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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체111(2022)년 8월 13일
 

결심

 

경애하는 김정은동지께서는 다음과 같이 말씀하시였다.

《우리 청년들은 당과 수령을 위하여, 사회와 집단을 위하여 좋은 일을 많이 하고있습니다.》

방안에는 무거운 침묵이 흐르고있었다.

벌써 몇번째 두툼한 교수안만 말없이 뒤번지는 아버지의 모습을 지켜보는 리영심의 마음속에서는 기대와 불안감이 엇갈리고있었다.

수십년세월 교단에 서있는 아버지여서 늘 보아야 말이 없고 모든 행동이 진중하였지만 어머니없이 자란 외동딸인 영심이에게만은 그렇지 않았다.

아버지가 저렇게 말이 없고 같은 동작을 되풀이하는 날이면 의례히 인간생활에서 교훈으로 삼아야 하는 조언 등을 이야기해주군 하였다.

《영심아, 그래 그게 정말 깊이 생각해보고 내린 결심이냐?》

이윽하여 무겁게 닫혀있던 아버지의 입에서 교육자특유의 사려깊으면서도 무게있는 목소리가 울려나왔다.

머리를 수굿한채 말없이 손끝으로 치마혼솔만 만지작거리는 영심을 지켜보던 아버지는 천천히 일어서서 창가로 다가섰다.

《3대혁명소조에 나오기 전에 대학때 알게 된 특류영예군인이라고 했지? 물론 이 아버지도 영심이가 그런 장한 결심을 힘들게 내렸을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영심아, 영예군인의 영원한 길동무가 된다는게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난 우리 영심이가 순간의 그 어떤 동정이나 인정때문에 내린 결심이라면 애당초 그 길을 떠나지 않았으면 하는 생각이다.》

순간 영심은 기대했던 모든것이 순간에 와르르 무너져내리는것만 같은 생각에 절로 눈앞이 아찔해지는것을 어쩔수 없었다.

(영예군인인 어머니와 한가정을 이루었던 아버지가 어쩌면 그런 말을…)

한동안 마음을 다잡으며 창문가에 서있는 아버지의 뒤모습을 바라보는 영심의 머리속에는 불현듯 특류영예군인인 김승철을 알게 된 잊을수 없는 그 나날들이 되새겨졌다.

그때에는 영심이자신도 그것이 사랑으로까지 이어지리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인간에 대한 처녀의 사랑은 존경으로부터 시작된다는 말이 있다.

영심이가 김승철과 처음으로 알게 된것은 대학생활을 하던 때 학급동무들과 함께 특류영예군인의 가정을 방문해서부터였다.

비록 두다리는 없어도 얼굴에 환한 웃음을 담고 활달한 성격으로 락천적으로 생활해나가며 군사복무시절처럼 조국과 인민앞에 그 무엇인가를 남기고싶어 애쓰는 승철의 모습은 영심이에게 이미 세상을 떠난 영예군인이였던 어머니에 대한 추억을 불러일으켰다.

그때로부터 인연을 맺고 국가적명절과 휴식일은 물론 짬시간이 있을 때마다 찾아오는 영심을 반갑게 맞아주던 승철의 눈길은 꼭 친동생을 대하는 오빠의 다정한 눈빛처럼 언제나 따뜻했다.

아마도 그래서 대학생활의 바쁜 속에서도 종종걸음을 치며 영예군인의 집대문을 스스럼없이 두드렸는지도 모른다.

영심에게는 승철과 함께 있는 그 시간이 언제나 즐겁고 행복하게만 느껴졌다.

비내리는 수십리 밤길을 걸어 치료에 필요한 여러가지 약품들을 구해가지고 찾아갔을 때에도, 승철의 어머니가 미처 거두지 못한 영예군인의 빨래감들을 깨끗이 빨아 손질해놓고 자정이 넘어 기숙사로 향할 때에도 영심은 힘든줄 몰랐다.

하지만 인생길에는 상봉도 있고 리별도 있는 법이다.

졸업을 앞둔 어느날, 그날도 휴식일에 승철을 태운 삼륜차를 앞세우고 그와 다정히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걸어가던 영심은 마주오는 두 녀인이 길을 어기면서 자기들끼리 주고받는 말을 우연히 듣게 되였다.

《아마 영예군인의 녀동생인가 보지.》

《지금은 그래도 이제 저 동생이 나이들어 시집가면…》

대학생교복을 입은 자기를 영예군인의 친동생처럼 생각하며 류다른 눈길로 지켜보던 녀인들의 이야기에 영심은 문득 걸음을 멈추었다.

그 말을 들었는지 방금전까지 미소가 흐르던 승철의 얼굴에도 일순간 그늘이 비끼는것이였다.

《영심동무, 이제 얼마 있으면 대학을 졸업하고 고향으로 가겠구만. 그때부턴 아마 영심동무를 보기 힘들겠지.…》

《…》

《어쨌든 그동안 동무가 나때문에 정말 수고가 많았소. 우리 어머니도 늘 영심이소리를 하군 하오. 졸업하고 배치지에 가면 꼭 편지를 해주오.》

순간 두사람의 눈빛이 허공에서 마주쳤다.

그날밤 기숙사침대에 누웠지만 영심은 오래도록 잠들수 없었다.

몇달후 영심은 함흥화학공업대학을 최우등으로 졸업하고 고향인 단천시의 어느 한 공장에 3대혁명소조원으로 파견되여 떠나갔다.

《너도 이젠 대학을 졸업하고 3대혁명소조원이 되였으니 딴 생각말고 맡은 일에 충실하길 바란다. 밤도 깊었는데 오늘은 이만하자꾸나.》

방문을 닫고 나가는 아버지를 지켜보던 영심의 입가에서는 가느다란 한숨소리가 새여나왔다.

소조생활은 드바빴다.

대학때에는 늘 명랑하고 생기발랄하던 영심이였지만 소조원이 된 요즘에 와서는 왜서인지 말이 적어지고 행동거지가 무척 진중해졌다.

마음속고충을 남모르게 혼자만 묵새기며 가슴속에 묻어둔 영심이여서 소조책임자는 물론 동무들도 전혀 딴사람이 된듯한 그의 모습을 보며 의아해하지 않을수 없었다.

어느날 아침 그날도 남들보다 일찍 출근하여 당보를 펼쳐들던 영심은 굳어진듯 신문에서 눈길을 뗄수 없었다.

조선중앙통신사에서 일하던 한 처녀가 대학시절 같은 학급에서 공부하였던 특류영예군인을 위해 수백여일간이나 뜨거운 진정을 기울였으며 끝내 한가정을 이룬 감동깊은 이야기는 영심의 가슴을 세차게 설레이게 하였다.

(승철동지도 우리 조국이 아끼고 내세워주는 영예군인이다. 영예군인의 영원한 길동무가 되는 그 길이 다름아닌 우리 당이 바라는 인생의 참된 길이 아니겠는가. 그런데 영예군인의 딸인 내가 그 길에서 순간이나마 주저하다니.…)

영심은 더 생각할 사이없이 아버지를 찾아갔다.

상기된 얼굴로 전후사연을 이야기하는 영심의 모습을 미더운 눈길로 지켜보던 아버지는 그의 어깨에 다정히 손을 얹으며 말하였다.

《정말 용타. 이제는 결심이 확고히 섰다니 이 아버지는 얼마나 기쁜지 모르겠다. 먼저 간 네 어머니도 아마 우리 영심이가 그런 훌륭한 결심을 했다면 장한 딸자식을 둔 자랑으로 너의 앞길을 축복해줄거다. 일단 선택한 길이니 뒤돌아보지 말고 끝까지 가야 한다.》

(그래서였구나. 아버지!-)

영심의 눈가에는 아버지의 모습이 다시금 새롭게 비껴들었다.

영예군인과 한가정을 이루고서도 교단을 굳건히 지켜온 아버지, 자기가 가르치는 학생들도 인생을 참되게 빛내이도록 이끌어주는 참된 스승인 아버지였다.

《영심아, 떠나기전에 어머니의 묘소에 들려보거라.》

이렇게 되여 영심은 아버지와 소조동무들의 바래움속에 함흥으로 떠났다.


* *


지난 2월 만사람의 축복속에 또 하나의 아름다운 꽃으로 피여난 김승철과 리영심의 결혼식이 성대히 진행되였다.

특류영예군인의 영원한 길동무가 되여 축하의 꽃다발속에 묻힌 영심의 얼굴에는 우리 시대 청년들의 긍지가 비낀 밝은 미소가 흐르고있었다.

본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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