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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명호교수는 이즈막에 매우 분주한 나날을 보내고있었다. 우리 나라에서 구석기시대유적이 출토되였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찾아오는 사람들이 많았다. 력사학계의 학자들과 출판보도계의 기자들은 물론 낯모르는 로동자, 사무원, 청년학생들, 지어는 가정부인들도 찾아왔다. 유적의 발굴경위에 대하여, 유적출토의 력사적의의에 대하여 문의하였다. 강명호는 상대가 알아듣기 쉽게 설명하였다. 그러면서 유적출토는 자기나 고고학연구소의 학술적공적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김정일동지의 탁월하고 주체적인 견해에 의해 이룩된것임을 사실그대로 강조하였다. 아울러 우리 나라의 민족형성문제, 노예국가존재여부와 삼국통일문제, 자본주의발전문제 등 력사학계에서 아퀴를 짓지 못하고 론의를 거듭하고있는 여러가지 문제들에 대한 그이의 명철하신 견해도 들려주었다. 그러면 모두가 우리 민족사를 천리혜안으로 명확히 꿰뚫어보시는 김정일동지의 비범하고 명쾌한 분석력과 판단력에 경탄을 금치 못하였다.

어느날에는 최현이 강명호를 찾아왔다. 방안에 들어선 최현은 오랜 무관답게 차렷자세를 취하며 정중히 인사했다.

《선생님, 안녕하십니까? 참으로 오래간만에 이렇게 만나게 되였습니다.》

강명호는 의아한 눈빛으로 최현을 여겨보았다. 숱진 눈섭을 치켜올리며 크게 벌려뜬 상대의 눈에는 옛지기를 만난듯 한 반가움이 어려있었으나 강명호는 얼른 알아보지 못했다. 어데선가 만났던것 같은 희미한 기억이 떠올랐으나 딱히 알수 없었다.

《가만, 뉘시던가요?》

《제 최현입니다.》

《아, 그렇군요. 어서 앉으십시오.》

낯은 설었으나 이름은 익히 알고있었다. 강명호는 의자를 권하고 마주앉았다.

최현은 책상우에 놓인 강명호의 조글조글한 손등을 무랍없이 쓸어만졌다. 참말로 오랜지기를 만난듯 한 반가움의 표시였다.

《선생님, 이게 몇해만입니까. 우리가 처음 만났을 때만 하여도 선생님은 펄펄한 장년기의 초반이였는데 인제는 이렇게 년로하셨군요.》

강명호는 또다시 어리둥절하였다. 아무리 기억을 더듬어도 최현을 만났던 일은 생각나지 않았다.

《우리가 어데서 언제 만났댔던가요?》

《중국 동북지방의 명승지인 승덕이라는 곳에서 얼마간 떨어진 들판에서였지요. 날자는 저도 기억나지 않습니다. 그때 고구려시기의 자료를 수집하던 선생님은 저에게 녹쓴 활촉 하나를 기념으로 주지 않았습니까.》

드디여 기억이 떠올랐다. 강명호는 반가움에 넘쳐 최현의 손을 마주잡았다.

《그럼 그때 독립군대장이 당신이였던가요?》

《옳습니다. 왕년에 아버지를 따라서 독립군에 참군했던 일이 있습니다.》

《미처 알아보지 못해서 미안합니다. 그때 최현동지가 아니였다면 고생스레 수집했던 귀중한 사료들이 마적들의 휴지장이 될번 하였지요. 은인을 몰라보다니… 그때 최현동지가 준 가죽가방은 여적 가보처럼 간수하고있으면서도 말입니다.》

강명호는 문득 머리속에 떠오르는 생각을 덮쳐잡으며 물었다.

《그 가방의 뚜껑 안쪽에 한자로 최득권이라는 이름이 씌여있는데 그건 어찌된 일입니까?》

최현은 히죽이 웃으며 응대했다.

《독립군시절까지 제 이름은 최득권이였습니다. 위대한 수령님의 휘하에서 싸우면서 이름을 최현으로 고치였습니다. 이름이 바뀌면서 저의 인생도 새롭게 시작된셈입니다.》

《그랬댔군요. 만일 이름을 바꾸지 않았다면 우리의 상봉이 늦어지지는 않았을겁니다. 최현동지야 우리 인민들속에 이름이 널리 알려진것만큼 내가 진작 찾아가거나 편지라도 했을것입니다. 그러니까 우리의 상봉이 늦어진것은 최현동지탓입니다.》

《때늦게나마 제가 오늘 이렇게 선생님을 찾아오게 된것은 우리 장군이 깨우쳐주었기때문입니다. 어제 만나서 처음 발굴된 구석기시대유적을 두고 경사로운 이야기를 나누던끝에 장군이 저더러 독립군시절에 력사학자에게 가방을 준 일이 있지 않느냐고 묻더군요. 그런 일이 있었다고 하니까 우리 장군은 더없이 기뻐하면서 인차 선생님을 찾아가보라고 하였습니다. 선생님이 구석기발굴을 위해 굴포리라는 곳으로 떠나는 날 저녁에 가방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셨다더군요.》

강명호는 최현의 우리 장군이라는 부름에 류의했다. 대화의 맥락으로 보아 누구를 뜻하는 부름인지 어렴풋이 짐작은 가지만 강명호로서는 처음 듣는 부름이여서 사뭇 놀라왔다. 근대와 현대에 이르러 우리 민족이 알고있는 장군은 김일성장군 한분뿐이라고만 생각해왔었다.

강명호는 최현에게 머리를 약간 수그리며 조용히 물었다.

《〈우리 장군〉이란 어느분을 념두에 둔건가요?》

최현은 그 물음이 새삼스럽다는듯 숱진 눈섭을 치켜올리며 응대했다.

김정일장군을 이르는 말입니다.》

최현은 주름진 얼굴에 사뭇 경건한 빛이 떠오르는 강명호를 마주보며 뒤를 이었다.

《산에서 싸우던 우리들은 어린시절부터 비범한 군사적천품을 보여준 자제분을 오래전부터 그렇게 부르군 했습니다. 최근년간에는 군대내 총참모부나 총정치국 동무들이 〈청년장군〉으로 부르군 합니다. 위대한 수령님의 군령도를 보좌하시면서 천재적인 군사적예지를 보여주군 하기때문에 자연히 그렇게 칭송하게 되였나봅니다.》

강명호는 크게 감심하며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김정일동무는 력사학과 경제학, 철학과 문예학 등 과학분야에만 비범한줄 알았는데 듣고보니 군사학분야에서도 그렇게 비범하군요. 하긴 력사를 상고해보면 력사적위인들은 모두 문무를 겸비하는게 일반적이지요. 천재의 사고력은 그 어느 분야이든지 시선이 닿는 곳마다 비범하고 정확한 결론에 도달하지요. 헌데 나는 김정일동무가 조선력사를 전공하면 우리 사학계를 위하여 얼마나 좋을가 하고 옹졸한 생각을 했댔습니다. 김정일동무는 우리 나라의 구석기문제와 삼국통일문제, 노예소유자국가문제와 민족형성문제, 자본주의발전단계문제와 같이 우리 사학계에서 오래동안 론의를 거듭하면서도 아퀴를 짓지 못하였던 문제들을 명쾌하게 해명하였습니다. 나는 비록 머리에 백발을 얹은 오늘까지 우리 나라의 력사학을 부여안고 한생을 살아오지만 사제 관념을 떠나서 마음속으로는 진심으로 김정일동무를 천재적인 스승으로 여기고있습니다.》

자기의 진정을 토로하는 강명호의 주름진 얼굴에 혈조가 번지면서 경건한 빛이 떠오르고있었다.

최현은 로학자의 실토에 크게 공감하면서 저력있는 목소리로 응대하였다.

《선생님이 그렇게 말씀하시니 나도 내 심정을 기탄없이 펴보이겠습니다. 선생님도 아다싶이 나는 청춘시절 독립군에서 싸우던 때부터 한평생 군사에 몸을 잠그어온 사람입니다. 한뉘 무관으로 살아온 사람이지요. 그런데 우리 장군의 폭넓은 군사지식과 군사적예지에 깊이 머리숙이며 탄복하는 때가 많았습니다.

어쩌면 위대한 수령님의 령장으로서의 천품과 배짱을 그리도 신통히 이어받으셨는지… 그래서 우리 장군이 고급중학교를 졸업했을 때 김일성군사종합대학에서 공부를 하시면서 군사사업을 총찰하였으면 하는 의향을 여쭌바도 있었습니다.

우리 장군은 위대한 수령님의 사상과 위업을 그대로 이어받고 우리당과 혁명을 이끌어갈 사명을 지니고있다고 생각합니다.》

강명호는 제꺽 호응하며 흥분된 어조로 말했다.

《과시 옳은 말씀입니다. 오늘은 김정일동무에 의해서 이지러졌던 우리 민족사가 바로 정립되고 래일은 우리 겨레의 앞날이 창창할것입니다. 이것은 이 늙은이의 개인적인 소신이 아니라 오늘에 이른 우리 대학의 모든 교직원들과 학생들의 일치한 확신입니다!》

최현은 강명호의 열기띤 목소리에 뜨거운 공감을 느끼며 책상우에 놓인 로교수의 손을 덥석 부여잡았다.

《선생님의 그 심정에 전적으로 공감입니다. 인민군대의 모든 장병들의 심정도 선생님과 같습니다.》

비록 년령차이가 10여년이 넘고 직업도 다르지만 두 로인은 청춘시절의 지기처럼 력사의 과거와 미래를 두고 공통된 감정에 사로잡힌 자신들을 확인하며 손을 맞잡고 오래도록 흔들었다. 뜻이 통하고 정이 통하고보니 나이와 직업의 한계를 넘어 뜨거운 우정이 오가는듯 하였다. 어쩌면 승덕의 들판에서 처음 만나던 그때가 되돌아온듯싶기도 하였다.

잠시후에 최현이 다시 입을 열었다.

《내 오늘 강선생에게 반가운 소식을 한가지 전하겠습니다.》

《무슨 소식입니까?》

강명호는 호기심을 드러냈다.

《내 오늘 대학당위원장을 만났댔는데 우리 장군이 마침내 입당청원서를 제출하였답니다. 당위원장의 말이 이미 오래전부터 우리 장군더러 입당을 청원하라고 권고하였으나 본인이 아직 준비가 미흡하다고 사양해왔습니다. 선생님도 잘 아시겠지만 우리 장군은 겸양을 천품처럼 지니고있지 않습니까.》

《물론입니다. 이삭은 알차고 영글수록 고개를 숙이는 법이지요. 내가 알기에도 그 학급의 당세포에서는 오래전에 입당청원서를 쓰라고 김정일동무에게 권고했나봅니다. 당원의 자격으로 보면 그 누구의 눈으로 보나 김정일동무만큼 원만히 갖춘 사람이 어데 있겠습니까. 참말로 반가운 소식을 전해주어서 고맙습니다.》

강명호는 가슴속에 품어오던 오랜 숙원을 풀게 된듯이 기뻐하였다. 그는 여러달전에 최정택과 함께 대학당위원회를 찾아가서 김정일동지의 입당문제를 두고 자신들의 심정을 전한바가 있었다. 송금석교수도 쏘련에 갔다온 후 당조직앞에 지난날의 자신을 뉘우치던 끝에 김정일동지의 입당문제를 정중히 제기하였다고 한다. 강명호는 그러한 사실들을 떠올리며 한마디 덧붙였다.

김정일동무가 입당을 하게 되면 온 대학의 교직원, 학생들이 기뻐할것입니다.》

《어찌 대학뿐이겠습니까. 우리 장군의 입당은 온 나라 전체 당원들과 군대, 인민의 더없는 경사로, 뜻깊은 사변으로 될것입니다!》

최현은 엄숙한 표정으로 응대했다.


×


김정일동지께서 입당을 하시는 뜻깊은 날이 드디여 다가왔다.

1961년 7월 22일이였다. 입당심의를 하는 당세포총회는 학급의 강의실인 3층 9호실에서 정중히 진행되였다. 한창 무더운 여름철이였지만 청사의 서쪽에 자리잡은 강의실은 서늘한편이였다.

워낙 김정일동지의 좌석은 강의실의 맨 뒤좌석이였으나 이날은 세포위원장의 권고로 앞좌석에 나와 앉으시였다. 그이를 우러르는 세포내 당원들의 얼굴마다에는 더없이 경사로운 일을 맞이하는 기쁨이 넘쳐흘렀다. 교탁앞에 나선 세포위원장은 전에없이 근엄한 표정으로 개회를 선언하고 회의안건을 말하였다.

당세포총회에서는 전원찬성으로 김정일동지의 입당을 결정하였다. 결정서가 랑독되자 당원들은 튕겨나듯 자리에서 일제히 일어서 우렁찬 박수를 터치였다. 그리고는 기쁨을 누를길 없어하며 회의가 끝난 다음에는 김정일동지를 둘러싸고 축하의 인사를 드리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그들을 뜨거운 눈길로 바라보시였다.

《동무들, 고맙습니다. 이미전부터 당생활을 하여오던 동무들이 앞으로 신입당원인 저를 잘 이끌어주고 도와주십시오.》

스치는 인사말이 아니라 이 순간에 가슴에 넘치는 진정을 말씀하시였다. 어쩐지 당원들 한사람한사람이 새삼스레 친근하게 안겨오는것을 느끼시였다. 자신의 입당을 열렬히 지지하고 기뻐하는 그들은 앞으로 뜻을 함께 하고 생사를 같이할 동지들이였다. 그럴수만 있다면 세포내 당원들뿐만아니라 우리 당의 모든 성원들의 손을 뜨겁게 잡고 자신의 진정을 터치고싶으시였다.

당세포총회는 끝났으나 흥분은 숙어들줄 몰랐다. 오늘을 계기로 인생의 새로운 출발계선에 나섰다는 엄숙한 자각이 내처 심장을 격동시켰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마음을 진정하고 사색을 정리하려고 교실의 뒤켠에 있는 자신의 자리에 가앉으시였다. 다른 동무들은 어느새 모두 교실밖으로 나갔다. 교실안에 일순 정숙이 깃들었다. 그 정숙을 깨치며 출입문이 벌컥 열리고 오명식이 들어섰다.

정일동무, 복도에서 선생님들이 기다립니다.》

자리에서 일어서신 김정일동지께서는 자못 의아해하시였다. 선생님들이 왜 기다리는가. 책가방을 들고 복도에 나서시니 강명호와 최정택, 송금석이 서있었다. 그들의 얼굴에 떠오르는 반가운 기색을 보시고서야 기다리는 까닭을 짐작하시였다.

세 교수는 각각 들고온 꽃송이를 안겨주며 기뻐하였다.

정일동무, 입당을 축하합니다.》

꽃송이들을 받으시는 김정일동지께서는 화끈 눈시울이 뜨거워지는것을 의식하시였다.

학우들로부터 축하를 받을 때와는 다른 강렬한 감격을 느끼시였다.

지난날에 깊은 사연이 얽혀진 세 교수이지만 이렇게 꽃송이까지 가지고 축하를 해주리라고는 생각해보지 못하시였다.

《선생님들, 감사합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교수들에게 깊이 고개를 숙이며 갈리신 어조로 뒤를 이으시였다.

《선생님들이 잘 배워주고 이끌어주셨기때문에 오늘의 제가 있습니다.》

강명호가 두번다시 김정일동지의 손을 잡으며 절절한 어조로 입을 열었다.

《우리 세사람은 정일동무의 입당을 학수고대하면서 당조직에 그러한 심정을 알린바도 있습니다. 하지만 잘 배워주고 이끌어주었다는것은 당치 않은 말입니다. 그 말에 얼굴이 뜨거워지누만요. 그와는 반대로 정일동무의 현명한 깨우침과 따뜻한 손길이 있었기에 오늘의 우리가 있는것입니다. 내 일전에 최현동지앞에서도 솔직한 심정을 터놓은바 있지만 정일동무는 실상 우리들의 스승입니다.》

《선생님, 이러지 마십시오. 저는 어디까지나 배우는 학생입니다. 왜 듣기에 거북한 그런 말씀을 하십니까?》

김정일동지께서는 존안을 가볍게 붉히시며 난처한 처지에서 구원해주기를 바라는듯 송금석과 최정택을 번갈아 바라보시였다. 그런데 송금석이 웃음진 얼굴로 이렇게 응대했다.

《실상 정일동무는 학생복을 입었을뿐이지 사상리론적높이와 지식의 폭에 있어서 대학의 어느 교수도 따를수 없는 경지에 이르고있습니다. 아까 우리 셋이 정일동무를 두고 솔직한 심정을 나누었지만 강선생의 심정은 나나 최선생의 심정입니다. 강선생이 최현동지한테서 들은바에 의하면 군대에서는 이미 정일동무를 〈우리 장군〉, 〈청년장군〉으로 칭송한다는데 대학에서도 그렇게 정중히 불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부학부장선생님은 강선생님보다도 한술 더 뜨시는군요. 제발 이러지들 마십시오.》

김정일동지께서는 존안을 더욱 붉히며 난색을 지으시였다.

김정일동지, 우리 아버님도 이역땅에서 김정일동지께서 보내주신 조국의 흙주머니를 받고 죽어서도 잊지 못할 은인이시라고 고백했습니다.》

《가만! 선생님, 그만하십시오.》

김정일동지께서는 손을 저으시며 그 자리를 얼른 떠나시였다. 그냥 서계시다가는 더 난처한 일을 당하실것 같으셨던것이다. 세 교수의 심정이 진정이라는것을 모르지 않으셨으나 언제나 자신을 평범한 학생으로 간주하시는 그이이시였다.

새날이 밝아오고있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아침식사를 간단히 하고 대학으로 가시였다. 한시바삐 집단과 동지들을 위하여 일손을 잡지 않고서는 못 견딜것 같은 그 무엇이 온몸을 다몰아치는듯 한 충동에 사로잡히시였다. 하다못해 교실이나 운동장청소라도 하여야 흥분이 숙어들것 같으시였다.

대학청사는 아직 새벽의 정적에 잠겨있었다. 룡남산마루에 오르시니 불현듯 지난해 9월 1일 조선을 빛내일 맹세를 다지시던 추억이 방불하시였다. 그날의 격정도 되살아났다.


위대한 수령님 높이 모시고

주체의 한길로 억세게 나아가리

사나운 풍랑도 폭풍도 헤쳐

조선을 이끌고 미래로 가리

아, 조선아 너를 떨치리


지난 한해동안의 학창생활을 돌이켜보시였다. 사대주의와 교조주의에 심히 혼탁되여있는 대학교육의 실태를 꿰뚫어보시고 여러 과학의 분야에서 주체를 세우기 위한 투쟁을 줄기차게 벌려오시였다. 부인할수없이 그 투쟁은 좋은 결실을 가져왔다.

정치경제학, 력사학, 철학, 문예학 등 사회과학전반에서 사대주의, 교조주의잔재가 극복되고 주체가 확립되였다. 특히 우리 나라에서 구석기시대유적이 출토되고 민족의 시원문제가 명백히 해명된것은 민족사적의의를 가진다고 할수 있다.

생산실습을 통하여 산지식을 습득하고 룡성도로공사에 참가하여 육체적단련을 한것은 혁명인재로 준비하는 좋은 계기였으며 교육에서 주체를 세우기 위한 사업의 중요한 고리의 하나였다. 대학생들속에서 벌어진 만페지책읽기운동은 위대한 수령님의 혁명사상으로 튼튼히 무장하기 위한 충정의 독서행군이였다.

얼마나 보람찬 학창의 나날, 빛나는 혁명활동의 나날이 흘렀는가. 이 나날을 거쳐서 주체확립을 지향한 대학교육사업에서는 전변이 일어나고 나는 드디여 조선로동당원의 영예를 지니였다. 혁명하는 사람에게 있어서 당원이 된다는것은 새로운 출발계선에 나선다는것을 의미한다.

사람들이 흔히 입당하는 날을 제2의 생일로 여기는것은 결코 까닭없는 일이 아니다. 나는 조선로동당원의 영예를 지닌것으로 이 세상에 두번다시 태여난셈이다. 인생의 가장 중요한 리정표가 세워졌다. 이 리정표를 계선으로 학창생활의 전반기는 끝나고 보다 정력적으로 혁명활동을 벌려야 할 학창생활의 후반기가 시작될것이다. 이제 남은 학창생활기간에 혁명활동을 새로운 높은 단계에로 이끌어나가시려는 결심이 가슴속에 차오르시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문득 고개를 드시고 밝아오는 새벽하늘을 바라보시였다.

아침노을이 시시각각으로 더 붉게 퍼져오르면서 공간과 대지를 곱게 물들이였다. 아침노을의 자락이 온몸을 휩싸는 순간 그이께서는 저도 모르게 자신께서 지으신 시 《조선아 너를 빛내리》의 한구절이 되새겨지셨다.


누리에 빛나는 태양의 위업

대를 이어 해빛으로 이어가리라

주체의 붉은 노을 지구를 덮을

공산주의 그날을 앞당겨오리

아, 조선아! 나의 조선아!


×


며칠후 일요일이였다.

항일투사들 여러명이 저택으로 김정일동지를 찾아왔다. 조선인민군 총참모장 최광, 총정치국장 오진우, 오백룡, 사복을 입은 림춘추, 녀투사들인 황순희와 김옥순들이였다. 보초소로부터 련락을 받으신 김정일동지께서는 그들을 마중하시려고 급히 마당으로 나가시였다. 결코 방안에 앉아서 맞이할수 없는 로투사들이였다. 그들에 대한 존경심과 신뢰심이 각별하신 김정일동지이시였다. 일찌기 어린시절부터 그들의 정신과 풍모를 따라배우고 그들의 따뜻한 사랑을 받으며 성장하신 그이이시였다.

그들을 만나신 김정일동지께서는 솟구치는 반가움에 휩싸이시였다. 투사들은 누구나 혈연적인 뉴대와 잊지 못할 사연들로 깊은 인연이 맺어져있었다. 어린시절에 그들의 잔등에 업히기도 하고 품에 안기기도 하면서 항일의 혈전장을 헤쳐오신 추억이 있으며 어머님과 함께 녀투사들이 지어준 쪽무이포단을 덮고 잠에 들군 하셨던 기억이 생생하시였다. 김정일동지의 지나온 생애에서 가장 절친한 사람들이 있다면 그들은 항일투사들이였다. 늘 그들과 함께 있고싶었으나 좀처럼 기회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당과 군대의 책임적인 임무를 맡고있는 투사들은 시간을 내기가 헐치 않았다.

기쁨에 넘쳐 그들과 인사를 나누신 김정일동지께서는 누구에게라없이 물으시였다.

《오늘 어떻게 이렇게 모두 오셨습니까?》

그 물으심에 다소 뜻밖인듯 투사들은 서로 얼굴을 마주보며 머밋거리였다.

《어떻게라니? 우리 장군이 입당을 했는데 우리가 어떻게 가만히 있겠소.》

림춘추의 말이였다.

《그게 무슨 큰일이라고 년로하신분들이 이렇게 걸음을 하셨습니까?》

김정일동지께서는 송구스러운 표정을 지으시였다.

《그게 큰일이 아니면 어느것이 큰일이겠습니까. 장군의 입당은 우리 당과 인민, 군대의 커다란 경사입니다.》

림춘추는 말마디에 그루를 박았다.

이때 황순회와 김옥순이 승용차에서 꽃송이들을 가져다 남자들에게 나눠주었다. 꽃송이를 받은 투사들은 그것을 정히 두손으로 받들어 김정일동지에게 드리였다.

《입당을 축하합니다.》

《고맙습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꽃송이들을 받으시며 감사의 인사를 하시였다.

녀투사들은 꽃송이를 드린 후 그이의 팔굽을 잡고 깊은 감회에 젖은 시선으로 오래도록 우러르고있었다.

《어머님께서 살아계신다면 얼마나 기뻐하실가.》

김옥순이 목메인 어조로 뇌이였다. 목소리가 갈리며 목밑으로 잦아드는 대신 두눈에 눈물이 고이였다. 황순희도 저도 모르게 소리없이 흐느꼈다.

오늘의 경사를 보지 못하고 너무도 일찌기 곁을 떠나신 김정숙동지에 대한 애달픔을 걷잡을수가 없었다.

김정일동지께서도 가슴이 벌게 받아안으신 꽃송이에 고개를 숙이시며 눈굽이 젖어드는것을 어쩔수 없으시였다. 이즈막에 어머님을 종종 생각해오셨지만 녀투사들을 만나서 그들의 심정을 들으시니 애절한 감정이 곱절로 더해지는듯 하시였다.

《로친네, 이 기쁜 날에 우리 장군께 눈물을 보여서야 안되지. 녀자들이란…》

최광이 이쪽으로 한걸음 다가오며 김옥순에게 하는 말이였다.

《녀자들이란…》

최광의 말꼬리를 잡고 령감을 마주보는 김옥순의 눈에 빛이 가해졌다. 청춘시절에 남편과 함께 항일의 혈전만리를 헤쳐온 김옥순은 남편이 자기를 녀자라고 한수 낮추 보는 현상에 대해서는 도저히 참지 못하는 성미였다.

최광의 부인 김옥순은 어깨에 왕별을 여러개씩 얹고 군대에서 책임적인 직무를 맡고있는 남편을 가정에서는 꼼짝 못하게 다스리는것으로 일찍부터 녀투사들속에서 소문이 나있었다. 그는 청춘시절의 자존심과 타성을 로년기의 오늘까지 이어가고있었다. 그러나 김옥순은 령감의 눈시울도 젖어있는것을 보고는 더 항변을 하지 않고 침묵해버렸다.

최광도 이 경사로운 일을 접하고보니 김정숙동지를 생각하고있는것이 분명했다.

《어서 제 방으로 들어가십시다. 기왕 오신 걸음인데 저와 이야기라도 나누고 가셔야지요.》

김정일동지께서 투사들을 자신의 방으로 안내하시였다. 책상과 걸상, 침대와 책장이 제자리에 놓인 크지 않은 방이였다.

투사들은 김정일동지를 모시고 방안에 둘러앉았다.

림춘추가 방안을 둘러보더니 입을 열었다.

《참, 세월이란 옛 사람들이 말하다싶이 류수와 같소. 우리 장군이 탄생하셨다는 소식을 듣고 우리들이 산에서 〈광명성 솟았다!〉 하고 환성을 올리던 때가 엊그제같은데 말이요. 그런데 인제는 우리 장군이 입당을 하셨단 말이요.》

좌중은 일시에 숙연한 감회에 잠기였다. 그때 환성을 올리며 우리 민족사에 대통운이 텄다고 기뻐하던 일이 엊그제 일처럼 누구의 기억에나 방불하였다. 사령부를 멀리 떠나 적후공작에 나가있던 투사들은 련락원을 통해 경사로운 소식을 전해듣고 감격을 이기지 못해 《백두광명성 솟았다!》라는 구호를 아름드리나무들에 새겼다.

림춘추가 여전히 생각깊은 어조로 뒤를 이었다.

《누구에게나 입당을 하는 날은 인생의 두번째 생일이라고 하오. 입당은 인생의 중요한 리정표이지요. 이것은 우리 장군의 경우도 마찬가지요. 헌데 우리 장군의 입당은 본인 개인에게 국한된 리정표가 아니란말이요. 우리 당과 군대의 강화발전, 우리 인민의 부강번영에서 획기적사변으로 되는 민족사적인 대경사요. 백두산밀영에서 우리 장군이 탄생하셨을 때에는 우리 항일투사들만이 축하의 환성을 올렸지만 만일 알게 된다면 오늘의 경사에는 온 나라 인민과 군대가 축하의 환호성을 올릴것입니다. 조선로동당은 앞으로 우리 장군에 의하여 위대한 수령님의 당으로 영원히 강화발전될것이고 인민군대는 백전백승하는 수령님의 군대로 될것입니다.

우리모두가 이미전부터 확신해온것처럼 우리 장군은 위대한 수령님의 유일한 후계자이십니다. 이것은 산에서 싸우던 우리들의 오랜 념원이고 오늘에 이른 우리 인민과 군대의 일치한 념원이기도 합니다. 이런 의미에서 보면 우리 장군의 입당은 실로 그 의의가 심오한 깊이를 가지고있다고 할수 있습니다.》

투사들은 엄숙한 감정에 휩싸여 김정일동지를 우러러보았다.

오백룡이 곁에 앉은 림춘추의 무릎을 치며 경탄조로 입을 열었다.

《역시 백두산시절의 〈3.1월간〉 명예기자가 문제를 정확히 보고 풀이를 심오하게 하누만!》

고개를 숙이고계시던 김정일동지께서는 조심히 자리에서 일어서시였다. 좌중을 안타까운 시선으로 둘러보시며 어줍은 어조로 말씀하시였다.

《저는 지금 대학생에 불과합니다. 듣기에 거북한 말씀들은 삼가해주십시오.》

최광이 숱진 눈섭을 꿈틀거리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서서 그이앞으로 다가섰다.

《청년장군은 대학생이지만 인제는 당원이 된것만큼 혁명가요. 그리고 남다른 사명감을 지니고있소. 우리 항일투사들은 위대한 수령님의 유일한 후계자로 장군을 더 잘 받들기로 의논들을 하였소. 오늘 이 자리에 다른 사정이 있어서 박성철동무와 김일동무, 최현동무들이 참가하지 못했는데 그들도 모두 우리와 같은 심정이요. 하긴 우리 항일투사들만이 아니요. 군대 총참모부나 총정치국, 군부대 지휘관들도 그렇소. 앞으로 우리 군대사업에 더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잘 지도해주시오.》

항일투사들은 일제히 일어서서 다함없는 신뢰와 경모의 정이 흐르는 시선으로 그이를 오래도록 우러르고있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무거운 력사의 중하가 두어깨에 실리는것을 의식하시며 창밖을 바라보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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