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가 딸을 취재한 이야기
《사회생활의 모든 분야에서 서로 돕고 이끌며 단합된 힘으로 전진하는 우리 사회의 본태와 대풍모를 적극 살려나가야 합니다.》
평양시 동대원구역 랭천1동의 평범한 가정에 새겨진 이야기는 들을수록 참으로 감동적이였다.
…
별안간 울리는 초인종소리에 놀란 집주인이 잠자리에서 일어난것은 자정이 가까와올무렵이였다.
문을 열어보니 온몸이 땀투성이인 50대중엽의 한 남자가 서있었다.
《네가 은경이가 옳지? 난 구역화초사업소 지배인이란다. 방금 지방출장에서 돌아오다나니 늦었구나.》
은경이는 자기의 눈을 의심하지 않을수 없었다. 구역화초사업소에서 30여년세월 작업반장으로 일하던 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뒤 때없이 집에 찾아와 혈육의 정을 주군 하던 지배인의 모습을 어이 모르랴.
그러나 문앞에 서있는 사람은 자기가 알고있는 그 지배인이 아니였던것이다.
《사업소지배인으로 임명받은지 며칠 안된다. 오늘이 은경이 생일이라고 하기에 이렇게… 그저 마음뿐이다.》
지배인은 량손에 들고온 꾸레미를 펼쳤다.
대학공부에 필요한 참고서와 학습장, 필기도구, 색갈고운 내의며 은경이가 제일 좋아하는 《철쭉》양말…
은경이의 눈가에 맑은 이슬이 맺히였다. 일찌기 어머니를 잃고 그로부터 몇년후 아버지마저 불치의 병으로 세상을 떠난 후 고급중학교를 졸업한 동생 은철이는 아버지의 소원대로 조국보위초소로 달려갔다.
홀로 집안일을 돌보면서 대학공부를 하고있는 은경이에게 있어서 제일 그리운것은 아버지, 어머니의 정이였다.
하지만 다정한 이웃들과 동사무소의 일군들, 평양기계대학의 선생님들, 학급동무들이 아버지, 어머니가 되였고 오빠, 언니, 동생이 되여주었다. 그래서 은경이는 외롭지 않았다.
며칠전에는 구역인민위원회의 한 일군이 안해와 함께 찾아와 자기 집에서 같이 살자며 아예 그루를 박고 돌아갔다.
그런데 오늘은 …
오늘도 생일을 맞으며 집에 찾아와 축하해주는 사람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냈는데 출장지에서 돌아오는 길에 안해와 자식들이 기다리는 집이 아니라 먼저 자기 집으로 한밤중에 달려온 지배인의 모습앞에 처녀는 끝내 소리없는 울음을 삼키였다.
지배인의 얼굴에는 땀이, 처녀의 얼굴에는 눈물이 줄줄이 흘러내렸다.
사진기의 렌즈에는 담지 못했지만 처녀의 망막에는 불같은 정의 세계, 마를줄 모르는 사랑의 세계가 깊이도 새겨졌으니 그것은
…
이 이야기를 취재하며 나는 은경이의 아버지가 되여주고 어머니가 되여준 그 고마운 사람들과 발걸음도 마음도 함께 하고싶었다. 아니 나
잠시후 편집부장의 목소리가 방안의 정적을 깨뜨렸다.
《결국 평양기계대학 학생에 대한 취재는 아버지가 딸을 취재한 이야기로 되였군요. 정말 기쁘겠어요. 그렇게도 딸을 부러워하던 최동무의 소원이 풀렸으니 말이예요. 호호호…》
그날 편집부장은 나와 퇴근길을 함께 하였다. 자기도 녀성으로서 은경이의 어머니가 되여줄 의무가 있다며 한사코 그의 집으로 가자고 나를 잡아끌었던것이다.
은경이의 집으로 가는 길에 편집부장과 나는 상점에 들려 은경이에게 줄 생활필수품들을 마련하기로 하였다.
누구나 대학생처녀의 아버지, 어머니가 되여주고 친형제가 되여주는 세월속에 내가 있고 네가 있고 우리모두가 살고있다는 생각으로 마음은 마냥 즐겁기만 하였다.
최 기 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