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페지로
날자별열람

 

제 2 장

소원과 성취


1


최병기는 시름에 싸여 출장지에서 돌아왔다. 목적하고 떠났던 일들이 씨원하게 풀리지 못했던것이다.

시험생산에 필요한 석탄문제도 미적지근하게 된셈이고 기계공장들에 의뢰한 설비와 장치들도 파악이 있다없다하면서 순조롭게 접수되지 않았던것이다.

새 야금법을 완성하기 위해서는 야금행정도 중요하지만 그와 련관되는 공정들이 언제나 큰 난관으로 제기된다는것을 잘 알고있는 그는 벌려놓은 일들을 두고 무거운 걱정에 싸여있었다.

조급하게 서두는 사람들을 못마땅하게 여기면서도 ㄱ철의 완성을 위해 누구보다도 마음을 쓰며 진력하는 최병기였다.

제강소에서는 반갑지 않은 일들이 그를 기다리고있었다.

6호로의 출구가 무너져 시험생산이 중단되였던것이다.

성과를 조급하게 바라는 사람들을 좋지 않게 여기면서도 이 사업에 늘 마음을 써오던 최병기는 벌어진 일에 큰 충격을 받았다.

《장입량이 문제인것 같습니다.》

기술과장이 사태를 설명하면서 그렇게 말했을 때 그는 격분을 금하지 못했다.

장입량을 2배로 추가하겠다고 기를 쓰고 우겨대던 지형민의 일이 떠올랐던것이다.

복도를 지나 자기 방앞에까지 와서 문을 열고 들어섰다.

기요원이 조심스럽게 방안에 나타나 병원에 가보셔야 할것 같다고 알렸을 때 최병기는 껑충 놀랐다.

《사람들이 다쳤소?》

《아니, 저… 집의 아들애가 입원했는데 병원에서 꼭 보호자가 와야겠다고 통지왔댔습니다. 아주 급한 일때문이라면서…》

최병기는 푸- 하고 숨을 내뿜었다.

부루루하니 짙은 눈섭이 쭝긋이 꺾어져박힌 량미간에는 깊은 주름이 패여졌다.

《아무 병도 없었는데…》하고 그는 멍청하니 방바닥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어서 가보셔야겠어요. 전화가 여러번 왔댔습니다, 댁에서도 찾아오고…》

최병기는 기요원을 멍하니 쳐다보다가 기술과장에게로 얼굴을 돌렸다.

《그래… 어떻게 된 일이요?》

기술과장은 사고의 진상과 처리되여가는 형편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최병기는 들으면서도 무엇인가를 생각하고있었다.

전혀 예상할수 없었던 사태는 아니였다.

이러루한 그 어떤 불상사가 있으리라고 느꼈으며 경고도 했었다.

(오산이지, 오산… 한두달어간에 무슨 기적을 만들어볼 잡도리를 하다니!)

지형민부원장을 머리속에 그려보며 속으로 쓰겁게 질책했다.

자기가 옳았다는 만족보다도 사고에 대한 불만으로 하여 흥분하고있었다.

(로를 그 지경으로 만들다니!)

반쯤 벌려진 문을 열고 울어서 눈이 부은 처녀가 들어왔다.

의아하게 돌아선 최병기의 가슴에 얼굴을 묻고 흐느껴울었다.

《영철이가 좋지 않아요. 아버지, 빨리 병원에 가세요.》

《어떻게 된거냐?》

최병기는 딸의 어깨를 잡고 침울하게 물었다.

《공차다 타박받은 후과랍니다. 벌써부터 치료받지 않았다고 야단해요. 어제밤부터 모두 아버지 오기를 기다리고있습니다.》

한동안 말이 없었다.

무겁게 한숨을 짓고는 나직이 일렀다.

《혜영아, 너 먼저 가봐라. 내 이제 곧 따라갈터이니. 현장에 좀 나가봐야겠다.》

그리고는 뚜벅뚜벅 창문쪽으로 걸어가더니 가슴이 답답한듯 그것을 활 밀어젖혔다.…

이날의 붕괴사고는 정오무렵에 일어났다.

모두가 로체의 환원대구간에 마음을 쓰고있었던만큼 출구가 무너진것은 뜻밖이였다.

즉시에 로를 세우고 복구대책이 토론됐다.

탈락작업을 할수 있을만큼 로체가 식으려면 적어도 12시간은 기다려야 했다.

하지만 로를 세운채로 시간을 그렇게 오래 끌수는 없었다.

한편으로 무너진 머리부에 온통 물을 뿌리며 그속에서 내화벽돌을 뜯어내기 시작했다.

직장사로청위원장이 앞장에 서서 뜨거운 로속으로 뛰여들어갔다.

그뒤를 따라 다른 용해공들도 로속으로 들어섰다.

증기가 구름같이 솟구쳐올라 앞이 보이지 않는 속에서 고열에 엉겨붙은 연화들을 뜯어내다가는 지지는듯 한 열기를 식히려고 밖으로 뛰쳐나오군 했다.

지시하는 사람도, 재촉하는 사람도 없었으나 모두가 화끈거리는 로안에서 제할일을 찾아했고 말없이 민첩하게 서로 도왔다.

말그대로 전쟁터를 련상시키는 긴장한 로동이였다.

총포탄이 작렬하고 포연과 화약내가 자욱한 속에서 전투에 열이 오른 때면 장탄수도 포장도 모두가 생사에 대한 의식을 초월하여 하나의 의지에 결합되며 한사람의 손발처럼 민첩하고 정확하게 움직인다.

통신이 두절되고 조준경이 파괴되여 곤경에 처한다 해도 전사들은 말없는 속에서 서로 고무하며 목측으로 겨냥하여 돌진해오는 괴물들을 자신있게 쏘아맞힌다.

정신을 앙양시키는 전투적분위기속에서는 모두의 의지가 하나로 융합되면서 목표를 향해 굴함없이 나아가는것이다.…

이날 6호로에서는 불과 네시간동안에 무너진 부분에 대한 탈락과 축조가 끝났다.

지배인이 6호로현장에 나타났을 때는 복구가 끝나 주변을 정리하고있었다.

층계를 따라 로앞에 이른 그는 아직 거두지 않은 사다리를 타고 로어구에 올라갔다.

깥아둔대로 놓인 발판을 거쳐 아직도 열기가 이글이글하는 로속으로 들어갔다.

퍼그나 오랜 시간이 지나 그가 다시 로밖으로 나왔을 때엔 온몸이 땀에 젖어 볼모양없이 되여있었다.

얼굴표정은 그보다도 더 험상궂었다.

물흐르듯 하는 땀을 대충 씻으며 현장지령실에 들어섰다.

땀과 먼지로 꺼멓게 된 사람들을 둘러보다가 지형민이와 눈이 마주쳤다.

말없이 무뚝뚝하게 인사를 나누고는 기사장에게로 돌아섰다.

《이게 대체 어찌된 일이요?》

기사장은 난처한듯 고개를 돌리고 묵묵히 서있었다.

일이 잘못된것은 사실이지만 자기로서도 어쩔수 없었다는 표정이 덤덤한 그의 눈길에 어려있었다.

《다 내 잘못이였소.》 지형민이 온화하게 대답했다. 《야금의 화학적공정만을 파고들다나니 이런 초보적인 현상을 미처 예견하지 못했더랬소.》

《초보적인 현상이지만 근본문제지요.》 최병기는 그쪽을 돌아보지도 않고 준절하게 지적했다. 《로의 머리부가 무너졌다는건 아직 큰 문제가 아니지요. 로안은 다른 부분에서도 벽이 거의 마모되였습니다.》

《…》

《이런 형편으로 나간다면 얼마 안 가서 로를 대보수하지 않으면 안될겁니다. 보수주기가 갑절이나 단축된다는건 생산량이 절반으로 줄어든다는걸 의미합니다. 게다가 머리부송탄이 증대되면서 자꾸 덧쌓이는 연진은 어떻게 합니까?》

《그러니 불가능하다는거지요?》 부원장도 흥분하여 따지듯 물었다.

《결국은 그렇지요?》

최병기는 그 말에 대답하지 않았다.

조업일지를 한눈으로 들여다보며 주머니를 뒤적였다.

담배도 물주리도 찾아내지 못한 그는 (사무실책상우에 잊어버리고 온것이다.) 그것으로 하여 더욱 화가 동한듯 기탄없이 내쏘았다.

《2배요, 3배요 요란하게 떠들어놓고 이게 무슨 꼴이요? 탕탕 큰소리들만 치구.》

부원장은 얼굴이 벌겋게 상기되였다.

눈꼬리에 잔주름이 가득해진 그는 흥분을 자제하며 어깨를 떨어뜨리고 앉아있었다.

그쪽을 피뜩 돌아본 엄학준은 불시에 부원장이 측은해졌다.

그러자 이와 함께 지배인에 대한 강렬한 불만을 느꼈다.

가까이에 앉아있던 나이지긋한 기능공이 담배를 꺼내 권했다.

그것을 받아 붙여문 지배인은 잃었던 곬을 찾기라도 한듯 그를 향해 화통을 터뜨렸다.

《동무네도 그렇지. 왜 책임진 사람의 승인도 없이 망탕 장입량을 늘이는가 말이요? 엉, 물계를 모르오? 용해공을 그래 이삼년 했소? 어찌된 판이요?》

담배 한대 권한 값으로 애꿎게 화를 당한 기능공은 눈만 꺼벅거렸다.

《처음부터 만사가 잘될수야 없지 않습니까.》

지배인은 날카로운 예봉을 그에게 돌린것이 부질없음을 깨달았는지 다른 용해공들을 둘러보며 엄하게 계속했다.

이 자리에 비서가 없는것이 유감이였다.

자기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비서가 그들의 견해를 지지했던것을 잊지 않았던것이다.

지배인의 호된 질책에 아무도 대답해나서지 못했다.

리평은 눈을 감고 생각에 잠겨있었고 원옥희는 얇은 입술을 잘근잘근 씹으며 지배인의 등뒤를 쏘아보고있었다.

《로장동무, 말해보오. 엉? 제멋대로들 망탕 쏟아넣을 때엔 그래도 무슨 궁리가 있었겠지?》

엄학준은 입을 다문채 서있을뿐이다.

지배인도 대답을 기다리지는 않았다.

다만 이 기회에 무모한 과단성에 단단히 오금을 박아두자는 심산이였다.

《제강소에서 한두해 일한 사람들이라구 야금공업을 모르오? 이런 시험생산을 한두번 했는가? 하나하나 해결해가면서 나가야지. 몇삼년 불궈놓고 할 일인데 하루이틀에 만세를 부르고싶었소?》

《몇삼년 불궈놓구 할게 아니라 하루라도 빨리 해내자는겁니다,》하고 로장이 뚜렷이 대답했다.

《1.8배나 2배가 아니라 가능하다면 그보다 훨씬 높은 수준을 달성하자는겁니다.》

그의 침착한 목소리는 도전하듯 견결하게 울렸다.

지배인은 지그시 로장을 살펴보는데 말에 대해서도, 사람에 대해서도 무게를 가늠해보는듯 한 눈길이였다.

다른 사람들은 긴장하게 숨을 죽이고 불안에 싸여버렸다.

《욕심만 가지고 되는 일이요? 망탕 한다고 해서 되는 일이냐 말이요? 나는 야금공업을 몰라서 서둘지 말라고 충고하는줄 아오, 엉?

그리고 또 동무네가 어떻게 마음대로 장입량을 늘이는가 말이요? 아무리 어느 누가 요구해도 그렇지. 동무가 책임질수 있소? 있느냐 말이요?》

로장은 태연한 표정으로 꿋꿋이 대답했다.

《남들이 요구해서 응한게 아닙니다. 우리 로동자들도 생각이 있습니다.

수령님께서 관심하시는 일인만큼 갖은 방법을 다해서 해내자는겁니다.》

《음-》 하고 지배인은 신음하듯 뇌였다.

기사장은 눈길을 떨어뜨리고 침묵을 지키고있었다. 최병기는 그쪽을 힐끗 일별하고는 일어섰다.

눈섭을 사납게 찌프리고 사람들앞을 뚜벅뚜벅 걸어나갔다.

문곁에 이르러서는 돌아섰다.

《확신이 문제란 말이요. 2배나 3배가 아니라 그 이상이라도 확신이 있으면 하란 말이요. 반대하지 않아. 하지만 앞으로는 로가 이 모양으로 되지 않는다는 담보가 있어야 하오, 담보가!》

종시 침묵만을 지키고있는 기사장에 대한 불만까지 겹쳐서 쏘아붙였다.

더 무슨 말을 하려는듯 푸들거렸으나 돌아서고말았다.

층계를 내려오면서는 혼자 중얼거렸다.

(저 사람은 언제나 저래!… 죽인지 밥인지 모르게… 믿을수 없는 사람이야. 일을 책임지고있으면서 도무지 주견이 없단 말이야. )

얼마큼 걸어가다가 스스로 자신을 책했다.

(지배인이란게 꼴이 좋군. 한대 맞았거던, 얻어맞았어. 술한 사람들앞에서… 도전했겠다. 괜찮아. 로장이… 괜찮단 말이야.

하지만 야금공업이란건 간단치 않아. 정신은 좋지만… 쉬운 일이 아니지.…

또 무슨 일이 있었더라- 그래 우리 영철이가 입원했다고 했지. 무슨 병이라더라? 알아봐야겠군. 전화를 걸어 알아봐야겠어.…

해내겠다구? 어떻게? 주먹으로 성벽을 부시는거지.… 푸우-)

걸어가면서 그는 또다시 비서가 보이지 않던것을 상기했다.

다른 경우라면 의례히 현장에 있었을터이지만 오늘은 그럴 기분이 못된거라고 짐작했다.

(그 량반이 좀 난처하게 됐군. 이번일을 통해 단단히 교훈을 찾을걸.…) 하고 그는 생각했다.

구내도로에 나가려고 선별장곁을 지나가던 최병기는 늘 하던 버릇처럼 선별작업이 어떻게 진행되고있는가 알아보려고 파철무지를 에돌아 작업장쪽으로 걸음을 돌렸다.

그러나 피뜩 아들의 일이 생각나자 (후에 보지, 선별장은 바쁘지 않으니까.) 하며 걸음을 돌려 사무실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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