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페지로
날자별열람

 

제 4 장

운명의 갈림길


3


비서도 유쾌하게 웃었다.

《그건 참 좋은 일이군요. 한데 비판내용은 뭐입니까?》

최병기는 주머니에서 물주리를 꺼내들고 쓰거운듯 그것을 들여다본다.

《내용인즉 작풍에 대한 문제요.》

내키지 않아하는 그의 표정을 넘겨다보자 심득수는 웃음을 참을수 없었다.

《내려찍기만 하고 도와주지 않는다는거요.》

《아주 흥미있습니다.》 심득수는 하하 웃었다.

《들어보면 흥미도 없어질거요!》 하고 최병기는 찌뿌둥해서 뇌었다.

《공부도 하지 않는 아이녀석을 대학에 보내겠다면서 무슨 수를 쓰는지 아우? 축구로 한몫 보겠다는 판이요. 흥미가 있겠소? 그래 난 잘라버리고말았지. 붙는다 해도 내가 나서서 떼버리겠다구. 그랬더니 로친네가 작풍을 걸구드는구려. 그런 수준이니 거기 대고 무슨 소릴 하겠소!》

심득수의 얼굴에선 웃음이 서서히 사라졌다.

《도와주어야지요. 대학에 갈수 있도록 공부를 잘 시키든지 아니면 착실한 로동자가 되도록 타이르고 깨우쳐주든지… 도와주어야지요.》

최병기는 귀담아듣지 않으면서 담배연기만 내뿜었다.

《지배인동문 사업에서도 그게 나타납니다. 대체로 다른 사람들을 자기만큼 준비된 사람으로 여기고 요구하지요. 요구성을 높이는데 대해 의견을 말하는게 아닙니다. 상대방의 준비정도에 맞게 납득시키고 방도를 대주면서 요구를 해야지요.…

털어놓고 말하면 지배인동무가 다른 사람들에게 푸접없이 대할 때면 난 무척 거북해집니다.》

《여기서두 비판이구만.》

최병기는 웃으려고 했으나 얼굴표정은 풀리지 않았다.

《좌우간 말이 났던김에 구체적으로 얘기해주시우.》

심득수는 담배를 붙여물었다. 두어모금 빨고 연기를 흐트리면서 잠시 생각해보다가 입을 열었다.

《회전로의 대형치차때문에 주강직장에 나갔던 일이 생각납니까?》

《생각납니다.》

의자등받이에 비스듬히 몸을 기대면서 추운듯 어깨를 움츠렸다.

그때 주강직장에서는 일이 분망했었다.

주형장에서는 천정기중기가 분주하게 형틀을 나르고 전기로에서는 산화기가 끝나가고있었다. 로체에서 뿜어대는 열기로 하여 주변이 후끈거렸다.

젊은 용해공이 큰 메를 휘둘러 투입할 망강철을 깨뜨리고있었다. 망강은 깨여지면서 부스레기들을 사방에 휘뿌렸다.

작업과정을 돌아보던 지배인은 그리로 다가가서 일을 멈추게 하고 외화를 주고 사오는 부원료를 그렇게 랑비한다고 국가밥을 먹고 일하는 사람이냐고 호되게 질책했던것이다.

《…사소한 일이고 또 지배인동문 그 한사람을 통해 다른 로동자들도 가르치려고 했을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때의 말씀들을 조금 더 풀어서 따뜻하게, 너그럽게 했다면 그 동무는 더욱 가책을 받았을것이고 진심으로 깨달았을겁니다.

어쩌다 한번 마주서게 된 지배인이 따뜻하게 손도 잡아주지 않고 일하는 형편을 물어보지도 않고 숱한 사람들 보는데서 꾸중만 했으니 그 동문 얼마나 무안했겠습니까.

자기가 잘못했다는 자책감보다도 인격을 무시당한것 같은 모욕감을 더 강하게 느꼈을겁니다.

아래사람들더러 주인답게 일하라고 요구하면서도 주인으로 믿어주고 존중해주지 않는다면 그들이 주인답게 처신하기를 어찌 바라겠습니까. 간부들이 저 혼자 주인행세를 하면서 곁을 주지 않고 호령질이나 하고 잘못됐다고 질책이나 한다면 아래사람들이 두려워는 할지언정 사랑하고 존경하진 않을것입니다.

위엄이나 위풍은 부족한 인격을 장식하는 허울일뿐이지 존엄은 아니지요.》

최병기는 몸가짐이 불편한듯 다시 책상우로 몸을 굽히더니 손바닥으로 이마를 고인채 눈길을 떨어뜨렸다.

심득수는 이마에 주름이 가득해져서 갈앉은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직장장들이나 공장의 부직간부들을 대하는데서도 역시 그렇지요. 물론 그들에게 요구성을 더 높이는것은 좋은 일이지요. 나도 거기엔 찬성입니다. 하지만 그 요구성으로 하여 아직은 지배인동무가 요구하는 수준에서 일할줄 모르는 사람들을 기를 펴지 못하게 해서야 안되지요. 그들의 의기를 북돋아주고 그 수준에 올라서도록 도와주어야지요.

그런데… 기사장동무를 대하는 태도만은 좀 례외적이더군요.》

비서는 지배인을 돌아보며 빙그레 웃었다.

《기사장동무가 하는 일에 대해서는 애써 관대하게 대하며 때로는 묵인까지도 하는데 내게는 그것이 오히려 더 가혹하게 보입니다. 지배인동무가 기사장을 어려워하거나 특별히 존중해서 그러는것 같지는 않단 말입니다.》

급소를 찔리운듯 최병기는 얼굴을 찌프렸다.

《비서동무!》

큰소리로 부르고는 짤막히 한숨을 지었다.

《정통을 말했소. 사실 난 그 사람이 마음에 들지 않소. 처음부터 말이요. 하지만 어찌겠소. 나를 대리하는 사람인데 밤낮 욕할수도 없고 또 그래봐야 나아질것도 없는 사람이요. 욕하고싶은 생각도 없소! 아무데서나 다 호인으로 처신하는 사람들을 나는 믿지 않소. 진속을 알수 없단 말이요.》

《사람이야 사업을 통해 평가해야지요.》

《사업을 놓고봐도 그렇소. 아무 일에나 다 분주하게 뛰여다니긴 하는데 어느 한 곳에도 뼈가 부러지게 어깨를 들이밀지 않는단 말이요. 그렇게 먼장을 돌면서도 제 낯을 다 내지.》

《그렇다고 따돌려서야 안되지요. 더 따뜻하게 대하면서 도와주고 교양해야지요.》

《교양도 사람나름이지. 손때에 다스러진 나무에는 대패도 잘 먹지 않는 법이요.》

《사람을 말로써 다 교양할수 있다면야 얼마나 좋겠습니까. 한두사람이 아니라 집단이 도와주고 생활자체가 교양이 돼야지요.

당에서는 사람을 편견을 가지고 대하지 말고 긍정면과 부정면을 다같이 찾아보라고 가르치고있는데 우리는 그러지 못하지요. 이건 지배인동무만을 념두에 두고 하는 말은 아닙니다만 지배인동무가 많이 참작해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좌우간 알만 하오. 참작하겠소. 나같은 나이에 자기를 개조한다는건 글쎄, 헐한 일이 아니지만 주체철을 하는 과정을 통해서 사람들이 모두 각성되고 열의가 높고 당의 뜻대로 살겠다는 한마음으로 혁명화되여가는것을 보면서 나도 생각을 많이 하게 되오. 이젠 집안에서 로친네까지 들고일어섰으니 어디 가 위안을 받을데도 없구.》

《제 말이 좀 과했을수도 있습니다.》

《뭐 괜찮소. 에돌기보다는 정통을 치는게 낫소. 말이 난김에 나도 좀 한마디 해야겠소.》

심득수는 너그럽게 미소했으나 표정은 진지했다.

《비서동문 사람들을 너무 어루만지고 좋게만 보려하고 아래사람들의 의견에 지나치게 마음을 쓴단 말이요.

군중의 의견에 귀를 기울여야 하지만 지나쳐서는 안되지요. 날을 세울수 없고 중심을 놓칠수 있단 말이외다. 그러기에 어떤 때는 덜 중요한 일을 중요한 일처럼 내세우기도 하더란 말이요. 좌우간 참작은 하오. 큰일을 맡은 일군들은 인정에 치우쳐서도 안되오. 짤라야 할건 피가 나더라도 짤라야지…》

심득수는 심중해져서 자기를 돌이켜보았다.

한동안 말이 없던 최병기가 입을 열었다.

《아까 강기석이 말이 났으니 하는 말인데 그 동무를 아무래도 올려보내게 될것 같더구만.》

《어째서말입니까?》

《이번에 국장이 또 말하던데. 성구기까지 완성한걸 보니 제강소에 두어두기는 정말 아까운 재목이라는거요. 자기네 기술준비에서 쓰겠다던데…》

《본인은 가려고 하지 않을겁니다.》

《그러지 않아 국장도 그런 기미를 느꼈던지 아버지까지 끌어갈 작정이더군. 나보고 웃으면서 하는 말이 강정민이도 이번에는 응하더라는데…》

《응했다구요?》 하고 비서는 의혹을 품고 물었다.

지난 여름에 제강소에 왔을 때 두루 이야기하던 끝에 그 말이 나오자 강정민이 《쇠를 다루면서 시작한 생활을 쇠를 다루면서 끝내야지.》 하고 웃으며 말하던 일을 기억하고있었던것이다.

《나도 캐묻지는 않았소.》

《좌우간 그건 개별적인 일이고 사업은 사업대로 밀고나갑시다. 당위원회에서 문제를 토의결정한 다음에는 직장들에서도 현지지도기념일을 앞두고 할 과업들을 토의하게 하고 군중들을 광범하게 발동시킵시다.》

두사람은 토의를 마치고 화기에 넘쳐 헤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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