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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소설

 

력 사

석 인 해

 

1

 

 

팔월의 뙤약볕은 부두우에 소나기처럼 쏟아진다. 해협을 걷어차고 뭍에 오르며 보니 감격과 흥분에 젖은 거리거리는 거창한 인민들의 정열처럼 꿈틀거린다.

기폭이 휘날리고 구호, 선전화가 발가는 곳마다 눈에 새롭다.

《조선독립 만세!》

《친일파, 민족반역자를 타도하고 민주주의자주독립국가를 건설하자!》

허에게는 귀에 서투른 말이며 오랜만에 보는 글씨이나 그 푸른 잉크빛갈부터가 눈에 콱 안기며 가슴이 뛰였다.

부산항구, 여기는 정든 땅이였다. 머리를 들면 쪽빛으로 개인 하늘빛이 눈에 익었다. 제 풍습대로 지껄여도 무방한 사투리, 흰 빨래줄을 늘어놓은듯 한 풀내가 풍기는 흰옷입은 사람들의 물결, 게다짝소리가 사라진 한길우로 누런 황소의 왕방울소리가 구성진데 모든것이 소생했고 모든것이 성장하며 모든것이 새로워지는 이 현실이 꿈인것처럼 다시금 반주되기도 했다.

이태만에 디디는 조국땅이건만 오랜 세월이 가로놓인듯 감흥이 새로웠다.

어찌 그렇지 않으랴! 대마도를 뒤에 두자 서녘하늘가에 구름처럼 아련히 나붓기는 조국산천을 바라보며 그만 눈물부터 앞서서 허는 절영도를 굽이굽이 돌아들던 때 기어이 끝끝내 흐느끼고말았었다.

그래 지금도 쓸데없는 감상에 빠지는 자신을 용렬스레 생각하면서도 거리에 오가는 사람을 붙들고 지껄이고싶었고 하다못해 숟가락으로 풋고추냄새가 풍기는 김치국을 떠마시는 풍습에도 발이 멎었다.

《언제나 조국땅을 밟아볼가!》

절망에 잦아들어 이 항구를 하직하던 추억이 인제 전설처럼 어슴푸레하다. 저주로운 강제징용의 패를 차고 이 해협으로 끌려가던 때 기약할수 없는 앞날을 내다보는 생에 대한 미련따위보다도 굴욕에 대한 분격으로 하여 발길은 더욱 무거워지던것이니 스물다섯이 되는 젊은이의 끓는 피를 가지고도 해결할수 없으리만치 현실은 악착스러웠던것이였다.

솥이나 뒤쳐 걸지 않았지 별별가지로 징용이란 법의 그물을 회피하느라 애를 쓴 푼수였었다. 제 고향에 주접을 못하고 숨어다니다가 그 길로 장춘까지 내뺀것은 좋았으나 바른길로 인도하는 줄을 미처 찾지 못한채 그만 붙들리고말았었다. 그도 섞인 수많은 젊은것들이 체신없이 조국을 반대하는 전쟁을 돕는 지하의 채탄장에서 정의를 향하여 총부리를 맞대는셈인 곡괭이자루를 잡고서 처참한 구렁텅이속을 헤매며 칼박고 뜀을 뛴것이였다.

허는 이런 얄궂은 운명의 장난속에서 자나깨나 암흑천지인 굴속에 붙박인채 꼬박 일년 반동안을 지내온것이고 지금 돌아오며 장한 얼굴로 고국산천을 대할수 없음은 물론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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