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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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야조브는 아무말도 못하고 눈을 슴벅이였다.
《그 약을 우리가 여러모로 시험해봤습니다. 년세가 많은 로인들에게 아주 좋다는것이 확인되였습니다. 우리 인민이
《원, 이런!》
야조브는 어깨를 으쓱하며 두팔을 벌려보였다.
《사양하지 마십시오.》
《나는 년세가 높은분들을 보면
그러나 야조브의 이 말은 입밖으로 튀여나오지 못하였다.
《여기가 소문은 나지 않았지만 밤경치가 아주 좋은 곳입니다. 여기에 오르면 평양시가 한눈에 바라보인단 말입니다.》 차에서 내리신
그런데 두손을 허리에 얹고 그 풍요한 대지를 바라보시는
야조브는 조선농촌의 이채로운 풍경에
그가 곁으로 다가오자
매우 침통하신 목소리였다. 그 순간 야조브는 현실,
야조브는
(이분은 과연…) 하고 야조브는 문득 생각하였다. 이밤 한갖 식객에 지나지 않는 나를 불러내서 산책이나 하자고, 인민들이
지금 이 순간 야조브는 적들의 새로운 도전으로 해서 빚어질 사태의 엄중성을
일순간 야조브는
사태의 엄중성에 대해 정확히 알려드리고싶은 열망, 정확하게는 조성된 사태에서 빠져나올수 있는 출로가 없겠는가 하는 열망에 사로잡혀 열이 올라 이야기를 시작했다.
《무엇때문에
《조선은 사회주의의 운명이고 저의 운명이기때문입니다.》
《그래
《글쎄 뭐라고 해야 할지… 바로 그 대답을 듣자고 저는 귀국에 왔고 바로 이 밤도 그 대답을 다시 듣고싶을뿐입니다. 저는
그러나 이 순간에
지금까지 야조브는 그 무서운 생각을 줄곧 하고있었다. 그러나
야조브는 당황하여
수수한 잠바옷을 입고 뒤짐을 진 주먹을 꽉 틀어쥐고있는 이분은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계실가? 쏘련이 건재하고 프로레타리아국제주의가 살아있던 때를 생각하고계시는가? 린방인 중국을 생각하시는가? 유엔인권위원회결의에도 불구하고 국제적인 식량지원을 받아낼수 있다고 생각하시는가?
야조브는 온몸이 굳어져 불안한 마음으로 다음말씀을 기다렸다.
《우리는 절대로 쌀과 제도를 바꾸지 않을것입니다!》
야조브는 갑자기 앉고싶은 충동을 느끼였다. 그는 통역의 부축을 받아 몇걸음 걸어가서 돌의자에 앉았다.
적은 이 나라의 국경을 개방할것을 요구하고있다. 쌀과 함께 《자유화바람》, 《자본주의바람》을 밀어넣으려고 한다. 쏘련이 어떻게 망했던가?
강대한 당, 강대한 인민, 강대한 군대가 저항 한번 해보지 못하고 어떻게 녹아났던가? 그렇다. 쌀과 제도를 바꾸지 않겠다고 하신
그렇다면 무엇때문에 그 말씀이 그렇게도 야조브에게 충격을 주었는가?
그는 벌써 몇달동안 조선에 머무르면서 조선인민이 사회주의를 자기들의 생명으로, 생활로 여기는것을 보았다. 그들은 죽으면 죽었지 절대로 사회주의를 버리지 않으리라는것을 알았다. 수백수천만의 조선인민들의 주검을 밟지 않고서는 그 어떤 원쑤도 이 땅에 들어올수 없다는것을 명백히 느끼였다.
사회주의를 그 무엇과도 바꿀수 없다는것은 이 나라 모든 사람들이 입을 모아 말하고 온갖 힘을 다해 실천에 옮기고있는 확고한 의지였다.
그렇다면 지금 동일한 그 말씀을 들었을 때 무엇때문에 야조브는 그것을 전혀 뜻하지 않는 폭탄선언처럼 여겼는가? 단지 그가 바라던 고무적인 말씀이였기때문만인가?
아니였다, 그때문만은 아니였다. 야조브가 충격을 받은것은 그 말씀을 하신분이 바로
지금 야조브는 평양교외의 돌의자에 앉아 조선반도유사시에 참전하게 되여있는 미8군과 미태평양함대의 무력을 눈앞에 그려보았다. 그것은 이전 원동군의 전략적경계대상이기도 했다. 쏘련의 해체로 원동군의 그 사명마저 없어진 조건에서 조선은 혼자서 그것을 담당해야 했다. 여기에 일본과 남조선 기타 다국적무력도 예견해야 한다. 조선이 적들의 새로운 도전에 대처한다는것은 바로 이 힘에 대처한다는것을 의미했다.
야조브는 조선방문의 첫 나날에 이 힘에 대처할 조선의 힘을 보았다. 금강산발전소건설장에서 보았다. 그것은 인민군대의 힘이였다.
(레닌과 쓰딸린…) 하고 야조브는 생각하였다. 그들의 이름이 오늘까지 유명한것은 그들에게 충실하였던 붉은군대가 볼쉐비크당과 쏘베트를 철저히 옹호하였기때문이다. 만약 공민전쟁과 2차세계대전에서 붉은군대가 승리하지 못하였더라면 레닌, 쓰딸린의 이름이 오늘까지 전해질수 있겠는가.
1991년 쏘련이 붕괴된것은 바로 붉은군대의 심장속에서 레닌과 쓰딸린의 이름을 지워버렸기때문이다. 그런데 인민군대안에서
《자 내려갑시다. 가는 길에 저기 불이 보이는 곳으로 가봅시다. 며칠전에도 불빛을 보았는데 밤에 자지 않고 무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예…》
그 목소리에 이끌리듯 야조브가 벌떡 일어섰다.…
그 불빛이 비치는 2층집은 수매량정부 자재상사건물이였다.
그들중에는 키가 호리호리하고 눈이 녀자처럼 곱게 쌍까풀진 웃기관에서 내려온 당일군도 있었다. 그는 아닌밤중에 예고도 없이 나타나신
그 일군은 다른 곳에서 페기처분하게 되여있는 선반과 볼반, 기공구들을 하나하나 주어다가 재생하여 쓰고있는데 대하여, 부산하 정미공장들과 자동차기동대들에서 필요되는 설비와 부속품들을 국가에서 받지 않고 거의 자체로 해결하고있는데 대하여 그리하여 여기에서 전국적인 방식상학까지 진행하게 된데 대하여 그리고 그 모든 일들이 어느 개별적일군의 노력에 의해서가 아니라 로동자들의 창의창발성과 자력갱생의 정신에 의하여 이루어진데 대하여 매우 조리있게 말씀드렸다.
그는 하루에 두끼는 입에 풀칠을 하고있다고 하면서 한끼는 새벽 두시에 또 한끼는 낮 두시에 먹는다고 하였다. 그것이 배를 달래는데는 가장 합리적이라고 하면서 웃기까지 하였다.
그 일군은 목이 꺽 메여 아무 응답도 못하고 섰는데 둘러선 사람들중에서 누군가가 《일없습니다.
잠시후 그곳을 떠나 나오실 때
차는 평양-순안대통로에 들어섰다. 앞에서 차 한대가 마주오면서 전화로
《됐소. 그런데 곽동무, 홍경봉부총리가 지금 어데 있소?》
《집무실에서 기다리다가 마주 나왔습니다. 지금 그도 저의 차에 있습니다.》
《그렇다면 좋소.》
《부총리동무를 태우시오.》
《예.》
곽무선이 차뒤문을 열고 안을 들여다보더니 야조브에게 《실례합니다.》라고 하며 홍경봉에게 차에 오르라고 손짓하였다.
그 말씀이 끝나기가 바쁘게 차는 떠났다.
《원산도로쪽으로!》
《가면서 말해봅시다.》
《알았습니다.》 하면서도 홍경봉은 옆에 야조브가 있는것이 불편한듯 주저하는 표정이였다.
《일없소.》 하고
야조브는 그 말씀이 무척 반가운듯 머리를 숙여
화제는 큰물피해대책 그중에서도 식량문제에 대한것이였다.
《정무원은》 홍경봉은 확고한 어조로 자기의 결심을 말하기 시작하였다.
그는 국제적인 식량지원을 받지 못하는 경우 불가피하게 1996년 인민경제계획을 조절해야 하며 특히는 기본건설을 당분간 중지하여 거기서 나오는 돈으로 쌀을 사오려고 한다고 하였다.
차내에는 침묵이 흘렀다. 통역이 야조브의 귀전에 대고 소곤소곤 무엇인가 말하였다. 아마
《그러니.》 하고
또다시 침묵이 흘렀다. 이번엔 홍경봉이 조심조심 그 침묵을 깨뜨렸다.
《우리에게 외화가 부족한 조건에서 쌀시장으로 들어갈수는 없고 대외경제위원회에서는 대치물자만 있으면 친선적인 나라들과 련계를 가져보겠다고 합니다. 세멘트와 강재, 석탄 등을 념두에 두고있는것 같습니다. 지금 생산되는 세멘트와 강재의 대부분이 기본건설에 들어갑니다. 이런 형편에서 기본건설을 죽이지 않고는 …》
《기본건설에서 제일 큰것이 금강산발전소건설이 아닙니까?》
홍경봉이 주저주저하며 말씀올렸다.
《그 공사에 한해서도 추가로 사다주게 되여있는 연유와 륜전기재를 예견대로 공급하지 못할것 같습니다.》
《추가분을 공급해준대도 공사장의 수요에는 미치지 못하는게 아닙니까.》
《외화사정이 하도 긴장해놔서… 국제적으로 식량을 지원받는 일이 전혀 불가능한것도 아니니 자금이 돌아가는대로 …》
홍경봉의 그 말은
《부총리동무, 미리 말하지만 나는 하나의 외교적조치를 취하기로 하였습니다. 그건 우리에게 도전한 국제인권협약에서 탈퇴해버리자는것입니다.》
차내에는 갑자기 땅이 꺼진듯 한 침묵이 깃들었다. 야조브의 귀전에 대고 통역이 말하는 소리가 그 정적을 더해주는듯 했다. 그 정적을 깨치고 야조브의 비명비슷한 소리가 울렸다.
그러나
《우리는 다른 나라 사람들이 쌀을 주어도 좋고 안주어도 좋다는 립장에 서야 합니다. 아마
그리고 쌀을 사오기 위해서 인민경제계획을 조절하고 만년대계의 공사를 중지한다는것은 말도 되지 않습니다. 더구나 금강산발전소건설이 정치적으로 매우 중요한 의의가 있다는거야 정무원도 잘 알고있지 않습니까?》
《홍경봉동무는 정초에 우리와 만났을 때에도 금강산발전소건설에 대해 시원한 립장이 아니더니 아직도 그렇습니다.》
홍경봉은 입을 다물고있었다. 그의 뒤덜미가 벌개진것이 차내의 그리 밝지 못한 조명등속에서도 알릴 지경이였다.
《안됩니다. 그건 후퇴입니다. 그렇게 뒤걸음치다간 정말 목조르기를 당합니다. 질식당한단 말입니다. 인민들은 나라의 근본리익을 희생하면서 사온 쌀을 먹지도 않을것입니다. 그러지 않아도 쌀때문에 나라의 많은 자연부원이 이러저러한 경로로 빠져나갑니다. 정무원은 이러한 사실을 알고있습니까?》
《…》
홍경봉은 물론 통역과 운전사까지도 숨을 죽이고
《좋습니다.》 하고
《금방 원산도로에 들어섰습니다.》
눈치빠른 운전사가 말씀드렸다.
《좀더 마주갑시다.》
《밤이 깊어서 피곤하지 않습니까?》
《원 천만에. 이런 밤이라면 밝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야조브가 어깨를 으쓱해보였다.
《그렇다면 좋습니다. 허허 …》
차는 상원쪽으로 한참 더 달리였다. 새벽을 가까이 한 때여서 마주오는 차들이 별로 없었다.
《심철범동무와 전화를 련결하시오.》 하고
《어디쯤 왔는가를 알아보시오.》
운전사가 상대방과 몇마디 주고받더니 전방 5키로지점에 있다고
《됐소. 그럼 어디 자리를 봐서 차를 세우시오.》
잠시후 차가 멎고 차에서 내린 일행이 길섶 둔덕진 공지에 올라서는데 쾌속으로 달려오던 심철범의 야전용승용차가 다급히 멎어섰다.
차에서 내려 달려오는 심철범의 한손에 붕대가 감겨있었다. 오른손이였다.
그는 거수경례를 할수가 없어 그저 차렷자세를 짓고
《알겠습니다.》 심철범 역시 간단히 대답을 드리고나서 자기가 파악한 내용을 요약해서 복창하였다.
《좋소. 그렇다면 동무의 결심을 말하시오. 정무원에서는 동무들에게 주기로 한 연유와 륜전기재를 사올 외화로 쌀을 사다가 인민들에게 먹이겠다고 하오.
그것도 필요한것이요. 그렇다고 공사를 줴버릴수도 없는거요. 잘 생각해보시오.》
이때
비장한 결심을 해야 하는 장령의 고통스러운 마음을 짐작하였기때문이였다.
그러나 심철범은 오래 있지 않았다.
《알았습니다! 무조건 공사를 해내겠습니다.》
그는 간단히 대답을 올렸다.
그러나
《알겠소. 믿겠소!》
그다음
《정무원은 기본건설에 투자하기로 한 추가분물자와 자금으로 국제적인 지원을 받지 못하는 경우에도 살아갈수 있는 대책을 취하시오.》
《예, 그렇게 하겠습니다.》
이제는 홍경봉도 군인식으로 간단히 대답을 드리였다.
《그리고 중요한것은》 하고
《나라가 쌀에 먹히워서는 안된다는겁니다. 그 어떤 경우에도 주저앉아서는 안됩니다. 특히 우리가 결심한 금강산발전소건설은 한시도 중단할수 없습니다. 정무원은 이걸 잊지 말기를 바랍니다.》
홍경봉은 대답대신에 군인들처럼 자세를 꼿꼿이 폈다.
국가의 운명과 련결된 이 모든것은 이처럼 로상에서 불과 몇분사이에 결정되였다.
( 다음호에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