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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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남철이네 중대장을 희생시킨 붕락사고가 있은 갱막장은 텅 비였다.
지휘관들은 병사들을 한명도 남기지 않고 물러가게 하였다. 《이슬》이 돋기 시작한 굴천정에서 또 언제 무거운 붕락이 있을지 모르는것이였다. 그리고 그들자신은 갱막장에서 얼마 떨어진 휴계실에서 회의를 가지였다.
그 회의는 현장군정간부회의였다.
심철범자신과 리완수, 전호진참모장, 기술부장, 작전부장, 총정치국대표 차인중과 그밖의 19갱을 맡은 구분대의 지휘관들이 통나무를 쪼개서 만든 의자에 자리를 차지했다. 약간 떨어진 문가(문이라고 해야 휴계실이라고 쓴 바위를 놓아서 작업장과 구별되게 만든것이다.)에 보위색 잠바옷을 입은 장년의 사나이가 자리를 잡았다. 그는 이 공사의 기술적측면들과 국가적인 보장문제를 위임받고있는 정무원사무국의 부부장이였다.
촉수낮은 전구를 매달아놓은 굴은 어둑컴컴했다. 여기저기서 바위부스레기 떨어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붕락된 바위를 들어내지 못한 굴안은 매우 답답한 감을 주었다.
언제나 그렇듯이 군정간부회의 참가자들은 누구나 회의장으로 들어오면서 우선 심철범을 피끗 쳐다보고 그의 얼굴표정에서 방금 무슨 새 사건이 일어나지 않았는가 하는것을 판단해보려고 하였다. 심철범의 얼굴은 침울하고 고독해보였다. 안경을 낀(그는 원래 안경을 끼지 않았으나 갱막장이 어두워서 안경을 끼기 시작했다.) 그의 한쪽 눈이 별로 우묵해보였다. 그는 처음 부임되여 올 때보다 몹시 수척해졌다.
군인 하나가 커다란 바위돌을 굴려다놓고 그우에 올라서서 방금 끊어진 전등알을 바꾸어 끼우고있었다. 갱내 전등은 달아오른 유리에 석수가 떨어져서 얼마 못 견디고 끊어지군하였다. 사람들은 심철범과 그의 왼쪽에 앉은 전호진이 서로 눈길이 마주치는것을 피하고있는데 주의를 돌렸다.
그 군인은 자기가 있기때문에 회의를 시작못하고있다는것을 알아차리고 분주히 서둘다가 올라서느라고 굴려온 바위를 치우지 못한채 물러갔다.
심철범은 새로 끼운 촉수높은 전등의 불빛으로 해서 눈살을 찌프리더니 안경을 벗었다가 다시 끼였다. 그는 자기 안경의 한쪽 유리가 깨여졌고 그것으로 해서 눈이 이상하다는것을 모르고있었다.
《그럼 시작합시다. 동무들.》
그는 조용히 말했다. 그런데 참가자들에게는 마치 심철범이 회의를 시작하고싶지 않아 마지 못해 억지로 말하는것처럼 생각되였다.
장내가 조용해졌을 때 그의 오른쪽에 앉은 리완수가 사업수업을 펼치다가 그것을 떨구어 바스락소리를 냈다. 심철범이 맞갖잖은 눈길로 그를 보자 리완수는 얼른 수첩을 집어들었다.
《다 아다싶이 이번에 19갱에서는 큰 희생을 냈습니다.》 심철범은 여전히 조용한 음성으로 말을 이었다. 《나는 사고와 관련하여 참모장동무의 견해를 들어보자는겁니다. 참모창은 말하기를… 먼저 말할게 없지. 참모장동무, 어서 말하시오.》
굴천정에 매달아놓은 전등알에 물방울이 떨어지며 뿌지직 소리를 냈다. 그러나 아무도 이에 주의를 돌리는 사람은 없었다. 전호진이 일어섰다. 그는 이마를 손으로 올리쓸고나서 사람들을 둘러보았다.
《문제는… 다음과 같습니다. 19갱을 직선돌파하는가 아니면 에도는가? 나는 19갱의 붕락구간을 에도는것이 합리적이라고 봅니다. 더 이상은 희생을 낼수 없습니다.》
회의참가자들속에서는 일체 반응이 없었다. 그들은 침묵을 지키고있었다. 전호진이 말을 계속했다.
《또 한가지 다른 갱들 다시 말하면 붕락이 계속되는 갱들에서도 직선돌파가 아니라 우회하자는겁니다.》
장내에는 여전히 침묵이 계속되고있었다. 심철범은 자기앞에 있는 음료수통을 올려놓기 위해 만든 소탁에 연필을 그루박으면서 침울하게 앉아있었다. 그는 장내의 침묵이 무엇을 의미하는가를 느끼고있었다. 벌써 몇해째 공사를 계속해오고있는 대다수 지휘관들이 전호진을 지지하고있는것이였다.
기술부장과 19갱의 지휘관들은 심철범을 지그시 쳐다보았다. 정무원사무국 부부장은 외관상 무관심한 태도를 취했다. 그와는 반대로 리완수는 흥분한듯 펼쳤던 수첩을 탁 덮으며 거칠게 숨을 몰아쉬였다.
그 숨소리에 비로소 심철범은 여념없는 자감상태에서 깨여난듯 싶었다. 그는 또다시 안경을 벗어쥐였다. 그의 눈을 똑바로 본 사람들은 심철범이 어딘지 마음속깊은 곳에서 설레이는 폭풍을 꾹 참고있는데 그것이 이제 터져나올것만 같은 감을 느끼였다. 그러나 심철범은 목소리를 높이지 않고 말을 시작하였다.
《전호진동무는 자기의 이 의견을 아침에 이미 말했습니다. 나는 그 의견이 좀 이상하게 여겨졌습니다.》
리완수가 또 한번 거친 숨소리를 냈다.
심철범은 마치도 이 소리를 듣지 못한듯 아까와 같은 가라앉은 어조로 자기의 생각을 전개했다.
《전호진동무의 제의는 본질상 0026호명령에서 제시한 공사기일을 거부하는것과 같습니다. 그렇습니다. 거부입니다.》
그는 력점을 찍어 이 말을 되풀이했다. 《왜냐하면 우회해서는 공사기일을 보장할수 없기때문입니다. 나는 리해되지 않습니다.》
심철범은 마지막말을 비통하게 하고나서 지금까지 꽉 쥐고있던 연필을 탁자우에 내던졌다. 그는 여전히 전호진을 보지 않고 안경을 다시 꼈다. 그때에야 비로소 한쪽 안경알이 깨진것을 알고 상의 웃주머니에 넣었다. 그리고 그다음부터 내내 눈을 쪼프리고 말했다. 그것은 그의 말의 필사적인 의미를 강조해주는듯 하였다. 그는 간단히 물었다. 상대들이 참모장편이라는것을 알면서도…
《누가 말하겠습니까?》
수첩을 접은채 쥐고있던 리완수가 그것을 무릎우에 놓았다. 그리고 손바닥으로 탁 소리가 나게 쳤다. 그가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참모장동무!》
그리하여 사람들은 그가 참모장의 의견에 불만을 품고있다는것을 알았다.
그러나 전호진은 가만있지 않았다. 그는 조용하나 날카롭게 말했다.
《정치위원동무, 지금은 회의입니다. 아니 나의 말을 막지 마시오. 결정된 다음엔 나도 두말을 하지 않겠습니다.》
《그래 결정을 지어봅시다.》 심철범이 감정이 터지려는 두사람 사이를 갈라놓듯이 말했다. 《정무원사무국 부부장동무, 정무원의 의견을 들었으면 합니다.》
부부장이 일어섰다.
《0026호명령이 내려진후 기술적측면에서 많은 결정권이 군인들 손으로 넘어갔습니다.》 그는 이 점을 강조하려는듯 또박또박 말했다. 《장령동지도 아시다싶이 붕락구간을 에돈다는것은 공사의 설계를 변경시킨다는것을 의미합니다. 그 설계는 정무원이 책임지고 만든것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설계를 변경시킬 용의를 가지고있습니다. 참모장동무의 제의에도 일리가 있으니까요.》
정무원사무국 부부장은 잠바옷자락을 아래로 당기고나서 앉았다. 무거운 침묵이 깃들었다. 리완수의 흥분에 찬 숨소리만이 들릴뿐이였다.
《나는 오늘 아침에도 중장동지에게 말했습니다만 지금 다시 말하겠습니다.》
마침내 전호진은 흥분을 숨기지 않고 말했다.
《우리는 세명의 희생을 낸 19갱의 붕락사고가 있은후 전면적인 암질조사를 진행했습니다. 붕락구간은 수백메터에 달할것이라는 조사결과가 나왔습니다. 이 구간을 돌파한다는것은 모험입니다. 문제는 거기에만 있지 않습니다. 오히려 에도는것보다 시간을 더 허비한다는데 있습니다. 그리고 이 과정에 있게 될 희생에 대하여서는 감히 입밖에 낼수도 없습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대답해주십시오. 중장동지.》
《나는 19갱을 맡은 부대장으로부터 공사에 필요한 자재형편에 대해서 보고받을것을 제기합니다.》 심철범은 대답대신 이렇게 말하고 나서 한마디 더 했다. 《오늘 그는 자기 부대에 할당된 자재형편에 대하여 나에게 보고한바 있습니다.》
전호진은 무슨 새 자료가 있다면 어째서 누구보다 먼저 자기에게 알리지 않았는가 하고 무언의 질문을 하는듯 부대장인 키가 작달막한 상좌를 바라보았다.
상좌가 말했다.
《오늘 우리는 부대에 할당된 공사용자재 예비에 대한 정기총화를 진행했습니다. 내가 마침 참모장동지를 찾아가려는데 참모장동지가 저의 방에 들려서 10분후에 회의가 있다고 하였습니다.》
상좌는 수첩을 펼쳤으나 수첩은 보지 않고 말을 계속했다.
《우리에게 자기가 맡은 구간인 220메터의 거리를 굴진할수 있는 폭약과 도화선, 정대용바이트와 그리고 그밖의 보충적인 자재들이 있을뿐입니다. 만일 우회로를 타고나가는 경우 그 거리는 두배로 늘어납니다. 이것은 두배의 자재를 보충받아야 한다는것을 의미합니다. 저희들은 상급참모부로부터 더 보충받을수 있는 자재가 없다는 사실을 통보받았습니다.》
전호진의 얼굴은 괴로운듯 이그러졌다. 그는 분주히 담배를 꺼내붙이더니 부대장인 상좌의 말을 중단시켰다.
《그건 다른 문제요. 그건 따로 토론합시다. 자재를 줄지 안줄지 동무가 뭘 아는가?》
상좌는 입을 다물고 수첩을 집어넣었다.
《참모장동무, 흥분하지 마시오.》 하고 심철범이 말했다. 《한가지 더 있습니다. 갱도충진용모래와 세멘트운반을 맡은 차관리부장의 보고를 들어봅시다. 그는 우리들중 누구보다도 이에 대해서 잘 알고있습니다.》
모두의 시선이 키가 크고 어깨가 쩍 벌어진 전형적인 군인형의 한 중년의 대좌에게로 쏠렸다. 바로 그가 수만톤의 공사용물동운반을 책임진 차관리부장이였다. 그는 대부분의 시간을 상원세멘트공장과 안변모래채취장에서 보냈다.
그리고 기름사정이 긴장되자 그의 모든 관심이 거기에 돌려져있다.
차관리부장은 담배를 피우다가 심철범의 제의를 듣자 담배불을 돌바닥에 비벼 끄고 어떻게 할가 망설이면서 심철범중장을 바라보았다. 심철범이 고개를 끄덕이자 차관리부장은 일어서서 말했다.
《자동차들은 밤낮으로 뛰고있습니다. 하루에 평균 2천톤의 세멘트와 모래가 갱도들에 운반되고있습니다. 이것은 막대한 량의 휘발유와 디젤유를 길바닥에 뿌린다는것을 의미합니다.》
상원에서 날라오는 세멘트는 그렇다치더라도 그 몇배로 되는 모래는 안변으로부터 수백리를 달려서 날라오고있다는것은 누구나 알고있었다. 회의장 한쪽벽에 걸려있는 지도에는 모래운반도로가 중환자의 체온표모양 구불구불 붉은 선으로 그려져있었다. 그 길은 안변 남대천으로부터 서쪽으로 뻗어가다가 고산에 이르러 갈지자로 굽이굽이 철령을 넘어 각 작업장들을 향해 여러갈래로 갈라져 동서남북으로 뻗어갔다.
《형편은 극히 곤난합니다.》 전호진이 웅글게 말했다. 《이것은 누구에게나 명백합니다. 륜전기재는 장거리를 뛰다나니 부속이 못쓰게 되고 기름은 모자랍니다. 그렇지만 우리는 수만톤의 모래를 안변에서 날라오지 않을수 없습니다. 어쨌든 내가 리해할수 없는것은…》 여기서 그는 상관의 앞이라는것도 잊고 어성을 높였다. 《이 모든것이 큰 문제로 제기되지 않는다는것입니다.》
《아니 대단히 큰 문제입니다.》 심철범이 말했다. 《갱도를 우회해서 뚫는다면 이 모든 형편이 더 어려워진다는것입니다. 그것은 직선돌파를 할 때보다 모래와 세멘트가 더 많이 들기때문입니다. 나는 이것을 계산해봤습니다. 우리가 우회로를 택하는 경우 더 들게 되는 물동량은 무려 5만톤입니다. 여기에 필요한 자동차는 120대, 기름은 2천톤입니다. 지금 형편에서 국가로부터 이것을 추가공급받기는 어렵습니다.》
수첩을 펼쳐 뭔가 적고있던 리완수가 그 말을 듣자 흥분을 누르고 천천히 말했다.
《그것은 나도 계산해봤습니다.》
심철범은 리완수의 그 흥분이 더 터지지 않도록 하려는듯 연필로 나무탁자를 두드렸다.
《나는 거듭 말하겠습니다.》 전호진이 리완수의 비난을 무시하는듯 태연자약한 태도로 말했다. 《우리는…》
《당은 우리에게… 우리 군인들에게 이 공사를 최단기간내에 완공할 임무를 맡겼습니다.》 하고 리완수는 그의 말을 성급히 막았다.
《옳습니다!》 전호진이 그의 말을 받았다. 《그러나 수만명 군인들의 생명도 맡겼습니다.》
전호진은 정치위원앞에서 자중할줄 알았다. 그러나 지금 그렇게 하기가 매우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갱도안이 선선했지만 손수건을 꺼내서 이마의 땀을 급히 씻고 확고한 목소리로 말했다.
《나는 물론 공사의 한 지휘관으로서 충진에 대해 생각합니다. 그러나 그것은 차후의 문제입니다. 우회로를 택하여 굴진을 해놓으면 충진은 또 무슨 변동이 있게 됩니다.》
전호진은 앉았다.
또다시 고통스러운 침묵이 닥쳐왔다.
작전부장은 전호진이 내놓은 제의와 같은 견해를 가지고있었으나 심철범과 리완수를 한편으로 하고 참모장을 다른 편으로 하는 매우 첨예한 론쟁에 감히 개입하지 못하고있었다.
다른 참가자들은 이보다 더욱 난감한 처지에 있었다. 그 사람들보다 직급이 낮은 그들은 자기들이 순전한 기술적문제에 대해서도 충분한 경험을 가지고있다고 생각하지 않았고 그럴수도 없었다. 게다가 그들에게는 다른 걱정만 해도 너무나 많았다.
직급이 낮은 그들은 발생한 론쟁의 본질에 대해서 함부로 말하기가 곤난하였다. 전호진의 제의의 합리성이 그들의 지지를 불러일으켰다. 직선돌파는 그들에게 있어서 섶지고 불속에 들어가는 모험이였다. 장기간의 공사에 지칠대로 지친 그들로서는 공사의 안전성이 기본이였다. 그러나 우회로를 반대한것은 이 공사의 총지휘관인 심철범장령과 정치위원이였다. 그러므로 참모장의 제의에 선뜻 동의한다고 말하기 힘들었다.
심철범과 리완수가 전호진의 제의를 내놓고 반대한것은 사실상 토의결과를 사전에 결정한것으로 되였다. 결국 작전부장이나 그밖의 회의참가자들은 직선돌파를 찬성한다는 의견을 표명하였다.
《무슨 더 하고싶은 말이 없습니까? 전호진동무.》
심철범중장이 뜻밖에 부드럽게 물었다.
전호진은 다시 일어섰다. 얼마동안 그들을 바라보고있던 사람들은 참모장이 생각을 수습하여 자기 제의의 정당성을 증명할 새로운 론거를 찾고있는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다른 론거는 더 나오지 않았다.
《없습니다.》 전호진은 간단히 대답하였다. 《보충의견은 없습니다.》 하고 자리에 앉았다.
《그렇다면 동무들.》 하고 심철범이 결론하였다. 《문제는 명백한것 같습니다. 우리는 전호진동무를 이 공사를 처음부터 지휘해온 경험있는 지휘관으로 존중하고있습니다. 그러나 토의된 오늘 문제에서는 그의 견해에 동의할수 없습니다. 전호진동무, 잠간 기다려주시오.》 그는 이미 낮은 목소리로 덧붙였다.
심철범과 전호진은 갱도안의 휴계실에 단둘이 남았다. 둘다 아까 회의때 앉았던 그 자리에 앉아있었다. 심철범은 《백승》갑에서 담배를 한대 꺼내 부드럽게 매만지더니 성냥을 켜대고 피우기 시작했다. 기침이 나서 담배를 탁자우의 재털이에 놓고 가늘게 피여오르는 연기를 바라보면서 말했다.
《나는 아직은 동무의 의견을 잘 모르겠소. 참모장동무, 아침에 내가 동무의 의견을 집체적으로 토의하자고 제기했을 때 사실 털어놓고 말해서 난 동무가 거절하리라고 기대했댔습니다. 나와 정치위원동무의 견해에 대해서는 동무가 이미 다 알고있는것인데 그래 무엇을 타산했습니까?》
전호진은 습관대로 일어서려고 했다.
《아니, 앉아서 말하시오.》 심철범은 그가 일어서지 못하게 말렸다. 《나는 관직을 떠나서 이야기를 나누고싶습니다.》
그는 재털이에서 담배를 다시 집어들고 몇모금 빨다가 전호진쪽으로 약간 몸을 숙이면서 말을 이었다.
《난 진정으로 몇해째 이 공사를 지휘하고있는 동무를 존중하고있습니다. 그래서 내가 데리고 일해야 할 지휘관을 바꿀수 있는 권한을 받고도 그렇게 하지 않았습니다. 동무야 이전에도 나의 작전의도를 어기고 자기 주장을 고집하다가 실패한적이 있지 않습니까. 공사가 아니고 전투훈련에서 있은 일이긴 하지만…》
심철범이 대련합부대 참모장으로 있을 때 관하려단장이였던 전호진은 자기 고집을 세우면서 참모장의 주장을 무시한채 기계화수단들의 산악돌파에서 우회로를 택하였다가 시간을 지키지 못한 과오를 범하였었다.
《솔직히 말해서 나는.》 하고 심철범이 계속했다. 《동무가 두번다시 그러한 과오를 범할가봐 두렵습니다. 나의 심정을 리해하시오. 다시 말하지만 난 진정으로 동무를 존중하며 그런것만큼 도와주고싶습니다.》
전호진은 말이 없었다.
전호진의 이러한 태도가 심철범에게는 놀랍게 생각되였고 분격을 일으켰으나 꾹 참고있었다.
《우리의 모든 노력은.》 하고 심철범은 또다시 입을 열었다. 《0026호명령관철과 관련되여있습니다. 그렇지 않다면 우리는 둘다 자리를 내놓아야 합니다.》
전호진은 여전히 한마디의 말이 없이 의자에 꼼짝않고 앉아서 어딘지 허공을 쳐다보고있었다. 허심한 담화로 전호진의 부당성을 일깨워주려던 심철범의 의도는 허사로 되였다.
심철범은 다 꺼져버린 담배를 재털이에 집어던지고 단호한 어조로 물었다.
《동무의 침묵을 어떻게 봐야 하겠습니까?》
《나는 할수 있는 말은 다 했습니다. 직선돌파는 모험입니다.》
《그러니 무조건 우회하자는건데 앞으로 어떻게 하자는겁니까? 0026호명령에 제기한 시간을 보장하자는겁니까?》
전호진은 몸을 심철범쪽으로 홱 돌리고 그를 똑바로 쳐다보면서 매 마디를 강조해서 말했다.
《앞으로 어떻게 할것인가 하는 그것이 바로 내가 묻고싶었던 말입니다.》
《직선돌파로 시간을 보장해야 합니다.》 심철범이 웨쳤다. 《위험해도 직선돌파를 해야 합니다.
전호진은 머리를 흔들었다.
《중장동지, 중장동지는 방금 시간문제를 이야기했지요? 어림없습니다. 붕락, 붕락, 또 붕락… 시간은 더 걸립니다. 거기에 희생은 뭘로 보상할셈입니까?》
심철범은 얼굴을 찌프렸다.
《물론 보상할수 없지요.》 심철범은 동의하였다. 《그러나 그래도 그것이 낫습니다. 우회하기 시작하면 끝이 없습니다. 마치 전쟁에서 밀리기 시작하면 끝이 없는것처럼. 그러나 그것도 무시합시다. 나는 내가 료해한 한가지 사실을 말하지 않을수 없습니다. 지난 10년간 이러한 붕락구간을 매번 우회했습니다. 그건 참모장동무가 한 일이니까 잘 알테지요. 내가 말하자는건 공사를 질질 끌어온 리유가 바로 거기에 있다는 사실입니다.》
심철범은 이러한 이야기를 하기가 무척 괴로왔다. 첫 순간에는 그 이야기가 전호진에게 일정한 감동을 주었다. 그러나 전호진은 그 감동으로써도 자기가 납득하지 못했다는것을 의식하였다. 심리적장벽이 극복할수 없이 막아서서 그 어떤 론거도 받아들일수 없게 하였다.
( 다음호에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