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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 장

사랑의 기슭


14


도시의 하루해가 저물어가고있었다.

하늘에는 저녁노을이 장엄하게 비끼고, 불타는 노을빛이 내려앉은 수남천의 물면도 붉은 일색으로 물들어있었다.

수남다리를 지나가는 사람들도, 강변을 산책하는 사람들도 그 아름다운 광경에 끌리듯 눈길을 돌리는것이였다.

기석은 가지 휘늘어진 버드나무에 기대여 서있었다.

저녁해살을 받아 금빛으로 반짝이던 물면이 진홍색으로 물들어가는것을 바라보면서 시간의 흐름도 잊은듯 했다.

강물은 마치도 그 어떤 대형야금로가 쏟아놓은 쇠물처럼 되여버리고 하늘에 어린 노을은 장엄한 출강의 반사광으로 느껴졌다.

그렇듯 큰 야금로가 있어 쇠물이 저렇게 흐른다면 얼마나 좋으랴!

《기다리게 해서 미안해요.》

등뒤에서 울리는 목소리를 그는 듣지 못했다.

《여기서 오래 기다렸겠군요.》

가까이 다가오며 하는 말소리에 그는 뒤를 돌아보았다.

명상에 잠겨있던 얼굴에는 아직도 따뜻한 미소가 남아있었다.

《난 도서관에 갔다가 늦었어요.》

생기넘치는 웃음을 담고 명랑하게 말하는 혜영이의 모습은 그의 가슴속에 따뜻하게 잦아들었다.

《괜찮소. 한데 하던 일을 다 못하고 뛰여온건 아니요?》하고 강기석은 웃으며 물었다.

《하루에 다 끝날 일도 아닌걸요.》

혜영은 안도감에 싸여 그렇게 대답했다.

강기석이 부탁받았던 책을 내주었을 때 그 녀자는 정성스레 덧가위를 씌운 표지를 펼쳐보면서 방그레 웃었는데 그것은 책을 받은 기쁨이 아니라 자기들사이의 련계를 위해 필요했던 그 책의 사명을 상기했기때문이였다.

《두고봐도 되지요?》

《되구말구, 언제까지라도…》

범상하게 대답한 그 말속에는 밝혀서 말할수 없는 그 어떤 심원한 뜻이 깃들어있는듯싶어 두사람은 행복감에 얼굴을 붉혔다.

혜영은 책을 가방속에 넣고 소리나게 고리를 잠그었다.

그들은 물황철나무가 서있는 기슭의 잔디밭우에 나란히 앉았다.

《일이 몹시 바쁜 모양이지요?》

강기석은 생각에 잠겨있는 혜영이더러 물었다.

《바빠요. 현장에도 나가야 하고 자료를 조사하러 도서관으로, 자료실로 다녀야 하니…

강동문, 요즘 뭘하나요. 성구기의 대형화를 모색하는가요?》

기석은 착상도 하지 못한 일에 대해 말하고싶지는 않았으므로 그저 짤막히 《생각하고있을뿐이지요.》하고 대답했다.

《어떻든 훌륭한걸 만들어보세요. 그것이 과학기술적으로 담보만 되면 나도 도입과정을 적극 도와드리겠어요. 제진장치처럼 되지 않게 말이예요.》

호기심을 품고 그 녀자를 여겨보는 강기석의 얼굴에 너그러운 미소가 어리는것이였다.

《지배인동지를 설복하겠습니까?》

《필요하다면 그럴수도 있지요. 과학자로서도 그렇고 또…》

처녀가 번지지 못한 말을 짐작하면서 강기석은 빙그레 웃었다.

《하지만 난 그런 도움은 바라지 않습니다. 차라리 지배인동지가 아래사람들의 심정을 잘 알아주고 적극 고무해주도록 깨우쳐주는 일이라면 몰라도…》

《흔히 읽게 되는 통속소설의 줄거리같군요!》

혜영은 담담하게 말하며 웃었으나 강기석은 그 어조속에 호의를 받아주지 않은데 대한 야속함이 어려있음을 느꼈다. 그는 미안하게 여기면서도 변명하려고는 하지 않았다.

《나는 자기가 하는 일을 공명정대하게 성취하려는 의향을 말하고싶었습니다.》

《됐어요. 그만하세요.》

혜영은 툭 쏘고나서 《좀 거니는것이 좋지 않아요?》하고 물었는데 앉았던 자리를 떠남으로써 달갑지 않은 화제도 피하려는듯 한 다정한 어조였다.

두사람은 홀가분해진 기분으로 훨씬 더 친근해진듯 한 심정으로 황혼이 짙어가는 강기슭을 걸었다.

읽은 책에 대해서, 야금기지가 자리잡은 이 도시의 생활에 대해서 그리고 하는 일에 대해서 소감을 나누면서 시간가는줄 몰랐다.

헤여질 때면 자기들의 약속이 이루어지지 못하리라는 의혹은 조금도 느끼지 못하면서 다음휴식일을 함께 보낼 계획을 세웠다.

《다음엔 함께 바다가에 가요. 먼저번에 갔던 거기가 아니고 교외에 있는 경치좋은 해변으로 뽀트도 탈수 있게 준비를 해가지고… 어때요?》

《좋지요. 새나루고개를 넘어가면 자그마한 포구가 있는데 거기 내가 잘 아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해안에도 바다속에도 벼랑바위들이 울뚝불뚝 솟아있는게 해금강 못지 않지요.》

《경치는 좋겠지만… 백사장이 넓게 펼쳐지고 거기에 다박솔이 우거진 그런 곳은 없어요?》

《왜 없겠습니까! 포구마을에서 큰 산을 넘어가면 바로 그런 고장이 나타나지요.》

《난 그런데가 마음에 들어요.》

《혜영동무에게 좋은 곳이면 나는 언제나 좋습니다.》

처녀는 눈길을 숙이고 행복감에 겨워 미소했고 그 자태는 청년의 가슴에 살틀하게 남았다.

이튿날 강기석은 직장장으로부터 기술지도국에 올라가라는 지시를 전달받았다.

《기사장이 말하는데 올라가면 알게 된다더군.》

그는 영문을 알수 없어 어리둥절해있었다.

무엇때문인지를 알고싶었다.

기사장은 사무실에 없었다. 1호로로부터 찾아다녔으나 회전로현장에는 보이지 않았다.

시험로의 현장지령실에는 용해공들과 연구사들, 부원장도 있었으나 기사장은 없었다. 거기서도 역시 전화로 기사장을 찾고있는데 어째서인지 말들이 없는 긴장한 분위기였다.

장입량을 추가하기로 협의됐으나 지령을 하달한 기사장이 나타나지 않았던것이다. 전화로 찾는 길이 어긋나기만 했다.

추가장입을 후날로 미룬다는것은 진지하게 진행한 협의의 의도를 무시하는것으로 될것이였다.

《해보지 않겠습니까?》

깊이 생각에 잠겨있던 엄학준로장이 그렇게 말했다. 《지시만 한다면 조작은 우리가 하겠습니다.》

로장의 말에서는 분개한 심정이 느껴졌다.

《합시다. 기사장동문 바쁜 모양이요.》

책임기사도 선선히 응했다.

그러나 키가 후리후리한 젊은 연구사는 로장을 지그시 쏘아보고있었다.

강기석은 그가 며칠전에 식당에서 만났던 연구사임을 알아보았다.

운전실로 나가던 로장은 그 연구사쪽을 돌아보았으나 멸시가 어린 도전하는듯 한 눈길을 태연하게 묵살해버리는것이였다. 벌어진 어깨우에 방진모의 자락이 내려덮인 로장의 거동은 근엄해보였다.

강기석은 저도 모르게 긴장해졌다.

로장을 뒤따라 책임기사와 로전공들도 나갔다. 다시 조용해진 방안에서 누군가가 갑자기 책상을 탕 쳤다.

《이건 시험조업이 아니라 투기요!》

그 연구사였다. 그의 미끈한 얼굴은 창백했고 눈에는 흥분이 번뜩이고있었다.

《뭘 그러오, 성국동무.》

팔을 가슴에 엇걸고 방안을 천천히 거닐던 지형민이 나무라듯 지적했다.

하지만 그는 가만있지 않았다.

《2배요, 몇배요 하는건 일시적현상이고 지속되는 생산으로 보증되진 않을겁니다. 장입량의 증대에 비례하여 로체안붙임의 침식률이 높아집니다. 머리부는 벌써 과열로 인하여 벽돌이 많이 침식되였을겁니다.

로체에 손상이 옵니다. 이건 나 한사람의 추측이 아니라 여기에 매일 오다싶이하는 내화물기사도 인정하는겁니다.》

당장이라도 자기 말을 보증하려는듯 방안을 둘러보았으나 내화물기사는 없었다.

지형민은 여전히 또박또박 거닐고있었으나 얼굴은 더욱 흐려졌다.

《나도 그 점을 생각해보았소. 앞으로는 용성물의 염기도를 낮추는 방향으로 조업을 해야 할것 같소.》

《그런다고 마모률이 낮아지지 않을뿐더러 조작에서는 다른 난관이 초래되지요. 해열제로 쓰이는 약이 위벽을 손상시키듯이 말입니다.》

방안에는 침묵이 군림했다.

(야금공업의 주체화를 위한 투쟁은 결코 순탄하지 않구나.)

그곳을 나오며 기석은 그렇게 생각했다. 이 투쟁에 적극 이바지하고싶은 열의가 끓어오르는것이였다.

기사장을 만나지 않고는 돌아갈수 없었다.

기사장에게 여기 남아서 성구기를 대형화해보겠다는 의향을 말할 작정이였다.

퍼그나 늦은 시각에 그가 세번째로 들려보았을 때 기사장은 자기 방에 있었다. 들어선 그를 보고 피곤하게 웃으며 다정하게 말했다.

《왜 아직 돌아가지 않았나?》

《기사장동지를 만나자고 여태껏 찾아다녔습니다.》

《그래…》

한명택은 오늘 저녁일을 돌이켜보는지 웃음을 거두고 개탄하듯 중얼거렸다.

《지배인이 떠나자부터 이거야 어디 눈코뜰새가 있나!》

시험로앞에서 용해공들과 연구사들이 찾았었다는 말을 들으면서 한명택은 알고있다는듯 고개를 끄덕였다.

《장입량을 추가하는 문제때문인것 같습니다.》

기사장은 그 일에 대해서는 말하고싶지 않은듯 말머리를 돌려버리는것이였다.

《통계를 내라, 제품을 내라, 사람을 내라… 도처에서 내라고만 하니… 기석동무때문에도 전화가 또 왔댔소. 》

《무슨 일로 가게 됩니까?》

《좋은 일이지.》

한명택은 사람좋게 웃음을 짓고 계속했다.

《전반적인 야금기업소들에서의 제진대책과 관련되는 사업이 설계되고있소. 그 기술준비에 참가하게 될거요.》

《그럼 요전날 제가 제기한 일은 어떻게 됩니까?》

《기석동무가 무얼 제기했더라?》

한명택은 한동안 생각을 더듬다가 이쪽에서 뚱겨주자 빙그레 웃었다.

《성구기의 대형화… 그렇지만 아직 똑똑한 구상도 없는데 그걸 핑게대고 잡아뗄수는 없지.》

《지금 ㄱ철을 완성하는것보다 더 급하고 중요한 일이 어디 있습니까?》

《우리 사정은 그렇지만 다른 기업소들에서는 또 거기대로 할일이 있고 기술국에서는 기술국대로 구상과 계획이 있으니까.》

기사장은 책상우에 놓인 서류들을 뒤적이더니 그중에서 한통을 뽑아 기석이앞에 내보였다.

《이걸 보오. 우리는 지금 만사를 제치고 시험생산에 달라붙어있지만 부나 국들에서는 야금부문전반에서 해야 할 일반적인 과제도 그대로 내려먹인단 말이요. 사업이란 그런거요.》

문서를 읽고있는 강기석을 바라보며 한명택은 피곤한 미소를 짓고있었다.

그것은 마치도 동무의 심정을 알수 있지만 나로서는 어쩔수 없소, 답답한 일이요 하고 말하는듯 한 표정이였다.

하지만 한명택의 속심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그는 강기석이 동원되여가게 되는것을 다행으로 여겼다. 또 어떻게든 그를 설복하여 올려보낼 작정이였다.

여태까지 그는 기석이를 은근히 돌봐주었었다.

한명택은 전 지배인 강정민이 실패한 ㅁ구단광때문에 복잡한 문제가 제기되였을 때 기사장의 잘못까지도 제가 맡아안았던 일을 은근히 고맙게 여겼었다. 그랬던만큼 그가 다른 곳으로 갈 때 아들을 잘 돌보아달라고 한 부탁을 잊지 않았다.

다행히도 강기석은 성실한 청년이여서 용해공들속에서도 사랑을 받고있었다.

그런 형편에서 특별히 도와줄 일은 없었으나 지나가는 말로나마 호의를 보여주군 했다.

그러한 태도는 그의 호인다운 처신과 더불어 의리있고 인정있는 사람이라는 인상을 더하여주었다.

기사장을 좋은 사람이라고 말하는 평판에는 이러한 사정도 첨가되여있었고 한명택이자신도 그것을 잘 알고있었다.

한명택은 사람들의 심리와 기분상태에 언제나 깊은 주의를 돌리면서도 자기의 감정과 의도는 호인다운 웃음속에 가리워버리군 하는 사람이였다. 그런만큼 사람들의 환심을 사는데서도 능란했다. 다만 절벽같은 최병기에게만은 좀처럼 접근할수가 없었다.

작년 여름에 지배인의 딸이 휴가기간에 회전로의 생산공정을 배우고싶다면서 자기를 찾아왔을 때 진심으로 반갑게 맞아주었었다.

바쁜 시간을 내여 자기가 직접 데리고다니며 보여주었다. 하지만 그 녀자의 직업적인 관심에 만족을 줄 때까지 번번이 따라다닐수는 없었다.

현장에서 그 녀자가 기석이와 반갑게 만나는것을 보고 천만다행으로 여겼었다.

그뒤로 두 젊은이가 친근해지는것을 흥미있게 보면서 그들의 결합이 지배인과 가까와질수 있는 생활적인 계기를 마련할수 있지 않을가 하는 생각까지도 해보았었다.

그 결합이 충분히 가능하고 지배인도 거기에 만족할것이라는 확신만 있었다면 그는 발벗고나서서 도와주었을것이다.

하지만 그런 확신은 없었다.

그들의 처지를 앞뒤쪽으로 다 알고있는 한명택의 견지에서는 그게 도저히 불가능한 일이였다.

더군다나 지배인이 강기석이를 좋지 않게 보는 형편에서 그 일이 성사되지 않으리라는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였다.

그는 그들의 일에 더 참견하지 않기로 했다. 리익이 없는 한 남의 일에 참견하지 말며 손해가 없는 한 모든 사람에게 좋게 대해야 한다는것은 생활에서의 한명택의 좌우명이였다.

이즈음 와서 강기석이를 대하는 지배인의 태도가 불만의 정도를 지나쳐 참을수 없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고 생각되자 한명택은 못내 불안에 싸였다.

지배인이 미워하는 사람을 여전히 호의로 대한다는것은 결코 좋은일이 아니다. 언제 무슨 불티가 튀여올지 모르며 하치않은 일로 피해를 당할수도 있다. 요전날 강기석이를 올려보내라는 전화를 받으면서 말 몇마디를 비쳤다가 된벼락을 맞았을 때 더욱 절실하게 깨달았던것이다.

그렇다고 자기를 존경하며 미덥게 여기는 사람을 갑자기 랭대하며 멀리한다는것도 어려운 일이다.…

그리하여 한명택은 지금 올라가지 않으려고 하는 기석이를 극력 설복하고있었다.

《…그런데서 일하면 많은걸 배우게 되오. 중앙기관이 아니요! 더군다나 국장동진 야금계에서 손꼽히는 인물이요. 당의 신임도 두텁구. 그런 사람의 안중에 든다는것도 쉽지 않은 행운이지.》

《전 제강소에서 일하기로 마음먹은 기사입니다. 더군다나 여기서는 지금 주체적인 야금법을 하고있지 않습니까!》

《그 생각은 좋소. 하지만 아무데 가나 당을 위해 일하는거지. 성구기의 대형화도 글쎄 기석이가 없다고 안되겠소? 과학자, 기술자들이 수두룩한데…》

기석은 쪼각무이를 한 기사장실의 바닥을 굽어보며 말이 없었다.

《내 말을 믿소. 선뜻 가는게 여러모로 좋다니까.

털어놓고 말하면 아버지가 지배인으로 있다가 해임된 공장에 주저앉아있는게 뭐이 좋소! 기석이는 잘 모를수 있지만 사람들은 그렇지 않소. 지나간 일을 쉽사리 잊지 않을뿐더러 억울했던 일을 가슴에 새겨둔단 말이요. 원망을 하지. 이런 말은 아무한테서도 듣지 못했을거요. 허물없는 사이니 얘기해주는거지.》

기석은 가슴이 답답했다.

그는 여태껏 아버지가 국가앞에 끼친 커다란 손실을 두고 가슴아파하면서 스스로 무거운 의무감을 느껴왔으나 사람들과의 관계에 대해서는 그닥 마음을 쓰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 기사장의 말을 들으니 그것도 일리가 있을상싶다.

아버지도 편지에서 그런 후회를 하지 않았던가!

남을 모욕하고 부당하게 대했던 사람이 그것을 잊지 않고 후회할진대 모욕을 받은 사람은 더욱 잊지 못할것이다.

아버지를 원망한다면 그 아들을 좋게 대할수도 없을것이다.

아버지가 편지에서 회상했던 6호로의 로장도 상기했다. 그는 기석이를 언제나 너그럽게 대했었다.

하지만 기사장의 말처럼 사람의 마음속을 어떻게 다 측량할수 있겠는가?

그러루한 생각을 하느라니 마음은 더욱 괴로와졌다. 그는 자기 생각을 입밖에 내지 않았다.

《사정은 여하튼간에 올라가긴 올라가야 하오. 지배인이 동의를 했고 떠나가면서 나한테 지시한거니까 기석동무가 버티고있으면 내 립장이 딱하게 되오.》

강기석은 할수없이 침울하게 대답했다.

《지시대로 하겠습니다.》

한명택은 안도감에 싸여 빙그레 웃었다.

《진작 그럴노릇이지, 에- 사람두.》

그리고는 한시름 덜어놓은 만족감에 싸여서 기석의 어깨를 툭툭 쳤다.

《올라가는 길에 집에도 들려보라구, 아버지도 일이 이렇게 된걸 좋아할거요. 내 인사두 전하구.》

기사장의 인정을 고맙게 여기면서도 강기석은 입을 다물고 대답이 없었다. 자기를 하찮게 여기는 지배인에 대한 새삼스러운 반감과 더불어 도량이 크고 사려깊은 사람으로만 여겼던 기술국장에 대한 실망이 그늘처럼 가슴을 어둡혔던것이다.

(여기서 벌려놓은 일엔 나같은건 없어도 된다는거겠지.…

그런데 기술국장은 어떤 사람일가? 그 사람이 나에게 그처럼 호의와 관심을 품었던것은 야금공업을 위해 기여할수 있는 젊은 기사라는데서였을가? 아니면 자기네 당면사업에 필요한 제진장치를 착안한 사람이라는 실무적인 필요성에서였을가?…) 하고 생각을 더듬는 그는 침울한 표정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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