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액틀
《사회의 모든 성원들이 서로 믿고 사랑하고 도우면서 화목한 대가정을 이루고 다같이 삶의 보람과 행복을 누리는것이 우리 사회의 참모습이다.》
나는 지금도 서툰 솜씨로 만든 사진액틀을 내놓으며 하던 평천구역 해운초급중학교 교원의 목소리를 잊을수가 없다.
《이 사진액틀은 비록 서툴지만 초급중학교 수학과목에서 배워주는 기하지식을 솜씨있게 활용해서 만든겁니다.》
그렇다. 어쩌면 이 이야기는 하나의 사진액틀로부터 시작되여야 옳은지도 모른다.
* *
지금으로부터 11년전 두살을 갓 넘긴 량안이에게 덮쳐든 뜻밖의 질병, 고열, 청높고 발작적인 울음 그리고 불현듯 찾아든
이제 해볕좋은 봄날에 가족사진을 찍어 집에 걸자며 사두었던 빈 사진액틀이 그의 아버지의 아픈 심정을 더욱 모질게 죄여왔다. 어머니도 그 사진액틀만 보면 섧게 울었다.
어린 딸애가 어머니의 등에 업혀 퇴원한 날 가장자리에 멋을 부려 조각을 한 그 사진액틀은 장농에 들어가버렸다. 마치 그것때문에 딸애가 앓기라도 한듯 까닭없이 그 사진액틀을 미워하였다.
세월이 흘렀다.
아이는 커가고 장애도 사라지지 않았지만 생활은 생각했던것처럼 그렇게 어두운 색조를 띠고 흘러가지는 않았다.
수많은 사람들이 병원으로 가는 량안이의 삼륜차를 밀어주었고 그의 집문을 두드렸다. 량안이를 중심으로 낯모르던 사람들이 하나, 둘 한가족이 되여갔으며 사진첩에는 그들과 함께 찍은 《가족사진》이 나날이 늘어났다.
TV보기를 좋아하는 량안이는 늘 웃었다. 노래가 나오면 청고운 목소리로 따라부르고 그 모습을 보며 어머니도 알수 없는 기쁨에 눈물지었다.
그런 속에서도 사진액틀에 대한 그들부부의 까닭모를 미움은 사그라들지 않았다.
...
평천구역 해운초급중학교 교장 림혜영은 벌써 몇번째 손전화기의 통보문을 들여다보고있었다.
《선생님, 보름을 공부했을뿐인데 며칠째 열이 나고있습니다. 다리만 고치고 공부도 잘하면 뭐나 다 될수 있다고 했지만 난 몸이 약해서 아무것도 못합니다
혜영은 처음 량안이를 만나던 때의 일이 우렷이 떠올랐다.
새 학년도 입학생들을 담임할 교원들과 학생명단을 대조하던 혜영은 교원 채영금으로부터 한가지 제의를 받았다.
입학생들중에 량안이라는 학생이 있는데 자기가 담임했으면 한다는것이였다.
《어떤 사이인가요?》
《한 인민반에 삽니다.》
영금선생은 너무도 어린 나이에 감당해야 했던 육체적고통과 어떻게 하나 딸애를 일으켜세우려고 노력한 그의 부모들에 대하여, 그의 집으로 찾아드는 수많은 《가족》들에 대하여 이야기해주었다.
《그런 학생이라면 선생 혼자힘으로 되겠습니까? 몸이 불편하다고 하니 온 학교가 달라붙어서라도 공부를 시키고 재간도 배워줍시다.》
혜영은 거의 매일과 같이 학과목교원들과 함께 량안이를 찾아갔다.
아이의 눈가에 감도는 배움의 기쁨, 학부모의 물기어린 목소리에서 배여나오는 감사의 마음을 느낄 때마다 혜영은 늘 가슴이 벅찼다. 이들에게 고마운 사회주의제도의 해빛을 전해간다는 교육자로서의 긍지가 그를 무척이나 행복하게 했다.
그러나 그 행복은 길지 않았다.
량안이가 학습부담을 이기지 못하고 앓아누웠던것이다. 여느때없이 의기소침해하였고 자리에 몸져누운 량안이도 해맑던 웃음을 잃었다.…
그날 혜영은 교원들의 협의회를 조직하였다.
《…그 웃음많고 꿈많던 량안이가 우울하게 누워만 있다고 합니다. 사회주의교육제도하에서 온 나라 아이들이 좋아라 웃고떠들며 마음껏 배우는데 우리의 무능력과 무책임때문에 량안이 하나만은 울고있단 말입니다.…
아버지
《량안학생은 TV보기를 좋아합니다. 교수요강을 반영한 만화형식의 교육용편집물을 만들어서 공부시켜봅시다.》
채영금선생의 목소리였다. 뒤이어 여기저기서 새로운 의견들이 울려나왔다.
온 학교가 달라붙어 량안이를 위한 새 교수방법을 창조하던 나날은 후대들에 대한 사심없는 사랑이 어떤 훌륭한 창조물을 낳는가를 보여주는 감동깊은 시간의 련속이였다.
얼마전 학교에서 진행된 학생들의 창안품전시회에는 량안이가 만든 사진액틀도 출품되였다.
《내가 만든 액틀에 학교의 선생님들이랑 고마운 사람들과 함께 찍은 사진을 끼워넣고싶습니다.》
흰판에 빨간 꽃무늬가 다문다문한 사진액틀을 만들며 량안이는 담임선생님에게 이렇게 말하였다고 한다.
그러나 액틀을 다 만든 후에도 량안이는 그속에 끼울 사진을 끝내 고르지 못하였다.
비여있는 사진액틀을 보며 소녀의 아버지와 어머니도 눈굽을 적셨다.
그들은 그 사진액틀에서 량안이가 그속에 다 담지 못한 고마운 제도의 훌륭한 선생님들과 가족이나 다를바없는 주변사람들 그리고 훨훨 대지를 딛고 날아오르는 앞날에 대한 딸애의 고운 꿈을 보았던것이다.
량안이의 사진액틀은 아마 영영 비여있을지도 모른다.
시간이 갈수록, 세월이 흐를수록 량안이의 곁에는 더 많은 《가족》들이 생겨나게 될것이고 그의 꿈도 더욱 커갈것이다.
그의 인생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하많은 사연의 주인공들, 그 아름다운
- 덕과 정으로 하나의 대가정을 이룬 우리 공화국 -
본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