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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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 버럭더미아래쪽에서 쉬고있던 중대장 김철종이 발앞까지 굴러온 안전모를 집어들고 이쪽을 바라보고있었다.
《아, 중대장동지!》
남철은 버럭무지에 지치며 달려갔다. 그리고 의아해서 쳐다보는 중대장에게 덤벼치며 말했다.
《한가지 제기해도 좋습니까?》
《무슨 일이요?》
《저를 이동작업조에 참가할수 있게 해줄수 없습니까?》
남철은 려단에서 상원세멘트공장에 상차로력을 파견하게 된다는 사실을 념두에 두고 말했다.
《이동작업조에?》
김철종은 여전히 의아해하면서 반문하였다.
《집에 일이 생겨서 그럽니다.》
남철은 성급히 뱉아놓았다.
《알았소. 려단에 제기하겠소.》
순간 남철은 중대장의 피터진 맨발을 보았다. 장령동지가 준 신발이 새것이였는데? 허나 그는 그 생각을 더 할사이 없이 기쁨에 넘쳐 자리를 떴다.
남철의 제기가 중대에서 대대에 보고되고 대대에서 다시 려단에 보고되여 승인되였으며 화물자동차에 앉아서 상원세멘트공장에 도착하고 이동작업조를 책임진 소좌로부터 외출승인을 받아내기까지는 모든 일이 얼음에 박밀듯 쉽게 되였다. 다만 사물함에 보관한 한개의 군공메달을 꺼내느라고 좀 지체됐을뿐이였다. 사관장이 아주 가는것도 아닌데 메달은 왜 가지고 가느냐고 하면서 얼른 꺼내주려고 안했기때문이였다.
남철은 12시간후에 평양시를 바라보게 되였다. 남철은 일이 이렇게 된것이 아버지의 덕이라는것을 의심치 않았다. 그가 유명한 해군대좌의 아들이라는것으로 해서 지휘관들은 집에 일이 생겼다는 그의 말을 별로 따져보지 않고 승인해주었던것이다. 하지만 집에 일은 무슨 일… 지금 그는 자기가 엄청난 거짓말을 했다는것을 전혀 느끼지 못하고 집으로 가게 됐다는것, 집에 가서 아버지에게 부탁하려는 일이 반드시 이루어질것이고 다시는 이 길로 되돌아가지 않아도 되리라는 안도감에 휩싸여있을뿐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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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아침 조회를 마치고 김동환이 사업수첩을 들여다보며 생각에 잠겨있을 때 전화종소리가 울렸다. 옆에 있던 키큰 중좌가 송수화기를 들어 귀에 대였다가 집에서 오는거라면서 그에게 넘겨주었다.
동환은 중좌를 뻔히 쳐다보며 의아해하였다. 좀해서 사무실에다 전화를 걸지 않는 안해 렴순경이였다. 더구나 아침에 집에서 나왔는데 무슨 급한 일이 생겼기에 전화를 하는가?
동환은 다소 불안한 심정으로 송수화기에 대고 입을 열었다.
《나요…》
《남철이 아버지, 그애… 그애가 왔어요!》
안해의 반가움에 떨리는 목소리가 울렸다.
《그애라니?》
《남철이 말이예요, 당신이 집에서 나가자마자 들어섰군요.》
《그애가 어떻게?》
《휴가래요, 표창휴가!》
《그렇소?》
《오늘 점심을 집에 들어와 하세요.》
동환은 송수화기를 놓고나서 두손을 깍지끼고 팔굽을 책상에 댄채 한동안 앉아있었다. 그 순간 그는 아들이 표창휴가를 왔다는데 대하여 다른 생각을 하지 못하였다.
입대한지 반년이 되는 아들이였다. 뜻밖에도 그를 만나게 되였다는 반가움이 앞섰던것이다.
남철은 외아들이였다. 손우로 누이 셋이 있고 그는 막내였다. 동환은 그를 무척 사랑했다. 대를 이을 아들이기도 하거니와 어릴 때부터 품행이 바르고 공부를 잘하고 정직하였다. 그가 대학을 마다하고 군대로 나가게 되였을 때에는 얼마나 대견하였던가.
금강산발전소건설에 참가한 후 아들에게서는 드문히 반가운 소식이 왔다. 신입병사훈련을 끝마치고 기본부대에 배치됐으며 창의고안을 하여 반년만에 군공메달까지 받았다는 소식이였다. 그러니 표창휴가를 받을만도 하다고 동환은 생각하였다.
오전일과를 내내 흥분속에 보낸 그는 점심시간이 되자 서둘러 일손을 놓고 집으로 향하였다. 마침 광복거리쪽으로 가는 승용차편이 있어서 몇분동안에 축전동의 아빠트밑까지 왔다.
《안녕하세요?》
《응?》
동환은 마주오는 처녀를 지나쳤다가 몸을 앞으로 향한채 고개만 돌리고 어정쩡해서 바라보았다.
《옆집에서 산답니다.》
처녀가 자기 소개를 하였다.
《알지, 알아… 어째서?》
《축전인민학교 교원입니다.》
처녀가 자기 소개를 더하며 몇걸음 걸어 동환의 쪽으로 마주 다가왔다.
동환이도 몸을 돌리고 그와 마주섰다. 그는 한부대 다른 부서 대좌의 딸인 그 처녀와 말을 건넨 일도 없지만 알만치는 다 알고있었다.
동환은 이 처녀가 이름이 혜숙이며 자기 아들과는 고등중학교 3년 선배이고 교원대학을 졸업한 후 몇달전부터 축전인민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있다는것을 알고있었다.
《어째서?》
동환은 처음 말해보는 처녀에게 스스럼없는 어조로 다시 물었다.
《남철동무가 휴가로 왔다지요?》
《그래, 그렇소.》
《반가우시겠어요.》
처녀도 스스럼없이 말하며 한가지 부탁이 있는데 들어주겠느냐고 하였다. 동환이가 처녀를 사랑스럽게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이자 동그스름한 얼굴에 새물새물 웃음을 담으며 처녀는 오후에 금강산발전소건설에 참가한 군인과의 상봉모임을 조직하려는데 남철이를 보내주겠는가고 하였다.
《그것 참 좋은 일이구만! 보내구말구 보내주지!》
동환은 기쁜김에 선뜻 약속하였다. 처녀가 어린애처럼 깡충 뛰며 그의 손을 잡고 말하였다.
《아이, 고맙습니다. 그럼 오후 다섯시로 약속해도 좋습니까?》
《휴가온 군인인데 아무 시간이면 뭐라오? 선생이 좋을대로 하시오.》
《그럼 오후 다섯십니다. 학생들을 모여놓고 기다리겠습니다. 5층 4학년 2반이라는 패쪽이 붙은 교실입니다. 그리로 다섯시에 보내주세요.》
《알았습니다!》
동환은 거수경례를 해보이고나서 처녀의 잔등을 두드려주면서 념려말라고 하였다.
처녀와 갈라진 그는 승강기를 타지 않고 12층까지 단숨에 걸어올라가 자기 집 초인종단추를 힘있게 눌렀다.
《아버지!》
문이 안으로 벌컥 제쳐지더니 바위처럼 묵직한 아들이 한가슴에 와 안기였다. 몇순간 동환은 숨이 꺽 막힌듯 아들을 안은채 서있었다.
《남철이로구나! 남철아!》
남철은 안개속에서처럼 아버지의 얼굴이며 대좌의 견장, 군복의 단추를 보았다. 그러자 불시에 그는 당황하여 어쩔줄 모르는 어린애의 심정이 되였다.
남철은 흑 하고 흐느끼였다. 세차게 흐느끼는 석수에 트고 꺼칠꺼칠해진 그의 얼굴에 눈물이 줄줄 흘러내렸다.
집으로 돌아오면서 남철은 그사이 자기가 겪은 일들과 동창생들의 소식이며
그렇게 함으로써 아버지의 가슴을 흔들어놓고 그로 하여금 자기를 다른 부대로 조동시키는데 발벗고 나서도록 하려고 하였다.
그러나 그는 아버지와 마주앉아 식사를 하고 아버지가 담배를 피우며 기분좋아할 때까지 서둘지 않기로 결심하였다.
식사가 끝났다. 그런데 아버지가 려과봉이 달린 《백승》담배를 꺼내 불을 붙이며 먼저 물었다.
《그래 표창휴가를 받았다지?》
그 질문을 받은 남철은 속이 뜨끔하였다. 그는 한동안 대답을 망설이였다. 아무 생각없이 어머니를 만나는 순간에 거짓말을 하였던것이다.
어머니에게 한 자기의 말이 썩 잘되지 못하였다는 의식이 불안을 자아내기 시작하였다. 그렇다고 어머니에게 표창휴가로 왔다고 한 말을 지금에 와서 아버지앞에서 무슨 딴 소리로 꾸며댈수도 없는 노릇이였다.
어머니와의 관계에 대해서는 걱정하지 않았다. 어머니 순경은 아들이 집으로 왔다는 생각만으로도 행복을 느끼기에 넉넉하였다.
그러나 아버지의 경우에는 사정이 좀 복잡하였다. 아버지는 아들을 만나게 되였다는것만으로는 벌어진 사태를 용서하지 않을것이였다.
남철은 그것을 알고있었다. 아버지는 언제나 대바르고 원칙적이였다. 아들이라고 해서 부정을 눈감아주는 법은 없었다.
남철은 난처한 처지에 놓이게 되였다.
《예.》
남철은 혀아래소리로 우물우물 대답하며 아버지의 표정을 슬쩍 살펴보았다. 외출승인을 받아가지고 왔다고 솔직히 말해야 하는걸 그러지 않았을가 하고 그는 생각했다. 휴가이면 어떻고 외출이면 어떻단 말인가. 괜히 아버지의 기분을 흐리게 할 필요가 있는가.
《일을 잘한게로구나! 용타!》
아버지는 과묵한 얼굴에 전에 없이 웃음을 담고 이렇게 말했다.
아버지가 혹시 표창휴가가 일시 중단되였다는 사실을 모르는가? 그럴수도 있다. 출장이 많은 아버지이니 출장기간에 포치된 일을 알지 못했을수도 있는것이다. 아니다. 출장기간에 있은 일을 모르고 지낼 아버지가 아니다. 아버지는 모든 일에 빈틈이 없다는것을 어릴때부터 남철은 잘 알고있었다. 아니면 사랑하는 아들에 대한 너그러운 아량인가? 역시 아버지는 아버지이다.
남철은 기뻐서 이제는 집으로 오게 된 목적을 꺼낼 때가 되였다고 생각하였다. 그러나 어째서인지 주저되였다. 군대내에 소문이 자자한 아버지를 속이고있다는 의식이 그를 사로잡았던것이다. 그는 반년전보다 퍽 돋보이는 아버지를 바라보면서 심한 량심의 가책을 느끼였다.
아버지는 아들을 마주보면서 말했다.
《남철아, 내가 옆집 처녀선생과 한가지 약속을 했다. 그 선생이 너를 초청하더구나. 학생들앞에서 좋은 이야기를 해주어라. 오후 다섯시에 학생들이 모여서 기다릴게다. 축전인민학교 5층 4학년 2반 교실이라더라.》
《아버진 뭘 그런 약속을 다 하십니까?》
대답하는 아들의 목소리에는 짜증기가 섞여있었다. 아버지는 그것을 느끼지 못한듯 자리에서 일어서며 재삼 말했다.
《시간을 어기지 않도록 해라.》
아버지는 손목시계를 들여다보더니 서둘러 집에서 나갔다. 점심시간이 다 지나간것이다.
남철은 이중삼중으로 난처한 처지에 놓이게 되였다. 오후 다섯시면 그도 집을 떠나야 하는것이다. 일일외출승인을 받은 그가 상원세멘트공장까지 가려면 몇시간전에 떠나야 했다.
아버지가 했다는 약속을 지키지 못하게 된다는것은 문제로도 되지 않았다. 그는 자기가 그처럼 절박하게 목적했던 일을 성사시키지 못한채 맨 걸음으로 돌아가야 하는것이였다.
남철은 막 울음이 터질 지경이였다. 그의 심정을 알길 없는 어머니가 설겆이를 끝내고 들어와서 아들의 곁에 붙어앉으며 다심하게 물었다.
《네가 탔다는 그 메달이 어데 있느냐? 그걸 척 달구 학생들앞에 나서거라. 좀 좋겠느냐?》
아들이 응대를 안하자 순경은 그의 배낭에서 군공메달을 꺼내들었다.
《어머닌 뭐가 좋아서 그래요?》
남철은 소리지르며 눈을 흘겼다. 아버지앞에서 터치지 못한 심정을 문문한 어머니앞에서 터친것이였다.
그러거나 말거나 순경은 그의 가슴에 군공메달을 달아주었다.
《어머니!》
남철이의 표정에는 애원의 빛이 어렸다.
《왜?》
어머니가 다정히 대답했다.
《먹을걸 좀 꾸려주세요. 좀 많이…》
《너 어딜 갔다오려고 그러니?》
어머니는 그저 대견해서 사탕이며 과자를 한꾸레미 들려주며 아들의 잔등을 두드려주었다.…
김동환은 퇴근시간이 되자 집으로 돌아왔다.
아들이 소년단원들과의 상봉모임에 가서 아직 돌아오지 않았을줄 알면서도 서둘러 집으로 왔다. 그는 아들과 더 오래 마주앉아있고싶었고 그의 생활담도 듣고싶었다. 그는 지금 금강산발전소건설장에서 어떠한 일이 벌어지고있으며 그것이 온 나라가 진행하고있는 《고난의 행군》에서 어떠한 의의를 가진다는것을 알고있었다. 바로 거기에서 아들이 일하고있는것이다. 그것만으로도 김동환은 기쁘고 자랑스러웠다. 그런데 입대해서 불과 반년만에 군공메달을 탔다니 오늘은 밤새껏 그의 이야기도 듣고 성장한 그의 모습을 보고 또 보리라. 한잔 술을 같이 나누는것도 나쁘지 않지… 술을 좋아하지 않는 그는 자기 손으로 안해의 《창고》에서 술 한병을 꺼내놓고 아들이 돌아오기를 기다렸다.
일곱시가 되였다. 동환은 안해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다섯시가 좀 못되여서 나갔는데 왜 이리 오랠가?
순경은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그는 아들이 자기가 극성스럽게 달아준 군공메달을 책상우에 떼놓고 나간것이 가슴에 걸리였다.
어머니의 불안은 아버지의 불안으로 되였다. 동환은 그 불안을 애써 누르며 아들이 아마 자기 동무들을 만나 상봉모임이 끝나고도 인차 돌아오지 않는다고만 생각하였다.
그러나 점차 시간이 흐름에 따라 불안은 더욱 커졌다. 그것은 아직 어렴풋한, 막연한 불안이였다. 아들에게 그 어떤 불미스러운 일이 있으리라고는 꿈에도 생각할수 없는 동환이였다. 때마침 초인종이 울렸다. 동환은 안해보다 먼저 현관으로 달려나왔다. 안해로서도 놀라운 일이였다. 그는 그 어떤 초인종소리에도 제 먼저 문을 여는 경우가 없었다. 좀 덤비면서 곽쇠를 벗기고 문을 열어 젖혔다.
그는 멍청한 눈으로 두명의 소년단원들을 쳐다보고만 섰다가 놀라서 큰 소리로 물었다.
《너희들은 웬 애들이냐?》
두명의 소년들이 동시에 손을 머리우로 쳐들어 인사를 하고나서 되물었다.
《영웅아저씨 있나요?》
《영웅아저씨라니?…》
동환은 갑자기 뒤통수를 얻어맞은 상태로 되여서 한동안 말을 못했다. 막연했던 불안이 명백해졌고 현실로 되였다. 아들은 자기의 당부를 외면한것이다.
동환은 다리가 후두둑 떨리였다. 그는 아이들에게 한두마디로 말해 보낼수가 없어서 그들을 데리고 학교로 갔다. 그때까지 아이들은 교실에서 기다리고있었다.
그는 수십명 소년단원들의 초롱초롱한 눈동자들을 면바로 바라볼수가 없어서 고개를 숙인채 루루히 사죄하였다.
옆집 처녀선생은 제가 미안해서 얼굴이 새빨갛게 되였다.
동환은 처녀와 함께 집으로 돌아왔다. 승강기가 뛰지 않는 시간이여서 그들은 걸어서 12층까지 올라왔다. 동환은 다리가 후들거려 겨우 걸었다.
그는 노상 늦게 퇴근하다보니 계단을 걸어올라오기가 일쑤였는데 이처럼 힘들어보기는 처음이였다. 문앞에 이르러 처녀가 언제 또 약속할수 있겠는가고 묻는것을 다시 약속할수 없을것 같다고 말해주고나서 괴로운 마음으로 문을 열고 집으로 들어섰다. 아들은 세면장에 있었다. 열려진 세면장문틈새로 상의를 벗고 얼굴을 씻는 아들의 실팍한 어깨와 넙적한 잔등이 보였다. 동환은 얼른 외면하고 자기 방으로 들어가서 저녁도 들지 않은채 자리에 누웠다.
그는 마음이 무척 괴로와졌다. 아들이 자기의 당부를 어긴외에 자기를 속이고있다는데서 오는 괴로움이였다. 그는 당분간 현역군인들의 표창휴가를 중지한다는 총참모부의 지시가 있었다는 사실을 비로소 상기한것이였다.
한밤중이 되여서 안해가 조용히 들어오더니 침대에 걸터앉아서 동환의 가슴에 손을 얹고 나직이 말했다.
《너무 속을 썩이지 마세요. 남철은 승인을 받고 집에 왔어요.》
순경은 동환이 자기 방으로 들어가 자리에 누운 다음 아들을 앉혀놓고 따져물었던것이다. 그러나 동환은 안해의 위안으로 마음이 진정되지 않았다. 무슨 일이 있는가? 왜 남철은 거짓말을 하는가? 하는 의문이 지꿎게 줄곧 갈마들었다. 이제보니 남철은 자기가 녀선생과 약속했다는것을 말했을 때 짜증을 냈다. 그 약속을 지켜주지 못할 무슨 불가피한 사정이라도 있었던것인가?
외출승인을 받고 표창휴가를 받았다고 한것은 리해할수 있는 일이였다. 집으로 오면서 표창휴가를 받았다고 한다면 얼마나 떳떳한 일일것인가. 남철은 그렇게 말함으로써 아버지와 어머니를 기쁘게 해주려고 하였을지 모른다. 그렇다면 아버지와 어머니를 위해서 못할 거짓말도 서슴지 않는 그가 자기가 신신당부한 문제를 한마디 량해도 없이 외면해버릴수 있단 말인가? 그것도 리해하자. 그것보다 더 중요한 일이 그에게 있을수 있지 않는가. 평양으로 오면서 그가 받은 군사적임무가 있을수도 있다. 그가 참다운 군인이라면 그 임무에 대하여 비밀을 지키려고 할것이다. 오늘 남철은 그 임무를 수행했을수도 있다. 그렇다면 여기에 무슨 문제될것이 있겠는가.
동환은 이렇게 판단했다.
그러나 그가 속으로 아들을 정당화하려고 애쓰면 애쓸수록 불안스러운 예감은 더욱더 강하게 그를 사로잡았다. 남철에게 무엇인가 잘못이 있으며 정세가 긴장한 때에 그가 집으로 온것이 상서롭지 못하다는 짐작이 어렴풋이 들었다.
당장 자는 아들을 깨워서 모든것을 석연히 밝히고싶었다. 그러나 그는 그렇게 하지 못하였다.
이튿날에도 또 그 다음날에도.
그에게서 남철은 단순한 아들이 아니였다. 아무때나 회초리를 들고 종아리를 쳐도 일없는 철부지가 아니였다. 그는 성장하였고 사회의 성원이 되였으며 더구나 인민군군인이였다.
인민군 고급군관인 그에게 있어서 남철은 자기가 거느리고있는 수많은 대원들중의 한사람이나 다름없었다. 한 전호에서 함께 싸우고있는 대원에게서 제기된 문제를 기분에 사로잡혀 망탕 처리할 지휘관이 어디에 있겠는가? 동환은 하루이틀 미루며 심중히 생각하였다.
( 다음호에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