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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 장

사랑의 기슭


7


바다가에는 메우지 않은 작은 늪들이 있었다. 우묵하니 패워들어간 그 늪들에는 갈대가 성글게 자라고있었다.

하루일을 끝내고 옷을 갈아입은 박동길은 마른 갈대숲에 두발을 뻗고 경사진 모래언덕에 번듯하게 누워있었다.

백사장에 밀려왔다가 물러가군 하는 파도소리가 쏴- 쏴- 단조롭게 울리고 어딘가 바다밑에서 들려오는듯 한 웅글은 우응- 소리가 간단없이 퍼진다.

(만사가 두루 괜찮게 돼가는데…)

갈매기 한마리가 훨훨 날아도는 저녁하늘을 멀거니 바라보면서 자기생각을 더듬고있었다.

(경쟁에서 1등은 문제없는거고… 사람들앞에서 체면이 서게 되였은즉 사로청에서도 당당하게 평가해주겠지.)

박동길은 요즘 제강소에서 달아나서 속도전청년돌격대같은데로 갈 꿈을 꾸고있었다. 사회적으로 일러주는 청년들의 집단에 가서 눈에 잘 뜨이기만 하면 괜찮은 직책에 임명될수도 있고 또 정치대학같은데도 갈수 있을것이였다.

하지만 그 일이 쉽지는 않았다.

건설사업소에서 옮겨올 때엔 집에 늙은 부모님들만 계신다는 턱을 댔으나 지금은 그럴수도 없었다. 게다가 청년돌격대는 사로청(당시)조직에서 추천하는터이였다.

용해공경력이 오래지 않은 동길이로서는 로에서 눈에 띄게 자리낼만 한 일이 없었다. 그래 그는 원료장확장공사가 제기되자 자진해나섰던것이다.

건설에는 경험도 있어 처음부터 성수를 내였고 녀성들이 많았지만 두루 손발이 맞아서 다른 조들에 짝지지 않았다. 직장에서도 그들의 일을 대견해하였다. 거기에 기세를 얻은 그는 내부벽체공사에서도 혁신을 하려고 했다. 주저하는 소리들을 누르고 기일을 앞당겨 끝내버렸다. 다 해놓고보니 들여앉힐 제관품이 문제로 됐다. 재시공하는 날이면 여태까지 쌓아온 공이 하루아침에 허물어지는 판이다. 아버지가 끈끈히 따지고드는 바람에 머리를 싸쥐고 궁리하던 끝에 《에라, 모르겠다.》하고 갈매기식당에 가서 맥주를 퍼마시고 합숙에 가 활개를 펴고 자버렸다. 집에 들어가 아버지와 맞서기가 싫었던것이다.

아침에 비실비실 나와보니 만사가 씻은듯이 처리되여있었다.…

낮에 제관품을 실어다놓았고 공정이 말썽없이 흘러갔던것이다.

(일은 괜찮게 돼가는데. 공정을 앞당겼으니 혁신이고, 경쟁에서도 1등은 떼놓은거고… 그러니 사로청위원장도 모른다고는 안할거라…)

달콤한 공상을 깨뜨려버린 처녀의 즉흥시만 아니였던들 박동길은 그 웅덩진 늪가에 누워서 오만가지 기와집을 쌓아올렸을것이다.

열정이 북받쳐올라 읊으는듯 한 그 시는 청이 높아지면서 갈리고 산만해지다가 가느다랗게 잦아들더니 다시 롱기어린 목소리로 구슬프게 울리는것이였다.…

나서자란 고장은

푸른 바다가

이내 마음은

흰갈매기

아- 바다여

정다운 바다여

어찌하여 그대

잠들지 못하는가

가슴을 설레이며

잠들지 못하는가…


박동길은 듣지 않으려는듯 몸을 옹송그리였다.

《쳇, 도깨비같으니!》

방금이라도 저 혼자 깔깔 웃어댈것 같은 장인숙의 모습을 눈앞에 그리며 얼굴을 찌프렸다.

그러나 처녀의 즉흥시가 바로 머리우에서 들리고 웅뎅이에 내려서는 발길이 자기를 밟을듯 미쳐오자 누웠던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이구머니나-》

처녀는 기겁하여 둥그런 눈으로 이쪽을 굽어본다. 빨간 털옷에 곤색치마를 입은 호리호리한 몸매에 얼굴이 작고 아름답지 못한 눈만이 커다란 그 녀자는 뜨거운 남비를 들었다가 엎지른 사람마냥 두손을 맥없이 펼쳐들고 서있었다.

《뭐 그다지야.》

《어쩜 사람을 그렇게 놀래워요?》

《맹랑하군.》

박동길은 머리우에서 흘러떨어지는 모자를 밀어올리면서 외면했다.

《여기서 좀 쉬드랬소.》

《아유- 정말이지 난 간이 떨어질번 했네.》

처녀는 비로소 얼굴에 화색을 띠우며 평소의 그 명랑한 모습으로 돌아왔다.

《돌아가지 않을래요?》

《난 직장에 들려야 해, 사로청위원장도 만나야 하고 또 다른 토론할 일도 있고 해서…》

그것은 방금 떠오른 생각이였으나 공연히 해들거리는 처녀앞에서 점잔을 빼면서 그렇게 말했다.

《그럼 같이 가요, 나도 직장에 들릴 일이 있는데.》

《왜?》

《동무들이 악기련습하는걸 구경하겠어요.》

《흠 …》

박동길은 흥미없다는듯 코를 불었다.

처녀는 상글상글 웃으며 갈대숲에 내려가더니 거기서 무엇인가 손수건에 싼것을 찾아들었다. 가느다란 손가락으로 매듭아래를 조심스럽게 헤치고 속을 들여다보면서 방긋이 웃었다. 커다란 두눈에 생기가 돌고 그것으로 하여 얼굴도 한결 이뻐지는것이였다.

《점심때 조갑지를 주었어요. 화분에 놓을건데 동무애들한테 나눠줄래요. 좀 가질래요?》

《필요없소.》

박동길은 무뚝뚝하게 잘랐다.

《한데 동문 왜 오늘 총화에 참가하지 않았소?》

《늦었어요. 철재 실으러 갔다가 동무애를 만났는데 얘기하다보니 자동차가 가버렸더군요. 그래서 걸어와보니 다 끝났더군요.》

《자유주의야.》

《그게 무슨 자유주의예요? 그럴수도 있지요 뭐.》

태연한 그 어조에 코웃음쳤다.

옷에 묻은 모래를 털고나서 웅뎅이에서 올라섰다. 뒤도 돌아보지 않고 걸어갔다.

장인숙은 원료장의 평량차운전공이였다. 같은 회전로직장이라고는 하지만 범위가 크고 작업장이 멀리 떨어져있다나니 가까이 알고지내는 사이도 아니였다. 이곳에 동원되여 그 사람됨을 알게 되였는데 경망해보이는 성격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십여년전 그들이 단층주택마을에서 살 때엔 장인숙이네와 앞뒤집사이였다.

박동길이 아버지는 말새많은 그의 어머니를 꺼려했지만 말없이 성실한 장덕칠이와는 형님동생하는 친근한 사이였다.

짤막하게 땋아늘인 머리꽁뎅이에 분홍색의 팔랑거리는 댕기를 단 처녀애가 자기 아버지의 손을 잡고 놀러오군 하던 일을 기억하고있었다.

그 애가 앞뒤방을 명랑하게 뛰여다니는것을 재미있게 보면서 아버지는 《얠 우리 며느리로 삼아야겠군.》하고 웃으며 롱을 하군 했었다.

기억에서 사라지지 않은 어린시절의 달갑지 않은 회상으로 하여 또 새 주택지구들에 이사가서 서로 떨어져있는 지금도 아버지들이 가까이 지내는것으로 하여 박동길은 이 처녀를 더욱 멀리했다.

곱지도 못한 목소리를 다듬으며 곧잘 노래를 부르군 하는 그 얄궂은 성미까지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공장밖에도 안에도 중학교시절부터 친해오는 동무들이 많았는데 찾아가기도 잘하고 찾아오기도 잘하는 참새떼같은 축들이였다.

(맹랑한 처녀야.)

박동길은 걸어가면서 속으로 중얼거렸다.

《동길동무, 어딜 가요?》 장인숙은 따라오며 소리치는것이였다.

《큰길로 가자요. 이쪽으로… 나도 직장에 가요.》

공지에 서있는 가설건물인 휴계실앞쪽을 손으로 가리켜보인다.

《좋을대로 하오, 난 나대로 갈테니.》

박동길은 휴계실옆으로 해서 울퉁불퉁한 공지를 향해 걸었다.

《글루 가면 길이 없어요.》

《알고있소.》

뒤도 돌아보지 않고 퉁명스레 대답했다. 아버지가 일하고있을 제관작업장앞으로 지나가기가 싫었던것이다. 게다가 경박한 처녀와 동무해 걷기도 싫었다. 그래도 처녀는 따라오는것이였다. 따라오면서 쌔부랑거렸다.

《좋은 길을 두고 왜 일루 가요?》

청년은 마뜩지 않게 돌아보고 터벅터벅 걸었다.

《동문 참 괴짜예요. 어떤 때 보면 혁신자가 될수 있을것 같은데 다른때 보면…》

불쑥 말하다가 생글생글 웃었다.

《다른 때 보면 어떻단 말이요?》

박동길은 눈을 흡뜨며 돌아섰다. 처녀는 주춤했으나 웃음은 얼굴에서 떠나지 않았다.

《아니, 그저… 제강소에 있지 않을 사람같아요.》

《흥! 동무같은 아름다운 처녀가 있는 공장인데 다른데로 가다니!》

《아무렇게 말해도 좋아요.》

흔연한 어조로 그렇게 받고는 심상하게 덧불였다.

《하긴 우리 어머니도 제강소가 마음에 들지 않는대요.》

《어머니도 제강소에 다니오?》

《아니요. 제강소엔 들어와본 일도 없지요 뭐. 공연히 사람들의 말을 듣고 그러지요. 그리고 회전로굴뚝에서 나는 먼지때문에…》

마지막말을 하면서 생글생글 웃었는데 거기에는 자기도 동감한다는 표정이다.

《그렇지만 난 제강소가 좋아요. 이렇게 바다가에 있지, 시내가 가깝지, 얼마나 좋아요!》

《흠, 거참…》

비로소 알았다는듯 또는 기가 막히다는듯 박동길은 웃었다.

《게다가 제강소엔 동무애들도 많고 아는 사람도 많아요.》

손에 든 조갑지꾸레미를 천진하게 흔들면서 유쾌하게 걷는다. 박동길은 얼굴을 돌려 그 녀자를 마치 처음 보기라도 하는듯 굽어보는데 눈에는 동정하는듯도 하고 조소하는듯도 한 애매한 미소가 어리였다. 무엇인가 말하려는듯 했으나 발앞을 보며 쓰겁게 웃었을뿐이다.

(우물안의 개구리야. 크게 무얼 해보겠다는 희망도 없이 저렇게 빈둥거리며 지내다가 나이되면 시집이나 가겠지? 하긴 뭐 내가 걱정할 일은 아니야.)

그들은 모래바닥으로 된 고르지 못한 공지를 걸어가고있었다.

오른손편 저 앞쪽에서 불도젤 한대가 우르릉거리며 일하는데 이켠에서 사람들이 무엇인가 이야기를 나누고있었다.

그뒤로 작업복을 입은 청년이 성큼성큼 걸어오는데 장인숙은 그를 알아보고 반색을 하는것이였다.

《아이 강기사동무, 안녕하세요. 어딜 가나요?》

《작업장에…》

한마디로 대답하며 지나가던 기석은 동길이를 보고 걸음을 멈추었다.

《여어 - 동길이.》

박동길은 우뚝 멎어섰다가 그쪽으로 걸어갔다.

《참 기석형님, 어제밤엔 수고가 많았소!》

박동길은 념량좋게 웃었으나 기석은 곱지 않게 흘겨보며 엄하게 질책했다.

《수고는 무슨 수고야! 왜 허튼소리를 하고 다녀? 언제 나하고 토론했댔나?》

《글쎄 일이 그렇게 됐소. 아버지가 영 들어주지 않아서… 사실 그 일때문에 나도 마음이 놓이지 않아 밤새껏 한잠도 못 잤소. 정말이요!》

《무슨 일처리를 그렇게 하나?》

박동길은 난처한듯 더수기를 긁었다.

《진작 토론하자고 했지만 기석형님이 들어주지 않을것 같아서…》

《그 말이 아니라 왜 일을 제대로 하지 않았는가 말이네. 설계대로 해야지.》

《사정을 좀 봐주오. 나도 잘하자고 마음먹고 한 일이니까. 다른 말썽이 없게만 해주우. 앞으로는 그런 일이 없을거요.》

기석은 어처구니없어 아무 말도 못하다가 《교양실에서 좀 만나자우, 내 곧 돌아올테니.》하고 무뚝뚝하게 던졌다.

《좌우간 다른 말썽이 없게만 해주우.》

반죽좋게 말한 동길은 가던 길을 다시 걸어갔다.

《동문 저 강기사와 친한 모양이지요?》

기다리고섰던 장인숙이 종종걸음을 놓으며 종다리처럼 재깔거렸다.

《친하구말구. 내 말이면 다 들어주는 사이니까.》

《그렇군요.… 정말이지 아주 좋은 사람이예요. 지배인으로 있던 아버지가 떨어져 간 뒤에도 그냥 제강소에 남아서 성실하게 일하지요 뭐. 그런걸 보면 난 저 기사동무가 쳐다보여요.》

《흥! 그러다가 다른데로 가버리면 그땐 내려다보겠군.》

《가긴 왜 가요, 제강소에 있겠다고 마음먹은 사람인데. 그리고 제강소를 더 일하기 좋은 곳으로 되게 하려고 새로운 제진장치까지 연구했는데.》

《남의 속마음을 잘두 아누만.》하고 박동길은 빈정거렸다.

《알지 않구요. 요전날엔 강기사가 연구한걸 평가하려고 중앙에서 간부가 내려왔댔어요.》

《허, 동문 정 모르는 일이 없구만. 그런 소식은 어떻게 다 아오?》

《나한테도 안테나가 있다나요!》

처녀는 자기가 한 말이 신통한듯 호호 웃었고 박동길은 어처구니가 없어 덩달아 웃었다.

《다른 일은 뭐 모르는줄 아세요? 공장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어떤 기계가 들어왔는가 하는것도 다 알아요. 이제 두고보세요. 회전로에서도 분주하게 되지 않나!》

《그건 또 왜?》

《구단광연구실에서 새로운 실험을 하는것 같아요.》

《누가 그래?》

《아무도 말한 사람은 없어요. 하지만 난 알아요.》

《…》

자기 말을 믿지 않음을 느낀 장인숙은 설명을 가했다.

《거기 중간공장에 내 동무애가 있어요. 그 애가 영 놀러오지 않기에 찾아가봤더니 거기선 전투가 벌어졌더군요. 연구사들, 로동자들 할것없이 눈코뜰새 없지요 뭐. 그 애를 만나지도 못했어요. 그러니 그게 뭐겠어요. 시험로를 돌리지 않을 때엔 그 애들은 한가하거던요.》

《기막힌 판단력을 가지고있구만. 공부도 그렇게 잘했소?》

《공부를 잘했더면 대학엘 갔게!》 생글생글 웃으면서도 머리를 저었다. 《아니야요. 그래도 대학엔 안 갔을거야요. 여기 제강소가 얼마나 좋게요!》

(공부하기 싫다는 말은 안하는군. 학교에서는 겨우 락제나 면했을거야.)

《앞으로는 더 좋아질거예요. 아까 그 강기사가 연구한 제진장치만 설치하면 먼지도 전혀 안 나고 일하기도 퍽 쉬워진대요.》

처녀가 꺼내는 화제며 그의 경박한 성미에 이미 권태감을 느끼면서 박동길은 제 생각에 싸여 걸음만 옮겼다.

하지만 장인숙은 또 무엇이 생각난듯 생긋 웃고 덧붙였다.

《그렇게만 되면 회전로에 마음을 붙이지 못하던 사람들도 다른데로 가자고는 안할거예요!》

박동길은 속이 불끈해져서 처녀를 지그시 바라보다가 잘라버리듯 엄하게 말했다.

《방정맞게스리, 유치한 생각은 저 혼자나 하란 말이야.》

《그건 또 무슨 말이예요?》

《그래 모르겠소? 알지도 못하면서 남의 일에 참견하지 말란 말이요.》

의혹과 불신의 빛이 동그래진 처녀의 눈에서 허둥거렸다.

《근데 왜 큰소리쳐요, 큰소린…》 다짜고짜로 쏘아붙이고는 《흥!》 하며 코웃음친다. 《무얼 잘했다고… 옳지 않아요, 동문.》

마지막말에서는 품행이 바르지 못한 학생에게 타이르는 선생의 말과 같은 훈계조가 어찌나 강하게 울렸던지 박동길은 뗑하니 처녀를 돌아보았다.

(이거 어떻게 된 도깨비야? 이런것과 시비를 캐려드는 내가 어리석지 아마?)

스스로 그렇게 묻고는 터무니없는듯 웃어버리면서 불시에 아량을 보인다.

《옳아, 내가 잘못했소.》

그리고는 오히려 홀가분해진 기분으로 앞을 막아나선 연진무지를 치달아오른다. 장인숙은 낮은 언덕을 이루며 뻗어간 연진무지앞에 서버렸다. 모래둑마냥 발이 푹푹 빠지는 축축한 경사면을 더듬다가 걱정에 싸여 소리쳤다.

《아이- 동문 날 어디로 데려왔어요? 길도 없는데.》

박동길은 코웃음쳤다.

《글쎄 난 몰라요. 난 양말을 갈아신었는데.》

찡그린 얼굴에 한가닥 미소를 띠우고 위협하듯, 애원하듯 하소연이다.

《내려와서 손 좀 잡아줘요.》

(쳇, 어리석은 처녀야.)

둔덕우에서 일하는 굴착기쪽을 저어하듯 바라보고는 하는수없이 발이 빠지면서 몇걸음 내려섰다. 처녀는 그의 손에 매달리듯 의지하고 청년이 낸 커다란 발자국을 조심스럽게 골라디디며 축축한 연진무지언덕에 올라섰다.

《됐어요.… 고마와요.》

방금전의 비난을 까맣게 잊고 공연히 치마를 털며 반들거리는 구두코로부터 뒤축까지를 이리저리 돌아보고나서 더럽혀지지 않은것이 대견한듯 해쭉 웃었다.

《아이 좋아. 가자요, 빨리.》

《먼저 가라구.》

박동길은 마른데를 골라 엉뎅이를 붙이며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냈다. 해실거리며 걸어가는 장인숙의 모습을 바라보며 담배연기를 내불었다.

(저런 맹랑한 처녀한테 반해다닐 녀석도 있을가?)

멀어져가는 처녀의 모습을 바라보고있던 그는 문득 교양실에서 만나자고 하던 강기사의 말이 떠올라 걱정에 잠겼다.

《왜 그럴가? 어제일을 가지고 비판하자는걸가? 직장에 반영해서 망신시키지는 않을텐데… 젠장.》

눈을 뜨부럭거리며 궁리에 골몰하던 그는 무슨 생각이 떠올랐는지 자리를 털고일어나서 구내도로쪽으로 걸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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