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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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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 세사람은 응접실에 들어와서도 그리고 여기로 불리워온것이 자기 혼자만이 아니며 그리하여 이제 론의될 문제가 자기의 직분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그 어떤 전체적인 의의를 가지는 문제라는것이 명백해졌음에도 불구하고 누구도 그 문제를 생각하는 사람은 없었다.

그러다가 리웅걸이 응접실로 들어왔을 때에야 그들은 생각을 달리하기 시작했고 곽무선의 안내를 받아 들어온 심철범장령이 직속상관인 자기들에게 최고사령관동지의 부름을 받고 강원도현지에서 금방 올라왔다는 도착보고를 했을 때는 모든것을 명백히 짐작할수 있었다.

그 문제로구나! 세사람은 거의 동시에 이렇게 속으로 부르짖으며 생각을 한곬으로 몰기 시작했다.

이때 김정일동지께서도 집무실에서 홍경봉부총리와 마주앉아 그 문제를 생각하시였다.

그이께서는 부총리로부터 전국적으로 진행한 식량실사에 대한 보고를 받고계시였다.

그에 의하면 적들이 떠들어대는대로 나라에 식량위기가 닥쳐오고있음을 보여주었다. 주민들에 대한 식량공급량을 조절한다 해도 몇달이라는 공백이 생길수 있었다. 이것은 나라가 실시하고있는 가장 중요한 사회주의적시책인 식량공급제도를 위협할수 있었다.

김정일동지께서 부총리로부터 보고를 받으신 첫 순간에 느끼신것은 자연재해는 1994년에도 있었다는 사실이였다. 단지 사람들이 피눈물속에서 그것을 느끼지 못했고 수령님을 잃고 비통한 나머지 다 여문 곡식이 침수되고 수확량이 엄청나게 준데 대하여 누구도 관심을 두지 못하였을뿐이였다.

수해는 이해에만 아니라 전해에도 전전해에도 있었다. 그러나 농사가 잘 안된것이 수해에만 기인된것은 아니였다.

그이께서는 이 순간 농업부문 지도일군들은 물론 농민들이 이전과 같지 않다는 생각을 하시였다. 농촌에는 이미 이전의 《실농군》들이 없어졌다. 대부분 농민들은 작두도 모르고 소철 씌우는 법도 모른다.

땅도 더 늘어난것이 없고 농업인구는 이전보다 더 많아졌는데 왜 농사는 점점 못해지는가? 지금의 농민들은 뜨락또르와 비료가 없으면 농사를 못 짓는것으로 알고있다. 이들이 바로 새 세대 농민들이다. 바로 그들에게 문제가 있는것이다.

그렇다. 나라에 식량위기가 닥쳐오고 그것이 기아로 전환될 위험성이 조성된 그때 그이께서 크게 생각하신것은 적들이 박아놓은 한줌도 못되는 간첩무리가 아니였다. 미중앙정보국의 밀실에서 허리먼이 고문서를 들춰내여 첩자들의 이름을 뒤지면서 날뛰였지만 그이께서는 눈섭 하나 까딱하지 않으시였다. 군사분계선에서 벌리고있는 적들의 교란책동도 조선반도유사시에 일본을 끌어들이려는 막후교섭도 대화의 막뒤에서 전쟁의 기회만을 노리면서 폭풍전야와도 같은 인위적인 정적을 조성하고있는것도 결코 놀라운것은 아니였다.

세계가 물질문명을 자랑하던 20세기의 마지막년대들에 소금물에 통강냉이를 삶아먹으면서 우리 인민이 진행한 전대미문의 《고난의 행군》을 령도하시면서 김정일동지께서 믿으신것은 우리 인민과 그 아들딸들인 우리 군대였다.

군대와 그들의 부모이고 형제인 우리 인민은 결코 자기들의 생명이고 생활인 사회주의를 버리지 않을것이였다. 그들은 오늘의 고난이 아무리 어려워도 맞받아나갈것이며 견인불발의 의지력을 발휘할것이였다. 오늘의 《고난의 행군》은 적들과의 의지의 대결이였다. 의지만 있으면 살고 승리할수 있지만 의지를 잃으면 죽고 패망할수 있었다. 의지의 강자가 되자. 이것이 그이의 마음속의 웨침이였다.

그이께서는 군대와 인민의 의지를 믿으시였고 그 의지에 의거하여 승리할것임을 믿어의심치 않으시였다.

이해 첫날에 김동환대좌로부터 얼마나 큰 신심과 고무를 받으시였던가.

며칠전 김동환의 자료를 보고 그이께서는 다시금 확신하시였다. 혁명의 오랜 세대는 문제없었다. 문제는 새 세대에 있었다. 단련이 부족하고 우리의 혁명력사를 잘 모르는 그들속에서 오늘의 고난에 겁을 먹고 나약해지는 현상이 지금은 김동환의 아들 하나에게서 나타났지만 앞으로는 더 나타날수 있다.

또 그것은 군인들에게만 한한 문제가 아니였다.

그렇다고 놀라지는 않으시였다. 다만 이 사실을 중시하시였다. 어떻게 하면 그들의 의지력을 키워줄것인가?

지금 김정일동지께서는 홍경봉으로부터 나라에 조성된 어려운 식량형편에 대한 보고를 받으시면서도 미중앙정보국의 문건에 적혀있는 《북조선주민들은 더는 사회주의와 타협을 하지 않을것이다.》라는 구절을 되새기며 줄곧 그 생각을 하시였다.

그이께서는 응접실로 나오시면서 이렇게 첫말을 떼시였다.

《그래 생각들 해보았습니까? 동무들, 어떻게 하면 우리 군인들을 잘 키울수 있겠습니까?》

《…》

누구도 응대가 없었다. 그들은 모두가 그 자료때문에 자기들이 불리워왔다는것을 안 때로부터 이 자리에서 심려의 말씀을 듣게 되리라고 생각하고있었기때문에 그이께서 흔연한 표정으로 이렇게 물으시자 안도의 숨부터 내쉬였다. 그러느라고 인차 대답을 드리지 못하였다. 다만 심철범만은 어리둥절한 상태에 있었다. 그는 방금전 곽무선으로부터 복사한 그 자료를 받았으나 한번 얼핏 읽어보았을뿐 구체적인 의미를 해석해보지 못하였다.

리웅걸은 긴 허리를 구부려 자세를 낮춘채 묵묵히 앉아있었다. 질문이 자기에게 떨어진것이 아님을 알고있었던것이다. 그는 지난밤 이 장령들보다 한발 앞서 그이를 만나 담화를 나누었다.

《사상은 저절로 유전되지 않습니다. 또 상속받을수도 없구요.》

이 말씀을 들으면서 장령들은 그이께서 자기들이 본 문건의 구절구절을 되뇌이신다는것을 알았다. 그러나 그이자신은 이 말씀을 하시면서 마음속으로 적들의 뇌까림을 되새기고계시였다.

김정일령도자는 다시는 전 세대와 같은 지지세력을 가지지 못할것이다. 여기에 김일성주석 사후의 그의 고민이 있는것이다.》

《교양해야 합니다! 어떻게?》

그이의 갑자기 높아진 목소리가 방안에 울렸다.

그이께서는 돌연히 심철범을 바라보며 이렇게 말씀하시였다.

《심철범동무, 들어봅시다. 거기 일을…》

그리고 그이께서는 일어서서 방 한가운데로 나서시더니 주단우를 거닐기 시작하시였다.

심철범은 보고했다. 그의 보고는 역시 솔직하고 있는 그대로였다. 대련합부대들과 군종, 병종사령부들에서 파견한 지원부대가 일에 달라붙기는 했으나 공사의 전진속도는 높지 못하며 그 원인이 붕락구간과 물주머니가 터지는 구간이 많으며 이를 극복하기 위한 기계와 기술수단들이 없는데 있다는것, 그렇지만 군인들은 0026호명령을 관철하기 위하여 희생적으로 투쟁하고있다는것을 말씀드리고 이미 보고한것이지만 19갱에서 김철종중대장과 몇명의 병사들이 영웅적으로 최후를 마친데 대하여 상기해드리였다. 그리고 여기로 올라오기전에 19갱에서 진행한 현장군정간부회의에 대해서도 자세히 보고드렸다. 그는 이 보고를 드리면서 몹시 긴장했다. 그이께서 전호진의 제의를 받아들이고 그것을 결심하시였다면 어떻게 할것인가? 그는 우회에 대하여 아직도 못마땅해 하고있었다. 그는 최고사령관동지께서 자기를 부르신것이 바로 그 문제때문이라는것을 믿어의심치 않았다.

심철범은 군인들의 정신상태를 보고드리면서도 좀 주저하였다. 방금 본 그 자료가 그를 자신이 없게 만들었다. 게다가 그는 자료에서 이야기된 문제의 전사와 함께 온것이다.

바로 몇시간전 최고사령부 작전직일관은 전화로 그에게 최고사령부로 즉시 오되 관하구분대의 전사 김남철을 잊지 말고 데리고오라고 하였다. 심철범은 전혀 알지 못하는 그 전사의 소속이 어느 부대, 어느 중대인가고 물었으나 작전직일관은 모른다고 하였다. 심철범은 대렬부에 말하여 수만명 병사중에서 문제의 전사를 찾아내느라고 시간을 좀 지체하였다.

그의 차는 다급하게 달리였다. 그는 승용차의 뒤자리에 꼿꼿이 허리를 펴고 긴장하게 앉아있는 전사에게 몇마디 물어보았으나 시원한 대답을 듣지 못하였다. 전사 자신이 자기가 무슨 일로 최고사령부에 호출되였는지 전혀 모르고있었다. 거기에다가 어딘가 얼친 상태였다. 심철범은 무엇인가 짐작해보려고 집이며 부모에 대하여 두루 물어보았으나 왜서인지 전사는 우물우물할뿐이였다.

뜻밖에도 최고사령부에 도착하였을 때 심철범과 함께 전사도 당중앙위원회 청사로 안내되였다. 그 전사가 지금 대기실에서 기다리고있었다. 이제 그도 응접실로 불리워 들어와서 김정일동지앞에 서게 될것이였다. 심철범은 이미 그것을 느끼고있었다. 김정일동지께서 나약한 그 전사를 만나게 되면 공사에 참가한 군인들의 정신상태가 좋다고 한 보고에 대하여 무엇이라고 하시겠는가?

심철범의 보고는 끝났다. 방안에는 침묵이 흘렀다.

《보시오!》 김정일동지께서 방 한가운데 멈춰서신채 침묵을 깨치시였다.

《공사장은 말그대로 의지의 시험장입니다. 그래서 나는 이 공사를 적들과의 의지의 대결전으로 보고있습니다. 우리는 세상에 조선의 의지, 조선의 정신을 보여주어야 합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다시 방안을 걷기 시작하시였다.

《그런데 공사에 참가하고있는 군인들은 기계가 아니라 인간이란말입니다. 인간이기때문에 힘들어하고 동요도 할것입니다. 그러나 이것이 무서운것이 아니라 우리가 군인들을 의지의 강자로 키워내지 못한다면 그것이 무서운것입니다. 그래 어떻게 하면 좋겠습니까?》

그이서는 처음에 하신 질문을 되풀이하시였다. 사람들은 이번에도 대답이 없었다. 그 질문을 자기들에게가 아니라 그이자신에게 하신것이라는것을 느끼였기때문이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천천히 자리에 돌아가 앉으시였다. 그리고 앞탁에 깍지낀 팔을 대고 심철범을 바라보며 물으시였다.

《그래 데리고왔습니까?》

《옛!》

심철범의 목소리가 저으기 떨리였다. 그는 대답을 드리느라고 일어선채 그이의 다음 말씀을 기다리였다. 그러나 그이께서는 다음 말씀을 그에게가 아니라 좌중을 향하여 하시였다.

《나는 공사장에서 병사 한명을 불러왔습니다. 우리 그를 함께 만나봅시다. 심철범동무, 데려오시오.》

심철범은 놀라는듯 한, 그러면서도 어딘가 엄숙해진듯 한 장령들의 눈길을 받으며 응접실의 출입문쪽으로 걸어갔다.

 

심철범이 대기실에 가슴을 두근거리며 앉아있는 전사를 데려오기까지는 불과 1분정도 걸리였다.

그러나 이 짧은 시간에 그는 가슴이 터질듯 한 흥분속에서 한생을 두고도 다하지 못할 많은 생각을 하였다. 처음에 그의 마음을 사로잡은것은 숭고하고 거룩한 감정이였다. 최고사령관동지와 같으신 세계적인 명장이 일개의 병사를 만나주시는것이다. 그것도 전호가나 야전지휘소가 아니라 집무실에서였다. 심철범은 이 감정이 어찌나 세차고 격렬했던지 숨이 턱에 닿아서 발이 어떻게 놓이는지도 몰랐다.

대기실에 들어가 전사를 보자 그는 분노 비슷한 감정을 느꼈다. 그것은 최고사령관동지께 심려를 드린 락오자에 대한 증오였다. 그러나 이 증오는 전사를 그이앞에 내세우기 위해 혁띠를 꽉 조여주고 바지춤에 들어간 군복상의의 주름을 바로잡아주면서 갑자기 사랑의 감정으로 변했다. 심철범은 이 순간 그의 친아버지가 된 자신을 의식하였던것이다. 그는 불안해지기 시작하였다. 못난 자식이 또 무슨 걱정을 드리지 않을가?

항용 부모들은 시험장 같은데로 자식을 데리고가면서 우점보다 결함을 더 보게 된다. 이것이야말로 눈먼 사랑이 아니라 참된 사랑이였다. 지금 심철범은 남철이를 최고사령관동지앞에 내세우면서 그러한 감정을 느끼였다. 그래서 불안했다. 자료를 통해서 그가 집에서 쫓겨난데 대해서는 알고있었다. 그러나 그후의 일에 대해서는 전혀 알지 못했다. 자기 아버지앞에서처럼 최고사령관동지앞에서도 망탕 아무말이나 하지 않겠는가?

이때 집무실에 앉아 전사가 들어오기를 기다리고있는 오기철이나 리국현, 리길남은 물론 당중앙위원회 리웅걸이까지도 심철범과 같은 불안에 잠겨있었다. …

 

×

 

심철범은 남철이를 앞세우고 둬걸음 떨어져서 응접실로 들어섰다.

방안에 흥분으로 하여 변한 남철의 목소리가 울렸다.

《경애하는 최고사령관동지, 건강하십니까?》

심철범은 처음 몇초동안 그 인사를 자기가 드린것으로 느꼈다. 그다음 최고사령관동지께서 가슴을 쑥 내밀고 몸을 꼿꼿이 펴고 서있는 남철이를 향해 오른손을 쳐드신것을 보고 긴장으로 하여 멈추었던 숨을 알리지 않게 내쉬였다. 남철은 옳게 인사를 드리였으며 그이께서 그 인사에 답례를 하신것이다. 김정일동지께서 쳐들었던 손을 내리우며 남철의 앞으로 쑥 내미시였다. 남철은 한발 나서며 주저함이 없이 자기 손을 마주 내밀었다.

그이의 손을 잡아보지 못한 사람들은 그이의 손이 매우 부드러울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와는 정반대다. 하여 사람들은 그 손이 몹시 썩썩하고 억세다는데 놀란다. 그런데 문제는 거기에 있는것이 아니였다. 그 억센 손아귀의 힘에 잡히운 손뿐아니라 몸과 마음이 다 끌려든다는데 있었다. 그러고보면 세상에 널리 알려진 그이의 친화력은 손에 있는것 같기도 했다.

심철범도 그것을 체험하지 않았던가!

대련합부대의 참모부에서 그이의 손을 처음 잡아보게 되고 그 억센 힘을 느끼는 순간 심철범은 그이께 대번에 끌려들고 긴장감도 어려움도 한순간에 잊었었다.

지금 남철이도 그이께서 이끄시는대로 그이곁에 스스럼없이 앉아있었다.

심철범은 마음이 놓였다. 방안에 있던 세명의 장령과 리웅걸의 얼굴에도 안도의 미소가 떠올랐다. 그들도 그이를 처음 뵙게 되는 전사가, 그것도 대렬을 리탈했던 전사가 어떤 실수를 하지 않을가 걱정했던 모양이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몸을 돌려 손을 포개여 두무릎우에 올려놓고 앉아있는 남철이를 바라보며 물으시였다.

《힘들지?》

남철은 당황해서 입을 다물고있었다. 그는 최근에 자기를 괴롭히고있는 문제와 관련된 질문을 받은것이다.

심철범과 같은 차를 타고 평양길에 오를 때까지도 남철은 거의 자포자기상태에 빠져있었다.

한가닥 희망이 있었다면 마음을 돌린 아버지가 힘써서 자기가 이 길에 오르지 않았을가 하는것이였다.

그러나 그가 간 곳은 해군사령부도 아니고 새로운 부대도 아니였다. 그는 당중앙위원회로 갔으며 그것도 최고사령관동지께서 계시는 청사의 현관으로 들어서게 되였다. 그는 막연하게나마 자기에게서 멀리 떠나가버린 세계, 공사장에 다시 설 영광의 세계가 문득 눈앞에 다가왔음을 느끼였다. 자기 문제가 최고사령관동지께 보고되였으리라고는 꿈에도 생각할수 없었던 남철은 무엇때문에 그렇게 된것인지 알지 못하였다. 그러나 그것은 여전히 두려운 세계였다. 그는 최고사령관동지와 벽 하나를 사이에 둔 대기실에 앉아서 다시 들어설 그 세계에서 자기가 꽤 견디여낼수 있을가를 가늠해보려고 애를 썼다. 하지만 머리가 공회전하는 기계처럼 빙빙 돌뿐이였다.

지금 그러한 남철이가 최고사령관동지곁에 앉아있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여전히 몸을 돌린채 대답을 기다리며 그의 어깨에 손을 얹으시였다.

《최고사령관동지.》

순간 남철은 자리에서 일어섰다.

《저는 죄를 지었습니다. 군인으로서 저는 …》

《알고있소.》

김정일동지께서는 그의 팔을 아래로 당겨앉히며 크게 그 말씀을 반복하시였다.

《알고있단 말이요. 그래서 난 전사동무와 이야기를 해보자고 하오!》

이제는 남철에게 자기가 이 자리에 오게 된것이 혹시 아버지와 관련되여있지 않을가 했던 막연한 짐작이 명백해졌다. 그는 자기가 아버지에게 한 거짓말이 이런 상상할수 없는 자리에 와서 계산될줄은 몰랐다.

그는 이미 자기가 중대장을 속이고 나중에 아버지까지 속였던 사실을 깊은 수치감을 가지고 저주하고있었다.

남철은 모든것을 솔직히 말씀드리기로 결심하였다.

그는 숙이고있던 고개를 쳐들었다.

《힘듭니다.》

그는 명령을 받은 군인이 답례할 때와도 같은 힘있는 소리로 그 말을 반복했다.

《정말 힘듭니다!》

첫 순간에 심철범은 전사가 그 대답을 정반대로 했으면 하였다. 지금 최고사령관동지앞에서 한사람의 전사가 아니라 전체 부대가, 그를 지휘하고있는 자기자신이 시험받는다는 생각이 들었기때문이였다.

그러나 곧 전사가 옳게 대답했다는것을 알았다. 그가 자기가 바란대로 대답했더라면 최고사령관동지께서 믿지 않으시였을것이다. 만일 그렇게 되였더라면 남철은 또 한번의 거짓말, 그것도 최고사령관동지앞에서 거짓말을 하는것으로 되였을것이였다. 그런데 남철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심철범자신이 이 공사를 인계받은 후 공사의 실태를 솔직히 최고사령관동지께 보고드렸던것처럼 남철이도 자기를 솔직히 드러내보였다. 심철범에게는 자기 부대에 수치를 가져왔다고 생각했던 이 전사가 갑자기 돋보였으며 그가 대견하게 생각되기 시작했다.

최고사령관동지와 전사사이에 진행되는 대화를 주의깊게 들으면서 량쪽으로 번갈아 시선을 보내던 방안의 다른 사람들도 이젠 그 시선을 완전히 전사에게 멈추었다. 마치 군사관등급상 제일 낮은 직급에 있는 이 이름없는 전사의 대답에 따라 그 어떤 중대한 국사가 결정되기라도 하는것처럼 그들은 숨을 죽이고있었다.

《옳소. 힘들거요!》

김정일동지께서는 남철의 대답을 긍정하시였다. 그리고 계속하시였다.

《앞으로는 더 힘들거요. 오늘보다 래일은 더. 그리고 모레는 좀더… 얼마간 고난은 계속될거요. 남철동무.》

남철은 그이께서 지금까지 자기를 괴롭히고있는 고난, 그래서 피하려고까지 했던 그 고난이 더 간고해지고 또 계속될것이라고 말씀하시였지만 놀라는 기색이 없었다. 오히려 그는 두손을 무릎우에 포갠채 침착하게 앉아있었다.

《나는 동무에게 나라의 형편을 다 알려주자고 하오.》

김정일동지께서 이렇게 말씀하시며 남철에게서 시선을 돌려 맞은켠 벽쪽에 놓인 쏘파에 주런히 앉은 사람들을 하나하나 둘러보시였다.

처음은 심철범을 바라보고, 다음은 오기철, 리국현을 본 다음 리웅걸을 보시였다. 그이의 시선은 그에게서 잠시 멎었다.

리웅걸은 자리에서 몸을 약간 들었다놓으며 알릴락말락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지난밤 김정일동지께서는 오늘의 이 회견조직에 대해 그에게 말씀하시면서 장령들에게 나라의 형편을 알려주려고 하는데 그 자리에 문제의 전사를 참가시키겠다고 하시였다. 리웅걸은 절대찬성이였다. 오진우와 최광이와 마찬가지로 새 세대 청년들에 대한 교양문제를 절박하게 여기고있던 그는 이 기회에 이 문제와 관련한 그이의 가르치심을 받으려고 하였던것이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남철에게서 나타난 동요에 조금도 놀라지 않으시였다. 인간이기때문에 있을수 있는 자연스러운 일로 여기시였다. 더우기 그가 신입대원임에야 … 그이께서는 인민군대를 철석같이 믿으면서도 그 매개 군인들이 결코 다 완성되였다고 보지는 않으시였다. 그이께서 믿으시는 군대는 완성되여가는 군대, 완성하여 써야 할 군대, 산 인간의 집단이였다. 그래서 최고사령관이 있고 장령들이 있고 각급 지휘관들이 있는것이다.

그이께서 보시건대 남철은 군대의 빈구석을 그대로 볼수 있게 한다는데서는 하나의 표본이였다. 그이께 있어서 남철은 그가 전 세대의 전형이라고 볼수 있는 김동환의 아들이라는것으로 하여 더욱 관심이 가시기도 하였다. 그래서 남철이를 만나보기로 하신것이였다.

그러나 남철이를 만나기로 한것은 그때문만도 아니였다. 생전에 어버이수령님께서 늘 하시던것처럼 어려울 때마다 인민대중을 만나 나라의 형편을 털어놓고 의논하시기 위해서였다.

그이의 속마음을 알길 없는 심철범은 물론 세명의 장령들도 그이께서 전사에게 나라의 형편을 다 알려주시겠다고 하자 모두 긴장되였다.

《일없소.》

그이께서 그들의 생각을 알아맞힌듯 말씀하시였다.

《나라의 형편에 대해서는 따로 비밀이 없소. 누구나 다 알아야 하오. 그래야 마음을 합칠수 있는거요. 천둥속에서는 천하가 한마음이 된다는 말도 있지 않는가!》

김정일동지께서는 시선을 돌려 남철이를 바라보며 믿음이 어린 미소를 지으시였다.

 

( 다음호에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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