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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동지께서는 방학을 맞이하여 집으로 떠나는 학급동무들을 바래워주려고 미산-평양역행뻐스를 타시였다. 오늘 오후의 청수행급행렬차로 삭주로 가는 최영화와 숙천으로 가는 오명식이가 떠나기로 되여있었다. 뻐스뒤쪽으로 빈자리에 앉으신 그이께서는 렬차시간표가 적혀있는 수첩을 외투주머니에서 꺼내여 펼치시였다. 대학에서는 방학을 선포하면서 행선별로 렬차를 맞물려주었는데 청수행으로 떠나는 동무들이 첫 출발이였다.

만수대언덕을 넘어서 뻐스가 종로동에 이르자 갑자기 손님들이 많아졌다. 동평양에서 옥류교를 건너온 손님들이 여기서 뻐스를 갈아타는것이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새로 차에 오르는 애기어머니에게 자리를 내여주려고 일어서시였다.

《아주머니, 여기 앉으십시오.》

《그냥 앉아계셔요. 애기가 울어서 앉지 못합니다.》

연홍색수건을 쓴 젊은 녀인은 등에 업힌 애기의 엉덩이를 다독이며 사양했다. 아닌게아니라 애기는 포단속에서 꺼낸 두손을 안타까이 휘저으며 세차게 울어댔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서신채로 애기를 유심히 굽어보시였다. 모자가 코마루까지 내려덮인 애기는 얼굴이 잘 보이지 않았다. 눈이 가리워서 울고있지 않는가 하는 생각이 드시면서 얼른 모자의 턱끈을 풀어 벗겨주시였다. 그러자 애기는 언제 울었느냐는듯이 해죽해죽 웃었다.

그이께서는 눈을 가리우지 않도록 뒤로 제껴질사 하게 모자를 씌워주시였다. 빨간 털실로 뜬 애기의 모자에는 꼬리에 한쌍의 방울이 달렸는데 보기에도 곱거니와 폭신한것이 손맛도 좋았다.

그이께서는 불현듯 최영화의 아들애한테도 이런 모자를 씌워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시였다.

의용군으로 입대하여 전선에서 싸우다가 전후에 제대된 최영화에게는 젖먹이 아들애가 있었다. 그는 언제인가 기숙사호실에서 아들애의 백날사진을 보여주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사진을 들고 애기의 모습을 오래도록 바라보시면서 앓지 말고 무럭무럭 자라나라고 마음속으로 축복하시였다. 서울이 고향인 최영화에게는 북반부에 가까운 친척이 없었다. 학급에는 최영화를 내여놓고도 제대군인들중에서 이미 가정을 가진 학생들이 네명이나 있었다. 그러나 그들은 좀처럼 안해와 자식에 대한 말을 꺼내지 않았다. 엉큼한 한 학생은 총각행세를 하다가 안해의 편지가 드러나는통에 학급동무들의 악의없는 규탄을 받기도 하였다. 헌데 최영화만은 안해와 아들애의 사진을 서슴없이 동무들에게 보여주며 느슨한 미소를 그리군 했다. 그것은 자신의 모든것을 투명하게 드러내보이는 솔직한 성품때문이기도 했지만 남다른 처지로부터 안해와 아들애가 있다는 사실을 자랑하고싶은 심정때문이기도 하였다. 그런데 여차하면 최영화는 이번에 집으로 돌아가면서 사랑하는 아들애한테 아무런 선물도 마련하지 못했을수 있었다. 그는 학기말시험에서 세과목이나 락제를 하였다. 누구보다 직심스레 공부를 하였지만 워낙 기초지식이 빈약하다보니 그렇게 되였다. 학기말총화모임에서 학부적으로 성적이 제일 락후한 학생으로 이름이 불리울 때 최영화는 가슴을 움켜쥐며 흙빛이 된 얼굴을 들지 못하였다. 이제 방학이 끝난 다음 제정된 기일내에 재시험을 쳐서 한과목이라도 다시 락제를 하면 그는 어쩔수없이 퇴학을 당하게 된다. 그런 상황에 놓인 최영화가 아들애의 선물따위를 생각할 마음의 여유가 있을리 만무하였다.

평양역앞에서 내리신 김정일동지께서는 역전공업품상점에 들리시였다. 렬차가 떠날 시간은 아직 반시간나마 있었다. 상점에는 방금 뻐스칸에서 보신 털실애기모자가 있었다. 김정일동지께서 매장앞에 이르시자 녀인들의 시선이 그이에게 쏠렸다.

대학생이 학용품매대가 아니라 녀인들만이 모여선 어린이옷매대를 찾아온것이 좀 우습다는 눈치들이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저으기 쑥스러운 생각이 드시였으나 하는수없이 순서를 기다리시였다. 이윽고 차례가 되였다.

《빨간색애기모자를 하나 삽시다.》

《몇호를 사겠어요?》

판매원처녀가 물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난감하시였다. 애기들의 모자호수에 대한 가늠이 전혀 없을뿐더러 최영화의 아들애 머리가 얼마나 큰지 알수 없으시였다. 대답을 못하고 서계시는데 판매원처녀가 독촉했다.

《손님, 어서 호수를 말씀하세요! 다른 손님들이 기다리지 않아요.》

김정일동지께서는 어찌했으면 좋을지 몰라하시였다. 옆에 섰던 중년녀인이 리해가 된다는듯 가볍게 웃더니 그이께로 시선을 돌리며 애기가 몇살인가고 물었다.

그이께서는 딱한 처지에서 구원을 받으신듯 한 심정으로 두살이라고 얼른 대답하시였다. 친절한 녀인은 적당한 호수의 애기모자를 청해서 그이께 드리였다.

《아주머니, 감사합니다.》

그이께서는 판매원에게 돈을 무시고 종이로 정히 포장한 애기모자를 가방에 넣으시였다. 상점을 나서시자 빠른 걸음으로 건늠길을 건너 역사안으로 들어가시였다. 넓은 기다림칸안은 대학생들로 붐비였다. 배낭을 지거나 트렁크를 들고 분주히 오가는 학생들도 있고 군데군데 려장들을 모아놓고 둘러앉아 차시간을 기다리며 이야기를 나누는 학생들도 있었다. 그들모두의 얼굴에는 방학을 맞고 그리운 고향으로 돌아가는 기쁨이 넘쳐흘렀다.

그이께서는 방학을 맞이한 기쁨으로 자신의 가슴도 느닷없이 설레이는것을 의식하시였다. 대학에 입학하신 후 처음으로 맞으시는 방학이였다. 먼 후날까지도 가장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아있도록 그렇게 즐겁고 보람있게 방학의 나날을 보내실 생각이시였다. 고중시절의 잊지 못할 스승들을 찾아가 인사도 드리고 그 시절의 학우들을 만나 스케트를 타거나 영화구경을 하면서 우정도 나눌것이다. 그리고 독서도 하고 구상했던 론문도 쓸것이다. 우선 며칠안으로 최정택선생님의 교과서를 탐독할것이다. 딴 사람이 아닌 존경하는 담임교원이 쓴 책이여서 그 책부터 먼저 보고싶다. 방학은 휴식이 아니라 탐구의 계속으로 되여야 할것이다. 우리 나라 속담에는 봄에 하루 놀면 겨울에 열흘 굶는다는 말이 있다. 나는 그 속담을 이렇게 변경시키고싶다. 청춘시절의 하루를 헛되이 보내면 인생의 십년을 잃는다고.…

정일동무!》

반가이 부르는 소리에 상념에서 깨여나시였다.

소리나는쪽으로 돌아서시니 목이 성큼한 명식의 얼굴이 다른 학생들의 머리사이로 보이였다. 한학급에 다니는 봉국이와 선희가 그의 곁에 서있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학생들사이를 헤집고 그들에게로 다가가시였다.

《늦어서 미안합니다.》

학우들을 정답게 일별하시던 그이께서는 응당히 자리에 있어야 할 최영화가 없다는데 생각이 미치시였다.

《영화동무가 왜 안 보입니까?》

《오늘 떠나지 않겠다면서 역에 나오지 않았습니다.》

명식이가 시름겹게 하는 말이였다.

《어째서요?》

《아무래도 자기는 학과를 따라갈것 같지 못하다면서 이번에 퇴학수속을 해가지고 집으로 아주 가겠답니다.》

《아니, 뭐라구요?》

그이께서는 뜻밖의 소식에 갑자기 가슴이 허전해지시였다. 명식은 제가 미안한듯 김정일동지의 안색을 살피며 어줍게 중얼거렸다.

《알아들으리만큼 타일러도 보고 꾸짖어도 봤는데 종시 말을 듣지 않았습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잠시 말없이 서계시였다. 영화로부터 배신을 당하신듯 한 노여운 감정이 불끈 치미시였다. 어쩌면 그렇게 자포자기에 빠질수 있는가. 나약하다! 어떤 의미에서는 비겁하다고 할수 있다! 그러나 곧 그런 결심을 하기까지 영화의 가슴이 얼마나 아팠으랴 하는 생각이 뒤따랐다. 고심어린 노력을 기울였음에도 불구하고 실패를 면치 못하게 될 때 의지가 강한 사람도 실망과 좌절감에 사로잡히기 쉬운 법이다. 학기말총화모임때 수치감으로 해쓱하게 질렸던 영화의 얼굴이 선명하게 떠오르시였다. 그러자 애틋한 동정심이 가슴에 밀려드시였다.

사실 학력을 놓고보면 그가 대학생이 되였다는 그자체가 하나의 기적이라고 할수 있었다. 서울에서 의용군에 입대할 때까지만 하여도 우리 글이나 겨우 읽는 정도였다. 그런데 총을 잡고 원쑤와 싸우던 나날에 열심히 자습을 하여 전후에 검정시험으로 초중과 고중과정을 거치였다. 그 나날에 안해의 도움이 컸다. 남편의 학습을 위해 바쳐진 안해의 정성은 지극하기 그지없었다. 대학에 온 뒤 최영화는 누구보다 열심히 공부를 하였다. 불행했던 과거가 남긴 지식의 공백을 비상한 노력으로 메꾸려고 하였다. 멀리 삭주에 있는 안해의 눈길을 늘 의식하면서 시간을 다투어 책을 읽고 또 읽었다. 남들이 영화구경이나 산보를 나갈 때에도 그는 도서관의 열람실에 붙박혀있었다. 학기말시험때에는 거의나 자지 않았다. 정 졸리면 바께쯔의 찬물에 발을 잠근채 공부를 하였다. 그러느라니 아침에 세면을 하다가 코피를 쏟은 일도 여러번이였다. 그는 향학열도 높았지만 머리도 좋은편이였다. 무슨 문제나 한번 설명을 해주면 쉽게 리해했다. 창조적인 사고능력이 높아서 사회과목 학과토론들에서는 나름의 독특한 일가견으로 학급동무들을 놀래우기도 하였다.

대학입학시험을 칠 때에도 어떤 문제들에 대해서는 시험관들을 놀래우는 훌륭한 대답을 하였다고 한다. 남들처럼 정상적인 보통교육과정을 거치지 못해서 지금은 일부 학과목의 실력이 뒤떨어진편이지만 이제 얼마간의 기간이 흐르면 그것을 보충할것이다. 대학을 졸업하면 훌륭한 인재로 될수 있을것이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최영화를 깊이 리해하고계시였다.

《영화동무가 지금 어데 있습니까?》

일순 괴로운 생각에 잠기셨던 김정일동지께서 번쩍 고개를 들고 물으시였다.

《오늘중으로 학부에 자퇴원서를 내겠다고 우기댔는데 기숙사가 아니면 학부사무실에 있을겁니다.》

명식이가 대답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초조한 생각이 드시였다. 시간을 놓치면 영화가 스스로 돌이킬수 없는 일을 저지를것 같았다.

《청수행렬차가 떠나는것까지 보았으면 좋겠는데 나는 아무래도 영화동무한테 지금 곧 가봐야 할것 같습니다. 명식동무, 잘 다녀오십시오.》

그이께서는 명식에게 손을 내미시였다.

《내 이모네 집에 가면 인차 정일동무한테 편지를 하겠습니다.》

작별의 인사를 나누며 명식이가 하는 말이였다.

《나도 편지를 하겠습니다.》하고 그이께서는 봉국이와 선희를 번갈아보시였다.

《동무들이 명식동무를 마지막까지 바래워주오.》

《어서 가보세요.》

선희가 말하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평양역을 나서시였다. 겨울의 짧은 해는 벌써 서쪽으로 기울면서 엷은 빛발을 거리에 던지고있었다. 대기가 차지면서 바람이 일었다. 역으로 모여드는 손님들마다 안개발같은 입김을 날리였다. 또 한패의 려장을 갖춘 대학생들이 추위도 아랑곳없이 법석 떠들어대며 역사를 향해 걸어왔다. 다른 손님들은 선망의 눈빛으로 대학생들을 바라보았다. 그들은 학창생활이 아무리 보람차고 행복하다 하여도 거기에 실패의 고뇌와 눈물도 있다는것을 생각하지 못할것이였다.

김정일동지께서 대학기숙사에 이르시였을 때에는 사위에 어스름이 깃들었다. 다행히 최영화의 호실에는 자물쇠가 잠그어있지 않았다. 출입문을 두드리시였으나 응답이 없었다. 혹시 그가 학부에 가있는것이 아닐가 하는 생각이 드시였으나 무심코 또 한번 문을 두드리시였다.

《누구요?》

짜증섞인 목소리가 울려나왔다. 모든것을 체념하고 방심한 나머지 그 무엇도 귀치않아하는 사람의 어조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방안에 들어서시며 문설주옆에 있는 전등스위치를 찾아 누르시였다. 컴컴하던 방안이 확 밝아졌다. 최영화는 팔베개를 하고 누워있다가 시끄러워하는 표정으로 눈을 뜨면서 얼른 머리밑의 한손을 뽑아 눈채양을 했다. 그러던 그는 깜짝 놀라며 후닥닥 일어섰다.

정일동무가 어떻게?》

그의 입에서 술내가 풍기였다. 그러나 목소리도 선명하고 표정의 변화도 민감했다. 취하도록 마시지는 않은것 같았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영화의 눈시울이 젖어있는것을 보시였다. 빈방에 홀로 누워서 쓰라린 생각을 더듬으며 울고있었던것이 분명했다. 영화와 마주앉으신 김정일동지께서는 그에게 분을 터쳐야 할지 동정을 보여야 할지 얼른 결심이 서지 않아서 잠시 지켜보기만 하시였다. 최영화가 주먹으로 눈시울을 쓱 문지르더니 먼저 입을 열었다.

정일동무, 나를 용서해주오.》

퇴학할 결심을 용서하라는것인지 술 마신것을 용서하라는것인지 아무런 전제도 없이 그는 그렇게 불쑥 말하며 죄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자퇴를 하겠다는것이 사실입니까?》

김정일동지께서는 예리한 시선으로 그를 바라보며 나직하면서도 억제된 감정이 느껴지는 어조로 물으시였다. 거푸시시하게 흩어진 머리를 무겁게 떨구고 앉아 무릎앞의 방바닥만 얼없이 내려다보던 최영화는 한숨을 길게 내쉬였다.

《내가 대학공부를 하려고 한것은 너무도 푼수에 넘는 욕심이였던것 같습니다. 이제 방학후에 재시험을 친다 하더라도 락제과목을 모두 통과할 자신이 없습니다. 어차피 퇴학을 면할수 없을바에는 차라리 스스로 교정에서 물러나는편이 마음편한 일이지요. 그래서 자퇴원서를 썼습니다.》

영화에게서는 전혀 취기가 느껴지지 않았다. 그가 맑은 정신이라는것을 확인하신 그이께서는 격하게 물으시였다.

《그래 자퇴원서를 학부에 냈습니까?》

《래일 아침에 바치겠습니다.》

영화는 괴롭게 대답하였다. 시선을 들어 그이의 표정을 얼핏 살핀 그는 용서라도 빌듯이 힘겹게 말을 이었다.

《난 사실 정일동무앞에 여러가지로 미안합니다. 입학 첫날부터 성의를 다해 내 학습을 도와주었는데…》

갑자기 그의 목안에서 뼈마디들이 부딪치는듯 한 마찰음이 울려나오면서 뒤말을 잇지 못하였다. 미간이 쪼프려들고 눈섭이 꿈틀거리는 품이 금시 울음이라도 터칠상싶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그의 마음속 고통이 그대로 자신의 가슴에 공명되여오는것을 의식하시자 끓어오르던 울분이 련민의 정으로 뒤바뀌였다.

최영화는 서른살이지만 청춘기가 끝나가는 사람처럼 나이들어보이였다. 약간 앞으로 내밀린 이마와 들릴사 한 눈귀에는 가는 잔주름이 잡히였다. 서울바닥에서 뜨내기 품팔이군으로 떠돌며 험하고 궂은 일이라면 못해본것이 없는 그였다. 고생스럽게 살던 시절이 그의 얼굴에 철이른 잔주름을 새겨놓았던것이다. 그는 학급에서 그중 나이가 많으면서도 공부에 제일 뒤지다보니 늘 자신의 처지를 부끄러워하면서 모를것이 있어도 동무들에게 묻기를 어려워하였다. 남모르는 그러한 고충과 안타까움을 헤아리신 김정일동지께서는 영화의 학습을 성의껏 도와주시였다. 강의가 끝나면 조용히 그를 데리고 룡남산의 숲속에서 그가 새기기 어려워하는 개념과 범주들을 풀이해주시였고 로어교과서의 문장들을 번역해주시였다. 하지만 지금에 와서 보니 진정 자신의 성의가 부족하여 그가 퇴학을 결심한것만 같이 생각되시였다.

《내가 동무를 잘 도와주지 못했기때문에 이런 일이 벌어졌습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진심으로 말씀하시였다.

《아닙니다. 사실 정일동무야 얼마나 안타깝게 애를 썼습니까. 다 내가 대학생이 될 재목이 못되는탓이지요. 비록 길지는 않지만 그만큼이라도 대학공부를 했다는것이 나로서는 꿈같은 일입니다. 그리고… 정일동무와 같이 좋은 학우를 알게 된것도 평생 잊을수 없는 행복이지… 정다운 교정과 학우들을 두고 영원히 떠나가는 내 가슴은 찢기는것만 같습니다. 그러나 어찌겠습니까, 아무리 기를 써도 학과를 따라가지 못하겠는걸. 정일동무, 나를 더 설복하지 마십시오.》

눈물이 그렁한 눈을 들어 그이를 바라보는 최영화의 어깨가 떨리기 시작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눈굽이 화끈해오는것을 느끼시였다. 그러자 어느결엔가 준절한 목소리가 울려나왔다.

《무슨 말을 하는겁니까. 나는 절대로 동무와 헤여질수 없습니다! 입학의 그날 우리모두 어깨를 겯고 룡남산의 숲속을 거닐며 맹세하지 않았습니까. 이 영광의 교정에서 마음껏 배워 조선혁명의 참다운 주인들로 자라나자고… 우리들중 그 누구도 그 신념의 맹세, 우정의 맹세를 저버릴 권리가 없습니다!》

영화를 바라보시는 그이의 눈길에서 아무리 굳게 얼어붙은 마음속의 얼음장이라도 순간에 녹여낼듯 한 광채와 열기가 뿜겨졌다.

영화는 더는 말을 못하고 두손으로 얼굴을 싸쥐였다. 손가락짬으로 눈물이 슴새여나왔다.

김정일동지께서는 그의 모습을 지켜보기가 괴로와 벌떡 자리에서 일어서시였다.

《집에 갔다가 방학이 끝나면 다시 돌아오십시오. 동무 배낭이 어데 있습니까?》

억지로라도 려장을 꾸려주어 그를 떠나보낼 작정이시였다. 그러나 최영화는 웅크리고 앉은채 움직이지 않았다. 그이께서는 기숙사생들의 사품이 들어있는 벽장문을 여시였다. 벽장속에는 퇴색한 군용배낭 하나가 남아있었다. 묻지 않아도 최영화의것이 분명했다. 별로 든것이 없는 그 배낭을 내리우신 그이께서는 자신의 가방속에서 로조사전을 꺼내여 그속에 넣으시였다. 최영화는 로어학습을 그중 어려워했지만 로조사전이 없었다. 요즘은 로조사전을 구하기가 여간 힘들지 않았다. 그래서 자신께서 보시던 사전을 그에게 주실 생각을 하셨던것이다. 그이께서 다시 종이에 싼 애기모자를 배낭속에 넣으시는데 《그게 뭡니까?》하는부르짖음과 함께 곁으로 다가온 최영화가 배낭목을 걷어잡았다.

《아무것도 아닙니다. 집에 가서 헤쳐보십시오.》

그러나 최영화는 끝내 배낭목에 손을 넣었다.

빨간색의 애기모자가 드러나자 입술을 반쯤 벌리며 날숨을 훅 들이긋더니 그이에게로 눈길을 들었다. 무슨 말인가를 하려고 했으나 갑자기 목이 메여 헛되이 입술만 실룩이였다.

《동무는 나이도 적지 않은데 아이들처럼 호기심이 강하구만요. 뭘 헤쳐보면서 그럽니까.》

김정일동지께서는 그의 손에서 애기모자를 앗아서 다시 정성스레 포장하여 배낭속에 넣으시였다.

그러시고는 화제를 돌리며 간곡히 말씀하시였다.

《영화동무, 이 배낭을 지고 전선에서 싸울 땐 조국을 위해 생명도 서슴없이 바칠 각오가 되여있었지만 지금은 그렇지 못한것 같습니다. 피흘려 지킨 조국을 부강한 나라로 일떠세우자면 우리가 아무리 어렵더라도 현대과학기술의 요새를 점령하여야 합니다. 자기자신을 위하여 배운다면 공부하기가 힘들다고 제멋대로 퇴학할수도 있겠지요. 그러나 조국을 빛내이고 민족의 영예를 떨칠 사명감을 안고 배우는 우리는 그럴수가 없습니다. 우리모두가 그 의무를 리해하였기에 룡남산마루에서 최우등생이 되자고 맹세하지 않았습니까.》

정일동무, 집에 돌아가서 좀 생각해보겠습니다. 자퇴원서는 편지로 보낼수도 있을테니까요.》

영화는 아래입술을 피가 지도록 깨물며 가슴을 움켜쥐였다.

이날 저녁 그는 평양역에서 두번째로 떠나는 렬차를 탔다.

김정일동지께서는 홈에까지 따라나와 그를 바래워주시였다.

렬차가 떠날 때에는 몇걸음 따라서며 또다시 간곡히 말씀하시였다.

《나는 동무가 꼭 다시 대학에 돌아오리라고 믿겠습니다!》

최영화는 아직 결심을 못 가진듯 대답이 없었다.

그는 렬차가 역구내를 벗어날 때까지 승강대에 서있었다. 멀어져가는 그가 자주 팔굽으로 눈굽을 훔치는것으로 보아 울고있는것이 분명했다. 어쩌면 그가 이번 걸음으로 대학을 영원히 떠날수도 있다는 쓰라린 생각때문에 저렇게 하염없이 울고있는것이나 아닐가?

그이께서는 렬차가 사라진 뒤에도 한동안 그 자리에 서계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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