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5 회

제 6 장

1

공무직장에 사방압착기를 수리하기 위한 수리칸이 꾸려지고 그것을 강철민과 자기가 맡게 되자 최현민은 마음이 흐뭇해졌다. 드디여 지배인이 이 공장에서 무엇을 중시하고 누구에게 의지해야 하는가를 깨달았다는 생각이 그를 안심하게 했다. 이제 그는 이 사방압착기로부터 시작하여 수지운동신흐름선과 종합조종반 그리고 통합생산체계도 모두 해낼것이다. 그래서 새 지배인에게 기술자들과 수재들에게 관심을 돌리고 투자를 해야만 기적과 혁신이 일어날수 있다는것을 알게 해줄것이다.

이즈음 일부 일군들은 기술자들과 수재들이 대학을 졸업한 다음 책상이나 하나 내여주고 구호와도 같은 좋은 말 몇마디 해주면 발명과 발견들이 저절로 척척 되는것처럼 생각한다. 자그마한 농장벌에서 몇톤의 곡식을 생산하자고 해도 종자와 거름, 비료와 물을 비롯해서 얼마나 많은 투자를 해야 하는가? 하물며 이것은 한개의 농장포전이 아니라 하나의 공학분야를 혁신할수도 있는 기술에 관한 문제이다. 일군들은 마땅히 기술자들과 기술인재들에게 관심을 돌리고 투자를 해야 한다.

그는 온 하루 청하지 않은 열성을 발휘하여 사방압착기를 통채로 가로맡아안고 나섰다. 실지 일을 해야 할 강철민이 무료하고 안타까와서 어쩔줄 몰라한다는것을 느끼지 못한채 그냥 사방압착기를 들여다보고 계기로 필요한 부분들을 재보기도 했다. 결국 그는 고장의 원인을 알아냈다. 짐작했던대로 사방압착기의 뇌수라고 할수 있는 종합조종단이 고장났던것이였다. 손바닥만 한 종합조종단이지만 거기에는 사방압착기의 동작수행을 분석하고 지시하고 조종하는 수백개의 집적회로들이 내장되여있다. 첨단기술로 만들어진 그 종합조종단은 사용설명서에도 회로가 없다. 결국은 수입해와야 하는것이다. 하지만 종합조종단값은 설비의 절반값도 넘는다. 차라리 설비를 통채로 수입해오는 편이 나은것이다.

저물녘 최현민은 완전히 지쳐버려 맥을 놓고 주저앉았다. 개미다리같은 다리가 붙어있는 조종단을 어찌나 골독해서 들여다보았는지 시력이 당장에 푹 떨어지기라도 한듯 눈앞이 부옇게 흐려진다. 그는 바람빠진 롱구공마냥 쭈그러든채 한숨을 내쉬였다. 그런데 거기로 김윤화지배인이 들어섰다. 당황하여 벌떡 일어섰다. 김윤화지배인의 얼굴은 밝았다.

《수고해요, 현민동무! 그래, 어때요? 살릴것 같애요?》

최현민은 얼굴빛이 어둑해서 중언부언했다.

《아직 잘… 종합조종단쪽이 좀…》

《수고해줘요! 그런데 강철민동무는 어디 갔어요?》

《글쎄, 어디 갔는지?…》

《그 동무를 잘 도와서 수지운동신설비보장에서 돌파구를 열어보자요.》

《알았습니다.》

《공장의 통합생산체계를 세우는 사업에서도 동무가 큰 몫을 맡아줘야겠어요.》

최현민은 겸손한 얼굴로 서있었다.

《거기에 4. 15기술혁신돌격대의 여러 동무들을 인입시키겠어요. 그들도 이번 기회에 공장의 발전에 한몫을 할수 있는 쟁쟁한 실력가들로 자라야 해요. 그들에게 대담하게 큼직큼직한것들을 맡겨주세요. 그리구 한경철동무가 재단프레스수자조종화프로그람을 맡았는데 그도 잘 도와주세요.》

문득 최현민은 떠밀치운듯 한 기운을 느끼며 굳어져버렸다. 재단프레스의 수자조종화프로그람은 통합생산체계프로그람보다 더 어렵고 난도가 높은 프로그람이다. 그런데 그것을 아직은 햇내기에 불과하고 이모저모로 행실이 바르지 못한듯 한 한경철이가 맡아안은것이다. 공장의 일인자인 자기를 제쳐놓고 말이다.

《수지운동신설비보장을 위한 연구조를 무었는데 동무도 거기 한 성원이예요. 강철민동무도 어리지만 거기에 망라했어요. 우리 잘해보자요.》

최현민은 놀라고 당황해진 심정으로 서있었다. 불시에 현실을 깨달았다. 그는 독상을 바란것이지만 독상이 아니라 다같이 식사를 해야 하는 일반탁에 앉은것이다. 그는 한경철이나 강철민과 별반 다름이 없는 존재였다. 지어는 그들이 밥을 다 먹었는가를 살피는 보모다운 역할마저 해야 했다.

최현민은 사방압착기수리를 책임지게 된것도 결국은 강철민을 도와주는 일종의 보조역할외에 다른 아무것도 아니라는것을 그때에야 비로소 깨달았다. 그는 자기가 이제 일이 끝난 다음에도 한경철이나 강철민에 비해볼 때 뒤전에 서게 되리라는것을 깨달았다. 마치도 해가 떠오르는 아침녘에 동켠에 떠있는 별처럼 무색해질것이다.

지배인은 돌아갔으나 최현민은 움직이지 못하고 서있었다. 마치 손에 들었던 음식을 빼앗긴 어린아이처럼 약이 오르는듯 한 심정이였다.

이 모든것이 김윤화지배인의 편애와 무식때문에 벌어진 일이라고 생각했다. 이모저모에서 어리고 순정하지 못한 구석이 엿보이는 한경철이 선택된것은 국장의 아들에 대한 지배인의 편애외에 다른 아무것도 아닌것이다. 결국 지배인은 기술이란 그리고 수재란 무엇인지 모르면서 큰 과일은 혼자 먹지 않는다는 식으로 모두에게 선의와 신임을 나누어주고있는것이다. 하지만 이 최현민을 그렇게 모두거리로 대해서는 안될것이다. 좋은 꿀벌은 떨어진 꽃에 앉아 꿀을 따지 않는다.

최현민은 지금껏 가슴을 달구던 긍지와 야심만만한 투지가 삽시에 사라져버리는것을 느꼈다. 모든것이 불시에 의의를 잃었고 더는 아무런 흥심도 솟구치지 않았다. 그는 무너지듯 자리에 주저앉았다. 모욕이라도 받은것처럼 씨근거렸다. 절대로 한경철이나 강철민이 같은 코흘리개들과 함께 섞일수 없다고 생각했다. 자기에게 직접 차례지는것이 없다면 무엇때문에 잔등패기를 헐리우면서 남의 칼에 날을 세워주는 숫돌같은 노릇을 한단 말인가?

이 순간 최현민에게는 지배인이 오기 전의 자기와 지금의 자기가 완전히 다른 두사람인듯이 느껴졌다. 그는 싸늘해오는 가슴으로 오래도록 앉아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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