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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 장

소원과 성취


11


내화물공사장에서는 일이 들끓었다.

기본건물은 벌써 지붕을 올리고 벽체안에서는 내부설비들을 꾸리고있었다. 천정기중기용레루를 실어오고 제관품들도 하나하나 도착하고있었다.

저장탕크공사장은 얼마 멀지 않은 곁에 있었는데 거기서는 기초공사가 끝나가는 마지막날까지 모래다짐이 계속되였다. 뒤떨어지긴 했으나 이즈음 와서는 승벽을 내여 일손을 다그치는터이였다. 내부가 단순한 구조물이여서 기초만 끝나면 그 다음공정은 오히려 빠를수도 있는 형편이였다.

기발이 바람에 나붓기고 고인물을 퍼올리느라 양수기까지 퉁퉁거려 제법 큰 공사장같다.

기중기들이 중량물을 옮겨놓으며 다지고난 뒤를 따라가며 사람들이 통나무공이질로 마무리했다.

기사장 한명택은 첫날부터 작업현장에 나와다니면서 일손을 재촉했다.

다짐질하는 사람들을 거들어주면서 《이 공사가 빨리 돼야 시험로에 좋은 내화벽돌을 보장할수 있소.》 하고 뜬소리도 했고 모래를 빨리 실어오라고 전화를 걸어주기도 했다.

현장지령실에 나가 일하다가도 걸핏하면 공사장에 들리군 하는 그의 거동에서는 오로지 공사의 진척을 위해서 뛰여다니는듯 한 열성이 나타나있었다.

자기가 반대했던 일이 시공으로 넘어왔다고 해서 속이 뒤틀려서 발길도 돌리지 않는 그런 성미가 아니였다.

속은 어떻든간에 그럴수록 아량을 보이고 열성을 나타낼줄 아는 사람이였다.

웃는 낯으로 돌아다니긴 했으나 그의 마음은 불안에 싸여있었다.

기사장으로서의 자기 체면이 보잘것없이 되여버렸다는 자격지심때문이 아니였다.

보다는 지배인도 자기 의견에 공감하면서 부정적으로 대하던 새 방법이 어찌하여 참모회의에 제기되였으며 시공에까지 넘어오게 되였는가 하는 의문때문이였다.

지배인이 강기석을 만나보고나서 태도가 달라졌던것만은 확실하다.

그렇다면 그들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겠는가?

한명택에게는 그것이 전혀 짐작되지 않았고 몹시 궁금했다.

강기석이 그 방법만으로 지배인을 설복했으리라고는 생각할수 없었다.

그는 말재간도 없고 사람을 구슬리는 수완도 없는 단순한 청년인데다 지배인에게서는 미움을 받고있음을 누구보다도 자기가 잘 알고있었다.

또한 자기에게 도전했듯이 무모하게 맞섰다고 하여 지배인이 두려워했거나 뒤가 켕겼으리라고는 상상할수 없었으니 최병기의 성미가 어떻다는것은 누구나가 다 아는 사실이였다.

그나마 고려되는것은 강기석이와 혜영이 관계가 지배인에게 어떤 작용을 하지 않았을가 하는 의문이였다.

그러한 의문과 더불어 그들의 관계가 한명택에게는 못내 불안을 자아냈다.

언제나 사람들의 호상관계에 민감하고 남달리 관심이 많은 한명택이였지만 이즈음 그들의 사이가 어떻게 되여있는지를 모르고있었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거기에 주의를 돌릴 필요조차 느끼지 않았었다.

하지만 강기석이 자기에게 공공연히 도전하기 시작한데다 뜻밖에도 지배인이 그의 제안을 지지해나선터이여서 그들의 관계가 한명택에게는 못내 큰 관심사로 되여버렸다.

그들 두 젊은이가 자기들끼리 좋아한다 해도 최병기가 그것을 인정하겠는지를 모를 일이고 설사 인정한다 해도 그런 관계에 의해 좌우될 사람이 아니라고는 생각하면서도 새 방법이 추진된것과 더불어 그들의 관계는 한명택에게서 커다란 불안을 자아냈다.

만일 강기석이 지배인과 인척관계로 맺어지게 되면 (요즘 와서는 그럴수도 있다고 생각하는터이지만) 이 제강소에서의 자기의 처지가 몹시 어렵게 될것은 틀림없었다.

그러한 생각으로 하여 우려를 느끼는 한명택은 공사장에 나올적마다 맞띄우게 되는 강기석을 저으기 불만스럽게 대하는것이였다.

강기석은 줄곧 공사장에 붙어있었다.

처음 해보는 일인데다 그것이 성사되기까지는 곡절도 있었던것만큼 자그마한 실수라도 없게 하려고 줄창 붙어있었다.

함께 일하면서 일손을 도와주다가도 쉴참이면 다진 자리를 돌아보고 경도를 측정했다.

《다음번엔 여기를 좀더 든든히 다져야겠습니다.

이것 보시우, 아홉눈금밖에 내려가지 않은걸.》 하고 그는 그쪽을 맡아한 사람들에게 경도측정기를 내보이는것이였다.

《건설쟁이 찜쪄먹게 깐깐한데.…》

담배피우던 용해공이 그렇게 말하자 곁에 앉았던 처녀가 한마디 시까슬렀다.

《야금기사가 뭐 건설을 아나요?》

기석은 웃음을 지으며 그 말에 대꾸했다.

《제강소안에서 벌어지는 일이면 다 해야지요.》

《여보게, 그러단 직업이 바뀌겠네.》

《건설도 꽤 잘하는데요 뭘. 밤낮 붙어있는것만 보세요.》

《평가해주니 고맙소. 내 잊지 않고있다가 시집갈 때 집을 지어주겠소, 멋-있게.》

처녀들은 깔깔 웃어댔고 남정들도 히죽이 웃었다.

《제 코도 씻지 못하는 주제에 남의 혼사걱정까지 하는군.》

《기석인 뭐가 하나 모자란당이. 장가도 가지 못하는걸 보니…》

롱으로 하는 말에 웃음소리들이 요란했다.

《왜 제 코도 못 씻는다고 그러십니까?》

기석은 싱글싱글 웃으며 저켠으로 걸어가는데 등뒤에서 처녀 하나가 익살궂게 빈정거렸다.

《아바이, 기사동무 색시는 하늘에서 떨어진대요.》

《아-니야, 땅에서 솟아난대.》

그러자 또다시 왁자하니 웃어댔다.

명랑한 롱말을 들으면서 기석은 혜영이를 생각했다.

이제는 올 때도 되였으련만…

혜영이를 만나면 하고싶은 말도 많았다.

이 기초공사의 도안이 어떤 곡절끝에 채택되였던가 하는것은 흥미있는 화제로 될것이다. 사연을 알게 되면 혜영이도 웃지 않을수 없을것이다. 웃고나서는 자기 아버지를 대견하게 여길것이다.

지배인이 자기더러도 참모회의에 참가하라고 했다는 말을 전달받았을 때 강기석은 기뻐하기보다 먼저 당황했었다. 지배인이 그냥 자기 제의를 무시하고 랭대했다면 오히려 떳떳했을것이였지만 짐짓 아량을 보이게 되자 지배인실을 나올 때 불손했던 일까지 량심에 가책되였던것이다. 게다가 자기더러는 안된다고 부결했던 문제를 참모회의에서 토론한다는 사실도 뜻밖이였는데 협의과정에서 보게 된 지배인의 태도는 더욱 인상적이였다.

강기석이 기초공사의 기술적측면을 설명할 때나 기사장이 그 불합리성을 운운할 때나 그는 무뚝뚝한 표정으로 듣고만 있었다.

토론과정에 가능하다는 방향으로 의견이 모두어지자 지배인은 《가능하다면 이 방법대로 합시다.》 하고 간단히 아퀴를 지었었다.

《오늘중으로 계획을 세우시오. 래일 아침부터는 착수해야 하오.》

그때 기석은 감동에 싸여 지배인을 새삼스럽게 쳐다보았었다.

그 인상은 오늘까지도 생생히 남아있었고 자기들의 사랑에 그 사람이 결코 장애로 되지 않으리라는 믿음이 생기는것이였다.

이 공사만 끝내고는 성구기도 완성할 계획이였다.

과학자들이 하고있다고 해서, 또 기사장이 지지하지 않는다 해서 손털고나앉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여러가지 방법으로 완성하여 그중에서 좋은것을 선택할수도 있고 또 좋은 점들을 집중시켜 하나를 완성할수도 있을것이다.

강기석은 그렇게 생각하고있었다.

점심시간이 지나 자동차가 조립한 휘틀을 실어오기 시작했을 때 기석은 양수기곁에서 일하는 박동길이를 부르며 다가갔다. 저편의 시틋한 표정엔 개의치 않고 발동기소리를 피해 한켠으로 이끌어가면서 친근하게 말했다.

《맡은 구간을 끝내는족족 철근묶으러 보내달라구. 내 먼저 가서 준비를 하겠으니.》

《사람들이 어디 있소?》

《저기 있는 동무들이면 돼.》 하고 기석은 가까이에 있는 청년들을 가리켰다.

박동길은 그쪽을 힐끗 돌아보았으나 대답은 없이 양수기쪽으로 걸어갔다.

이즈음에도 동길이는 여전히 곁을 주지 않았으나 기석은 웃으며 너그럽게 대하고있었다.

(진심으로 대하고 꾸준하게 도와주느라면 나아지겠지.) 하고 생각하는것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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