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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3 장

열 풍


6


시동시험이 있은 날부터 오늘까지 기석은 진동식성구기에서 발견한 결함을 어떻게 하면 극복할수 있을것인가 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남모르는 노력을 기울여왔다.

기업소설계실에서 도입준비와 관련한 총설계를 준비하고있는 형편에서 그것은 시간을 다투는 절박한 일이였다.

그렇다고 누구를 찾아다니며 그 기계는 이러이러한 결함이 있으니 아직은 도입을 준비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할 생각은 없었다.

다른 무엇보다도 혜영이와의 대화에서 강한 충동을 받았던것이다.

《…나는 그 기계의 결함에 대해서 잘 모르겠어요. 그리고 동무에 대해서도…》

그것은 뛰놀던 심장의 마지막파동이런듯 세차게, 서글프게 그의 마음을 울리였다.

《그렇게 물러서는구나!》

고통으로 하여 흐리여진 감정은 비통하게 신음했으나 분별을 잃지 않은 리성은 실날같은 희망의 줄을 놓지 않고있었다.

무관심을 표방하면서도 남에게 오해받을 일을 하지 말라고 당부하던 그 녀자의 말소리가 따뜻하게 남아있었던것이다. 소견은 여하간에 거기엔 진심이 어려있었다.

《조금만 기다려주오. 이제 동무가 모르겠다던것을 알게 해주겠소. 나자신에 대해서도…》

강기석은 그 기계의 부족점을 극복할 방도를 탐구하기에 열중했다. 자기가 하던 일은 돌보지 않고 밤을 밝혀가면서 거기에만 파고들었다.

처음부터 마음먹었던 일이였지만 혜영이와의 대화에서 받은 충격이 열의를 더욱 북돋았다.

지나간 날의 경험들과 여러가지 자료들을 비교해가면서 자신을 얻었다.

박동길의 실토에서 받은 감동도 뚜렷한 고무로 되였다.

방도가 뚜렷해지자 박성국이를 찾아갔다.

이전에도 와본적이 있는 연구실의 문을 열었을 때 작업장에서는 누군가가 허리를 구부리고 일자리를 거두고있었다.

그 사람의 자태를 알아보기 전부터 혜영임을 느꼈다.

《수고합니다.》 하고 그는 인기척을 냈다.

허리를 구부리고 흩어진 머리를 쓸어올리면서 무심히 쳐다보던 혜영은 들어선 사람을 알아보고 굳어지는것이였다.

진한 눈섭이 가볍게 휘여들고 검은 두눈에 우수가 어린 그 긴장한 표정은 그의 가슴을 아프게 찔렀으나 강기석은 굳이 미소를 지었다.

《진동식성구기의 부족점과 관련해서 연구사동지와 토론할 일이 있어 왔습니다.》

그의 말은 정중했지만 처녀의 태도는 쌀쌀했다. 아무 대답도 없이 돌아서더니 저쪽방으로 들어가면서 《누가 찾아왔어요.》 하고 말하는것이였다.

가슴속에서 뜨거운 분노가 꿈틀거렸으나 그는 애써 누르며 침착하게 기다렸다.

이윽고 연구실에서 새까맣게 된 두손을 거북하게 쳐들고 소매를 팔굽까지 걷어올린 낯익은 조수가 나타났다.

《전번에 왔던 기사동무구만. 무슨 일이요?》 하고 그는 반색을 하며 묻는다.

《연구사동지를 만날 일이 있어 왔습니다.》

《지금 없는데. 요즘은 박선생이 여기 붙어있을새가 없소. 도입준비에 바쁜데다가 찾아오는 사람, 전화로 부르는 사람이 많아서 우리까지 정신을 못 차릴 형편이요.》

《지금 어디 갔습니까?》

《잡지사에서 온 기자하고 어디 좀 나간것 같소. 오늘은 아마 여기 나오지 않을거요.》

잡지사에서 기자까지 찾아왔다는 말을 들으니 기석의 마음은 더욱 초조해졌다.

《꼭 만나야 할 일이면 숙소에 가보오. 아마 거기 있을거요.》

《숙소는 어디 있습니까?》

《연구소합숙자린데 큰길을 건너서 수산물상점앞으로 빠져 뒤길로 한참 가느라면… 좀 그려줘야지 찾기 힘든 집이요.》

도와줄 방도를 찾으며 두리번거리던 조수는 생각난듯 연구실쪽에 대고 말했다.

《참, 혜영동무, 퇴근하는 길에 박선생숙소를 좀 대주구려.》

문 저쪽에서는 당치도 않다는듯 한 대답이다.

《전 아직 할일이 많아요. 작업장을 다 정리해야 하니까요.》

《내가 다 할터이니 마음놓고 들어가오. 이 동문 요전에도 왔던 기사인데 바쁜 일이 있는것 같소.》

안쪽에서는 대답이 없었다.

내키지는 않았으나 다른 구실도 없었던 모양이다.

조수는 사람좋은 웃음을 띠우고 좀 기다리라고 고개를 끄덕이였다.

강기석은 밖으로 나왔다.

모욕을 느낀 심장은 분노에 떨고있었으나 그곳을 떠나지는 않았다.

연구사를 꼭 만나야 했기때문이다.

한동안이 지나서야 옷을 갈아입고 가방을 든 혜영이가 나왔다.

표정은 여전히 랭담했으나 머리와 얼굴매무시는 아까와는 달리 단장되여있었다.

이쪽을 돌아보는 일도 없이 걸음을 옮긴다.

두사람은 구내길을 걸어갔다.

서로 말이 없었다.

그 길은 멀지 않으나 고통스러운 길이였다.

그들의 사랑이 시작되던무렵에는 이렇게 나란히 걷게 되는 기회를 얼마나 서로 바랐던가. 마음속으로는 바라면서도 정작 만나게 되면 수집어지고 사람들의 눈에 뜨일가 저어하면서 은근히 떨어져다니기도 했었다. 그때엔 떨어져다니면서도 심정이 융합되여있었으니 말이 없어도 서로 리해하였고 그렇게 다녀도 그들은 행복했었다.…

퇴근하는무렵이여서 구내길에는 왕래가 빈번했다. 지나치는 사람들이 눈여겨 살피군 했으나 혜영은 꺼리는 기색도, 수집어하는 표정도 없이 걸어갔다. 다만 다소곳이 내려뜬 눈길에 불안이 어려있고 빨라지는 걸음발이 평온치 않은 심정을 나타낼뿐이다.

기석은 그 녀자의 표정을 살피지는 않았으나 륙감으로써 그것을 느끼고있었다. 했으나 아무런 반응도 없이 둔감한 사람처럼 묵묵히 걸음을 옮긴다. 거동은 태연했으나 마음은 괴로왔다.

가슴답답한 침묵을 깨뜨리자면 무슨 말이든 해야 했지만 말하고싶은 생각은 없었다.

할말도 또한 없었다.

범상한 말을 건느기에는 그들사이가 너무나도 심각했던것이다.

의분을 느끼면서도 기석의 심정은 너그럽게 열려져있었으니 막연한 기대를 잃지 않고있었던것이다.

큰길을 건너갈 때 기석은 가까와오는 전차를 보고 팔을 건드리며 멈춰세우려고 했으나 처녀는 아랑곳하지 않고 총총히 건너갔다.

번화한 거리를 벗어져 좁은 길을 한참이나 꺾어져가다가 어느 갈림목어구에서 혜영은 걸음을 멈추었다.

《저기 보이는 저 현관문이 열려진 2층집이예요.》 하면서 그 녀자는 눈으로 그쪽을 가리켰다.

그리고는 잠시 망설이는듯 하더니 가방에서 무엇인가를 꺼냈다.

《그동안 잘 봤어요.》

눈길을 피하며 내미는것은 모조지로 가위를 덧씌운 《회전로에서의 환원행정》이였다.

책을 받아쥐는 순간 그는 가슴이 얼어드는듯 한 괴로움을 느꼈다. 했으나 애써 태연한 미소를 짓고 그 녀자를 굽어봤다.

《이젠 다 읽었소?》

《네, 고마워요.》 하고 그 녀자는 랭담하게 대답했다.

강기석은 그 녀자의 아름다운 용모를 거침없이 쏘아보며 조소하듯 쓰겁게 말했다.

《그러니 우리들의 관계는 겨우 이 책 하나에 매여있었던것 같구만. 그렇게 보는게 아마 옳겠지요?》

혜영은 량미간을 찌프리고 불만스럽게 말했다.

《남을 탓하기 전에 자기자신을 돌이켜보세요. 남들이 어떻게 보고있으며 무엇이라고 하겠는가를… 충고도 하소연도 듣지 않고 고집만 부리다가 신세를 망치는… 그것이 동무의 지향이고 행복인가요?!

하지만 뭐 이젠 더 말하고싶지도 않아요.》

처녀도 말을 마치고 주변을 둘러봤으나 강기석은 거기엔 아랑곳없이 흥분하여 말했다.

《동무는 〈나〉라는 인간을 본것이 아니라 누군가가 귀띔해준, 재능있는 기사라는 그것만을 보았소!》

《그건 서로 모순되지 않아요. 같은 말이예요!》

열싸게 부르짖는 처녀의 반박을 듣지 못한듯 자기 말을 계속했다.

《기술적발명이나 연구의 성과가 그 인간의 전부가 아니요. 인간은 그것보다 훨씬 더 크고 훨씬 더 풍부하오.》

《동무가 정 고집한다면 그 생각을 그대로 간직하세요. 남에게 강요할 필요야 없잖아요!》

혜영은 코웃음이라도 하듯 쌀쌀하게 말했다.

강기석은 자기를 깨달은듯 힘없이 중얼거렸다.

《남에게?… 옳소. 그 점에서는 아마 동무가 옳은것 같소. 남에게 강요할 필요는 없지. 그럼 잘 가오.》

혜영은 더 무슨 말을 하려는듯 했으나 마음을 다잡고 돌아서 가버렸다.

가슴을 어이는듯 한 아픔을 참으며 기석은 그 자리에 오래동안 서있었다.

흥분을 누르며 무겁게 한숨을 지은 그는 처녀가 가리켜주던 집을 향해 지척지척 걸어갔다.

담장없는 뜨락엔 시들어버린 꽃밭이 있고 그 가까이에 하늘색뼁끼칠을 한 긴의자가 놓여있었다.

박성국은 긴의자에 비스듬히 앉아있는데 한손은 의자등받이에 걸치고 넥타이의 매듭은 풀어놓은 차림이였다.

찾아온 사람을 알아보더니 여느때없이 반기며 쾌활하게 말했다.

《호오- 이거 어서 오시오. 어떻게 여길 다 찾아오셨소?》

《바쁘지 않습니까?》 하고 기석은 어수선한 기분으로 의자에 앉으며 물었다.

《아니, 괜찮소. 난 방금 기자동무와 같이 저녁식사를 하느라고… 맥주도 좀 마셨소.》

《사업상 이야기를 하려고 하는데 일없겠습니까?》

《일없지 않구! 조금 마셨으니까. 참 그렇지. 난 동무의 부탁을 잊어버리진 않았는데 그동안 일이 분주했소. 그래 도안은 가져왔소?》

《전 다른 일때문에 왔습니다.》

강기석은 심란한 속에서도 얼굴을 붉히며 겸허하게 말했다.

《다른 일… 무엇인데?》

《연구사동지가 만든 진동식성구기의 부족점을 토론해보자고…》

박성국은 말귀를 알아듣지 못한듯 한순간 잠자코 있었으나 드디여 깨달은듯 의자등받이에 걸쳤던 팔을 내리우며 그에게로 얼굴을 돌렸다. 그러자 흐트러졌던 자세며 마음좋은 아저씨처럼 보이던 표정이 일시에 사라졌다.

《허어! 부족점이란 말이지. 난 동무를 경쟁자로 인정하지도 않았는데 역시 경쟁자는 경쟁자였군. 하긴 동무도 대학을 졸업했다니까 지식인이야 지식인이지.… 괜찮소. 말해보오.》

거침없이 쏟아놓는 조롱섞인 마디마디가 그러지 않아도 상처입은 강기석의 가슴에 아프게 내리박혔다. 자존심은 몸부림치고 혈관속에서는 출로를 찾아 뛰노는 피들이 심장에 모여 사납게 끓어올랐다.

그는 우두두 몸을 떨었다.

《사람을 모욕하지 마시오!》 하고 그는 참지 못하고 소리쳤다.

《성실한 마음을 가지고 도우려고 찾아온 사람을 당신은 무슨 권리로 이렇게 모욕합니까? 그래 이것이 당신네 과학자들이 우리같은 현장사람들을 대하는 태도의 전부요?》

기석은 숨을 거칠게 쉬면서 그를 쏘아보았다. 모름지기 그의 격노한 심정의 밑바닥에는 혜영이에 대한 울분도 깔려있었으리라-

박성국은 어리둥절해있던 첫 순간이 지나가자 어처구니없는듯 허허 웃었다.

《대단한 방조자가 나타났군그래. 로처럼 달아오르는걸 보니… 엉, 친구.》

설피여지는 웃음속에서 이쪽을 새삼스럽게 뜯어보면서 달갑지 않게 말을 맺었다.

《그렇지만 나는 동무같은 주제넘은 친구들을 좋아하지 않소. 고맙긴 하지만 방조도 받지 않겠소. 그런 방조자 아니라도 얼마든지 해나갈수 있으니까. 가서 자기 일이나 하오!》

강기석은 말이 없었다.

정기를 잃은 눈이 침침해보일뿐 그의 검스레한 얼굴에는 아무런 표정도 떠돌지 않았다.

다만 긴의자의 등받이를 틀어잡은 억센 손아귀가 흥분을 휘여잡는 의지의 숨가쁜 고통을 나타내고있었다.

《만일 그 기계가…》 하고 그는 갈린 목소리로 천천히 입을 열었다.

《…연구사동지 개인의것이였다면 나는 이런 모욕에 침을 뱉고 돌아가겠소! 그러나 그건 시대가 요구하는 야금공업의 주체화라는 커다란 사업에 바쳐지는 하나의 공정이기때문에 누가 원하든 원치 않든 관계없이 나는 하고싶은 말을 하고야 가겠소.》

흥분을 누르느라고 도간도간 막히면서 뿜어나오는 떨리는 그 말소리에 귀를 기울이면서도 박성국은 기사의 격동된 표정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있었다.

고뇌가 주름잡힌 넓은 이마밑에서 열기띤 두눈이 끌날처럼 번뜩이고있었던것이다.

(무엇인가 있구나!) 하고 그는 감동에 싸여 생각했다.

박성국은 자존심이 강하고 때로는 교만하다는 말도 듣군 하는 사람이였지만 진실을 외면하지는 못하는 성미였다.

자기가 지금 난처한 지경에 놓여있다는것을 의식하면서도 기사의 제의를 일축하고싶지는 않았다. 그렇다고 당장에 선선히 응하지도 못했다.

그는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서 천천히 붙여물었다. 길게 내부는 담배연기가 황혼의 어스름속에 흩어져갔다.

취기가 깨끗이 가시여지면서 으시시 추위를 느꼈다.

방안에는 불이 켜져있었다.

그는 따뜻한 방안에 들어가고싶었다. 했으나 한번 뒤틀렸던 심정은 묵묵히 반응을 기다리고있는 청년에게 그런 호의까지는 베풀고싶어하지 않았다.

담배 한대를 다 피우고나서 그는 입을 열었다.

《그렇다면 들어봅시다. 어떤 문제요?》

그의 말은 정중했으나 그 여유있는 어조에서는 오히려 도고한 기맥이 울리고있었다.

거기에는 개의치 않고 강기석은 자기 견해를 설명했다.

박성국은 보온장치에 대해서는 자기도 예견했다는것을 밝히려고 했다.

강기석은 작업이 진행되는 일상적인 환경을 그려보이면서 그 불합리성을 론증했다.

기대공의 움직임, 수리작업과 같은 불가피한 정지시의 순환장치들의 부조화…

연구사는 차츰 말이 적어지더니 나중엔 무겁게 입을 다물어버렸다.

허리를 구부정하고 한손으로 이마를 고인채 깊은 생각에 잠겼다.

이윽고 그는 머리를 들면서 힘없이 말했다.

《동무의 말을 듣고보니 그건 치명적이요. 난 그런 정황은 상상하지 못했댔소. 좀더 생각해봐야겠소.》

《저는 해결방도를 토론하고싶었습니다.》 하고 강기석이 조용히 말했을 때 연구사는 의아해했다.

《해결방도라구?》

《예.…》

강기석은 기계와 운반벨트사이의 공간에 열풍장치를 도입할 방법과 그 유익성에 대해서 수자와 원리를 밝혀가면서 자세하게 이야기했다.

박성국은 그 장치의 원가와 생산비 그리고 생산면적안에서의 배치 등에 의혹을 품었으나 아무런 부대시설이 없이 주변에 있는 다른 열원천을 리용한다는 설명을 듣고는 입을 벌리고말았다.

그것은 생산현장을 속속들이 아는 기술자만이 착안할수 있는 단순하고 기발한 원리였던것이다.

《우리 과학자들더러 생산현장에 깊이 침투하여 로동자, 기술자들을 도와주면서 그들에게서 허심하게 배우라고 하는 당의 방침이 얼마나 생활력이 큰가 하는것을 새삼스럽게 깨닫게 되오!》

그는 오랜 생각끝에 혼자소리처럼 중얼거리는것이였다.

강기석이 돌아가려고 일어섰을 때 박성국은 그의 손을 잡으며 따라일어섰다.

《강동무, 방에 들어가서 좀더 있다가오. 기계는 기계고 공장생활에 대한 이야기나 합시다. 나는 동무를 이렇게 가까이 알게 된것이 기쁘오.》 하면서 그는 가식없이 이끌었다.

《고맙습니다만 전 지금 그럴 경황이 못됩니다.》

《왜 무슨 일이 있소?》

《…》

《동무가 만든 도안때문이라면 그건 래일부터 내가 보아주겠소. 배우기도 할겸.》

《아닙니다. 그런 일이 아닙니다.》

강기석은 흰 이를 드러내며 웃었으나 박성국은 어쩐지 가슴이 뭉클해졌다.

그때 불빛이 어린 강기석의 눈에서 본것은 웃음이 아니라 눈물인것처럼 느껴졌던것이다.

《무슨 일인지 내가 도와줄순 없겠소?》

가슴이 뜨거워지고 이 청년이 더없이 귀중하게 생각된 박성국은 진정을 담아 그렇게 물었다.

《고맙습니다만 그런 일이 못됩니다. 용서하십시오.》

박성국은 그의 손을 꼭 잡았다.

진실하고 열렬한 그의 사람됨을 진작 알아보지 못했던것을 뉘우치면서 지금 그에게 무엇인가 부드럽고 따뜻한 말을 하고싶은 충동을 느꼈으나 적당한 말이 떠오르지 않아 나직이 한숨을 지었을뿐이다.

그의 진정에 감동된 강기석은 서둘러 그곳을 떠났다. 기쁨과 설음이 뒤엉킨 그 어떤 막연한 감정이 북받쳐오르면서 눈물이 쏟아질것 같아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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