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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38 회


제 3 장


37


미순이는 농업상이 왜 자기를 농전에 입학시켜주고 졸업후의 배치에까지 마음썼는지, 그리고 기숙사생활에도 관심을 돌려주었는지 하는것을 비로소 똑바로 알게 되였다. 그러한 관심은 농업상의 개인적인 가정사의 슬픔과 관련되여있었다.

미순이는 자식없이 외롭게 늙어가고있는 그들부부에게 깊은 동정이 갔으며 도농촌경리위원회에 배치받아 평양에서 살게 되면 아닌게아니라 부모님들처럼 그들을 모시리라 마음먹었다.

원화리에 계시는 아버지, 어머니도 장차 평양에 모셔오리라 …

이렇게 앞날을 그려보던 미순이는 과연 고향땅에 깊이 뿌리내린 고집이 센 아버지가 딸을 따라올가, 그리고 그것은 시집을 가서 집을 받은 후의 일이지, 하는 생각이 들자 금시 얼굴이 붉어졌다.

미순이는 상의 부인이 붙잡는것을 겨우 뿌리치고 이모네 집으로 갔다. 거리는 명절분위기로 흥성거리고있었다.

8월의 따뜻하고 밝은 해빛아래에서 기발들이 나붓기고 8. 15를 경축하는 구호들과 선전화들이 상점들과 아빠트들, 기관건물들에 나붙어있었다.

거리에는 명절옷차림의 시민들이 붐비고 차도로에서는 승용차들과 뻐스들, 우리 나라 《승리-58》호 화물차들이 달리고있었다.

공원에는 젊은 남녀들, 늙은이들, 학생들, 아버지, 어머니를 따라나온 아이들이 꽉 차있는데 그들이 입고있는 옷들과 손에 든 고무풍선, 푸른 나무그늘과 활짝 핀 꽃들로 울긋불긋 장식되여있었다.

미순이는 버드나무가 줄지어선 거리의 그늘밑을 걸으며 손수건으로 부지런히 땀을 씻었다. 그는 더위도 더위려니와 평양에서 살게 되였다는 흥분으로 하여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나는 성공했다! 하고 미순이는 가슴을 내밀고 속으로 웨치였다.

두해전 평양역에 도착하여 어디로 어떻게 가야 할지 어리뻥뻥해져 평양사람에게 갈길을 물었는데 그 사람이 《촌에서 왔소?》하고 너그러운 미소를 지을 때 부끄러웠고 모욕감으로 하여 얼굴이 확 달아올랐던 미순이, 이 도시생활에 뛰여들어 기어이 성공하리라고 도전해나섰던 그 농촌처녀가 마침내 목적을 달성했다.

미순이는 이렇게 자부하며 지금까지 부러워했던 잘입고 잘생긴 평양시민들을 오늘은 별치않게 스쳐지나며 미소를 머금었다.

이모네 집에 도착했다. 이모사촌동생은 동무들과 거리에 놀려나가고 이모와 이모부는 방금 휴식을 하고 일어나 담소를 하며 사과를 깎고있었다. 그들은 미순이를 몹시 반갑게 맞이했다.

명절날에 찾아오는 손님은 누구나 반갑지만 이모는 자기와 비슷한 곱게 생긴 조카에게 남다른 애정을 갖고있었기에 그 반가움이 여간 아니였다.

명절날이니 응당 찾아올것으로 알고 음식상을 차려놓고 기다렸는데 왜 이제야 오느냐, 우선 세면장에 가서 땀난 몸부터 씻어라 하며 분주탕을 피웠다.

세면장에 들어가서 시원하게 몸을 씻고 나온 미순이를 방가운데 앉히고 깎은 사과를 쥐여주며 이모는 이것저것 쉴새없이 물었다.

이모는 농업상의 집에 승용차를 타고갔던 이야기를 손을 모아잡고 놀랍게 들었다.

그리고 농업상부부의 지난날의 슬픈 사연과 그로 하여 조카를 딸처럼 여기고있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눈물이 글썽해지기까지 했다.

미순이가 도농촌경리위원회에 배치되였다는 이야기를 하자 이제껏 이모가 분주하게 떠들어대는 통에 한쪽으로 밀려나 입을 다물고 듣기만 하던 이모부가 끼여들었다.

《그거 잘 됐구나. 잘 됐어!

내가 김만금부장한테 부탁했더니 그 량반이 농업상한테 말한것 같아.》

그는 자기를 내세우려 했다.

《아니예요.》

미순이가 머리를 젖고 이모가 남편을 비난했다.

《아니, 여태 거기 앉아서 뭘 들었소?

농업상동지가 미순이를 딸처럼 여기고있단 말이요.》

이모는 미순이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아, 우리 미순이가 대단하다! 그처럼 큰 간부의 눈에 들었으니 말이다.》

이야기판에서 밀려날것같아 이모부가 급하게 《곱게 생겼으니까.》하고 한마디 했다가 된탕을 먹었다.

이모가 《당신은 그저 녀자를 놓고는 곱다느니 밉다느니 하는 소리밖에 모르지. 글쎄 미순이가 나를 닮아 곱기야 하지요. 그렇지만 기본은 이거지요.》하고 손가락으로 미순의 머리를 가리켰다.

이모부는 탁 웃었다.

《미순이는 잘났지만 당신이야 뭐…》

그러다가 이모의 눈살이 꼿꼿해지는것을 보고 얼른 말머리를 돌려 주도권을 쥐려 했다.

《미순이가 전문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에 진출하게 됐으니 시집가는 문제도 고려해봐야지. 한창 무르익는 시절이거든.

내 그래서 기가 막힌 상대를 점찍어두었다. 그는 미순이가 일전에 나한테 어떤 사람인가고 물어보았던 그 강철수다. 싫지 않겠지?

우리 집에 한번 왔댔는데 네 이모도 칭찬했다.》

강철수에 대한 평가에서는 이모가 이모부의 견해에 동감이였다.

《그 청년이 정말 괜찮더라.》

이모가 얼른 이모부의 말을 받았다. 《난 마음에 푹 든다.》

《수재형이라는데 대해서는 내가 이미 말했지.》

이모부는 주도권을 계속 쥐려고 이모의 말을 가로챘다.

《함남도내기인데 고급중학교를 졸업하자 교장선생이 직접 그를 데리고 김책공대로 갔다. 그리고 그의 뛰여난 수학적인 두뇌에 대해 설명하면서 입학시켜달라고 했다.

어떤 교수가 철수와 간단히 담화하고나서 학장에게 이렇게 말했다.

〈이 학생의 앞날이 몹시 기대됩니다.〉 교수가 옳게 평가했다.

대학을 졸업하면서 철수는 론문을 제출해서 학위를 받았고 그의 연구가치가 특별히 인정되여 수상님의 표창장을 받았다.

그뿐이 아니다. 대학을 찾아주신 수상님께서 대학의 교수, 박사들과 담화를 하시던중 김책공업대학 졸업생 강철수의 연구가 가지는 특출한 가치에 대해서 들으시고 치하의 교시를 하시였다.

이런 인재가 우리 성에 있다. 알겠니?》

미순이는 붉어진 얼굴을 숙인채 쳐들지 못하고있었다. 어떻게 해야 할지 가슴이 활랑거리기만 하였던것이다.

대동강유보도에서 우연히 사귀였고 바로 그 대동강의 얼음판우에서 정이 깊어진 지식인청년, 그러나 넘지 말아야 할 한계선은 지켜왔던 그 미남자를 이모부가 인생의 반려자로 선택할것을 바라고있으니 이것은 꿈같은 일이였다.

이모부의 소개에 의하면 강철수는 두뇌가 뛰여난 수재로서 과학탐구의 첫기슭에서 벌써 별처럼 빛나고있다.

그렇지만 그는 미순이에게 자신에 대해서 한번도 이야기하지 않았다. 얼마나 속이 깊고 겸손한가.

미순이는 철수가 너무도 높이 쳐다보여 만일 다시 만난다면 감히 그 앞에서 머리를 쳐들수 없을것만 같았다. 그런 청년에게 내가 어떻게 상대가 될수 있을가. 미순이는 속이 떨려나기까지 했다.

(바라지도 말아야 해.)

미순이는 드디여 얼굴을 들고 이모부에게 말했다.

《이모부, 나처럼 아는게 없고 지식이 빈약한 처녀가 어떻게 감히… 아닙니다. 물론 우리는 몇번 우연히 만났고 그의 사람됨에 마음이 끌리기까지 했어요. 그저 대학을 졸업한 잘생기고 똑똑한 지식인청년으로만 알았지요. 그런데 오늘 이모부의 소개를 듣고보니 아득하게 쳐다보이기만 해요.》

이모부는 소탈하게 웃었다.

《너무 그렇게 철수를 높이 보면서 자신을 낮출 필요는 없다.

철수는 룡성에서 로동자의 아들로 태여났다. 아버지는 룡성기계공장에서 단야공으로 일하고있다.

수상님께서 알고계시는 룡성의 오랜 로동자야. 미순이가 평범한 가정의 출신인것처럼 철수도 평범한 가정의 출신이다.

그리구 녀자로서야 남자가 높이 쳐다보일수록 좋을게 아닌가. 허허…》

이모가 이모부를 지지하면서 오늘 명절날에 이 집에 놀려올수도 있다고, 그는 합숙생활을 하니 어디 갈데도 없다고 했다.

《그 동무가 여기로 와요?》

미순이는 더럭 겁이 났다.

《올수도 있다는거다. 그러면 아예 여기서 오늘 락착을 보자.》

미순이는 손을 내저었다.

《아니, 안돼요. 난 가겠어요.》

미순이 일어서려 하자 이모가 성을 냈다. 명절날에 이렇게 왔다가 그냥 가면 이 이모나 이모부의 마음이 어떨것 같니?

네가 정 싫다면 철수와의 문제는 꺼내지 말자. 올지말지도 해 하고 이모가 말해 미순이는 주저앉았다.

(내가 너무 자기를 낮추는것일가. 물은 낮은데로 흐르고 낮은데 모인다고 했으니 자기를 낮추는것이 좋기는 하지만 인생의 길에서 너무 높이 오르려 하는것은 좋지 않아.

내가 전문학교를 마치고 도농촌경리위원회에 배치된것만 해도 상당해. 이 이상 더 무엇을 바랄가.

내가 도시에서 성공한것은 겨우 첫걸음이야. 자기를 낮추고 수양을 더 쌓고 공부를 더 한 다음에야 강철수 같은 사람을 상대할수 있어.)

미순이는 이와 같이 자신을 다잡으며 마음속의 채찍질을 하고있었다.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철수동무가 오는구나! 깜짝 놀란 미순이는 그 순간 심장이 방망이질하는 바람에 숨이 다 막혔다.

그는 얼른 웃방으로 뛰여들어갔다.

그러나 찾아온 사람은 철수가 아니였다. 황해남도의 농촌에서 온 이모부의 작은아버지벌이 되는 친척이였다.

볕에 얼굴과 팔다리가 검게 타고 큰 키에 훌쭉한 쉰살 넘어간 농민은 미순이가 농촌출신이라고 각별히 친근하게 대했다.

그는 집에서 기르던 닭 두마리를 잡아 내장만을 뽑고 털채로 비닐보자기에 싸가지고 그것과 함께 재령쌀을 한말 지고 왔다.

아직 가을을 하지 않았는데 어디서 재령쌀이 났느냐는 이모부의 물음에 그는 너털웃음을 터뜨리며 농민시장에 가면 고양이뿔을 내놓고는 다 있다고 했다. 이게 묵은 쌀이지만 오래간만에 평양에 가는데 황해남도에 사는 사람이 재령쌀을 가지고 가야지 하는 마음에서 가져왔다는것이다.

이모가 음식상을 차리는 사이에 황해남도에서 온 농민이 이야기판을 벌리였다.

《농촌이 점점 잘 살게 되여가네. 뜨락또르다, 자동차다, 비료다 하구 도시에서 쓸어들어오지 않나, 수상님의 교시를 받들고 도시사람들이 농촌으로 진출해 나오지 않나, 농촌로력을 보충하는거야.

수상님께서 농촌로력을 도시에 계속 뽑아가고 또 농촌에서 똑똑하다는 청년들이 도시로 빠져나가고있는 문제를 두고 몹시 노하시여 교시하시였네. 그래 도시에서 농촌으로 진출하는거네.

1월달에 수상님께서 신천군에 있는 일심협동조합을 현지지도하실 때 그 자리에 평양에 있다가 농촌에 진출한 녀성농산기사가 있었는데 수상님께서 몹시 반가와하시며 잘했다, 농업대학을 나올적에야 농촌에 나가자고 했겠지 평양에 앉아서 농사를 해먹자고야 안했을테지 이렇게 치하하시였네.

같이 농촌에 나와 고등농업학교 교원을 하는 그의 남편에 대해서도 부부가 다 지식으로 농업에 복무하고있다고 평가해주시였네.

이런 지식인들도 있는데 지금 가만 보면 수상님말씀대로 농촌진출이 잘되고있지 않는것 같아. 하긴 누가 화려한 도시나 기계로 일하는 공장에서 흙먼지를 뒤집어쓰며 고된 일을 해야 하는 농촌으로 나가기를 좋아하겠는가.》

그는 이모부를 가리키며 계속했다.

《자네보고 농촌에 나가라면 좋아하겠나?》

《내야 기계공업성에서 중하게 하는 일이 있는데요.》

이모부가 어물어물 대답했다.

《그렇겠지, 누군들 구실이 없겠나?》

그는 미순이를 가리켰다.

《이 체네야 원래 농촌사람이니까 농촌에 가라면 두말 없이 응하겠지.》

미순이는 볕에 검게 탄 황해남도농민의 눈길을 피했다. 그는 원화리에서의 어느날 최동익에게 농업로동의 고달픔과 현대문명에서 뒤떨어진 생활에 대하여 가슴아프게 이야기한적이 있었다.

당시는 그 이야기가 고향땅에 대한 애착에서 오는 참다운 감정의 분출이였다. 하지만 지난 2년간 도시생활에 도전하여 도시처녀로 되려고 애쓰는 과정에 그의 감정은 달라졌다. 그 달라진 눈으로 보는 고향마을과 그곳에서 일하는 고향사람들 우선 뜨락또르운전수 동익의 모습은 쓸쓸한 동정을 자아내였다.

그리하여 도시처녀로 되여가고있던 미순이는 농업상이 노력하여 차례진 도농촌경리위원회에로의 배치를 고맙게 받아들이였으며 이것을 자기의 성공으로 인정하였다.

황해남도농민의 이야기는 그의 가슴을 무겁게 하였다. 도시에서 농촌으로 진출자들이 가고있다, 신천군의 어느 한 협동조합의 녀성농산기사는 남편과 함께 평양에서 농촌으로 진출했다지 않는가…

미순이는 이모가 차려준 맛있는 음식들을 별로 맛을 모르고 먹었다.

기숙사로 돌아오면서도 내내 그 생각으로 마음이 울적했다.

기숙사의 자기네 호실에 들어서자 동무들이 《미순아, 너 도농촌경리위원회로 가게 된다더라.》, 《이건 대단한 발전이야. 도의 농사를 지도하는 사람이 됐으니까.》하고 축하해주었다.

그 순간 미순이는 (그래, 도농촌경리위원회도 농사짓는 기관이지, 꼭 손으로 흙을 주무르는것만이 농사겠어?

내가 공연히 공부를 했을가. 농산지식으로 복무하는 길이 내가 할 일이지)하는 생각으로 자신을 위안할수 있었다.


×


도농촌경리위원회에 배치되여간 박미순에게 그곳에서는 열흘동안의 휴가를 주었다.

고향에 내려간 처녀는 아버지, 어머니와 감격적으로 만났다. 숙성한 딸은 어째서인지 부모들에게 서먹서먹한 감을 자아내였다.

딸에게서는 이전에 그가 방학에 왔을 때도 느낀바이지만 농촌처녀의 티를 벗은 도시처녀의 낯설은 모습이 완연하여 상대하기 어려웠다. 하긴 미순이는 다 성숙했고 공부도 했으며 한가정의 울타리를 벗어난 녀성이였다. 그는 이전처럼 어리광을 부리지 않았다.

《졸업했니?》

아버지가 담배를 피우며 조심스럽게 물었다.

《졸업했어요.》

《어디에 배치받았니?》

궁금증을 이기지 못해 이번에는 어머니가 성급히 물었다.

《평양에 있는 도농촌경리위원회에 배치받았어요》

미순이는 어쩐지 자랑스럽게 말하게 되지 않아 혀아래소리로 대답했다.

아버지, 어머니가 놀란다.

어머니는 얼굴의 주름살이 펴지는듯 싶다.

평양, 도농촌경리위원회! 뜨르르하다.

《야, 그거 참 대단하구나. 우리 집안에 큰 인물이 났구나.》

하지만 아버지의 얼굴빛은 컴컴해졌다.

(내 딸이 공부까지 하더니 땅에서 하늘로 날아가버리는구나.)

그는 말없이 담배연기만 내뿜었다.

미순이는 심중해진 아버지를 살피며 자기는 모르고있었는데 농업상이 그 기관으로 보내주었다고 설명하고 이렇게 물었다.

《아버지, 내가 도에 배치된게 잘못됐나요?》

아버지가 힘들게 대답했다.

《잘못되기야 무슨…

우에서 다 생각이 있어서 거기루 보냈겠는데.》

어머니는 령감이 이렇게 미순이를 두둔하듯이 말하자 성수가 났다.

《그렇지 않구. 거기가 농촌경리위원회라니까 농사짓는데겠지?

얘야 평양에 떨어진다는게 어디 꿈이나 꿀수 있는 일이냐?》

미순이도 얼굴이 약간 밝아졌다.

《제가 이제부터는 아버지, 어머니를 모시겠어요.

이 외동딸을 키우느라 아버지, 어머니가 얼마나 고생하셨나요.》

《얘, 그럼 너 우리를 평양에 데려가겠니?》

어머니가 기대를 품는것 같다.

《이제… 집을 받으면 곧 모셔가겠어요.》

《우리두 늙으막에 평양에서 살게 되겠구나.》하며 좋아하는 처를 사납게 쏘아보는 박영준의 눈에서 불줄기가 날았다.

《난 싫다. 나는 여기를 뜨지 않겠다.》

그의 이마에 퍼런 피줄이 돋고 입술이 부들부들 떨리였다.

《내가 여기 암적에서 태여나 여적 여기 고향땅을 다루어왔은즉 손발이 말을 듣는 한 여기서 농사짓다가 죽어 이 땅에 묻히겠다.

너나 어머니를 모시고 가서 잘살아라. 난 싫다.》

《아버지!》

미순이는 울먹이며 아버지의 팔을 잡아 흔들었다.

《이걸 놔라. 너는 지난해에 향수내를 풍기며 여기에 나타났을 때 내가 동익이를 배필로 삼자고 하니까 단마디로 거절했지, 그때 벌써 나는 네가 달라지고있구나 하고 가슴이 아팠댔다.

그래, 네가 동익이나 혜영이보다 무엇이 잘났니?

혜영이는 뜨락또르운전수가 되여가지고와서 고향땅을 가꾸고있다. 얼마나 장한가!

나는 혜영이가 부럽다. 향수내는 나지 않구 기름냄새가 풍기지만 나는 그 냄새가 더 좋다.》

이렇듯 화를 터뜨리군 하는 아버지의 폭발적인 성미를 알고있는 미순이였지만 딸의 성공을 거부해나서는 그 노성이 가슴을 아프게 찌르는듯 하여 미순이는 두손으로 얼굴을 싸쥐고 울었다.

아무리 공부하고 성숙한 처녀라해도 그는 역시 아버지앞에서는 딸이였다. 미순이는 어려서부터 아버지에게서 가끔가다 욕도 먹고 매도 맞았으며 그때마다 징징 울면서 엄살을 피우기도 했다. 그가 울면 아버지는 속이 좋지 않아했다.

그 시절처럼 아버지가 욕을 하고 딸이 우는것이였지만 지금은 이전과 다른데가 있었으니 딸은 어리광을 부리며 우는것만은 아니였다. 그래도 아버지는 어린시절에 울던 딸을 보듯 속이 좋지 않아 화를 터뜨린것이 너무했다고 후회를 하는데 로친이 대들었다.

《아니, 갑자기 미치지 않았소? 왜 야단이요? 애가 우는걸 못 보오? 평양에서 공부한 애가 향수내를 풍기지 두엄내를 피우겠소?

정말 앞이 막힌 령감이요.

아, 농사를 짓는것이 꼭 고향땅에서 해야 옳은거요? 모두 논밭에 들어서면 지도는 누가 하겠소?

우에서 지도하는 사람두 있어야 할게 아니겠소? 미순이가 고중을 졸업하고 전문학교에 가는걸 한사코 막더니 령감은 정말 못되먹었수다.

공부한 애가 그래 다시 촌구석에 와야 편안하겠소. 제발 고집을 부리지 마오.

난 령감의 그 고집에 진저리가 난지 오래우다. 미순이를 건드리지 마오.》

《뭐가 어째?》

아버지는 눈길을 허둥거리며 손을 후들거리다가 후닥닥 일어서서 문을 왈칵 열고 나가버리였다. 어머니가 미순이를 진정시켰다.

박영준은 한시간쯤 지나 다시 방에 들어왔다.

그는 담배연기를 날리면서 방바닥을 내려다보며 꺼진 목소리로 말했다.

《그래, 네 에미 말이 옳다. 너를 더 건드리지 않겠다. 후-》

그는 땅이 꺼지게 한숨을 지으며 이마의 땀을 훔치였다.

《내가 너무했다. 공부갔던 명호가 돌아온걸 보면서 우리 미순이도 이제 오겠지 하구 고대하다보니…

하지만 한마디만 하겠다. 농촌에서 로력이 자꾸 빠지고 청년들이 공부하려 가서는 도시에 떨어진다고 수상님께서 심려하고 계시니 이 늙은 농사군의 마음이 아프구나. 그래서 고아대긴 했다만 얘야, 어떻든 배치받은데 가서 일을 잘해라.

내 걱정은 말아라. 너만 잘되면 한이 없겠다.》

미순이는 고개를 푹 숙이였다. 농촌에서의 로력류출과 관련한 수령님의 심려를 두고 한 아버지의 절절한 말이 미순이의 가슴에 무겁게 실리였다.

그는 이전처럼 티없는 순진한 심정으로 암적마을의 동무들과 만나 즐길수 없었다. 미순이가 그래도 서로 통한다고 인정한 혜영이와도 떠들썩하게 이야기를 주고받지 못했다.

풀단을 가득 실은 련결차를 달고오는 혜영의 뜨락또르에 올라 같이 앉아 그의 운전솜씨를 칭찬하고 그의 활달한 이야기에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를 짓긴 했지만 미순이자신은 말을 거의 하지 않았다.

미순이는 혜영이가 전문학교를 졸업한 자기를 축하해주자 《네가 성의껏 마련해준 방석덕도 있어. 기숙사에서 그걸 깔고앉아 복습도 하고 숙제도 했어.》하고 대답을 했으며 그밖의 물음에도 짤막하게 대답했을뿐 주로 조합일이며 운전수들이며 녀동무들에 대해 많이 물었다.

길에서 동익이와 만나자 그의 인사에 답례하고는 달아나다싶이 해서 그로 하여금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다. 동네에서는 혜영이와 동익이가 결혼할것 같다는 말이 돌고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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