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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4 장

운명의 갈림길


2


최병기는 기석이와 헤여져서 사흘후에 귀로에 올랐다.

정무원에서 진행된 회의를 비롯하여 부에서의 실무적인 토론들과 과학원에서 있었던 협의회 등을 통하여 많은 문제를 해결받았으나 돌아가는 길에서는 오히려 어깨가 무거웠다.

믿고 관심하고 해결해주는만큼 책임을 더욱 느끼는터이였다.

렬차가 목적지에 도착한것은 자정이 훨씬 지나서였다.

집에서는 식구들이 깊이 잠들어있었다.

안해가 문소리를 듣고 일어나서 식사를 준비하려 했으나 렬차식당에서 먹었다고 만류했다.

자기 방에 올라가서도 그는 담배를 붙여물고 오는 길에 차칸에서 줄곧 생각하던 이제 해야 할 일들을 두루 궁리했다.

새로 꾸려놓은 성구장건물과 계통들도 아직 손이 가야 할데가 많았고 그 부분의 기능공양성사업도 조직해야 하고 특히는 로조업의 표준화를 달성하며 구단광의 질을 결정적으로 높여야 한다.

사업을 두고 이것저것 마음을 쓰던 그는 날이 샐무렵에야 잠이 들었다.

집에서도 언제나 다른 식구들보다 훨씬 늦게 자고 일찍 일어나는 습관이였으나 이날 아침은 날이 환하게 밝아서야 일어났다.

안해는 부엌에서 동자질을 하고있었다. 영철이는 어디 갔는지 보이지 않는다. 안해더러 물었더니 걱정스럽게 대답한다.

《글쎄 이 애가 또 운동을 시작했구려!》

《봄철이 돼오는 모양이군.》

《날이 푸릿해지면 벌써 공차러 뛰여가는데 말려내는 수가 있어야지요.》

《직장엔 잘 다니겠지?》

《그건 여전해요. 공차다 들어와선 아침을 먹고 나가요.》

《직장에 잘 다닌다면야 공차는걸 걱정할건 없소. 젊은 녀석이니 운동도 해야지.》

대수롭지 않게 말하고는 뜨락에 나섰다.

비자루를 들고 마당을 쓰는것은 그의 하루로동의 첫 일과였다.

오늘 아침은 좀 늦었지만 그렇다고 번지지는 않았다.

(공연한 걱정이지.)

운동을 하다가 또 무슨 불상사가 생길가봐 마음쓰는 안해를 두고 그렇게 생각했다.

(신수가 멀쩡해졌으니 운동을 해야지.)

그러한 의미에서는 아들의 완강한 성미를 대견하게 여겼다.

안해가 늘 걱정하는 아들의 장래에 대해서도 흔연하게 생각했다.

(제 능력과 각오에 달린 일이지.)

생각이 딸에게 미치면 미간을 찌프리게 된다.

안해는 딸의 혼사에 아버지가 너무 무심하다고 나무라군 한다.

《사람이 수천명되는 공장에서 사위감 하나도 고르지 못하다니…》 하는 식이다.

근래에 로친네가 자주 푸념질하는것을 은근히 거슬리게 듣고있는 최병기지만 딸의 혼사타령만은 못들은척 하는수밖에 없다.

딸에게 물은적은 없지만 강기석이와의 사이가 상서롭지 못하다는것을 어림하고있었는데 이번에 우연히 만나게 된 자리에서 짐작이 틀림없음을 똑똑히 보았던것이다.

그 젊은이가 자기 마음에 든 뒤부터 딸의 혼처를 다른데서 구하고싶은 생각이 없었다.

(어떻게든 성사를 시켜야 하겠는데…) 하고 지금도 그는 마당을 쓸면서 마련없는 작정만을 앞세우고있었다.

청소가 거의 끝나갈무렵 아들은 하늘색바탕에 흰줄이 셋씩이나 뻗어간 요란스러운 운동복을 입고 나타났다.

《춥지 않니?》

《춥긴요, 땀이 나는데.》

《무슨 큰 선수같구나.》

《지금은 후보선수지만 이제 기본선수가 돼요.》

《아니, 그럼 그저 운동을 하는게 아니라 경기련습을 하는거냐?》

《그럼 뭐 괜히 뛰여다니겠어요? 우리 철도공장팀도 이번 여름에는 아마…》

아들도 닮은데가 있어 량미간을 찌프리며 씨익- 웃는다.

《허!》

최병기는 수건으로 손을 닦으며 눈을 슴벅인다.

(철도공장사람들은 바쁜 일이 없는 모양이군. 벌써부터 경기련습이나 하는걸 보니…)

언젠가 새로 건설하는 성구장공사의 마감단계를 앞당길 문제를 토론할 때 공장의 일체 사무부서들과 예술소조원들, 겸직 체육선수들을 모조리 동원시키자고 주장했던 일이 생각났던것이다.

《선수놀음은 그만둬라. 그저 몸단련이나 하면 되지.》 하고 그는 자신없이 뇌였다.

《그럴라면 진작 전문선수가 될 노릇이지.》

《아버지가 힘써주었더면 시체육선수단 같은데도 갈수 있었는데.》

《되지못한 소리. 애비가 힘써서 선수단에 들어가는 선수가 무슨 온전한 구실을 하겠나, 무엇이든 다 제힘으로 돼야지.》

영철은 시무룩해졌다.

《어서 식사들이나 하시우.》

방가운데에 상을 놓으며 지어금이 참견했다.

《아버지가 힘써주지 않아도 이 애는 제힘으로 대학에 가겠대요. 광산대학에.》

《광산대학? 좋은 대학이지. 그런데 공부는 잘하나?》

《념려말아요. 거기 축구부사람들이 힘써주겠대요. 날보구 전망성이 있다는데요.》

《축구로 한몫 보자구?》

《대학들에도 축구팀이 있어요.》

《안돼, 이녀석!》

흥겹게 하던 이야기를 준절하게 잘랐다.

《공차기로 대학에 가고 대학에 가서도 공이나 차고… 그래 광산에 배치되여서도 공이나 찰테냐? 기사의 자격은 어떻게 받고?》

최병기는 시커먼 눈섭밑으로 아들을 노려보며 기염을 토했다.

《기사도 아니고 체육선수도 아닌 어정쩡한 재목이 될려면 아예 대학엔 가지도 말아. 착실한 주물공으로 있는게 낫다.

사람은 마음을 붙인 직업이 있어야 하고 그 일에서 기능과 경험을 쌓아야 사람구실을 하는거다. 존경두 받구…

우리 사회에서는 직업에 귀천이 없지만 직업을 대하는 사람들의 정신에 귀천이 있는거다.

그런 쓸개빠진 생각은 아예 먹지도 말아. 잡도리가 그래가지고는 대학에 갈수도 없지만 설사 대학에서 받아준다 해도 내가 잡아떼겠어, 잡아떼!》

영철이는 입이 한발이나 돼서 밥상에 마주앉았다. 아버지에 대한 분풀이라도 하듯 머리를 수그리고 밥그릇과 해대기 시작했다.

지어금은 금방 바닥이 나는 국사발에 덧국을 떠놓아주고는 남편이 건너가버린 웃방으로 쫓아갔다.

책상앞에서 가방을 차리고있는 남편에게 다가서서 목소리를 죽여가며 울상이 되여 하소연이다.

《아이한테 그렇게 욱박지르기나 하고 안된다구 내려찍기만 하면 어떡하우? 도와주진 않구. 그 애가 무슨 철이 있수? 어제그제 중학을 나왔는데…》

《나이 열여덟이 적소 그래? 왜 감싸고돌며 이러오?》

《아이유, 큰소린 웬 큰소리우? 어리지 않으면 뭐이유. 당신은 집에 와서도 좀 작풍을 고치시구려.》

대수롭지 않게 들어넘기고있던 최병기는 작풍이란 말에 흠칠 돌아다보며 미간을 찌프렸다.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요? 이건.》

《내가 뭐 못할 말을 했수? 집에서 애들과도 그렇게 뚝뚝하게 말하니 공장에 나가선들 달라지겠수.

일을 책임지고 하는 사람이 그렇게 뚝뚝해서야 아래사람들이 말이나 붙여보겠수! 저 건너편에 사는 당비서를 좀 보시우. 로동자들의 집들을 돌아보기도 하구 로인들이나 아낙네들이 인사해도 멎어서서는 웃으며 문안도 하구… 그래 비서가 할일이 없고 시간이 바쁘지 않아 그러겠소! 관점이 바로서서 그렇지!

요전에 영철이 몸이 저렇게 추선 얘기를 했지요. 비서동지가 검정암닭으로 단지곰을 해서 병원에 가지고 오셨더라구.

당신이야 어디 사람들이 앓는데 문병가신 일이 있수? 제 아이 입원했는데도 다니지 않는 사람이니… 이 동네사람들의 낯이나 아시우? 지나다니다가 웃는 얼굴로 인사해본 사람이 있수?》

뜻하지 않게 쏟아붓는 안해의 장광설에 더욱 기분을 잡친 최병기는 가방을 밀어제끼고 돌아서며 어성을 높였다.

《아니, 그래 지배인이 웃고다니지 않는대서 제강소에서 될 일이 안되는게 있소? 안되는게 있는가 말이요?》

《아이구, 듣겠수.》

지어금은 숨죽여 부르짖으며 안타까이 팔을 내저었다. 얼굴에 주름이 가득해지면서 애원하는듯 한 그 절망적인 표정속에는 한평생을 군림해오던 권력에 대한 비난이 어찌도 절절하게 나타났던지 최병기는 움찔 한걸음 비켜섰다.

《이 로친네가 요즘 어떻게 된게 아니야?》

《들을만 한 말이면 좀 접수도 하시우. 괜히 고집만 부리지 마시구. 작풍에서야 걸린 사람이지 뭐유. 작풍때문에 비판인들 적게 받았수! 무슨 할 소리가 있수!

나두 할말은 하구 살겠수다. 아이한테도 오손도손 일러주고 배워주시우.》

최병기는 입을 떡 벌리고 눈만 슴뻑이더니 아무런 대꾸도 못하고 천천히 돌아서버렸다.

(작풍이라.) 하고 그는 혼자 속으로 뇌였다.

(이즈음엔 내가 또 이 문제에 대해 등한했던가. 사업에서 무슨 관료주의가 나타난게 없었던가? 비서동무하고 만나서 좀 얘기해봐야겠는데…)

사무실에 나간 최병기는 출장에서 돌아온 사연도 보고할겸 그에게로 가려고 했으나 비서는 제쪽에서 먼저 찾아왔다. 초급당위원회를 하려고 하는데 지배인동무가 마침 도착했으니 잘되였다는것이다.

《무슨 문제를 가지고?》

혹시 일군들의 사업방법, 사업작풍과 관련한 문제나 아닌가? 비서의 표정을 보아선 그런 문제인것 같진 않군.…

심득수는 감개어린 미소를 띠우고 말했다.

《위대한 수령님께서 우리 공장을 첫 현지지도하신 때로부터 35돐이 가까와옵니다!》

《참 그렇지.》

《이 뜻깊은 기념일을 높은 정치적열의속에서 보람있게 맞이하기 위해 우리 공장 당원들이 해야 할 일들을 두고 토론하자는겁니다.》 하고 그는 심중하게 말했다.

《그러지 않아 부에서도 시험생산에 대한 관심이 대단하오. 벌려놓은 일들을 빨리 완결해야 지표를 똑똑히 누르겠다는데…》

부에 올라가 한 일들과 아퀴짓지 못한 실무적인 문제들에 대해 이야기했다.

다 듣고나서 비서도 수긍했다.

《긴장한 전투를 또 벌려야겠습니다.》

《중요한건 원료와 연료의 소비기준을 낮추고 구단광의 질을 높이면서 조작을 정상화하는거지요.》 하고 최병기가 말했다.

비서는 집행계획서의 초안을 지배인에게 넘겨주었다.

《그동안 당조직들을 통해 제기된 의견들을 가지고 여러 동무들과 토론해봤는데 그 요점이 여기 있습니다.》

최병기는 읽어내려가면서 주의를 끄는 대목마다에서 한동안씩 더듬군 했다.

《한데 이 연진회수리용대책은 연구사들이 하고있지 않소?》

《박성국동무가 하던 사업이 요즘 또 실패했습니다. 그래서 다른 방법으로 해보자는겁니다.》

최병기는 출장도중에서 만났던 박성국의 어린 딸을 눈앞에 그려보면서 외지에 와서 일때문에 고생하고있는 연구사에게 따뜻한 말 한마디 해주지 못했던것을 못내 후회했다.

《거참 안됐군.》

《그 동무는 사실 먼저번 대형성구기를 만들 때부터 많은 도움을 주었고 이번에도 그걸 해결하려고 많이 노력했습니다.》

《그 동무 일도 안됐지만 당장 걸리는 문제를 풀지 못해 야단이군.》

《그래서 또 새로운 방법을 시도해보자는겁니다.》

최병기는 머리를 끄덕이면서 또 읽어내려갔다.

이름있는 연구사들로부터 시작하여 전혀 알려지지 않은 기능공들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사람들의 발기와 열의가 반영된 안들을 한줄한줄 내려읽으면서 최병기는 깊은 생각에 잠기는것이였다.

얼마나 많은 생신한 문제들이 발기되고있는가!

이전날엔 그 누구도 경험하지 못했고 배운 일도 없는 야금의 새로운 경지를 개척하고있으며 모대기며 전진하는 이 사업의 완결을 지향하고있다.

그들이 이 길을 떠날 때에는 제기되지도 않았고 예견할수도 없었던 갖가지 문제들에 지금은 수많은 사람들의 정열과 지혜가 대답하고있다.

그 한결같은 목소리들에서는 생활과 생산을 두고 허구한 세월 적지 않은 경험을 쌓아온 최병기로서도 감히 상상할수 없는 창조의 지향이 고동치고있다.

엄동추위속에서 진행되였던 지난겨울의 공사정경도 떠오른다.

텅 빈 벌판에 앙상하게 솟아오른 철기둥들, 눈보라치는 밤 타오르던 우등불, 번뜩이던 용접의 호광, 어둠속에서 울리던 노래소리… 뇌리에 새겨진, 잠속에서도 떠오르는 그 모든 정경들이 지금 이 초안을 통해 새삼스럽게 떠올랐다.

《좋은 의견들이 많이 제기되였구만.…》

최병기는 흐트러진 종이장들을 간종그려놓으면서 중얼거렸다.

《그밖에도 아직 많지만 당면해서 꼭 해결해야 할 문제에만 화력을 집중하자는겁니다.》

《허, 이것만 하자고 해도…》

《이밖에도 아직 위원회의 토의에 제기할 문제들이 더 있습니다.》

《?…》

《이건 지배인동무가 이전부터 구상하던 일인데 새로 건설한 성구장까지의 도로를 포장하는겁니다.》

《꼭 해야지요. 위대한 수령님께서 우리들이 하는 일에 관심을 돌리고계시는만큼 언제든지 꼭 찾아주실겁니다. 성구장까지 도로를 잘 꾸려놓아야 합니다.》

《일은 많지만 온 공장이 궐기했고 로동자들의 기세가 좋습니다.》

최병기는 공감하듯 머리를 끄덕인다.

비서는 부드럽게 계속했다.

《아직 한가지를 더 의논해야겠습니다.》

《또 있단 말이요?》

지배인은 의자등받이에 몸을 젖히며 힘에 겨운듯 비서를 쳐다본다.

심득수는 싱긋이 웃고있었다.

《그렇습니다. 지금 우리 공장엔 위대한 수령님께서 첫 현지지도를 하신 때로부터 오늘까지 공장을 떠나지 않고 성실하게 일해오는 종업원들이 여러명 있습니다. 종업원전체에 비하면 아주 적은 인원이지요.

많은 세월이 흘러간데다 전쟁에서 희생되고 흩어진 사람들까지 있으니 그럴수밖에 없지요. 그중에는 회계과의 수급원을 포함해서 사무원들과 기술자들도 두세명있고 사람들속에 많이 알려진 유능한 기능공들도 있지만 이름없이 평범한 로동자들이 많습니다.

대체로 지식수준이 낮은데다 나이까지 많다나니 혁신적인 착안이나 발기를 한 일도 별로 없는 사람들이지만 모두가 위대한 수령님의 높으신 뜻을 받들고 야금공업의 발전을 위해 평생을 바치며 맡겨진 초소에서 묵묵히 성실하게 일해오는 사람들입니다.

그들중에는 앓는 사람도 있고 혹은 집안일때문에 시름을 놓지 못하고 지내는 사람들도 있을겁니다.

위대한 수령님께서 우리 공장에 찾아오시여 로동자들의 로동조건과 가정생활에 이르기까지 세심히 보살피시며 배려해주신 뜻깊은 기념일을 맞으면서 우리 일군들이 우선 이 사람들의 가정부터 하나하나 찾아다니며 마주앉아 따뜻한 말이라도 나누고 애로되는 일들이 있으면 풀어도 주고 할수 있는껏 도와주었으면 좋겠습니다.

할일이 많고 시간도 바쁘지만 계획을 세워가지고 해보자는겁니다.》

탁상앞으로 몸을 구부린 지배인은 한손으로 가볍게 머리를 짚고 생각에 잠겨있었다.

내가 범상하게 생각하던 일에서도 중요한 문제를 찾아내거던. 그게 오래 일해오는 몇몇 사람들과의 사업인것 같지만 실상은 공장의 모든 종업원들과의 사업이지.…

《좋은 일입니다. 사업이 다망하고 몸도 불편하지만 시간을 내여 그렇게 찾아다녀주기만 한다면 사람들에게 고무로 될겁니다. 나는 찬성입니다.》

《그런데 이건 당비서 한사람이 할일이 아닙니다. 누구보다도 지배인동무가 많이 해주셔야겠습니다.》

《내가? 지배인이 가정방문을 다닌단 말이요?》

《시간은 없겠지만 다니셔야지요! 공장의 전반사업을 책임지고있는 지배인동무가 찾아가시면 사람들도 생각하는바가 많아질겁니다. 물론 저도 함께 다니긴 하겠지만 지배인동무가 책임지고 다니셔야겠습니다.》

최병기는 할말을 찾지 못했다. 이렇게 난감해하는 표정은 그에게서 보기드문 일이다.

(시동돌림대는 제가 돌려놓고도 날더러 앞자리에 앉아가라는셈이군!)

그러자 느닷없이 떠오르는 생각이 있었다.

(우리 집 그 부엉이같은 로친네도 아마 이 사람이 무슨 발동을 걸어놓은게 아니야? 그렇지 않구서야 이날이때까지 찍소리없던 화상이 작풍이요 뭐요 하고 제법 씨먹은 소릴 할수가 없겠거던.…)

난감해하던 최병기의 얼굴에 화기가 퍼져가더니 차츰 능청스러운 미소가 싱글싱글 떠돌았다.

(틀림없이 이 량반이야.)

《허-참… 비서동무, 좌우간 좋소. 하라는대로 하리다. 그렇지만 이 최병기더러 웃으며 다니라고는 제발 충동질하지 말아주시우.》

비서는 놀라서 눈이 휘둥그래졌다.

《그건 대체 무슨 말입니까?》

《에이쿠, 시치미를 떼는군. 흠!》

제빠듬히 이쪽을 넘겨보면서 덧붙였다.

《난 오늘 아침 우리 집 로친네한테 비판을 받았소. 평생 처음이라니까!》

그리고는 면구스러움을 가시여버리려는듯 껄껄 웃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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