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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9 회)

 

9

(2)

 

사흘째 되는 날 저녁에 있은 일이다.

동환의 서재에서 전화종이 울렸다. 누군지 모를 남자가 혹시 김동환대좌동지가 아니냐고 묻더니 그렇다는 대답을 듣자 이렇게 말했다.

《방정국소좌입니다. 아마 저를 모르실겁니다. 상원세멘트공장에 이동작업조를 책임지고 나와있습니다.》

《그런데요?》

동환은 의아해하며 무뚝뚝하게 물었다.

《남철동무한테서 다 들었습니다. 집에 무슨 일이 있다는데 우리가 뭘 도와줄것이 없겠습니까?》

《괜… 괜찮습니다.》

동환은 이렇게 대답하였으나 자기자 지금 허튼 대답을 한다는것을 깨달았다. 그는 곧 당황하여 알아듣지 못할 소리로 중얼거렸다.

《그러니까 우리 남철이가 거기에 이동작업을 나와있다는거지요?》

《그렇습니다. 제가 집에 더 다녀올수 있도록 승인해주었습니다. 뭘 좀 더 도와드려야겠는데 저의 힘으로는 그게 답니다.》

소좌가 이렇게 말하는데 이번에는 그 목소리가 마치도 멀리서 들려오는 소리처럼 들렸다.

《남철이 어머니가 보내준 음식을 우리 전사들이 잘 먹었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예… 예…》

동환은 송수화기를 잡은 손이 화끈거리는것을 느끼면서 황급히 말했다.

《우리 애를 부탁합니다. 잘 도와주십시오.》

《념려마십시오. 부대가 떠받드는 모범군인인데요. 아버님에 대해서는 온 부대가 다 압니다. 장군님께 기쁨을 드린데 대하여 저희들은 감사하게 생각하고있습니다.》

소좌가 말했으나 동환은 그의 목소리를 가려들을수 없었다.

《찾아가 뵙지 못하고 이렇게 전화로 문안을 드려서 안됐습니다.》

동환은 송수화기를 그대로 움켜쥔채 한동안 꼼짝않고 앉아있었다. 그러다가 마치도 그 흰색물건이 새로운 재앙이라도 가져오지 않을가 두렵기라도 한듯이 얼른 받치개에 집어던졌다.

기계적으로 손수건을 꺼내 홍건히 젖은 이마를 닦았다. 병이라도 만난듯이 심장이 아파나기 시작했으나 곧 그것도 잊혀져 아픈것을 느끼지 못했다.

하나의 지긋지긋한 생각이 지금 그를 온통 사로잡고있었다.

《문제가 있구나, 틀림없이 문제가 있어!》라는 피할수 없는 결론이 그의 가슴을 지꿎게 파고들었다.

동환은 전화가 놓여있는 소탁자곁에 앉은채로 아들이 돌아오기를 이제나저제나 기다리고있었다. 지금 남철이가 자기의 모든 의문을 능히 풀어주고 자기의 어깨우에 이처럼 불시에 덮씌워진 무거운 짐을 벗겨주리라고 은근히 기대하고있었다.

현관에서 초인종이 울렸을 때 동환은 그것을 기다리고 기다리던 구원의 종소리로 받아들였다. 그는 틀림없이 남철이라고 생각하고 이번에도 안해 먼저 현관으로 달려나가 부리나케 문을 열었다.

그의 짐작이 틀림없었다. 남철은 아버지에게 고개를 끄덕여보이고는 그냥 지나쳐가면서 동무들을 만나 극장에 갔댔노라고 또 동무네 집에 가야하노라고 한마디 하고는 자기 방으로 들어가버리였다.

동환은 다짜고짜 아들을 뒤따라 그의 방으로 들어갔다.

《너하고 좀 이야기할게 있다.》

《지금 해야 하나요?》

남철은 군복을 벗으며 대꾸했다. 《이웃 현관인데 사복을 갈아입으려고 들렸는데요.》

그는 어머니가 다려서 침대머리에 놓은 와이샤쯔를 입으려고 병사용속내의까지 훌렁 벗었다.

동환은 아들의 건강이 넘치는 몸, 근육이 울근불근한 그의 넙적한 잔등과 푸들거리는 두팔을 다시금 찬찬히 바라보았다.

《게 좀 앉아라. 남철아, 이야기 좀 하자.》

동환은 남철이가 어린 시절에 들은 거역을 허용치 않는 위엄있는 어조로 말했다.

일이 심상치 않다는것을 눈치챈 남철은 천천히 와이샤쯔를 입었다.

《글쎄 정 그렇게 급하다면 할수 없지요.》 하고 그는 어물어물 대꾸하였다. 《자, 말씀하세요.》

《내 물어볼게 있어 그런다.》

동환은 아들이 앉은 침대에 나란히 앉으며 물었다.

《넌 도대체 어떻게 집으로 오게 되였느냐?》

동환은 이 물음을 제기하면서 아들의 눈빛이 약간 달라지는것을 놓치지 않았다. 그러나 아들은 즉시에 웃음을 지으며 태연하게 대답했다.

《그거야 이미 제가…》

《지금 표창휴가란 없단 말이다.》

《없다니요?》

남철은 짐짓 놀라는체 하며 이렇게 되물었다. 그리고 또다시 웃음을 띄고 덧붙였다. 《그러나 저러나 그게 무슨 상관입니까? 저는 규정대로 절차를 밟아서 집에 왔는데요.》

《어떤 절차말이냐?》

동환은 한사코 따지고 들었다.

남철은 방안의 천정이라도 낮아진듯 한 느낌이였다. 그는 오늘 하루사이에 무슨 일인가 있었다는것을 깨달았다. 무슨 일이 있었던것일가? 아버지가 부대에 전화라도 걸었단 말인가?

남철은 자기에게 이처럼 마른 벼락을 안긴 아버지와 똑똑한 대답을 못하고있는 자기자신에게 스스로 화를 내면서 노여운듯 물었다.

《아버진 저를 어떻게 보는거예요?》

《너는 군인이다. 아들이 아니라… 군인으로서 너는 상관앞에 솔직히 말해야 한다.》 동환은 고집스럽게 말했다. 《그래 어떻게 집으로 오게 되였느냐?》

《그게 그렇게 알고싶다면 좋아요.》

그러나 남철은 주저하였다. 자기를 다 털어놓으면 아버지가 어떻게 생각할것인가? 아버지는 대번에 노여움을 터뜨리고 자기의 간절한 부탁을 거절해버릴것이다. 아니 자기자신은 그 부탁을 입에서 꺼낼 기회마저 가지지 못하게 될것이다. 그는 어떻게 하나 이 자리를 모면해야 했다.

《저는 상원세멘트공장에 이동작업을 나왔어요. 평양 가까이에 왔거든요. 이동작업조를 책임진 지휘관이 외출하도록 허락했습니다. 그런데 그게 이렇게 문제로 될줄은 몰랐군요.》

《남철아, 비꼬지 말아. 이건 매우 심중한 문제다.》 동환은 엄하게 타일렀다. 《그러니까 너희 지휘관이 너를 생각해서 며칠씩이나 외출을 시켰구나. 그러냐?》

남철은 사태가 이렇게 급전되리라고는 예상 못했었다. 분명 아버지는 모든것을 알고있다.

어머니가 꾸려준것을 가지고가서 외출기일을 연장한것도…

남철은 제발로 함정에 기여들었다는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그것을 깨닫는 순간 여기서 황급히 빠져나갈 구멍을 찾기 시작했다.

《솔직히 말하면 저를 이동작업조에 넣어준건 우리 중대장동지예요. 그가 저를 집에 보내주려고 이동작업조를 책임진 소좌동지에게 적당한 구실을 만들었을겁니다.》

《집에 일이 있다는것 말이냐?》

《그래요.》

남철이가 대꾸했다. 그리고 또다시 웃으며 짐짓 심드렁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우리 중대장은 인정이 있는 사람이예요. 게다가 저는 모범군인이거든요. 그는 저에게 표창휴가라도 주고싶었을겁니다.》

《그래…》

동환은 잠시 잠자코 있었다.

그러자 남철은 아버지가 자기 말을 믿는것으로 여기였다. 그는 기회를 놓치지 않고 덧붙였다.

《제가 아버지를 얼마나 그리워 했는지 압니까? 아버지소식이 신문에 실리고 아버지가 지은 노래를 모두가 부를 때 저는 아버지가 더욱 보고싶었어요.》

동환은 끝내 아들에게 더 따지지 못하였다. 아들의 말이 사실일수도 있었다. 그러나 그것으로 그칠 동환이가 아니였다. 그는 모든것을 석연히 하고싶었고 그래서 자기의 오해를 풀고 잠시나마 아들을 의심했던 사실을 아들앞에서 사죄하고싶었다.

그러나 그의 기대는 뜻밖에도 허물어지고말았다. 이튿날 금강산발전소건설장에 전화를 걸어 남철의 중대장을 바꾸어달라고 했을 때 교환수로부터 그는 청천벽력과도 같은 대답을 들었다. 중대장이 전날 밤에 붕락에 묻혀서 희생됐다는것이였다.

동환이가 그 소식을 들었을 때 본능적으로 느낀 감정은 불안이였다. 그 무슨 만회할수 없는 일이 벌어졌는데 그것이 남철이와 관련되여 있지 않겠는가 하는데서 오는 심리였다. 그래서 그 불안에서 벗어나려고 애쓰면서 동환은 중대장의 상급에게 희생된 중대장이 남철이를 이동작업조에 넣으면서 무엇이라고 했는가를 알아보았다. 그의 전화를 받은 상급지휘관은 중대장이 남철이를 제기하면서 그의 집안에서 무슨 긴급한 가정사가 있는것 같은데 평양 가까이에 보낸 기회에 집에 들려오게 하자고 했다는 사실을 알려주었다.

동환은 그런 말을 들은 다음에도 불안에서 벗어날수가 없었다. 그에게서 중요한것은 중대장이 희생된 그 자리에 아들이 없었다는 사실이였다.

그날 밤 남철이와 다시 마주 앉았을 때 동환은 아들에 대한 아무런 기대도 미련도 없었다. 그는 아들을 포기한듯 했다.

그는 아무런 감정이나 표정도 없이 아들에게 물었다.

《너는 나에게 할 말이 없느냐?》

남철에게는 아버지의 목소리가 매우 이상하게 들렸다. 아버지에게서 가뭇없이 사라진 그 모든 감정과 표정이 그 목소리에 담겨진것 같았다. 그리하여 이날 낮사이에 또 무슨 일이 있었다는것을 깨달았다. 순간 그의 모든 기대도 허물어졌다.

그는 부르짖었다.

《좋아요! 다 말하자요. 나는 전투부대로 조동시켜달래려고 아버지를 찾아왔어요. 나는 싸움판에 서고싶어요. 나도 아버지처럼 불에 탄다면 빨간 연기로 피여오르고 빨간 재로 남고 장군님을 위해 육탄병사가 되고싶어요!》

남철은 집으로 오면서 이 말을 아버지의 손목을 잡고 조리있게 하고 그래서 아버지의 마음을 움직이려고 하였었다. 그러나 지금 그는 되는대로 부르짖었다. 동환은 처음과는 달리 아들의 말을 주의깊게 듣기 시작했다.

《저는 선서를 한 군인이예요. 그래서 군인의 의무에 충실했어요. 저의 군공메달을 아버진 못 봤습니까? 우리 건설장에 입대해서 반년만에 군공메달을 탄 군인이 몇십명이 되는줄 아십니까? 그러나 전 어디까지나 전투영웅이 되고싶단 말입니다.》

남철은 부르짖으며 마구 눈물을 뿌렸다. 동환은 아들의 그 모양을 유심히 바라보았다.

그는 끝내 아들에게서 돌아섰다. 남철은 그의 일거일동을 살피면서 꼼짝않고 서있었다.

《거짓말이다!》 하고 동환이가 말했다.

《거짓말이 아니예요!》 남철은 새파랗게 낯색이 질려 말했다. 《나는 전투구분대에서 복무하고싶어서…》

《거짓말이다!》

동환은 소리쳤다.

《이건 너무해요!》

남철이는 갑자기 새된 소리로 웨쳤다. 《나도 아버지처럼 해병이라도 되면…》

《아니 거짓말이다. 너는 공사장이 힘들어서 도망쳐왔다.》

동환은 세번째로 소리쳤다.

동환이 아들에게 무슨 말을 더 할수 있었으랴? 그를 사랑하기때문이라고? 그래서 아픈 매를 드는것이라고? 그래서 자기를 뉘우치고 공사장으로 돌아가서 반드시 영웅이 되라고?

동환은 최고사령관동지를, 그이와 나눈 대화를 생각했다. 그이께서 무대로 올라와 한사람한사람 군인들의 손을 잡으며 뭐라고 말씀하시였던가.

《나는 우리의 모든 병사들을 믿습니다!》

그 병사가 자기앞에 서있다. 엊그저께 입대했다고는 하지만 군복을 입은 한 병사가… 동환은 차거운 눈으로 아들을 바라보았다.

《아버진 자기 아들을 뭘로 아십니까?》 아버지를 마주 보는 남철이의 눈빛에도 애원인지 절망인지 모를 불꽃이 튕기였다. 그는 부르짖었다.

《나는 그 공사장에서 죽기내기로 일했어요. 붕락, 폭파가스와 돌먼지, 오염된 석수, 그 석수에 발과 다리가 퉁퉁 부어요. 그렇지만 난 겁내지 않고 일했어요. 지금 또 새 명령이 떨어졌어요. 그 명령이 어떤 명령인지 아버진 아마 모를거예요. 하지만 전 그것도 겁내지 않았어요. 그런데 아버진 절 뭘로 아는가 말이예요? 뭘로!…》

이 순간 동환의 가슴속에는 다 말라버린듯 했던 애정이, 아들의 말이 사실일수도 있다는 희망이 되살아났다. 동환은 조용한 어조로 말했다.

《그렇다면 돌아가거라! 사실 지금 거기선 전쟁을 하고있는셈이다. 총포성 없는 전쟁을…》

《그렇게 하겠어요. 래일 아침에…》

남철은 순순히 응했다.

《아니, 지금 당장 돌아가거라!》 동환은 여전히 조용히 말했다.

《지금 당장에요?》 남철은 아연해졌다.

《그래, 지금 당장!》

남철은 어쩐지 좀 거북스럽게 선 자리에서 서성거리더니 군복을 주어입기 시작했다. 팔소매에 팔을 끼지 못해 한참이나 씩씩거렸다. 드디여 옷을 입고는 문께로 걸어갔다.

《배낭을 가져가라. 이것도, 상우에 있는 메달도.》

남철은 픽 돌아섰다.

《그건 건사해둬요.》

그는 중얼거렸다.

《그런건 집에 필요없다. 가지고 가거라!》

그는 여전히 문가에 서있었다.

동환은 아들의 배낭을 들고일어나 탁자우에 있는 메달을 집어넣은 다음 문쪽으로 걸어갔다.

《군인의 량심으로 빛나게 될 때 도로 가지고오너라!》

남철은 배낭과 동환을 번갈아보고나서 배낭끈을 받아쥐고 쳐들어올렸다.

《어서 가거라!》

동환은 마지막으로 말하고 돌아섰다.

뒤에서 문이 열렸다가 다시 닫기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후 며칠이 지나갔다. 동환은 자기가 그때 아들을 두고 격노했던 사실을 가지고 두고두고 생각했다.

그는 아들과 이야기를 나누던 밤 그토록 격분했던 리유가 무엇이였던가를 거듭거듭 생각해보았다. 표창휴가요 뭐요 한 그 유치한 거짓말이였던가? 그것일수 있었다. 아들은 단 한번의 거짓말도 모르고 자랐으니까.

그러나 그것만이 아니였다. 아들은 보다 큰 거짓말을 했다. 아들은 완강하게 항변했지만 전투부대요 뭐요 한것은 거짓말이였다. 그것은 힘든 공사장을 뜨려고 꾸며낸 구실에 지나지 않는다고 그는 판단했다. 그래서 그는 전률을 느끼였다.

공사가 힘들다는데 대해서 그자신인들 어찌 생각하지 않았겠는가. 까마득한 병사시절 굴착기요 스키프요 하는 말도 들어보지 못했던 그때 그자신이 방어공사에 한두번만 참가했던가? 그때 그 공사를 순전히 정과 마치로 뚫으면서 피와 땀을 바치지 않았단 말인가.

그러나 이제는 나이가 들었다. 이제는 아들의 세대다. 이 세대를 가지고 우리의 경애하는 김정일최고사령관동지께서 수령님의 위업을 계승해나가셔야 한다. 그런데 그 세대가 구실을 못한다면?

동환은 인민군대오에 남철이와 같은 군인이 하나이기를 바랬고 또 그러리라 믿었다. 그러나 그 하나라도 문제였다. 아, 피줄은 유전되여도 사상은 유전되지 않는단 말인가. 진정 사상은 상속해줄수 없단 말인가? 동환은 그것이 괴로왔다.

그는 자기 몸이 불에 타서 붉은 연기로 되고 붉은 재로 될 결심을 다지면서 결코 자기 혼자만을 념두에 두지 않았다. 아들은 두말 할것도 없고 대학에 다니는 세 딸과 안해 순경이까지를 념두에 두었다. 온 가족이 육탄이 될것을 맹세했다.

그런데 그것이 공담이 되였다. 그것이 어떤 맹세였던가? 우리의 존엄높은 무장대오앞에서, 최고사령관동지앞에서 한 맹세가 공담으로 되다니… 그는 사죄하고싶었다. 무릎을 꿇고 백배 사죄하고싶었다.

동환은 어느 날 당생활총화를 하면서 자기의 이러한 심정을 털어놓았다. 그는 이 일로 해서 당할 자신의 수치에 대해서는 생각지도 않았다. 다만 당조직이 우리의 성스러운 무장대오안에 자기 아들과 같은 락오자가 있다는 사실에 류의해주기를 바랄뿐이였다.

 

10

(1)

 

오진우는 군복을 착용하고 치료용침대에 걸터앉아있었다. 창백한 얼굴에 점점이 홍조가 물들고 관자노리에 드러난 파란 피줄이 전에없이 높이 뛰고있었다. 이따금 탁자우에 놓여있는 시계를 바라보는 그의 눈길에 기대와 초조감이 어리였다.

그는 아침 투약시간에 먹고난 몇장의 약을 쌌던 종이를 무릎우에 놓고 손바닥으로 쓸어서 주름을 펴고있었다.

며칠전 회진을 들어온 원장에게 오진우는 단도직입적으로 들이댔다.

《원장선생, 솔직히 말해주시오! 내 병이 불치의 병이지요?》

불의의 질문에 원장은 굳어졌다. 사실 오진우는 불치의 병이였다. 지난 설을 전후하여 악화되였다가 요즘 좀 호전된듯 했으나 그것은 꺼지기전 초불의 반짝임과 같은것이였다.

원장의 짐작에는 며칠 남지 않은것 같았다.

허나 사실을 말해줄수는 없었다.

《아니, 무슨 말씀을…》

《나를 더 괴롭히지 마시오!》

오진우의 얼굴이 이그러들고 입에서는 말이 아니라 신음소리가 새여나왔다.

원장은 동통이 올 때에도 (그의 병은 동통형 페암이였다.) 그가 이처럼 괴로와하는것을 보지 못했다.

그리하여 어제 회진때 환자에게 사실을 말해주었다.

그리고 오늘 아침 투약이 끝난 다음 원장은 귀속말로 낮 12시경에 최고사령관동지께서 나오신다는것을 알려주었다.

오진우는 달았던 점적을 떼던지고 간호원이 발을 동동 구르건 말건 환자복까지 벗어던졌다.

그는 그러느라고 최후의 기력을 다 냈으며 그 기력으로 앉아있는것이였다.

 

( 다음호에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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