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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소설]

미소

량 호 신

 

( 제 1 회 )

 

 

깊은 밤이였다. 미풍에 흐느적이던 정원의 나무가지들도 어느덧 밤안개속에 휘늘어져서 무성한 잎새 하나 흔들지 못하였다. 집무실창유리로 내비치는 불빛조차 얼마 어둠을 헤치지 못하고 굼니는 안개발속에 잠겨버리군 했다.

경애하는 김정은동지께서는 창가에 서시여 하늘가를 내다보시였다.

어데선가 먼 기적소리가 은은히 울려오는듯 생각되시였다.

혹시 위대한 장군님께서 타신 렬차의 기적소리는 아닌지?… 간절한 마음속에 바라시는것이여서 그런지 그만 착각하신것만 같았다.

대신 전화종소리가 길게 울렸다. 그이께서는 급히 탁우에 놓인 전화기들중 어느 한 송수화기를 드시였다. 함흥에 내려가있는 국방위원회의 한 일군이 걸어온 전화였다. 그는 정중히 인사드리고나서 기여드는 목소리로 말씀드렸다.

《죄송합니다. 이 깊은 밤에 또 전화를…》

그이께서는 그가 미처 말끝을 잇지 못하자 급히 물으시였다.

《그래 렬차가 출발했습니까?》

《그렇습니다. 이제야 출발했습니다.》

그이께서는 시계를 보시였다.

《좋습니다. 그럼 렬차가 중심역들을 통과할 때마다 알려주시오.》

《…》

그쪽에서 인차 대답을 올리지 못하고 주밋거리는것이 알렸다.

그이께서 웃으며 말씀하시였다.

《밤이 깊었다고 그럽니까? 나는 일없습니다. 위대한 장군님께서 이밤도 계속 렬차강행군을 하고계시는데 젊은 사람이 잠을 좀 못 잔다고 큰일 나겠습니까.

한시간에 한번씩 렬차가 통과하는 지점들과 제기되는 문제들을 알려주시오.》

《예, 알겠습니다.》

그이께서는 전화를 끝내자 잠시 생각에 잠기시였다. 원래 일정계획에 의하면 위대한 장군님께서 함남도일대를 현지지도하시고 어제 저녁에 도착하게 되여있었다. 그런데 이제야 비로소 렬차가 출발했다니…

또 피로가 겹쌓이겠구나.

그이께서는 가슴이 아프시였다.

위대한 장군님께서는 현지에서 돌아오시는 그 길로 또다시 인민군부대를 찾아 떠나셔야 하는것이다. 한생을 불같이 살아오시는 장군님이시였다. 사시절 언제 한번 마음편히 쉬신적이 없으시였다.

김정은동지께서는 이어 인민군총정치국 김연규부국장을 찾기 위하여 송수화기를 드시였다.

한편 김연규는 퇴근시간이 퍼그나 지났지만 좀체로 집에 갈 생각을 하지 못하고있었다. 몇시가 되였는지도 알지 못했다. 경애하는 김정은동지께서 자기의 건강때문에 자주 말씀하시지만 그럴수록 더 일에 몰두하는 그였다.

그렇게 일에 묻힐수록 위대한 장군님과 경애하는 김정은동지를 몸가까이 모시고 살며 일하는 전사로서의 자각과 행복감이 심장가득 차고넘치는것이였다.

오늘도 그렇게 일하다보니 밤이 퍽 깊었다. 자기의 건강때문에 또 그이께서 념려하시지 않을가 하는 생각에 불을 끄고 방문을 나서려다가 금시 전화종소리가 울리는것만 같아 저도 모르게 전화기들이 놓인 책상에 눈길이 가닿았다.

그는 시계를 들여다보며 경애하는 김정은동지께서 오늘도 인민군대의 무장장비강화를 위하여 북방의 어느 한 공장을 돌아보시고 한낮이 기울어서야 수도에 돌아오시던것을 상기하였다. 그이께서 이밤도 무리하게 일하고계시지 않는지?…

그 순간 책상우에 놓여있는 전화기들중 제일 가운데있는 연청색전화기에서 가볍게 신호음이 들렸다.

(아니, 이런!)

김연규의 왕붓초리같은 눈섭이 꿈틀하고 하관이 빠른 그의 얼굴에 긴장이 한껏 어리였다. 김연규는 몇걸음밖에 안되는 책상앞으로 허둥지둥 달려가 송수화기를 당겨 두손으로 받쳐들었다.

《안녕하십니까, 경애하는 김정은동지. 부국장 김연규 전화받습니다.》

수화기에서 밝고 우렁우렁한 음성이 울렸다.

《안녕하십니까, 그런데 왜 아직 퇴근하지 않았습니까? 집에 전화하니 아직 들어오지 않았다고 하더군요.》

《예, 방금…》

김연규는 뜨거운것이 목구멍에서 꿈틀하는통에 말끝을 맺지 못하였다.

《내가 벌써 부국장동무의 퇴근문제를 가지고 몇번째 말했는데 계속 그러면 되겠습니까.

가뜩이나 부국장동문 건강이 좋지 못해 애를 먹고있는데 자꾸 건강을 혹사하면 나중엔 어떻게 되겠습니까?》

그이께서 하시는 말씀엔 전사의 건강을 위하시는 뜨거운 념려와 안타까움이 배여있었다.

《말씀을 명심하겠습니다. 제 건강에 꼭 류의하면서 일하겠습니다.》

《그럼 좋습니다. 건군절을 맞으며 할 정치사업일정은 다 준비되였습니까?》

《예, 준비되였습니다. 그런데… 인젠 쉬셔야 할 때가 퍼그나 지난것 같아서…》

《가져오시오. 봅시다.》

김정은동지께서는 송수화기를 놓으시였다. 그리고는 아까부터 보시던 콤퓨터를 다시 마주하고 앉으시였다. 먼저 어느 한 단위에서 개발한 프로그람을 열어보시였다. 그 프로그람은 이미전에 그이께서 개발하도록 지시를 주신것으로서 리용자용프로그람과 관리자용프로그람이였다.

그이께서 이미 과업을 주신대로 문건그룹을 추가하고 그 그룹별로 말단단위에 대한 열람허가를 조종하며 단위별 항목을 추가, 삭제할수 있게 한것이 마음에 드시였다.

그이께서는 《잘되였음. 군사교육부문에서 널리 리용하도록 할것!》라고 명기하시였다.

불과 2분동안에 검토하신것이였다. 시간을 아끼셔야 했다. 이어 그이께서는 최첨단기술을 리용하여 만든 비행모의프로그람화일을 여시였다.

그이께서는 그 프로그람을 통하여 세계의 여러 나라들에서 생산한 갖가지 형의 비행기들의 성능을 파악하시는 한편 우리 비행사들에게 도움이 될 훈련방식을 검토하시려는것이였다.

바로 그때 부르심을 받은 김연규부국장이 도착했다는 보고가 왔다.

김연규는 머리가 희슥희슥해진 장년의 사나이로서 강직하고 결패있는 사람이였다.

그는 절도있게 보고하고나서 가져온 문건을 그이께 올리였다. 그리고 그이께서 문건을 보시는 동안 콤퓨터화면을 들여다보며 머리를 기웃거렸다.

《왜 그럽니까?》그이께서 물으시였다.

《저… 이건 처음 보는 프로그람같아서…》

김정은동지께서는 반갑게 웃으시였다.

《부국장동문 나이많은 일군들가운데선 그래도 제일 대단한 수준입니다. 한번 척 보고 프로그람을 가려보니 말입니다.》

김연규는 어줍게 웃으며 말씀드렸다.

《경애하는 김정은동지께서 다 배워주시지 않았습니까. 전 아직 초학도에 불과합니다.》

이렇게 말하고나서 그는 또 콤퓨터화면에 눈길을 주었다.

《그런데 이건 도대체?…》

《이 비행모의프로그람을 리용하면 세계 그 어느 나라의 비행장이나 비행기들의 활용범위, 그 성능까지 다 알수 있습니다. 그건 그렇고…》

그이께서는 벌써 문건을 다 보시였다. 잠시 아무말씀없이 생각에 잠기시다가 다시 문건철을 번지고 어느 한 대목을 가리키시였다. 건군절경축음악회의 준비가 잘되고있지 않는것이였다.

그이께서 혼자말씀처럼 뇌이시였다.

《건군절이 며칠밖에 남지 않았는데…》

《예?》

김연규의 얼굴이 긴장되였다.

《공연내용도 소극적이고 형식 또한 구태의연합니다. 게다가 일군들이 경축분위기를 세우는데만 신경을 쓴 나머지 공연내용에 새롭고 격동적인것이 없습니다.

결국 공연을 보고나면 무슨 문제를 말하자고 하였는지 묘연하게 되였습니다.》

너무도 심각한 지적의 말씀이였다.

김연규는 그이를 우러르며 꼼짝하지 않고 서있었다. 소극적인 내용, 구태의연한 형식, 경축분위기 위주…

그이께서는 단 한순간에 이 모든것을 파악하셨는데 자기는 왜 모든 준비가 완결무결하다고 생각했던가, 이 김연규의 머리도 결국 굳어지고말았는가? 그렇게 해가지고 어떻게 절세위인들의 령도를 받들겠는가?…

그의 마음속에서 끓고있는 생각이였다.

김정은동지께서 또 말씀하시였다.

《시간이 촉박하지만 혁명적인 대책을 세워야 하겠습니다.》

김연규는 힘차게 대답올렸다.

《당장 대책을 세우겠습니다. 말씀하신 내용을 놓고 당장 일군들과 창작가들을 불러 내용도 시대정신에 맞게 일신하고 형식도 새롭게, 전투적으로 만들어보겠습니다.》

《그렇게 해주시오. 그러되 건군절경축공연전반의 기본종자를 잘 잡는것이 기본입니다.》

《알았습니다! 당장 돌아가서…》

그는 더 말을 잇지 못했다. 그이께서 손을 들어 제지시키시였던것이다.

《아니, 그렇게 덤빌 필요는 없습니다. 번개불에 콩닦아먹는다는 속담그대로이군요.

밤도 깊었는데 우선 좀 눈을 붙이고 래일 아침… 아, 인젠 오늘 아침이지… 어쨌든 부국장동문 먼저 꼭 쉬여야겠습니다. 그새 이 문젠 내가 좀더 연구를 해보겠습니다.》

《예? 그러면?…》

그것은 경애하는 김정은동지께서 또 한밤을 꼬박 지새우신다는것을 의미하는것이므로 그는 목이 꽉 메였다.

《됐습니다. 나는 건강합니다. 그런 걱정은 마시오.

위대한 장군님께서 부국장동무의 건강을 두고 몹시 심려하시던것을 잊지 마시오. 우리가 말끝마다 장군님께 기쁨을 드리자고 맹세를 다지군 하는데 부국장동무의 경우 건강때문에 걱정하시게 해서야 되겠습니까?》

《고맙습니다. 그 은정을 보약으로 여기고 오늘 밤만은…》

《왜 고집합니까.》

《좀 있으면 날이 밝겠는데 공연준비부터 잘해놓고 푹 자겠습니다.

그렇게 허락해주십시오.》

그이께서는 다시 크게 웃으시였다.

《참, 부국장동무두 고집이 여간 아닙니다. 그럼 불같은 마음을 안고 이 문젤 토론해봅시다.》

한순간 그이께서는 문득 생각나신듯 이렇게 물으시였다.

《참, 심영철동무가 지금 어디에 있는지 모르겠습니까?》

심영철은 시대정신이 맥박치는 좋은 서사시들을 많이 써서 위대한 장군님과 경애하는 김정은동지께 여러차례 기쁨을 드린 작가, 시인이다.

김연규가 말씀드렸다.

《심영철동문 위대한 수령님 탄생 100돐경축 서사시를 쓰기 위해 포병부대에 나가있습니다.》

《그러니… 멀리 나가있겠구만.》

《아닙니다. 당장 불러올수 있습니다.》

《그럼 좋습니다. 그도 부릅시다. 그러면 무엇부터 시작하겠는가? 무엇보다 공연이 너무 협소하고 제기한 문제도 적극적이 못되는 이 결함을 대담하게 고치고 혁신할것을 나는 이미 결심하였습니다.》

《예?!》

벅찬 격정에 김연규는 가슴이 부풀어올랐다.

김정은동지께서 계속하시였다.

《지금상태로는 위대한 장군님을 경축음악회에 모실수 없습니다. 하지만 아직 며칠이라는 시간이 있는것만큼 대담하게, 통이 크게 판을 벌리자는것입니다. 선군시대의 송가가 되게 한번 본때있게 변혁해봅시다.

그러자면 출연단체의 중심은 공훈국가합창단으로 하고 거기에 종목별 내용에 맞게 다른 예술단체들도 참가시키자는 생각입니다. 어떻습니까?》

김연규는 순간 가슴이 확 달아오름을 느꼈다. 자기가 일을 쓰게 조직하지 못하여 지금 경애하는 김정은동지께 부담을 끼쳐드렸기때문이였다.

《말씀을 듣고보니 저의 생각이 너무 짧고 편협하였던데로부터 그런 결함이 나타났습니다. 제 잘못이 큽니다.》

김연규는 자책감에 머리를 들수 없었다.

귀밑머리가 희슥해진 오늘 이때까지 한생을 군대에서 결사관철의 정신으로 살며 일해왔는데 벌써 늙고말았는가? 하는 생각에 자신이 무척 혐오스럽게 여겨졌다.

《됐습니다. 뭘 그렇게까지 송구스러워할것은 없습니다. 문제는 장군님을 모실 음악회준비를 잘하자는데 있습니다. 그런것만큼 공연전반에 제기할 문제는 계속혁명사상을 들고나와야 할것 같습니다. 노래에도 있지 않습니까.

수령님을 따라서 천만리, 우리 당을 따라서 천만리! 우리는 혁명의 종국적승리를 이룩할 때까지 위대한 장군님을 따라서 천만리를 열번, 백번을 이어서라도 혁명을 계속하여야 합니다. 때문에 이번에 건군절을 맞으며 진행할 경축음악회는 명실공히 계속혁명사상을 기본주제로 내세우는것입니다. 능력있는 작가, 예술인들을 망라시켜 최상의 수준에서 준비합시다. 우선 심영철동무에게 설화시를 한편 씌워야 하겠습니다.》

《알았습니다.》

《오늘 아침 첫 사업조직때 잊지 말고 과업을 주시오.》

《알았습니다!》

힘찬 대답… 담벽을 울릴듯 높뛰는 심장의 박동은 여전히 거세찼다.

위대한 장군님께서 타신 렬차는 계속 수도를 향해 고속으로 달리고있었다. 주요 간이역들을 지날 때마다 렬차에 함께 탄 국방위원회 일군은 경애하는 김정은동지께 보고를 올리군 하였다.

김정은동지께서는 그때마다 눈굽이 뜨거워오르는것을 금할수 없으시였다.

그럴수록 순간도 지체함이 없이 일을 하고 또 하여 그이의 사업부담을 다문 얼마만이라도 덜어드려야 한다는 마음을 굳게 가다듬군 하시였다.

한편 김연규는 자기 방에 돌아가 그이께서 하신 말씀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순간에 사업의욕이 온몸에 꿈틀꿈틀했다. 김정은동지의 자애로운 영상이 우렷이 안겨오고 그이의 다심하면서도 우렁우렁한 음성이 고막을 세차게 진동시키군 했다.

좀처럼 격했던 심정이 안정되지 않고 격정이 고패쳤다.

문득 그이께서 아침 첫 사업조직때 잊지 말고 과업을 주라고 하시던 말씀이 떠올랐다.

김연규는 송수화기를 들고 전화기 음성단자를 눌렀다.

교환수의 상냥한 목소리가 들렸다.

《안녕하십니까, <목란강> 듣습니다.》

《김연규입니다. <송화강>을 주시오.》

뒤이어 《송화강》을 련결시킨다는 교환수의 은방울같은 목소리가 울리였다.

김연규는 심영철을 찾기 시작하였다.

깊은 잠에 들었을 심영철을 깨운다는것이 좀 미안스러운 생각은 들었으나 그가 이 소식을 듣는다면 껑충 뛰리라는것으로 용기를 내였다.

얼마후 심영철의 잠에 취한 목소리가 송수화기를 통하여 그의 고막을 울리였다.

《안녕하십니까? 대좌 심영철 전화받습니다.》

《깊은 잠에 들었댔겠는데 깨워서 미안하오.》

《아니, 일없습니다. 말씀하십시오.》

《심영철동무를 보고싶어서 전화하였소. 이제 만날수 없을가?》

《당장 말입니까?》

《음!》

《알았습니다. 지금 어디에 계십니까?》

《사무실이요. 차를 보낼테니 인차 여기로 와주시오.》

《알았습니다.》

김연규가 차를 보낸지 얼마 안있어 심영철이 벌겋게 열이 오른 얼굴로 들어와 규정대로 힘차게 보고하였다.

그의 붉어진 얼굴, 어딘가 떨리는 음성, 긴장한 눈길은 충격적인 그 무엇을 짐작한듯싶었다.

김연규는 얼굴에 웃음을 흠뻑 실으며 자리에서 일어나 다짜고짜 심영철의 손을 덥석 그러쥐며 쇠소리 비슷한 특유한 목소리를 높였다.

《심영철동무, 축하하오!》

《예? 저…》

심영철은 얼떠름해졌다. 감히 짐작도 해볼수 없는 생각이 들었으나 그는 인차 머리를 저었다.

심영철의 어리둥절한 모습을 지켜보던 김연규는 재차 격한 음성으로 말을 이었다.

《방금 경애하는 김정은동지께서 동무에게 크나큰 믿음을 주시였소. 축하하오.》

《예?…》

순간 벅찬 감격이 심영철의 목을 꽉 메웠다.

분명 감격과 환성이 터져나올것 같은데 눈을 휘둥그레 뜬채 김연규를 찌를듯 쳐다본다.

그리고는 두볼을 실룩실룩하며 무엇을 찾을듯 두리번거리더니 얼른 호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내여 눈가에 가져갔다.

김연규는 심영철의 어깨를 눌러 의자에 앉히고는 그이께서 하신 말씀을 차근차근 전달하였다.

심영철이 너무 격동되여 또 의자에서 벌떡 일어났다. 김연규는 급작스러운 그의 행동에 의아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왜 그러오?》

《부국장동지, 이제 당장 돌아가서 착수하겠습니다.》

심영철은 주먹을 휘둘렀다.

《좋소, 나도 동무가 응당 그렇게 나오리라고 생각했소. 그런데 멀리 갈것 있소? 여기에 자리잡소.》

《방을 한칸 주십시오. 책상과 의자 그리고 전등불만 있으면 됩니다.》

심영철은 당장 무슨 일을 칠 기상이였다.

《아직 흥분이 채 가라앉지 않았구만. 어느 방에나 전등불은 다 있지 않소. 켰다껐다 하는거, 응? 하하하!》

《예, 켰다껐다 하는 방이면 됩니다.》

《좋소. 이 사무실에서 쓰오.》

김연규는 자기가 일보던 책상을 가리켰다.

《아닙니다. 이런데선 불편해서 글이 잘 안됩니다. 그래서 제가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작은 방 하나에 책상, 의자 그리고 전등불만 있으면 된다고…》

《음, 동무의 그 심정을 알겠소. 그렇다면… 옆방에다 자리잡기요.》

《알았습니다.》

심영철은 자기의 숨소리가 아직도 가라앉지 않고 높아짐을 느꼈다.

사실 그는 마음을 진정하느라 애썼지만 심장은 여전히 최대로 흥분상태에 있었다.

당장에, 그것도 아주 빨리 그리고 제일 좋게 써야 한다는 생각이 끓어번졌다.

경애하는 김정은동지의 명령관철이라면 하늘에라도 올라갈 심정이였다.

 

×

 

봄이 한껏 무르녹으며 대지는 록음이 짙고 온갖 꽃 만발한 환희가 강산에 물결쳤다.

훈풍이 실어오는 꽃향기는 후각을 자극하여 취하게 하고 사람들의 마음을 흥그럽게 하여준다.

말그대로 양춘가절이라 만물은 부드럽고 따스하고 아름답게 변모되고있었다.

동녘에 붉은 태양이 얼굴을 내밀무렵 설화시창작을 끝낸 심영철은 두팔을 좌우로 벌리며 가슴을 한껏 부풀리였다.

심영철은 창문을 활 열었다.

시원한 공기가 쓸어들어와 그의 얼굴을 쓸어만지였다.

《아니?!》

심영철의 눈에 우거진 수림속을 거니는 부국장 김연규가 띄였다.

그도 심영철이처럼 책상을 마주하고 밤새워 작품을 쓰지는 않았지만 마음을 맞추어 새날을 맞이한것이 분명했다.

심영철은 김연규와 거리는 좀 멀리 있었지만 거수경례를 하고 챙챙한 목소리로 보고했다.

《부국장동지! 대좌 심영철, 경애하는 김정은동지의 명령을 수행하였습니다.》

《다 썼소?》

《예, 방금 끝낸 참입니다.》

《수고했소. 내 이제 방으로 올라가겠소.》

김연규는 두팔을 휘휘 내저으며 숲속에서 나왔다.

층계를 달려올라온듯 숨이 차 헉헉 톺는 김연규는 얼굴에 웃음을 함뿍 담았다.

《역시 심영철은 심영철이구만. 배짱이 맞는단 말이요. 자, 우리 방에 가기요.》

《예.》

김연규는 심영철이를 데리고 자기 사무실로 갔다.

《자, 그럼 심동무가 한번 읊어보오.》

《예, 그런데 잘 읊지는 못합니다.》

심영철은 목청을 가다듬더니 제가 쓴 설화시를 읊기 시작하였다.

정말 그의 말대로 시를 별로 잘 읊지는 못하였다. 그러나 그로서는 감정과 열정으로 고저장단을 이어가느라 애썼다.

김연규는 미간을 쪼프리고 시의 내용을 파악하기 위해 신경을 한데 모으고있었다.

(괜찮아.… 좋아.… 정말 좋구만!)

김연규도 점점 흥분되였다. 무엇인가 새로운 착상도 있고 시적발견도 있으며 감정 또한 격동적이였다.

심영철이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른 상태에서 시랑송을 끝내였다.

《정말 수고했소. 됐소. 나는 조금도 의견이 없소.》

김연규의 관자노리에서 피줄이 풀떡거렸다.

《정말 그렇습니까?》

《그럼 보고드리기오. 그리고 가르치심을 받자구. 내 생각엔 기쁨을 드릴것 같은데 심동무는 어떻소?》

《글쎄요. 저는 지금 어리벙벙합니다. 처음에는 좋다고 생각했댔는데…

다음엔 또 고개가 기웃거려지구, 또 지금은 부국장동지가 좋다고 하니까 좋긴 좋은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건 또 무슨 소리요. 제가 쓴 글을 놓고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닌 중도파라니 대관절 어떻다는거요?》

《더러 그럴 때가 있습니다. 아마 시에 포화된것 같습니다.》

《밤새 창작전투를 하다보니 그럴수 있소. 그래서 객관이 중요한거지. 좋소, 시원고를 이리 주오. 내절루 한번 더 읽어보기요.》

김연규는 심영철에게서 원고를 받아쥐고 돌아앉아 한식경이나 중얼거리며 시를 읽었다.

《아니, 좋소. 아주 잘 썼소. 보고드리자구.》

김연규는 의자에서 일어나 전화기앞으로 성큼성큼 몇걸음 다가가 엉거주춤 섰다.

그러더니 다시 제자리로 돌아와서 담배불을 붙여물고 연기를 뻐끔뻐끔 빨아 후후 내분다.

《부국장동지, 갑자기 왜 그럽니까?》

심영철은 의아스러운 시선을 김연규한테서 떼지 못하였다.

《마음이 긴장해지누만. 우리가 너무 덤비는게 아니요? 정말 기쁨을 드릴수 있을가?》

김연규는 심중한 어조로 말하며 주저하였다.

정말 우리 마음처럼 시가 잘되였을가? 아니다. 다시한번 더 따져보고 여러 사람들의 의견도 들어보자. 그다음에 결심하자. 아니, 시간이 긴박하지 않은가. 이틀밖에 없다. 그 시간에 작품도 완성해야 하고 무대형상도 완성해야 한다.

그런데 시간이, 시간이 없다. 어떻게 할가?

김연규는 잠시 망설이였다.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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