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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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전사동무에게 중요한걸 알려주자고 하오. 동무도 나라의 어려운 형편을 알아야 하오.》

그이께서는 방금전 홍경봉으로부터 보고받으신 전국적인 식량실사와 관련된 해당부문의 극히 제한된 일군들에게만 통보하기로 된 자료를 공개하시였다.

《물론 식량사정이 나라의 어려운 형편을 보여주는 전부는 아니요. 그러나 식량문제의 심각성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을수 없소. 누구나 배고픈것하고는 타협할수 없으니까.》

그이께서 이해 정초에 자신의 집무실에서 심철범에게 보여주었던 미중앙정보국의 극비자료, 굶주린 우리 인민들이 사회주의와 더는 타협하지 않을것이며 2년내에 손을 들게 되리라고 한 그 자료를 상등병에게 들려주신것은 그다음이였다.

심철범은 숨을 죽이고 이야기를 듣고있는 남철이를 지켜보았다. 남철은 무릎우에 포개놓았던 두손을 풀어 의자팔걸이에 올려놓더니 주먹을 쥐였다폈다 하며 큰 숨을 몰아쉬고있었다.

심철범은 남철의 그 모습을 바라보면서 미중앙정보국의 자료를 처음보던 때의 자신을 돌이켜보았다.

그때 그는 정세에 대한 그이의 심려를 리해하였고 어떤 경우에도 그이와 운명을 같이 할 결심을 다지였다. 그러나 그것이 전부가 아니였다. 그의 온몸을 휩싼것은 자신에 대한 그이의 믿음이였고 자기가 그이의 기대속에 있다는 흥분이며 희열이였다. 그것이 본질이였다.

그는 남철이도 그때의 자기와 같은 심정을 가지고 같은 생각을 하고있으리라고 믿었다.

그러나 남철은 흥분하고 격동되여있었으며 그것이 최고사령관동지의 믿음으로부터 오는것이였음에도 불구하고 느끼지 못하고있었다.

그의 생각은 극히 단순하였다. 지금 남철은 자기가 일하고있는 공사장을 눈앞에 그려보고있었다. 그것은 멀리 눈아래 내려다보였다. 그는 그 어떤 무한대한 힘을 온몸에 느끼고있을뿐이였다. 그래서 최고사령관동지께 무슨 말인가 올리고싶었다.

그는 자리에서 일어서려고 하였다.

《지금 사람들은.》

최고사령관동지의 목소리가 그를 주춤하게 만들었다. 그이께서는 팔걸이건너로 팔을 뻗쳐 남철의 손을 잡고 소곤소곤하는 어조로 말씀하시였다.

《나라형편이 어렵지만 내가 그것을 알고있기만 하면 일없다고들 하고있소. 그렇소. 나는 알고있소. 그들보다 더 많은것을 알고있소. 적들은 〈압살〉정책을 쓰면서 우리가 질식되여 죽기를 기다리고있단 말이요. 어떻게 해야 되겠소? 남철동무.》

심철범은 남철이를 바라보았다. 이제야말로 그가 똑똑한 대답을 하여 그이께 기쁨을 드리고 그이의 심려를 덜어드려야 했다.

《어째서 말이 없소?》

최고사령관동지의 목소리가 울렸다.

《최고사령관동지.》

남철은 일어섰다. 그리고 꼿꼿이 서있었다.

심철범은 손에 땀을 쥐였다. 남철이가 오래도록 말이 없자 《전사, 어서 말씀드려. 적을 요정내겠다구!》 하고 속으로 웨쳤다.

그러나 김정일동지께서는 전사의 대답을 듣고계시였다. 전사의 퍼런 불이 이는 눈빛에서 번뜩이는 증오를 보시였다. 증오, 그렇다. 전연시찰의 길에서 만난 수많은 병사들의 눈빛에도 하나같이 증오가 어려있었다. 신대원이든 구대원이든 모든 군인들의 눈빛에 아니, 적들로 하여 고통받고있는 이 나라 남녀로소들의 모든 눈빛에 증오가 불타고있었다. 그것은 그대로 멸적의 기상이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빙그레 미소를 지으시였다.

심철범은 안도의 숨을 쉬였다. 그도 비로소 남철의 눈빛을 보고 자기가 바라던 대답을 읽었던것이다.

《남철이, 앉으라구.》

김정일동지께서는 전사를 앉히고나서 그의 손을 잡으며 말씀하시였다.

《우리는 금강산발전소건설장에서 적들과 포성없는 전쟁을 하고있소. 남철동무, 대답해보시오. 어떻게 하겠는가?》

남철의 눈을 뚫어지게 들여다보시였다.

전사는 입을 다문채 까딱않고 앉아있었다.

《왜 대답이 없소?》

김정일동지께서는 잡고있던 남철의 손을 놓고 몸을 뒤로 제치시며 천천히 말씀하시였다.

《나는 장령들의 말이 아니라 전사들의 말을 들어보고싶었소. 내 말을 알겠소? 전사동무.》

물론 남철은 리해하였다. 그의 타는듯 한 마음속의 눈앞에는 꽃바다가 펼쳐져보였다. 금강산발전소준공식이 진행되고 꽃보라에 묻힌, 최고사령관동지의 축복을 받고있는 자신을 보는것 같았다. 그리고 그 꽃보라에 휘말려 혼비백산한 적들이 아우성을 치며 비명을 올리는 몰골도 보였다. 우리의 된타격에 봉쇄환이 끊어져나가고 적들의 어리석은 망상이 산산이 쪼각나서 보잘것없는 먼지로 되여 아득한 미궁으로 날려가버리는것이였다.

《미제침략자들을 소멸하겠습니다!》

남철은 전호가에, 포진지에, 함선의 갑판에 써붙인 인민군대의 멸적의 구호를 자기 말로 말하였다. 그리고 두손으로 얼굴을 싸쥐더니 고개를 무릎우에 숙이였다. 그는 흐느끼였다. 이 숭엄한 공기가 흐르는 방에 들어와 내내 흥분되고 긴장한 나머지 느끼지 못하고있던 죄책감이 행복한 이 순간에 가슴을 친것이였다. 그 죄책감은 병사가 선 초소는 그 어디나 적들과의 대결장이며 그 어떤 조건에서도 거기를 리탈한다는것은 투항이라는 자각에서 오는것이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잠잠하시였다. 그 눈물을 리해하신듯 하였다.

전사의 그 눈물은 심철범에게로 옮아갔다. 그는 최고사령관동지앞이라는것도 잊고 큰 눈을 연거퍼 슴벅거리면서 전사들을 똑똑하게 이끌어주지 못한 자책감을 느끼고있었다.

《됐소, 됐소! 울지 말라구…》

김정일동지께서 남철의 어깨를 툭툭 치며 자리에서 일어서시였다. 그리고 응접실 한가운데로 나서시였다.

《동무들.》 그이께서는 흥분으로 하여 갈린 목소리로 말씀하시였다. 《우리 병사들은 힘들게 일하고있습니다. 그들은 목석이 아니라 인간입니다. 게다가 단련이 없는 새 세대군인들입니다. 우리 지휘관들은 목석인간, 식물인간이 되여서는 안됩니다. 그들을 더 잘 이끌어주어야 합니다. 무엇으로 어떻게? 나는 얼마전에 오진우, 최광동지들과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그들은 젊은 시절에 고난의 행군을 어떻게 이겨냈는가고 묻자 행군길에 지쳐 쓰러졌다가도 머리를 들고 보면 저앞에서 김일성장군님께서 걸어가고계시였기에 힘을 내여 따라일어서군 했다고 하였습니다.…》

그이의 목소리가 갑자기 뚝 끊어졌다. 흥분에 떨리는듯 한 숨소리만이 방안의 고요를 깨뜨리고있었다. 이때 장령들은 손수건으로 눈언저리를 누르시는 그이를 젖은 눈길로 바라보았다.

그이의 목소리가 다시 이어졌다. 그것은 침착하고 힘있는 목소리였다.

《우리는 대오의 앞장에 서야 합니다. 돌격앞으로가 아니라 나를 따라 앞으로! 이것이 우리 지휘관들의 구령으로 되여야 합니다. 이 어려운 때 열백마디의 말이 무슨 소용이 있습니까. 우리의 모든 군관, 장령들이 이신작칙해야 합니다. 이신작칙이야말로 병사들에 대한 참된 사랑입니다. 이 사랑속에 우리 병사들은 강자로 될것이며 우리 군대는 강군으로 될것입니다. 이신작칙으로 병사들을 이끌라. 나는 오늘 동무들에게 다시 이 구호를 제기합니다!》

《알았습니다!》

오기철과 리국현, 심철범, 리길남이 약속이나 한듯이 동시에 일어서서 차렷자세를 짓고 응답하였다. 장령들의 뒤를 따라 리웅걸이도 긴 허리를 펴고 일어섰다. 김남철이만은 응당 자기도 일어서야 한다는것을 잊고 우는지 웃는지 알지 못할 표정으로 앉아있었다.

김정일동지께서 힘있는 어조로 말씀하시였다.

《최고사령관인 나자신이 이 구호를 실천에 옮겨나갈것입니다.》

그러자 리길남이 물기도는 눈을 슴벅이며 감동된 어조로 말씀드렸다.

《사실 최근 몇달동안에 장군님께서 얼마나 많은 병사들을 만나주시였습니까. 최전연에까지 나가시여 식당에도 들리시구, 잠자리도 보아주시구… 기념사진도 찍어주시구… 우리 군대에 장군님을 모시고 사진을 찍은 병사가 수천수만이 잘될것입니다. 병사들은 장군님을 모시고 사진을 찍는것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모릅니다. 정말 최대의 행복, 최상의 영예로 생각합니다.》

그이께서는 웃으시며 고개를 끄덕이시였다.

《나는 앞으로 전군의 모든 병사들과 한번씩은 다 사진을 찍자고 합니다. 병사들이 좋아한다는데 최고사령관의 얼굴이야 못 빌려주겠습니까? 허허…》

그이께서는 호탕하게 웃으시였으나 좌중은 웃지 못하고 서있었다. 그이의 애병사상이 웃기에는 너무도 절절하고 너무도 뜨거웠던것이다.

《사실 내가 매일처럼 전선길을 걷는것은 병사들에게 나의 진정, 나의 마음을 쏟아주기 위해서입니다.》

이 말씀은 장령들보다 남철에게 더 큰 충격을 주었다.

물론 장령들의 충동도 컸다. 과묵한 표정으로 나타나지 않는 그들의 마음속의 세계에서는 지금 자기들이 준비해온 서류철에 있는 엄중한 문제들이 아무것도 아닌것으로 여겨졌다. 그들은 이미 그 문제들을 해결할 방도를 찾은것이다. 그이처럼 하자. 그이처럼 지휘하고 그이처럼 생활하자. 그러면 전선의 숨막히는 정적도 분계선상에서 벌어지고있는 적들의 교란책동도 한줌도 못되는 간첩무리들의 쏠라닥거림도 문제없을것이다. 그렇다. 그이의 말씀은 그들에게 있어서 필승의 보검이였다.

그러나 남철에게는 그 말씀의 마디마디가 뜨거운 덕수처럼 퍼져내려 온몸이 화끈 달아올랐다.

남철은 그이께서 자기앞에 다가와 서신것을 몰랐다. 자기도 모르게 일어섰다.

《남철동문 나한테 할 말이 없소?》

김정일동지께서 물으시자 남철은 서둘러 말씀드렸다.

《최고사령관동지, 있습니다.》

김정일동지께서 어서 말하라는 표시로 고개를 끄덕이시였다.

《저는 대오에 설 자격을 잃었습니다. 최고사령관동지의 권한으로 저를 대오에 다시 설수 있게 해주실수 없습니까?》

남철은 차렷자세를 짓고 그이의 승낙을 기다렸다.

《그게 다요?》

그이께서 빙그레 웃음을 짓고 또 물으시였다.

《옛!》

남철은 차렷자세를 짓고 가슴을 쑥 내밀며 구령처럼 《경애하는 최고사령관동지를 위하여 복무하겠습니다!》 하고 병사의 인사를 올렸다.

《고맙소!》

최고사령관동지께서 남철의 두손을 꽉 잡으시였다

방안에는 잠시 숙연한 침묵이 깃들었다.

《자, 그럼 리국현동무.》

김정일동지께서는 화제를 돌리시였다.

《전호진장령이 제기한 문제를 토의해봅시다. 총참모부에서는 그 제의에 대해서 어떤 견해를 가지고있습니까? 다른 동무들도 들으시오.》

김정일동지께서는 좌중의 다른 사람들에게 시선을 보내고나서 공사장에서 제기된 의견대립에 대하여 설명해주고 그들도 화제에 끌어들이시였다.

그사이 리국현이 일어서있었다.

《총참모부는 심중한 토의끝에 전호진장령의 제의를 기각하기로 결심했습니다. 지금 김남철전사를 만나고나서 그 결심이 더욱 확고해졌습니다. 결국 공사의 담당자인 병사들의 의지문제이니 말입니다.》

《옳소!》

김정일동지께서는 심철범을 바라보며 긍정하시였다.

심철범이 벌떡 일어섰다.

《알겠습니다.》

심철범은 힘있게 대답을 드리였다.

김정일동지께서 말씀하시였다.

《나는 심철범동무의 주장에서 제기된 아치형시공을 하면 직선돌파에서 안정성을 담보할수 있다는 문제를 국가적으로 유능한 과학자, 기술자, 시공경험이 있는 일군들의 토의에 붙여보았습니다. 그들은 그것이 가능하다는 결론을 보고해왔습니다.》

그이께서는 심철범에게서 시선을 돌려 모두에게로 보내며 계속하시였다.

《그러나 나는 심철범동무의 주장에서 보다 중요한것을 보았습니다. 그것은 직선돌파정신입니다. 어떤 경우에도 그 정신은 우리 군대의 기본정신으로 되여야 합니다. 바로 그 정신이 중요합니다. 이제 우리가 내린 0026호명령은 반드시 수행될것입니다. 나는 우회로를 택하자고 하는 전호진장령과 그곳의 일부 지휘관들의 주장에서 합리성을 찾아보려고 많이 생각하였습니다. 그러나 그럴수록 뭔가 부족한것이 느껴졌는데 그것이 바로 우리 인민군대의 근본정신에 맞지 않는 주장이기때문이였습니다. 최고사령관인 나는 직선돌파를 지지합니다.》

그이의 이 말씀은 방안에 명령처럼 울렸다.

장령들은 일제히 일어섰다.

 

평양-원산도로로 앞창유리에 《금강산발전소건설》이라고 쓴 특별자동차운행증을 붙인 야전용승용차가 달리고있었다.

평양으로 올라올 때와는 달리 심철범장령은 뒤좌석에 남철이와 나란히 앉아있었다. 그의 손이 남철의 손을 꽉 잡고있었다.

도로에는 금강산발전소건설장으로 가는 물동을 가득 실은 대형화물자동차들이 줄지어 달리고있었다.

심철범은 마음이 흐뭇하였다. 그는 그 물동을 합친것보다 더 귀중한, 이제 틀림없이 영웅으로 자랄 전사를 곁에 태우고가는것이다.

그에게는 자기의 주장이 관철됐다는 사실자체도 큰것으로 보이지 않았다. 최고사령관동지께서 강조하신 《나를 따라 앞으로!》라는 구호가, 그이의 애병사상이 떠올랐던것이다.

력사에는 이름있는 명장들이 있어 저마끔 령군술을 자랑해왔다. 한때 유럽땅까지 정복했던 칭기스한은 5인조, 10인조를 묶어 그중 하나의 병사가 도주하던가 군률을 위반하면 전체를 목베는 무서운 형벌로 군사를 다스렸고 현대군사가의 《시조》라고 일컬은 나폴레옹은 군사를 움직이는 동인을 공포와 리익 두가지로 보면서 공로에 대해서는 일망무제한 령지를,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3대멸족이라는 전률할 처벌을 안기였다. 지금 미군을 비롯한 자본주의국가의 군대는 고용병들로서 그들을 움직이는 기본무기는 황금이다.

고대 《손자병법》으로부터 클라우제위츠의 《전쟁론》은 물론 맑스-레닌주의고전가들의 군사사상 그 어디에도 《애병》이라는 말자체가 없다.

오직 우리 군대, 어버이수령님께서 창건하시고 경애하는 장군님께서 이끄시는 조선인민군대에만 《애병정신》이 꽉 차흐르고있다.

일찌기 수령님께서는 군대에서 《영창》제도를 없애버리고 정치사업을 기본으로 삼도록 하시였으며 오늘은 우리 장군님께서 군인들이 자폭정신, 육탄정신을 발휘해야 할 현 정세의 요구를 반영하여 애병사상의 최고정화라고 할수 있는 《나를 따라 앞으로!》라는 구호를 체질화하도록 하심으로써 혁명군대 령군술의 기본원리, 근본초석을 다시금 밝혀주시였다.

최고사령부에서 김정일동지를 만나뵙고나서 커진것은 남철전사가 아니라 바로 나자신이다! 심철범은 차를 타고오면서 이렇게 생각했다.

한편 김남철은 장령에게 두손을 꼭 잡히운채 까딱않고 앉아있었다. 그는 아버지를 생각하고있었다. 내가 최고사령관동지를 만나뵙고 부대로 돌아간다는것을 아실가? 그걸 아신다면 아버지는 어떻게 생각하실가? 자기를 욕되게 한 이 아들을 용서하실가?…

그러나 그는 자기를 대신하여 최고사령관동지께서 아버지앞으로 친필서한을 보내시였다는 사실을 꿈에도 생각할수 없었다.

남철이를 바래우고나신 김정일동지께서는 김동환의 자료철겉장에 이렇게 쓰시였다.

-아들을 용서해주는것이 좋겠습니다. 그는 반드시 훌륭한 군인이 될것입니다.-

 

15

(1)

 

그들은 미중앙정보국의 《Z》자가 붙은 밀실에 또다시 모이였다.

정초에 보브 돌은 이 밀실모의에서 조선의 《종말》이 몇달까지는 몰라도 2년이면 알아볼 문제라고 선포하였다. 그러나 한달, 두달, 석달이 지나고 한여름에 잡혀들었으나 조선은 의연히 사회주의보루로 꿋꿋이 서있었다. 세상사람들은 왜 쏘련이라는 거대한 대국을 무너뜨린 미국이 조선이라는 자그마한 나라앞에서 쩔쩔매는지 리해할수 없었다. 그들은 봉쇄된 조선이 세계유일초대국의 끊임없는 정치, 경제, 군사적인 압력을 받고있음에도 불구하고 완강한 반격을 가하고있기때문에 미국이 그 저항을 물리치지 못하고있다는것을 알수가 없었다.

강경보수세력의 대다수인물들도 그것을 똑똑히 모르고있었다. 그들은 이제 결정적인 타격만 가하면 승리가 이룩될수 있으리라고, 물리적 및 정신적인 힘을 다 소모한 조선인민이 이제라도 흰기를 들고 나올것이라고 믿고있었다.

그러나 그들의 우두머리인 보브 돌 자신은 조선반도에 조성된 정세의 다른 측면, 말하자면 저항하고있는 조선인민의 생존방식을 리해하기 시작하였다. 대조선정책에 직접 관여하지 않았던 때에는 알수 없었던 조선인민의 생존방식을《고립》, 《압살》정책의 앞장에 서서 조선인민과 직접 싸우면서 그는 비로소 알게 된것이였다.

이제 얼마 안 있으면 대통령선거가 있게 된다. 그때 가서 그의 대조선강경고압정책도 결산되게 된다. 그리하여 숙명적인 그 날자가 다가오면 올수록 74살나는 미상원 공화당원내총무는 더욱더 큰 불안을 느끼는것이였다.

물론 그는 아직도 조선의 운명은 이미 결정된것이라고 믿고있었다. 봉쇄의 결과 조선의 많은 공장들이 멎어선것이 사실이 아니란 말인가? 조선이 그래 최악의 국난을 겪고있는것이 아니란 말인가? 조선의 국민들속에서 그래 월경자들이 있는것이 사실이 아니란 말인가?

매일처럼 보브 돌은 선거자들앞에서 조선의 붕괴의 징후가 벌써 막연하게가 아니라 현실적으로 나타나고있다는것을 력설하였다.

그러나 리성을 가다듬고 조선의 현실에 깊이 눈길을 던질 때마다 그는 만일의 경우에 조선의 붕괴가 선거당일까지 닥쳐오지 않으면 어떻게 하겠는가에 대해 생각하지 않을수 없었다.

미국정계의 원로라고 할수 있는 그는 조선이 이라크하고도 다르다는 사실에 대하여 느끼기 시작하였다.

미국강경보수세력의 이 우두머리는 그자신도 적극적으로 개입했던 만전쟁에서 미국이 승리하였다고는 하지만 당시의 대통령이였던 부쉬는 재선에서 락선되여 은퇴하고 반면에 이라크대통령 후쎄인은 여전히 건재하고있다는것을 알고있었다. 그는 이라크와 달리 조선에서는 다국적무력을 동원할수 없다는 사실에 불안을 느끼지 않을수 없었다.

이제 그앞에는 그야말로 정치적운명을 건 마지막기회가 다가오고있었다. 그자신도 이미 자기앞에는 백악관이냐 고향이냐 하는 두길밖에 없다고 선거자들앞에서 선포하였다. 말하자면 선거에서 패하면 정계에서 물러나겠다고 한것이다.

보브 돌은 이제라도 생활난에 견디지 못한 북조선의 주민들의 대량적인 탈북현상이 벌어지고있다는 보고가 들어올것이며 그에 견디지 못한 북조선당국이 무너지지는 않는다 해도 적어도 《개혁, 개방》에로 정책변화를 할것이라는것을 믿어의심치 않았다. 그러면서도 대통령선거날까지 그 일이 벌어지지 않으면 어떻게 될것인가 하는 숙명적인 물음앞에서 매번 어쩔수 없는 불안과 공포를 느끼지 않을수 없었다.

바로 이러한 때 옹근 한차례의 전쟁피해와 맞먹는 자연재해를 가져온 대홍수가 조선에서 터졌다.

밀실에 모인 사람들중에는 이전에 모였던 강경보수세력의 두목들 죤스, 씨먼, 디퍼, 호케르외에 한사람 더 있었다. 그는 대통령비서실의 특사자격으로 참가한 30대의 키큰 사나이인 에드몬드였다.

이 사나이가 참가한것으로 하여 지금의 밀실모의는 종전과 다른 성격을 띠고있었다.

미국정계의 강경파와 온건파는 대조선정책에서 이러저러한 의견대립이 있었으나 사회주의보루를 없애버려야 한다는데서는 의견을 달리하지 않았다.

 

( 다음호에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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