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페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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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4 장

운명의 갈림길


7


위대한 수령님의 현지지도기념일을 앞두고 온 공장이 들끓고있었다.

당조직들에서 자기 부문 과제를 놓고 토의가 있은데 뒤이어 광범한 로동자들속에서 사상동원사업이 벌어졌다.

회전로직장에서 종업원회의를 준비하고있을 때에 로장이 동길이를 찾았다.

《회의에 참가할 준비는 했나?》

《했습니다.》 하고 박동길은 제꺽 대답했다.

《토론할 준비도 하고?》

《내가 무슨 토론을 한다고 그럽니까?》

《그럼 준비를 했다는건 무언가?》

《그저 회의에 참가하는거지요.》

《뒤구석에 앉아서 들을 준비?》

박동길은 씨무룩이 웃었다.

《이번에는 동길동무도 토론을 해야겠어.》

《왜 하필 내가 하겠습니까? 6호로에 사람이 없다구?》

《다른 사람들은 늘 자진해서 토론을 했구 이번에 당회의에서도 토론을 했어.》

6호로의 성원들은 요즘 박동길의 생활에 많은 관심을 돌리고있었다.

지난 초겨울에 벌어진 성구장공사때부터 박동길은 일에서 남다른 열성을 나타냈었다.

내화물공사때의 실책에서 큰 자극을 받았던 그는 로에서 교대를 마치면 공사장으로 나갔고 나가서는 말없이 힘든 일판에 붙었었다.

그가 집에 들어가지 않는 때면 그의 어머니가 더운밥을 싸들고 작업장에 나타나는 일도 뜨문했었다.

그러루한 일로 하여 박동길의 생활은 더욱 집단의 관심을 끌었고 사람들의 호의를 샀었다. 함께 일하는 처녀들도 호기심을 품고 그를 쳐다보았다.

그런 뒤부터는 로에서 일하는 태도도 눈에 띄게 달라졌었다.

그랬던만큼 엄학준은 그의 자각성과 의식성을 높여주기 위해 은근히 마음을 썼고 이번 회의에서 토론을 하도록 권고했던것이다.

《우리 6호로가 첫 시험로인데 동길이도 그동안 일하면서 생각한게 많겠지. 동길이가 토론하는건 다른 기능공들이 토론하는것과는 또 다르단 말이야. 젊은 동무들에게 좋은 영향을 줄수 있거던.》

《글쎄 자기비판을 하라면 하겠지만 토론은 못하겠소. 내가 무얼 안다구!》

《에키! 이 친구야, 왜 꼭 자기비판이겠나. 하다못해 어떻게 일하겠다는 결의라도 다질수 있지.》

《글쎄 그런건 난 못해요.》

동길이가 고집하는 바람에 로장도 어쩔수 없게 됐다.

옆에서 듣고있던 강기석이도 가버리는 동길이를 바라보며 웃지 않을수 없었다.

《지금은 과도기인것 같습니다. 좀더 지내느라면 달라지겠지요.》

그리고는 둘이서 유쾌하게 웃었다.

회의는 교양실에서 진행되는데 직장장이 보고를 했다.

뒤켠 구석쪽에 자리잡은 박동길은 머리를 수그리고 조으는듯 앉아있으면서도 한마디 놓칠세라 듣고있었다.

지난 겨울 된추위속에서 난공사로 제기되였던 성구장의 동기타입을 보장하기 위한 전투당시에 우등불을 피우고 혁명가요를 불러가면서 밤새워 일한 직장성원들속에서 박동길이 이름도 지적되였을 때 곁에 앉았던 친구가 옆구리를 쿡- 찌르는것이였다.

《여어- 냅다 올라가는 판이야.》

《이제 동길이 이름이 서너차례는 더 나올걸.》

다른쪽에서 귀속말로 속살거리는 소리였다.

《젠-장, 뭘 그래.》

박동길은 이마살을 당기면서 중얼거렸다.

(제발이지 이젠 더 나오지 말았으면…)

그의 속마음을 알아주기라도 한듯 그의 이름이 더는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지원자들의 이러저러한 사업성과속에서 자기의 모습도 느껴지는것이여서 사뭇 기분이 좋았다.

보고자는 성구장공사의 성과를 언급한데 뒤이어 시험조업의 완성을 위해 지금 온 공장사람들이 떨쳐나선 정형을 개괄하고 로조작과정에 해결해야 할 문제들을 중점적으로 들어가면서 과업을 제시했다.

(지명하면 야단인데…)

박동길은 토론에 짚일가봐 불안해하였으나 공연한 걱정이였다. 서로 앞을 다투어 토론을 요청하는것이여서 집행자가 오히려 난처해했다.

얼마전부터 ㄱ철생산에 진입한 8호로의 용해공들이 열성이였다. 거기 한 기능공은 로조업을 과학기술적으로 하는데서 기능공들이 앞장에 서겠다고 하면서 계측수단들의 정밀성을 보장하는데 주의를 돌리자고 강조했다.

또한 유휴자재를 리용하여 지금 쓰고있는 온도계기의 접촉링그를 재생제작하겠다고 결의하면서 기술자들이 방조해줄것을 제기했다.

《아주 좋은 토론입니다.》

집행부에서 기사장이 격려하듯 말했다. 한명택은 현지지도기념일까지의 전투과제를 분담할 때 회전로직장사업을 맡아서 지도할 분공을 받았었다.

지금까지 사업에서 이렇다할 성과를 내지 못했던 한명택은 초급당위원회에서 자기에게 부차적인 일을 맡기리라고 은근히 속을 썩였다.

하지만 정작 시험조업과 관계되는 중요한 사업을 지도할 분공을 받게 되자 못내 감동하여 열성을 발휘하고있었다.

기능공의 토론에 뒤이어 5호로의 로장이 연단에 나섰다.

그는 교대성원들사이에서 사상의지적인 통일이 중요하다는것을 강조하면서 이런 면에서 6호로의 경험을 본받을뿐아니라 새로운 경험을 창조하자고 호소했다.

동무들속에서 《대꼭지》라는 별명으로 통하는 햇내기수리공으로 작은 키에 늘 기름때묻은 작업복을 입고다니면서 새물새물 웃기 잘하는 청년이 연단에 뛰여올랐다.

그는 송풍량이 높아지고 낮아지는데 따라 자동적으로 조절될수 있는 배풍장치를 제작해야 한다고 역설하면서 이마에 잔주름이 가득해져서 종주먹을 내두르며 결의를 다지는 바람에 장내에서는 술렁술렁 웃음꽃이 피여났다.

이 토론으로 하여 그는 직장사람들속에서 더욱 사랑스러운 존재로 된듯 한 분위기였다.

《〈대꼭지〉가 토론을 다 하구!》

《〈수리〉친구들이 무슨 일을 칠것 같은데.》

토론에 지명되지 않으리라는것으로 하여 마음을 놓고 앉아있던 박동길은 어쩐지 무안해졌다.

자기자신이 불만스러웠고 회의때마다 이 뒤구석을 차지하려고 왼심을 쓰던 일조차 어리석게 여겨졌다.

《건달뱅이야.》

멸시하는듯 한 아버지의 얼굴모습이 떠올라 미간을 찌프렸다. 옆친구가 팔굽을 건드리며 무엇인가 속살거렸으나 잔뜩 몸을 옹송그리고 돌아보지 않았다.

전차운전공처녀가 연단에 나서서 일부 운전공들이 간단한 고장퇴치법을 알지 못해 수리공들을 불러오느라고 장입시간과 평량을 정확히 보장하지 못하는 현상을 비판하면서 모든 운전공들이 자기 기대에 정통할데 대해 호소했고 그뒤로 송풍기공, 로체공들이 련이어 토론에 참가했다.

회의는 활기를 띠였고 사람들은 결의에 충만되여있었다.

《로조업의 기본을 담당하고있는 용해공동무들이 더 토론했으면 좋겠는데…》 하고 미소어린 눈길로 장내를 둘러보면서 기사장이 말했다.

언제나처럼 부드러운 그의 표정은 사람들에게 친근감을 주었다.

장내는 일시 잠잠해졌다.

《시험조업을 오래 해본 동무들이 생각은 많이 하고있습니다.》

곁에 앉아있던 직장장이 부추기듯 말하는것이였다.

박동길은 로장의 권고를 잊지 않고있었다. 그러나…

머리속에서 생각들을 정리해보았다.

자신이 없다. 잘못하다간 망신이다.…

장내는 물뿌린듯 조용하다.

갑갑한 몇순간이 흐른다.

곁에 앉았던 친구가 동길이의 옆구리를 쿡- 찌른다.

《여어, 토론해보라우.》

나직이 웅얼거리는 그 목소리는 능청스러우면서도 어딘가 비양조가 풍긴다.

박동길은 불만스러운듯 응대하지 않는다. 다음순간 그는 반발하듯 허리를 펴고 일어섰다.

온 장내가 그쪽으로 낯을 돌린다. 일순 얼굴이 화끈해졌으나 한번 마른 기침을 깇고 입을 열었다.

《저는 그저 한가지 의견만 제기하겠습니다.》

《나와서 하지, 연단에.》

기사장이 웃으며 말했다.

《아니, 여기가 좋습니다.》

키득키득 웃음을 참는 소리들이 들려왔으나 박동길은 오히려 버젓해지면서 큰소리로 말한다.

《저는 모래원천지를 알고있습니다. 모래산도 있습니다. 당장이라도 가서 져오겠습니다.》

《으하하하…》

《호호호호…》

웃음판이 터졌다.

웃음은 장내를 휩쓸고 집행부에까지 물결쳐갔다. 그러자 걷잡을수 없는 웃음의 물결은 창유리까지 드렁드렁 울렸다.

《어허이구, 이 친구야, 기껏… 기껏… 한다는 소리가… 으흐흐… 모래산을 져오겠다구… 으허허허…》

곁에 앉았던 친구는 허리를 펴지 못하고 흐느끼면서 웃음으로 하여 피여오른 눈물을 훔친다.

《완-전하다-》

누군가가 어지간히 큰소리로 중얼거린다. 박동길은 영문을 알수 없는듯 의아한 눈길로 장내를 둘러본다.

이렇게 되고보니 도로 앉는다는것도 쑥스러운 일이다.

웃음이 한물결 지나가자 가운데쯤에서 누군가가 일어섰다.

강기석이다.

그의 얼굴에도 웃음이 어려있다.

《자, 그만 조용들 하십시오.》

기사장이 미소어린 표정으로 장내를 둘러보았다.

《제 생각엔 박동길동무가 아주 중요한 의견을 제기한것 같습니다.》

강기석이 그렇게 말을 떼자 비로소 분위기가 가라앉기 시작한다.

《동길동무는 다른 사람들이 모두 시험조업과정을 잘 알리라고 생각하고 요점만 말한것 같습니다. 구단광의 질제고를 위해서 아주 필요하고 시기적절한 의견입니다.》

강기석은 침착하게 말을 잇는다.

《ㄱ철의 조작과정에는…》 하고 그는 로조작의 기술적측면들을 알기 쉽게 설명한다.

《…이런 현상때문에 로내의 염기도가 높아져서 시험로에서는 과학자들도 기능공들도 조작에서 골치를 앓고있습니다.

처음에는 여러가지 용재를 써보았으나 원단위가 높아지기때문에 다시 백리나 되는 곳에 가서 다른 부원료를 실어다 써보았습니다.

염기도는 떨어지지만 수송조건이 불리하고 로행정에서 다른 부작용을 일으키기때문에 그것을 극복해보려고 여러달 고심했습니다. 그것으로는 곤난할것 같습니다.

요즘 일부 연구사들은 융점이 비교적 낮고 산성이 강한 모래를 쓰는것이 좋겠다는 의견을 내놓고 지금 그 원천을 탐구하기 위해 애쓰고있습니다.》

강기석이 제자리에 앉자 기사장은 만족한 표정으로 말했다.

《바로 그렇소. 좋은 의견이요. 로조업에 참가해서도 일을 두고 걱정을 많이 하니 그런 생각도 떠올랐을거란 말이요. 밑도끝도없이 당장 모래산을 져오겠다고 하니 웃긴 했지만 아주 좋은 의견입니다.》

장내가 또다시 술렁거리는것을 누르고 기사장이 물었다.

《박동길동무, 알고있다는 그 원천지가 어디쯤이요?》

《여기서 한 40리됩니다. 창평쪽으로 가서 사구마을이라고…》

마음이 가라앉고 용기를 얻은 박동길이 자신있게 말했다.

《거리도 멀지 않고… 아주 좋습니다. 립도와 성분이 맞겠는지는 모르겠지만 좌우간 이렇게 예비와 가능성을 탐구하는데서 모든 동무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야겠습니다.》

기사장의 말은 사람들의 가슴을 따뜻하게 고무했다.

박동길은 앉았다.

이제와선 누구도 웃지 않았다. 오히려 모두가 진중해졌다.

창문쪽에 앉아있던 처녀가 일어섰다.

《그 모래를 운반하는데 필요하다면 우리 전차공들도 나서겠습니다.》

《좋습니다. 지지합니다.》

기사장은 우선우선하게 말했다.

《자, 실무적인 조직사업은 회의가 끝난 뒤에 하기로 하고 또 좋은 의견들을 제기하시오.》

회의가 끝났을 때엔 모두가 활기를 띠고 결의에 충만된 기색이였으나 박동길이만은 흐리여있었다.

만족감과 더불어 그 어떤 흥분마저 느끼고있던 박동길의 기분은 장인숙의 제의로 하여 어지간히 잡쳐지고말았다.

성구장꾸리는 공사때부터 지원자들의 작업조에 망라되여 늘 자기 발부리에서 맴도는듯 한 장인숙이를 곱지 않게 보아오던 동길이였다.

벽체를 쌓을 때면 블로크를 나르고 미장을 하는 때면 혼합물을 섬겼으며 시설물을 운반하러갈 때마다 동길이네 축에 끼여들군 했는데 그러한 접근에 경계심을 품고 외면을 했으며 건네는 말에는 푸접없이 대꾸하거나 귀가 절벽이라도 된듯 일손만을 놀렸던것이다.

자기 모르게 벌어졌던 일이긴 하지만 혼담과 관련한 사연들을 알게 된 뒤부터는 그 녀자를 좋은 낯으로 대할수 없었고 아버지가 굳이 누님네 집에 가 정양하는것도 그 일과 노상 관련이 없지 않았으므로 더욱 그러했던것이다.

(젠장, 누가 도와달라구나 하는것처럼 방정맞게 일어서서… 되지 못하게시리.) 하고 그는 화가 나서 속으로 두덜거렸다.

회의뒤에 직장사무실에서 실무적인 조직사업이 있었는데 모래문제는 연구사들에게 알려주는것으로 그치자는 의견도 나왔다.

큰 발기도 아닌데다 모래의 성분도 예상할수 없었기때문이다.

그러나 기사장은 회의에서 제기된 문제인데 남한테 떠넘기지 말고 사람들을 보내서 분석용으로 몇짐 져오게 하자고 했다.

《성분이 좋으면 몇차쯤 실어다가 1기로에서라도 시험해봐야 하오.》

모두가 그 말에 공감했다.

《강기사가 적극 지지한 일인데 몇사람 데리고가서 운반해오지…》 하고 직장장이 웃으며 말했다.

기사장도 회의때 일이 생각났던지 빙그레 웃었다.

《그렇지만 강동문 놔두오. 동길이를 책임지워보내는게 좋겠소. 기석동문 그런 일에까지 품을 낼 시간이 없소. 우리가 아무리 많은 일을 벌려놓았다 해도 지금 형편에서는 예열장치를 도입하는것이 중심고리요. 당위원회에서도 그렇게 토론이 된만큼 이제 기초자료만 완성되면 부에 가서 기술협의도 보고 그리고는 즉시에 도입에 넘어가자는거요. 그러니 직장에서도 강동무에게 다른 부담을 안기지 말아야겠소.》

강기석은 기사장의 말에 감심했다.

자기에 대한 호의때문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시험생산의 완성을 위해 마음을 쓰는 공정한 의견이기때문이였다.

이즈음 와서 그는 기사장에 대해서 많이 생각하고있었다.

사업을 위해 마음을 쓰며 일에 파묻혀 수척해지는 모습을 보면서는 지난날의 반감도 사라지는것이였다.

하여 그는 기사장의 심정을 생각해서라도 자기들이 준비하는 기초자료를 하루빨리 완성하려고 노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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