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7 회)

17

태양은 어느새 자취를 감추고 강물은 주홍빛으로 물들었다.

명주필처럼 부드럽기 그지없는 강물은 잠시 흐름을 멈추고 어서 오라 부르는듯 싶었다.

두사람은 나란히 대동강유보도를 따라 걸었다.

살집이 부둥부둥한 얼굴에 벙글웃음을 실은 윤상배는 강물에 시선을 던지고 감개가 무량한듯 입을 열었다.

《이게 얼마만인가.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했는데 그 10년이 두번이나 더 지났으니 참 감회가 새롭구만.》

이미 상배에 대한 감정이 얼음물처럼 차거워진 리대철은 뽐프수입문제를 따지려고 기회를 노렸으나 제 기분에 뜬 윤상배는 꼭지를 틀어놓은 수도물처럼 끝없이 자기 감정만 줄줄이 쏟는다.

리대철이 더욱 기분이 상한것은 이전에 자기를 보고 형님, 형님 하던 상배가 오늘은 야, 자 하며 동갑이를 대하듯 하는것이였다.

《참, 아주머니병은 좀 어떤가?》

느닷없는 상배의 물음에 리대철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였다.

이 사람이 어떻게 우리 집사람이 당뇨병을 앓는다는것을 알고있을가.

아. 생각이 났다.

그때 신혼살림을 편 자기 집에 몇번 초청되여왔던 상배가 당뇨병을 앓고있는 집사람을 위해 그 병치료에 좋다는 약을 구하려고 노력을 많이 했었다.

그뿐인가. 처를 평양에까지 데리고올라가 어느 한 중앙병원에서 입원치료를 받도록 노력도 했었다.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상배의 성의로 처의 병상태는 놀라울 정도로 호전되였다.

지금도 리대철의 처는 종종 윤상배에 대하여 아름다운 추억을 떠올리군 한다.

리대철은 도덕적으로 보면 그때 자기 처를 위해 기울인 상배의 성의에 대하여 지금 이 시각 고맙다고 사례를 해야겠으나 그것이 자신의 몸값을 올리고 환심을 사기 위한 처세술이였음이 알몸뚱이처럼 적라라하게 드러난 이상 구태여 입에 올리고싶지 않았다.

《많이 나았네.》

적당히 얼버무린 리대철은 하고싶었던 말을 꺼냈다.

《좀전에 자네네 사장동지를 만났겠지?》

《만났네, 무슨 말이 오갔는지 알고싶은가?》

《물론…》

상배의 얼굴은 웃고있었지만 가슴속에서는 불이 일고있었다.

리석민이 침을 놓지 않았더라면 이런 연극이 아니라 맞대거리로 붙어보려고 했을 윤상배였다.

리석민의 말은 리대철을 잘못 다루었다가 당의 국산화방침에 저촉되는 비당적인 행위를 했다는 의견이 제기되면 문제가 설수 있기때문에 한걸음 비켜섰다는것이다.

상배는 리석민의 처사에 불만이 많았다.

발전하려면 대담하게 남의것을 받아들이고 허심하게 배워야 할게 아닌가. 그런데 어떤 사람들은 능력도 기술도 없으면서 발전된 나라의것을 받아들이는것을 사대와 교조로 몰아붙이고 배격한다.

자기들은 어쩌지 못하면서 말이다.

그들중 한사람이 리대철이다.

과연 리대철은 자기네 공장에서 고양정뽐프를 만들 능력이 있기나 한걸 가지고 수입에 반기를 들었는가.

몇년후이면 몰라도 지금은 어림도 없다.

상배는 여유작작한 투로 말했다.

《날보고 빨리 대방에게 알리여 뽐프수입을 중지하라더군. 건설지휘부 책임일군들과 토론을 했다던지…》

《그래.》

리대철은 좀전에 리석민한테서 들은 말을 다시 들으니 속이 후련하였다. 하면서도 윤상배의 립장이 어떤지 알고싶었다.

《그에 대해 자넨 어떻게 생각하나?》

떠보듯 묻는 그 물음에 상배는 속이 뜨끔했으나 태연한 웃음을 지었다.

《어떻게 생각하긴, 불쾌해도 상급의 지시인데 복종하는수밖에…》 하던 상배가 사공 배머리 돌리듯 슬쩍 말을 돌리였다.

《사장동지가 자넬 칭찬하더군, 배짱이 있다고 말이야.》

《?》

그 말은 사실이였다.

좀전에 만났을 때 리석민은 리대철에게 얼이 나갈 정도로 한방망이 얻어맞았다면서 이제껏 그런 배짱가는 처음 보았다고 하였다.

《그러면서 날더러 김원삼처장 그리고 자네네 지도국 차부국장과 함께 공장에 내려가보라고 하더군.》

《우리 공장에 왜 내려가라는건가?》

《왜 놀라는건가? 사실 수입중지는 심중한 문제야. 그래서 자네네 공장에서 정말 첨단급뽐프를 만들수 있는가 없는가를 객관적으로 료해를 해보라는거지. 터놓고 말해서 자네 말을 듣고 수입을 중지했다가 일이 찌그러지는 날에는 그 책임을 누가 진단 말인가?》

윤상배의 말에 리대철은 그 지시를 당연한것으로 리해하였다. 수입을 중지시킨것만큼 공장의 능력을 료해하는것은 정상적인 일이라고 보아야 할것이다.

그런데 리해가 안되는것은 실태료해성원들중에 차부국장이 망라된것이였다.

그야 우리 공장에 대해 손금보듯 알고있는것이 아닌가.

그런데 왜 그가 실태료해조에 속하게 되였는지.

《실태료해는 인차 시작될거네.》

《좋네. 어느때든 공장에 와보라구.》

리대철이 어떻게 나올것인가에 대하여 은근히 왼심을 쓰던 상배는 선선히 하는 그 말에 안도의 숨을 내쉬였다.

《오래간만에 만났는데 식사라도 한끼 하자구.》

선의가 풍기는 상배의 말이였다.

허나 리대철은 응하고싶지 않았다.

《미안하네. 난 빨리 공장으로 돌아가야 하네.》

《금강산구경도 식후라는데 시간이 얼마나 걸리겠다고…》

《오늘만 날인가. 앞으로 마주앉을 기회는 얼마든지 있을거네.》

《그럴가.》

윤상배는 리대철의 거절이 섭섭하였지만 한편으로는 다행스럽게 생각되였다. 그것은 정향이때문이였다. 리대철과 마주앉았다가 저도 모르게 실수하여 정향이 소리가 튀여나오지 않는다고 어떻게 장담할텐가. 정향이가 자기 딸이라는걸 알면 리대철이 뭐라고 하겠는가.

당장 공장에서 내쫓겠다고 할것이다. 윤상배는 딸 정향이가 언제 깨질지 모를 살얼음장우에 서있는것 같아 가슴이 서늘해났다.

장차 일이 어떻게 되겠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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