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에 대한 생각

 

- 조민수(직업: 사무, 주소: 카나다) 독자의 요청에 대한 회답기사 -

백 인 준


밤따라 저 달빛은 나의 가슴에

왜 이다지도 하많은 이야기 속삭여주는가

어디선가 들려오는 저 소리는

청류벽밑을 감돌아흐르는

대동강의 여울물소린가

아니면 어린 시절에 듣던

모란봉의 그 솔바람소린가


내 그곳에서 태여나 그 품속에서

사랑보다 먼저 조국을 알았고

아버지 없는 소년의 슬픔보다

조국이 없는 청년의 슬픔을

더 뼈아프게 가슴에 새겼노라


을밀대의 높은 란간에 올라

고구려의 아득한 옛 판도를

자랑높이 바라보기도 하였고

대성산 옛 성터 깨여진 성돌우에

망국의 뜨거운 눈물을 뿌리기도 하였거니

그곳은 고향이자 어머니품

어머니품이자 또한 조국이였더라


그러기에 내 그품을 떠나

운명의 먼길에 오르던 그날

오막살이문가에서 눈물지시던

늙으신 어머니의 주름깊은 얼굴은

짓밟힌 조국의 슬픈 모습이기도 하였다


아, 조국이여

나에게 그대가 없었기에

이 아들은 사나운 파도에 밀리우며

남방의 섬속에서 삶과 죽음의 계선을 넘나들었고

죽음보다 더한 노예의 슬픔속에

십자성을 우러르며 낯설은 야자수잎에서

고국의 향수를 키우기도 하였어라


이제 그 품이 두팔을 벌리고

《내 아들아, 어서 오라》 부르거늘

이 밤 이내 마음은 저 달빛을 타고

릉라도버들숲에 달빛이 안개같을

대동강기슭으로 달리여가는구나


기다려다오 기다려다오

피눈물 뿌리며 헤여졌던 련광정기둥아

내 이제 너를 부둥켜안고

어린애마냥 울고웃으며

이 가슴에 서른해동안

쌓이고쌓여온

온갖 시름과 옛 상처를

대동강 맑은 물에 고이 씻을 때

어머니조국이 이 아들에게 들려주는

새로운 축복의 노래소리를

어린 날의 자장가보다 더 행복히 들으리라!

주체69(1980)년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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