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2 회)

 

12

(2)

 

전호진은 철두철미 군인이였다. 이전에 전투구분대에서 려단을 지휘할 때도 감정적인 측면을 그는 항상 뒤로 밀어치우군 하였다. 그는 지금 심철범이 우회로를 택했다가 부대의 기동시간을 어긴것과 같은 과오를 되풀이할가봐 걱정하고있다는것을 뜨겁게 느끼였다. 전호진은 심철범이 최고사령관동지께서 직접 임명하신 공사의 총지휘관이란 사실을 잊지 않았다. 군인으로서 그는 상급의 권위를 보장해주는것을 자기의 의무로 여기고있었다. 그러나 그에게는 장기간의 실천공사의 경험에 의하여 얻어진 타산이 있었다. 공사에서 기본이 안전성이라는것이였다. 바로 이것이 정치위원도 편들어준 심철범의 주장을 받아들일수 없게 하는것이였다.

《더 말씀할게 없습니까?》

전호진은 일어서려고 물었다.

심철범은 잠시 말이 없다가 천천히 말했다.

《있소. 참모장동무, 이걸 보시오.》

그는 메고있던 전투가방에서 그림을 그린 종이장을 꺼내들고 전호진앞으로 다가가 맨 바닥에 펼쳐놓았다. 그 종이장에는 붉은 선으로 표시된 굴진갱도의 단면과 푸른 선으로 표시된 아치시공과 측면시공도면이 그려져있었다.

심철범은 얼굴을 쳐들지 않았지만 전호진이가 자기 등뒤에서 들여다보고있다는것을 느끼고 손가락으로 종이를 짚으며 말했다.

《붕락개소에 철근으로 아치를 들이고 먼저 시공을 한단 말입니다. 어떻습니까?》

《그건 할수 있지요.》

전호진은 아직 심철범이 묻는 의도를 알수 없어서 무뚝뚝하게 대답했다.

《아치시공은 굴진에서 흔히 쓰는 공법입니다. 물론 동무가 더 잘 알겠지만, 그런데 이 공법이 붕락으로 오는 인명피해를 방지할수 있는 방도로 될수 있다는것은 생각해보지 않았습니까?》

《어떤 생각말입니까?》

전호진이 문득 물었다.

《아치시공을 하기만 하면 붕락을 미리 막을수 있다는데 대해서 말입니다.》

《그럴수도 있지요. 그러나 붕락개소는 타입공간이 너무 넓단 말입니다. 그 넓은 공간을 무엇으로 메꾼단 말입니까?》

전호진은 도면에서 눈을 뗐다.

심철범은 자기 말이 이가 들지 않았다는것을 느꼈으나 덤비지 않고 침착하게 계속했다.

《이중으로 떨어지는 붕락이 그걸 메꿀것입니다. 바위가 부서질 때 용적이 늘어난다는것을 상기해보시오.》

《중장동지.》 전호진은 견결하게 말했다. 《나는 중장동지의 의견에 정말 동의할수 없습니다. 지나친 모험이란 말입니다. 철근아치가 이중으로 떨어지는 그 붕락의 무게를 당할수 없습니다. 그건 아직 누구도 시험해보지 않은 문제가 아닙니까? 한두번 시험해서 성공했다고 봅시다. 그 성공을 믿고 우리는 모험을 할수 없습니다. 모험의 결과를 책임질수 없단 말입니다. 그것은 돌이킬수 없는것이기때문입니다. 지난날의 경험이 그걸 보여줍니다. 10년간 낸 희생만 해도 그런데… 전 반댑니다.》

이때 쿵 하는 폭음과도 같은 큰소리가 들렸다. 다음순간 바람과 함께 돌가루가 휴계실로 쓸어들어와 두사람에게 들씌워졌다. 이미 붕락된 개소가 이중으로 붕락된것이다.

그들은 바위처럼 굳어졌다.

달려가보지 않아도 그들은 붕락의 크기를 눈앞에 그려볼수 있었다. 적어도 열톤짜리 대형화물자동차 두대를 겹쳐놓을만한 공간이 굴천정에 생겼을것이였다.

두 사람은 까딱 움직이지 않고 각기 자기 생각에 잠겼다. 그러나 그들은 밤에도 잠들지 못하게 하고 낮시간에도 잊어버릴수 없었던 문제, 무엇을 하든 무슨 말을 하든 한순간도 그들의 머리에서 떠난적이 없었던 하나의 문제를 생각하고있었다. 그것은 0026호명령은 어떻게 되겠는가 하는것이였다. 그리고 이것이 그들의 의견을 끝내 하나로 합치지 못하게 하였다.

드디여 심철범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야기가 끝났다는것을 알리는것이였다. 전호진은 알릴락말락하게 한숨을 내쉬였다.

《돌아갈만 합니까?》

심철범이 나직이 대답했다.

《어서 가보시오.》

그러나 그들은 같이 걸어갔다. 밖으로 나가는 통로는 오직 하나 갱도밖에 없었던것이다. 기본갱을 한참 가다가 작업갱으로 올라가서 밖으로 나올 때까지 긴 시간 그들은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그들이 자기 지휘처로 각기 방향을 꺾게 되였을 때 심철범의 목소리가 울렸다.

《잠간만!》

전호진이 돌아보았다.

《내 말이 납득되지 않은것 같은데?》

심철범의 목소리에는 그에게 어울리지 않는 미안해하는 어조가 느껴졌다.

《납득이 안됩니다. 중장동지.》

전호진이 견결히 대답했다.

《할수 없지.》 심철범은 날카롭게 말했다. 《가보시오.》

그리고 전호진이 자리를 뜨기전에 먼저 걸어갔다.

붕락이 있은 19갱에서 작업이 중단된채 또 하루의 캄캄한 밤이 닥쳐왔다.

그밤 심철범의 사무실에서는 관리국관하의 각 부대, 지원부대의 지휘관들의 모임이 있었다. 이 모임에 전호진은 사정이 생겨서 참가하지 못하겠다고 하였다. 심철범은 더 따지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하여 불가피하게 붕락구간을 직선돌파할데 대한 명령을 전례대로 현장지휘관인 참모장 전호진이 아니라 심철범이 내리게 되였다.

《자, 시작합시다. 동무들!》 심철범이 방금 일어서서 명령서가 찍힌 서류를 펼쳐드는데 손기척도 없이 문이 벌컥 열리더니 리완수가 들어섰다.

그는 사람들의 의아해하는 눈길이 자기에게 쏠린것도 개의치 않고 곧장 심철범의 책상앞으로 걸어가서 흥분한 어조로 귀속말을 했다.

그의 낮은 목소리에서 사람들도 몇마디를 가려들을수 있었다.

그것은 《새 명령서하달을 보류하는것이 좋겠습니다. 잠간, 저의 방으로 가십시다.》라는 소리였다.

《잠간.》 하고 심철범은 지휘관들에게 량해를 구하고 리완수를 따라 그의 방으로 나갔다.

리완수는 방금 심철범의 방에서 귀속말을 하던 때와는 달리 침착한 어조로 말했다.

《참모장동무는 자기의 의견을 총정치국대표를 통해 최고사령부에 통보하겠다고 했습니다.》

심철범의 얼굴이 대번에 상기되였다. 그는 침울하게 물었다.

《그래서요?》

《저는 동의하였습니다.》 하고 리완수는 말했다.

《우리모두는 절대적으로 완성된 지휘관들은 아니니까요. 그의 제의는 틀림없이 최고사령관동지앞으로 들어갔을것입니다.》

방안에는 무거운 침묵이 흘렀다.

그 침묵을 깨고 심철범이 입을 열었다.

《한가지 물어봅시다. 정치위원동무는 왜 나의 의견을 지지했습니까?》

《지금은 자폭정신, 육탄정신이 필요할 때이니까요!》

심철범은 더 묻지 않았다.

다시 침묵이 흘렀다.

 

13

(1)

 

우리 인민의 현대 혁명력사에서 류례없는 《고난의 행군》이 시작된 1995년의 나날 세계 대다수 대중보도수단들은 조선의 종말을 기정사실로 공포하고있었다.

미국의 강경보수세력은 자기들의 장래운명을 점쳐보면서 숨을 죽이고있는 세계의 진보적인류를 더욱 놀래울 자료를 언론에 제공하고있었다.

그리하여 언론들의 파장과 지면들에는 이때까지 극비에 붙여지고있던 대조선정책자료들이 실리게 되였다.

불과 한두달전 미중앙정보국 밀실에서 있은 보브 돌을 비롯한 강경보수세력의 중추적인물들의 비밀모의와 관련한 보도도 이미 세상에 공개되였다. 미국을 괴수로 하는 세계반동들은 승리에 완전히 도취하고있었다.

사회주의조선의 운명을 건질 힘은 이 세상에 없을것 같았다.

미국의 암시를 받은 남조선당국자들은 공화국북반부를 통합한 후의 《정치구조》를 짜느라고 병합된 도이췰란드에 비밀리에 이른바 《모사진》을 파견하였으며 우리 지역에 파견할 《도지사》 임명놀음까지 새로 벌리였다. 《조미기본합의문》채택후 우리 나라와 거래를 시작하려던 외국의 투자가들은 모두 엉거주춤해버렸다.

한두해가 지나서 자기들의 패배가 명백해진 때 미국의 강경보수집단의 기본두뇌라고 하는 카네디기금 상급연구사 호케르는 《뉴욕 타임스》지에 낸 글에서 《우리가 믿은것은 북조선을 휩쓸게 될 기아와 함께 김일성주석이 김정일령도자에게 넘겨준 간부팀의 수명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사실과 관련되여있었다.》라고 고백하였다. 호케르의 그 고백은 무근거한것이 아니였다. 왜냐하면 강경보수세력의 두목인 보브 돌은 비밀모의들에서 《북조선의 당정치국 비서국 성원중의 대다수가 70살이상의 고령이다. 이들의 생리적수명이 끝나게 되면 김정일령도자는 더는 믿음직한 측근세력을 가지지 못할것이다.》라고 흰소리를 쳤던것이다.

우리 인민이 허리띠를 조이고 《고난의 행군》을 하고있던 1995년의 나날, 원쑤들이 《북침》전쟁연습을 미친듯이 벌리며 흰기를 들라고 포성으로 위협하고 식량을 실은 배들을 동서해에 정박하여놓고 《개혁》과 《개방》을 요구하며 포성없는 현대판 포함외교를 들이대고있던 그 나날에 세계의 대중보도수단들은 미국의 승리만을 전하였다.

보도들에서는 열손가락에도 안들 변절자들의 이름이 렬거되고 홍수에 말려 두만강과 압록강을 건너간 사람들의 수자까지 합쳐 굉장히 떠들어대고있었으며 식량공급소들에 줄을 서있는 사람들의 수자를 밝히고있었다. 그때의 보도들에는 공장, 기업소들과 매개 가정들에서 자체로 살아나가기 위해 애쓰면서 사회주의국가를 도와나선 사실이 언급되지 않았다. 허리띠를 조이는 속에서도 유치원과 학교, 병원들이 문을 닫지 않고있으며 고령의 당과 정부의 간부들이 매 가정들을 찾아다니며 밥가마도 열어보고 싸가지고간 점심밥도 나누어먹으며 늙은이들에게 담배를 권하고 지난날에 비하면 지금의 고난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고무해준것도 언급되지 않았다. 그때의 보도들은 조선인민경비대 군인들이 금릉2동굴과 청류다리(2단계)건설, 평양-향산관광도로건설에서 매일 눈부신 성과를 올리고있으며 더구나 세계굴지의 대규모 금강산발전소건설이 진행되고있다는 사실에 대하여서는 침묵을 지켰다.

그러나 어쨌든 적은 떠들어댔으며 우리가 손을 들기를 기다리고있었다.

1995년 2월 25일 오진우가 사망하였다.

그가 중병을 앓고있다는것을 알게 된 때로부터 초조히 기다리고있던 적들은 조의식장과 영결식장에 나오신 김정일동지께서 슬픔에 잠겨 안경을 벗어들고 손수건으로 눈물을 훔치시는 화면이 조선중앙텔레비죤에 비쳐지자 환성을 올렸다. 오진우를 전 세대의 대표자로 여기고있던 그들은 그의 서거를 저들이 바라고있던 사변의 서곡으로 여기였던것이다. 틀림없이 김정일령도자에게는 무서운 타격으로 될것이다. 자기가 의지하고있던 기둥이 뽑히게 되고 헤여날수 없는 궁지에 몰리게 되면 그에게도 그 어떤 《변화》가 일어날것이다. 집권이후의 그의 정치신념인 계승에 바늘구멍만 한 짬이라도 생겨라! 적들은 그것을 학수고대하며 또 믿었다.

그러나 그이의 눈물을 전혀 다르게 분석하는 사람도 있었다.

우리 나라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을 꼬박꼬박 일기에 적어넣고있던 이전 쏘련원수 드미뜨리 야조브는 조선중앙텔레비죤에 비쳐진 화면을 보고 이렇게 썼었다.

《그이의 눈물은 순수한것이다. 어머니는 자식의 죽음을 두고 그 어떤 리해관계를 가지고 우는것이 아니라 본능인 모성애로 우는것이다. 19세기 로씨야의 평론가 벨린스끼는 눈물을 리기주의의 산물이라고 하였다. 허나 오늘 김정일동지께서는 자신을 생각하며 눈물을 흘리신것은 아니다.》

그는 그날 일기장의 여백에 다음과 같이 더 써넣었다.

《어째서 미국량반들은 그이의 로작 〈혁명선배를 존대하는것은 혁명가들의 숭고한 도덕의리이다〉를 보지 못했단 말인가. 그들이 청맹과니이기라도 했단 말인가. 아니다. 반공광증에 미쳐난 그들은 이 로작을 의식적으로 외면했던것이다.》

오진우가 운명하기 몇시간전 김정일동지께서는 그를 또다시 찾으시였다. 그이께서는 오진우의 살이 다 빠져서 앙상해진 손을 잡으시였다. 그러자 생명의 전류라도 흘러든듯 그는 의식을 차리였다.

그의 입에서 알릴듯말듯 이런 소리가 흘러나왔다.

《…고… 맙습… 니다…》

무엇이 고맙다는지 앞뒤가 없어서 알아들을수 없는 소리였다. 침상곁에 둘러선 사람들, 총참모장 최광도 오진우의 부관도 담당의사도 낮이나 밤이나 그의 곁에서 떠나지 않던 딸도 그 소리를 장군님께서 자기를 찾아주시여 고맙다는 뜻으로 짐작할뿐이였다.

그러나 김정일동지께서만은 앞뒤가 없는 그 외마디소리의 뒤대사를 정확하게 그리고 감명깊게 느끼고계시였다.

바로 그 몇시간전에도 김정일동지께서 오진우를 찾으시였었다. 오진우가 의식을 잃지 않았을 때였다. 그때 오진우는 자기 손이 차지만 마지막으로 잡아보자고 하면서 김정일동지의 손을 잡았다. 그는 그때에도 고맙다는 말씀을 올리였다. 그는 그 말씀을 올리면서 두가지 이야기 즉 나이가 든 최중권상장을 제대시키지 않고 대련합부대의 사령관으로 임명한데 대해서와 금강산발전소건설을 계속하기로 한 사실을 이야기하였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환자의 손을 잡고있는 자신의 손에 힘을 주시며 이렇게 말씀하시였다.

《걱정마십시오. 원수동지, 최중권상장을 우리가 잘 돌봐주겠습니다. 그리고 금강산발전소도 념려마십시오!》

오진우의 두눈에 눈물이 고이더니 관자노리를 타고 흘러내렸다. 맥이 진한 그는 그것으로써 고맙다는 말을 다시 하였다.

그러나 이 순간 김정일동지께서는 그의 목소리가 아닌 전혀 다른 목소리, 우렁우렁하면서도 부드럽고 자애깊은 목소리를 들으시였다. 그것은 어버이수령님의 목소리였다. 그이의 눈앞에는 10년전 일이 펼쳐졌다.

오진우는 뜻밖의 사고로 중태에 빠지였다.

급보를 받고 병원으로 달려오신 김정일동지께서는 한참 망연자실하여 서계시였다.

수령님께서도 병원으로 찾아오시였다. 그 어떤 일에도 락담을 모르시던 수령님께서 머리를 흔드시며 숱한 싸움판에서도 죽지 않던 사람이 이렇게 죽다니 하고 비통하게 말씀하시였다.

이 순간 김정일동지께서 의사들앞에 나서시였다.

《마음놓고 수술칼을 대시오! 환자가 인민무력부장이란 사실을 잊어야 합니다. 립회는 내가 서겠소!》

수술이 진행되였다. 그것은 째고 붙이고 하는 수술이 아니라 인체의 모든 기관을 새로 만들어낸것과도 같은 기적적인 창조였다.

그 기적이 어디서 온것인가를 잘 아시는 수령님께서 김정일동지의 손을 잡고 말씀하시였다.

《고맙소!》

그후 쏘련군대의 원수병원에서 후유증에 대한 치료를 받고 돌아오는 오진우를 비행장에서 맞이한 수령님께서는 그의 완쾌된 몸을 보시자 너무 기쁘시여 어서 김정일비서에게 귀를 잡고 절을 하라고 하시면서 크게 웃으시다가 김정일비서동무, 고맙소. 정말 고맙소…》 하고 목이 메여 말씀하시였다.

그 오진우가 끝내 눈을 감았다. 병원에서 돌아와 몇시간 후에 병원 원장으로부터 걸려온 전화를 받고 김정일동지께서는 오래도록 어깨를 들먹이시였다.

너무도 긴 시간 찾지 않는것을 이상히 여겨 곽무선이 슬며시 집무실로 들어갔다가 가슴이 섬찟하게 놀랐다. 그이의 두눈은 시뻘겋게 충혈되고 집무탁우에는 으스러지게 틀어쥐여서 부러진것이 분명한 마찌크가 놓여있었다.

미국의 정책작성자들은 혁명선배를 존대할데 대한 그이의 로작을 야조브가 일기에 쓴것처럼 결코 외면하지는 않았다. 반대로 그 로작을 깊은 관심을 가지고 눈을 주어 구절구절 파보았다. 그러나 승리에 도취되고 우리 공화국을 압살하는데 혈안이 된 그들은 아전인수격의 판단 즉 그것을 전 세대가 끝나가는데 대한 위기의식의 반영으로 속단하였다. 물론 혁명선배인 전 세대는 김정일동지께서 의거하고계시는 큰 기둥이였다. 오진우의 경우는 그이의 오른팔이라고 할수 있었다. 언제인가 그이께서는 오진우를 데리고 사진을 찍으신 일이 있는데 그때 그는 오른쪽에 서라는 그이의 말씀을 마다하고 왼쪽에 서면서 말하였다.

《저는 장군님의 왼쪽팔에 불과합니다.》

《아닙니다. 무력부장동지는 나의 오른팔입니다.》

이렇게 말씀하시면서 김정일동지께서는 그를 오른쪽에 세우고 사진을 찍으시였다.

1974년 우리 당 력사에서 특별한 의의를 가지였던 정치국회의에서는 김정일동지를 정치국위원으로 추대하였다.

그날 정치국회의에 참가하였다가 집으로 돌아온 오진우는 밖에서 벌어지는 일체의 사실을 나타내지 않던 전례를 깨뜨리고 《됐다! 이젠 됐다!》라고 하면서 이날 있었던 일을 발설함으로써 가족들을 깜짝 놀래웠다.

이런 오진우를 잃은것은 그이께 있어서 만회할수 없는 손실인것만은 사실이였다. 그러나 나무는 죽어도 서있는다고 오진우를 포함한 전 세대는 끝나도 귀중한 혁명정신은 남기는것이다.

오진우는 림종때에 1211고지에서 함께 싸운 전우들, 인민군대안에서 몇명 남지 않은 전쟁로병들을 부탁하였고 자기가 수령님의 뜻을 받들고 해온 금강산발전소건설을 걱정하였다. 미사려구를 모르고 작전도에 화살을 그어가듯이 실천적인 말만을 하는데 습관된 그의 이 당부는 단순한것이 아니였다. 그것은 후대들이 전통과 계승으로 살며 전통과 계승으로 승리하라는 전 세대의 의사를 대변하는 의미깊은 조언이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오진우와의 영결식이 끝나고 대성산혁명렬사릉에서 내려오는 즉시 장례식에 참가하였던 각 군종, 병종 사령관들과 대련합부대사령관들을 최고사령부의 회의실에 부르시였다.

회의장에 들어와앉은 장령들은 그이께서 나오시기를 긴장하게 기다리였다. 그들은 최근 미국에서 전 회계년도보다 1. 8% 더 많은 군사비지출이 강경보수파 의원들의 주장대로 비준되였으며 뉴욕에서 경수로제공실무회담이 중단되고 미, 일, 남조선사이에 동방의 《나토》라고도 할수 있는 삼각군사동맹이 결성된 사실을 알고있었다.

드디여 김정일동지께서 최광차수를 데리고 주석단에 나오시였다. 그이와 나란히 앉았던 최광이 그이께서 넘겨주시는 타자친 종이장을 받아들고 천천히 걸어서 연탁앞에 나섰다. 그는 젊은 시절의 챙챙한 목소리를 되살리려고 애쓰면서 최고사령관명령서를 대독하였다. 그것은 조선인민군 각 군종, 병종, 대련합부대들이 금강산발전소건설장의 중요구간들을 하나씩 맡아서 해제낄데 대한 명령이였다. 모든 장령들이 이 뜻밖의 명령에 어리둥절해지기도 하고 의아해하기도 했다. 현지에서 무력부장의 장의식에 참가하기 위하여 평양에 왔다가 회의에 참가한 심철범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그도 회의장에 들어오면서 정세를 우려했고 솔직히 공사의 운명도 생각했다. 그런데 일은 정반대로 되였다. 그는 명령서를 접하고나서 공사에 대한 자신의 립장이 아직도 철저하지 못하며 동요가 있다는것을 의식하였고 어떤 경우에도 한번 내리신 결심을 무조건 관철해나가시는 최고사령관동지의 의지에 대하여 깊이 생각하게 되였다. 그러나 그는 최고사령관동지의 의지가 무엇에 기초하고있는지도 그리고 그이께서 매일, 매 순간 서거하신 수령님과 마음속으로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혁명선배들의 유언을 하루한시도 잊지 않으신다는 사실에 대해서도 알지 못하였다.

 

( 다음호에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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