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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 장

사랑의 기슭


13


주체적인 ㄱ철의 시험생산을 성과적으로 보장하기 위해 열렸던 초급당위원회를 결속지으면서 비서는 이렇게 강조했다.

《…이것은 야금공업의 주체화를 실현하기 위해 원대한 구상을 무르익혀오신 위대한 수령님의 높으신 뜻을 꽃피우기 위한 영광스러운 투쟁입니다.

이 전선에서 승리가 쉽게 이루어지리라고는 생각하지 말아야 합니다. 누구도 가보지 못한 길을 개척하는것이니 앞길은 험난하고 진펄도 가시덤불도 있을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우리는 이 길을 끝까지 갈것이며 그것도 될수록 빠른 기간에 강행군속도로 전진해가야 합니다.

난관앞에 겁을 먹고 물러서거나 조건타발이나 하면서 투신을 하지 않는 비혁명적인 경향은 허용할수 없습니다.

우리는 차광수, 김혁을 비롯한 청년공산주의자들처럼 오로지 수령님과 당을 믿고 자력갱생의 혁명정신을 발휘하여 애로와 난관을 자체의 힘으로 뚫고나가면서 야금공업의 주체화를 위한 중요한 고리인 이 뜻깊은 전투를 빛나게 수행하여야 하겠습니다.…》

시험조업의 영예로운 과업은 위대한 수령님께서 다녀가신 영광스러운 사적이 깃든 6호로에 맡겨졌으나 일은 구내의 도처에서 벌어졌고 온 제강소가 지원하고있었다.

그것은 야금공업분야에서 위대한 수령님의 주체사상을 관철하고 나라의 존엄을 떨치기 위한 중요한 전선이였다.

시험조업을 책임지고 현장에 나가 지내는 기사장이 정형을 보고하려고 지배인실에 왔을 때 최병기는 금속공업부에 가지고 올라갈 시험생산조직에 관한 문건을 펼쳐놓고 전화를 받고있었다.

전화는 부의 기술지도국장이 걸어온것인데 자기가 왔다간 뒤의 기업소형편과 시험생산에 진입한 정형에 관심하는것이였다.

지배인이 하는 말을 다 듣고나서 국장은 로동보호와 관련한 전반적인 사업계획을 말하기 시작했다.

당에서 관심하는 문제인만큼 기술지도국에서도 특별히 대책을 준비한다는것이였다.

《누가 뭐 그 일을 하지 않겠다오? 우리 제강소에서는 당장 어쩔수 없는 형편이 아니요!》

최병기가 그렇게 대답했더니 국장은 너그럽게 웃었다.

《그건 우리도 고려하고있소. 그런데 사람을 좀 동원시켜줘야겠소! 기술자를 말이요!》

그 말에 최병기는 펄쩍 뛰여올랐다.

《사람이 어디 있소? 지금 온 공장이 떨쳐나서도 힘에 겨운 판인데… 우에서 기술력량을 파견해서 도와줄 생각은 하지 않고 오히려 사람을 내라니!》하고 최병기는 무뚝뚝하게 잘랐다.

《도와줄 때 가서는 도와주지 않으리. 한사람만 보내주우. 림시로 말이요.》

《림시라고 하지만 후에 가서는 다 잘라먹는다니까. 못 보내겠소.》

《림시라면 림시라니까. 원, 지배인동무도 어지간하구만.… 강기석동무 말이요, 그 동무가 그 부문에 능력이 있어서 그러는거요.》

《강기석이라구?》

최병기의 어조는 어느 정도 누그러지고 주름잡힌 얼굴에 저편의 속심을 넘겨다보는듯 한 비주름한 미소가 어리였다.

《그 말을 하자고 그렇게 추어올리면서 빙빙 에돌았구만. 흠, 그렇다니까! 좌우간 좋소. 보내줘야지.》

전화를 끊은 최병기는 그제야 기다리고있는 기사장쪽으로 돌아앉았다.

시험로의 생산량이 전보다 높아진데 대해서는 놀라지도 않았다. 그자신이 누구보다 커다란 관심을 가지고 새벽이면 원료장부터 회전로현장까지 돌아보는터이고 선별장을 지나면서 제품더미를 어림해보군 하는것이다.

상부에 보고하려 한다는 기사장의 말에는 심드렁하게 대했다.

《그 수자가 확실하다면 어디 달아나지는 않을거요. 보고를 서두를건 없소.》

《부에서 야단하지 않을가요?》

《시험생산이 그 수준에서 정상화된다면 그런 야단은 들을수록 좋은거고 그 수준을 견지하지 못한다면 보고하지 않는 편이 나은 일이지.》

《연구소동무들이 자기네 계통으로 이미 상부에 보고했기때문에 그럽니다.》

《보고했다구?》

믿어지지 않는듯 기사장을 쳐다보았다.

《…》

《전혀 우연한 수자일수도 있는데 그걸 쳐들고 나설건 뭐요?》

《시험조업과정에서 이루어진 성과가 아닙니까?》

기사장은 온화하게 웃으며 타협조로 말했다.

《성과를 담보하는 데타가 있소? 조작기준이 있는가 말이요?》

기사장은 난처한듯 눈길을 떨어뜨렸다.

《일은 방금 시작이나 다름없는데 한걸음한걸음 믿음성있게 내디딜 생각은 하지 않고 벌써부터 만세를 부르다니.

그 사람들은 제 낯을 내느라고 보고를 서두르겠지만 기사장동문 거기서 뭘하오? 마련이 든든하게 돼있는걸 가지고 보고하느냐 말이요, 보고를…

여기서 보고하면 그 보고가 어디까지 올라가는지 알지 않소. 남의 풍에 놀다가 그래 나중에 허풍쟁이가 되겠소? 이전에 강정민이 범한 실책이 뭐요?

첫 성과에 들떠서 과장된 보고만 올려보내구 아래사람들한테는 방도도 없이 하라구 내몰기만 하구… 그러다나니 원료도 설비도 사람들도 터무니없이 랑비하고 못쓰게 만들었단 말이요.

제정신을 가지고 일해야지. 어떤 사람들이 와있건 책임은 우리가 져야 한단 말이요, 우리가!》

철생산을 위해 한톤, 두톤에 이르기까지 애를 태우고 마음을 쓰며 한생을 살아온 최병기로서는 당장 별이라도 딸것처럼 몇백톤을 헤아리는 생산량에 2배요 몇배요 하고 떠드는 처사들이 가소롭고도 한심스러웠으며 그런 사람들이 벌써부터 이 사업을 좌지우지하려고 드는 잡도리가 참을수 없었다.

거기에 덩달아 춤을 추고있는 기사장도 더욱 불만이였다.

흥분한 나머지 최병기는 강기석을 기술국에 올려보내라고 말하려던것을 잊어버리고있었다.

기사장과의 대화가 마음속에 불쾌하게 남아있는 때에 다시 부원장까지 나타나 그를 못내 흥분시켰다.

시험조업이 순조롭게 진행되는데 힘을 얻은 연구사들이 장입량을 추가하자는 의견을 제기한다는것이였다.

용해공들도 거기에 공감한다고 하면서 《…새 구단광의 우월성을 시위해보잔 말입니다.》하고 부원장은 의자에 걸터앉으며 호기있게 말했다.

최병기는 담배곽을 그쪽으로 내밀면서 점잖게 물었다.

《담보가 있습니까?》

《요즘 하고있는 실적이 있지요. 그리고 중간시험로에서는 여태껏 그 수준을 견지했습니다.》

《기장이 도제 스무나문메터밖에 안되는 중간로를 가지고 무얼 안단 말입니까.》

《그럼 지금의 상태를 그냥 유지하자는겁니까.… 언제까지?》

《일할줄 아는 목수일수록 집터를 다지는데 품을 아끼지 않는 법이외다.

나는 기업소의 생산전반을 책임지고있는 사람이지만 현행생산에 손해를 보는 한이 있어도 이번 새 야금법의 완성을 끝까지 보장하자는 결심이요.

그렇지만 이 시험생산을 조급하게 내미는데는 찬성할수 없소.

중요한 일을 망쳐먹을수 있단 말입니다.》

부원장을 흘깃 쳐다보고나서 최병기는 재털이에 담배를 툭툭 털었다.

론의는 오래동안 계속되였으나 합의에는 좀처럼 도달하지 못했다. 견해도 견해지만 그들 두사람은 외모로부터 성품에 이르기까지 대조되는바가 너무나도 많았다.

꺽두룩한 키에 눈도 눈섭도 시커먼 한사람은(만약 숱좋은 수염만 있었다면) 장검을 짚고 성새를 지켜선 옛 장수를 련상시켰고, 주름많은 이마에 눈이 작고 몸도 체소한 다른 사람은 지혜를 짜내고 정열을 불태우며 일확천금을 위해 모대기는 련금술사를 방불케 했다.

한사람은 거칠고 무뚝뚝하고 사람들을 꿰뚫어보며 자기에게서나 남에게서 무자비한 진실만을 요구하는 성미였다면 다른 사람은 온화하고 민감하고 누구에게나 친절하고 말소리도 걸음걸이도 사근사근하면서도 승벽있고 집요했다.

한사람은 허황한것, 비현실적인것은 안중에도 두지 않으며 자기 사업령역에서 온갖 비정상을 허용하지 않고 조직자, 관리자로서의 완강성과 근면성에 의해 성과를 도모해왔다면 다른 사람은 환상을 추구하고 우연하고 례외적인 현상에도 의의를 부여했으며 현실을 초월하는 가능성만을 탐색하여왔고 자기 활동의 의의도 거기서 찾았다.

그리하여 지금 한사람은 기대와 기대, 공정과 공정으로 맞물리고 원가를 따지며 시간과 분을 다투는 긴장하고 정상화된 흐름속에서 기술과 숙련으로 담보되지 않고 체험과 상식으로 납득되지 않는 그 어떤 기적을 이루어보려고 초조해하는 륙십이 다 된 늙은 지식인의 조급성을 아니꼽게 여기면서 시틋이 외면하고있었고 다른 사람은 이끼돋은 성벽안에 틀고앉아 총포의 위력도, 달라진 전법도 아랑곳하지 않는 태수마냥 시대의 지향도, 기적의 가능성도 믿으려고 하지 않는 드세고 완고한 실무가에 대해 격분을 느끼고있었다.

허지만 그들은 둘이 다 지향도 주견도 명백한 사람들이였다.

곁에서 듣고만 있는 세번째 사람-기사장은 때로 심중하니 생각에 잠기기도 하고 때로는 부드러운 미소를 짓군 했으나 실상은 그 론의에 아무런 흥분도 느끼지 않고있었다. 그는 다만 떠나자부터 거세여지는 이 풍랑사나운 길을 어떻게 무사히 가내겠는가 하는것만 궁리하고있었다.

바람이 잘 때엔 돛을 올리더라도 파도가 심할적엔 선창에 앉아 형세를 살피는것이 상책이리라.

《…불가능하다는게 아니라 그렇게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거외다.》하고 론쟁에 지쳐버린 지배인이 말했다.

《앉아서 때가 오기를 기다릴것이 아니라 가능한껏 밀고나가야 된단 말입니다.》

부원장은 자기 정당성에 대한 확신에 넘쳐 자리에서 일어서버렸다.

부원장은 그길로 초급당비서를 찾아갔다.

심득수는 그의 의견을 허심하게 받아들였으나 마지막무렵에 《지배인이 진행되는 사업에 객관적인 태도를 취한다.》고 한데 대해서는 동의할수 없었다.

《지배인도 하려고 하는 사람이지 하지 않겠다는 사람은 아닙니다.》

《그렇지만 지금까지의 사실을 두고는 그렇게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특히 그쪽 사업을 책임지고 일하는 기사장동무에게 은근히 압력을 가한단 말입니다.》

비서는 허심한 의견을 준데 대해 고맙게 여기며 연구하고 참작하겠다고 대답했다.

부원장이 돌아간 뒤에도 그 일을 두고 깊은 생각에 잠겨있었다.

과학기술상의 문제는 제쳐놓고 사람들에 대한 평가의 측면으로 보아도 여기에는 확실히 문제가 있다고 인정했다.

지배인 한사람에게 걸린것이 아니지만 어쨌든 매듭은 거기서부터 풀어야 할것이다.

심득수는 의자에 깊숙이 앉아 지난날의 사업, 특히는 지배인과의 사업에 대해서 더듬어보았다.

최병기는 그가 고급당학교에서 많은것을 배우고 새로운 결의를 안고 제강소로 돌아온 얼마후에 부임되여왔었다.

새 지배인이 작풍이 거칠고 관료주의가 있다는 사실은 처음부터 알고있었다.

사람들의 여론과 평판이 각이했었다.

하지만 심득수는 사람들을 평가하는데서 문건이나 여론에만 의거하지는 않았다, 생활은 다 같지 않으므로 사업과정을 통해 파악되리라고 믿고있었다.

지금도 그의 기억에 뚜렷이 남아있는것은 지배인이 부임되여온 초기에 공장안팎을 정리하던 작업기간의 일들이였다.

그때 심득수는 불편한 몸을 돌보지 않고 현장에 나가있었다, 울타리작업을 할 때엔 축로직장동무들과 함께 일했었다.

철도분국에서 돌아온 지배인이 쌓아놓은 벽체를 허물어버렸다는 사실은 전화로 들었다. 분개한 축로직장장의 말에는 새 지배인에 대한 반감과 더불어 당비서의 지지를 바라는 심정이 력연했다.

《알겠습니다.》

한마디로 대답하고 전화를 끊었다. 그 한마디속에는 모름지기 자기의 불쾌감도 나타나있었으리라.

그때 그는 손상당한 자존심때문에 몹시 흥분했었다. 당비서가 함께 일하였는데 그렇게 볼꼴없이 만들어놓다니…

래일이면 온 공장안에 소문이 퍼질거고 며칠후이면 온 시내가 알게 될터인데 사람들앞에서 당일군의 체면이 어떻게 되는가! 안하무인격으로 일하는 이 고집센 지배인과 더불어 머리를 마주대고 사업해나갈 일이 고통스럽게 생각됐다.

지도일군들의 호상관계, 특히 당조직의 책임자와 행정책임자와의 호상관계가 전체적인 사업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며 또한 그들사이의 공감과 반감, 화목과 반목이 반드시 큰일, 원칙적인 일로부터 버르집어지는것이 아님을 그는 잘 알고있었다.

자기를 억제하면서 사람들의 관심과 지꿎은 호기심이 집중되여있을 그 작업장에는 나가지 않았다. 그날 밤은 일이 좀처럼 손에 잡히지 않았었다.

이튿날 아침 일차비를 하고 나가서 가로세로 띄워놓은 표식줄들과 팔을 걷어붙이고 축조작업을 하는 지배인을 보았다.

최병기는 서먹해하는 기색이였으나 위축되는 티는 조금도 없이 오히려 아래사람들 보고 들으란듯이 소리치고있었다.

《할라면 똑똑히 하고 안할려면 그만두고… 이게 뭐 농촌집 울바잔가. 제강소의 얼굴인데.》

그것은 명백히 당비서더러도 들어두라는 소리였고 자기과신이 울리는 질책이였다.

하지만 그때 심득수는 자기의 과격한 처사를 얼마큼 게면쩍게 여기면서도 변명할줄을 모르는 그 무뚝뚝하고 거치른 인간에 대한 뜨거운 애정이 고여오름을 어쩔수 없었다.

거칠고 완고한 그 언행속에서 사업에 대해 책임지며 높은 요구를 내세우고 물러서지 않는 한없이 귀중한 당적인 량심을 보았던것이다.

(아하! 이런 사람이였구나.) 하고 그는 버럭더미속에서 금덩이를 발견한 금광쟁이의 그것과는 비교도 할수 없는 희열과 감동에 싸여 속으로 부르짖었었다.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단호하고 완강하면서도 방법에 있어서는 고려가 없는 어찌보면 유치하기까지 한 새 지배인의 면모가 비로소 리해되였던것이다.

벽체를 쌓아올리고 미장을 하면서 함께 일하는 동안 사람들은 말없이 일손만 놀리는 당비서의 기색을 살피기도 하고 혹은 초간히 떨어진 곳에서 목줄을 다치지 말라고 소리치며 누구를 꾸짖는 지배인을 은근히 나무라기도 했으나 심득수는 나직이 이렇게 타일렀었다.

《자재도 시간도 랑비하긴 했지만 거기에 비할수없이 귀중한것을 얻었소. 당에서 늘 강조하는 주인다운 태도라는것이 바로 지배인동무처럼 일하는것이요.》

지배인이 제기하는 원칙적인 요구를 지지하고 그 수준에 도달하도록 사람들을 고무하면서 그 과정에 자신도 배웠었다. 자기 기분을 쉽게 변화시킬줄 모르는 지배인의 그 무뚝뚝한 성미에 애착심조차 느꼈다. 사람들에게서 오해받기도 쉬운 그 푸접없는 성미속에는 흐리터분한것이 없고 진실해서 좋았다.

결함도 많지만 좋은점도 많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무엇보다 좋은것은 자기자신에 대한 확신이였다.

자기 힘에 대한 신념이 없는 지휘관처럼 가련한 존재가 어디 있으랴!

하지만 자기 힘에 대한 확신이 다른 사람들에 대한 홀시로 나가지 말아야 한다.

혁명성도 있고 전개력도 있는 유능한 일군들의 파국이 흔히 여기서 생기는것이다.

당일군은 이것을 식별하는데 민감해야 하며 그의 의지를 꺾지 않으면서 옳게 바로잡아주어야 한다.

오랜 기간 지도일군으로 사업하는 과정에 고질화되였으며 수많은 회의들에서 비판도 받고 제재도 받아온 지배인의 작풍상결함이 조급하게 일반적인 방법으로는 시정되기 어려우리라고 생각했었다.

자기가 맡아서 도와주리라 작정하고 둘이서 만날수 있는 기회를 애써 마련했고 나타나는 편향을 허심하게 이야기해주군 했다.

그는 지배인이 주견이 세고 작풍이 거칠어 사람들로부터 종종 오해를 받는 경우가 있지만 그래도 매사에서 주인다운 확고한 태도가 있다고 믿고있었다.

그러나 부원장의 의견을 듣고는 생각이 무거웠다. 새로 접수한 중대한 전투임무의 성격에 맞게 사람들과의 사업을 어떻게 할것인가 하는 문제를 지금 비로소 생각하는것은 아니지만 오늘은 그것이 더욱 절박하게 느껴졌던것이다.

심득수가 찾아갔을 때 최병기는 부에 올라갈 출장준비를 하고있었다. 벌려놓은 사업과 관련하여 토론하고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있었던것이다.

《마침 잘 왔소. 그러지 않아도 찾아가려던 참인데.》

최병기는 비서를 맞으며 우선우선하게 말했다.

《집에 아이가 앓는다는 말이 있던데 좀 어떻습니까?》

《아파하는게 아니라 일하기 싫어하는거외다.》

쓰거운 미소를 띠우고 무뚝뚝하게 대답한다. 아들에 대해서도 화가 났지만 하치않은 집안일이 사람들의 말밥에 오른다는 사실이 언짢았던것이다.

《애비가 무슨 큰 벼슬이나 하는것 같애서 거기에 등대고 편안한 자리를 얻어보자는 수작이지요. 세상물정에 어두운 제 어미란건 치마폭이 좁다하게 싸고돌고.》

심득수는 그의 심정이 리해되였다. 하지만 언제나처럼 그의 남다른 요구성에는 정도를 지나치는 무엇이 있는것만 같았다.

《어제 부원장이 여기 왔댔소.》

《그 이야긴 나도 들었습니다.》

지배인은 한동안 생각을 더듬다가 말했다.

《내 보기엔 그 동무들이 너무 서두르오. 두고보시오만 그러다간 일을 망칩니다.

공업이란건 연구실에서처럼 간단하게 되는건 아니지요.》

심득수는 잠자코 있었다. 짧은 침묵이 긴장하게 흘러갔다. 이윽고 침착하게 입을 열었다.

《저는 이번 과업이 종전에 하던 일들과는 같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위대한 수령님께서는 종자선택으로부터 연구시험과정전반을 친히 료해하시고 보살펴주고계십니다.

목표는 명백합니다. 요새는 점령해야 합니다. 난관이 제기될가봐 팔짱을 끼고있을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장애가 생기면 방도를 탐색하면서 밀고나가야지요. 전투가 어려워지면 전사들은 지휘관을 쳐다보기 마련입니다.

그런만큼 무엇보다도 우리 일군들이 확고한 신념을 가지고 군중속에 들어가서 예비를 찾고 대중의 창발성을 적극 발양시키면서 투신하는 모범을 보여야 하겠습니다.》

최병기는 엄숙한 표정이였다. 비서의 말을 들으면서도 전에없이 예리한 그 어조에 은근히 긴장했던것이다. 심득수는 책임일군들이 사무실에서만 맴돌지 말고 군중속에 깊이 들어갈데 대해 강조했다.

그래야 부직간부들로부터 작업반의 로동자들에 이르기까지 각성이 높아지고 책임성이 높아질것이라고 하면서 지난날과 같이 사무실에 앉아서 내려먹이는 식으로 쉽게 일하는 사업방법도 이번 전투를 계기로 극복하자고 진지하게 호소했다.

《아래사람들의 의견을 허심하게 들어주고 고무해줍시다. 그러면 사람들이 이번 전투는 과연 다르구나 하고 정신을 차릴겁니다. 지배인동무는 이런 면에서 많이 노력해주셔야겠습니다.》

시종 한마디 말도 없는 최병기의 표정을 살피고나서 심득수는 웃으며 덧불였다.

《얼마전에도 한 청년이 좋은 의도에서 훌륭한 일을 해놓은것이 인정받지 못했을뿐더러 무시까지 당해 기분이 상해있다는것을 우연히 알게 됐습니다. 물론 그 동무는 사정을 충분히 리해하고있었지만 우리 일군들이 그의 의도를 알아주고 창발성을 고무해준다면 그들은 더 큰일을 하려고 할것입니다. 이건 간단한 일같지만 결국은 사람들에 대한 관점과 태도, 즉 사상적인 문제지요.…》

지배인은 그가 무엇을 념두에 두고 이야기하는지를 곧 알았다.

비서가 돌아간 뒤에 하던 일을 계속하려던 최병기는 문득 생각난듯 송수화기를 들었다. 기사장을 찾아 짤막히 지시했다.

《회전로직장에 있는 강 뭐이던가… 그 동무를 기술지도국에 올려보내오.》

저쪽에서 요즘 원료공정에 할일이 많으므로 실태를 잘 아는 기사가 있어야 하겠다고 말하자 최병기는 어성을 돋구었다.

《제강소에 그래 그 사람 말고는 기사가 없소?》

그 말은 곧 효력을 냈다.

대답을 듣고나서도 한참이나 송수화기를 들고있던 최병기는 얼굴을 찌프리고 그것을 내려놓았다.

그 순간 그는 어째서인지 자기자신에 대한 까닭모를 불만을 느꼈던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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