보시다가 그곳에서 명약이 나온다는것을 아시게 되였다.

김정은동지께서는 그 약이 신통히도 김연규가 앓고있는 병치료에 좋은것이라는것을 아시고는 여간만 기뻐하시지 않았다.

김정은동지께서는 도당의 책임일군을 통하여 그 약의 과학성과 치료에서의 효과성을 구체적으로 알아보시고 그 약을 얼마간 제조해줄것을 부탁하시였던것이다.

김연규는 그 사연을 전혀 알수 없었다. 더우기 김연규는 김정은동지께서 어제 오후 늦게 돌아오시여 잠시의 휴식도 없이 여러가지 국가의 중대사들을 처리하시고는 밤늦어 경축음악회와 관련한 조직사업을 하신데 이어 그 밤길로 위대한 김정일장군님께서 건군절을 맞으며 찾아가실 인민군부대에 가시여 준비정형을 알아보고 대책을 세워주신 후 평양으로 돌아오신지 불과 한시간도 채 안되였다는것을 알길이 없었다. 김연규는 감격에 목이 메여 진정하지 못하고있었다.

《부국장동무, 그만 고정하십시오. 그러다가 심영철동무의 시적감정을 다 깨겠습니다. 심영철동무, 지체시켜서 안됐는데… 이젠 시랑송을 들어봅시다.》

《알았습니다.》

심영철의 울대뼈가 움씰거리기 시작했다.

이윽고 그는 시를 읊기 시작했다. 커다란 흥분속에서 목소리도 갈리고있었다.

심영철이 못지 않게 김연규도 흥분으로 하여 숨도 제대로 쉬는것 같지 않았다.

자기의 존재를 까맣게 잊고있을 정도로 울렁이는 가슴을 가까스로 진정시키고있었다. 김정은동지께서는 그들의 이러한 심정을 가늠하신듯 조용히 미소를 지으시며 말씀하시였다.

《너무 그렇게 갑자르지 말고 마음을 푹 가라앉히시오. 심동무가 자기의 가슴속 진정을 시에 담았겠는데 왜 그렇게 당황해서 그럽니까. 대담하게 배짱을 가지고 읊어보시오. 좀 부족한 점이 있으면 뭐랍니까. 고치면 되는겁니다. 마음놓고 시를 읊어보시오.》

김정은동지의 정깊은 말씀에 심영철은 드디여 마음을 가다듬고 시랑송을 시작하였다.

비록 류창하지는 못해도 그의 시랑송엔 고저장단이 있었다. 심영철은 손동작까지 해가며 밤새워 쓰면서 노린 문제점을 강조하기 위해 애썼다.

이어 길지 않은 그의 설화시랑송이 끝났다.

김정은동지께서는 한동안 깊은 생각에 잠겨계시였다. 그리하여 집무실은 숙연한 정적속에 잠기였다.

심영철은 물론 김연규도 그이의 말씀이 계시기를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기다리고있었다.

특히 김연규는 심장이 바질바질 타는감을 느꼈다. 그러고보니 아침에 심영철의 시랑송을 듣고 좋다고 환성을 지르며 박수까지 치던 일이 떠오르며 민망스러운 생각을 금할수 없었다.

이윽고 김정은동지께서는 가벼운 미소를 지으시였다.

《심영철동무, 수고했습니다. 시는 잘 썼습니다. 시자체는 나무랄데가 없습니다. 그런데 작가가 무엇인가 좀 착각한것 같습니다. 내가 어제 밤 부국장동무한테도 말하였지만 이번 건군절을 맞으며 진행할 경축음악회에서는 조성된 현 정세로 보나 우리 혁명의 주객관적요구로 보나 음악회에 계속혁명의 사상을 관통시켜야 합니다.》

《예?!》

두사람이 거의 동시에 속삭이듯 했다.

《계속혁명의 사상 말입니까?》

김정은동지께서 말씀을 이으시였다.

그럼 심영철동무, 내가 겪은 이야기를 한마디 하겠습니다. 난 얼마전에 위대한 장군님을 모시고 어버이수령 김일성동지께서 계시는 금수산기념궁전을 찾아뵈온 일이 있었습니다.

위대한 장군님께서는 어버이수령님께 경건한 마음으로 인사를 올리신 후 좀체로 자리를 뜨지 못하고 심중한 기색을 지으신채 어버이수령님을 우러르고계셨습니다.

나는 장군님께서 무슨 심중의 사연이 계시여 그러실가 하고 생각하며 한폭의 붉은기를 가슴에 덮으시고 영생의 모습으로 계시는 수령님을 우러르고있었습니다.

그런데 위대한 장군님께서는 얼마후 누구에게라없이 이렇게 말씀하시는것이 아니겠습니까.

〈백두에서 날리던 수령님의 저 붉은기가 지금도 우리앞에서 휘날리는것만 같습니다. 우리는 영원히 수령님의 저 붉은기를 추켜들고나가야 합니다. 우리는 어떻게 해서라도 강성국가를 건설하고 삼천리금수강산에 어버이수령님의 태양의 빛발이 차넘치게 하여야 합니다.〉

나는 순간 위대한 장군님의 이 말씀에서 강한 충격을 받아안았습니다.

심영철동무도 다 알고있는것이지만 우리 혁명은 어버이수령님의 혁명사상으로 전진하고 승리하여왔습니다. 어버이수령님께서는 일찌기 김형직선생님께서 나라의 독립을 위하여 싸우다 쓰러지면 아들이, 아들이 싸우다 못하면 손자가 싸워서라도 기어이 조국의 독립을 이룩하여야 한다고 하신 말씀을 심장에 새기고 혁명을 시작하시였습니다. 바로 그 뜻을 이어 위대한 장군님께서는 오늘도 혁명의 종국적승리를 위하여 불철주야 헌신하고계시는것입니다. 우리는 기어이 조국을 통일하고 이 땅우에 온 세상이 부러워하는 강성국가를 건설하여야 합니다.

이것이 심영철동무가 써야 할 설화시의 기본알맹이로 되여야 합니다.

어떻습니까, 납득이 됩니까?》

순간 심영철은 너무도 벅찬 격정에 눈굽이 저릿해지는것을 느꼈다.

(이것이였구나. 김정은동지의 이 말씀이야말로 한편의 명시가 아닌가!)

《이제는 명백히 알게 되였습니다. 말씀 그대로 옮겨놓으면 훌륭한 설화시가 된다는 확신이 생깁니다.》

심영철은 창작적흥분이 마음속에서 불길같이 타오르는것을 느끼며 힘주어 말씀드렸다.

그러자 그이께서는 가볍게 머리를 저으시였다.

《그렇다고 하여 내가 한 말을 그대로 옮겨놓으라는것은 아닙니다. 다만 작가동무의 창작에 도움이 될가 하여 몇마디 하였을따름입니다.》

김정은동지께서는 심영철이 흥분을 다잡지 못하고 격동되여있는것을 보시며 다시금 호탕하게 웃으시였다.

김연규는 아까부터 잔등으로 땀이 흘러내리는것을 가까스로 참고있었다.

그는 자기가 얼마나 어리석었는가를 통절하게 절감하고있었다. 이렇게도 엄청나게 큰 차이가 있단 말인가.

더구나 어제 밤 그이의 가르치심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작품지도를 고작 이렇게밖에 할수 없었으니 부끄럽기 그지없었다.

김정은동지께서는 작가동무가 몹시 흥분한것 같은데 착상이 떠올랐으면 지체말고 옆방에 가서 글을 쓰게 하라고 이르시였다.

옆방으로 갔던 그가 다시 나타난것은 얼마후였다. 흥분으로 달아오른 그의 얼굴은 붉게 상기되여있었다.

《벌써 다 고쳤소?》

《그렇습니다.》

심영철은 새로 쓴 시를 그이께 드리였다.

김정은동지께서는 새로 쓴 시가 첫련부터 감정의 금선을 울리고있음을 느끼시였다.

그이께서는 다시한번 시를 읽으시였다.

설화시가 의도하신대로 되였다고 생각하시였다.

그이께서는 시의 마지막련을 다시 조용히 읊어보시였다.

        …

        오늘도 금수산기념궁전에서

        우리 수령님 가슴에 덮고계시는 한폭의 붉은기

        백두광야에서 추켜들었던 그 붉은기

        오늘도 우리앞에 승리의 기치로 나붓기거니

        그렇다 우리는 가리라

        그 붉은기를 날리며

        최후의 승리의 그날까지

        …

설화시를 다 읽으신 그이께서는 심영철을 자애깊은 시선으로 바라보시였다.

《심영철동무, 수고했습니다. 시를 잘 썼습니다.》

그이께서는 만족한 미소를 지으며 김연규에게 말씀하시였다.

《무대형상으로 넘어갑시다. 그것만 잘하면 음악회는 좋게 될것 같습니다.》

 

×

 

공연은 예정시간보다 늦게 시작되였다.

그 시각 위대한 김정일장군님께서는 어느 한 부대에 나가 건군절을 맞는 전사들을 축하하시고 수도를 향해 차를 달리시였다. 시계를 보고 또 보시였다.

《빨리, 속도를 놓소. 더 빨리! 사람들이 기다리겠는데 늦어지면 안돼.》

장군님을 모신 수행원들은 차가 너무 고속으로 달리는 바람에 가슴이 얼어붙는듯 하였다.

나무숲이 휙휙 뒤로 날아지나가고 귀전에서는 휘파람소리같은것이 윙윙거리고있었다.

이런 사연을 알지 못하고 관람석을 꽉 채운 사람들은 이제 어버이장군님을 뵙게 된다는 감격으로 가슴을 설레이며 이제나저제나 장군님께서 극장에 나오시기를 기다리고있었다.

이렇게 얼마간의 시간이 흘러서 그렇게도 뵙고싶던 장군님께서 만면에 환한 미소를 지으시며 극장에 나오시였다.

순간 폭풍같은 만세의 환호성이 극장안에 터져올랐다. 목메이는 환호, 우렁찬 만세의 환호가 끝없이 계속되였다.

손을 들어 답례하시는 위대한 장군님의 모습을 우러러 사람들이 설레였다.

수천수만의 사람들이 모두 얼굴에 눈물범벅이 된채 만세의 환호성을 끊임없이 터쳤다. 저저마다 키돋움하느라 발뒤축을 들고 몸을 솟구었다.

환호와 감격, 매혹과 흠모가 온 극장안을 파도쳐갔다.

이윽고 공연이 시작되였다.

공연은 첫 종목부터 관람자들을 숭엄한 감정에로 이끌어갔다. 공연종목이 바뀔 때마다 우렁한 박수소리가 극장을 진감했다.

김연규도 공연내용에 심취되여 남들과 같이 열정적으로 박수를 치군 하였다.

공연이 심화될수록 그는 관중의 심리를 통하여 완전히 성공한 건군절경축음악회가 되였다는것을 확신하였다.

특히 설화와 혼성합창 《우리의 행군길》은 관중들을 대번에 격정의 도가니속에 이끌었다. 시와 함께 숨쉬고 흐느끼는 세찬 숨결이 장내를 휩쓰는것이 온몸으로 느껴졌다.

설레이는 흥분과 감격의 파도였다.

        …

        오늘도 금수산기념궁전에서

        우리 수령님 가슴에 덮고계시는 한폭의 붉은기

        백두광야에서 추켜들었던 그 붉은기

        오늘도 우리앞에 승리의 기치로 나붓기거니

        그렇다 우리는 가리라

        그 붉은기를 날리며

        최후의 승리의 그날까지

        …

그것은 그저 시가 아니였다.

우리 인민의 심장이 세차게 고동치는 소리였다. 아니, 천만의 심장이 웨치는 소리였다.

환호하는 사람들의 눈가에 핑! 뜨거운 눈물이 어리고있었다. 그것을 보면서 김연규는 이 격정의 무대를 펼쳐주신 경애하는 그이께선 지금 어떤 심정이실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왜 그이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가? 불현듯 가슴을 치는 느낌이 있어 그는 머리를 들고 사방 휘둘러보며 김정은동지의 모습을 찾았다. 그런데 그이의 모습은 찾을수 없었다.

당황해난 김연규는 관람석까지 정신없이 살피다가 저도 모르게 굳어져버렸다.

김정은동지께서 관람자들과 같이 공연을 보시는것이였다. 관중들과 호흡을 같이하시고 그들과 웃음과 눈물도 같이하고계시였다.

김연규는 순간 가슴속에서 무엇인가 쿵! 하고 흉벽을 세차게 때리는것을 느꼈다.

김연규는 한없는 경모의 눈빛으로 그이를 우러르고있었다. 눈굽이 저려들고 심장은 벅찬 격정으로 세차게 고동쳤다.

(어쩌면… 어쩌면 그리도…)

김연규는 이 말을 속으로 몇번이나 곱씹었다.

한없이 겸허하고 인자하신 그이의 고결한 인품에 저절로 머리가 숙어지는것을 어쩔수 없었다.

한편 마음 한구석에서는 지금 자기가 바늘방석에 앉아있는듯 한 심정이였다.

(무슨 체면에… 무슨 체면에 내가 여기에 앉아있을수 있단 말인가.)

자신을 타매하는 생각에 몸부림쳤다.

위대한 장군님을 모신 좌석만 아니였다면 어느새 자리에서 일어났는지 알지 못했을것이다.

김연규는 김정은동지를 매혹된 시선으로 끝없이 우러렀다.

김정은동지께서 미소를 지으신채 줄곧 위대한 장군님을 우러르고계셨다.

위대한 장군님께서는 만면에 환한 미소를 지으신채 공연을 관람하고계셨다.

(심영철동무, 우린 위대한 장군님께 기쁨을 드리였소.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겠지.

위대한 장군님께서 지으시는 저 미소, 그것은 우리모두의 기쁨이며 행복이요. 바로 우리 장군님의 저 미소는 그대로 온 나라 전체 인민의 기쁨이며 행복이란 말이요.)

벅찬 감격과 흥분속에 공연이 끝났다.

그러나 김연규는 자신을 잊은듯 자리에서 움직일줄 몰랐다.

김연규는 위대한 장군님을 우러르며 마음속으로 절절하게 말씀드리고있었다.

(위대한 장군님! 우리 인민은 또 한분의 위대한 령장을 모시는 대행운을 지니게 되였습니다. 정말로 조선의 미래는 창창합니다.)

그의 얼굴에는 행복에 겨운 후더운 눈물이 주르르 흘러내렸다.

얼마후 김연규는 극장휴계실에서 다른 일군들과 함께 위대한 장군님을 모시게 되였다.

위대한 장군님께서는 공연을 보시고 아주 훌륭한 공연이라고 거듭 만족해하시였다.

잠시후 김정은동지께서 심영철을 데리고 휴계실에 들어오시였다.

장군님께서 매우 반가와하시였다.

《심영철이, 정말 오래간만이요. 그동안 잘 있었소?》

위대한 장군님께서는 그의 손을 잡고 환히 웃으시였다. 눈앞에서 사진기의 섬광들이 무시로 번쩍거렸다.

심영철은 군인답게, 군복입은 시인답게 거수경례를 붙이며 위대한 장군님께 류창한 목소리로 인사를 올렸다.

《고맙소. 마침 동무를 기다리던 참이였소. 이번에 수고를 많이 하였더구만.》

위대한 장군님의 치하를 받은 심영철은 목이 꺽 메여 눈시울을 떨고있었다. 한순간 한쪽에 서계시는 김정은동지를 우러르며 그는 말씀올렸다.

《경애하는 최고사령관동지, 사실 시에 대해 말씀드린다면…》

그러나 그는 더이상 말씀드리지 못하였다.

위대한 장군님께서 웃으며 말씀하시였다.

《동무가 뭘 말하자는건지 내 다 알아. 하지만 어디까지나 작가는 작가이지.》

자애깊은 시선으로 심영철을 바라보시던 위대한 장군님께서는 일군들을 둘러보시며 뜻깊은 말씀을 하시였다.

《난 오늘 공연을 참 만족하게 보았소. 점수를 매긴다면 만점짜리 공연이라고 할수 있소. 공연 전과정을 계속혁명의 사상으로 일관시킨 문제점도 좋고 매 종목들도 손색없이 형상하였소. 그중에서 제일 잘된것은 설화와 혼성합창 <우리의 행군길>이요. 특히 이 종목에 나오는 설화시가 아주 잘되였소. 시에서 계속혁명의 사상을 일관하게 주장한것이 아주 감명깊었소.

나는 그 대목을 들으면서 눈물이 나오는것을 겨우 참았소. 난 정말 기쁘오.》

《?!…》

심영철은 아무 대답도 올리지 못하고 두눈만 슴벅이고있었다.

마음속으로는 《장군님! 이 시는 제가 쓰지 않았습니다. 경애하는 김정은동지께서 하신 말씀을 그대로 옮겨놓았을뿐입니다.》라고 목메여 부르짖고있었다.

김연규도 눈물에 젖는 그의 모습을 통해 그 마음속 웨침을 듣고있었다. 그 역시 시인을 대신하여 그렇게 말씀드리고싶었지만 웬일인지 한마디 말도 나오지 않았다. 경애하는 김정은동지를 우러르며 눈물만 하염없이 쏟고있었다.

위대한 장군님께서 환히 웃으시며 말씀을 이으시였다.

《동무들, 요즈음 나는 정말 기쁨속에서 살아가고있소. 나라의 일이 아주 잘되여간단 말이요. 정치, 경제, 국방 등 모든 면에서 전성기를 이루고있소. 특히 자랑스러운것은 어버이수령님을 따라서 시작된 혁명의 명맥이 꿋꿋이 이어지고있는 그것이요. 우리가 이룩하려고 하는 혁명은 오늘도 승리하지만 앞으로도 영원히 승리할것이요. 나는 이것이 기쁨중의 기쁨이라고 생각하오.》

위대한 장군님을 가까이 모시고 둘러서있던 일군들이 일제히 박수를 쳤다. 그들모두는 한결같이 경애하는 김정은동지를 우러르며 북받치는 격정을 참지 못하고있었다.

김연규도 두볼을 타고 줄지어 흐르는 눈물을 감촉하지 못하고있었다.

위대한 장군님께서는 만면에 환한 미소를 지으신채 그들을 정답게 바라보고계시였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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